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Fan] 골든 슬럼버 (ゴールデンスランバー, 2009)
스릴러로 풀어낸 감동 스토리


이번 피판 (PiFan)에서 본 단 하나의 영화는 바로 나카무라 요시히로의 '골든 슬럼버'였다. 이미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피쉬 스토리' 를 감동 깊게 보았던 나로서는, 그의 신작 '골든 슬럼버' 역시 주저없이 선택할 수 있었는데 이번 역시 이사카 코타로의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점 역시 '골든 슬럼버'를 기대하게 되었던 중요한 이유였다. 개인적으로 정확하지 않은 점은 이사카 코타로의 원작 소설을 아직 한 번도 읽지 않은 시점에서 과연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은 코타로의 원작 소설인지 아니면 나카무라 요시히로가 만든 영화인지가 좀 불분명 하다는 점. 그런데 들리는 바에 따르자면 요시히로의 영화는 원작 소설과 거의 다르지 않는 (각색이 많지 않은) 구성을 갖추고 있으며, 원작자인 이사카 코타로 역시 영화화를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했다는 점으로 미뤄봤을 때, 그냥 둘 다를 좋아하는 것이 맞다고 할 수 있겠다. 어쨋든 이렇게 큰 기대를 갖고 보게 된 '골든 슬럼버'는 역시 그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켜주었다. 따지고보면 그의 전작들이 다 그랬다.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는 너무 이야기 중심이라 오히려 감흥이 덜한 것도 있었지만, '피쉬 스토리'는 오히려 구성 덕에 이야기의 감동이 더 커졌더랬다. '골든 슬럼버' 역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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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슬럼버'는 확실히 스릴러의 옷을 입고 있다. 도입부분부터 후반부 전개에 이르기까지, 퍼즐조각을 늘어놓고 쉽게 알아채기 어려운 단서들을 흘리고, 무언가 거대한 음모가 있음을 지속적으로 암시한다. 그래서 사실 조금 놀랐었다. 물론 전작들 역시 이렇게 퍼즐의 성향을 띤 부분이 있었지만 그것이 구성으로만 사용될 뿐 전면적으로 주가 되는 방식은 아니었는데, '골든 슬럼버'는 처음부터 이런 방식으로 시작하는 것을 보고는, '엇, 이번 작품은 정말 스릴러로 가나보다' 했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골든 슬럼버'는 스릴러를 위한 스릴러는 아니다. 스릴러라는 장르는 영화의 중요한 메시지와 감동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편이 더 맞겠다. 

나카무라 요시히로는 (아마도 이사카 코타로는) 이런 지점을 정말 잘 알고 있고 묘사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갑작스런 스릴러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주인공에게 공감대를 불어넣으며 나중에 닥쳐올 감동 포인트의 준비를 차근차근 하고 있으며, 감동의 순간을 전달하는데에도 부담스러움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아이팟의 용도 부분이 핵심이었다면 닭살스러웠겠으나 이 정도라면 참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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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결말에 관해서는 개인 취향에 따라 분분할 수도 있겠지만 또 한번 소시민 영웅등극을 보는 것 보다는, 씁쓸하지만 현실적인 (따지고보면 음모에 빠진 주인공의 이야기자체가 씁쓸함과 어두운 기운을 깔고 있지 않은가) 결말을 택한 것이 더 나아보였다. 그리고 영화가 주려는 감동의 크기를 보았을 때 만약 영웅스토리로 갔다면 이 같은 감동을 전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실 '끝까지 불의에 맞서 정의를 이뤄내라'에 버금가도록 '살아남는 것 만으로도 의미있다'라는 걸 설득시키기는 좀 더 어려운 일인데, '골든 슬럼버'의 방식은 그 과정 속에서 잊었던 것들과 아름다운 추억들 그리고 그곳에 항상 함께 하고 있었던 '사람들'을 부각시키면서 '살아남는 것 만으로도 의미있다'라는 걸 충분히 이해와 설득 시키고 있다. 

사실 영화제를 통해 이 영화를 보았을 때 객석에서는 아주 여러번 웃음이 터져나왔는데, 워낙에 주인공에 잘 동화되는 특성상 '이해는 되지만 난 엄청 슬퍼 ㅠ' 이런 장면이 아주 잦았다. 특히 주인공의 아버지가 기자들에게 둘러쌓여 카메라에 대고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모두 웃었지만, 난 혼자 마치 작은 차 앞좌석에서 펑펑 운 주인공 처럼 울컥하는걸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 하나씩 그 감동의 고리가 연결되는 장면에서 역시 짠한 감동을 느낄 수 밖에는 없었다. 서두에 말한 지점이란 바로 이런 것을 포함하고 있다. 넓게 보면 신파지만 직접적이지 않고 '그랬었었구나'라고 느껴지게 하는 감동. '골든 슬럼버'는 후반 이런 감정의 폭풍이 몰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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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전작들에서 호흡을 맞췄던 사카이 마코토, 타케우치 유코, 하마다 가쿠 등의 연기 역시 만족스러웠다. 특히 하마다 가쿠의 경우 기존 '집오리...'에서 맡았던 캐릭터보다 이 캐릭터가 훨씬 더 잘 어울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따지보고면 이 영화의 '흥미'를 불어 넣은 일등 공신은 바로 하마다 가쿠가 연기한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 밥 딜런 : Blowin in the wind' '피쉬 스토리 - 피쉬 스토리'에 이어지는 '비틀즈 - Golden Slumber'의 테마 음악이 마음에 들었다. 본래 비틀즈의 이 곡을 좋아하는 터라 처음 제목을 듣고 나서는 바로 '아, 이번엔 비틀즈인가보다' 싶을 정도였는데, 과하지 않게 곡의 정서와 배경을 극에 잘 녹여낸 듯 하다. 



