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니(Boni)의 첫 번째 콘서트
i am Boni

보니라는 아티스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역시 015B의 앨범에서 피처링을 통해 참여했던 '잠시 길을 잃다'였다. 당시에는 '보니'라는 이름대신 본명인 '신보경'으로 참여했었는데, 확실히 소울풀한 보컬 때문에 많은 리스너들에게 '신보경이 누구냐?'라는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던 경험이었다. 그리고 나서 올해 초가 되서야 다시 '보니'라는 이름으로 그녀의 미니앨범 'Nu One'을 만나볼 수 있었다. 사실 가수로서 당연한 덕목이긴 하지만 언제부턴가 '노래 잘하는 가수'라는 말을 쓸 수 있는 가수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노래 잘하는 가수'인 보니의 데뷔는 당연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그녀만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쨋든 길게 말하다보면 공연 리뷰가 아니라 앨범 리뷰가 되어버릴테니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Nu One'은 R&B를 기본으로한 보니의 보컬 소스와 스킬을 비교적 다양하게 즐길 수 있었던 앨범이었다. 즉 파격적이거나 신선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잔재주보다는 보컬을 믿고 익숙한 진행들로 꾸며진 정통성이 엿보이는 앨범이었다는 얘기다.




그렇게 그녀의 앨범 'Nu One'을 뒤늦게 다시 듣고 있을 때쯤, 그녀의 첫 번째 콘서트 소식이 들려왔고 고맙게도 초대받아 콘서트를 즐겨볼 수 있었다. ANSWER의 오프닝이 끝나고 비교적 갑작스럽게(!) 등장한 보니! 처음은 댄서블한 곡으로 시작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보컬에 집중한 공연이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전체적인 구성을 위해 안무에도 상당히 신경을 쓴 모습이었다. 나중에 다시 쓰겠지만 전체적으로 노력한 모습이 그대로 엿보이는 공연 구성이었다. 여성 댄서들과 함께한 보니의 곡이 이어진 뒤, 잠시 댄서들만의 타임을 갖은 후 의상을 갈아 입은 보니가 다시 등장. 공연장을 찾은 팬들에게도 익숙한 비욘세의 '싱글 레이디'가 이어졌다.





개인적으로 보니의 공연에 오면서 또 하나 궁금했던 것은, 아직 자신의 곡이 그리 많지 않은 아티스트라 1시간 넘는 공연 시간을 어떤 곡들로 채워넣을지에 관한 것이었는데, 일단 첫 번째로 선보인 것이 바로 비욘세를 비롯한 댄스 곡들이었다. 확실히 전공분야가 아닌 느낌은 들었지만 (^^;) 안무를 완벽하게 공연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까..하는 생각은 절로 들게 만드는 공연이었다. 그리고 안무의 스킬을 떠나서 확실히 흑인음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뮤지션이라서인지 그루브를 타는 것이나 안무를 느끼는 그 표정(!)에서 확실히 자연스러움이 느껴졌다. 공연의 초반은 이렇게 보니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그렇게 한번 댄스 광풍(?)이 몰아친 뒤 게스트인 '소울맨 (SOULMAN)'이 등장, 다시 한번 공연장을 흥겨운 그루브로 가득차게 했다. 소울맨에 이어 등장한 또 다른 게스트는 바로 '버벌진트 (Verbal Jint)'.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보니의 공연 만큼이나 좋았던 시간이었달까. 새 앨범에 수록될 곡들을 처음으로 선보였기 (그것도 앨범에 수록될 것과는 다른 버전으로 편곡으로) 때문이었는데, '기름 같은 걸 끼얹나'와 '우아한 년' 모두 딱 취향이어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건반 앞에 앉아서 조근조근 불러대는 버벌진트의 신곡들은 둘다 매우 맛깔스러운 가사와 그루브를 갖고 있었다. 실제 앨범에서는 어떤 버전으로 수록되게 될지 모르겠지만, 어쨋든 이번 공연에서 선보인 버전도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다시 등장한 보니의 무대. 여기서부터는 본래 기대했던 보니라는 아티스트의 매력적인 보컬을 좀 더 만끽할 수 있었다.






