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쉽 (Battleship, 2012)

존 카터 해군에 가다



(위의 글 제목은 어린 시절 보았던 '어니스트' 시리즈에서 영향 받았음을 알립니다) 피터 버그 감독의 신작 '배틀쉽 (Battleship, 2012)'은 볼까말까 늦게까지 고민이 되었던 영화였다. '배틀쉽' 같은 영화를 보러 가는 심정은 다른 영화들과는 조금 다른데, 무언가 극장을 나오며 깊은 여운이나 메시지를 안고 나오기 보다는, 그저 러닝 타임동안 다른 생각 안하고 영화 속 액션에만 집중할 수 있는, 이른바 킬링타임 영화에 대한 기대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바로 이런 킬링타임 영화로서의 기대를 얼마나 충족시켜줄지가 좀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킬링타임 영화에 대한 기대치는 상당히 낮은 편인데, '배틀쉽' 역시 이 조건에서 그리 나쁘지는 않은 영화였다 (이번에는 정확히 '괜찮았다'라는 표현보다 '나쁘지 않았다'가 어울리겠다). 그리고 최근 본 영화 '존 카터'의 주인공을 맡았던 테일러 키취의 출연으로 인해, 쌩뚱 맞게도 '존 카터'와 연결지어 가볍게 생각해보게도 되었던 영화였다.


ⓒ Hasbro. All rights reserved


'배틀쉽'의 줄거리는 너무 많이 반복된 이야기들이라 더이상 거들 것도 없을 정도다. 말썽꾸러기(?) 주인공이 있고 세상 모르고 사고 치던 중 지구의 운명을 짊어져야 할 상황에 갑자기 처한다. 외계의 생명체는 무슨 일인지 모르게 침공(혹은 불시착)하지만 그들이 왜 왔는지, 누구인지 영화는 전혀 관심이 없다. 어쨋든 이런 위험 상황에서 주인공을 비롯한 미해군은 멋진 작전을 펼쳐 이들을 물리치고 그 가운데에는 오래 된 '배틀쉽'과 노장들이 위치한다. 는 정도. 아, 그리고 그 사이에 '아마겟돈'에서 보았던 두 남녀와 이를 탐탁치 않게 여기는 여자의 아버지 이야기도 있다.


'배틀쉽'은 이 뻔한 이야기를 정말 재미있게 그려내려는 방식으로 이른바 올드보이 들과 오래된 배틀쉽을 수면 위로 꺼내어 애국심과 존경의 마음을 불러일으켜 뭉클함을 만들려는 방식과, 외계인들이 타고 온 또 다른 '배틀쉽'의 스케일을 선보이고 있다. 일단 최첨단 기술의 외계인과 (물론 그 기술을 영화 속에서는 거의 쓰지 않지만) 해군 과의 결투에서는 해군의 비밀병기라던가 특수 무기가 등장하지 않고 거의 아날로그에 가까운 방식으로 싸우다 보니, 화려한 볼거리를 기대했던 관객들이라면 실망할 수 있을 텐데,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아날로그에 가까운 전투 방식의 묘사가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이 부분을 더 효과적으로 살리지는 못했지만, 어쨋든 자동이 아닌 수동에 가까운 전투 전략들은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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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들의 활약도 나쁘지 않았는데, 존경과 감동이 생기기 보다는 너무 폼잡고 요소요소에 서계신 모습들 때문에 좀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사실 '배틀쉽'을 보러 오면서 가장 기대했던 것은 뭔지 모를 외계인과 그들의 무기에 엄청난 스케일과 화력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부분에 있어서는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그저 해안에 착륙해서 물 위를 통통 튀어 이동하며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활약이 없었는데, 그 미사일도 너무 인간의 것 같았고 화력도 외계인의 것 치고는 그다지 놀랄 것이 없는 수준이라, 바로 이 부분을 (무지막지 하다 싶을 화력과 스케일을) 기대하고 보았던 입장에서는 심심한 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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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이야기 자체가 새로울 것이 없고 기대했던 부분도 좀 심심하던 차에, 주인공을 맡은 테일러 키취가 전작인 '존 카터'와 별다른 차이점을 보여주지 못한 틀에 박힌 캐릭터를 보여주다보니, 자연스럽게 '존 카터'의 연장선으로 느껴지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어린 시절 시리즈로 나오던 '어니스트' 시리즈처럼, 전작이 '존 카터 화성에 가다' 였다면 이번에는 '존 카터 해군에 가다' 정도여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테일러 키취의 차기작까지 이 시리즈의 선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개인적으로 재미는 있겠지만, 테일러 키취에게는 별로 좋은 일은 아닐 듯 하다.



1. 엔딩 크래딧이 끝나고 쿠키 장면이 있습니다. 이런 영화에서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장면이지만요.

2. 보통 같으면 미셸 로드리게즈가 연기했을 캐릭터를 리한나가 연기했더군요. 리한나는 더 많은 매력이 있는 인물인데(물론 배우로서는 모르겠지만), 이 영화에서는 매력을 선보일 시간이 전혀 없더군요.

3. 리암 니슨 나온다고 해서 기대하신 분들 계시면 큰일 납니다. 제 글에도 그의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것처럼, 영화에서도 거의....

4. 아사노 타다노부는 드라마 연기에 더 깊은 인상을 주던 배우였는데 헐리웃에 가서는 주로 액션에만 출연하는군요. 아시아 배우의 한계인가요 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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