1. 이 작품에는 여러 익숙한 배우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데, '간장선생'의 주연을 맡았던 에모토 아키라, '스윙걸즈'에서 주리짱의 절친 역할로 나왔던 칸지야 시호리, 일본의 대표배우 중 한명인 카가와 테루유키, 사실 맘에 안드는 인상인데 너무 자주보다보니 정들기 시작한 나미오카 카즈키까지.

2. 엔딩 시퀀스는 살짝 '디스트릭트 9'을 떠올리게 하더군요.

3.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과의 대화 중 한 컷. 워낙에 팬분들이 많이 계신 자리라 정신없이 진행되었습니다. 한 3년 뒤쯤에는 또 한번 이사카 코타로 원작 나카무라 요시히로 연출의 작품을 볼 수 있을지도~


4. 

영화를 보고나서 직접 불러본 Beatles의 'Golden Slumbers' 커버입니다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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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 스케치
(14th PiFan)


PiFan과 펜타포트의 공통점이라면 둘 다 항상 비와 함께 한다는 것일 텐데, 이번 피판은 하루만 겨우 다녀온 탓에 이런 비를 경험할 새도 없이, 좋은 날씨에 영화제를 잠시나마 즐겨볼 수 있었다. 사실 하루, 그것도 겨우 한 작품만 보고 온 탓에 제대로 영화제를 즐겼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은 시간을 내어 이렇게 멀지 않은 곳에서 괜찮은 영화제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여전히 행운인 것 같다. 특히나 고대했던 작품을 보게 되었고, 작품도 너무 만족스러웠던 탓에 ('골든 슬럼버') 더더욱 즐거운 영화제가 되었던 것 같다.



'골든 슬럼버'의 상영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열렸는데, 이번 피판 덕에 방문하게 된 만화영상진흥원은 다음에 좋은 기회가 있다면 한 번쯤 또 찾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애니메이션과 만화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이 곳의 프로그램을 주시해볼 필요가 있겠다.



영화제의 재미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역시 셔틀버스 타기. 이번엔 일정이랄 것도 없는 일정이라 여기저기 갈아타고 기다리는 일을 딱 한번씩 밖에는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여튼 영화제의 백미는 셔틀버스 기다리며 프로그램 북을 뒤져가며 스케쥴 정리하기 일듯.




지난해 피판에 와서는 작은 노트 같은 것이랑 컵도 구매했었는데, 올해는 그냥 구경만 간단히 ^^;




이번 피판이 더 큰 주목을 (적어도 덕후들에겐) 받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건담 시리즈의 상영 때문이었을텐데, 진흥원에서는 아예 건담에 관련한 다양한 볼거리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직접 프라모델을 그 자리에서 조립해 보는 곳도 마련되어 있었고, 사람 크기만한 모형도 준비되어 있었으며, 그 자리에서 건담의 다양한 프라모델을 구매할 수 있도록 구비되어 있는 한편, 건담의 연대기를 비롯해 다양한 정보를 보기 좋게 펼쳐놓았다. 개인적으로 건담 팬의 열혈팬이 아니라는 사실이 아쉽기까지 했던 상황.











건담 팬이 아님에도 이 정도 사진을 담고 관심을 가졌을 정도니 팬들에겐 좀 더 좋은 시간이 되었을 듯~




그리고 '골든 슬럼버' 상영이후 연출을 맡은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과의 대화 시간. 영화가 워낙에 마음에 들어서 끝까지 자리에 남아 GV를 함께 했는데, 워낙에 감독의 팬 분들이 가득한 자리라 전작들과 원작에 대한 질문들이 많은 GV였다 ('골든 슬럼버' 리뷰는 곧 별도로 업데이트 예정).


사진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내 이름은 브루스 (My Name is Bruce, 2007)

브루스 캠벨의 자화상


이번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선보인 수많은 신작들 사이에서 유난히 흥미를 끄는 구작이 있었다면 (2007년 작이니 어쨋든 구작;;) 바로 이 영화 <내 이름은 브루스>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호러 영화의 팬이라면, 샘 레이미 감독의 <이블 데드>에 열광했던 이들이라면 '브루스 캠벨'이라는 이름을 모를리 없을 텐데, 이 영화는 바로 브루스 캠벨이 북치고 장구치고 다하는, 오롯이 그 만의 브루스 캠벨 영화이다. 이 영화를 재미있게 즐기느냐(이 영화에는 특히나 '즐긴다'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그렇지 못하느냐는 바로 브루스 캠벨이라는 배우를 얼마나 사랑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엄여히 따져봤을 때 이 영화는 B급 영화에 추억을 되살린 <플래닛 테러>나 <드래그 미 투 헬>보다 만듦새나 짜임새 부분에서 많이 뒤쳐지고, 일부 유머는 B급 영화라 하더라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부분이 있는데(물론 그 지점이 유머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브루스 캠벨이라는 인물과 결합시킨다면 그럭저럭 볼 만한 코믹 영화가 된다. 그야말로 '깔깔' 대며 웃을 수 있는 B급 호러 무비 말이다.



