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2012년은 정말로 정신 없이 빠르게 지나간 한 해였다. 2012라는 숫자가 미처 익숙해지기도 전에 2013이라는 더 어색한 숫자를 만나게 되었으니 말이다. 회사 일과 개인사로 정신 없는 한 해 였는데 그 가운데서도 정말 블로그를 놓치 않으려고 '정말' 열심히 노력했던 한 해이기도 했다. 블로그라는게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려서 쉽다는 것이 아니라, 이 나선에서 한 번 벗어나면 다시 돌아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그 끈을 놓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썼던 것 같다. 그 결과 2012년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이렇게 소소한 결산 글이라도 쓸 수 있게 되었으니 좋지 아니한가?


1.

글 개수로만 보자면 지난 1년간 약 143개의 글을 블로그에 썼으며 그 대부분은 영화에 대한 글이었다. 올해는 이전 해들과 비하자면 영화를 그리 많이 보질 못했는데 약 88편 정도를 극장에서 본 것 같다 (100편 아래로 본 것은 요 몇 년간 처음이다).


2.

개봉작 리뷰보다도 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인 글들은 블루레이 리뷰 글인데, 많이 쓴 것 같지만 막상 세어보니 그리 많이 쓰지는 못했더라. 14편 정도를 썼고 대부분은 DVD프라임에 공식리뷰로 올라간 원고들이었다. 블루레이 리뷰는 시간이 워낙에 많이 들어가기도 하지만 그 만큼 쓰고 나면 보람이 가장 큰 글이기도 한데, 좀 더 기획적이고 자유로운 글들을 더 못 쓴 것이 못내 아쉽다.


3.

2012년 내게 일어났던 일들 가운데 가장 행복했던 일이라면 역시 국내 출시된 블루레이에 내 글이 수록된 사건을 들 수 있겠다. 몇년 전부터 그냥 막연히 꿈만 꾸더 일이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홍상수 감독의 '북촌방향'과 '옥희의 영화' 블루레이 커피북에 내 글이 수록되게 되었고, 이후 이윤기 감독의 영화 '멋진 하루' 블루레이 한정판에도 수록되어 감독님께서 직접 잘 보았다는 말씀까지 전해주셔서 몸둘바를 모르기도 했었다. 두 작품 다 너무 좋아하는 작품들이라 영광인 동시에 부담도 되었었는데, 제작사와 감독님이 만족해주셔서 정말로 뿌듯했다. 올해는 이렇게 세 작품에 내 글을 실을 수 있었고 2013년에도 한 작품 벌써 예약되어 있는 상태라 어깨가 더 무거워지고 있다.





4.

'북촌방향'과 '옥희의 영화'에 수록될 때에는 별 다른 수식어 없이 그냥 '아쉬타카'라고만 올라갔었는데, '멋진 하루' 때에는 '영화 애호가'라는 타이틀로 올라가게 되었다. 사실 별건 아니지만 나 스스로를 뭘로 불러야 할까 고민되는 순간들이 많았었다. '파워블로거'라는 호칭은 끔찍하게 싫어하고, 부담스러울 뿐더러 영화 평론은 하질 않으니 '영화 평론가'도 아니고 그냥 '리뷰어'라고 하기엔 뭔가 아쉬운 부분들이 많았었는데, '영화 애호가'라는 호칭은 퍽이나 마음에 들었다. 내가 쓰는 글이라는 것이 어차피 좋아서 쓰는 글이고, 그 '좋아함'을 어떻게 전달할까 만을 고민하는 글인 경우가 많기에 더더욱 '애호가'라는 호칭은 딱 맞는 표현이 아닐까 싶었다. 앞으로도 계속 '영화 애호가'로 남고 싶기도 하고.





5.

올해도 어쩌다보니 일본에 또 가게 되었는데 (매년 한 번씩 꼭 가는 듯), 도쿄를 정말 가고 싶었으나 방사능 때문에 오사카로 선회하여 결국 보고 싶었던 '에반게리온 신 극장판 : Q'를 보고야 말았다. 이 때 워낙 짧은 일정이라 바로 다음 여행 계획을 3월로 잡아버렸는데, 이 때는 또 무슨 테마로 여행을 할지 벌써 부터 고심중이다.


