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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아이덴티티 (Split, 2016)

안방에서 즐기는 샤말란의 미스터리 슈퍼 히어로 영화


M. 나이트 샤말란의 신작 '23 아이덴티티 (원제 - Split)'는 그의 두 번째 히어로 영화이자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언브레이커블 (Unbreakable, 2000)'의 속편이다. '언브레이커블'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샤말란의 영화이자 가장 매력적인 히어로 영화 그리고 가장 속편을 기다려 왔던 작품이기도 한데, 이렇게 은근한 방식으로 (사실상의) 속편을 만나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에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흐를 때, 그 반가움과 쾌감이 더 컸다. '23 아이덴티티'라는 국내 개봉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23개의 다른 자아를 가지고 있는 주인공이 벌이는 사건을 통해 샤말란은 다시 한번 히어로 영화라는 장르를 자신 만의 방식으로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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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 납치극? 아니 슈퍼 히어로 영화


제임스 맥어보이가 여러 명의 인격을 한 번에 연기하는 장면들과 소녀들을 납치해 벌이는 사건으로 예상했을 때 '23 아이덴티티'는 쉽게 사이코패스가 악역으로 등장하는 공포/납치극을 떠올려 볼 수 있겠지만, 사실 이 영화는 그런 겉모양을 하고 있을 뿐 실제로는 슈퍼 히어로 영화의 플롯으로 쓰여진 작품이다. 물론 가슴을 조여 오는 공포와 긴장감은 납치와 탈출의 구조에서 발생하지만, 넓게 보았을 때 샤말란은 제임스 맥어보이가 연기한 캐릭터를 다중 인격의 사이코 패스라기보다는 오히려 여러 개의 인격을 갖고 있는 만큼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슈퍼 히어로 (혹은 안티 히어로)로 묘사하며, 그가 천천히 각성하는 과정을 담아내고자 했다.


그리고 여기에 납치된 소녀 중 한 명인 케이시 (안야 테일러-조이) 역시 단순히 납치 사건에 휘말린 연약한 주인공이 아니라, 이 과정을 통해 스스로 각성하는 또 다른 인물로서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 '23 아이덴티티'의 가장 흥미로운 점이다. 전혀 다른 지점에 서 있는 것만 같았던 두 인물이 하나의 사건을 통해 어떻게 접점을 이루게 되는지 풀어가는 과정은, 영화가 끝난 뒤 복기하듯 다시 곱씹어 볼수록 더 흥미로운 부분이다.


# 그래서 '언브레이커블'의 속편이라 부른다


마치 '언브레이커블'이 전혀 다른 시작점에서 시작한 두 인물 데이빗 던 (브루스 윌리스)과 일라이저 (사무엘 L.잭슨)의 이야기가 한 곳에서 만나게 되면서 (정확히 말하자면 이 경우는 우연히 만났다기보다는 의도적이고 간절했던 만남이었지만) 더 큰 깊이를 갖게 된 것과 같이, 이 영화 '23 아이덴티티' 역시 크게 보면 두 명의 전혀 다른 인물이 각자의 트라우마와 하나의 사건에서 싸우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언브레이커블'이 데이빗 던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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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부분의 히어로 영화 속 주인공들은 개인적 트라우마 혹은 결핍 등이 존재하고 그것이 일종의 도화선이 되거나 영웅이 되고자 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런 측면에서 아주 다르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언브레이커블'이 더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일라이저라는 캐릭터가 그토록 히어로가 되고 싶었던 이유 때문이었다. 같은 이유로 돌연변이라고 소외되고 버려져야 했던 이들이 주인공인 '엑스맨'의 영웅들도 유사한 매력 혹은 공감대가 있었다.


영화 말미의 깜짝 등장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23 아이덴티티'는 정서적으로 완벽한 '언브레이커블'의 속편이라 부를 만하다. '언브레이커블'이 지금까지도 많은 마니아 층에게 사랑받는 건 히어로 영화라는 전형적인 장르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는 동시에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장르적 정수에도 맞닿아 있었기 때문인데, '23 아이덴티티' 역시 전형적인 속편의 구조를 벗어난 것처럼 위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전편의 핵심 정서와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 발전시키고 있는 영화로서 그야말로 '언브레이커블'에 딱 걸맞은 속편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실제로 M. 나이트 샤말란은 '언브레이커블'의 속편을 이미 오래전부터 만들고 싶어 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23 아이덴티티'의 좋은 평가로 인해 이 프로젝트가 더 큰 그림의 속편으로 연결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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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의 몸, 23명의 인격 그리고 제임스 맥어보이


'23 아이덴티티'를 소개하면서 제임스 맥어보이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얼핏 생각하면 무려 23명의 인격을 연기하는 것 그 자체는 대단하고 연기력 측면에서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볼 수 있을 텐데, 한 번 더 생각해 본다면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일반적인 사이코패스 연기의 틀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으로 바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임스 맥어보이는 단순한 볼거리 이상의 감정을 담아내는 것에 성공했다. 


남자에서 여자로, 어른에서 아이로, 또 소심한 자아에서 거친 성격의 자아로. 의상의 변화도 있지만 그저 표정 변화와 대사 전달 만으로 전혀 다른 인격을 소환해 내는 제임스 맥어보이의 연기는, 단순히 기술적으로 흥미롭고 신기하다 라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여러 명의 자아가 하나의 몸 안에서 주도권을 갖기 위해 논쟁하고 갈등하는 복잡한 관계를 설득력 있게 연기해 냈다. 사실 여기서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면 이 영화는 단순히 '다중 인격'의 공포와 충격과 같은 볼거리에 그쳤을 텐데, 제임스 맥어보이의 연기는 확실히 설득력이 있었다. 그래서 각각의 인격들은 다중 인격이라기보다는 더 나아가 여러 명의 캐릭터로 확실히 느껴지는 효과가 있었고, 이러한 공감대는 이 캐릭터가 겪는 후반부의 갈등과 각성을 좀 더 감정적으로 전달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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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에서 아쉽게 놓쳤다면 VOD 서비스로!


만약 극장에서 아쉽게 놓쳤다면 오늘 (23일)부터 N스토어를 통해 서비스되는 VOD를 통해 '23 아이덴티티'를 만나볼 수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 이 영화를 못 본 관객들에게도 권하고 싶지만, 이미 극장에서 본 관객들이라도 '언브레이커블'을 다시 보거나 염두에 두고 이 영화를 재차 감상하기를 권하고 싶다. 속편이라는 연장선에서 보았을 때 좀 더 특별해지는 지점들을 발견해 내는 것도 '23 아이덴티티'를 다시 보는 좋은 감상 방법 중 하나가 될 테니.


'23 아이덴티티' N스토어 VOD 보러 가기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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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아이덴티티 (Split, 2016)

샤말란의 히어로 영화, 그 속편


M. 나이트 샤말란의 신작 '23 아이덴티티 (원제 - Split)'는 그의 두 번째 히어로 영화이자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언브레이커블 (Unbreakable, 2000)'의 속편이다. '언브레이커블'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샤말란의 영화이자 가장 매력적인 히어로 영화 그리고 가장 속편을 기다려 왔던 작품이기도 한데, 이렇게 은근한 방식으로 (사실상의) 속편을 만나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에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흐를 때, 그 반가움과 쾌감이 더 컸다. '23 아이덴티티'라는 국내 개봉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23개의 다른 자아를 가지고 있는 주인공이 벌이는 사건을 통해 샤말란은 다시 한번 히어로 영화라는 장르를 자신 만의 방식으로 그려낸다.


