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코브 (The Cove)
잔인한 진실, 이제는 행동할 때 


지난해 가장 화제가 된 다큐멘터리 중 하나였던 '더 코브'를 뒤늦게 EIDF 프로그램을 통해 TV로 감상할 수 있었다. 극장 개봉 당시 이미 많은 화제를 불어일으켰고 선댄스에서의 수상 등 주목받는 작품이었는데, 늦었지만 EIDF 덕에 그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사실 포스터에 등장하는 카피 들을 잘 읽지 않는 나로서는, '더 코브'의 포스터를 처음 보았을 때는 저 황홀한 이미지에만 끌려, 단순히 해양세계와 돌고래의 압도적인 신비로움을 알려주는 작품인 줄로만 알았었다. 하지만 저 카피들이 말해주듯 '더 코브' 에 담긴 내용은 (그리고 사실은), 결코 아름답지 않은 인간의 잔혹함과 공존에 대한 신랄한 경고이자 신고의 성격을 갖고 있는 힘 있는 다큐멘터리였다. 


ⓒ Diamond Docs. All rights reserved

우리는 그린피스의 활동이나 가끔씩 들려오는 해외 토픽 등을 통해 불법 고래잡이에 관한 사실들은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다. 예전에 포경 관련해서도 일본의 행동들을 알게 된 적이 있는데, '더 코브'를 통해 알게 된 일본 타이지의 잔인한 진실은 그 동안 철절히 숨겨져 왔다는 것에 더욱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이 곳에서는 매년 2만 3천마리가 넘는 돌고래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하는데, 일단 그 사실 이전에 이것을 은폐하려는 타이지 사람들과 관리들의 모습들이 가관이다. 가끔 이런 사회 고발성 다큐멘터리에는 그 어느 극영화 못지 않은 악당들이 등장하곤 하는데,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이 곳 사람들 역시, 그 어떤 작가가 만들어낸 악역 캐릭터보다도 더 공포스러운 실존인물들이 아닐 수 없겠다. 자신들의 부당함을 숨기고 이를 밝혀내려는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주기 위해 정말 열심히 활동하는 이들의 모습은 보고 있노라면, 인간성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끔까지 만든다. 

작게는 마을 사람들, 더 나아가서는 정부와 돌고래 사업과 관련된 거대 회사와 국제 단체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너무 끔찍한 일들을 저지르고 있는 이들에 대한 고발은, '더 코브'가 갖고 있는 핵심적인 메시지 중 하나다. 영화는 이를 위해 '오션스 일레븐'에 버금가는 정예 팀을 만들어 잔인한 진실의 순간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대에 결국 성공하는데, 물론 이 과정이 극영화 못지 않게 긴장감 넘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극영화 다른 점이라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극영화와는 다르게 이 잔인한 장면이 사실이라는 점 때문에 그저 재미만 느낄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 만큼 일본 타이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잔인함 그 자체였다. 

극영화에서도 가끔 사용하는 방식이기도 한데, 루이 시호요스 감독은 드디어 그 충격적인 영상을 영화를 통해 공개하게 되는 순간, 그 어떤 영화적 묘사의 장치도 사용하지 않는다. 극적인 음악도 없고, 그 동안 계속 포함되었던 내레이션도 이 순간엔 침묵한다. 그리고는 그저 어부들이 잔인하게 돌고래를 학살하고, 그로 인해 붉게 물든 바다를 말없이 보여준다. 이 장면이 얼마나 잔인하고 충격적이었는지는 직접 보고 느끼는 수 밖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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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자신 역시 돌고래들을 사육하고 돌고래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TV 프로그램의 주인공이기도 했던 한 남자 후회로 부터 시작되었다. 릭 오배리는 이 다큐를 통해 여러번 '그 때는 몰랐었다' '왜 더 일찍 알지 못했을까'를 후회하곤 한다. 어쩌면 이 큰 후회가 그를 지금까지도 돌고래 보호를 위해 일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 후회는 이를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우린 아직 늦지 않았다'라는 희망의 메시지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런 다큐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과연 내가 이 거대한 사실에 맞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반문해 보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막말로 이런 것들을 모두 염두에 둔다면 내가 먹는 것, 보는 것, 사는 것 들 모두가 행복이 아닌 삶의 제약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이런 논리로 다시금 나를 합리화하며 작게 나마 할 수 있는 행동들을 시작도 전에 관두게 되곤 한다. 하지만 이것은 합리화의 문제가 아니다. 그저 부당함을 느꼈고, 내가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자신이 믿는 가치가 계속 구현되는 세상을 위해서라도 한 발이나마 내딛으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더 코브'를 보고 나서 아주 작은 결심을 하나 했다. 사실 돌고래는 너무 좋아하는 동물이기도 했고, 아직까지 한 번도 본 적은 없으나 놀이공원의 '돌고래쇼' 는 꼭 한 번 보고 싶은 것 중 하나였는데, 이제는 적어도 볼 수 없는 '쇼'가 되어버렸다. 나 하나 안본다고 돌고래쇼를 보는 사람들의 수요가 급격히 줄어, 돌고래를 잡아들이는 행동이 줄지는 않겠지만, 분명 한 건 돌고래쇼를 보려는 사람의 수가 하나는 줄었다는 사실이고, 그로 인해 미약하나마 돌고래 사업에 손실이 생겼다는 사실이다.

다큐의 힘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보는 이를 움직이게 하는 힘 말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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