6.

2012년은 개인적인 삶에서도 그랬지만 블로그에서도 장대한 계획이 특히 많았던 한 해였다. 2013년에도 적지 않은 계획이 있는데 이 계획들을 얼마나 실현할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열악한 올해도 몇가지를 이뤄냈던 것처럼 새해에도 조금씩이나마 차근차근 이뤄나갈 예정이다. 2013이라는 숫자가 조금은 덜 어색해졌을 즈음엔 계획한 것들 역시 조금은 이뤄져있길 바래본다.


Adios~ 2012. 제발 가라!







[결산] 2012년 상반기 영화 베스트 10



매해 템플릿처럼 이 맘 때면 반복하는 말이지만 2012년이라는 숫자가 아직 다 익숙해지기도 전에 7월이 훌쩍 다가와버렸다. 올해 상반기에도 참 좋은 영화, 재미있는 영화들을 극장을 통해 많이 만나볼 수 있었다. 그 가운데는 처음부터 아주 큰 기대를 했었던 영화도 있었고, 전혀 예상치 못했으나 큰 감동을 준 작품도 있었으며, 볼 계획이 없던 영화였으나 보고나서는 안봤으면 어쩔 뻔 했을까를 되내였던 작품들도 있었다. 이 많은 작품들 가운데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으로 10작품을 꼽아보았다. 10작품 가운데 순위는 없으며, 순서는 개봉일 순이다.



1.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Tinker Tailor Soldier Spy, 2011)

쓸쓸한 공기를 머금은 스파이라는 존재에 대해

 

 

올 상반기 본 영화들 가운데 가장 근사하고 우아한 작품을 고르라면 단연 TTSS였다. 보기만 해도 아름다운 배우들의 향연들 만으로도 황홀한데, 스파이라는 존재를 그리는 이 방식은 또 얼마나 매력적인지. 이제 내게 스파이하면 이던 헌트 만큼이나 조지 스마일리를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아, 엔딩에 흐르던 훌리오 이글레아시스의 'La mer'는 올해의 엔딩곡 후보.

 

 

 

 

2.

 

 

워 호스 (War Horse, 2011)

뜨거운 눈물이 흐르는 고전의 감동

 

 

스필버그의 오랜 팬으로서 물론 재미나 감동에 대해서 의심을 하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이런 나에게도 '워 호스'의 감동은 그 크기가 달랐다. 복잡한 얘기도 없고, 신파적이고 우직한 이야기 뿐이지만 그 이야기가 나를 이토록 많이도 울렸다. 올해 상반기 극장에서 흘린 눈물 가운데 양으로만 따지면 '워 호스'가 아마도 가장 많을 것이다 (극장에서 잘 우는 내 특성상 올 연말에는 꼭 눈물양으로만 순위를 한번 따져봐야 겠다;;). 스필버그가 왜 거장인지 설명하는 것에는 이제 지쳤다.

 

 

 

 

3.

 

 

디센던트 (The Descendants, 2011)

아버지라는 존재의 이유

 

 

스필버그가 왜 거장인지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것처럼, 조지 클루니가 왜 멋진 배우인가에 대해서도 이제는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알렉산더 페인과 만난 조지 클루니는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남성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매력적인 연기를 펼쳤다. '디센던트'는 시간을 두고 가끔씩 꺼내보고 싶은 영화다. 30대 초반에 본 '디센던트'와 40대가 되어서 보게 될 그리고 50대가 되어서 보게 될 '디센던트'는 또 다른 영화가 되어 있을 것이다.

 

 

리뷰 보기 - http://realfolkblues.co.kr/1611

블루레이 리뷰 보기 - http://realfolkblues.co.kr/1641

 

 

4.

 

 

크로니클 (Chronicle, 2012)

소년이여, 진짜 영웅이 되어라

 

 

27살 신예 감독 조슈아 트랭크의 '크로니클'은 지난해 '드라이브' 처럼 올해의 복병이었다. 그냥 재치있고 신선한 시도 정도로 머물러도 괜찮았을 텐데,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담론의 세기는 그것에 그치지 않았다. 주인공 앤드류 (데인 드한)는 올해 상반기 극장에서 만난 캐릭터들 가운데 가장 나를 뜨겁게 만든 인물 중 한 명이었다. 아직도 후반부 앤드류의 절규가 귓가에 생생할 정도로 에너지가 대단했던 영화.