참고 글 : 언브레이커블 - 코믹스 세계 속 선과 악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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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언브레이커블'이 전혀 다른 시작점에서 시작한 두 인물 데이빗 던 (브루스 윌리스)과 일라이저 (사무엘 L.잭슨)의 이야기가 한 곳에서 만나게 되면서 (정확히 말하자면 이 경우는 우연히 만났다기보다는 의도적이고 간절했던 만남이었지만) 더 큰 깊이를 갖게 된 것과 같이, 이 영화 '23 아이덴티티' 역시 크게 보면 두 명의 전혀 다른 인물이 각자의 트라우마와 하나의 사건에서 싸우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흔히 이 영화를 이야기할 때 제임스 맥어보이가 연기한 다중인격의 인물에 관한 것으로 한정 짓기 쉽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안야 테일러- 조이 (Anya Taylor-Joy)가 연기한 케이시 역시 절반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언브레이커블'이 데이빗 던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 영화는 표면적으로는 23개나 되는 다중 인격이 하나의 인물에게서 표현되는 외부적인 요소가 드러나있지만, 이를 그저 일반적인 시선을 통해 비정상의 범주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병이나 흥미요소 정도로 즐긴다면 이 영화는 오히려 심심한 영화가 될지도 모른다. 이 영화를 가장 재미있게 즐기는 방법은 마치 영화 속 플레처 박사와 같은 자세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즉, 23개의 자아가 하나의 몸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동시에 더 나아가 진짜 이 자아들을 각기 다른 인물들로 완전히 받아들이게 되면, 그들 각자의 이야기와 갈등 요소에 좀 더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좀 더 외적 요소에 휘둘리지 않고 그 (여러 자아를 통칭)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된다. 이런 얘기를 일부러 하는 이유는, 단순히 하나의 신체에 여러 자아가 존재해 수시로 등장과 퇴장을 반복한다는 흥미로운 사실 보다도, 이 여러 자아들이 하나의 신체에 존재하기 때문에 겪는 갈등과 문제들이 더 중요하고 흥미롭기 때문이다. 또한 이 부분은 결국 이 영화가 히어로 영화라는 점에서 히어로 혹은 빌런의 탄생 과정에 핵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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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부분의 히어로 영화 속 주인공들은 개인적 트라우마 혹은 결핍 등이 존재하고 그것이 일종의 도화선이 되거나 영웅이 되고자 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런 측면에서 아주 다르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언브레이커블'이 더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일라이저라는 캐릭터가 그토록 히어로가 되고 싶었던 이유 때문이었다. 같은 이유로 돌연변이라고 소외되고 버려져야 했던 이들이 주인공인 '엑스맨'의 영웅들도 유사한 매력 혹은 공감대가 있었다.


 '23 아이덴티티'에 등장하는 그 (아까 말한 다중 자아를 통칭)와 케이시라는 캐릭터 역시 본인들은 원하지 않았던 이유로 인해 능력(사회에서는 병이라 일컬어지는)을 갖게 되었거나, 그것이 목숨을 구하게 되는 이유가 된다는 점은 샤말란이 '언브레이커블'에 이어 다시 한번 말하고 싶었던 핵심이 아닐까 싶다. 샤말란이 이 인물들에게 보내는 시선과 이들에게 부여한 이야기의 가장 깊은 곳에는 '네 잘못이 아니야' '너는 아무 문제도 없어'라는 위로가 담겨 있다. 그 위로가 느껴져서인지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두 주인공이 나누는 대화는 그 어떤 드라마 못지않은 감정적 울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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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서 자연스럽게 예전에 썼던 '언브레이커블'에 관한 글을 찾아봤더니, 그 글 맨 끝에는 속편에 대한 바람이 있었다. 아, 이렇게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언브레이커블'의 속편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엇? 설마... 이 둘이 만나는 3편도 가능하지 않을까?


1. 샤말란은 '더 비지트'로 재능이 죽지 않았음을 확인시켜 주더니 오래 기다렸던 '언브레이커블'의 속편으로 이렇게 또 한 번 팬심을 자극하네요. 

2. 베티 버클리는 볼 때마다 크리스토퍼 플러머가 생각 남 ㅎ

3. 안야 테일러-조이는 출연작들을 보니 제대로 본 영화들이 없더군요. 이번 작품으로 완전 매력에 빠짐

4. 엔딩 크레딧을 자세히 보면 총 24개의 엔딩 크레딧이 나온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즉, 그의 새로운 자아가 탄생했다는 말?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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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비지트 (The Visit, 2015)

샤말란의 완벽한 코믹호러스릴러



M.나이트 샤말란이 돌아왔다. 다들 샤말란을 이야기 할 때 '식스센스'를 가장 많이 언급하기는 하지만, 내가 그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건 '언브레이커블'이나 '싸인' 쪽에 가깝다. 많이들 샤말란의 이후 작품들에 대해 대부분 아쉬워 하는 것이 중론인데, 특히 호불호가 갈렸던 (그렇다기 보다 대부분 별로라고 했던) '해프닝'은 인상 깊게 본 편이지만, 나 역시도 '라스트 에어벤더'나 '애프터 어스'는 큰 실망을 했던 작품이었다. 이 두 작품에서 실망했던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샤말란과는 애초부터 어울리지 않는 작품이었다는 점이 가장 큰 포인트다. 샤말란은 한정된 공간과 인물들을 배경으로 미묘한 심리와 그 안에서 서서히 조여드는 이야기의 긴장감을 잘 다루는 감독인데, 앞서 언급한 두 작품은 그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좀 과한 배경과 스케일이었다. 그럼에도 샤말란을 (아직까지) 지지하는 입장에서 그의 신작은 여전히 기대하고 있었기에 이번 20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조금 먼저 선보인 '더 비지트 (The Visit)'를 놓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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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비지트'는 명확한 컨셉 영화이지 장르영화다. 샤말란은 마치 로버트 로드리게즈가 그랬던 것처럼 영화의 타이틀서부터 이 영화가 명확한 장르영화라는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 전형적인 룰 안에서 충실히 룰을 따르며 자신의 장기를 펼쳐낸다. 이런 장르 영화에 익숙한 이들에게 '더 비지트'는 종합 선물 세트에 가깝다. 한정 된 (혹은 고립된) 공간, 한정 된 인물, 정해진 시간, 페이크 다큐멘터리 방식 (그로 인한 핸드 헬드 촬영방식까지), 고전 공포영화에 딱 어울리는 영화 음악까지. 공포 스릴러 영화의 고전적인 방식으로 샤말란은 오히려 이 전형적 요소들을 더 고전적으로 표현해 내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


그래서 깔끔하고 무엇보다 몹시 재미있다. '더 비지트'가 재미있다고 이야기할 땐 두 가지의 다른 포인트가 있는데, 하나는 아역 배우들이 실제로 재미있는 장면과 대사들을 연출하는 것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공포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시원한 쾌감의 재미다. 전자의 경우 남동생으로 나온 아역 배우는 자칭 랩 뮤지션을 꿈꾸고 있는데, 이 캐릭터가 이 페이크 다큐멘터리 안에서 펼치는 랩 뮤지션으로서의 자세가 촌스럽지 않고 제법 수준있는 재미를 준다. 확실히 대중적인 측면에 있어서 이 캐릭터의 성격이 없었다면 '더 비지트'는 더 심심하거나 조금 더 평범한 공포 스릴러가 되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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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재미 포인트는 조금 성격이 다른데, 공포의 요소가 커가면 커질 수록 웃음이 동반된 재미가 더해지는 경향이 있다. 약간의 B급 정서랄까. 로드리게즈의 영화처럼 의도 된 잔인함 혹은 촌스러움을 볼 때 처럼, 혹은 샘 레이미의 '드래그 미 투 헬'이 준 재미처럼 공포가 가중 될 수록 그 의도 된 장면이 끝나고 난 뒤에 땀이 한 번 스윽 지나가면서 시원한 쾌감이 느껴지는 특유의 재미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더 비지트'는 정말 재미있는 영화였는데,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언급하지 않겠지만 이 영화 속에 등장한 거의 모든 무서운 설정과 행동, 장면들은 거의 모두 다 이런 성격의 재미를 담고 있어서 하나 같이 눈을 질끈 감는 동시에 웃음이 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아, 이건 말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아마 이런 류의 공포 영화를 즐겨 본 이들이라면 무슨 경험인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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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비지트'는 이 장르 영화 속에 가족 드라마까지 삽입하였는데, 나는 오히려 조금의 감동 포인트도 없이 완전한 컨셉 장르 영화로 남는 편이 더 깔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 가족 드라마의 테마 역시 전체적인 장르 영화의 완성도를 해칠 수준으로 포함되어 있지는 않고, 한 편으론 이 테마가 매우 중요한 테마로 낮은 곳에 깔려 있기 때문에 영화 속 내러티브가 가능해진 측면이 있어 오히려 보는 이에 따라서는 더 풍성해지는 역할을 할 수도 있을 듯 하다.


