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 블루레이 리뷰 (The Grand Budapest Hotel : Blu-ray Review)
웨스 앤더슨 미학의 정점이자 집대성


웨스 앤더슨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항상 그렇듯 미적인 요소와 이를 다루는 집착에 가까운 고집이 가득 담긴, 더 나아가 집대성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로 최근 작들의 경향을 절정으로 끌어 올린 작품이다.





촬영장에도 항상 수트 차림으로 등장한다는 이 멋쟁이 감독은, 단순히 멋을 부리는 정도가 아니라 아름다움이라는 것에 대해 끊임 없이 추구하고 연구하며 그 한계에 까지 이르러 본 감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그런 의미에서 양면의 날이 모두 서 있는, 웨스 앤더슨의 미적 감각과 고민이 경지에 오른 그런 작품이라 하겠다.





일단 웨스 앤더슨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통해 이야기라는 것 자체에 집중한다.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과정인 스토리텔링에 집중한다. 이 작품은 구성 측면에서도 드러나듯이 몇 겹의 이야기가 액자 형태로 겹쳐져 있는, 그러니까 끊임 없이 누군 가가 다른 누군 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어딘가 과장되기도 하고 이상한 듯도 보이지만 늘 그렇듯 웨스 앤더슨 월드의 인물들은 그저 진지하다 (그래서 귀엽다). 특히 여러 명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이번 작품에서는 이러한 특성이 더욱 도드라지는데, 그 많은 캐릭터들 한 명 한 명 가운데 그 누구도 자신의 역할에 열심이지 않은 캐릭터가 없을 정도로, 웨스 앤더슨은 단순히 귀엽고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닌 그들의 각자의 삶을 묘사하려 한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작품은 웨스 앤더슨의 양면의 날이 모두 서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1차적으로 미적 요소에 대해서 말하지 않을 수 없겠다. 이미 전작들을 통해서 그의 트레이드 마크 처럼 되어버린 집착에 가까운 좌우 대칭과 정렬의 구도는 1.37:1의 고전적인 화면 비에서 오히려 더 돋보이고 있으며 (웨스 앤더슨은 이번 작품에서도 수평과 수직의 움직임을 직접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강렬한 핑크 색으로 각인되는 전체적인 색감은 모든 것이 아기자기해서 어떤 장면을 담아도 엽서가 되었던 전작 '문라이즈 킹덤' 이상의 이미지를 선사한다.







특히 변화하는 화면 비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 물론 작품 내에서 화면 비는 단순히 비율 이상의 의미를 갖기는 하지만 - 1930년대 장면들은 1.37:1, 1980년대 장면들은 1.85:1, 1960년대 장면들은 2.35:1 화면비로 각각 제작되었다 - 그 안에 담으려던 의도를 떠나서 웨스 앤더슨은 마치 자신의 미장센을 각각의 다른 화면비에 맞춰 최적의 미적 성과를 달성하려는 것 처럼 보인다. 그런 면에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그의 전작들 보다 더 영화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내용적으로 보았을 때 이번 작품은 웨스 앤더슨의 작품 가운데 가장 쓸쓸한 작품이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이 쓸쓸함은 지금까지 얘기했던 아름다움에 대한 부분과 깊게 연관이 되어 있다. 앞서 웨스 앤더슨을 설명하면서 '그 한계에 까지 이르러 본' 감독이라고 했었는데, 바로 그 한계를 담아내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작품이다. 실제로 예전 그의 작품들은 그저 아름답고, 귀엽고, 예쁘고, 낭만적이었던 경우가 많았다. 이건 그가 아름다움 그 자체를 추구하는 감독이었기 때문인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는 그 아름다움이 현실에 가로 막힐 수 있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작품이기에 더욱 쓸쓸하고 한 편으론 슬픔이 느껴진다.