 

 

 

 

5.

 

 

건축학개론 (2012)

나의 첫사랑과 90년대에게 바침

 

 

'건축학개론'은 하마터면 극장에서 놓칠 뻔한 영화였다. 개봉 첫 주에 봤으니 시기적으로 놓칠 뻔했단 얘기가 아니라 볼 생각이 그리 많지 않았던 영화였단 얘기다. 하지만 막상 보고 난 뒤 '건축학개론'은 올해 상반기 본 영화 가운데 가장 개인적인 영화가 되었다. 엄밀히 따지자면 극중 주인공들과 같은 세대는 아니지만, 충분히 공유할 수 있는 시대가 있었고, 정말 놀랍도록 닮아있는 나의 첫 사랑과 90년대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 안에서 수지가 연기한 '서연'을 보게 되어 벅찼던 영화가 아니라, 승민(이재훈)과도 같았던 나를 발견할 수 있어 더 움찔하게 되었던 영화.

 

 

 

 

 

6.

 

 

어벤져스 (The Avengers, IMAX 3D, 2012)
올스타전이 주는 쾌감

 

 

'어벤져스'는 일단 기다려온 시간 만으로도 10작품 안에 들 만한 이유가 있는 작품이었을 것이다. 각각의 캐릭터를 하나씩 즐겨왔던 지난 몇 년. 드디어 시작된 올스타전은 올스타전에 걸맞는 매력들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아쉬운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동안 비슷한 프로젝트가 많이 무산되었던 것에 미뤄봤을 때, 이 정도의 프로젝트가 실제로 실현된 것만으로도 하나의 사건이 아니었나 싶다.

 

 

 

 

7.

 

 

멜랑콜리아 (Melancholia, 2011)

우울함은 영혼을 잠식한다

 

 

국내 극장에서 볼 수나 있을까 살짝 걱정도 했었던 라스 폰 트리에의 '멜랑콜리아'는 과연 압도하는 작품이었다. 얼마나 압도 당했는지 영화가 끝나고 나서 한 동안 좌석에서 쉽게 일어날 수 없을 정도였다 (오랜만에 겪는;;). 혹자는 라스 폰 트리에를 일컬어 너무 병적으로 집착하는 것이 아니냐고도 하지만, 자신이 집중하는 것에 대해 이런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예술가'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 보기는 정말 힘든 라스 폰 트리에의 영화들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또 보고 싶은 작품이기도 했다.

 

 

 

 

8.

 

 

다른나라에서 (In Another Country, 2012)

가지 않았던 길 앞에 서다

 

 

'다른나라에서'는 홍상수의 전작들과 미묘하게 닮아있으면서도 '다른' 작품이었다. 유쾌함과 아이러니, 가능성과 희망을 모두 우연인듯 조율해낸 홍상수의 장기는 이자벨 위뻬르라는 배우를 통해 또 한 번 표현되었다. 진짜 아무렇지도 않게 너무 멋진 작품을 이렇게나 꾸준히 만들어주는 홍상수 감독에게 감사할 뿐이다. 아, '판타스틱'한 유준상의 영어 대사 역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9.

 

 

프로메테우스 (Prometheus, 2012)

근원에 대한 선문답

 

 

논란 아닌 논란이 많았던 작품이지만 나는 리들리 스콧의 방식을 굳게 지지한다. '프로메테우스'의 진정한 메시지는 '답'이 아닌 '질문'에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 작품이 관객에게 질문을 이끌어내는 방식은 가장 효과적이었다 (실제로도 그랬고). 블루레이를 어서 보고 싶은 이유도 다시 한번 이 작품의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어서이지 답을 듣고자 함은 아니다.

 

 

 

 

10.