영화의 호불호나 샤말란 감독에 대한 선호도를 떠나, 단순히 러닝 타임에 가장 충실하고 깔끔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를 현재 고르라면 주저 없이 '더 비지트'를 추천하고 싶다. 아, 혹시 몰라서 하는 말인데, 재밌다는 표현을 많이 쓰기는 했지만 많이 무서운 영화이기도 하다. 깜짝 놀래키고, 가슴 떨리고, 반전도 있고. 단지 그것들이 장르라는 놀이터 안에서 충실히 활용되고 있다 뿐이지, 무섭다. 깔끔하게 한 번 또 보고 싶다.



1.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개인적으로는 예전에 방영했던 코미디 프로인 임하룡, 이홍렬씨가 연기한 '귀곡산장'이 떠올랐어요. 왠지 그런 컨셉으로 보면 더 재밌는 영화 ㅋㅋㅋ '망태망태망망태 망구망구망망구 ㅋ'


2. 어디 이래서 자식 있는 분들 명절 때나 방학 때 시골 부모님 집에 애들 보낼 수가 있을지 ㅋㅋㅋ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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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2015] 부산국제영화제 _ 첫째날 : 10월 6일


* 아침 일찍 KTX를 타고 부산역에 도착한 것이 10시 50분쯤. 바로 센텀시티역으로 출발하여 영화의 전당에 도착. 일단 10월 6일날 볼 영화 3편에 대한 티켓만 찾아서 잠시 영화제의 분위기를 느껴본 뒤, 아점을 먹으려고 했더니 마땅한 곳이 근처에 바로 없어서 할 수 없이 스타벅스에 들러 샌드위치로 가볍게 요기.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긴 시간을 할애해 방문한 부산국제영화제의 첫 영화로 '디판'을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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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디판 (Dheepan, 2015)

감독 : 자크 오디아르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작품은 '예언자 (Un Prophète , A Prophet 2009)'와 '러스트 앤 본 (Rust & Bone, De rouille et d'os, 2012)'을 인상 깊게 보았던 터라 이번 그의 신작 '디판'도 주목하는 신작이었다. 올해 칸영화제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것으로 더 화제가 되었던 이 작품은, 스리랑카 내전을 피해 프랑스로 망명한 두 남녀와 한 아이의 삶을 다룬다. '디판 (Dheepan)'은 극 중 남자 주인공이 프랑스로 망명하기 위해 선택한 가짜 신분의 이름인데, 그렇게 디판은 처음 만난 여자와 어린 소녀를 아내와 딸로 위장하여 불안한 동거를 시작한다. 자크 오디아르는 유려한 연출력을 통해 영화의 말미에 이르기까지 커다란 사건 없이도 시종일관 불안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오히려 일어날 법한 위험이나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 것이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이러한 분위기는 가짜 신분과 가짜의 삶을 불안하게 유지하고 있는 이 세 명의 인물을 대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진짜가 되고자 하는 이들의 욕망을 억누르고 가엽게 바라본다. 영화의 마지막은 과연 해피엔딩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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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더 비지트 (The Visit, 2015)

감독 : M. 나이트 샤말란


샤말란 영화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오랜만에 샤말란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롭고 무엇보다 재미있게 보았다. 물론 난 말 많은 '해프닝 (The Happening, 2008)'도 인상 깊게 보긴 했지만, 이것과는 별개로 '더 비지트 (The Visit, 2015)'는 좀 더 대중적으로 반응을 이끌어 낼만한 요소가 많은 영화였다. '더 비지트'는 공포/스릴러 영화의 클리셰를 거의 다 가져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정된 공간, 핸드 헬드 촬영, 1인칭 시점 촬영, 페이크 다큐, 정해진 시간, 다양한 복선 등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반복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더 비지트'는 새로운 충격 보다는 작정하고 기존 방식의 장점들을 모두 가져와서 깔끔하게 끝나는 영화를 지향하는 쪽에 가깝다. 알고도 당하는 것처럼 저 다음엔 저렇게 되겠구나 싶었지만 그래도 무섭고, 심지어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도 중간쯤 예상이 되었는데 그래도 실망스럽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 무서운 스릴러 영화는 의외로 귀엽고, 코믹하기까지 하다. 소름돋는 공포가 아니라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시원하게 웃게 되는 조금은 변태(?)같은 공포 영화랄까? 오히려 드라마 적인 요소가 조금 있는데, 이것이 없었더라면 더 깔끔한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 또 나만 좋아하는 샤말란 영화가 되려나?





3. 여름의 조각들 (Summer Hours, 2008)

감독 : 올리비에 아사야스


이 작품도 올리비에 아사야스 이름만 보고 급하게 예매했던 영화였는데, 알고 보니 2008년 작이었고 본 듯 했으나 본 적은 없는 그런 영화였다. 추천한 이의 말처럼 정말 우리나라 가족의 모습과 유사한 모습과 갈등이 흥미로웠고, 유산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동시에 조금은 별개로 프랑스라는 나라가 얼마나 문화와 역사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는지를 사이드로 엿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했다. 삼대의 세대를 다루는 방식에 있어서 어느 한 세대에 치중되거나 특히 전통을 중시한 나머지 손자 세대를 그저 가볍고 의미 없는 존재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 이어짐의 변화가 자연스러운 것임을 포용하는 시선이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오래 전 작품이 아님에도 풋풋함 마저 느껴지는 줄리엣 비노쉬도 인상적이었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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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어스 (After Earth, 2013)

