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2011)
블루레이로서 완성되는 작품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개봉한 데이빗 핀처의 '용문신을 한 소녀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2011)'는 이미 너무도 유명한 스웨덴 출신의 작가 스티그 라르손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인 동시에, 닐스 아르덴 오플레프 감독의 2009년 작 '용문신을 한 소녀'와 비교될 수 밖에는 없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소설은 읽지 않았고 핀처의 작품을 먼저 보고 나중에 스웨덴 버전의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같은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지만 각각 표현하고자 했던 성격이 조금 달랐던 터라, 같으면서도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이 글에서는 데이빗 핀처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 되겠지만, 기회가 될 때마다 닐스 아르덴 오플레프 감독의 스웨덴 버전과의 차이점 등에 대해서도 조금씩 덧붙여볼 생각이다.






처음 이 작품에 대한 제작 소식을 듣게 되었을 때 가장 반가웠던 점은 '소셜 네트워크 (The Social Network, 2010)' 이후 겨우 1년 만에 다시 핀처의 작품을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소셜 네트워크'의 그 놀라운 완성도에 감탄하며 다시 한번 '핀처님'을 외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그 그리움의 기간이 무척 짧아졌다는 사실 만으로도 흥분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과연 데이빗 핀처를 바로 작품 활동으로 이끌게 된 이 작품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생겼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핀처는 스티그 라르손의 원작 소설에서 그리고 닐스 아르덴 오플레프의 영화에서 본인이 가장 관심 있고 잘 하는 미스터리와 스릴러에 대한 가능성과 아쉬움을 각각 발견했던 것이 이유가 아니었나 싶다. 특히 이러한 점은 스웨덴 버전의 영화를 보고 나면 좀 더 핀처의 작품이 지향한 바가 무엇인지 명확해 지기도 한다.






데이빗 핀처는 이 작품 속에서 자신이 계속 관심을 갖고 있던 인간의 변태적인 면과 사건을 풀어가는 미스터리 스릴러로서의 부분을 발견하고 이를 확장시켜 나갔다. 그의 전작 '조디악 (Zodiac, 2007)'에 비하면 그 농도가 덜 깊기는 하지만 비슷한 방식으로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 속에서 스릴러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었다. 영화는 부패한 재벌을 폭로하는 기사를 쓰고 대형 소송에 휘말린 기자 '미카엘 (다니엘 크레이그)'과 정부의 보호감찰을 받는 아웃사이더 정보원 '리스베트 (루니 마라)'의 이야기로 각각 시작된다. 두 사람의 연결 고리는 영화 초반 공개되지만 실제로 두 사람의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지기 까지는 제법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데이빗 핀처는 스웨덴 버전의 작품에 비해 리스베트와 미카엘의 비중을 거의 50:50에 가깝게 설정하였는데, 이는 앞서 이야기한 미스터리 스릴러가 중심이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40년 전 사라진 방예르 가의 소녀 '하리에트'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푸는 것이 이야기에 중심에 놓이기 때문에, 여기에 처음부터 개입한 미카엘의 비중이 자연스럽게 더 부각될 수 밖에는 없었다 (다니엘 크레이그 라는 배우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 작품이 하리에트와 관련된 미스터리를 푸는 과정에 좀 더 집중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리스베트 라는 이 작품이 만들어 낸 최고의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그리는 데에 부족함이 있는 것은 아니다. 스웨덴 버전에 비해 리스베트의 이야기가 하리에트의 사건 자체에 얽매여 있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독립적이고 자신을 표현하는데 서투르며 미카엘과 관계를 맺으며 조금씩 자신을 표현해 가는 그녀의 매력은 충분히 발휘되고 있다. 여기에는 루니 마라 라는 배우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기여했다. 스웨덴 버전의 경우도 리스베트 역할을 맡은 누미 라파스의 연기가 압도적이긴 했지만, 루니 마라는 누미 파라스와는 또 다른 자신 만의 공간을 만들어내는 데에 성공했다 (루니 마라는 누미 파라스의 연기를 보고 난 뒤였기 때문에 오히려 연기하는 데에 더 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루니 마라가 '소셜 네트워크'의 첫 장면에서 주커버그의 여자친구 역할로 등장했던 배우 임을 생각한다면, 이번 캐릭터가 얼마나 파격적이었는지를 비교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얘기로는 자신은 리스베트에 더 가까운 사람이라고 하지만;).






