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 블루레이 간단 리뷰 및 오픈케이스 (아트북)
(Avatar : Blu-ray Review and Open Case, Art book Image)


블루레이 유저로서 최근 발매된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 블루레이는 단연 최고의 화제를 모은 타이틀이었다. '아바타'는 극장에서 볼 때부터 블루레이 출시를 기다렸던 작품 가운데 가장 우선 순위에 놓였던 작품이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작품의 특수성 때문에 '아바타'는 극장 포맷에서도 보여줄 것이 많았었지만, 좀 더 극강의 집약된 체험을 할 수 있는 매체는 어쩌면 블루레이가 아닐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아바타' 블루레이의 AV 퀄리티는 정말 레퍼런스 그 자체다. 특히 화질의 경우는 누구도 흠을 잡기 어려울 정도로 현재까지 발매된 블루레이 가운데 최고 수준의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조심스레 아바타 블루레이를 플레이어에 넣고 드디어 재생되는 메뉴 화면을 보고 있노라면, 그야말로 입이 떡벌어지는 화질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메뉴 화면에 삽입된 영상만으로도 '와'하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니 이거 말 다했다. 사실 너무나 (블루레이로서) 기대 큰 타이틀이었기 때문에 막상 보고나면 좀 실망하지 않을까 했는데, 이런 우려를 넘고도 남을 만큼 우수한 화질이 수록되었다. 어쩌면 '아바타'는 블루레이 시대에 가장 어울리는 혹은 드디어 어울리는 첫 작품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사실 지금까지 출시된 타이틀 가운데서도 AV 측면에서 레퍼런스라 불릴 만한 타이틀은 제법 있었지만, 그럼에도 '아바타' 블루레이가 진정한 첫 번째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 이유는, 역시 타이틀이 아닌 작품의 제작 과정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간단히 얘기해서 지금까지 레퍼런스라 불리웠던 타이틀들은, 자체의 화질은 매우 우수한 편이었으나 애초부터 차세대 영상매체라는 그릇을 염두해 두지 않은(혹은 염두했더라도 그만의 특성을 100% 활용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부족했던) 작품들이 많았던 것에 비해,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는 애초부터 차세대 더 나아가 그 다음 세대의 영상매체(3D 입체 영상)까지 염두에 둔 작품이었기 때문에 비로소 블루레이라는 그릇의 크기에 걸 맞게 가득 찬 내용물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런 점을 도드라지게 발견할 수 있는 점은 '아바타'가 전방위 적으로 엄청난 양의 CG와 그린 스크린을 통한 촬영이 있었음에도, 블루레이에서 흔히 발견되곤 하는 실사와의 결합 장면에서 이질감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다는 점이다. CG가 많이 사용된 작품의 블루레이를 리뷰할 때마다 언급하는 내용이기도 한데, 극장에서 볼 때는 별로 느끼지 못하는 부분이지만, CG가 많이 사용된 작품들은 블루레이의 고화질로 보게 되면 그 외곽선이 실사의 외곽선에 비해 너무나도 선명해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다른 레이어로 표현되었다는 점을 느끼게 되곤 하는데, '아바타'의 경우는 이런 점이 정말 '매의 눈 (그야말로 매의 눈)'으로 보지 않는 이상은 거의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로 실사와 CG와의 경계가 블루레이에서도 커다란 이질감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CG소스에 버금갈 만큼 실사로 촬영한 소스의 퀄리티가 좋다보니 두 소스간의 간격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개인적으로는 일단 이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질감을 덜면서 자동적으로 전체적인 화질 퀄리티가 상승하게 되는 효과를 가져왔고 이는 한 눈에 봐도 놀라운 화질을 체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 화질 평가는 백마디 주옥같은 말보다 한 장의 캡쳐 화면이면 게임 끝인데, '아바타' 블루레이는 철저한 보안 탓에 여러가지 락을 걸어놓은 터라 일반적인 캡쳐 방법으로는 캡쳐가 불가능해 우수한 스크린샷을 함께 동봉할 수 없음이 아쉬울 뿐이다(초창기처럼 TV화면을 카메라로 찍어 교묘히 편집하는 방법을 쓸까도 했지만, 이렇게 '감안하고 보시라'라는 아쉬운 사진을 첨부하는 것보다는 아예 '직접 블루레이를 확인하시라'라는 편이 나을 것 같아 과감히 포기하였다).