아들을 위한 아빠의 선물



난 샤말란의 팬이다. 샤말란 하면 대표작인 '식스 센스'는 생각보다 인상 깊게 보지 않았지만 그 이후 '싸인' '빌리지' '해프닝' 등은 그의 다음 작품을 계속 기대하게 만들었고, '라스트 에어벤더'로 큰 실망을 주기도 했었지만 그래도 깊은 애정이 있기에 다음 작품을 또 기다리고 있었다 (참고로 많은 이들이 실망했던 '해프닝'은 마음에 들었지만, '라스트 에어벤더'는 정말 나로서도 참기 힘들 정도의 졸작이었다). 그런 샤말란의 2013년 새롭게 내놓은 작품은 윌 스미스 가족과 함께 한 SF 블록버스터 '애프터 어스'였다. 사실 처음 이 작품에 대한 시놉과 스샷이 공개되었을 때 샤말란과는 어울리지 않는 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왜냐하면 '라스트 에어벤더'의 실패 이후 이제는 큰 규모의 작품이 아니라 작은 영화, 시나리오가 중심이 되는 작은 영화로 돌아오길 바랬기 때문이었다. 혹시나 하는 기대가 있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역시나 였다. 샤말란에게 '애프터 어스'는 맞지 않는 옷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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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작품은 샤말란의 영화라기 보다는 윌 스미스의 영화, 아니 윌 스미스 가족의 영화라고 하는 편이 더 맞을 것이다. 윌 스미스가 원안을 썼고, 그와 그의 아내 제이다 핀켓 스미스가 제작을 맡았으며 아들인 제이든 스미스가 주연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윌 스미스는 이 작품에서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 왜냐하면 이 작품에서 자신과 자신의 가족이 참여하고 있는 비중을 보았을 때 완성도가 떨어질 경우, 그 화살이 그대로 자신에게 돌아올 확률이 그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이었다. 다시 정확히 말하자면 '애프터 어스'는 윌 스미스와 그의 가족을 지운다 해도 더 나아지는 영화는 아니었다. 즉, 단순히 윌 스미스 가족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 때문에 마이너스가 되고 있는 영화는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영화가 워낙에 아쉬움이 많다보니 결국 윌 스미스 가족의 참여는 고스란히 더 큰 비난의 화살로 돌아오고 만 것이다. 이 글의 부제인 '아들을 위한 아빠의 선물'은 결코 줄거리에 관한 이야기 만이 아니다. 아빠 윌 스미스가 아들 제이든 스미스에게 선사한 선물이기도 하다는 의미 또한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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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설사 윌 스미스가 아들 제이든 스미스에게 선물해야 겠다는 마음으로 이 작품을 기획했다는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제이든 스미스는 전작 '행복을 찾아서'와 '베스트 키드' 에서 윌 스미스라는 이름을 지우더라도 괜찮은 연기를 펼쳤었고, 그 이유 만으로 이 작품에 아역으로 캐스팅 되기에 큰 문제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제이든 스미스의 연기는 좋지 못했다. 마치 그 동안의 좋은 연기가 변성기가 지나기 전의 미성이었다면, 이번 연기는 변성기가 지나고 이전의 매력을 잃어버린 가수의 노래를 듣는 듯 했다. 훌쩍 커버린 모습 만큼이나 어색해져버린 제이든 스미스의 연기는, 90분이 넘는 영화를 사실상 단독으로 이끌기에는 많이 부족해 보였고 이를 여실히 보여준 작품이었다. 차라리 윌 스미스의 분량이 더 많았다면 그럭저럭 커버가 되는 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는데, 보시다시피 윌 스미스는 아예 작정한 듯 아들을 위해 움직이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던 가. 지극한 아들 사랑은 확인했지만 이번 작품은 오히려 그 아들에게 독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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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쨋든 샤말란의 신작을 우려 반 기대 반하며 보게 된 '애프터 어스'는 샤말란의 느낌은 거의 보이지 않고 (기껏해야 우주선 내의 자연적인 디자인 정도?) 윌 스미스의 깊은 아들 사랑만 확인하게 된 영화였다. '라스트 에어벤더'에 비하자면 그 정도로 나쁜 편은 아닌데, 무언가를 기대했다면 반드시 실망할 영화랄까. 무언가 더 나아갈 수 있는데 답답함이 남는 그런 아쉬운 영화였다.



1. 이 영화에서 가장 깨는 것 중 하나는 영화 끝나고 엔딩 크래딧에 흐르던 박재범의 노래였어요. 가요가 나와서 이상한 것이 아니라 가사 내용이 전혀 쌩뚱 맞았거든요. '오늘 밤을 즐겨' '파티를 즐기자~' 등등.


2. 윌 스미스의 제이든 스미스 밀어주기가 다음에도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3. 샤말란의 다음 작품은 좀 더 작고 아이디어나 이야기가 중심이 된 작품이었으면 좋겠네요. 그 빛나는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건 이런 거대한 영화가 아닌 걸 새삼 확인했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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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에어벤더 (The Last Airbender)
너무 순진했던 샤말란의 졸작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나름 자랑한 만한 거리가 있다면, 영화를 보기 전에 내 취향에 맞는 영화가 어떤 것인지 최소한의 정보만으로도 선택해내는 확률이 매우 높다는 걸 들 수 있을텐데, 그렇기 때문에 많은 영화에 대한 글을 쓰지만 대부분이 긍정적이고 인상적인 평을 끄적이게 되는 것 같다. 이런 선택에서 살아남은 작품들 가운데 아주 가끔 만족스럽지 않은 영화들도 있었는데, M.나이트 샤말란의 '라스트 에어벤더'는 개인적으로도 매우 드물게 보기 전부터 '이걸 과연 봐야할까?'라는 고민을 굉장히 심하게 했던 작품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제작이 들어가고 연출을 샤말란이 맡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기대보다는 걱정을 훨씬 더 했었으며 (그 때 내 반응은, '왜?, 도대체 왜 샤말란이 이런 작품을?' 이었다), 아니나다를까 시사회와 개봉 이후 들려오는 지인들의 평들을 보니 '샤말란의 팬이라도 안보는 편이 낫다'라는 것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많은 고민을 하다가 결국 마지막에는 '그래도!'라는 마음에 속는 셈 치고 이 작품 '라스트 에어벤더'를 선택하게 되었다. 사실 여기에는 '그래도 나는 재미있게 볼지 몰라'라는 일말의 생각이 있었는데, 결론은 나조차 샤말란을 편들어주기 어려울 정도로 (그럴 마음이 들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더 맞겠다), 총체적 난국,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한 졸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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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라스트 에어벤더'는, 그렇다고 해도 어쨋든 영화화된 작품이라면 반드시 있어야할 몇가지 요소들에서 너무나 결핍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니까 단순히 유치하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치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이렇다할 기본 요소들의 힘이 너무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각각의 원소를 다스리는 벤더와 이 모두를 다스릴 수 있어 조화를 이루게 하는 아바타라는 존재와 세계관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물론 이 자체가 굉장히 유아적이긴 하지만 이는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라스트 에어벤더'를 보고나서 얼핏 떠올랐던 작품은 또 다른 판타지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자 실패로 인해 속편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황금 나침판'이었는데, 결과는 비슷할지 모르지만 그 과정은 조금 차이가 있다 하겠다. '황금 나침반'은 애초부터 시리즈로 기획된 점에 기인해 1편에서는 대부분의 분량을 세계관과 캐릭터 설명에 할애했다. 그런데 이 과정이 너무 지루했으며 그 과정에서 전혀 리듬을 만들어내지 못했고, 설명 조차 다 하지 못해 1편이 해야할 역할들을 겨우 해낸 듯도 했지만 결국 그 기대가 2편으로 이어지도록 만들지는 못했던 작품이었다.