영화 속 구스타브의 이야기가 판타지처럼 느껴지는 것은 아기자기한 배경의 이미지 때문이 아니라, 구스타브 라는 캐릭터 자체가 현실에 비추어 보았을 때 비현실적인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웨스 앤더슨의 영화였다면 구스타브의 희망적이고 판타지적인 이야기를 끝까지 가져가거나 행복하기만 한 결말로 끝을 맺었을테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모든 것이 다 이루어졌다고 생각했던 그 너머의 현실을 더 담아냈다. 그러니까 웨스 앤더슨은 자신이 항상 끝을 맺고 싶었던 순간이 결국 현실에서는 이루어지지 않는 다는 것을 이번 작품을 통해 자신 만의 방식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구스타브와 제로의 마지막 사연도 그렇고, 직접적으로는 그렇게 화려한 영상을 수놓던 영상이 흑백으로 그려지는 것도 그런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 인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어딘가 모르게 애잔하고 쓸쓸한 영화였다. 중간 중간 웃기도 했지만 구스타브의 이야기는 유쾌하고 재미있기 보다는 어딘가 사라지는 것들을 붙잡으려 홀로 애쓰고 있는 듯 했기 때문이다. 웨스 앤더슨은 여전히 사랑스럽고 소중하지만,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곱씹어 보고 나니 다음 작품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더욱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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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 앤더슨 월드를 더 디테일하게 묘사하기에 블루레이만한 매체는 없을 것이다. 로케이션과 이미지, 미니어쳐 등 모든 환경은 선명한 화질로 확인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웨스 앤더슨이 심혈을 기울여 선택한 색감과 톤이 의도대로 정확히 전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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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 앤더슨의 전작 가운데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방식으로 제작되었던 '판타스틱 Mr.폭스'가 특히 화질 측면에서 우수한 타이틀이었는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도 이에 못지 않은 (실사 영화임을 감안하면 더욱) 우수한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후반 부 장면에 따라 일부러 스타일을 올드하거나 미니멈한 형태로 연출한 장면을 제외하면 대부분 상당히 만족할 만한 화질을 보여주고 있어, 아마도 1.37:1 화면비의 영상으로는 가장 좋은 화질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Blu-ray : Audio


DTS-HD MA 5.1 채널의 사운드도 의외로(?) 수준급의 사운드를 들려준다. 사실 극장에서 볼 때 영화 음악이 정말 좋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지만 그와는 반대로 영화의 기본적인 사운드에 대해서는 크게 와닿는 부분이 없었는데, 블루레이로 다시 보니 다양한 소리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특히 후반 부 액션과 추격씬에서는 다양한 소리들이 등장하는데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효과음들을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으며, 앞서 이야기했던 멋진 영화 음악 역시 멀티 채널로 만나볼 수 있다.


Blu-ray : Special Features


1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블루레이에는 몇 가지 부가영상이 수록되었는데, 작품의 완성도나 기대치에 비하면 상당히 작은 분량의 부가영상이 수록된 것이 사실이다. 'Bill Murray Tours The Town'에서는 극 중 가상의 국가인 '주브로브카 공화국'의 배경이 된 도시 괴를리츠를, 출연자인 빌 머레이가 간단하게 소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별다른 꾸밈 없이도 마치 극 중 주브로브카 공화국의 모습을 하고 있는 도시가 인상적이었다.






'Vignettes'에서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몇 가지 내용들을 진지하게 실제처럼 소개하는 구성을 갖추고 있는데, 첫 번째로는 쿤스트 박물관 주브로브카 강연 영상이 수록되었다. 즉, 극 중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라는 책을 쓴 작가가 강연을 하는 형식으로 만들어진 영상인데 짧지만 다양한 자료들로 이뤄진, 마치 PT를 보는 듯한 영상을 만나볼 수 있다. 두 번째 역시 극 중 등장하는 '십자 열쇠 협회'의 정체를 소개하는 영상인데, 진지하게 만들어진 자료들 탓에 짧지만 보는 재미가 충분하다.




세 번째는 '멘들의 비밀 레시피'로서 극 중 등장하는 멘들 케익의 제조 과정을 차근 차근 소개하고 있다. 이 레시피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꼭 한 번 집에서 그대로 따라해봐야 겠다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된다.





'The Making of The Grand Budapest Hotel'에서는 간단한 제작 과정을 담고 있는데 감독인 웨스 앤더슨을 비롯해 주요 배우들의 짤막한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다. 두 번째 '십자 열쇠 협회'에서는 극 중 협회에 대한 내용을 간단하게 소개하고 마치 이 협회와도 같은 웨스 앤더슨과 배우들의 관계를 들려주는데, 주드 로의 경우 그의 작품에 출연하고 싶어서 여러 차례 편지를 보냈었다는 인터뷰도 만나볼 수 있었다. 촬영장의 모습을 보면 배우들이 단순히 그를 존경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가 영화를 만드는 방식 자체를 동경하고 즐기고 있다는 것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호텔 만들기'를 통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구석구석을 어떤 의미로 만들게 되었든지 소개하고 있으며, '세상 창조하기'를 통해 웨스 앤더슨이 창조한 주브로브카 공화국과 세계관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한 디테이한 소품들을 소개한다.