 

 

두 개의 문 (Two Doors, 2011)

두 눈 똑바로 뜨고 직접 확인하라

 

 

아마도 '두 개의 문'을 보지 않은 이들은 올해 상반기 베스트 10에서 이 제목을 보고서는, 작품이 갖은 사회적 메시지 때문에 상징적으로 넣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결코 그렇지가 않다. 용산참사를 기록한 '두 개의 문'은 당당히 영화적 완성도 만으로도 올해 상반기 10작품에 꼽히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오히려 더 많은 대중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 다큐멘터리라면 '두 개의 문'처럼 영화적 완성도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준 경우이기도 했다. 아직도 못 본 이들이 있다면 지금 바로 상영관을 찾아 관람하길!

 

 

 

 

 그 외에 10작품에는 꼽지 못했지만 이 안에 들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정도로 좋았던 영화들로는, 데이빗 핀처의 '밀레니엄', 카메론 크로우의 '우린 동물원을 샀다', 미셸 아자나비슈스의 '아티스트', 마틴 스콜세지의 '휴고', 데릭 시안프랑스의 '블루 발렌타인' 등이 있었다.


올 하반기에도 이번 달 개봉할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비롯해, 더 많은 좋은 영화들을 극장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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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쉬타카 입니다.
2009년도 어느 덧 다지나가고 2010년 새해를 맞았네요. 먼저 부족한 제 블로그를 방문해주시는 많은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도 조금 늦었지만 2009년 한해 본 영화들을 정리하는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올해의 한국영화와 한국 영화를 제외한 올해의 영화 두 부분으로 진행될 예정이며(음반은 올해도 못할 것 같네요 흑 ㅠ),
오늘은 그 첫 번째 시간으로 제가 꼽은 올해의 한국영화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지난 해에도 제 블로그를 통해 같은 카테고리로 베스트 영화를 선정했었는데, 지난해 제가 꼽은 베스트 한국영화는 추격자/미쓰 홍당무/과속 스캔들/고고 70/다찌마와 리 였죠.


올해 역시 외화에 비해 국내 영화를 그리 많이 보진 못했는데(20편이 못되는거 같네요), 그 가운데 베스트로 꼽을 만한 작품을 정리해보니 총 4편이 선정되었습니다. 네 작품 가운데 순위는 없으며, 순서는 우리말 제목 가나다 순입니다.

똥파리 (Breathless, 2008)

감독 : 양익준
주연 : 양익준, 김꽃비

리뷰 : 폭력의 역사를 통한 가족의 탄생 (http://www.realfolkblues.co.kr/952)
무대인사 사진 (2009.04.25, 아트하우스 모모) (http://www.realfolkblues.co.kr/946)


<똥파리>는 올해 본 영화 가운데 가장 에너지 넘치는 영화 중 한 편이었다. 양익준 감독은 폭력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결국 가족이라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으며, 입에 담기도 부담스런 욕설이 가득한 영화였지만 그 진심만은 어느 영화 보다 따듯하게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한국영화 올해의 발견이라면 단연 <똥파리>.





박쥐 (Thirst, 2009)

감독 : 박찬욱
주연 : 송강호, 김옥빈, 김해숙, 신하균

리뷰 : 욕망으로 물들인 박찬욱의 새로운 장르영화 (http://www.realfolkblues.co.kr/954)
박찬욱 감독과 함께한 <박쥐> 씨네토크 현장 (http://www.realfolkblues.co.kr/963)

박찬욱 감독은 봉준호 감독과 함께 가장 큰 기대감을 갖게 하는 우리 감독이긴 하지만, 이번 신작 역시 이런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키는 수작을 만들어냈다.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었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이후, 좀 더 대중적인 코드로 돌아올 것이라는 일부의 예상과는 달리, 이번 역시 자신의 세계와 특유의 미장센을 숨김없이 드러냈으며, 그로 인해 더 큰 호불호가 생겼지만 나로서는 더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물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그의 작품이 <박쥐>가 될 것 같진 않지만, 이건 분명 두고두고 이야기해볼 만한 텍스트와 미장센이었다.





마더 (Mother, 2009)

감독 : 봉준호
주연 : 김혜자, 원빈, 진구

리뷰 : 그녀의 이름은 마더 (http://www.realfolkblues.co.kr/987)

봉준호 감독의 신작 <마더>는 사실 조금 의외스러운 작품이기도 했다. <마더>는 그 미장센이나 분위기가 마치 박찬욱 감독의 영화라고 해도 믿을 만큼, 박찬욱스러운 카메라 워킹과 미장센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는데, 물론 그 속에서 봉준호 만의 매력은 가득 담고 있는 작품이기도 했다. 이병우의 음악과의 싱크로율은 날로 높아가고 있으며, 버스를 배경으로한 엔딩 장면은 소름끼치도록 멋진 올해의 엔딩 장면이었다.