이에 반해 샤말란의 '라스트 에어벤더'는 사실 이 보다도 못한 과정이자 결과라고 할 수 있을텐데, 일단 그 세계관조차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음은 물론 캐릭터의 설명도 거의 없는 편에 가깝다. 그리고나서는 다짜고짜 여정을 시작하는데, 당연히 공감대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 거기에 갑자기 나타난 캐릭터와 말 한번 섞지 않고도 목숨을 바치는 말도 안되는 설정이나 전혀 위압감이나 공포스러움은 물론 존재감마저 주지 못하는 악당들도 문제다. 그런데 영화의 중간중간, 관객은 전혀 그렇게 느끼지 못하는데 마치 영화는 스스로 이 장면이 굉장히 멋진 장면이다 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의 장면들이 많다. 관객은 이 굴곡 없는 이야기에 점점 수면에 가까워지는 와중이지만, 영화는 이와는 다르게 '이것봐, 이거 정말 환상적이지않아?'라며 스스로 감탄하고 있는 듯한 장면이 여럿 느껴지는다는 얘기다. 이것은 순수하기보다는 순진한 것으로 봐야 옳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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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기 전 샤말란의 '라스트 에어벤더'에 대한 실망감들이 바로 이런 '순진함' 때문이기를 사실 바랬었다. 샤말란은 이전 작품들을 통해 대중들에게는 외면 당할 지언정 그 순수함은 엿볼 수 있는 작품이 많아, 개인적으로는 계속 그의 작품을 인상적으로 보아왔었는데 (그래서 이번 작품의 악평들도 이런 순진함 때문이길 바랬었는데), '라스트 에어벤더'는 이런 순수함이 아닌 그저 순진함으로 만들어진 아쉬운 작품이었다. 순진함으로 인해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거의 모두 간과하고 있으며, 캐릭터의 미스 캐스팅은 지금까지 본 영화 가운데 손꼽을 정도이며, 그렇다고 화려한 CG나 스펙터클한 장면을 만나보기도 어렵다. 그런데 이 영화가 문제인건 이런 것들이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이런 요소가 모두 있는냥 자신들이 이렇다고 믿는 장면에서 나름 힘을 주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관객은 캐릭터에 대한 공감대는 언제 얻을 수 있나? 하고 기다리고 있지만 영화는 이미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믿고 있으며, 관객은 과연 에어벤더만의 특별한 액션 시퀀스는 언제 볼 수 있을까?라고 기다리지만, 영화는 이미 보여주지 않았느냐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순수한 영화라면 관객이 공감을 못할 지언정 이런 결과는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담 이걸 유아용 영화라고 부를 수 있느냐 라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다). 그런데 '라스트 에어벤더'는 그냥 순진하기만 한 것이다. 지금까지 M.나이트 샤말란은 순수하긴해도 순진한 감독은 아니었는데, 이 작품은 처음 연출을 맡는다고 했을 때부터 '왜?'라는 물음을 갖게 하더니, 결국 이런 의문을 더 깊게 만들만한 결과물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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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캐스팅 얘기를 잠시 했는데, 정말 '황금 나침반'처럼 호화캐스팅을 바라보는 재미마저 이 영화엔 없다. 주인공을 연기한 노아 링어는 전혀 캐릭터에 녹아들지 못하고 있으며 (물론 이건 이 아이의 잘못만은 아니다), '카타라' 역할을 맡은 니콜라 펠츠는 너무 평범해서 길에서 봐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고, '소카'역을 맡은 잭슨 라스본은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매력적인 캐릭터마저 잊게끔 만들 정도다.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주인공을 연기했던 데브 파텔 역시 샤말란과 마찬가지로 도대체 왜 이 영화에 나왔을까 싶을 정도의 미스 캐스팅이었다.

M.나이트 샤말란은 과연 자신이 만든 '라스트 에어벤더'가 만족스러웠을까? 제발 나중에 인터뷰 등을 통해, 스튜디오의 압박 때문에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 수 없었다라는 이야기가 나왔으면 하는게 마지막 바램이다. 아...샤말란...이건 정말 아니다.


1. 3D로 봤는데 전혀 3D로 볼 필요가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거의 3D로 밖에 상영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지요. 고민없는 3D는 이처럼 아주 심심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더군요.

2. 너무 자신있게 속편을 암시하고, 아니 광고하고 있는데 과연 나올 수 있을까요. 만약 나온다면 제발 샤말란은 손 때주길. 팬으로서 부탁드립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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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반전으로 일약 전 세계적 주목과 관심을 받게 된 감독이 있다. 'I See the Dead People'이라는 명대사와 함께 많은 관객들을 반전에 재미에 흠뻑 빠지게 했던 감독 바로 M. 나이트 샤말란이다. 1999년작인 <식스 센스>는 그에게 큰 주목과 명성을 가져다준 작품이기도 했지만 결국 일종의 독과 같은 작품이 되어버렸다. <식스 센스> 이후 그의 영화를 보는 대부분이 관객들은 '또 어떤 반전을 보여줄까?' '식스 센스보다는 훨씬 충격적인 반전을 들려주겠지'하는 기대감을 갖게 되었기 때문에 이 후에 만든 작품들은 모두 다 어느 정도 평가절하 된 부분이 '분명히' 있으며 그 자체로 평가받지 못한 부분이 많든 적든 '분명히'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차라리 <식스 센스>가 없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한다. 마치 록 밴드 라디오헤드(Radiohead)에게 'Creep'이 없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것 처럼. 이런 측면에서 보면 또 하나의 충격적인 반전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 (1994)를 만들었던 브라이언 싱어는 참 영리한 감독이라고 해야겠다. 물론 샤말란과는 취향이 틀린 것도 있겠지만, 싱어는 바로 자신이 원하는 <엑스 맨>시리즈를 통해 이 '반전'이라는 꼬리표가 생기기도 전에 옷을 갈아입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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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말란의 작품 들은 그렇게 모든 평가를 <식스 센스> 혹은 '반전'이라는 키워드와 묶어서 평가받곤 했다. 사실 따지고보면 작품 완성도에 따라 각각의 작품이 비교당하는 것도 억울한 마당에 단순히 반전 만을 가지고 '더 충격'과 '덜 충격'으로 나뉘는 평가는 분명 억울한 부분이라 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샤말란 영화 가운데 <식스 센스>가 가장 심심했다는 평가에서 기초한 '억울함'이라고 이해해도 무방하겠다 ^^; 그렇게 <언브레이커블> <싸인> 등을 거쳐 2008년작 <해프닝>이 선을 보였다. 샤말란(동료들은 그를 '나이트'라고 부르지만 우리에겐 역시 '샤말란'이라는 어감이 주는 친숙도가 더하기 때문에 이 리뷰에서는 계속해서 '샤말란'으로 부르도록 하겠다)은 결코 반전에 중점을 두고 있는 작가가 아니다. 대부분의 스릴러 영화들이 그렇듯이 하나의 이야기와 결말을 두고 그 과정 속에서 벌어지는 긴장감, 즉 서스펜스를 통해 인간과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즐기는 작가다. <해프닝>은 극 초반에 아주 직접적인 대사를 통해 이 영화가 깜짝 놀랄 반전이나 충격으로 흐르지 않을 것임을 알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하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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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시간, 선생님인 엘리엇 (마크 월버그)은 꿀벌들이 한 순간에 모두 사라진 이유에 대해 학생들에게 묻는데, 수업에 별로 관심이 없는 듯한 한 학생이 흥미로운 대답을 한다. '인간은 이해 못할 자연 현상이겠죠' 라고 답하자 엘리엇은 좋은 의견이라며 이를 받아 학생들에게 인간이 모든 자연현상에 대해 이해하거나 설명할 수는 없다는걸 이야기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대사와 장면은 상당히 직접적이다. 샤말란은 인간이라는 존재를 거대한 자연에 속하는 존재로서 인식하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자연의 섭리를 인간으로서 모두 이해하거나 알아낼 수는 없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자면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라기 보다는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있을 수 있다'라는 가능성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는 매우 당연한 설정이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해프닝>은 매우 흥미로운 영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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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스릴러 영화에서 주인공은 처음에는 다른 주변 인물들처럼 이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에 대해 마찬가지로 무지하지만, 점점 영화가 진행될 수록 비상한 두뇌와 '주인공다운' 모습으로 실마리를 풀어가며 종국에 가서는 이 사건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모두 꿰뚫게 되어 사건을 해결하곤 한다. <해프닝>의 주인공들도 처음에는 다른 스릴러 영화들의 주인공들처럼 자신만의 무기를 사용하여 이 현상을 풀어내려고 한다. 수학교사인 줄리안 (존 레귀자모)은 이런 캐릭터들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딱 떨어지는 정답이 존재하는 수학자에게 이해할 수 없고 풀 수 없는 현상이 닥치는 것 자체가 메시지이며 결국 다 막았다고 생각했지만 차 위 조그맣게 벌어진 틈을 막지 못해 목숨을 잃게 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그리고 이 틈을 한참이나 망연자실하게 바라보는 장면만 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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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공장의 굴뚝을 통해 연기가 피어오르는 이 장면 역시 상당히 의도적이다. 만약 좀 더 논리적이었다면 식물을 누구보다 아끼는 이 남자가 아무리 튼튼한 하우스 내에서 식물들을 기르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저렇게 공장이 가까운 곳에 터를 잡았을리 만무하다. 이 장면 설정은 분명히 이 두 가지 대비되는 이미지를 한 번에 보여주기 위해 의도된 부분이 크다.)


