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 Atomos Part Secret (SINGLE)

01. Bermuda [Triangle]
02. Juliet
03. Coma
04. Bermuda [Triangle][RMX]


짧은 리뷰를 시작하기 전에 굳이 밝히고 넘어가자면 나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광신도이자 오랜 팬으로, 서태지의 팬 대부분이 그렇듯이 일반적인 팬 이상으로 추억과 감정을 공유하고 있는 존재로서 서태지를 인식하고 있다. 싱글 형식을 취하면서 더더욱 욕을 많이 먹고 있는 듯한 서태지의 새 싱글 'Atomos Part Secret'을 언제나처럼 예약을 통해 손에 쥐게 되었다. 먼저 음반에 관한 얘기를 하기 전에 다른 얘기를 좀 늘어놓자면, 발매 당일 아침에 교보문고 앞에 줄을 길게 늘어서 있는 팬들, 사자마자 그 자리에서 한 시라도 빨리 들어보기 위해 요즘은 잘 쓰지도 않는 CDP를 일부러 구매했다는 팬들까지. 이 광경이 나에게는 오버스럽거나 유치해보이지 않았다. 나도 한 때는 서태지 음반이 나온다는 소식을 전국에서 누구보다 먼저 접하고 주변에 알려주었던 사람이었고, 음반 가게에 가서 선불을 내고는 그냥 메모지에 번호와 예매권이라고만 써있는 종이를 받아가며 앨범발매를 손꼽아 기다려 본 적도 있었다. 도대체 어떤 음악일까 궁금해 잠못 이룬적도 있었고, 정말 CD혹은 테입을 사자마자 그 자리에서 몇 번이고 들어본 적도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까지 그런 열정을 가지고 앨범 발매일 새벽에 문을 열지도 않은 음반샾앞에서 손을 호호 불어가며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음반을 구매하고는 미처 집까지 가는걸 기다리지 못하고 계단에서 부랴부랴 음반을 들어보는 광경이 부러운 한편, 아련하게도 느껴졌다.

여튼 개인적인 회상은 뒤로 하고, 항상 논란이 되고야 마는 서태지의 새 싱글이 드디어 발매가 되었다.





이번 싱글을 잘 알다시피 일단 '싱글 앨범'으로서 정규 앨범과는 차이가 있고, 지난 번 'Moai'가 수록되었던 싱글 'Atomos Part Moai' 이후 발매된 두 번째 싱글이다.
(서태지 - Atomos Part Moai 리뷰 보기 : 서태지와 아이들의 향수를 느끼다! http://www.realfolkblues.co.kr/688)

일단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이번 싱글과 첫 번째 싱글을 동일선상에서 1:1 비교하기는 조금 무리가 있을 듯 싶다. 첫 번째 싱글
'Atomos Part Moai'는 추후에 발매된 앨범에 대한 전체적인 컨셉과 분위기를 소개하고 알리는 의미를 함께 갖고 있던 싱글이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임팩트 면이나 신선도 면에서 두 번째 싱글인 'Atomos Part Secret'보다는 더 유리할 수 밖에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국내에 싱글이란 포맷은 정착되지 못한 탓에 일반 대중들은 '싱글=앨범'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더군다나 서태지라면 매 앨범 마다 확확 달라져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추가되어 이번 싱글은 조금 아쉽다는 평을 더 듣게 되는 것 같다. 물론 논란이 되고 있는 싱글 음반 가격에 대해 짧게 얘기하자면, 개인적으로도 정규앨범과 큰 차이가 없는 가격은 조금은 불만이다. 서태지 본인은 그 정도 값을 하는 음악을 수록했기 때문에 상관없다는 의견을 남기기도 했는데, 서태지 본인도 알다시피 국내 음반 시장은 물론 싱글 시장은 아예 개념조차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초월하는 개념을 등장시킨 것은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만약 일본 처럼 싱글 시장이 자리잡은 상황이었다면, 기존 가격과 다른 가격대의 싱글을 내면서 '나는 자신있다'라는 데에 큰 거부감들이 생기지 않았겠지만, 앞선 이유들처럼 이런 상황을 너무 초월한 방법이 아니었나 하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데 재미있는건 가격이 비싸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가격이 싸더라도 음반을 사지 않을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그냥 서태지가 싫은 사람은 제외하더라도, 음반 구매해본지는 백만년도 넘은 이들이 음반 가격대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다. 그 만큼 앨범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이 소수가 된 현실이 한탄스럽기도 하고.





