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멜리에 : 블루레이 리뷰 (Amelie : Blu-ray Review)
드디어 제대로 된 화질과 사운드로 만나다!
 


프랑스 출신의 감독 장 피에르 주네의 대표작 '아멜리에 (Amélie, 2001)'가 블루레이로 출시되었다. '아멜리에'는 독특한 영상 세계를 추구하는 장 피에르 주네의 작품들 가운데서도 가장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텐데 오랜만에 다시 보게 되니, 한 때 그의 세계관에 흠뻑 빠져있었던 때로 잠시나마 돌아갈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그의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역시 1991년 작 '델리카트슨 (Delicatessen, 1991)'이었다. '델리카트슨'은 약간 기괴함이 있으면서도 독특한 영상미와 코미디와 가슴을 울리는 메시지가 묘하게 결합된 이야기로 단숨에 장 피에르 주네를 영화 팬들 사이에서 주목 받는 감독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장 피에르 주네의 작품에 더욱 빠져들게 했던 작품은 바로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 (La Cite' des Enfants Perdus, 1995)'였다. 이 작품의 인상은 아주 깊어서 아직까지도 가끔 꿈에 나올 정도로 아른거리곤 하는데, 확실히 내용 보다는 이미지가 남는 장 피에르 주네의 특성이 잘 표현된 작품이었다. 어둡고 기괴한 크리쳐와 배경들 속에서도 묘하게 감성적이고 또 은근히 웃긴 캐릭터들과 이야기는, 짧은 글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영상미에 최적화된 결과물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을 통해 장 피에르 주네에 대한 애정이 더욱 깊어짐은 물론이요, 론 펄먼과 도미니크 피농 같은 배우들을 각인시킬 수 있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참고로 '아멜리에'에도 출연하고 있는 도미니크 피농의 경우 장 피에르 주네의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을텐데, 앞서 여러 번 이야기했던 독특한 스타일의 세계관을 표현하기에 그 만큼 딱 맞는 마스크를 갖고 있는 배우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그는 '아멜리에'에서도 '죠셉'역할을 맡아 작은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이렇게 프랑스에서 주목을 받은 뒤 헐리웃으로 바로 캐스팅되어 만든 작품이 '에일리언 4 (Alien : Resurrection)'인데, '에일리언' 시리즈의 팬들에게는 기존과는 다른 화법의 작품에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였지만, 장 피에르 주네의 팬들에게는 사실 그가 '에일리언'과 같은 헐리웃 블록버스터의 감독으로 캐스팅 되었다는 자체가 놀라움과 기대를 동시에 갖게 되는 사실이었고, 작품 역시 기존 그의 스타일이 곳곳에 묻어나 있어서 (여기에도 물론 론 펄먼과 도미니크 피농이 출연하고 있어서 더욱 더!) 그리 나쁘지는 않았던 작품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2001년 다시 프랑스로 돌아와 만든 작품이 바로 오늘 소개할 '아멜리에'인데, 이 작품은 기존 그의 작품에서 볼 수 있었던 기괴함은 덜하고 오히려 사랑스러움이 증폭된 로맨틱 코미디 (일반적인 로맨틱 코미디와는 물론 다른 화법으로 전개된다)로서 다시 한번 장 피에르 주네라는 이름을 확고히하게 한 작품이었다.





'아멜리에'는 조금은 괴팍한 그의 영상철학을 숨기기는 커녕 오히려 과장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바로 이점이 오히려 더 많은 영화 팬들에게 그의 영화를 각인시키는 효과를 만들어 냈고, '만화같은 장면' 정도로 표현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카메라와 배우, 영화라는 매체 (배우가 카메라를 똑바로 보며 관객에게 얘기하는 것처럼) 그리고 무엇보다 그만의 상상력이 극대화된 결과물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여기에는 오드리 토투가 연기한 아주 사랑스러운 주인공 아멜리에 라는 캐릭터에 대한 얘기를 빼놓을 수 없을 텐데, 마치 히어로물을 통해 대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준 크리스토퍼 리브 (슈퍼맨)나 토비 맥과이어 (스파이더 맨)처럼 영화팬들이 오드리 토투라는 이름 만큼이나 (이름보다는) '아멜리에'라는 이름으로 더욱 기억할 만큼, 캐릭터와 배우가 완전한 싱크로를 보여준 흔치 않은 경우였다.




Blu-ray : Menu






노바미디어에서 라이센스로 출시한 블루레이의 경우, 기존 출시된 DVD를 단순히 화질/사운드만 HD급으로 업그레이드하여 출시한 것이 아니라, DVD출시시 문제로 지적되었던 부분들 및 여러가지 섬세한 부분들에 신경을 썼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는데, 메뉴 디자인 역시 그 중 하나다. 작품에 걸맞게 편지봉투 형식으로 표현한 것은 물론 'To. Blu-ray fans Korea / From. Jean-Pierre Jeunet'라는 로컬라이징 메시지가 특히 돋보인다. 참고로 블루레이 메뉴에는 아래 스크린샷과 같은 이스터에그도 숨어 있음으로, 한 번쯤 리모컨을 요리조리 조작해 보면 좋을듯.