마크 월버그가 연기한 엘리엇 캐릭터도 흥미로운데, 앞선 수업시간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도 벌어질 수 있음을 적극 인정한 그이지만, 정작 사건에 중심에 놓였을 때는 그도 줄리안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무기를 꺼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논리적이고 실험적인 사고 방식으로 왜 이 일들이 주로 공원에서 시작되었는지 또한 대도시, 작은 도시 가리지 않고 벌어지는지 등을 마치 학문을 풀어가듯 군을 나누어 결론을 이끌어내게 된다. 얼핏보면 <해프닝> 역시 일반적인 스릴러 영화의 룰을 따르는 것처럼 보인다. 엘리엇의 결정대로 자연에게 위협을 가하지 않는 소수로 나뉘어 이동하자 바람이 세차게 몰아쳤음에도 독성에 전염되지 않는 장면을 보여주며 어느 정도 이 문제를 해결할 만한 단서를 잡은 것처럼 잠시 극을 이끌지만, 엘리엇의 공식대로라면 혼자 들판을 거닐던 존스 부인은 죽음을 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 존스 부인은 분노에 찬 상태였기 때문에 식물들이 공격적으로 반응했다는 의견을 제시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사실이던 아니던 주인공인 엘리엇이 제시한 공식에서는 분명 벗어나는 일이다. 이처럼 영화는 결국 주인공이 만들어낸 공식대로 해결되지 않음을 보여주면서 서두에 언급한 명제를 다시 한번 끄집어 관객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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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들은 무슨 외계인이나 미지의 존재 혹은 누군가가 다 조작한 일이다 라는 식의 반전을 기대했기에(실제로 영화를 보면 외계인을 얼핏 연상시킬 만한 카메라 앵글이나 장치들이 도사리고 있다), 이처럼 인간에게 성난 자연이 자신들 만의 방식으로 인간에게 경고를 한 것이었다라는 영화의 결말이 허무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는 이런 결말이 상당히 마음에 든 것은 물론 객관적으로도 충분히 수긍할 만한 것이라고 생각되었다(그런데 재미있는건 실제로 다른 영화의 예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정작 배후에 외계인이 있었다 라는 식으로 마무리 해 버리면, '또 외계인이야'하면서 허무해하는 반응이 또 지배적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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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 엘리엇 일행이 중반에 차를 얻어타게 되는 부부는 아예 대놓고 영화 중반에 정답을 얘기해 주는데, 이들을 영화가 그리는 방식은 상당히 의도적이다. 식물들을 마치 인간처럼 대하는 이 남자의 약간은 우스꽝스런 표정은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 속 엘마(조이 데샤넬)의 표현처럼 '조금 이상한 사람'으로 받아들이게 하기에 충분한데, 결국 정답을 이야기 한 것이 되는 인물을 이렇게 약간의 오해가 가능하도록 묘사한 것은, 관객들의 이러한 일반적 심리를 비판하려는 감독의 의도가 담겨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와는 상대적으로 부동산 중개인이 갈 곳을 이야기할 때 모든 사람들이 경청하는 장면을 연결지어 보여주는 것 역시 상당히 의도적인 부분이었다. 이처럼 영화는 마치 반전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영화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듯, 시작할 때 한 번 그리고 중반이 되기 전에 다시 대놓고 한 번, 결말이라 할 수 있는 내용을 노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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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델 하우스 장면은 영화를 통틀어 가장 유머러스한 장면이었다. 그런데 다른 감독이나 다른 장르의 영화였다면 단순히 웃고 넘어갔겠지만, 장르와 감독이 그러한지라 모델하우스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음에도, 혹시?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묘한 시퀀스였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해프닝>에는 한 가지 다른 시퀀스와 한 가지 다른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전자는 존스 부인이 등장하게 되는 시퀀스이고, 후자는 엘리엇과 알마의 가족의 탄생이야기다. 의문의 사건을 겪고 혼란스러워 하던 주인공들은 어느 외딴 집에서 홀로 사는 존스 부인의 집에 잠시 머물게 되는데, 존스 부인이 등장하는 장면은 전체를 다 드러내도 극의 흐름에 크게 지장을 주지 않을 만큼 영화 속 또 하나의 다른 시퀀스라 할 수 있겠다. 전쟁에서 남편을 잃고 홀로 오래살아온 듯한 존스 부인은 과도한 신경 과민 증세를 보이는데, 존스 부인의 등장 시퀀스만 보면 여느 공포 영화 못지 않은 긴장감과 공포스러움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존스 부인 역할을 맡은 배티 버클리(Betty Buckley)는 브라이언 드 팔마의 공포영화 <캐리>에도 출연했었고 최근에는 주로 TV시리즈에서 모습을 볼 수 있었던 브로드웨이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인데, 이 영화에서 그의 출연 분량은 그리 많지 않지만 그 임팩트 하나 만은 단연 최고 였다고 할 수 있겠다. 특히 복도에 서서 '뭘 그렇게 숙덕거려'라고 말하는 장면은 압권. 참고로 그녀는 올 여름 HBO를 통해 제작되는 기대작 '퍼시픽 (The Pacific)'에도 출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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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그렇게 숙덕거려? (I Hear You Whispering))


영화 속에 담긴 또 다른 이야기는 바로 부부 사이인 엘리엇과 엘마가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나게 되는 과정의 이야기다. 엘리엇과 엘마는 영화 초반부터 그리 좋지 않은 사이로 묘사가 되는데, 얼핏보면 이 둘이 부부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이 둘의 간극은 멀게만 느껴진다(블루레이에 수록된 삭제장면을 보면 이 둘의 관계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다). 엘리엇과 엘마는 하나의 사건을 함께 겪으면서 서로 간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하는 계기를 갖게 된다. 여기에 하나 추가되는 점은 줄리안의 딸인 '제스'가 이 둘과 함께 하게 된다는 점인데, 이 둘의 틀어진 관계를 봉합하는데에 큰 역할을 한 것은 이 '해프닝' 외에 '제스'의 역할도 컸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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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영화의 마지막, 제스는 이 가족의 일원으로 하지만 여전히 자신의 아버지인 줄리안을 간직한 채로 함께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엘마가 임신을 하게 되는 것을 보여주며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통해 또 하나의 가족의 탄생을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가족의 탄생 외에 엘리엇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의 이야기도 영화 전반에 흐르고 있는데, 중간중간 나이 답지 않은 행동들을 보여주며 미성숙함을 드러냈던 엘리엇은, 제스를 돌보면서 어른이 되어갔고 결국 아빠의 역할을 하게 되면서 비로소 성숙한 어른이 되는 과정 역시 이 영화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엘리엇의 어른스럽지 못해 알마와 겪는 불화 역시 삭제장면을 통해 좀 더 자세하게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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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화에 가장 정성을 들이고 있는 20세기 폭스사 답게 이번 <해프닝> 블루레이 메뉴 디자인은 깔끔한 한글화가 이루어져있다. 메뉴 디자인 자체는 굉장히 심플한 편이다.


