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3주... 그리고 2일 (4 Luni, 3 Saptamini Si 2 Zile, 2007)

지난해 칸 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한 루마니아의 신인 감독 크리스티안 문주의 작품.
일단은 이런 비상업적인 유럽영화에는 상업영화에 붙이는 홍보문구는 제발 쓰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전세계를 뒤흔든 충격영상!!!' 이게 도대체 무슨 클로버필드 한 문구인지....그리고 다른데서는 무슨 '반전'을
언급하며 홍보하는 것을 보았는데, 한국관객이 반전에 맛들린 것은 맞지만, 이런 영화에까지 이런
뻔한 홍보문구들을 써야되는가 싶다...

여튼 1987년 혁명 2년전의 루마니아를 배경으로 두 여자의, 하지만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당시 루마니아의 정세에 관해서 기본적인 배경지식이 없으면, 단순히 낙태에 관한 이야기로만
해설될 만한 영화이다. 하지만 당시 독재 정권이 지배하던 루마니아의 배경을 염두하고 영화를 본다면,
감독은 '낙태'라는 것을 주제가 아닌 '소재'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군다나 극 중 오틸리아는 자신이 겪지 않아도 될 친구 가비타의 일을 본인보다도 더 많은 부담을 갖고
스스로 떠안고 마는데, 미련할 정도로 친구의 일을 떠 안는 오틸리아의 모습은(더군다나 가비타는 자신의
일임에도 너무 우유부단하고 태평하기에 더더욱), 당시의 억압 체재에 반항하는 또 다른 행동임을
이야기하려고 하는 듯 하다.




이렇게 보았을 때 비슷하게 자신들의 아픈 과거사를 스스로 이야기한 <그르바비차>와 비교했을 때,
<그르바비차>는 이들의 이야기를 잘 알지 못한 다 하더라도, 영화 속에서 전해주는 정보만으로도 충분히
영화 전체를 공감할 수 있었던 데에 비해, 이 영화 <4개월, 3주...그리고 2일>은 영화가 전해주는 정보만으로는
이 같은 내용을 다 이해하기 어렵다. 개인적으로도 영화를 다보고 나중에야 찾아본 뒤에, 이런 배경이 있었구나
하고 알고나서야, 그런 의도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건, 이 영화가 스릴러도 아니고 무슨 반전 영화도 아니었지만,
롱테이크 촬영 기법을 통해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 상태를 정말로 잘 표현한 장면이었다. 남자친구 어머니의
생일 잔치에 초대 받아 식탁에서 대화를 나누는 이 긴 장면에서, 주인공 오틸리아의 불안한 심리 상태의 묘사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지만 무언가 계속 터질듯한 불안감을 잘 나타내준 멋진 장면이었다.
그리고 역시 나중에 태아를 안고 거리를 해매는 장면 역시, 핸드 헬드 기법까지 더해져, 마치 <추격자>를 보는
듯한 긴박감도 느낄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공산주의 체재 속에서 일어난 하나의 개인적인 작은 사건을 통해, 그 시대의 아픔을 표현하려한
작품이었으나, 개인적으로는 이 같은 배경에 대한 정보 전달이 영화 속에서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던 이유 때문에
그저 개인적인 심리 극으로 밖에는 감상할 수가 없었던 영화였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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