잘알지도 못하면서 (Like You Know It All, 2009)

감독 : 홍상수
주연 : 김태우, 고현정, 엄지원, 정유미, 공형진, 유준상, 하정우

홍상수 감독의 <잘알지도 못하면서>는 올해에 본 영화 가운데 외화를 다 포함해서도 가장 재미있는 영화 중 하나였다. 러닝타임 내내 계속 '킥킥'거리며 웃을 수 있었고, 캐릭터를 하나하나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한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재미있는 작품이었음에도 당시 관람이후 리뷰를 쓰려는 시점이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시점과 겹치는 바람에 글을 쓰지 못했던 작품이기도 했다. 어쩃든 홍상수 감독의 이번 영화는 여러모로 재미있고 곱씹어 볼만한 작품이었다.



1. 곧 2009년 올해의 영화 (해외편)를 포스팅 하도록 하겠습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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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운영하진 그래도 제법 되었음에도 (물론 조이 데샤넬 팬블로그야 풋풋한 풋내기이지만요;;) 블로고스피어 상에서 펼쳐지는 수많은 릴레이 글들의 바통을 넘겨 받은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사실 한 번 있었어요 ;;; 그런데 너무 친한 분이라 오히려 못했다는;;), 얼마전 블로그를 통해 자주 뵙고 인터뷰를 위해 실제로 뵙기도 했었던 '진사야의 비주얼 다이어리'의 운영자 진사야님께서 '저에게도!' 바통을 넘겨주셨던군요! 주제는 '내가 생각하는 @@ 이야기'에 관한 것인데, 진사야님께서는 저에게 '조이 데샤넬'이라는 주제를 선정해 주셨습니다. 주제가 그녀라는 글을 본 순간, 이 릴레이를 빌어 다시 한번 조이 데샤넬에 대한 제 생각들을 정리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겠구나 싶더라구요. 그래서 한 번 부담없이 '제가 생각하는 조이 데샤넬 이야기'를 한 번 해보려고 합니다.

저에게 오기까지 이 바통의 유구한 역사...


이 이전 글들도 볼 수 있었으면 좀 참고해서 써볼려고 했는데(처음 써보는 릴레이다 보니 ^^;), 예전 글까지는 찾기가 어려워 그냥 형식을 파괴하셨다는 진사야님의 관련 글만 참고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뭐 막써보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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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릴레이와 비슷한 성격의 글을 이미 그녀의 팬블로그를 처음 시작하며 작성한 글에 어느 정도 담겨있습니다 (내가 주이 데이샤넬의 팬블로그를 만든 이유 - http://zooey.textcube.com/2). 누군가의 팬블로그라는 것을 처음 만들게 되면서 왜 '조이 데샤넬'인가에 대한 것과 팬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이란 어떤 의미가 있는가에 대해 가볍게 써본 글이었죠. 이 글도 어느 정도 이런 것과 연관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조이 데샤넬'이라.. 그녀의 출현과 관심도의 표출 모두 다 좀 갑작스러웠던 것 같아요. 사실 이 정도로 좋아했던 배우나 뮤지션들은 이전에도 제법 있었고, 팬블로그를 만들어볼까 생각했던 이들도 많았으며, 무엇보다 오랫동안 사모해온 존재들을 재치고 그녀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언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시대의 부름'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도 싶구요 ㅎ

그녀를 처음 보게 된 것은 (그전에도 출연작들을 통해 얼핏 봤을런지 모르지만, 정확히 이름과 얼굴을 매치시키면서 보게 된 것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였을 거에요. 너무나도 매력적인 이 영화를 더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었던 그녀의 캐릭터는, 저 같은 팬들을 양산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는 묘한 매력이었고, 그 이후 한 동안 뜸하다가 본격적으로 빠져들게 된 <예스 맨>으로 결정타를 날린 셈이죠. 진짜 그녀의 팬이라서가 아니라 <예스 맨>을 보고나면 누구나 짐 캐리보다도 '정준하씨는 어때요?' 보다도 조이 데샤넬을 떠올리게 될 정도로, <예스 맨>에서 조이 데샤넬이 연기한 캐릭터는 가장 현실의 그녀와 닮은 듯한 분위기였으며, 다른 여배우들과는 분명히 차별되는 캐릭터였죠.