Blu-ray : Pictures & Sound Quality


1080p 풀HD 영상과 MPEG-4 AVC 포맷을 지원하고 있는 화질은 만족스러운 편이다. 이 영화는 작품의 85% 가량을 로케이션 촬영을 했을 정도로 세트 촬영은 거의 없고 야외 촬영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약간의 아쉬운 점들도 수긍할 수 있을 듯 하다. 또한 과감한 클로즈업 장면들이 많은 것도 화질 여부를 측정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겠다.


(아래 4장의 그림은 클릭하면 원본 사이즈의 그림으로 확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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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쨍한 화질이라기 보다는 약간의 필름 그레인 현상이 발견되는 화질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이는 예전 영화같은 스타일을 선호하는 감독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바람에 들판이 일렁일 때도 잔상이 거의 남지 않으며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드러나기 보다는 약간 뭉뚱그려지는 듯한 느낌도 있지만, 크게 신경쓰거나 할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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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S-HD Master 5.1 채널을 수록한 사운드는 제임스 뉴튼 하워드가 만든 영화음악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효과음 보다는 영화 음악에 사용 빈도가 더 큰 영화라고 할 수 있을텐데, 사운드 측면에 강력한 임팩트가 있는 장면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제임스 뉴튼 하워드의 스코어를 듣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시간들이라 하겠다. 부가영상에서도 언급되고 있지만 샤말란과 제임스 뉴튼 하워드는 <식스 센스>이후 여러 작품을 함께 해오면서 단순한 영화음악 감독을 넘어서서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는 파트너급의 영향을 주고 받고 있기 때문에, 음악에서 기초된 아이디어들이 실제 영화의 분위기나 장면에도 도입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Blu-ray : Special Features


HD급 화질의 영상과 충실한 한국어 자막이 지원되는 서플먼트 역시 만족스러운 편이다. 일단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트리비아 트랙의 한글자막 지원과(드디어!) PIP로 제공되는 부가영상을 따로 감상할 수 있는 메뉴가 제공된다는 점이다. 일단 트리비아 트랙의 한글자막 수록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 아마도 국내 발매된 블루레이 타이틀 가운데 최초가 아닌가 싶다(적어도 개인적으로 본 타이틀 가운데는 최초였다;). 지금까지 리뷰했던 타이틀 가운데 코멘터리부터 pip의 영상들까지 꼼꼼히 한국어 자막이 지원되던 타이틀들도 모두들 트리비아 트랙에는 자막을 전혀 지원하지 않곤 했었는데 <해프닝> 블루레이는 드디어 이 기능에도 자막을 지원하고 있다. 단 하나 아쉬운 점은 트리비아 트랙으로 설정을 하게 되면 여기에는 자막이 지원되지만 정작 본편의 자막은 지원되지 않는다는 점이다(한 가지가 해결되니 또 다른 문제가. 한 번에 해결해주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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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일부 타이틀의 경우 PIP를 통해 제공되는 부가영상들은 별도로 볼 수는 없고 단지 기능을 설정해 두었을 때만 작은 화면으로 만나볼 수 있었는데, 이번 타이틀은 PIP로 제공되는 영상들은 별도로 한 번에 감상할 수 있도록 따로 메뉴가 마련되어 있어 훨씬 더 쉽고 빠르게 감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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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장면 촬영'에서는 보통 영화 같았으면 기차 내부 세트를 만들어서 촬영했을 장면을 실제 열차와 레일에서 촬영하게 된 에피소드를 만나볼 수 있다. 이것 만 봐도 그렇지만 샤말란은 상당히 고전적인 촬영 방식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전작들에서는 가능한한 시대를 가늠할 수 없게 하려고 노력하는 한편, 50년 전의 이야기로 보이기를 희망한다고도 했는데, <해프닝>은 여기에서는 조금 벗어나는 작품이었지만 역시 그의 고전적인 취향은 여기저기서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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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 조절'은 샤말란 감독의 최초의 R등급 영화라는 점을 주목한다. 처음 이 영화를 연출하게 되었을 때만 해도 언제나 처럼 P-13 등급으로 만들려고 했지만 R등급으로 만들었으면 한다는 영화사의 요청에 결국 본인 최초의 R등급 영화들 만들게 되었는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R등급' 다운 장면들이 그리 많은 것은 아니지만, 독성에 감염되어 스스로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사람들의 묘사에서 좀 더 잔인한 장면들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은 영화의 주제와도 같은 '바람'에 대한 이야기, 메시지에 대한 이야기와 영화 속에서 바람을 더 효과적으로 보이기 위해 어떤 장치들을 사용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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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그렇게 숙덕거려'는 극 중 존스 부인의 대사로서 그녀가 이 작품에 출연하게 된 과정과 존스 부인의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역할을 맡은 배티 버클리의 인터뷰와 더불어 만나볼 수 있다. 브로드웨이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배우답지 않게 오디션 영상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던 모습을 보면서, 그녀가 얼마나 이 작품에 정성과 열정을 갖고 임했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NG 모음'은 말그대로 NG장면들을 담고 있는데, 마크 월버그와 샤말란의 사이가 얼마나 좋은지 두 사람의 장난 치는 장면들이 거의 대부분을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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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 장면'에서는 총 4가지 삭제된 시퀀스를 만나볼 수 있는데, 앞서 언급했듯이 엘리엇과 알마가 다투는 장면이 확장판으로 담겨있어서 이 둘 간의 갈등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알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아이팟 동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었던 동물원에서 사자가 공격하는 장면 역시 본편 보다는 좀 더 잔인한 장면이 추가되었다. 그리고 현관에서 소년들이 사고를 맞게 되는 장면 역시 잔인한 묘사가 추가된 확장판을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역시 아이팟 동영상을 통해 전해지는 영상으로서 연주회 비디오가 추가되었는데, 이 장면은 확장판 개념이 아니라 새롭게 추가된 시퀀스로 삭제 장면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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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프닝>의 시각 : 제작과정' '나이트의 하루' '장면의 구성 요소' 등에서는 전반적인 제작과정과 인터뷰 영상들을 담고 있다. 이번 <해프닝> 블루레이에 수록된 부가영상들을 보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저렇게 많이 웃는 감독이었던가? 하는 것이었다. 부가영상에 담긴 그의 인터뷰가 만약 1시간 분량이라면 거의 50분은 웃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것도 매우 해맑게!) 거의 인터뷰 내내 웃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해프닝>은 그가 본인의 작품임에도 관객의 입장에서 완전히 빠져들어서 볼 수 있었던 흔치 않은 기회라고 인터뷰를 통해 직접적으로 밝히고 있는 것처럼, 굉장히 즐겁고 재미있게 촬영한 영화라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해맑게 웃으면서 에피소드나 장면에 대해 설명하는 그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행복해질 정도니 말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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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샤말란이 연출한 작품 가운데 유일하게 그가 까메오로 등장하지 않는 작품인데, 재미있는건 모습으로 등장하진 않지만 목소리로는 출연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엘마에게 전화하는 '조이(Joey)'의 목소리가 바로 샤말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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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영화의 마지막 제스가 학교갈 준비를 하면서 가방을 챙길 때 넣는 책은 다음 아닌 2010년 개봉예정으로 샤말란의 다음 작품인 'The Last Airbender' 이다. 참고로 버스 번호 역시 2010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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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해프닝>은 개봉 당시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팬들 사이에서도 제법 호불호가 갈렸던 것으로 기억된다. 혹자에게는 샤말란 영화를 앞으로 보지 않겠다고 결심할 정도의 실망을 안겨준 졸작이기도 했고, 또 다른 이에게는 '역시 샤말란!' 하며 그에게 더 흠뻑 빠지게 된 수작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싸인>과 더불어 또 한 번 샤말란의 스토리텔링과 과정을 그리는 재주에 만족했던 작품이었다.



