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Scenery, 2013)

한참을 멈춰서서 바라보다



장률 감독의 첫 번째 다큐멘터리 영화 '풍경'을 보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다큐멘터리라는 장르가 되긴 했지만, 기존 그의 작품 세계의 연장선에 있는 것은 물론, 극영화와의 경계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이건 반대로 그의 이전 극영화들이 다큐멘터리에 가까웠다는 이유도 있다) 딱 장률 감독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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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이방인인 외국인 노동자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그들의 삶을 '꿈'이라는 매개체로 전달하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우리가 흔히 외국인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으려 할 때 의례 생각하게 되는 방식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접근이었는데, 아마도 그건 장률 감독 스스로가 대한민국에게 있어 이방인이라는 위치에 서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일 것이다. 카메라 앞에 선 인물들은 저마다 자신이 꾼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그것들은 직간접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하나 같이 고향 혹은 지금 일하고 있는 이 곳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은연 중에 담고 있다. 어떤 꿈은 너무 직접적이어서 구슬프고, 어떤 꿈은 너무 의외의 것이라 오히려 더 감정을 일으키기도 한다. 감독은 '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풍경'이라는 제목을 관통하는 '바라본다'라는 테마를 완성해 낸다.


이 영화의 대부분의 샷은 그 공간과 인물을 한참을 바라보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어떤 인물의 이야기가 그 인물의 입을 통해 흘러 나오기 까지 한참의 시간을 기다려준다. 그리고 그 인물이 존재하는 공간 역시 한참을 멈춰 서서 응시한다. 그것은 풍경이 되기도, 꿈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는 말이 없다. 그저 바라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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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률 감독의 이전 작품들 '경계' '이리' '두만강' 등을 보면 그가 주목한 것들은 항상 공간과 경계였다. 보통의 작법과는 달리 장률 감독은 그 안에 놓인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오히려 그 공간과 경계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경우가 많았다. '풍경' 역시 마찬가지다. 장률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무언가를 전달하려 하기 보단, 그런 이야기를 담고 꿈을 꾸고 있는 이들이 존재하는 공간을 더 주목한다. 우리는 흔히 풍경이라고 하면 곧바로 '장관'을 연상하곤 하는데, 장률이 보여주고자 하는 풍경들은 그런 의미의 장관은 아닐지 모르지만, 더 많은 이야기와 꿈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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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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