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 어쌔신 (Ninja Assassin, 2009)
비 주연의 그냥 액션 영화


<닌자 어쌔신>을 이야기할 때 주연을 맡은 비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예전 <스피드 레이서>를 보았을 때도 상당히 놀랐었는데, 이 작품처럼 조엘 실버와 워쇼스키 형제가 제작하고 워너브라더스가 전세계로 배급하는 영화에서 국내 배우가 당당히 원톱 주연을 맡았다는 점은, 일단 영화의 호불호를 떠나서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으니까요. 스포츠에 비유하자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박지성을 예로 들만큼, 비의 이번 출연은 지금까지 한국 배우가 헐리웃에 진출했던 경우 가운데 단연 최고의 비중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자랑스럽고 놀라운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비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지만, 사실 영화 자체에 대한 기대감은 그리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일단 워쇼스키 형제가 제작하긴 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제작일 뿐, 감독을 맡은 제임스 맥티그에 대한 의문점이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그의 전작 <브이 포 벤데타>를 인상 깊게 보았음에도 이번 작품에 대한 의문이 들었던 까닭은, <닌자 어쌔신>의 주인공이 제목 그대로 '닌자'였기 때문이었죠. 혹시 워쇼스키 형제가 연출을 맡았다면 '그래, 워쇼스키들은 워낙에 오타쿠이니 닌자 영화도 오리지널에 가깝게 만들 수 있겠지'하고 기대했겠지만, 제임스 맥티그가 '닌자'의 세계를 얼마나 제대로 그려낼까 하는 의문점이 있었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않게 되었던 것 같네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역시나 이 영화는 닌자를 주인공으로 닌자의 세계에 대해 비중있게 다루고 있지만, 진짜 닌자 영화를 적지 않게 보아왔던 이들이 본다면 '그냥 액션 영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영화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영화는 예상했던대로 제법 고어한 액션 장면을 보여줍니다(특히 '비가 나온다!'라는 것만으로 극장을 찾은 여자관객분들께는 더더욱이요). 팔, 다리는 우습게 잘려나가고 얼굴도 그에 못지 않게 잘려나가지요. 첫 액션 시퀀스에서는 '자, 우리 영화는 이 정도로 잔인한 영화야'라는 것을 보여주듯, 사지절단을 관객이 확실히 확인할 수 있도록(그것이 주가 된) 구성된 액션을 보여줍니다. 이후에는 절단 자체에 포커스를 둔 액션을 보여주지는 않죠. 하지만 개인적으로 하나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너무 어두운 배경 속에 일어나는 액션이다보니 그렇게 힘들게 연습해왔다는 액션의 합(合)을 제대로 확인해보기 어려웠다는 점입니다. 물론 영화의 줄거리에 따르자면 어두운 곳에서만 등장한다 라는 식이라 어쩔 수 없는 액션 장면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어쨋든 액션이 주가 되는 영화에서 액션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다는 점은 조금은 아쉬운 장면이었습니다.

액션 이야기가 나온 김에 더 해보자면, '닌자 어쌔신'이라 하여 특별한 '닌자'액션을 기대했던 이들이나, 동양 무술에 더 정통한 액션 장면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많이 아쉬운 '판타지'액션 연출이 대부분인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앞서 언급한 동양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한 연출자의 문제 혹은 간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인데, 마치 게임 등에서나 볼 수 있는 단순한 닌자의 이미지만을 가져와서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낸 '닌자'와 그 세계의 이야기는, 서양인들에게는 모르겠지만 동양인인 제가 보기에는 정말 판타지 액션에 가까운 정도였거든요(그렇기 때문에 애초부터 이 영화를 판타지 액션으로 기대하고 가셨던 분들이라면 크게 실망할 것 없는 재미있는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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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단락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스토리의 문제 역시 그냥 '즐겨라'하는 영화임을 감안하더라도 아쉬운 부분입니다(참고로 저는 최근 스토리의 빈약함으로 비슷한 지적을 받았던 <2012>에 대해, <2012>는 본래 그런영화고 에머리히 영화는 본래 그런 것이라고 얘기하기도 했었습니다 ^^;). <닌자 어쌔신>의 주요 줄거리와 테마라고 한다면 주인공 라이조(비)가 자신을 키워준 닌자 패밀리(오주누)를 배신하고 이들과 벌이게 되는 결투라고 할 수 있을텐데, 일단 반복되는 회상 씬에도 불구하고 라이조가 갑자기 배신하게 된 이유가 설득력이 부족하고(차라리 좋은 감정을 갖고 있던 여자 수련자가 죽음을 당하기 직전에 배신을 하였으면 좀 더 이해가 되었을 텐데 말이죠), 후반 부 등장하여 계속 '동생아, 동생아'를 외치던 릭윤의 등장은 조금 쌩뚱맞아 보이기도 하거든요(얼마나 얼굴을 공개한 분량이 적었는지 많은 분들이 릭윤을 못알아 보시더군요).

영화의 모든 대사가 영어로 이루어지는 부분은 그냥 넘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대부분의 등장인물은 일본인이고 대부분의 배경은 베를린임에도 모든 대사가 영어로 이루어지는 것에 조금 불편한 점이 있긴 했지만, 첫 장면에서 야쿠자가 모두 영어로 이야기할 때 '아, 일단 영어를 불편해하면 안되겠구나'하고 생각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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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자 어쌔신>은 일단 한국인으로서 우리 배우 비가 워너브라더스가 전세계로 배급하는 영화에 단독 주연을 맡은 첫 번째 영화라는 이유만으로도 분명 관심이 가고 흥미로웠던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영화 자체가 조금 더 좋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네요.


1. 랜달 덕 김은 거의 몰라볼 뻔 했네요. 그런데 목소리는 어찌나 익숙한지 목소리로 먼저 알아들었네요 ㅎ
2. 자주 가는 동네 극장에서 오랜만에 '매진'을 경험했습니다. 과연 이 영화 어느 정도 흥행할 수 있을까요.
3. 각본을 쓴 메튜 샌드의 전작은 뭐가 있나 살펴보았는데, 이 작품이 첫 작품이군요 -_-;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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