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1:2 우루과이 


1. 첫 원정 16강에 오른 대한민국과 조별 경기 무패, 무실점으로 조 1위로 16강에 오른 우루과이와의 경기. 이미 설레발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루과이를 꺽으면 8강에서도 미국 vs 가나의 승자와 만나기 때문에 대진운이 좋다는 거였는데, 그걸 반대로 얘기하자면 우루과이에게는 16강에서는 한국, 그 다음은 미국 vs 가나의 승자와 만나는 것이니 더 좋은 대진운이라는 말이 되기도 한다. 최근 국제무대에서 이렇다할 성적을 보여주지는 못했었지만, 어쨋든 우루과이는 대한민국보다 전력상 앞선 강팀이었다.

2. 허정무 감독은 염기훈 대신 김재성을 선발 투입했다. 김재성을 그대로 염기훈 자리에 두고 이청용과 쉬프트를 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초반 김재성이 중앙에 박지성이 측면에서 뛰는 포메이션으로 나섰고, 김재성은 후반 교체되어 나갈 때까지 특유의 왕성한 활동력으로 미들진에서 좋은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3. 우루과이는 전반 후반에 들어서면서 부터는 조금 전략을 달리했지만, 전반 초반에는 박지성을 수비수인 페레즈에게 전담하여 강한 압박을 했는데, 초반 박지성으로부터 시작되는 한국의 공격 흐름을 막기 위한 전술이었다. 골을 넣고 앞서가면서 이런 강도는 약해지고 전체적인 수비 조직을 이용한 전술로 바뀌었지만, 어쨋든 초반 박지성의 움직임을 강하게 압박한 것은 우루과이로서는 성공적이었다.

4. 전반 초반 수아레스의 골은 분명 수비 조직력의 문제였다 (이것을 정성룡 혼자의 실책으로 보긴 어렵다). 오히려 실책을 지적하자면 그 자리에서 수비를 끝까지 해야했던 이영표의 실책이었다. 분명 뒤에 우루과이 선수가 한 명 더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였는데, 아마도 그 골이 애매하게 골키퍼와 자신의 앞을 지나 뒤까지 흐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끝까지 사람을 막았어야 햇는데 아쉬운 부분이었다.

5. 한국에게는 이후에도 여러번의 찬스가 있었다. 박주영의 프리킥은 골포스트를 맞고 나왔고, 몇 번의 공격 찬스는 골로 이어지지 못했다. 후반 23분 이청용의 골이 성공되며 분위기는 한국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비가 엄청나게 내리는 경기장의 분위기와 더불어 어쨋든 우리가 좀 더 기세를 이어가는 과정이었다. 

6. 후반 터진 수아레스의 역전골은 상대였지만 정말 멋진 각으로 (그 혼전 상황을 감안하면 더욱 더!) 뻗어나간 골이었다. 수비중 김정우가 걷어낸다고 터치한 골이 수아레스에게 적절한 골 찬스로 연결되어 결국 골로 연결되었는데, 이건 수아레스가 잘 했다고 밖에는 볼 수 없었다. 혼전 속에서도 단 한 번의 집중력을 보인 수아레스 선수에게 박수를 보낼 만 하다.




7. 개인적으로는 이동국의 월드컵 출전을 정말 오래 고대해 왔었다. 그의 히스토리를 계속 함께한 팬으로서 두말하면 잔소리일 정도로 이번 월드컵에 갖는 의미는 클 수 밖에는 없었는데, 어쨋든 이동국에게는 짧지만 우루과이 전 후반 마지막 기회가 주어졌다. 

8. 이동국 선수가 교체 준비를 하고 있다는 아나운서의 멘트를 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는 없던 엄청난 긴장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마치 이전 미들스브로의 경기를 매경기 조마조마 하면서 보던 그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미들스브로에서 뛴 경기 하나하나는 마치 우루과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질 정도였는데, 어쨋든 짧은 시간 무언가 반드시 보여주어야만 했던 압박감이 컸던 시기로서, 우루과이 전의 이런 긴장감이 익숙할 정도였다.

9. 차범근 해설 위원이 계속 반복해서 이야기해 주었듯이, 이동국의 포스트 플레이는 참 좋았다. 후반 이동국의 포스트 플레이를 주 공격루트로 삼았던 대한민국에게 이동국의 이런 적극적인 수비수와의 몸싸움 장면은 추가골을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10. 이동국의 월드컵 출전을 고대한 만큼,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도 있었는데 그것은 잘해도 욕먹고 못해도 욕먹는 선수가 바로 이동국이었기 때문이다. 박지성, 이청용이 실수나 부진을 겪으면 '아쉬웠다'로 끝나지만, 이동국은 10번의 찬스 가운데 1번만 놓쳐도 '이동국 때문에 졌다'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동국이 우루과이를 꺽는 극적인 역전골을 성공시키지 않는 이상 (하긴 이렇다하더라도 욕먹었을지 모른다) 비난을 받을 확률이 너무 높았기 때문에 팬으로서 차라리 안나오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 싶었던 것이다.