데이빗 핀처의 다른 작품들이 모두 그러하듯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역시 상당히 세련된 영상과 색감 그리고 음악을 담아내고 있다. 핀처는 리스베트 라는 캐릭터, 미카엘과 리스베트 간의 건조한 관계 그리고 몇몇 장소가 만들어 내는 차가운 금속 느낌들을 통해 미스터리를 더욱 배가 시키는 영화 전체의 온도를 만들어 냈다. 실제로 영화의 주 무대가 되는 다리 넘어 섬의 풍광은 스웨덴의 작품보다도 훨씬 더 깊은 추위를 담아내고 있으며 고립된 느낌마저 주고 있어, 이 사건을 파헤쳐 가는 미카엘 캐릭터를 좀 더 불안하고 외롭게 만들고 있다. 또한 트렌트 레즈너가 맡은 음악은 전작 '소셜 네트워크'와 마찬가지로 작품 전체의 불안함을 심는 동시에 차갑고 날카로운 느낌을 불어넣고 있다.




Blu-ray : Menu





Blu-ray : Picture Quality


데이빗 핀처의 작품은 항상 극장을 나오게 되면 바로 DVD나 Blu-ray 감상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는데, 그 첫 번째 이유는 그가 만들어 낸 감각적인 영상들을 좀 더 디테일 하게 확인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조디악' 이후부터는 그 영상미뿐만 아니라 단순한 화질 측면에서도 더 기대를 하게 되어 블루레이로 감상하기를 더더욱 고대하게 되었는데, '밀레니엄' 블루레이는 이 같은 높은 기대감을 충분히 만족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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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Epic 카메라와 Red One MX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은 매우 디테일 한 화질을 선보이고 있는데, 특히 밤 장면에서 조명을 활용한 인물 표현 시 탁월한 결과물을 보여준다. 몇몇 클로즈업 장면에서는 다니엘 크레이그에 거친 수염 질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며 루니 마라의 그 창백한 얼굴과 염색한 눈썹의 컬러도 분명히 구분되어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블루레이의 화질은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차가운 색감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어 영화 감상에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낸다.


Blu-ray : Sound Quality


DTS-HD MA 5.1 채널의 사운드 역시 최신작 블루레이 타이틀로서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다. 트렌트 레즈너가 만든 그 특유의 '지글거리듯' 깔리는 사운드의 질감이 살아있으며, 클럽 장면에서는 확실한 사운드의 임팩트를 느낄 수 있다.






극중 리스베트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장면에서는 배기 음을 우퍼의 활용을 통해 체감할 수 있으며, 후반 부에 등장하는 추격 씬이나 그 이전 마르틴의 집에서 펼쳐지는 장면에서도 음장감을 보다 더 실감나게 즐길 수 있다.


Blu-ray : Special Features


앞서 화질과 사운드를 설명하면서 데이빗 핀처의 작품은 블루레이가 특히 기대되는 작품이라는 얘기를 했었는데, 사실 그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부가영상에 있다. 이미 데이빗 핀처의 작품들을 블루레이로 감상한 이들이라면 잘 알겠지만 그가 연출한 작품들의 블루레이 타이틀에는, 마치 그의 작품 속 디테일과도 같은 열정과 디테일이 담긴 부가영상들이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항상 극장 개봉만큼이나 블루레이 출시를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이번 '밀레니엄' 블루레이 역시 첫 번째 디스크에는 본편과 핀처의 음성해설이, 두 번째 디스크에는 본격적인 부가영상들이 수록되었는데, 정말 음성해설에 한국어 자막이 지원되었다면 10점 만점 짜리 Special Features 였을 텐데 그렇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디테일하면 누구 못지 않은 핀처의 음성해설을 본편과 동일한 158분 동안 즐길 수 있었다면 정말 소중한 자료가 되었을 텐데, 한국어 자막이 지원되지 않는 것은 '밀레니엄' 블루레이 타이틀의 옥의 티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외에 몇 가지 소소한 부가영상 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한국어 자막을 지원하고 있다).







첫 번째 부가영상인 'Men Who Hate Women'에서는 감독과 배우들의 인터뷰 영상을 통해 원작 소설과 영화의 이야기가 담고 있는 본연의 메시지에 대한 다양하고 깊은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데이빗 핀처는 이 작품을 어떤 방향으로 연출했는지에 대한 생각을 들려주고, 다니엘 크레이그, 루니 마라, 스텔란 스카스가드 등 배우들은 자신들이 이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과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려주며, 각본을 쓴 스티브 자일리안 같은 경우는 자신이 각색을 하면서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었는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약 6분 30초여의 짧은 분량이지만 다들 너무도 진지하고 성실하게 답변에 응하는 자세 덕분에 하나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밀레니엄' 블루레이의 부가영상 속 인터뷰 영상들은 모두 검은 배경을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어 집중력 있게 인터뷰를 감상할 수 있다.






