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EFA CL Moscow Final _ Man Utd vs Chelsea

Man Utd 1:1 Chelsea (6:5)



1. 올 시즌 유럽축구의 대미를 장식하는 UEFA 챔피언스 리그가 러시아의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펼쳐졌다. 챔스리그 사상 최초의 프리미어리그 팀 간의 결승전으로 기록된 이 경기.

2. 누가 프리미어 리그 팀 간의 경기 아니랄까봐, 경기 중반부터 시작해서, 후반에 가니깐 비가 정말
   새차게 내리더라. 역시 비와 프리미어 리그는 땔래야 땔 수 없는 관계인듯.

3. 먼저 박지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겠다.
   이번 경우는 굳이 한국인이 아니더라도, 최근 경쟁자들인 긱스나 나니, 혹은 테베즈와 비교하더라도
   절대 뒤지는 폼이 아니었으며, 특히나 챔스 경기에서는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왔었기 때문에,
   박지성의 선발 출전이 유력시 되었으며, 최소한도 교체 출전이 확실시 되는 상황이었다.
   이 부분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국내 언론만이 아니라 해외 주요 언론에서도 모두 이런 방향으로
   예측하고 있었다.

4. 하지만 경기 1시간전 발표된 선발 명단에는 박지성이 없었으며, 무려 7명까지 가능한 벤치멤버에도
   그 이름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사실 당일 컨디션이나 부상이 없다고 한다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무언가 사정이 있겠거니 했었던 것이 사실이 알려지기 전까지의 생각이었다.



5. 하지만 나중에 밝혀진 결과 박지성의 컨디션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고, 퍼거슨 감독의 전략적인 포메이션
   운영방식에 따라 명단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퍼거슨 감독은 이른바 경기전 '낚시성 인터뷰'를
   통해 중요 경기 선발 출전 명단에 대해 거짓 정보를 흘리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결과적으로 이번 경기도
   그런 셈이 되었다. 경기전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선발 출전을 예상하도록
   하였으나 결과적으로는 하그리브스 윙어 카드를 들고 나와, 모든 예상을 뒤엎는 선발 포메이션을 보여주었다.

6. 사실 하그리브스 윙어 카드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전반 내용을 보자면 호나우도의 천적인 애슐리 콜이 아니라
   에시앙이 호나우도를 막게 되면서 호나우도의 공격은 살아나고, 에시앙의 오버래핑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효과를 이루어냈으며, 돌파와 측면에서 크로스가 좋은 하그리브스의 공격 루트도 성공적이었다.
   첼시는 후반에는 승부수를 띄우며 에시앙에게 맞불작전을 내게 되었는데, 여기서 두 팀 모두 공간이 생기면서,
   모두에게 공격적인 찬스가 나게 되었다.

7. 여기서 의아스러운 점은 박지성이 왜 교체카드에도 들지 못했냐는 것이다. 감독의 전략상 첼시가 예상하지
    않았던 하그리브스 윙어 카드는 아쉽지만 이해가 가능한 부분인데, 7명이나 가능한 교체 멤버에 긱스는
    그렇다치더라도, 나니나 플래쳐까지 포함된 상황에서 이 명단에 조차 포함되지 못한 것은, 사실상 많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물론 나니가 컨디션이 좋았을 때 폭발적인 드리블 돌파나 플래쳐의 홀딩 및 중원장악
    능력을 높이 사서, 지성보다는 이를 선택했다는 것도 말은 되지만, 박지성이 본인 입으로 인터뷰 했듯이,
    컨디션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박지성이 여기에도 포함되지 못한 것은, 정말로 너무도
    아쉬운 상황이었다.



8. 박지성의 자리에 출전한 하그리브스의 활약은 역시 퍼거슨 감독이구나 할 정도로 최고의 활약이었다.
   이 날 반데사르와 더불어 주요 언론들의 MOM으로 꼽혔을 만큼, 좋은 활약상을 펼친 하그리브스는
   익숙하지 않은 윙어로 처음 출전해서 공격적인 측면 돌파와 크로스, 그리고 수비시에도 램파드와 발락의
   중원을 차단하는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다. 사실 만약에 하그리브스가 이날 결정적인 실수라던지,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다면, 아마도 국내 팬들은 퍼거슨 감독을 더 욕했을지 모르지만, 하그리브스가 잘하는
   바람에 그럴 수도 없게 된 것이 사실이다. 개인적으로는 하그리브스의 왕팬이라 그의 활약상이 너무도
   만족스러웠다.

9. 호나우도는 이날도 골을 성공시키며, 챔스리그에서도 득점왕을 차지하는 기록을 세웠다. 윙어로서
   리그와 챔스에서 모두 득점왕이라니 참으로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다.

10. 전반 내내 거의 6.5 ": 3.5 정도로 주도권을 잡고 있던 맨유는, 전반 추가시간이 되었을 즈음에
    램파드에게 동점골을 빼았기며, 분위기까지 내준채 후반전을 맞게 되었다.