ⓒ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그런데 이 영화가 마냥 웃기고 모자라 보이기만 하느냐 하면 반드시 그렇지 만은 않다. 웃기는 것도 브루스 캠벨이어서 이지만 짠해 지는 것도 다 브루스 캠벨이기 때문이리라. 이 영화는 굉장히 자전적인데, 일단 은퇴를 한 것도 아니고 (어쨋든) 현역에 있는 배우의 이야기를, 그것도 자신 스스로가 거침없이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묘한 짠~한 감정이 올라온다. 영화 속 브루스 캠벨은 한 때 유명했던 B급 영화배우로 지금은 완전히 퇴물취급을 받고 싸구려 트레일러에서 생활하지만 본인 스스로는 아직도 '무비 스타'라는 거품을 안고 사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실제로 브루스 캠벨은 <이블 데드> 이후 수 많은 영화들에 출연하기도 했었지만 그 자신이 주인공으로서 화제가 되었던 적은 거의 없었으며, 까메오 출연으로 화제가 된 적이 오히려 많았었다(샘 레이미 감독이 연출한 <스파이더 맨> 시리즈에는 모두 까메오로 출연하고 있다). 극 중 퇴물로 그려지는 B급 영화배우 브루스 캠벨과 실제 브루스 캠벨의 모습이 그리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자학적이기 까지한 이런 묘사는 그의 팬이라면 가슴 한 켠이 짠해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자신을 연출하고 연기한 브루스 캠벨이 이런 부분을 아주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유쾌한 한 편 '내 처지가 참 씁쓸하다'라고 회환하는 방식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이런 자신의 현재의 모습을 솔직하게 조명하는 것에 즐기는 듯한 (해탈한 듯한!) 경지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말이다. 그리고 자신의 입지를 적절히 이용하고 드러내면서 '브루스 캠벨'이라는 영화 속 캐릭터를 좀 더 흥미롭게 만들어간다. 그의 전작들에 장면이나 캐릭터를 인용하는 한편, 그의 오랜 팬들이라면 반길 만한 설정들과 까메오들은 이 영화가 단순히 씁쓸한 현재를 보여주거나 즐거웠던 '한 때'를 추억하기 위한 영화는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사실 공포영화로서나 아니면 B급 호러영화로서의 장르적 재미는 아쉬운 부분이 많은 편이다.
몇몇 장면에서는 빵빵 터트려 주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으로 봐서는 so so에 가까운 것이 사실. 어딘선가 이 영화 리뷰를 읽으면서 '브루스 캠벨이 전기톱을 쓰지 않은 것은 반칙처럼 느껴진다'라는 평을 본 적이 있는데, 여기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 영화 속에 전기톱이 '짜잔!'하고 등장했을 때 영화 속 팬보이의 모습처럼 마지막에 브루스가 중국에서 온 귀신을 물리치기 위해 전기톱을 최종 무기로 사용하길 바랬었지만, 브루스는 허무할 정도로 단 칼에 '그건 실용적이지 않아'라는 식으로 무시해버린다. 이는 한 편으론 아쉬운 부분이지만, 다른 한 편으론 그 스스로 더 이상 <이블 데드>에 얽매여서는 배우로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알고 있다는 일종의 고백이 아니었나 싶다.

여튼 이 영화는 러닝 타임 내내 '깔깔'대며 웃을 수 있는 영화다. 그 허접함과 말도 안되는 설정들, 뻔히 보이는 유머코드는 귀엽기 까지 하다. <이블 데드>의 '애쉬'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의무감에 봐줘야할 영화가 아닐까 ^^


1. 영화 속 컨트리 송은 요즘 유행하는 후크송 못지 않게 중독성이 강합니다.

2. 샘 레이미의 동생이기도 한 테드 레이미와 댄 힉스 등의 모습도 반갑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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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나쁜 놈이 더 잘 잔다 (A Good Night Sleep for THE BAD, 2009)
폭력과 사회가 만들어낸 청춘의 자화상


이미 몇 번의 관련 포스팅을 통해 밝혔던 것 처럼 이 영화 <나쁜 놈이 더 잘 잔다>는 연출을 맡은 권영철 감독님과의 개인적인 친분으로 인해 이번 부천영화제에서 가장 기대를 했던 작품이었으며, 조금이나마 오늘 이렇게 영화제를 통해 관객들에게 선보이기 까지의 어려움을 알고 있기 때문에 영화제를 통한 최초의 공개가 더더욱 반갑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 상영직전 상영관 밖에서 감독님과 잠깐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확실히 자신이 연출한 첫 번째 장편영화가 처음 관객들에게(배우들에게도 처음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공개되는 날이라 그런지 분명 긴장되 보이는 모습이었다. 사실 감독님에 비하면 천 분의 1도 안되겠지만 극장안이 컴컴해지고 '나쁜 놈이 더 잘 잔다'라는 타이틀이 스크린 가득 펼쳐지니 나도 덩달아 무척 흥분이 되었다. 그렇게 90분 남짓 진행된 영화는 장르영화적 성격이 짙은 영화일 것이라는 본래 예상과는 달리 폭력과 가족 그리고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던 한 편의 드라마였으며, 무엇보다 비슷한 메시지와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영화들 과는 달리 주인공 캐릭터에게서 다른 희망을 엿볼 수 있었던 신선한 영화이기도 했다.