사운드는 또 어떤가. 사실 사운드의 퀄리티 역시 레퍼런스라고 불릴 정도의 퀄리티이지만 체감하기에는 더 확 와닿는 화질 탓에 조금 평가 절하되고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DTS-HD M.A 5.1채널의 사운드는 나비 족이 만들어내는 가상의 사운드와 역시 판도라 행성이 만들어 내는 비현실적인 소리들을 실감나게 전달한다. 극장에서 느낄 수 있었던 사운드가 '임팩트'에 치중되어 있었다면 안방에서 블루레이를 통해 체감할 수 있는 사운드는 아무래도 '선명함'과 '다양함'을 들 수 있겠다. 블루레이가 DVD보다 좋은 이유 중 하나는 (당연스럽게도) 사운드 퀄리티의 향상인데, 쉽게 말해 안들리던 소리가 들린다는 점을 이야기할 수 있겠다. 그런데 '아바타'는 이런 안들리는 소리가 다른 작품에 비해 더 많다고 보면 되겠다. 극장에서는 화끈한 임팩트에 가려져 미처 들을 수 없었던 세심한 소리들이, 블루레이에 와서는 조금만 귀를 기울이게 되면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으니 이건 분명 블루레이만의 장점이라 하겠다. 아, 그리고 나도 인정할 수 밖에는 없겠다. 엄청난 화질 때문에 사운드 측면을 평가 절하 하는 것 말이다 ㅎ




이번 '아바타' 블루레이는 잘 알려졌다시피 서플먼트가 전무한 버전으로 먼저 출시되었다 (서플 등을 보강한 버전이 11월 정도에 출시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국내 출시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어쨋든 이번 '아바타' 블루레이 판매량이 보여준 작은 성과를 감안하자면 아주 어둡다고만 볼 수는 없겠다). 이렇게 서플먼트가 전무한 버전으로 출시된 타이틀임에도 소장가치가 높다고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화질과 사운드의 퀄리티가 만족스러운 편이다. 사실 개봉 당시 영화 평을 통해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작품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열광한 만큼의 감흥은 없었던 편이었다. 메시지나 줄거리는 평범했고(물론 평범한 것 가운데서는 최고 수준이라는 점에서 많은 별점을 주었었지만) 기술적으로만 진일보한 작품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는데, 후자의 특성을 좀 더 발휘할 수 있는 매체는 역시 블루레이, 블루레이였다. 우리가 새로운 미디어로 보았던 영화를 다시 볼 때 자주 느끼게 되는 것처럼, 이른바 '영화가 달라보이는' 효과를 느낄 수 있을 정도의 타이틀이었다.




만약 아직까지 '아바타'를 보지 않은 이들이 있다면, 보통 때와는 다르게 (극장 상영을 하고 있다는 전제 하에) 극장으로 달려가라는 것과 동등한 조건으로 블루레이 감상을 추천하고 싶을 정도다. 그 만큼 '아바타' 블루레이는 차세대 영상 매체인 '블루레이'라는 특성에 걸 맞는, 아니 '딱 맞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자, 눈물 닦고 한 번 더 판도라 행성으로 가보는거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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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Avatar, IMAX DMR 3D, 2009)
제임스 카메론의 기술론과 모노노케 히메