보니양의 다양한 표정들~ 사실 더 다양하고 역동적인 동작과 표정들도 많았는데, 워낙에 역동적(!)이다보니 어두운 실내에서 플래쉬없이 포착해내기가 역부족 ㅎ 뭐, 이런건 공연장에 직접 오신 분들 만 만끽할 수 있는 특권으로 남겨두는 것이 더 예의일듯!








그리고 많은 분들이 이번 콘서트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으로 꼽기도 했던 어쿠스틱 타임. '남자의 자격' 오디션 때 불러서 화제가 되었던 T의 '시간이 흐른 뒤'를 비롯해, 여기가 소녀시대 공연장인지 보니의 공연장인지 1초 정도 착각하게 만들었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때창이 가능했던 'Gee'는 함께 부르면서도 스스로 웃기기도 했던 장면이었으며, 코린 베일리 래의 'Like a Star'는 평소에도 너무 좋아하는 곡이었는데, 보니의 목소리로 들으니 또 다른 매력이 느껴지는 공연이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보니라는 아티스트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바로 이런 보컬적인 측면 때문이었기 때문에, 이런 매력을 마음껏 느낄 수 있었던 어쿠스틱 타임이 가장 마음에 들 수 밖에는 없었다. 그 어떤 곡들보다 보니와 그녀의 목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순간.





역시 '남자의 자격'에 함께 출연하기도 했던 개그우먼 신보라 씨가 게스트로 출연해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를 열창했는데, 이 곡 역시 평소 좋아했던 곡이라 함께 따라부르며 잠시 숨을 고를 수 있었다. 참고로 이 날 공연장에는 윤형빈, 정경미 커플과 서두원 씨를 비롯해 남격 멤버들을 만나볼 수 있기도 했다.






그리고 그녀의 곡들 가운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너를 보내도'가 드디어 등장! ㅠㅠ 결정적으로 보니라는 아티스트를 각인시킨 곡이 바로 이 곡이었는데, 아주 충실한 R&B곡이자 익숙하지만 세련된 진행 그리고 보컬의 스킬을 잘 나타내면서도 과하지 않은 애드립이 아주 적절한 곡으로서 'Nu One'에서 단연 돋보이는 곡이라 할 수 있겠다. 후렴구에 애드립 부분은 결코 쉽지 않은 부분이라 라이브에서는 어떻게 소화해낼지 기대가 되었었는데, 마치 음반을 듣는 것과 거의 흡사한 가창을 보여줘서, '아, 이래서 다들 노래 잘한다, 잘한다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절로 들게 했다 (그 '보내려 해도~ 부터 시작하는 그 부분의 애드립말이다;;). 이 곡을 라이브로 들은 것만으로도 보람있었던 이 날의 공연!

그리고 앵콜 없는 마지막 곡으로는 앞으로 선보일 새로운 싱글 'Jane Doe' 였는데, '너를 보내도'와는 또 다른 감성의 곡이었다.

그렇게 보니의 첫 번째 콘서트는 막을 내렸다.
지금까지의 활동보다 앞으로가 훨씬 기대되는 보니의 음악! 이번 콘서트를 통해 이런 기대가 더욱 커졌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DEEZ - Get Real
Soul을 아는 싱어송 라이터


선입견이라는 것은 항상 무섭다. 무언가의 실체를 제대로 보지 않은채 마음대로 결론지어 버리기 때문이다. 처음 Deez의 앨범을 건네 받았을 때도 그랬다. 여기에는, 일반적으로 R&B를 (특히 정통이라는 문구) 담아냈다고 하는 국내 뮤지션들의 앨범을 들어보면, 진짜 Soul이 살아있는 R&B 라기 보다는 대중들에게 익숙한 가요 풍의 노래에 살짝 분위기만 낸 정도의 앨범이 많았다는 선입견이 작용했었다. 그렇게 들어보게 된 Deez의 앨범 'Get Real'은 'Intro' 트랙부터 '어라? 이거 분위기가 좀 나는데?'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고, 결국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Soul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매우 세련된 R&B 뮤지션이자 싱어송 라이터인 Deez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일단은 2가지에 놀랐는데, 첫 번째는 앨범의 퀄리티 - 본토의 블랙뮤직에서 느낄 수 있는 그 질감 - 가 상당한 수준으로 느껴졌다는 것과 보컬 만이 아니라 혼자 작사와 작곡은 물론 앨범의 프로듀서까지 맡고 있다는 점이었다. Deez를 수식하는 홍보 문구 가운데 단연 맨 앞에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비의 작곡가'라는 점이었는데, 뭐 대중들에게 어필하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은 알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싱어송 라이터라는 점을 좀 더 부각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Soul Tree'를 듣는 순간 '와, 이 앨범 꼭 끝까지 정독, 아니 제대로 들어봐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보컬의 느낌도 물론 좋지만 그것 보다도 전체적인 어레인지나 흑인음악 특유의 그루브와 익숙한 올드한 악기들의 사용이 전체적으로 곡의 퀄리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코러스 라인도 아주 맛깔나고 그 안에서 보컬도 화려하지만 부담스럽지 않게 삽입되어 있으며 전체적으로 깔끔한 곡 진행이 돋보인다. 




