더 브레이브 (True Grit, 2010)
코엔 형제가 말하는 진정한 용기


존 웨인 주연의 서부영화 '진정한 용기 (True Grit, 1969)'와 찰스 포티스의 소설 'True Grit, 1968'을 리메이크한 코엔 형제의 'True Grit (국내 개봉명 : 더 브레이브)'은 서부 영화의 정서를 배경으로 하고 있던 그들의 전작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는 또 다른 묵직한 서부영화인 동시에 '시리어스 맨' 이나 '번 애프터 리딩'에서 보여주었던 재기 넘치는 '코엔 형제스러움'은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작품이다. 1880년대를 배경으로 아버지 죽음에 대한 복수를 위해 나서는 당찬 14살 소녀 매티 (헤일리 스타인펠드)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매티가 여정을 위해 만나게 되는 루스터 카그번 (제프 브리지스)과 라 뷔프 (맷 데이먼)의 캐릭터가 더해져, 간단하지만 힘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코엔 형제가 이 작품을 다시 꺼내서 말하고자 했던 '진정한 용기 (True Grit)'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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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티는 처음부터 아주 강인하고 용기있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주변 사람들이 어린 아이가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냐고 할 때, 글도 못 읽는 어머니와 어린 남동생 밖에는 없어서 내가 나서야 한다는 이유를 대곤 하지만, 영화의 시작부터 보여지는 매티의 행동들을 보고 있으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이지 않았더라도 나서고야 말았을 것이라고 쉽게 예상할 수 있을 정도다. 매티가 만나게 되는 카그번과 라 뷔프는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이지만, 무언가 하나 씩 부족하다는 인상을 준다. 카그번은 배짱있고 노련한 보안관이지만 정의보다는 돈에 움직이는 경우가 더 많고, 너무 이런 생활을 오래 한 나머지 불한당 들과의 관계에 익숙해져 버렸을 정도다. 그에 반해 텍사스 레인저 라 뷔프는 역시 레인저로서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현상금을 위해 먼 길을 달려 카그번과 협력 했을 뿐 그 이상의 목적은 없는 이다. 이런 이들이 매티를 만나서 깨닫게 되는 것이 어쩌면 이 영화의 중요한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확실한 건 이 작품의 전개에 있어 복수는 하나도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 반증하듯 영화는 마침내 매티가 아버지를 죽인 톰 채니 (조쉬 브롤린)와 만나게 되는 장면을 마치 우연처럼 그리는 한 편, 이 후에도 이들의 조우에 직접적인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오히려 이로 인해 벌어지는 카그번과 라 뷔프의 행동에 더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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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찌들 대로 찌든 캐릭터와 냉정하고 차가운 캐릭터가 뚜렷한 목적성으로 똘똘 뭉친 주인공에 의해 동화되는 이야기의 전개는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는데, 코엔 형제는 다른 영화들과는 달리 이 동화의 과정을 별로 자극적이지도, 더나아가 심심할 정도로 건조하게 그리고 있다. 만약 카그번과 라 뷔프가 동화되는 과정을 어떤 사건을 두고 감정적으로 급격하게 변하는 것으로 연출하거나, 매티의 복수에 촛점을 맞춰 톰 채니와의 긴장 관계에 심혈을 기울였다면 '더 브레이브'는 오락적으로는 더 효과 높은 작품이 되었을지는 몰라도 그저 그런 평범한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코엔 형제는 묵직한 주제를 뒤에 탄탄히 받쳐두고는 마치 이 주제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하려고 하면 할 수록 그 의미가 퇴색된다고 믿는 것처럼, 별다른 수식어 없이 진중하게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다.

이러한 영화의 화술 덕에 영화의 마지막 아무렇지 않은 듯 담담히 들려주는 후일담은 엔딩 크래딧에 흐르는 찬송가의 분위기와 맞물려 종교적이기까지한 무게를 전한다. 후일담을 들려줄 때도 영화는 절대 신파나 감정의 극대화를 노리지 않는다. 그것이 이 영화가 가장 가치 있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진정한 용기란 어떤 수식어나 포장도 필요 없는, 강요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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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연을 맡은 매티 로스 역의 헤일리 스타인펠드는 실제로도 14살의 소녀인데, 제프 브리지스, 조쉬 브롤린, 맷 데이먼을 리드할 정도로 당찬 연기가 인상적이더군요. 오늘 아카데미 시상식에도 여우조연상 후보로 노미네이트 되어 자리를 하기도 했는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라 할 수 있겠네요.

2. 럭키 네드를 연기한 베리 패퍼도 인상적이었는데, 항상 전쟁 영화나 범죄 영화 등에서 우수한 병사나 요원 중 하나로 나온 적은 많았지만, 이번 처럼 무리의 우두머리로 나온 것은 거의 처음이 아니었나 싶네요. 그래서 인지 개인적으로는 뿌듯하기까지 했다는 ㅎ

3. 조쉬 브롤린은 '환상의 그대'에 이어 연속으로 찌질한 연기에도 재능이 있음을 이번 작품에서 유감없이 보여줍니다. 한 동안 조쉬 브롤린 하면 날카롭고 좀 무섭기까지한 이미지였는데, 이러다가 너무 쉬워지는거(?) 아닌가 모르겠어요 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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