제가 짐 캐리를 좋아하는 이유도 비슷해요. 짐 캐리 영화는 몇몇 작품은 좀 시시하게 느껴지는 것도 있고, 몇몇은 감동도 전해주고 또 큰 웃음을 주기도 하지만, 그의 작품을 이런 것들에 상관없이 거의 다 챙겨보는 이유는 짐 캐리에게는 '짐 캐리'만이 할 수 있는 연기 영역이 아주 확고하게 존재하거든요. 조이 데샤넬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그저 예쁘고 연기 잘하는 배우들은 너무도 많지만, 조이 데샤넬이 그간 연기해온 캐릭터들을 통해서 얻을 수 있었던 감흥에 다른 여배우의 모습은 얼핏 잘 매치가 되지 않거든요. 더군다나 그녀는 She and Him이라는 멋진 밴드로 활동중이기까지 하니 좋아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죠.


ⓒ2009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All Rights Reserved

본론으로 돌아와서 '제가 생각하는 조이 데샤넬'이란 바로 이런 것 같아요. 대체 불가능한 존재. 사실 그녀보다 더 좋아하는 배우들도 많고 더 오랫동안 애정을 두고 응원해온 뮤지션들도 많지만, 특별히 그녀를 선택하게 된 것은 대체 불가능한 매력을 갖고 있는 그녀를 발견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더 아름다운 배우들도 많고, 더 멋진 노래로 감동을 주는 뮤지션들도 많지만, 적어도 그녀 같은 범우주적인 표정을 다양하게 선보이는 여배우는 흔치 않은 것이 사실이니까요. 뭐랄까, 그냥 보고만 있어도 씨익 미소가 지어지는 경우랄까요.

그리고 하나 더 추가하자면, 그녀가 범우주적인 매력포인트를 지녔음에도 대중들에게는 그리 메이저틱하지 않다는 것에 더욱 끌리는 것 같아요. 무언가 마이너틱한 느낌도 들면서 슈퍼스타라기 보다는 그냥 자신의 일을 100% 즐기고 있는 듯한 그녀의 존재가 매력적인 거죠. 그리고 이른바 팬심이라는 건 참 아름다운 것 같아요. 누군가를 조건 없이 응원하고 좋아한다는 것은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지언정, 누군가를 항상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일이자, 무엇보다 나 스스로가 행복하다고 느끼게 되는 일이니까요.


* 사실 더 할 얘기가 많긴 했는데, 요즘 글로 정리못한 영화이야기가 잔뜩 머릿 속에 있는터라 이 정도만 정리 가능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

* 진사야님이 바통을 넘겨 받으시면서 형식을 파괴하셨다고 했는데, 저는 그런 형식조차 없으니 이건 뭐 ;;;;

* 저도 바통을 이어 받으실 다음 분을 조심스레 선택해 보았는데요, 두 분 모두 부담 갖지 마시고 쿨하게 거절하셔도, 쿨하게 아무 말 없이 안쓰셔도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괜찮을까;;;


1. 몬스터님 (http://culturemon.tistory.com) - 극장
- 지난 번 트위터를 통해서 잠시 비슷한 얘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몬스터님이 생각하시는 '극장'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2. 이동진님 (http://blog.naver.com/lifeisntcool) - 고레에다 히로카즈
- 이건 사실 무모한 도전에 가까운데, 한 번 시도해보고 싶은 모험적 욕구가;;;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블루레이 영화제 때 스쳐가듯 뵈었었는데, 따로 말씀듣고 싶은 시간이 없어서 아쉽기도 했거든요;; '아마 안될거야' 시리즈의 신작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래도 한번!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이 글은 조이 데샤넬 팬블로그인 http://zooey.textcube.com 에도 발행될 예정입니다.

*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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