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론 (Tron : Legacy. IMAX DMR 3D, 2011)
제목 그대로 새로운 시작이 되길


스티븐 리스버거 감독의 1982년 작 '트론 (Tron)'을 2011년에 옮겨다 놓은 조셉 코신스키 감독의 신작 '트론 : 새로운 시작 (Tron : Legacy)'은, 일단 원작과의 연관성과 더불어 이야기할 거리가 상당히 많은 작품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1982년 작 '트론'을 아직까지 못 본 관계로 섣불리 원작과 연관된 이야기를 꺼내는 것 보다는 (그건 나중에 원작 감상 뒤 시도해 보기로 하고), 2011년 작 '트론 : 새로운 시작'에 대한 이야기로만 한정 지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일단 원작에 대한 정보만을 찾아보고 알아낸 흥미로운 점이라면, 이번에 나온 '트론'은 원작의 속편이라기 보다는 새로운 최첨단 기술로 다시 쓴 것에 가깝다는 것과 원작에서도 케빈 플린 역할을 맡았던 제프 브리지스가 이번 작품에서도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알렌 역할을 맡은 브루스 복슬레이트너 역시 마찬가지!) 사실 원작을 접하지 못했다는 것은 일종의 행운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반복에 가깝다는 이 이야기를 어쨋든 처음 접하게 되었고, 이를 전달하는 영상과 기술의 도구는 무척이나 세련되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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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트론'의 이야기 자체는 매우 익숙한 구조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소재였을지 모르겠으나 이미 비슷한 설정의 영화들에 무척이나 익숙한 지금에 보았을 때는, 가상현실이나 프로그램 같은 개념들이 더이상 새로울 것은 없다 (이는 반대로 시기상으로 보았을 때, 우리가 이와 같은 개념에 익숙하게 끔 만들었던 작품들이 1982년작 '트론'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는 얘기). 하지만 이 익숙한 서사의 구조를 드디어 완벽하게 구현 가능하게 된 영상미와 다프트 펑크 완벽한 음악이 충분히 보완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 익숙한 이야기 조차 그리 지루하거나 재미없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특히나 이 설정과 세계관 자체가 영화 속에서 드러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세계 그리고 그 다음 이야기와 숨겨진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들기에 충분했기에 일단 호기심이 발동했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아쉬웠던 점이라면 '아, 원작을 보았더라면...'하는 생각이 들었던 부분들이었는데, 만약 원작을 예전에 보았더라면, 극 중 트론의 대사나 행동들에서 좀 더 뭉클한 무언가가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었다.   