11. 이 날 두 팀의 경기는 챔스리그 결승이라는 경기답게 치열하게 공방이 오고 간 경기였다.
    두 팀 모두 결정적인 골 찬스를 두 골키퍼의 수퍼 세이브로 놓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며,
    연장후반에 가서는 드록바가 몸싸움 도중 비디치의 얼굴에 가격을 해 퇴장을 당하는 등, 시종일관
    거칠고 몸싸움이 많은 경기양상이었다(참고로 비디치는 예전 첼시와의 리그 경기에서도 드록바에게
    니킥을 당해 실려나간적이 있었다;;;)



12. 두 팀의 치열했던 경기는 전후반, 연장 전후반을 모두 치르고도 승부를 내지 못하고 결국 승부차기로
     결정을 짓게 되었다. 경기가 끝난 시간이 그 쪽 시간으로 새벽 1시 40분이 넘었을 만큼, 여러가지로
     피곤하고 고된 경기였다.

13. 승부차기는 참으로 피를 말린다. 승리한 쪽은 고통을 잊을 수 있지만, 패배한 쪽의 상처는 너무도 오래,
     그리고 팀 보다는 개인이 지는 짐이 너무도 큰 것이 승부차기 시스템인데, 이 날도 결국엔 그런 상황을
     누군가는 맞을 수 밖에 없었다.

14. 경기중에 골을 넣었거나 주요 골게터가 승부차기에서는 실축을 자주 한다는 분위기가 있는데, 이 날도
     선제골을 넣은 호나우도의 슈팅이 체흐 골키퍼에게 막히면서 분위기는 급격하게 첼시 쪽으로 기울었다.

15. 모든 키커들이 성공시키고 첼시의 다섯 번째 키커로 나선 주장 존 테리는 이날 경기를 자신의 손으로
     끝낼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첼시의 상징으로서 완벽하게 드라마를 쓸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 되었으나,
     결국 테리의 슈팅은 디딤발이 미끄러지면서 골 퍼스트를 맞고 골문 밖으로 나가고야 말았다.
     이후 일곱 번째 키커로 나선 첼시의 아넬카의 슈팅이 반데사르의 선방에 막히면서 맨유가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차지하게 되었다.



16. 이 날 맨유의 우승보다도 어쩌면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존 테리의 눈물이었다.
    승부가 결정되고 나서도 한참동안이나 감독과 코칭 스텝들에 어깨에 기대어 눈물을 흘리는 존 테리의 모습은
    너무나도 안쓰러웠다. 잉글랜드 대표팀으로 함께 활약했었던 게리 네빌과 스콜스 등은 우승의 기쁨을 누리기
    이전에 존 테리에게 다가와 위로를 건내는 모습도 보였다.

17. 맨유와 첼시는 올 시즌 첫 경기라 할 수 있는 커뮤니티실드에서도 승부차기 승부를 겨뤘었는데,
     이 때도 맨유가 반데사르의 선방으로 인해 승리를 차지했었다.

18. 이로써 첼시는 올시즌을 무관으로 끝내게 되었으며, 리그와 챔스 모두 준우승을 거두는 아쉬움을
     남기게 되었다. 과연 다음 시즌 로만 구단주가 그랜트 감독외에 주요 선수들의 처우를 어떻게 대처할지는
     좀 더 두고봐야겠다.

19. 서형욱 해설위원이 '남는 건 결국 사진이다'라고 했는데, 그 말이 맞다.
     그래서 이날 경기장에서 매달 수여도 받지 못하고, 마지막 세러머니 때에도 뒷 쪽에도 살짝 얼굴만
     보였던 박지성의 모습이 더욱 안쓰러웠다. 역시나 남는 것은 기록과 사진 뿐인데, 맨유가 우승을 차지한
     이번 챔스리그를 나중에 떠올릴 때, 아마도 맨유 팬들은 박지성의 이름을 기억해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지난 리그 우승 때도 느꼈던 거지만, 사진이나 자리잡는데에 있어 나니와 안데르손 콤비의 활약은
     경기중의 활약상보다 더 대단한 듯 느껴졌다.

20. 나중에 에브라가 박지성을 챙겨주며, 박지성에게도 우승컵을 들어올리게 부추기는 사진이 나왔는데,
     이 사진이 더 짠하더라.



21. 맨유는 이로써 올시즌 더블을 기록하며 아주 성공적인 2007-2008 시즌을 보냈다.
     지난 시즌에 비해 큰 부상이나 오랜 부상자가 그리 많지 않았던 시즌이었으며, 많은 경기와 압박속에서도
     결국 리그 타이틀과 챔스 리그를 거뭐진 최고의 시즌이었다.
     박지성이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해 더욱 아쉬웠던 마지막 경기이긴 했지만, 그래도 부상만 없다면 다음 시즌을
     계속 기대해봐도 좋다는 희망적인 기대를 갖게했던 시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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