작 품
화 질
음 질
스페셜 피쳐
소장가치
8
8
8
8
8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블루레이 캡쳐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Twentieth Century Fox Home Entertainment LLC에 있습니다.









해프닝 (The Happening, 2008)
중요한 건 서스펜스


M.나이트 샤말란은 가장 좋아하는 감독 중의 한 명이다. 개인적으로는 그가 <식스 센스>를 만들지 않았다면,
좀 더 대중들에게 널리 인정받는, 적어도 욕은 덜 먹는 감독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해본다.
언제부턴가 샤말란 = 반전 이라는 공식아닌 공식이 형성되어, 관객들이 샤말란의 영화를 보러 갈 때는,
항상 <식스 센스> 이상의 반전을 기대하다보니 대부분의 작품들을 시시하게 혹은 '이게 뭐야' 식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물론 서스펜스 장르 영화의 많은 작품이 반전으로 결말을 맺기도 하지만,
자고로 서스펜스란 결말보다는 그 조여오는 과정에 더 맛이 있는 장르라고 해야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샤말란 감독의 작품은 반전 스릴러라기 보다는 항상 서스펜스 장르 영화였었다.
개인적으로 샤말란 감독의 영화 가운데 <싸인>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이런 서스펜스와 더불어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개봉한 <해프닝>은 사실 개봉일에서 약간(사실 며칠 밖에 안되었지만, 이미 볼 사람은 거의 다 본 상황인지라)지난 뒤 보게 된 터라, 여러 혹평들을(물론 제목만) 미리 접할 수 있었는데, 단순히 아쉽다, 재미없다가
아니라 그야말로 '혹평'들이 많았던 관계로 샤말란 팬인 나로서도 살짝 걱정이 되긴 했었다.
하지만 역시 나도 그의 '과'인건 여전한 사실인듯.
<해프닝>은 연일 쏟아진 혹평들의 우려와는 달리 오히려 서스펜스에 조여옴을 더욱 부각시킨 멋진 장르
영화였다.



(스포일러 있음)

포스터에 나와 있고, 예고편에 등장했던 것처럼, 사람들이 이유없이 멈춰서고, 자살하는 등의 '해프닝'이
계속 일어나면서, 주인공 무리는 일단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에서 벗어나려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 더 먼 곳으로
도망치게 된다. 처음에는 테러라고 생각했던 것에서 나중에 차차 바이러스 등의 것이 아닐까 하는 것으로
원인을 분석하기에 이르는데, 이동 중 만난 식물을 키우는 사람의 말처럼, 점차 이것이 다른 원인이 아니라,
나무들과 식물들, 더 나아가 자연이 바람을 통해 인간들에게 일종의 경고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과학교사인 엘리엇은 위기에 닥치자 자신이 학생들에게 수업시간 말미마다 반복적으로 알려주었던 원칙을
되새기며 이 사건의 원인을 유추하기에 이르는데, 인간이 자연에게 해를 끼친다고 생각해,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만 '해프닝'이 벌어진다는 결론에 이르러, 이른바 '흩어지면 산다'라는 공식을 내고, 이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는 듯 보인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혼자 있던 존스 부인마저 사고를 당하는 것을 보고는,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 다시 미궁에 빠지게 된다.
보통 영화 같으면 여기서, 혹은 마지막에 가서라도 분명한 원인을 알려주지만, <해프닝>의 경우는
이 원인을 영화 초반 수업중에 학생과 나누었던 대사처럼 '인간이 설명할 수 없는 이유'를 들어 자세한 묘사를
하지 않고 끝을 맺는다. 이것이 치밀한 스릴러 영화라던가, 반전을 내세운(알기로 샤말란 스스로가 반전영화
전문가라고 자신을 칭한 적은 없는 듯 하다)영화였다면 분명 '이게 뭐야'가 될 수도 있겠지만,
서스펜스에 집중한 샤말란의 영화에서는 이 원인이 무엇이든 그리 중요하지 않다. 원인 보다는 그 원인으로
인해 인간이 어떤 변화를 겪으며, 그 과정에서 어떻게 이를 극복해내고 이겨내는지의 과정을 메시지로 하고,
그 과정에서 공포스러운 조여오기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샤말란의 영화이다.
즉 귀신, 괴물, 외계인 등 공포스러운 외부 요인이 주인공이 되는 영화가 아니라, 본래 부터 있던
내부 요인이 자극적인 외부 요인에 의해 표면으로 드러나게 되고, 외부 요인을 겪는 과정에서 내부 요인을
치유해 나가는 영화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쉬웠던 점도 있었는데, 특히나 전작 <싸인>에 비교한다면 주인공들이 상황에 처한 뒤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공감하기가 어려웠는데, 단지 평소에 사이가 별로 좋지 않고, 그래서 바람도
살짝 피기도 했던 부부관계의 위기가 '해프닝'을 겪으면서 자연스레 해소되었다는 식의 이야기는, <싸인>의
가족의 위기와 회복에 관한 이야기와 비교해보았을 때는 분명히 조금 메시지면에서는 공감대를 형성하기에도,
그 깊이의 경중을 따지기에도 조금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초반 하늘에 구름이 지나가는 인트로 영상도 그렇고, 특히나 제임스 뉴튼 하워드의 음악은 상당히
고전 영화틱하다. 마치 히치콕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의 음악은, 자극적이고 휘몰아치는 음악보다도 오히려
더 서스펜스를 잘 살려주고 있는 듯 하다.
또한 샤말란 최초로 R등급을 받았을 정도로 기존 그의 영화에서 보여줄 듯 하고 정작 보여주지는 않았던 것에
반해, 제법 끔찍한 결과물을 보여주는데 개인적으로는 보여줄듯 하고 안보여주는 공포가 샤말란에게는
더욱 어울리는 듯 하다. 하지만 이것 외에도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고, 들판에 풀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이동하는
장면은 영화적인 그림으로도 아주 멋졌다.

마크 월버그의 연기는 나름 괜찮았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연기가 나빴다기 보다는 앞서 언급했던것
처럼 캐릭터의 설정 자체가 조금은 아쉬운 점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 인상깊게 보았었던 주이 디샤넬은 <해프닝>에서 아주 아름다운 모습을 뽐내는데, <은하수를...>에서는
귀엽거나 매력있다 정도였는데, 머리만 풀었을 뿐인데 이번 영화에서는 몹시도 아름다운 모습을 자주 보여준듯
하다. 존 레귀자모의 연기는 물론 좋았지만, 역시나 분량이 적은 점이 조금 아쉬웠다.

결과적으로 반전을 기대하고 샤말란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은 이 영화로 어쩌면 마지막이 되었으면 좋겠다.
샤말란의 팬이라면 점차 서스펜스 장르 영화의 장인으로 한 편 한 편 필모그래피를 추가해 나가고 있는,
그의 행보가 만족스러울 것이나, 반전과 '짠'하는 결말을 잔뜩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역시나 '이게 뭐야'가
될 수 밖에는 없을 영화가 될 듯 하다.


1. 영화 속에 '해프닝'이라는 대사가 참 많이도 나온다.
2. 시각적으로 가장 무서운건 역시나 존스 부인이었다.
3. 파리로 건너간 바람은 어찌되었을까.
4. 샤말란이 왜 안나오나 했더니 '조이'로 등장하더라. (존스 부인 집에서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ㅋ)
5. 모델하우스씬은 정말 재미있었다 ^^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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