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풀 (カラフル Colorful, 2010)

당신은 잘 살고 있나요?



확실히 선입견은 무섭다. 하라 케이이치의 전작 '갓파쿠와 여름방학을'은 포스터의 그림체에서 느껴지는 조금의 아동스러움 때문에 내 취향이 아닐 거라는 섣부른 판단으로 관람을 하지 않았으나 뒤늦게 들려온 평들이 '초감동'이었던 전례를 보았을 때, '컬러풀' 역시 그림체와 마찬가지로 포스터에서 느껴지는 대략적인 이야기 전개에 굳이 보지 않아도 되겠다 싶어 포기할 뻔 했던 작품이었으니 말이다 (참고로 이 두 작품의 감독이 동일인 임은 '컬러풀'을 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포스터에서 느껴진 이른바 '뻔한' 전개라는 것이 죽음 (더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사후 세계)을 겪게 된 주인공이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이었는데, 넓게 보면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이야기였으나 역시나(?) 그 가운데 다시 한번 나로하여금 울컥하게 만드는 포인트가 확실한 작품이었다.



ⓒ 키노아이. All rights reserved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주인공은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른채 사후 세계를 맞이한다. 돌아올 수 없는 죽음의 세계로 가기 전 다시 한번 삶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주인공은, 프라프라의 말처럼 일종의 홈스테이 개념으로 다시 누군가의 삶을 잠시 살아가게 된다. 주인공이 기회를 얻게 된 몸의 주인공은 고바야시 마코토.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소년이다.


'컬러풀'은 마코토로 잠시 살게 된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또 다른 생존, '살아라'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사후세계에서 다시 한 번 환생의 기회를 얻은 주인공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소년에 대한 이야기라니, '살아라'라는 주제가 너무 일반적이거나 혹은 신파로만 흐르겠구나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영화는 '살아라'라는 메시지를 담는 데에 있어 굉장히 현실적인 접근 방식을 택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단 마코토가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 이유를 묘사하는 것에서 일본 사회에서 현실적으로 발생되고 있는 문제점들을 들고 있는데, 10대 소녀들의 원조교제, 교내 왕따, 부모의 바람(불륜)으로 인한 문제 등 마코토 개인의 문제도 있겠지만 심하게 이야기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밖에는 없을 정도로 삭막한 현실을 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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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컬러풀'이 더 좋았던 건 문제점을 묘사하기 위해서만 현실을 가져온 것이 아니라,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도 역시 현실의 것들을 가져왔다는 점이었다. 마코토라는 소년에게도 본인 스스로에게도 적응하지 못하던 주인공이 처음 같은 반 친구를 사귀면서 영화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같은 반 친구는 아무도 말을 걸어오지 않던 마코토에게 처음 먼저 말을 걸어온 친구라는 점을 넘어서서, 그의 취미를 마코토가 따라가게 되면서 본격적인 영화의 메시지가 시작되는데, 바로 오래된 일본의 전철들의 역사와 발자취를 현실에서 따라가게 되는 것이 그것이다.


사실 이 부분에서는 잠깐 멈칫 할 정도로 영화의 국면이 전혀 다른 양상을 띄게 되는데, 흡사 일본 전철의 역사에 대한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형식으로 묘사된다. 그렇게 한참을 이 오래된 것에 주목하던 영화는 나중에 가서야 왜 여기에 주목했는지 친구의 말을 통해 들려준다. '이렇게 오래된 것들도 내가 관심을 가져주면 생명을 얻게 되는 것 같다'라는 말로. 사실 조금은 이질감마저 줄 수 있는 다른 이야기였음에도 처음부터 그 감성적인 영상에 깊게 빠져들 수 있었는데, 마지막 이 말을 듣는 순간 이 영화의 '살아라'라는 메시지가 제대로 가슴 속에 깊이 박혀버리는 걸 경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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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풀'의 영상은 앞서 이야기한 다큐멘터리 같이 거의 실사에 가까운 장면이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장면 외에도, 상당 부분의 배경들이 실사에 가깝게 묘사되어 있는데, 이것은 기술적인 측면이 아니라 감독이 말하려는 현실적인 메시지를 더 강하게 해주는 장치라고 봐야 할 것이다. 사후세계를 경험하는 주인공이라는 판타지에 가까운 설정으로 시작하지만 영화는 '살아라'라는 메시지 역시 판타지로 만들지 않기 위해, 갖가지 현실의 환경과 이야기들을 매우 직접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래서 실제 있었던 역사를 그렇게 한참이나 설명했던 것이고, 치킨과 호빵 한 조각에 즐거워 할 수 있는 삶의 행복을 여과없이 중요하게 그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자연스런 과정을 거치다보니 영화 후반에 직접적으로 '당신은 잘 살고 있나요?'라고 영화가 관객에게 물었을 때 나는 이 질문에 쉽게 답하지 못할 정도로 깊게 돌이켜 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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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잘 살고 있나요?

나는 이 소중한 삶을 오늘도 잘 살아가고 있나요?



1. 미야자키 아오이가 목소리 연기를 했다고 해서 누군가 했더니 극 중 마코토를 주시하던 그 소녀 '사노 쇼코' 역할이더군요. 이걸 알고 나니 다시 보고 싶어졌어요 @@


2. 미야자키 하야오가 (1번과 라임 맞추는거 아님 -_-;) 말하는 '살아라'의 메시지와는 또 다른 느낌의 '살아라'였어요. 뭉클하기로는 '컬러풀' 쪽이 더.


3. 블루레이로도 발매되면 좋겠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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