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선덕여왕> 이후, 요즘 KBS에서 방영하는 <추노>를 1회부터 열심히 시청하고 있다. 매우 재미있게 본 편인 <선덕여왕>의 경우도 (많은 이들이 아쉬움을 이야기했고 특히 미실없는 덕만이 등장한 이후에는 많이들 관심에서 멀어졌지만, 나는 미실없는 덕만 스토리도 그럭저럭 재미있게 본 편이었다), 한 번도 따로 글을 쓴 적은 없었는데 이번 <추노>는 도저히 짧게라도 한 마디 안할 수 없을 정도로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뭐 아직 완결이 나지 않은 상태라서 전체적인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지만, 지금까지의 분위기로 보았을 때 이대로의 페이스만 유지한다면 <추노>는 개인적으로 (아마도 많은 드라마 팬들이 그러할듯) 국내 TV드라마 가운데 블루레이 출시를 소원하게 되는 작품이 될 듯 하다.




어제 10화를 보고 든 생각은 '와, 진짜 연출, 연기, 로케이션 모두 비교대상을 훨씬 뛰어넘었구나'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국내 드라마(월화수목 방영되는)가 벗어나기 어려운 약점 역시 발견할 수 있었다. 일단 아쉬운 점들을 조금 이야기해보자면, 송태하와 언년이의 문제의 키스씬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의 감정선을 고려했을 때 이럴 수도 있겠다는 싶다(난 관대하니까;). 하지만 문제는 그 동안 송태하라는 캐릭터가 보여주었던 충성심과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미뤄봤을 때 자신이 말한 것처럼 일각이 급한 시점에서, 그토록 보호해야 하는 마마가 배위에서 굳건히 기둥을 꼭 쥐고서 기다리고 있음에도, 언년이와 시간을 지체한 지점이었다(사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것은 키스씬이 아닌 지체 부분이었다). 한섬이 이를 두고 어찌되었든 또 누군가를 구하러 갔다는 식으로 미화하려고 했지만 (마치 '네오'를 보는 듯), 그간 송태하를 보았던 시청자들로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추노>를 아쉬워하는 이들이 주로 언급하는 점들 가운데는 역시 '현실성'을 들 수 있겠는데, 뭐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이 리얼 다큐멘터리가 아닌 이상 어느 정도의 허구는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된다. 언년이가 송태하의 큰 도를 한 손으로 번쩍번쩍 드는 것이나, 배에 상처를 입은 황철웅이 관군 수십명을 모두 제압한 뒤의 장면이라던지 등은 그 동안 일부 리얼리티로도 좋은 반응을 얻었던 (당시 재현 언어와 무기들로) 작품이어서 좀 더 아쉽게 느껴진 감이 없지 않다. 만약 이 작품이 이런 리얼리티를 모두 살렸다면 지금과 같은 인기나 관심은 절대 없었을 것이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다큐로 오해하지 말자!) 아, 추가로 막장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출생의 비밀' 건은, 받아들이는 사람들로서는 '출생의 비밀'로 오해할 수 있지만 연출 의도는 그것이 아니라 당시 양반들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것이 더욱 강했다고 생각한다. 즉, 대길과 언년이, 큰놈이 형제이자 남매라는 것도 분명 충격포인트이지만 그것보다는 양반들이 노비들을 어떻게 대하고 당시의 잘못된 제도가 만들어낸 폐해로 일어난 일이라는 점이 더 포인트라는 점이다.




여튼 <추노>는 참 흥미로운 작품이다. 일단 연기를 이야기해보자면 주연을 맡은 장혁 같은 경우 본인 최고의 작품을 드디어 만났다고 볼 수 있을텐데, 분명 오버스러움이 더해진 연기이지만 '이대길'이라는 캐릭터와는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터라 손발이 오그라들지 않는다. 오지호의 경우 분명 처음에는 책을 읽는 듯한 대사 톤이 어색하게 느껴졌었는데, 익숙해져서 인지 점점 '송태하' 캐릭터와 겹쳐지는 느낌이다. 그리고 짧은 시간내에 역대 최고 민폐 캐릭터로 등극한 '언년이' 역할의 이다해의 경우, 본인의 연기에 대한 내용보다는 역시 캐릭터에 대한 찬반(물론 반이 압도적으로 많지만)이 뜨거운데 뭐 이것저것 다 떠나서 민폐의 수준은 확실히 넘사벽인듯(어느 게시판을 보니 언년이의 민폐를 따로 정리한 고문서가 있던데 감히 범접할 수 없는 포스가 흐르더라...).

<추노>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건 역시 인상적인 조연 캐릭터들과 연기자들이 아닐까 싶다. 그 중 최고는 역시 성동일 일텐데, 그간 코믹한 이미지를 완전히 버리지 않으면서도 시청자들에게 공감대와 공포감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최고의 열연을 펼치고 있다(사실 천지호가 황철웅에게 '버릇없이' 대들 때는 저래도 되나 싶을 때가 많다 ㅋ). 처음엔 까메오 출연인줄로만 알았던 공형진도 인상적이고 대길 패거리와....여튼 거론하기조차 너무 많은 한명한명 조연들의 연기만으로도 <추노>는 충분히 재미있다. 따지고보면 이렇게 주인공 외에 각각의 캐릭터에게 공감을 할 수 있었던 작품이 얼마나 있었나 싶기도 하고(화방 아저씨의 울컥함에도 살짝 공감이 되었을 정도니;;;).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것 중에 하나는 바로 로케이션이었다. <추노>는 정말 로케이션의 승리라고 할 만한 장면들이 여럿 등장했는데 특히 어제 10화에서 등장한 제주도 장면들은 장소가 장면을 만들어낸 최고의 순간이었다(이 장면을 보는 순간 블루레이 구입 욕구가 200% 증가했다!). 그리고 잘 알려졌다시피 이 작품은 레드원 카메라로 촬영이 되었는데, 역대 한국 드라마 가운데 최고의 영상과 화질을 선사하고 있다. 국내 TV방영 환경이 소스의 우월함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데, 이런 이유 때문에 블루레이의 출시를 더욱 기대하게 된다.

앞으로 또 <추노>에 대해 글까지 쓸 일이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엔딩 시점이나 아니면 완전히 막장으로 흐르게 되었을 경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여튼 누군가에게 '언니, 저도 추노 열심히 보고 있어요'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심정으로 짧게 나마 글을 남겨본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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