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 나이트폴 2부 : 밤을 지배하는 자 (Batman Knightfall : Who Rules the Night)

밤을 지배하는 자의 숙명



1부 '부러진 박쥐'가 극도에 달한 배트맨의 피곤함과 이를 매우 영리하게 노리고 있는 베인과의 관계를 그렸다면, 2부 '밤을 지배하는 자'는 그렇게 배트맨이 베인에게 부러져버린 뒤 그 자리를 대신한 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배트맨이 그렇게 부러져버린 뒤 더 혼란을 겪게 된 고담을 위해 배트맨은, 자신의 코스츔을 입고 대신하여 베인으로 대표되는 범죄와의 긴장 관계를 계속 지속시켜줄 사람을 정하게 되는데 바로 그가 아즈라엘로 활동하고 있던 장 폴이다. 장 폴은 배트맨의 코스츔을 입고 배트맨 행세를 하며 점점 변해가는데 (물론 본래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보긴 어렵지만) 그 과정을 통해 '나이트폴 2부'는 배트맨이라는 영웅, 고담의 밤을 지배하는 자의 위치 혹은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히어로 물들에 꼭 등장하는 설정 중 하나가 항상 정의의 편에 서 있던 영웅이 어떠한 요인 (외부적 감염, 중독 등)으로 인해 악당이 되어 버린다거나, 혹은 더 이상 영웅으로서 활동하기를 포기하게 되어 부제를 겪게 되는 이야기인데, 바로 이 2부의 내용이 이런 상황과 구조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여기서 조금 다른 점은 누군가가 영웅의 자리를 대신하는 것으로 새삼 확인해볼 수 있는 영웅의 존재감과 힘겨움이랄까. 당연히 감당할 수 있겠지 혹은 감당하는건 별일 아니겠지 했던 영웅적인 일들을 다른 존재가 대체하게 되었을 때 겪게 되는 혼란을 통해, 그 존재와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 어떠한 고통이 따르는지를 조금이나마 가늠하게 해주는 것이다. '밤을 지배하는 자'에서는 장 폴이 그 역할을 대체하는데 다시 말해 이건 장폴의 문제가 아니라 '배트맨'이라는 존재 자체가 겪고 있는 문제를 다른 거울로 비춰주고 있는 것이다.





배트맨이 끝까지 고수하고 있는 원칙들이 무너졌을 때 어떠한 일들이 일어나는지, 혹은 무너졌을 때 더 효과적인 처리가 되는지 등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이는 배트맨이 계속 갈등하고 고민하는 문제를 다른 대체자를 통해 확인해보게 되는 것으로서, 단순히 코스츔을 입어서가 아니라 결국 배트맨에 관한 본질적인 이야기를 또 한 번 만나볼 수 있다. 결국 '밤을 지배하는 자'라는 부제는 그 밤을 지배하는 자의 '숙명'에 대한 것을 생각해보게 한다.






1부 보다는 빠르게 읽히지만 확실히 진짜 배트맨의 부제는 고민의 깊이 측면에서 조금 부족했기에 전편보다는 심심한 편이었다. 뭐 이 작품을 각 부 별로 평가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서도.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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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나이트폴 1부 : 부러진 박쥐 (Batman Knightfall : Part One - Broken Bat)

악전고투하는 배트맨 그리고 베인



잠깐 마블 작품들에 눈을 돌리긴 했지만 그래픽 노블/코믹스 측면에서 확실히 개인적으로 더 재미있었던 건 DC코믹스의 배트맨 작품들이었다. 그래서 배트맨과 관련된 작품들 (배트맨 이어 원, 허쉬, 롱 할로윈, 조커, 킬링 조크, 아캄 어사일럼 등)은 빼놓치 않고 꾸준히 구입해 왔었는데, 이제 이번 주면 개봉할 (드디어 이번 주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게 되었다 ㅠㅠ) '다크나이트 라이즈' 감상에 앞서 베인이 비중있게 등장하는 '배트맨 나이트폴'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적절한 타이밍에 세미콜론에서 발간이 되어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일단 3부작 가운데 1부 '부러진 박쥐'만을 먼저 읽어보았는데, 역시 익히 들었던 바와 같이 이 작품에서 배트맨은 그 어떤 작품들 보다도 악전고투를 벌인다. '악전고투'의 사전적 의미는 '불리한 상황에서 우세한 적을 상대로 죽을힘을 다하여 싸움' 인데, '나이트폴'에서 배트맨에게 불리한 상황이란 일차적으로 피로를 들 수 있겠다. 실제로 '나이트폴'을 보다보면 강한 적의 등장으로 인한 막막함과 무력함 보다는, 상처를 치료할 시간 조차 없을 정도로 바쁘고 쉬지 못하는 배트맨의 피로가 가장 강하게 느껴진다. 오죽했으면 가장 기억나는 배트맨의 대사가 '피곤하다'일까. 아프다 와 피곤하다는 굉장한 차이가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바로 이 피곤함이 120% 느껴진다. 배트맨의 독백들은 전부 이 피로와 연결된다고 봐도 될 정도인데, 만약 배트맨을 이 작품으로 처음 접하는 이들이 본다면 간혹 짜증을 낼 수도 있을 정도로 (아니 뭐 배트맨이 이래! 라고) '부러진 박쥐'에서의 배트맨은 스스로 그 사실을 숨길 수 없을 정도의 극도로 피곤한 상태다.