어쨋든 이번 작품을 통해 '트론'의 세계관을 예상하고 엿보았을 때, 아직까지는 보여준 것보다는 보여줄 것이 많고, 충분히 흥미와 재미를 안겨줄 부분이 넘쳐난다는 점에서, 시리즈로 가는 첫 번째 작품으로는 나쁘지 않은 구성과 볼거리였다고 생각된다 (물론 여기에는 '시리즈'라는 전제가 필요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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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론'에서는 몇가지 주목할 만한 장면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 중 하나는 바로 바이크 배틀(?) 장면이었다. 팀을 이뤄 바이크를 타고 상대를 제거하는 게임이었는데, 여기서 보여준 영상 자체가 흥미로웠던 점도 물론 있지만, 그리드로 가기 전 샘 플린이 아케이드에서 예전 트론 게임기를 잠깐 플레이 하는 것에서 보여주었던 바로 그 게임 원리가 2011년 헐리웃의 디지털 기술로 실현된 영상이 몹시 흥미로웠기 때문이었다. '트랜스포머'에서 로봇들이 변신하는 장면만으로도 황홀함이 느껴졌던 것처럼, '트론'의 황홀한 장면 중 하나라면 바로 이 장면을 들 수 있을텐데, 마치 크리스토퍼 놀란이 '인셉션'을 통해 펜로즈의 계단을 영화화 한 것처럼, '트론'은 우리에게 익숙한 방식의 게임을 영화 속에서 제대로 구현해 낸 느낌이었다. 참고로 '트론'은 (적어도 이번 작품 'Legacy'는) 말로하는 것이 절대 보는 것을 이길래야 이길 수 없는 구조의 영상 영화이기 때문에, 직접 이를 비롯한 그리드의 세계를 영화로 보는 것이 그 어떤 글을 읽는 것보다 좋은 경험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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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론 : 새로운 시작'에서 영화음악에 대한 얘기 역시 절대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작품에서 음악은 단순히 영화음악으로 사용된 것이 아니라 극중 '그리드'의 세계를 정의하는 핵심 요소로 사용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 마치 21세기에 듣는 강한 비트의 '블레이드 러너' 사운드 트랙과도 같은 이 음악이 더욱 인상깊은 이유는, 영화음악을 맡은 이가 다름아닌 '다프트 펑크 (Daft Punk)'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기 전 이미 다프트 펑크가 음악을 맡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주의깊게 들을 수 밖에는 없었는데, 이미 마쓰모토 레이지와 함께 작업한 'Interstella 5555'등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처럼 다프트 펑크는 뮤직비디오 이상의 영상물에도 큰 관심이 있었다고 볼 수 있을텐데, '트론'을 보면서 든 생각은 어쩌면 '트론'이야 말로 다프트 펑크가 아니면 상상할 수 없었던 작품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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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프트 펑크는 무려 까메오 출연까지하고 있는데, 평소 그들의 스타일과 완전히 맞아 떨어지는 극중 캐릭터와 코스츔 탓에, 그들을 모르는 관객들에게는 그저 그 세계에서는 평범한(?) 클럽 DJ로 스쳐지나갈 만큼 완벽한 싱크로율이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아마도 다프트 펑크의 팬들이라면 이 장면에서 속으로 움찔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이 작품에서 영화 음악이 차지 하는 비중이 상당하다는 결론이다. 덧붙이자면 다프트 펑크의 영화 음악이 자신들의 기존 색깔을 드러내는 동시에 너무 수려한 헐리웃 영화음악이라서 놀랐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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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트론 : 새로운 시작'은 분명 이번 작품을 통해 보여준 것보다는 아직 더 보여줄 것이 많이 남은 작품이라 생각된다. SF영화에서는 그 어떤 요소보다도 세계관이라는 것이 큰 몫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을텐데, 그런 면에서 원작 게임과 영화를 통해 바탕이 되는 세계관과 확장 가능한 여지를 충분히 갖고 있다는 점에서 새롭게 태어난 '트론'은 21세기 최첨단 영상과 맞물려 좋은 시리즈가 될 떡잎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과연 이 작품이 시리즈로 뻗어나갈 수 있을지, 뻗어나간다면 어떤 방향으로 전개가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어쨋든 이번 작품이 제목 그대로 '새로운 시작'이 되길 바래본다.


1. 아이맥스 3D로 본 영상은 그야말로 최적화였습니다. 물론 3D 효과는 생각보다는 그리 크지 않지만 몇몇 반드시 3D로 표현되어야 할 장면들이 있는 영화임으로 가능하다면 비싼 티켓가격에도 아이맥스 3D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3D는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을지언정, 아이맥스는 선택의 대상이 아니에요. 아이맥스가 아니라면 아마도 영화의 재미가 반이상 감소할 것 같네요.

2. 제프 브리지스의 젊은 시절 모습으로 등장하는 '클루'의 경우, 디지털 캐릭터가 연기하고 있는데 물론 아주 자연스럽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실사 캐릭터와의 이질감은 여전히 느껴지더군요. 아무래도 제프 브리지스의 얼굴을 알다보니 더 그런 면도 있는 것 같아요. 

3. 영화 시작할 때 월트 디즈니 로고가 디지털화 되는 장면은 은근히 멋지더군요. 파라마운트 같은 경우야 로고가 변형되는 걸 여러번 봤지만 디즈니의 경우는 거의 처음보는 것 같아서인지 더욱 임팩트가!

4. 1982년작 '트론'의 예고편과 2011년 작 예고편입니다. 두 작품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참고로 원작은 국내에도 DVD로 출시되었어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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