'Charaters' 에서는 영화 속 주요 캐릭터 3인인 리스베트와 미카엘 그리고 마르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만나볼 수 있는데, 각각 단순히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수준이 아니라 캐스팅과 의상 컨셉 등은 물론 각 캐릭터마다 특화된 주제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 매우 유익했다. 첫 번째 리스베트에 대한 내용에서는 이를 연기한 루니 마라가 이 배역을 따내기 위해 노력한 상세한 과정들부터 리스베트를 연기하기 위해 변신을 하게 된 과정과 이후 이리나로 변신하는 과정에 대한 내용들도 만나볼 수 있다. '소셜 네트워크' 블루레이의 부가영상을 보면서도 느꼈던 바이지만, 단순히 캐릭터를 완성된 대사들을 표현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감독과 각본가, 배우가 대사 하나하나를 골똘히 연구해 가며 완전히 캐릭터에 몰두하는 과정을 또 한 번 만나볼 수 있었다. 그래서 보통 다른 작품들의 촬영 현장 모습과는 달리 본편과 촬영 현장 장면이 크게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모두들 작품과 캐릭터에 흠뻑 빠져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다른 캐릭터들도 마찬가지지만 부가영상을 보니 리스베트라는 캐릭터를 구성하는 데에는 배우와 감독 못지 않게 의상을 맡은 디자이너 트리쉬 썸머빌의 역할이 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의상에 대한 부가영상에서만 디자이너의 인터뷰가 수록된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밀레니엄'의 경우는 거의 모든 부가영상에서 트리쉬 썸머빌의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을 정도다. 





그녀는 리스베트라는 캐릭터에게 있어 단순히 의상과 헤어 스타일을 결정하는 역할 뿐만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각 캐릭터의 성격과 영화 전반의 디자인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리스베트의 다양한 부가영상 가운데는 실제로 루니 마라가 촬영과 상관없이 의상이나 헤어가 화면에 어떻게 나오는가 등을 테스트 해보기 위해 지하철 등을 타고 카메라 테스트를 해본 테스트 영상도 만나볼 수 있었다. 






'미카엘'에 관한 캐릭터 부가영상에서는 역시 다니엘 크레이그의 캐스팅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만나볼 수 있으며, 의상 컨셉이나 촬영장에서 감독과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 등이 수록되었다. '마르틴' 역시 스텔란 스카스가드의 캐스팅에 관한 이야기를 기본으로 사이코패스에 관한 내용과 영화 후반 마르틴의 집에서 벌어지는 장면의 구성과 내용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감독과 스텝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는 그냥 별 것 아닌 것처럼 스쳐 지나간 장면들이 실제로는 어떤 아이디어와 촬영 기법 등을 통해 만들어졌는지, 마르틴의 장면을 중심으로 수록되었다.






그 다음 수록된 부가영상은 로케이션 촬영지에 관한 내용인데, 스웨덴과 헐리우드로 나뉘어 수록되었다. 이 작품은 미국 버전 임에도 인물들이나 배경이 그대로 스웨덴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데이빗 핀처가 얘기한 것처럼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제는 바로 스웨덴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방예르 가문의 사건과 관련된 배경에도 스웨덴의 역사가 묻어나 있고, 이후 벌어지는 과정 속에서도 장소가 갖는 특성들이 이야기에 깊게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에서는 주요 촬영지인 스톡홀롬을 중심으로 지하철 역 촬영 장면들과 영화 본편에는 각본이 수정되어 실리지 않았던 장면의 촬영 장면도 수록되었다. 그리고 영화의 엔딩 장면의 촬영 장면도 만나볼 수 있다.





'헐리웃'에서는 드라간 아르만스키 역할 캐스팅에 관한 내용이 수록되었는데, 이를 연기한 고란 비스닉의 캐스팅 비화와 그의 오디션 장면들도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리스베트가 자신을 폭행한 남성에게 더 악날한 방식으로 되돌려 주는 그 장면의 촬영 과정이 담겨있다. 이 보기에도 괴로웠던 장면이 실제로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17분에 가까운 짧지 않은 분량으로 소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미카엘과 리스베트, 마르틴 각각의 집에 대한 설정과 디자인에 대한 짧은 영상들도 수록되었다.