제임스 카메론의 무려 12년만의 신작 <아바타>는 전세계적인 흥행으로 기록을 세웠던 <타이타닉>이후 너무 오랜 만에 발표한 카메론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단연 화제를 모았으며, '차원이 다르다' '신세계를 선사한다' 등 홍보 측면에서도 비교를 불허하는 기술력을 앞세워 영화팬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작품이었다. 제임스 카메론을 다른 감독들에 비해 특별히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가 장인의 반열에 든 감독이라는 것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제임스 카메론이 장인의 반열에 들게 된 주된 능력이라면 역시 바탕에는 '기술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임스 카메론은 <타이타닉> <터미네이터 2>는 물론이고 대중들에게는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의 팬들 사이에서는 가장 사랑받는 작품 중 하나인 <어비스 (The Abyss),1989>를 통해 당대의 영화 가운데 최고의 기술력을 보여주며, 아니 신기술의 개발을 통해 한 차원 높은 영상을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한 차원 높은 세계를 경험하는 기회를 선사했다. 이번 <아바타>역시 포커스는 바로 이 기술력에 있었다는 점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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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의 기술력은 얼핏 봐도 그 체감도가 상당한 수준이다(물론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상당 수의 관객이 <아바타>를 통해 IMAX 3D는 물론, 3D입체 영화의 첫 경험을 치뤘다는 점과 홍보 측면에서 강력하게 어필한 '신세계'라는 단어가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는 점일 것이다). 제목 처럼 영화는 인간이 '아바타'라는, 자신의 몸을 대신할 수 있는 다른 존재를 통해 활동이 가능하다는 설정을 갖고 있는데, 역시나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SF영화에서 자주 반복되었던 '나를 대신하는 다른 존재'라는 설정이 아니라 이를 얼마나 자연스럽고 리얼하게 영화에서 구현해 내었는가 하는 기술 측면이라 하겠다. 그런 면에서 <아바타>는 역시 최고 수준의 모션 캡쳐 기술을 선보인다.

사실 <아바타> 같은 영화는 기술력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면 알 수록 감탄하게 될 영화가 아닐까 싶은데, 아주 일반적인 관객 입장에서 보자면 온몸에 센서를 달고 그린 스크린에서 연기를 하는 '모션 캡쳐'라는 기술은
이미 여러 판타지 영화에서 실제 배우를 대신하기 위해 많이 사용되었던 기술이라 할 수 있는데, <아바타>가 이들 보다 앞서는 점이라면 기존 작품들이 모션 캡쳐 캐릭터와 실제 캐릭터 간의 자연스런 조화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이 작품은 모션 캡쳐 캐릭터들만으로도 이야기의 감동과 공감대, 현실감을 100% 전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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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바타>역시 완벽하게 실제 배우들이 대체 가능한 세계라고 보긴 어렵지만(왜냐하면 '나비(Na’vi)’족이라는 인간이 아닌 특수한 종족으로 설정이 되어 있기 때문에 유리한 점이 있었다고 볼 수 있겠다), <아바타>는 분명 이제 곧 머지 않아 완전히 배우들이 직접 출연하지 않아도(스크린에 본인의 실제 얼굴을 내비치지 않아도) 전혀 지장이 없고 부자연스럽지 않은 작품들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을, 막연한 미래가 아닌 (영화에서 흔히 사용하는 자막처럼) '가까운 미래'에 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해 갖게 하는 첫 번째 작품이었다.