[총평] 웨스 앤더슨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그의 미적 추구가 절정에 이른 작품인 동시에, 그의 전작들에 비해 많은 생각할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 완성도 높은 작품이었다.


그저 예쁘고 귀엽기만 했던 웨스 앤더슨 월드는 그 뒷면의 현실을 떠올려보게 하는데 까지 확장되었으며, 이런 내면의 성장과 별개로 영화는 외적으로 더욱 풍성해졌다. AV적으로도 부족함이 없는 타이틀로 웨스 앤더슨의 팬이라면 요만큼도 주절할 필요가 없는 그런 타이틀이라 하겠다. 그래도 요만큼의 아쉬움을 더해보자면 이것 저것 타이틀 측면에서 패키지를 만들어볼 여지가 많은 웨스 앤더슨의 작품답게 좀 더 비용이 상승하더라도 소장가치 높은 구성의 타이틀로 출시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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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The Grand Budapest Hotel, 2014)

낭만적인 스토리텔링



웨스 앤더슨의 작품은 모두 다 좋아하지만 (특히 최근작들) 글로 쓰려면 별로 할 이야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신작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The Grand Budapest Hotel, 2014)' 역시 마찬가지다. 웨스 앤더슨의 영화가 다른 영화들에 비해 쓰고자 하는 이야기가 많지 않은 이유는, 생각하고 토론하는 영화라기 보다는 그가 이끄는 대로 그저 따라가는, 즐기는 형태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의 영화는 '어벤져스'로 대표되는 마블의 세계관 만큼이나 확고하고 뚜렷한 세계관을 갖고 있는데, 그의 인물들은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옷을 입고 있는 모습만 봐도 웨스 앤더슨 세상 속 인물이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이고, 말을 해도 물론 마찬가지다. 이번 신작 역시 그의 전작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역사를 살짝 배경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사랑스럽고, 귀여우며 무엇보다 낭만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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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어떤 이야기인가가 중요하기 보다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 스토리텔링이 더 중요한 작품이다. 세대를 이어 전해지는 이야기는 간혹 역사의 어두운 면을 다루기도 하고, 별 일 아닌 것 같은 일에도 한참을 할애하기도 하는데, 무엇이 더 중요하다거나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기 보다는 그저 그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애정을 담아 보내는 한 편의 그림 엽서처럼 느껴진다 (그림 엽서 라는 점이 중요하다 ㅎ). 그렇기 때문에 극 중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하나 같이 괴팍하거나 이상한 것처럼 겉으론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게 보일 뿐이지 모두들 본인들에게 충실하고 맡은 일에 열심인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웨스 앤더슨은 각각의 상황에 놓인 인물들이 그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할 때 얼마나 아름다울 정도로 귀여운지를 자신 만의 독특한 미적 감각을 통해 최대한 펼쳐놓는다. 이번 작품에서는 특히 다양한 색감은 물론, 이야기가 달라질 때마다 변하는 화면비를 통해 각각 이야기마다 성격을 부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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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 웨스 앤더슨의 작품들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다른 작품들에 비해 영화가 끝나고 나면 남는 것은 덜한 편이었는데 (그 좋아하는 '문라이즈 킹덤'도 의외로 자주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은 덜하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그런 면에서 여운과 낭만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마치 채플린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는데, 극 중 랄프 파인즈가 연기한 구스타브 라는 캐릭터는 묘하게 애잔함과 낭만, 애틋함 마저 느끼게 만드는 캐릭터였다. 이 전체적인 이야기가 그렇게 느껴진 것도 이야기의 주인공인 구스타브 였기 때문이었다. 이건 뭐라 말로 정확히 표현하기 힘든 부분인데, 영화를 보고 나니 구스타브의 그 모습과 미소가 계속 잔상이 남았다. 그리고 그 이미지는 이 영화를 기억하고 아마도 추억하게 될 가장 중요한 동기가 되기도 한다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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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타셈 싱의 '더 폴 (The Fall, 2006)'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었다. 과장되고 특별한 이야기를 한참 동안 한 듯 했지만, 왠일인지 영화를 다 보고나면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그런 낭만적인 영화. 웨스 앤더슨은 여전히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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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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