타이틀 곡이라 할 수 있는 4번째 수록곡 'Sugar'는 제목 처럼 아주 달콤한 미디엄 템포의 곡이다. 사실 국내 정서에 비교적 잘 어울리는, 발라드에 가까운 슬로우 템포의 곡들보다 이 곡처럼 미디엄 템포의 곡들이, 실제 흑인음악의 정서를 가장 잘 담아내고 있는 곡들이긴 하지만, 그만큼 국내에서는 제대로 표현해 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인데, 'Sugar'는 Maxwell이나 Musiq Soulchild를 듣는 듯한 느낌을 주는 끈적하면서도 깔끔한 곡이다. 이 곡에서는 보컬과 코러스라인을 주목해서 들을 필요가 있는데, 라인이 굉장히 디테일하게 설계되어 있어 신경 써서 들을 수면 들을 수록 퀄리티가 느껴진다. 'Skit'같은 경우도 어설프게 해외 뮤지션의 그것을 따라하려는 것이 아니라 Skit의 성격을 잘 이해한 Deez만의 'Skit'을 제대로 표현한 흥미로운 곡이다 (2:48초나 됨으로 곡이라고 해도 되겠다).

'Devil's Candy', '나의 빛', '너 하나면 돼'는 지난 해 발표했던 본인의 앨범 'Envy Me'에 수록되었던 곡들을 2010 리마스터 버전으로 다시 수록했는데, 3곡 모두 지난 앨범에 수록된 버전과 곡적으로는 큰 차이가 있지는 않고 리마스터링에만 차이가 있는 경우로 보면 되겠다. 뭐 겨우 1년 전이니까 오버하기는 뭐하지만, 어쨋든 그 만큼 지난해 발표한 그의 곡들의 퀄리티가 괜찮았다는 것도 되겠다.




'너 하나면 돼' 같은 곡을 듣고 있노라면 한 편으론 참 평범하고 대중적인 곡이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론, 앞서 자주 얘기했던 코러스 라인과 보컬의 퀄리티가 좋다보니 평범한 진행 속에서도 퀄리티가 느껴지는 듯 했다. 그리고 보컬 만이 아닌 프로듀서 답게 앨범 곳곳에 인스트루멘탈 트랙을 삽입하였는데, 'Interlude - 8 Bit'같은 곡은 얼마전 세상을 떠난 Nujabes를 살짝 연상시키는 동시에 Deez가 추구하고자 하는 음악 세계를 좀 더 깊이 엿볼 수 있다. 'Intro'나 중간 삽입곡들에 비해 'Outro - Free'는 조금 'Outro'스럽지 않았다는 것이 살짝 아쉬운 점. 오히려 인스트루멘탈 곡으로 채웠다면 좀 더 깔끔한 '앨범'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 앨범을 듣고 하나 아쉬운 점은 이제 겨우 괜찮은 Soul 뮤지션을 알게 되었는데, Deez가 이 앨범을 내고 바로 군입대를 했다는 소식이었다. 앨범이 만족스러워 앞으로의 활동 등을 찾아보려고 했던 참이었는데, 어쨋든 한동안은 활동하는 모습을 보기 어려울 것 같아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는 없었다. 국내에는 수 많은 뮤지션들이 '정통 R&B' '정통 흑인음악' 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홍보를 한다. 그 중에서 진짜 제대로 된 뮤지션을 찾기란 쉽지 않은데, Deez는 그 가운데 추천할 만한 진짜 R&B/Soul 뮤지션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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