어쩌면 제임스 카메론은 이런 점을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 일부러 '아바타'라는 설정을 채용했는지도 모르겠다. <반지의 제왕>의 유명한 모션 캡쳐 캐릭터인 '골룸'이나, 몸을 선택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설정의 <써로게이트>같은 영화와는 다르게, <아바타>는 극중 주인공의 얼굴을 그대로 닮은 '나비'족 아바타가 등장하기 때문에 관객으로 하여금 '아, 저런식으로 가능하겠구나'하는 생각을 자연스레 불어넣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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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가 만족스러웠던 이유 중 하나는 제임스 카메론 답게 이런 기술력을 그냥 테크닉 측면에서만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적(혹은 대중적) 코드에 맞게 잘 버무렸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나중에 내용 측면을 이야기할 때 다시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작품은 굳이 다른 감독들의 작품을 들먹이지 않아도 될만큼 제임스 카메론 감독 전작들의 향수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마이클 베이처럼 직접적인 하나의 카메라 워킹을 인장처럼 삽입하지는 않았지만, 제이크 설리가 처음 이크란을 타고 나는 장면의 화면 구성과 음악은, 제임스 카메론을 '세상의 왕(King)'으로 만든 그 유명한 <타이타닉>의 한 장면을 그대로 연상시키며, 후반부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탈 것(?)은 <에일리언 2>에서 리플리가 탔던 파워로더의 업그레이드 형(물론 파워로더와는 달리 아바타의 그것은 본래부터 공격형이니 정확히 업그레이드라고는 볼 수 없겠지만;;)쯤 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새 옷을 갈아입은 동의반복의 화법은 어떠한 의도가 있다기보다는 그저 제임스 카메론 본인이 액션 시퀀스나 특정 시퀀스를 구성함에 있어 가장 자신있는 구성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특히 이야기의 새로움 보다는 눈이 휘둥그레지는 볼거리에 더 촛점이 맞춰져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동의반복이라는 혹은 오마주, 더 나아가 이야기의 부실 소리가 나올 것을 감안하더라도 영상이 이야기의 평범함을 압도할 것이라 믿었던 것, 아니 자신이 있었던 것이라고 해야 맞겠다. 확실히 <아바타>가 선사하는 놀라운 영상은 이야기의 부족함을 커버하는 수준이었다. 물론 <아바타>의 표면적 줄거리와 구성은 일반 액션 영화들, <모노노케 히메>를 비롯한 지브리 애니메이션 작품들(라퓨타가 연상되는 설정도 등장), 그 외에 여러 작품들에게서 영향을 받거나 이미 풀어낸 적이 있던 익숙한 것들이라 할 수 있겠는데, 눈여겨 볼 것은 이 평범한 줄거리에 비해 '판도라 행성'과
'나비(Na’vi)’족을 비롯한 그 광대한 세계관은 참으로 매니아들을 자극할 만한 매력적인 것이라는 점이다.

사실 아바타의 세계관은 슬쩍 들춰봐도 여러 가지 궁금한 이야기들이 많다. 나비 족에 대한 근원과 발전에 대한 이야기도 궁금하고, 그들 내의 후계자 구도 속 갈등과 다툼의 이야기, 그리고 이들에게도 전설로 내려오는 토르크 막토와 관련된 이야기, 그리고 '아바타'라는 기술과 인간들이 스스로 자신들을 죽음으로 몰아 나비 족에게까지 파괴의 손을 뻗을 수 밖에는 없었던 이야기 등 이것저것 상상해볼 수 있는 외전 격의 이야기들이 상당한 편이다. 아마도 이런 것들을 영화로도 다시 소개가 되고 구현이 되겠지만,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다시금 소개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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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듯이 <아바타>가 미덕으로 삼고 있는 것은 분명 '기술력'과 '압도하는 영상'이라는 점에서 이야기의 평범함은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지만, 개인적으로 '제임스 카메론이라면 그래도 좀
'이라는 기대치가 있었기 때문에 조금은 아쉬움이 남았다. 동의반복 보다는 무언가 또 다른 세계관과 새로운 이야기를 들고 나오길 기대했던 카메론의 신작에서 새로운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바타>를 다 보고 나서 가장 먼저 연상되었던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인 <모노노케 히메 (원령공주)>였다. <아바타>에서는 여러 작품의 흔적이 발견되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워낙에 <모노노케 히메>를 좋아하는 탓인지, 많은 부분이 겹쳐졌다.