ⓒ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영화는 아마도 마지막에 임박한 장면이 아닐까 생각되는 자동차 사고 장면으로 시작된다. 윤성(김흥수)은 온통 피투성이가 되가지고서는 돈이 든 것으로 보이는 큰 가방을 가지고는 함께 있던 영조(오태경)를 따돌리고 길가로 나온다. 멀리서 차 한대가 오자 타고가려고 하지만 차는 서지 않고 그냥 가버린다. 그러자 윤성은 이렇게 한 마디 한다. '에이씨, 뭐 타고 가지?'. (이 대사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인상깊게 와닿았는데 나중에 한번 더 등장한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처음 등장하는 서울 근교 어느 동네 쯤으로 보이는 황량한 로케이션 장소를 보는 순간, 일단 참 장소 선택이 탁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핏 보면 <살인의 추억>의 첫 장면에 등장하는 그 들판을 떠올리게도 하는 곳이었는데, 서울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찾아볼 수 있을 법한 풍경이었지만 그 황량함과 영화 속 주인공이 처한 현실이 잘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사실 스틸 컷이 공개되기 전까지만 해도 이 작품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들의 대한 신뢰는 그리 크지 않았었다. 하지만 스틸 컷이 공개된 이후에는 특히 김흥수 씨에게서 '살아있는 눈빛'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영화 속에서도 이런 그의 혼란스러움과 절박함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동안 김흥수 씨가 출연한 작품들을 많이 보진 못했지만 확실히 이번 작품을 통해 더 다양한 스펙트럼의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보여주었다고 생각된다. 그가 연기한 '윤성'이라는 캐릭터는 이렇게 피범벅이 되는 대부분의 캐릭터들과는 아주 미묘한 차이가 있는데, 단순히 모든 것을 다 걸고 뒤를 돌아보지 않는 캐릭터가 아니라 무언가 계속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부분이 남아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경우와는 다르게 그저 내던지는 것 만으로는 표현이 어려운 부분이 분명 있었을 듯 하다. 그런 면에서 김흥수 씨의 연기는 바로 그런 캐릭터를 발견할 수 있게 할 만큼 인상적인 연기였으며, 그 청춘의 불완전함을 비교적 잘 표현해 냈다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보는 내내 가장 놀라웠던 것은 '영조' 역할을 맡은 오태경 씨의 열연이었다. 아역 배우때의 작품들부터 적지 않은 출연작을 보아왔던 입장에서 이번 그가 연기한 '영조' 캐릭터는 너무 다른 모습이라 이질감 마저 느껴질 정도였는데, 불량스러운 표정과 말투에 나이를 몇 살은 더 먹은 듯한 그 얼굴은 과연 오태경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마치 <똥파리>에서 주인공을 연기한 양익준 감독의 모습에서 전혀 '양익준'을 찾아볼 수 없었던 것처럼, '영조'에게서는 전혀 '오태경'을 찾아볼 수 없었던 것 같다.


ⓒ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다음 스틸컷이 나오기까지 이 단락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까 줄거리를 얘기하면서 언급한 '에이씨, 뭐 타고 가지?'(정확한 건진 모르겠네요)는 후반 부에도 다시 한번 등장하는데, 이 대사는 윤성이라는 캐릭터와 맞물려 상당히 생각해볼만한 거리를 던져주었다. '어떻게 가지?'가 아니라 '뭘 타고 가지?'라는 건 수단의 개념일 것이다.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청춘의 자화상은 뭘 해야 좋을지 모르는 혼란의 시기가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은 있지만 사회와 가족을 비롯한 본인 외적인 요소들 때문에 갇혀있는, 그래서 이 상황을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해 수단(=길)을 찾고 있는 청춘이라 할 수 있겠다. 윤성은 감옥에 가 있는 아버지 그리고 동생 둘과 함께 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유학을 계획하고 있고, 동생 해경(조안) 역시 지금의 가정환경을 벗어나기 위해 교내 선배들에게 아부해가며 연예인을 꿈꾸고 있다. 이렇게 어찌보면 해방과 더 나은 삶을 위해 길을 찾던 주인공들에게 어두운 그림자는 결국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일 수 밖에는 없으며 이 길을 선택하면서 윤성은 더, 더 깊은 나락으로 빠져들게 된다.