'Post Production'에서는 편집과 후시 녹음(ADR), 특수효과 등의 후반 작업 과정을 소개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 부가영상들이 감독과 배우들의 인터뷰만큼이나 흥미로운 영상이었다. 실제로 편집자와 데이빗 핀처가 함께 편집실에 모여 가편집 본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 그대로 수록되었는데, 극장에서 보게 된 영화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감독과 편집자가 얼마나 깨알 같은 디테일을 잡아내고 걷어내고 난 결과물인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예전과는 다르게 촬영한 필름의 양(스케일)이 많아서 편집 과정에서 자유롭게 화면을 자르고, 원하는 각도로 보정하는 것 등이 가능해져 보다 전체적으로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되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편집자에 말에 따르면 이 정도로 완벽한(편집 과정에서 일정한 기준으로 완벽하게 통일된) 작품은 없었다고 말할 정도니.






추가로 배우들이 후시 녹음을 하는 장면들과 카일 쿠퍼가 연출했던 '세븐'의 그 인상적인 오프닝으로 획을 그었던 핀처 답게, 이번에는 팀 밀러라는 그래픽 디자이너의 작품으로 탄생한 환상적인 오프닝 타이틀의 제작과정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영화 속에 사용된 다양한 CG활용 등도 확인할 수 있는데, 주로 배경을 더 그럴 듯 하게 묘사하는 데에 활용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Promotion'에서는 영화의 홍보와 관련된 영상들이 수록되었는데 기본적인 예고편들은 물론이고, 영화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일종의 페이크 다큐프로그램이 수록되어 눈길을 끈다. 'Hard Copy'라는 제목의 영상인데, 극중 등장하는 하리에트의 실종 or 사망 사건을 다룬 그 당시의 뉴스/고발 프로그램 형태로 제작된 영상으로서, 당시의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좋지 않은 비디오의 화질로 제작되었다.




[총평] 데이빗 핀처의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은 사실 솔직히 이야기해서 극장에서 보았을 때도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지금과 같은 정도의 만족도를 얻었던 작품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블루레이를 주저 없이 구매한 것은 핀처의 다른 작품들이 그러했듯이 이 작품도 블루레이가 더 많은 만족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서였다. 특히 그 깨알 같은 부가영상들이 있어 영화를 보며 아쉽게 느껴졌던 부분들까지 비로소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만약 '밀레니엄'을 인상 깊게 보았거나 데이빗 핀처의 팬이라면 이 블루레이는 반드시 소장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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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2011)

데이빗 핀처의 용문신을 한 소녀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은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원작 소설 '용 문신을 한 소녀' (북미와 영국에서 발간될 때 사용했던 제목)라는 제목은 들어보았을 정도로 아주 생소한 작품은 아니었는데, 스웨덴에서 영화화한 버전과 데이빗 핀처가 리메이크 했다는 소식을 거의 동시에 듣게 되었고, 개봉도 그 규모는 다르지만 거의 같은 시기에 만나볼 수 있어 어느 작품을 먼저 볼까 고민하던 중, 결국 핀처님의 작품을 선택하게 되었다. '밀레니엄'은 전작 '소셜 네트워크 (The Social Network, 2010)' 이후 1년 만에 바로 만나볼 수 있는 데이빗 핀처의 신작이라 일단 무척이나 반가웠다. '소셜 네트워크'가 이제 막 1년이 조금 넘은 작품임에도 가끔씩 다시 보고픈 충동을 느끼게 되는 작품이라고 봤을 때, 과연 핀처의 신작은 또 어떤 감흥을 전달해 줄지 기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유명한 원작 소설도 스웨덴판 영화도 보질 않았기 때문에 오롯이 핀처의 작품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대부분 원작이 별도로 있거나 소설의 방대한 분량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영화의 경우, 원작을 읽었을 경우 만족보다는 아쉬움이 드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바로 그렇다.