역할을 대비시켜보자면 제이크 설리는 '아시타카'가 되겠고, 네이티리는 '산', 나비 족은 '모로'일족을 비롯한 숲의 신들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겠다. 쿼리치 대령은 '에보시'쯤 되겠고, 나비 족이 신성시하는 나무는 '시시가미'로 비교해볼 수 있겠다. 그런데 만약 위와 같은 정확한 대비였다면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더 좋은 내용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아바타>는 비슷은 하지만 내용과 메시지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바타>의 세계관, 특히 나비 족의 세계관은 확실히 서양의 것은 아니다. 인간 뿐만 아니라 동식물에도 모두 영혼이 존재한다고 믿는 사상은 분명 동양의 것에 훨씬 가깝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노노케 히메>에서는 동물의 개념이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 우리가 흔히 동물이라고 여기는 맷돼지, 고릴라, 들개 등은 모두 어느 숲의 신으로 받아들여진다. 나비 족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다. 네이티리는 제이크를 공격하는 사나운 무리를 공격하여 죽음에 이르게하지만, 이것은 필요에 의한 해침이라기 보다는 어쩔 수 없는 과정과 영혼으로서 인식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이크란 역시 단순히 '탈 것'이 아니라 영혼을 교감하는 존재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음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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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에 대한 아주 미세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없다고 봐도 무방하나 민감한 분들을 위해~)

그런데 <모노노케 히메>와 다른 점이라면 바로 아시타카와 제이크 설리의 차이점, 그리고 에보시와 쿼리치 대령으로 대표되는 기업의 차이점에 있다. 아시타카는 인간이면서(숲의 신에게 저주를 받았으면서도)도 숲의 신과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고 있는 중간자적인 캐릭터였다. 그는 에보시로 대변되는 인간문명세계와 산으로 대변되는 자연과 신의 세계 중 어느 한 편에 서지 않고 두 세계의 조화를 이뤄내려고하는 분명한 중간자이자 커뮤니케이터였다. 제이크 설리도 인간이면서 아바타를 통해 나비 족이기도 한 것은 비슷하다. 하지만 제이크는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나비 족에게 가혹하기만한 인간들을 완전한 적으로 받아들였고, 결국 나비 족이 되어 인간과 적으로서 대항하게 된다.


쿼리치 대령과 에보시는 사실 큰 성격만 같을 뿐이지 겹쳐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을 정도로 작품에서 묘사하는 방식이 틀린 편인데, 에보시는 숲의 신을 죽이고 개발에 앞장서는 파괴자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론 생존의 테마가 깔린 이해 될만한 캐릭터였다. 하지만 쿼리치 대령은 그저 '악'일 뿐이다. 그는 흔히 이런 액션 영화에서 등장하는 별 이유없이 나쁜 놈이며, 전쟁 광에 가깝게 그려진다. 오히려 에보시의 성격을 조금이나마 대변하는 것은 이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파커를 비롯한 회사라고 볼 수 있겠다. 쿼리치와는 달리 파커는 무참히 나비 족의 성역이 쓰러져 나갈 때 망연자실한 표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 표정 속에는 분명 '우리가 이렇게 까지 해야 되는건가?'하는 의문과 자책이 묻어 있었다. 또한 마지막 장면의 내레이션을 통해 엿볼 수 있었던 것처럼, 인간들은 결국 이곳에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고 다시 죽어가는 자신들의 터전으로 돌아간 것으로 설명된다. 이것은 <아바타>의 인간들 역시 <모노노케 히메>의 에보시와 사람들처럼 생존의 테마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이런 점은 거의 드러나지 못하고 있다.