그런데 대부분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 놓인 주인공들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강수를 두게 되는 영화들과 <나쁜 놈이 더 잘 잔다>의 윤성의 캐릭터는 분명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앞서 피범벅이 되 돈가방을 들고 빠져나가기 위해 차를 세우려던 윤성은 다른 영화의 비슷한 상황이었다면 총으로 운전자를 위협한 뒤 차를 뺏어탈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지 않는다. 그리고 은행을 털고 나서 자신만 홀로 남겨져 돈을 독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굳이 돌아와서 다시 본래 계획했던 대로 몫을 나누고는 헤어진다. 그리고 가장 핵심은 보통 같았으면 이런 지옥같은 현실을 탈출하기 위해 홀로 홀연히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는 것이 보통이지만, 윤성은 해경이 원하지 않는대도 불구하고 자신의 가족들을 다 데리고 해외로 떠나려고 한다. 이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핵심 포인트라고 생각하는데 영화가 끝나고나서 감독과의 대화 도중 비슷한 질문에 대한 감독의 대답에, '아!'하는 외마디 탄성과 함께 영화를 보는 나조차 굉장히 모든 것에 무뎌져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윤성의 행동을 설명하는 단어들을 다시 보자면 '굳이 돌아와서' '원하지 않는대도 불구하고'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건 분명 선입견이 가미된 표현들이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 수 있었다. 우리는 흔히 영화를 볼 때 주인공에 공감을 하게 되면, 그리고 이 영화처럼 종극으로 치닫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 어느 정도 그 과정 중에 겪게 되는 행동들에 대해 적당히 묵인하고 넘어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불우한 가정환경과 어려운 경제사정을 극복하기 위해 무리한 선택을 할 수 밖에는 없었던 캐릭터들에 대해 모든 것을 너무 쉽게 용인해주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극한의 상황에 놓인 주인공이라고 모두 나쁜 이들은 아니다, 아니 나쁜 선택을 쉽게 하는 것은 아니다 혹은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다고 해서 꼭 더 나쁘게 자란다는 법은 없다 라는 당연한 명제를(하지만 다른 편에 놓인 명제에 비해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던) 보여주려 하고 있다. 즉 다시 말해 윤성이 하는 위와 같은 행동들은 '굳이'나 '불구하고'가 아니라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당연한 측면이 분명 있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 만연해있는 잘못된 것들에 의해 당연한 것을 너무 잊고 사는 것이 이런 캐릭터와 이야기에 잠시나마 당황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영화 중간에도 그랬지만 영화가 끝난 뒤 감독의 대답을 직접 듣는 순간, 망치로 머리를 때리는 듯한 멍한 기분이 들었다. 결국 윤성은 극한으로 치닫지만 그 과정 속에서 그가 지키려고 했던 가치들은 아마 '잘 자는 나쁜 놈'들은 잘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아닐까 싶다.


ⓒ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순전히 개인적으로 또 하나 흥미로웠던 점은 이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 가운데 삼촌으로 등장하는 캐릭터와 그를 둘러싼 에피소드의 분위기였는데, 이것이 마치 감독님과 내가 예전에 자주 함께 즐기던 XB0X360 게임 GTA4의 분위기가 느껴졌다는 점이다 ㅎ 특히 '삼춘'이라는 존재는 이 게임에 비유하자면 '커즌(cousin)'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만약 이 영화가 라틴계를 배경으로 만들어졌다면 좀 더 GTA분위기가 나지 않았을까 싶다. 그 삼촌의 하와이안 셔츠도 이런 느낌에 크게 한 몫을 하기도 했다 ^^;

하나 아쉬운 점을 들자면 영화에 사용된 음악이 조금은 분위기를 해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음...좀 더 심각하고 진지하게도 꾸려갈 수 있는 장면에서 약간 재미를 유발하는 소품스러운 음악이 삽입된 장면이 몇몇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계속 인물들에게 집중하고 있던 터에 약간의 이질감이 느껴지는 음악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래도 아는 사람이라고, 객관적인 평가를 스스로 했다고 자평하기는 어려운 부분이지만, 젊은 배우들의 열연을 맛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던 작품이었으며, 우리가 잊고 지내던 이런 종류의 영화 속 캐릭터에 대한 진정을 새삼 떠올려보게 했던 의미있는 작품이기도 했다(개인적으로는 이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아무쪼록 이번 부천영화제에서 좋은 반응과 입소문이 흘러나와 꼭 개봉관에서도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나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1. 아, 본문에는 미처 못썼는데 감독님 평소 스타일대로 주옥같은 대사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스크린에서도 여전하시더군요! '자러서 나무나 되라' 이런건 절대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아요 ㅎㅎ

2. 그래도 조금 아는 사람이라고 엔딩 크래딧 마지막에 '권영철 감독 첫번째 작품'이라는 크래딧을 보니 마음이 찡하더군요 ㅠ

3. <나쁜 놈이 더 잘 잔다> 화이팅 입니다! 나중에 기회되면 인터뷰(?)라도 하고 싶네요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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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유리의 날 (Yuri's Day, Yuryev Den, 2008)
차갑게만 변해가는 이야기


이번 제 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가장 먼저 관람한 작품은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이 연출한 러시아 영화 <유리의 날>이었다. 가끔 영화제에서는 영화를 선택할 때 정말 최소한의 정보만으로 관람작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유리의 날> 역시 미스테리라는 점, 그리고 평소에 보기 힘든 러시아 영화라는 점이 영화를 보기 전 정보의 고작이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조금은 후덥찌근한 날씨를 달래며 보기 시작한 영화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소름이 돋을 정도로 차가운 눈 덮인 영상을 배경으로, 영상 만큼이나 차가운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영화의 주인공인 오페라 여자 가수는 아들과 고향으로 보이는 마음에 도착했다가 어느 순간 아들을 잃어버리고 만다. 도대체 왜 아들이 사라졌는지, 죽었는지 살았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는다. 사실 영화에 대한 정보를 처음 얻었을 때는 미스테리나 스릴러 장르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영화를 보고나니 분명 아들이 실종된 사건 자체는 미스테리한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포인트는 사라져 버린 아들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큰 변화를 겪게 되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보는 편이 더 맞을 듯 싶다.