ⓒ Columbia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일단 끝내주는 오프닝 타이틀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겠다. 이미 카일 쿠퍼가 연출했던 '세븐' 오프닝 타이틀을 통해 획을 그었던 핀처는, 이번에는 팀 밀러라는 그래픽 디자이너의 작품을 통해 다시 한번 환상적인 오프닝 타이틀을 선사하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에 이어 음악을 맡은 트렌트 레즈너의 강렬한 비트와 함께 펼쳐지는 오프닝은 흡사 검은 기름을 뒤집어 쓴 듯한 영상에 다니엘 크레이그까지 더해지면서 흡사 007 시리즈의 오프닝마저 연상시킨다. 음악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트렌트 레즈너가 음악을 맡아서인지 영화 곳곳에서 '소셜 네트워크'를 떠올릴 만한 분위기를 담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에서 음악은 영화가 내포하고 있는 메시지와 그 이면에 가려진 무게감을 대변하고 있었다면, '밀레니엄'에서는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미스테리함의 증폭과 추운 날씨와 고립된 듯 외로운 장소와 캐릭터의 면면을 더 강렬하게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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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은 부패한 재벌을 폭로하는 기사를 쓰고 대형 소송에 휘말린 기자 '미카엘 (다니엘 크레이그)'과 정부의 보호감찰을 받는 아웃사이더 소녀 '리스베트 (루니 마라)'의 이야기를 각각 전개해 나간다. 두 사람의 연결 고리는 영화 초반 공개되지만 실제로 두 사람이 하나의 이야기로 합쳐지기 까지는 제법 오랜 시간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원작 소설과 스웨덴 버전의 영화를 보진 못했지만 포스터나 제목에서 풍겨나오는 뉘앙스를 보았을 때 리스베트라는 캐릭터의 비중이 절반이상이라고 예상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헐리웃 버전의 '밀레니엄'은 적어도 50:50이거나 미카엘의 비중이 더 크다고 볼 수 있겠다. 중심이 되는 스토리에 더 빨리 투입되는 것도 미카엘이고 두 사람의 관계에 있어서도 미카엘이 중심에 있다는 점을 지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작품이었다면 리스베트 캐릭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스웨덴 버전 포스터로 미뤄 짐작했을 때 기존의 작품들이 리스베트의 이야기라고 예상되었다면, 헐리웃 버전은 미카엘과 리스베트의 이야기로 느껴졌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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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테리를 풀어가는 스릴러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밀레니엄'은 괜찮은 과정을 담고 있다. 앞서 이야기 했던 것처럼 이 작품에는 40년 전 사라진 소녀 '하리에트'의 죽음에 대한 미스테리를 푸는 것 이전에, 리스베트의 이야기가 적지 않은 비중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중반까지는 완전히 하나의 이야기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점이 있다. 그렇다보니 미카엘과 리스베트의 이야기가 하나로 모아진 다음, 본격적으로 하리에트 미스테리를 풀어가는 과정은 157분이라는 긴 러닝 타임에도 100% 만족할 만한 문제 해결의 과정을 담고 있지는 못하다. 즉, 실제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내 범인을 밝혀내게 되는 과정에 있어서 관객으로 하여금 상당한 집중력을 요하는 동시에,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전에 비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인해 약간 급마무리 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엄밀히 따지자면 '밀레니엄'이 보여준 문제 해결 과정이나 속도, 리듬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닌데, 이것이 데이빗 핀처의 작품이어서 어쩔 수 없이 드는 아쉬움이 아닐까 싶다. 그는 이미 '조디악 (Zodiac, 2007)'이라는 너무 완벽한 스릴러를 만들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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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극장을 나오며 느꼈던 교훈은 좀 다른 얘기일지도 모르겠는데, '굴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특히 리스베트가 처한 상황과 그녀가 이 상황 속에서도 살아나가는 방식을 보면서, 이런 저런 고통과 억압들은 절대 참는다고 끝나지 않으며 오히려 더 상처가 깊어진다는 진리와, 그 가운데서도 굴하지 말고 끝까지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교훈적 메시지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스스로를 구원하는 리스베트의 이야기는 화려한 용문신과 피어싱 보다도 더 빛났다.



1. '소셜 네트워크'의 첫 장면에서 마크 주커버그를 차버렸던 그녀 루니 마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더군요. 같은 사람인가 싶을 정도였는데, 확실히 이 리스베트라는 캐릭터는 루니 마라의 필모그래피에 획을 그을 것만은 분명한 것 같네요.


2. 아, 스웨덴의 그 공기. 이런 차가운 공기를 느껴보는 건 '렛 미 인' 이후로 오랜만인듯.


3. 이게 한국 영화였다면 전 그 가죽 자켓 버린 곳을 아마도 직접 찾아가 봤을 거에요 ㅋㅋ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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