제이크 설리가 인간과 나비 족을 화합으로 이끄는(어느 한편을 분명한 적으로 삼지 않는) 중간자적인 존재로 그려졌더라면, 그리고 자본주의와 폭력성으로 뭉친 인간들을 묘사함에 있어 생존의 테마와 자신들의 폭력성을 뒤늦게라도 뉘우치는 이해의 메시지가 있었다면 좀 더 만족스러운 이야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 쓰고나니 오해의 소지가 조금 있는데, 영화 속 인간들의 폭력성에 그럴 수 밖에는 없었던 이유를 만들어주자 가 아니라, 그럴 수 밖에는 없었던 이유를 설득력있게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이해 가능한 범위의 폭력성과 성격으로 그려내었다면 더 좋았겠다라는 점이었다(쿼리치 대령과 같은 캐릭터라면, 사실 아무런 이해의 여지가 없는 것이 사실. 완전 개발회사=쿼리티 였다면 차라리 아쉬움이 없었을텐데, 파커의 후회스런 표정과 마지막 내레이션 때문에 여지가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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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제임스 카메론의 복귀작 (하긴 은퇴를 한 것도 아니었으니 복귀작 보다는 오랜 준비작이 맞겠다) <아바타>는 이야기에 대한 개인적인 아쉬움은 있었지만, 대부분은 이런 아쉬움을 소소한 것으로 만들어 버릴 정도로 관객을 압도하는 영상과 스펙터클로 가득찬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아바타>는 분명 21세기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경험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1. 전 네이티리의 얼굴을 보면서 왜 그렇게 한예슬 씨가 연상되던지...
2. 시고니 위버는 나비 족이 되도 너무 얼굴이 알아보기 쉬워서 조금 민망스럽기도 ㅎ
3. 많은 분들이 네이티리 역의 조 샐다나에 열광하셨지만, 전 그래도 미셸 로드리게즈가 더! ^^
4. 3D IMAX로 감상하였는데 3D의 효과가 오히려 두드러진 편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그냥 2D 디지털 관람이 개인에 따라 더 나을 수도 있겠구요.
5. 2시간 42분의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게 느껴졌다는 건 분명 재미있었다는 증거겠죠.
6. 제 별점 기준으로 보았을 때, 4개에 가까운 4개 반으로 보시면 되겠네요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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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현재 영화팬들 사이에서 가장 큰 기대를 받고 있는 작품일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신작 <아바타>를, 전세계 237개 지역 221개 관에서 동시진행하는 '아바타 데이' 행사를 통해 먼저 만나보고 왔습니다. 참고로 <아바타>는 12월 17일 전세계 동시 개봉을 앞두고 있는 작품으로서 무려 개봉하려면 4달 가까이 남은 영화죠. 그렇기 때문에 이번 특별한 시사회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현장에서 나눠준 간단한 브로셔인데, 영화에 대한 아주 간단한 설명과 개봉일, 그리고 아바타 데이에 대한 설명이 담겨있습니다. 하나 재미있는 건 아직도 <타이타닉> 감독 작품으로 밖에는 홍보할 수 없는 아쉬움이랄까요. 일반 대중들을 상대로 '제임스 카메론 감독 작품'이라고 쓰기엔 아무래도 임팩트가 부족하다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아마 국내에서 일반 대중들을 상대로 이 같이 감독 이름만으로 홍보할 수 있는 이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네요. 여튼 간단하게 브로셔를 둘러 보고는 두근두근 하는 마음을 안고, 손에는 3D 입체안경을 움켜쥐고 상영관에 앉아 초조하게 기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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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시작하기 전에 인트로 영상으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직접 입체 안경을 들고나와, 이 20분 분량의 짧은 영상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자, 보시죠, 하고는 입체 안경을 쓰윽 쓰지 않을까 했는데 그러지는 않더군요 ^^;)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라는 말에 안심하고 보게 되었죠. 정말 제임스 카메론의 말 답게 스포일러가 나올 만 하면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더군요. 몇몇 시퀀스를 보여주기는 하나 결정적인 장면은 등장하지 않으며, 초반 설정 장면과 대화 장면, 액션 장면이 짧지만 골고루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액션 장면들 역시 극중 아바타 들이 벌이는 액션과 인간과 괴물이 벌이는 액션, 아바타와 괴물과 벌이는 액션 등으로 나누어 확인할 수 있을 것 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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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인간이 '아바타'라는 존재가 된 이후에, 인간과 아바타의 크기 차이의 묘사랄까요. 아주 거대한 거인도 아니지만 인간 보다는 훨씬 큰 아바타의 크기가 실감나게 느껴지는 카메라 앵글이 돋보이더군요. 그 섬세한 앵글 덕분인지 이 크기의 차이가 실제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이후 시퀀스는 본격적으로 아바타 (그런데 이 외계인으로 보이는 존재를 '아바타'라고 칭해도 되는지 잘 모르겠네요 ;;)들이 존재하는 공간에서 다양한 장면들이 전개됩니다. 기묘한 공룡이 모습을 하고 있는 괴물들과 아바타들의 추격전, 아바타가 자신이 타고 다닐 괴물(익룡 혹은 용의 모습을 닮은 존재. 정확한 이름이 기억이 안나네요 ^^;)을 길들이는 장면, 그리고 예고편을 통해 만나볼 수 있었던 인간과의 전투 장면 등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게임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이 아바타의 세계의 모습은 신비로우면서도 상당히 설득력있는 모습이었으며, 아바타라는 존재들의 묘사에 있어서도 배우들의 얼굴을 엿볼 수 있으면서도(시고니 위버 얼굴을 한 아바타는 단번에 알아보겠더군요), 그 독특한 피부 질감이 신비롭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익룡을 타고 나는 장면에서 배경 묘사를 보니 CG로 그린 것이 아니라 실사임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움직이는 물체 주변은 아무래도 CG의 사용이 많았던 듯 싶지만, 먼 발치의 실사 배경이 어울려 더더욱 있을 법한 신비의 세계를 그려낸 듯 했습니다(여기서 혼자 감탄!). 이번 20분 프리뷰에서는 인간들과 전투 장면은 예고편에 등장한 장면 외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았는데, 인간과 아바타 벌이는 즉 실사 캐릭터와 CG캐릭터가 맞물리는 장면의 완성도만 만족스럽다면, 흠잡을데 없는 강렬한 영상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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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짧은 영상이었지만 감독의 전작을 연상시킬 만한 병기라던가 장면들을 발견할 수 있더군요. <에일리언 2>에서 리플리가 타고 등장했었던 '파워로더'를 연상시키는 병기도 그렇고, 전투 비행정의 모습 역시 <터미네이터>와 <에일리언>에 등장했던 비행정의 모습을 업그레이드한 듯한 모습이었습니다(프로펠러를 상하로 위치시켜서 수직상승할 수 있는 모습말이죠).