크세니야 라포포트가 연기한 주인공의 변화는 실로 놀랍다. 영화에 시종일관 집중하고 있음에도 과연 초반 오페라 가수로서 품위있던 모습의 그 여자가 중반 이후의 그 여자와 같은 인물인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정말로 중간에 곰곰히 따져보기도 했다) 사건을 겪으면서 이 여성은 아주 심한 변화를 겪게 된다. 나중에 가서는 왜 이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그 이유마저 완전히 잊어버린 듯한데, 이쯤 되면 아들을 찾고 못 찾고는 벌써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반대로 미스테리 영화로서는 부족한 점이 많은 편이다. 화면 구성이나 극의 구성은 굉장히 무언가가 나올 듯한 분위기를 시종일관 움츠리고 있지만 영화는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않은 채 그렇게 마무리 되는 편이다. 미스테리로 보지 않으려 했음에도 이런 의견을 얘기하게 된 것은, 미스테리적인 요소를 불러일으킬만한 아주 매력적인 영상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특히 눈 덮인 설원과 고립되어 있는 마을이라는 설정은 그런 요소를 더욱 증폭시키기에 충분했고, 장면 자체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여자 주인공을 연기한 크세니야 라포포트는 최근 개봉한 <언노운 우먼>에도 출연하고 있는데, <유리의 날>에서의 연기는 어느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고 해도 크게 손색이 없을 만큼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다. 어미니와 여성의 경계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캐릭터의 특성을 잘 표현해 내고 있으며, 오페라 가수 역할로서 노래하는 장면의 약간 어색한 립싱크 조차 크게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친분이 있는 권영철님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품인 <나쁜 놈이 더 잘 잔다>가 이번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 초청이 되어서 떨리는 마음으로 첫 공개의 순간에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극장에 도착하자마자 매진작 리스트에서 '나쁜 놈이 더 잘 잔다'를 확인하고 보니 절로 흐뭇해 지더군요 ^^




영화의 시작 전에 간단한 무대 인사가 있었고 상영이 끝난 뒤에 관객과의 대화시간이 있었습니다. 역시 영화제답게 많은 분들이 질문을 하려고 손을 드시는 모습에 다시 한번 훈훈해졌습니다~




관객들의 질문에 차근차근 답해주시는 권영철 감독님! 개인적으로도 여러가지 질문하고 싶은 것이 있었지만 나중에 개인적 자리를 기약하며 다른 분들께 양보아닌 양보를 ^^; 끝나고 여러 기자들과 팬들에 둘러쌓여 싸인 요청을 받으시는 모습에 또 한번 뿌듯. 저희 일행도 싸인을 요청했는데 쿨하게 그냥 가셨다는 ㅎㅎ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간단한 평가와 더불어 배우들의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었는데, 다들 조금씩은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을 드러내시더군요.




주연을 맡은 김흥수씨의 연기도(그 눈빛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오태경씨의 발견도 흥미로웠습니다. 아역배우시절부터 익숙했던 배우였는데, 그간 거의 착한 역할만 맡았던 것과는 달리 이번 영화에서는 아주 거칠고 막사는 역할을 맡았는데, 의외로 잘 어울리고 몇몇 장면에서는 내가 알던 그가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른 얼굴을 보여주더군요. 다시 봤습니다.





네네. 분명 김흥수씨가 감독님보다 뒤에 서 있습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ㅎ






개인적으로 관객과의 대화가 끝나고 잠깐 형님과 얘기할 시간이 있었는데, '어땠어?' 하시길래 '재밌어요' 했는데 좀 더 객관적인 평가를 듣고 싶어하시는 것 같았는데, 오늘은 스케쥴이 많으셔서 따로 이야기할 기회가 없어서 저도 좀 아쉬웠네요(다음 기회에!)


영화는 100%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기는 어려운 입장임을 감안하더라도 참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하드보일드한 장르영화가 아닐까 했었는데 막상 보고 나니 얼마전 보았던 <똥파리>를 연상시키는 가족이 연관된 한 편의 드라마였던 것 같아요. 여튼 영화에 대한 자세한 평을 곧 다시 써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영화제 기간 본 영화 세 편과 - 유리의 날 / 델리 6 / 내 이름은 부르스 -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아이맥스 리뷰도 밀려있네요 헥헥 ;;;;).


그래도 친분이 좀 있다고, 엔딩 크레딧 맨 마지막에 '권영철 감독 첫 번째 작품'이라는 문구를 보니 가슴이 찡해지더군요! 부럽기도 하구요! 아, 그리고 도움 주신 분들에 영화 고사때 오셨던 dp회원분들 몇 분의 이름과 DVD프라임이라는 이름을 보니 또 한번 흐뭇해지기도 했습니다 ^^


목요일 상영이 한 번 더 남아있습니다!
<나쁜 놈이 더 잘 잔다> 화이팅입니다!




글/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비가 오는 날. 회사에 연차 휴가를 내고 피판이 열리는 부천으로 향했다. 일단 프레스 ID카드를 받기 위해 고려호텔에 가서 카드도 지급받고 첫 번째 관람작인 <유리의 날>을 보기 위해 프리머스 소풍으로 이동.




영화제 스케쥴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상영일정표. 다음 주 평일날도 참석할 수 있다면 좋았을텐데 좀 아쉽기만 하다.




프리머스에서 만난 피판샵. 가면도 있고, 티셔츠, 버튼, 다양한 팬시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뭐 하나 살까 하다가 회사에서 아이스 커피마실 때 쓰려고 보덤 컵을 하나 구매.





이 날 본 세 작품에 대한 짧은 감상평.
1. <유리의 날> - 극단적인 클로즈업. 더운 날씨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차가운 분위기. 약간 모호한 미스테리.
2. <델리 6> - 그냥 춤추고 웃고 즐기려고만 했는데, 상당히 정치적이고 메시지 충만한 작품이었슴. 다시 보고 싶은 작품.
3. <내 이름은 부르스> - <플래닛 테러>보다는 약하지만 정말 재미있었던 그만의 작품. 그 노래는 정말 잊혀지지 않는다.