그런데 아캄 감옥의 죄수들이 대대적으로 고담으로 쏟아져나오면서 배트맨에게는 전혀 숨돌릴 시간조차 주지 않는다. 아무리 상처를 입었더라도 배트맨에게 주어지는 휴식이라고는 고작 수트를 갈아입으러 배트 케이브로 돌아오거나 샤워를 하는 정도다. 그러고는 정말 바쁜 샐러리맨처럼 다시 금 수트를 입고는 만류하는 알프레드를 뿌리치며 다시금 악당들을 상대하러 나간다. 실제로 이 작품을 보면서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샐러리맨의 그것과 겹쳐졌는데, 일중독이 있는 것처럼 여기에서도 배트맨으로부터 일종의 중독 혹은 집착을 은연 중에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고담을 지켜야할 영웅으로서 주요 범죄자들 모두가 아캄 감옥을 탈출한 이 상황은 지체할 수 없는 것이지만, 이 일들을 잠깐의 휴식도 없이 몰아붙이는 배트맨의 모습에서는 피곤함과 집착이 동시에 느껴진다. 이러한 설정은 배트맨이라는 캐릭터가 갖고 있는 가장 매력적인 이중성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극한의 상황에 몰리면 몰릴 수록 이러한 이중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는 더 커져간다.





그리고 이 피로함의 끝과 시작에는 베인이 있다. 앞서도 이야기했던 것처럼 '나이트폴'을 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다크나이트 라이즈'에 주적으로 등장하는 베인이 나오기 때문이었는데, 그 외형적 모습과는 달리 베인은 상당히 지능적인 캐릭터였다. 즉, 이런 류의 악당들이 주로 범하는 섣부른 실수를 하지 않는 아주 신중한 캐릭터라는 얘기다. 사실 '부러진 박쥐'의 전개로만 보자면 베인 입장에서는 거의 작품의 첫 장면에서 배트맨과 상대했어도 승산이 있을 만큼 배트맨은 이미 지쳐있는 상태인데, 베인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싶을 정도를 넘어서서 완벽한 타이밍까지 기다리는 인내심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인내심은 더더욱 배트맨을 고민하게 만들기도 했다. 배트맨은 악당들을 하나씩 상대하는 와중에도 그 뒤에는 결국 베인이 버티고 있다는 사실에 더 큰 피로감을 느끼게 되는데, 왜냐하면 본인 스스로가 자신의 상태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배트맨 입장에서는 아직 베인을 만나지도 못했는데 자신은 이미 서있기 조차 힘든 상태로 무너져 버린 상태라, 어차피 언젠가는 닥쳐올 베인과의 만남이 이뤄지기 전부터 시종일관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나이트폴 : 부러진 박쥐'는 이렇듯 만신창이의 몸으로 악전고투하고 있는 배트맨과 이를 멀지만 가까운 곳에서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는 영리한 베인의 관계를 리듬감있게 풀어놓은 작품이다. 특히 많은 비중을 차지 하고 있는 배트맨의 독백들이 인상적이었는데, 이 독백들에게서 배트맨이라는 캐릭터 만의 갈등요소와 스트레스 요인 그리고 이중적 매력을 다 엿볼 수 있었다. 모든 걸 떠나서 이 작품을 보고 있으면 정말로 읽는 나조차도 피로함이 느껴질 정도로 쉴 틈이 없는 배트맨의 모습에 안쓰러움마저 들게 된다. 그리고 그 안쓰러움을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도 만나보게 될까봐 벌써부터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그 이전에 먼저 2부 '밤을 지배하는 자'부터 읽어봐야겠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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