용산 CGV에서 아이맥스 3D로 감상하였는데, 이미 많은 3D 아이맥스를 접한터라 포맷에 대한 감흥은 덜했지만 제임스 카메론이 아이맥스 3D를 사용하는 방법을 보니 확실히 조금 다른 점이 느껴지긴 했습니다. 일단 그 아바타 행성(?)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날파리(?)의 묘사는 확실히 입체영화에 최적화된 설정이라 아니할 수 없더군요. 그리고 긴박감 넘치는 추격, 액션 장면의 경우 핸드헬드 효과를 내려는 촬영 방식이 어느 정도 아이맥스 3D의 효과를 더해주는 면도 있는 반면, 개인적으론 좀 과도한 사용이 아닌가 싶기도 하더라구요.

어쩃든 이렇게 단 20분 공개만으로 큰 이슈를 일으킬 수 있는 것만으로도 <아바타>에 거는 영화팬들의 관심과 기대는 대단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얼른 12월 17일이 되어 완전한 <아바타>를 즐겨보고 싶네요. 어떻게 기다리나요!!


1. 그러고 보니 주연을 맡은 샘 워싱턴의 경우, 어찌되었든 '터미네이터'와 연관이 있는 배우로군요.
2. 시고니 위버의 모습은 무척이나 반갑더군요!
3. 12월까지 어떻게 기다리나요! ㅠ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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