자세한 리뷰는 추후에~




ID카드와 함께 받은 프로그램북. '파워블로거'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카드는 꼭꼭 숨기고 다녔다 -_-;;; 하긴 이미 티켓을 다 돈주고 예매한 터라 ID카드를 따로 쓸일이 없었음. 그냥 기념으로 카드 수집완료 --v

비가 세차게 내리는 터라 자봉 여러분께서 고생이 많아보였다. 처음에는 시간 계산을 안해보고 영화 하나가 끝나면 다음 작품 볼 때까지 조금 여유가 있을 줄 알고, 감상기를 바로 하나씩 쓰면 되겠다 했는데 이동 시간 고려해 보니 하나 끝나면 바로 입장해야 하는 스케쥴이라 전혀 여유가 없더라. 개인적으로 하나 아쉬웠던 점이라면 <델리 6>를 상영했던 복사골 문화센터의 경우 공연장이라 음료를 들고 입장할 수 없었는데, 미리 공지가 잘 되어 있지 않은 탓에 1층에서 바로 입장전에 구입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약 1분만에 벌컥 들이키고 입장할 수 밖에는 없었다(얼음도 다 씹어먹었음 -_-;;)

굳은 날씨에도 좋은 영화들과의 만남은 계속된다!


* 사진을 더 많이 찍고 싶었는데 비가 오는 탓에 카메라를 자유롭게 사용못한 점도 있고, 워낙에 이동하는데 시간에 쫓긴터라 윽;





ⓒ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이번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블로거 입장으로 프레스 초대를 받은 것도 있고 지인의 영화가 상영되는 것도 있고 해서 유독 관심을 더 갖게 된 경우라 할 수 있는데, 금요일 하루 연차를 내어 참가하기로 결정한 뒤, 조금 늦었지만 부랴부랴 관람 스케쥴을 짜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프레스 카드를 발급받게 되면 영화 관람이 좀 더 자유롭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예전의 경험상 인기작들은 대부분 예매로 매진이 되거나 현장에서도 표를 구하기가 어려운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스케쥴을 짜면서 그냥 다 유료로 예매 및 결제를 마쳤네요. 뭐 영화제라 한 편 당 5,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관람할 수 있어 크게 부담이 되지 않기도 하고, 프레스카드만 믿고 있다가 못보거나 정말 좋지 않은 자리에서 영화를 관람하느니 티켓을 안전하게 구매하고 좀 더 좋은 자리에서 관람하는 편이 더 속이 편해서요 ^^;
일단 17일 금요일부터 19일 일요일까지 참석할 예정인데, 나중에라도 더 참석해서 많은 영화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유리의 날 (Yuri’s Day) / 프리머스 소풍 8 / 2009년 07월 17일 (금) 14시

제가 이번 피판에서 처음 보기로 정한 영화는 러시아 영화 <유리의 날>입니다. 잡지를 통해 대략의 시놉시스만 읽어본 상태인데, 미스테리한 이야기라는 점이 끌렸습니다. 사실 이 시간대에 가장 보고 싶었던 것은 본래 이 영화가 아니라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의 <피시 스토리>였는데, 나름 과감하게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되었네요.






 델리 6 (Delhi-6) / 복사골문화센터 / 2009년 07월 17일 (금) 17시

금요일 두 번째로 예매한 영화는 인도영화 <델리 6>입니다. 왠지 영화제라면 인도 영화 한 편은 봐줘야만 할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요 전타임에 좀 복잡한 미스테리 영화를 보았으니 두 번째로는 행복한 발리우드 영화를 한 편 보고 싶었던 것도 있구요.






 내 이름은 브루스 (My Name Is Bruce) / 프리머스 소풍 8 / 2009년 07월 17일 (금) 20시

이 날 마지막으로 보게 될 영화는 이번 영화제에서 나름 기대작 중 하나였던 <내 이름은 브루스>입니다. 바로 그 <이블 데드>의 브루스 캠벨이죠 ㅎ 제목답게 이 영화는 브루스 캠벨이 배우 생활을 하며 겪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데, <이블 데드>의 출연진들도 등장한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되는군요.







데드 스노우 (Dead Snow) / 부천시청 / 2009년 07월 18일 (토) 17시

토요일은 아쉽게도 한 작품 밖에는 못 볼 것 같네요. 이 날은 오전부터 일산으로 건너가 아이맥스로 <해리포터와 혼혈왕자>를 관람한 뒤 부지런히 이동해서 바로 이 좀비영화 <데드 스노우>를 볼 작정입니다. 노르웨이산 좀비영화인 이 영화는 리얼한 공포 장르라기 보다는 B급 정서가 담긴 유쾌한 영화일듯 싶은데, 의대생들과 좀비들의 한판 승부라니! 벌써부터 키득거리게 되는군요;








나쁜 놈이 더 잘 잔다 (Good Night Sleep for The Bad) / CGV 부천 1 / 2009년 07월 19일 (일) 14시

일단 일요일은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하는 작품인 <나쁜 놈이 더 잘 잔다>만 예매를 해 둔 상태입니다. 아마도 이후에 한 두 편을 더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친분이 있는지라 이후에 다른 분들과 어떻게 움직이게 될지 확정이 안된터라 이후 작품들의 예매는 일단 보류상태네요. 상영 이후에는 관객과의 대화시간도 있을 예정입니다. 이후에 시간이 된다면 <영혼을 빌려 드립니다>를 보고 싶네요.