11. 이동국이 놓친 결정적 슛찬스는 분명 아쉬운 장면이었다. 제대로 임팩트가 이뤄졌더라면 골로 연결될 수도 있었던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축구경기에서 이런 모든 것은 만약(if)일 뿐이지 누군가를 이 정도로 비난할 충분한 이유는 되지 않는다. 단 한번의 찬스를 놓쳤던 이동국이 이런 비난을 받아야 한다면, 그 전 상황에서 혼자 있었던 이동국에게 패스하지 않고 슛을 쏴 골을 놓쳐버린 이청용은 더 큰 비난을 받아야 할 것이며, 골대 맞추고 골을 넣지 못한 박주영도, 어쨋든 2골이나 먹은 정성룡도, 한국 선수 모두 결국 경기에 졌으니 저마다의 이유로 비난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매번 이동국만 유독 집중 비난을 받는지 모르겠다. 

12. 제일 우스운 건, 평소 이동국의 경기를 단 한 경기도 제대로 보지 않은 사람들이 단순히 언론에서 떠드는 '게으른 선수'라는 말도 안되는 자극적인 문구만 듣고 뛰쳐나와, '역시 게으른 선수답게 어쩌구 저쩌구'하는 것이다. 물론 월드컵에 대해 한 마디 하려면 각국의 리그 경기 혹은 K리그를 모두 꿰뚫고 있어야만 말할 자격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누군가를 욕하려면 그 전에 욕할 상대가 내가 하려는 욕을 먹을 만한 짓을 정말 했는지는 확인하고 하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그저 언론에서 만든 이미지로 겉핥기 식으로 만들어낸 자신만의 세상에서, 너무나 쉽게 누군가를 매장시키려 하는 것이 우스울 뿐이다. 이동국이 어떤 선수인가를 얘기하는 것은 두말하면 입 아프고, 얘기해야 그들에겐 여전히 '게으른 선수' 일테니 말할 필요도 없겠다.




13. 그렇다고 이동국의 슛 찬스가 아쉽지 않았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오히려 너무 안타까워 팔짝 뛸 정도였으니. 결국 2002년 당시 안정환처럼 드라마틱한 이야기에 주인공은 되지 못한 이동국 선수가 팬으로서 너무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에게 미련이 남지 않는 대회가 되었다면 정말 좋았겠지만 결국, 이동국 스스로에게 더 큰 미련이 남는 월드컵이 되어버렸다.

14. 이렇게 대한민국의 남아공 월드컵은 막을 내렸다. 첫 원정 16강이라는 어려운 목표를 이뤄냈으며, 이룬 것과 보안해야 할 점을 모두 확인할 수 있었던 대회였다. 16강을 마치고 우루과이 선수들이 정말 좋아하던 장면이나, 경기 뒤 인터뷰만 보아도 대한민국은 이제 정말 그 어느 팀도 쉽게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팀이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시켰다. 

15. 대한민국 팬들에겐 끝나버린 월드컵이지만, 축구 팬들에게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 남아공 월드컵이 더욱 기대된다!







대한민국 2:2 나이지리아


1. 16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었던 나이지리아와의 조별 마지막 경기. 대한민국은 그리스전과 동일한 라인업으로 나섰다. 즉, 오범석 대신 차두리가 나왔고, 염기훈이 그대로 나왔다는 사실. 사실 염기훈은 염기훈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도 있지만 박지성을 중앙에서 활용하기 위한 전술로 이해하는 편이 더 맞을 것 같다 (2차전이 끝나고 1순위로 염기훈을 잘못을 탓했던 허감독이 3차전에서 염기훈 카드를 또 들고 나온 것을 봐도 알 수 있음).

2. 사실 전체적으로 나이지리아가 운이 없었던 경기였다. 프리미어리거인 야쿠부는 이제 막 축구를 시작하는 학생들이나 할법한 실수를 저질렀고(이 장면에서 거의 포기하고 탄식을 내뱉었는데, 이걸 못 넣을 줄은 정말 몰랐다), 후반 교체되어 들어온 오빈나의 슛팅은 모두 공 한개 차이로 골대를 빗나갔다. 

