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 뱀파이어 헌터 (Abraham Lincoln: Vampire Hunter, 2012)

흥미로운 소재, 그 이상은 역부족




팀 버튼이 제작하고 '원티드'의 티무르 베크맘베토브가 연출한 '링컨 : 뱀파이어 헌터 (Abraham Lincoln: Vampire Hunter, 2012)'를 보았다. 이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첫 째도 소재요, 둘 째도 소재였다. 즉, 미 역사상 가장 유명한 대통령이라 할 수 있는 아브라함 링컨이 뱀파이어 헌터였다는 이야기 자체, 그 자체가 솔깃하게 한 것이다. 링컨의 모습을 한 주인공이 도끼를 들고 선 모습이 '호오~ 이거 재미있겠는데?' 라는 생각을 절로 들게 했는데, 역시나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지 '링컨 : 뱀파이어 헌터'는 딱 거기까지, 그 뿐이었다. 



ⓒ 20th Century Fox. All rights reserved


이 영화가 가장 아쉬웠던 점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지도자로서의 링컨 (역사에 근거한 부분)과 이 영화가 만들어 낸 뱀파이어 헌터로서의 링컨을 잘 버무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사실 '링컨 뱀파이어 헌터'라는 제목처럼 이 두 가지가 적절히 균형을 이뤄야만 이 작품은 비로소 흥미로워 질 수 있겠지만, 적절한 균형점을 찾지 못하다보니 결국 둘 중 하나를 선택한 것 보다 못한 결과를 만들어내지 않았나 싶다. 즉, 역사 속 링컨의 모습은 지운 채 그가 그 이면에서 펼쳤던 뱀파이어 헌터로서의 활약상과 이야기에 주목한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었겠다 싶다는 얘기다. 영화는 심하게 얘기하면 두 사람이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완전히 동떨어진 두 가지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까지 보였다. 그리고 이 두 가지의 전환이 너무 아무렇지 않게 (공감대를 이끌어내기도 전에) 전환되는 것이 가장 아쉬웠다. 그렇다보니 노예해방을 위해 남북전쟁을 이끄는 링컨에게도, 어머니를 잃고 뱀파이어에게 복수하려는 링컨에게도 매력을 느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영화가 더 완성도가 있었더라면 링컨이 다시 도끼를 꺼내들 때 심장이 두근 거릴 정도의 떨림과 기대감이 들어야 하는데, 미세한 떨림조차 전혀 느껴지지 않았을 정도로 공감대를 얻어내는 데에는 실패한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 20th Century Fox. All rights reserved


액션 역시 기존 뱀파이어 영화에서 그 동안 보여주었던 것 그 이상의 것은 없었다. 몇몇 회심의 액션 시퀀스가 있기는 했지만 '아, 여기가 회심의 액션 시퀀스구나'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였다. 이렇게 영화가 관객에게 공감대를 얻을 기회를 주지 않고 있기 때문에 배우들의 매력에도 빠져들기가 쉽지 않았다. 주연을 맡은 벤자민 워커의 경우 외모에서는 어린 리암 니슨이 느껴졌는데, 확실히 후반부 수염 덥수룩한 링컨의 모습을 형상화 한 것에는 성공했으나 스틸컷으로 본 것 이상의 감흥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최근 들어 스크린에서 만날 기회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 도미닉 쿠퍼 역시, 그의 전작들과 비교해보자면 그만의 매력을 느끼기에는 너무 평범한 캐릭터였다. 여주인공 역의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 역시 그 초롱초롱한 눈빛말고는 기억나는게 없을 정도로, 극에 기여하는 바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후 노역을 연기한 것은 마이너스로 느껴지기까지).



ⓒ 20th Century Fox. All rights reserved


(공감대를 얻는데 실패하다보니 링컨의 그 유명한 게티스버그 연설도 전혀 인상적이지 않았다)


'링컨 : 뱀파이어 헌터'는 참 흥미로운 소재로 구미를 당기게 한 작품이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 이상의 것은 없었던 아쉬운 영화였다. 차라리 링컨이 뱀파이어 헌터가 아니라 뱀파이어였다면 더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능했을지도.



1.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더군요. 나중에 크래딧 보고 알았네요.

2. 팀 버튼이 연출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의 명성을 언제쯤 되찾을 수 있을런지 모르겠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20th Century Fox 에 있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