일단은 여기까지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있습니다.




ⓒ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올해로 13회를 맞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Puchon International Fantastic Film Festival - 줄여서 PiFan)에 블로거 자격으로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PiFan 다음 홈페이지 하단에 보시면 (
http://events.movie.daum.net/special/pifan2009) 파워블로거의 현장스토리 라는 코너가 있는데, 여길 새로 고침 하시다보면 9명의 블로거 중에 저를 확인하실 수 있을 거에요 ;; 개인적으로 '파워블로거'라는 이름을 별로 좋아하진 않습니다만서도;;; ). 이번 피판의 경우 안그래도 관심이 갈 수 밖에는 없었던 영화제인 것이 하나는 지난해, 지지난해는 혼란스런 회사생활과 취업 관련으로 도통 시간을 내지 못했었는데 올해는 조금 여유를 갖고 찾아볼 수 있게 되었고, 또 다른 하나는 제 지인 중 한 분이 이번 피판을 통해 감독으로서 입봉 작품을 처음 선보이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국제 영화제이다 보니 평소에 상영관에서 만나기 어려운 작품들이 많아 기대되는 작품들이 여럿 있긴 하지만, 개인적 친분으로 인한 이유 때문에 바로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가 클 수 밖에는 없었다는 것을 수줍게 고백해 봅니다. 그 작품은 바로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부분에 초청된 작품 <나쁜 놈이 더 잘 잔다 (Good Nights Sleep for The Bad, 2009)>입니다.



ⓒ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나쁜 놈이 더 잘 잔다
(Good Nights Sleep for The Bad, 2009)

영화정보 18 ke  HD / C / Stereo
감독 권영철 
국가 Korea
제작년도 2009년
상영시간 85 분
카테고리 Feature/Fiction
프리미어 World Premiere


故 박광정씨와 정보석 씨가 출연하여 평단에 좋은 반응을 얻었었던 김태식 감독의 2007년작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의 조감독을 맡았던 권영철님의 작품으로, 직접 시나리오를 집필하기도 한 이 작품은 영화진흥위원회의 제작지원을 받아 제작되어 이번 피판에서 처음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간단한 시놉시스는 아래와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어딘가로 도망칠 수 있을까? 짐만 되는 가족이 원망스러운 윤성은 캐나다 이민이 무산되고 빚까지 지게 되자 친구인 종길, 영조에게 도움을 청한다. 은행강도로 돈을 마련한 윤성은 그러나 조여 오는 일상의 굴레에 점차 파멸로 치닫는다. 인생반전을 꿈꾸는 겁 없는 청춘들의 막장발버둥이 쓰디쓴 현실의 눈물 맛을 전해주는 액션 느와르 드라마.

- 자료제공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공식홈페이지


일단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렬한 영화제용 포스터가 썩 마음에 드네요. 피범벅이 된 두 주인공의 모습으로 연출된 포스터를 보니, 과연 이 두 주인공이 어쩌다 이렇게 종극까지 치닫게 되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벌컥 생기는군요. 또한 영어 제목의 폰트나 'THE BAD'라는 문구가 마치 세르지오 레오네의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를 떠올리게도 하구요. 이 말이 얼마나 객관성을 갖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인의 영화가 아니었더라도 저 포스터는 분명 영화팬으로서 구미가 당길 만한 포스터였을 듯 하네요.



ⓒ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배우로는 김흥수씨를 비롯해 조안, 오태경, 서장원씨 등이 출연하고 있는데, 그 동안 TV나 몇몇 영화들을 통해 김흥수라는 배우가 보여주었던 캐릭터들이 솔직히 그리 와닿는 작품은 많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스틸 컷을 통해 느낄 수 있었던 그의 '절박한' 눈빛은 그 동안 그가 연기했던 캐릭터들과는 차원이 다른 환경에 놓인 인물일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굳이 피를 뒤짚어 쓴 모습이 아니더라도 그 눈빛에서 '절박함'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그 밖에 최근 <킹콩을 들다>를 통해 화제를 모았던 조안과 예전 TV드라마 <사춘기>와 영화 <알포인트> 등에 출연했던 오태경의 연기도 기대가 됩니다. 겁 없는 청춘들이 인생이 파국으로 치닫는 이야기 답게 젋은 배우들의 연기도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가 되는 작품이 아닐 수 없겠네요.


ⓒ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이런 스틸컷은 확실히 기대감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한 장면이네요!)


지인임을 떠나서 신인 감독으로서 얼마나 신선하고 에너지 넘치는 영화일지 기대가 되는 작품입니다. <나쁜 놈이 더 잘 잔다>는 이번 피판에서 2회 상영될 예정입니다. 7월 19일(일) 2시 상영과 23일(목) 역시 2시에 상영될 예정인데, 두 번 모두 영화가 끝난 뒤에는 관객과의 대화도 진행될 예정입니다. 저는 일요일 참석하여 영화도 보고 관객과의 대화에도 참여할 예정입니다(자세한 스케쥴은 영화제 홈페이지의 정보를 참고해주세요 http://www.pifan.com/program/program_view.asp?pk_seq=97&sc_category_seq=7&sc_num=1&actEvent=view)


추후에 영화를 관람한 뒤 좀 더 자세한 리뷰를 작성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피판을 찾는 영화팬 여러분들께서도 <나쁜 놈이 더 잘 잔다>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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