Blu-ray : Quality

'아멜리에'는 장 피에르 주네의 작품들이 대부분 그러한 것처럼 화질 측면에서 블루레이가 몹시도 기다려졌던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DP 리뷰 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처럼 
장 피에르 주네 감독이 직접 블루레이 트랜스퍼를 감수하에 디지털 복원된 프랑스 TF1 제공의 소스를 원본으로 제작되었다. 우수한 원본과 꼼꼼한 제작과정을 통해 탄생한 '아멜리에' 블루레이의 화질은, 예전 기억 속에 어렴풋이 있었던 이 작품만의 영상미를 블루레이에 걸맞게 선명한 화질로 구현하고 있다. 

(아래의 스크린샷을 클릭하면 원본사이즈로 보실 수 있습니다)



10년 전 작품임을 감안한다면 물론 최고의 화질을 수록하고 있으며, 최신작과 비교하여도 손색이 없는 화질을 보여준다. 특히 '아멜리에'가 담고 있는 다양한 '색'을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드디어 제대로 된 '아멜리에'를 만나게 되었다고까지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DTS HD : MA 5.1 채널의 사운드 역시 아기자기함을 잘 살려냄은 물론, 기분 좋아지는 샹송의 분위기를 넉넉하게 담아내고 있다. 사실 '아멜리에'는 워낙에 영상미 측면이 기억에 남는 작품이라 음악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는데, 블루레이를 통해 제대로 듣게 된 영화 음악은 굉장히 다양하면서도 영상에 딱 맞도록 입혀져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영화 음악 외에 영상에 곁들여져 있는 다양한 효과음들의 선명도도 우수해, 작품의 톡톡튀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부가영상으로는 첫 번째로 장 피에르 주네 감독이 참여한 음성해설을 만나볼 수 있는데, 영화에 사용된 CG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물론 캐스팅 비화와 장면장면에 대한 소소한 뒷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이번 블루레이에는 기존 DVD에 수록되었던 부가영상들 외에 새롭게 HD영상으로 추가된 영상들이 있어 더욱 소장가치를 높이고 있는데, 그 가운데 가장 눈여겨 볼 만한 부가영상이 바로 '마스터 클래스 : 장 피에르 주네'이다. 약 45분 분량의 마스터 클래스로서 장 피에르 주네의 감독관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 그가 영화 감독을 꿈꾸게 했던 동경의 대상이 된 작품들은 어떤 것이었는지, 영화를 만들며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어떤 점인지, 그리고 '아멜리에'의 대한 이야기도 전해들을 수 있다. 특히 이 마스터 클래스는 개봉 후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진행된 인터뷰로서 현재시점에서 '아멜리에'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듯 하다.





'장 피에르 주네 : 인터뷰'와 '메이킹 오브 홈 무비'를 비롯한 이외의 부가영상들은 SD영상으로 제공되는데, 기존 DVD에 수록되었던 영상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 아니라 문제가 되었던 부분들을 모두 보완하여 수록되었다는 점이 특히 주목할 만한다. 정상적인 화면비는 물론이고 한국어 자막 역시 모두 다시 체크하여 오류나 잘못된 해석이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수정 및 보완이 이루어졌는데(본편과 음성해설 역시 마찬가지의 작업이 이루어졌다), 우리나라 같이 열악한 블루레이 시장에서 블록버스터 대박 신작 타이틀도 아닌 작품성에 보다 비중이 있는 구작 타이틀의 출시에 이 정도로 노력이 들어갔다는 것은 거의 '놀라움' 수준의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DVD와는 비교자체가 불가한 화질과 사운드 만으로도 충분한 소장가치가 있는 타이틀이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어쩌면 다수는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던 부분들까지 꼼꼼하게(긍정적 의미의 꼼꼼함) 신경 쓴 탓에 더욱 완벽한 블루레이 타이틀로 평가받을 수 있겠다.





'배우 오디션 장면'과 'NG장면' 그리고 '관객과의 대화'등에서 역시 SD급 영상이기는 하지만 기존 DVD보다는 나은 화질 개선 작업이 병행되었고, 역시 화면비 등도 개선되어 좀 더 정상적인 영상을 만나볼 수 있다. 관객과의 대화는 참여한 감독과 배우들 간의 소탈한 분위기를 엿볼 수 있어서 좋았고, 메이킹 영상에서는 촬영 전 다양한 헤어스타일의 변신을 통해 아멜리에 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프로모션 예고편들과 더불어 장 피에르 주네의 단편 '하찮은 일'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 단편에서도 역시 도미니크 피농을 만나볼 수 있다. 이 둘의 관계에 관심있는 팬들이라면 이 단편 역시 꼭 챙겨야할 컬렉션 중에 하나가 될 듯 싶다.




[총평] 10년만에 블루레이로 다시 만나게 된 장 피에르 주네의 '아멜리에'는 사실 그의 팬으로서도 전혀 기대하고 있던 바가 아니여서인지 (설마 나올까 하는 생각 때문에;;), 1차적으로는 BD 출시 사실 자체가 놀라웠고 2차적으로는 단순한 업그레이드 수준이 아니라 세심한 보완들이 더해진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앞서도 잠시 이야기했던 것처럼 현재 국내 블루레이 시장의 현실이 장인정신을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형편이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아멜리에' 블루레이가 갖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고 할 수 있겠다. 블루레이 스펙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줄 만한 점들이 넘치는 것은 물론이지만, 결국은 영화다. 10년 전 '아멜리에'를 보며 이 묘한 러브 스토리에 스르륵 빠져들었던 팬들에게, 최고의 판본으로 다시금 '아멜리에'를 만나게 해 줄 선물이 될 것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블루레이 캡쳐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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