이번 싱글에는 보다시피 총 4곡이 수록되었는데, 이미 디지털 싱글로 공개되었던 'Bermuda [Triangle]'과 이 곡의 리믹스를 제외하면 신곡은 2곡 뿐이다. 일단 첫 번째 곡 'Bermuda [Triangle]'은 이미 뮤직비디오로도 자주 접해서 인지 매우 익숙함을 넘어서 반가움이 느껴졌다. 예전 곡이 공개된 이후로 몇몇 팬들 사이에서는 'Moai'보다 좋다는 평을 듣기도 했던 곡으로, 전체적으로 네이쳐 파운드 사운드 보다는 'Heffy End'가 수록되었던 7집의 음악들과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곡이기도 하다. 하지만 물론 곡을 뒷받침하고 있는 소스들에서는 네이처 파운드 사운드를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피아노 선율과 록 사운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 곡으로서 후렴구도 몇 번 듣게 되면 외울 정도로 대중적인 멜로디 라인은 여전하다. 두 번째 곡 'Juliet' 역시 드럼 사운드가 초반 부터 강조된 곡임을 알 수 있다. 초반 인트로가 지나면 연약한 태지의 보이스가 신비한 느낌을 주는데, 이 시퀀스와 록 사운드 부분은 계속 맞물려 진행된다. 전체적으로는 크게 부담스럽지 않게 즐길 수 있는 곡으로 후반부 역시 너무 고조되지 않고 절제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세 번째 곡 'Coma'는 서태지 음반에 꼭 한 곡 씩은 들어있는 암울함과 슬픈 감정이 드러나고 있는 곡이다. 서태지의 이런 곡들엔 거의 흡사한 감성과 분위기가 있는데, 이곡 'Coma'에서도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왠지 곡을 듣고 있노라면 대충 어떤 분위기의 뮤직비디오가 그려진달까. 상실과 허무함, 그리고 외로움마저 느낄 수 있었다. 이 곡에도 피아노 선율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으며 전반적으로 어쿠스틱 배킹이 깔려있어 좀 더 위와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극적인 요소도 느낄 수 있지만 '죽음의 늪'이나 '기억나니'등 처럼 이 부분만 강조된 경우는 아니다. 네 번째 트랙은 'Bermuda [Triangle][RMX]'로 'Bermuda [Triangle]'의 리믹스 트랙이다. 일단 일반적인 리믹스 트랙하면 그저 반주 조금 틀려진 같은 곡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팬이 아니더라도 이번 리믹스 트랙의 수준이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본래 트랙이 좀 더 록적인 요소가 강했다면 이번 리믹스 트랙은 좀 더 네이쳐 파운드 사운드의 요소를 적극 가미한 곡으로, 기본적인 리듬 구조자체가 틀리다. 물론 개인적으론 원곡이 좀 더 마음에 들긴 하지만, 공간감이 느껴지는 태지의 보이스를 만나볼 수 있는 리믹스 버전도 스쳐 듯기엔 아쉬운 트랙이다.




서태지의 팬으로서 사실 무조건 구매한 앨범이긴 하지만, 확실히 전작이었던 'Atomos Part Moai'와 비교하자면 임팩트면에서는 조금 심심한 싱글이 될 수도 있겠다. 그래도 팬들이라면 어쩔 수 없이 구매할 수 밖에는 없는 또 하나의 싱글이 되겠지만 말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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