3. 전후반 내내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칼루 우체는 전반 이른 시간에 골을 성공시켰는데, 이 골은 확실히 차두리의 실책성 플레이였다. 차두리는 이 날 전반적으로 폼이 별로 좋지 못했는데, 공격가담하는 장면도 거의 없었을 뿐더러 수비에서도 자주 측면을 내주면서 크로스를 허용해 위험을 초래했다. 지난 경기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 포지션은 국대 포지션 중에서 가장 선발에 고민이 많은(다 못해서가 아니라 다 잘해서) 포지션인데, 차두리와 오범석이 이렇게 널 뛰듯 기복있는 플레이을 보여주니 감독으로서 고민이 클 수 밖에는 없을 듯 하다. 

4. 나이지리아전을 비롯해 3차전 모두 동일한 클래스를 보여준 선수라면 역시 이영표를 들 수 있겠다. '수비를 하고 있잖아!'라는 카툰 속 대사처럼, 확실히 다른 클래스를 꾸준히 보여주었다. 이영표와 더불어 보이지 않게 가장 자신의 역할을 잘한 선수라면 김정우 선수를 들 수 있겠다. 나이지리아 전도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마치 맨유의 플래쳐처럼 상대의 공격시 일선에서 시간을 벌거나 중간중간 상대 공격 흐름을 끊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이 정도면 이연두의 남자친구로 아깝지 않다.

5. 이 날 이정수의 동점골은 예전 스콜스의 훼이크 슛 이후 훼이크 슛의 장을 월드컵으로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골이었다. 헤딩을 하는 척하면서 결국 다리로 골을 연결한 이정수의 골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동방예의지국 슛팅'으로 불리고 있는데, 기성용 크로스의 이정수 슛이라는 새로운 공격 루트는 확실히 위협적이다. 어쨋든 매번 그 다음에 골이 더 나오는 바람에 생각보다 주목을 못 받는 이정수 선수가 없었다면, 우리의 첫 원정 16강은 없었을 것이다.

6. 박주영의 역전 프리킥은 다시 보니 에네야마 골키퍼의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 수비벽에게 오른편을 맡기고 왼편을 지켰어야 했는데, 킥을 차는 순간 벽쪽으로 골이 오는 것으로 착각하고 움직이는 바람에, 그 반대편으로 온 골을 막아내지 못했다. 그렇다고 박주영의 골이 순전히 나이지리아 골키퍼의 실책이라는 것은 아니다. 박주영은 모나코의 왕자답게 아름다운 킥을 했고, 충분히 들어갈 만한 골이었다.

7. 후반 교체되어 들어온 나이지리아의 마르틴스와 오빈나는 정말 위협적이었다. 이 둘이 조금 만 더 운이 따랐거나 집중력을 보여주었더라면 2:2 스코어를 지키기 어려웠을 것이다. 2:2가 되고나서 크게 가슴을 쓸어내린 장면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휴.

8. 김남일의 패널티를 준 파울은 확실히 아쉬운 장면이었다. 선수들은 자신이 실수로 골을 빼앗기게 되면 본능적으로 그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더 큰 실수(파울)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날 김날일의 플레이가 대표적이었다. 만약 우리가 역전패라도해 16강에 못올라갔더라면 어땟을지, 김남일 선수야 말로 하늘에 대고 '주여'를 외쳤어야 하지 않나 싶다 ㅎ

9. 개인적으로는 후반 이동국이나 안정환 선수의 투입을 기대했으나 역시나 이루어지지 않았다. 허정무 감독의 취향을 떠나서 조별 경기에 한번도 나오지 않은 선수를, 더군다나 기존 멤버로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는 이 때에, 새로운 선수를 16강전에 투입하기는 더더욱 어려워졌다. 이동국 선수의 개인적인 팬으로서 꼭 월드컵 무대에서 제대로 실력을 발휘해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과연 우루과이 전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확실히 좀 부정적이긴 하다.

10. 후반 추가시간 김동진의 교체 투입은 시간 지연을 위한 것이 컸겠지만, 그 밖의 부수적인 기능이라면 이영표의 기도파트너로 투입한 것이 아닌가 싶다.

11. 자, 이제 강팀 우루과이와의 16강전이다 (우루과이의 경기를 다시 하나둘 살펴보니 상당히 강하다는 느낌이다. 특히 수와레즈와 포를란의 투 톱은 매우 위협적이며, 조별 경기 한 골도 실점하지 않은 수비도 인상적이다). 16강 전에서도 대한민국의 선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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