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벌진트 - The Good Die Young
대중을 포용하려는 버벌진트의 음악


사실 '버벌진트'라는 이름을 들은지는 매우 오래된 편인데, 그의 대한 첫 느낌이라면 '솔로 앨범은 과연 언제나올까?' 싶을 정도로 오버그라운드 힙합 뮤지션들의 앨범에서 종종 피처링으로 만나볼 수 있는 MC였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의 첫 솔로앨범이 발매된게 2007년이니 어쨋든 '버벌진트'라는 이름을 알아온 것은 제법 오래된 듯 하다. 하지만 정말 '알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버벌진트의 음악을 들어본 건 솔직히 이번이 거의 처음이었다. 음악을 듣는 취향은 어떤 사이클이 있기 마련인데, 버벌진트를 처음 알았을 때는 한참 해외에 다양한 음악분을 섭취하느라 미처 들어보질 못했었고, 몇년 전 부터 시작된 Soul Company를 비롯한 국내 인디 힙합씬의 음악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되면서, 결국 그 관심은 버벌진트에게로 다시 돌아온 셈이다. 그렇게 큰 기대없이 듣기 시작한 그의 앨범 'The Good Die Young'은 언더 힙합 리스너들에게도 '큰' 디스 없이 즐길 만한 월메이드 힙합 음반이었다.





사실 단순히 포지셔닝에 따라 뮤지션을 언더와 오버로 구분하는 것은 우습지만(인디의 개념은 이것과는 다르다), 어쨋든 요 몇년 사이에 국내 힙합씬은 언더와 오버의 거리가 상당히 많이 좁혀졌다. 랩을 하는 댄스는 모두 힙합으로 오인 받던 시절을 떠올려본다면 천지가 개벽할 정도다. 어쨋든 무브먼트 같은 크루는 이런 거리를 좁히는데 어찌되었든 큰 역할을 했고, 언더 씬에서 활동하는 수 많은 창조적인 MC들이 오버 뮤지션의 앨범에 피처링으로 그리고 프로듀서로 참여하게 되면서 점점 그 입지를 넓혔다. 이번 버벌진트의 앨범은 이런 선상에서 양쪽을 다 그럭저럭 만족시켜 줄만한 괜찮은 앨범이 아닐까 싶다.





휘성이 피처링한 '무간도(無間道)'는 그런 좋은 예 중 하나이다. 피처링을 맡은 휘성도 휘성이지만 곡의 분위기 자체가 가요 앨범에 이른바 '타이틀 곡' 느낌이 단 번에 느껴지는 곡으로서 (이것은 단순히 나쁘다는 표현은 아니다) 일렉트로닉한 사운드 역시 대중적인 느낌이 강하다. 현재 힙합씬에서 유행하는 요소들은 적절히 배치하고 있는 동시에 너무 오버하지 않는 점이 오히려 마음에 드는 곡이다. 개인적인 취향은 아니지만 휘성 이라는 뮤지션의 네임벨류와 더불어 좀 더 많은 대중들이 쉽게 받아들일 만한 곡이 아닐까 싶다.

'Inspiration'은 가사도 소박하고 분위기도 상콤한 곡이다(물론 가사가 꼭 상콤하지 만은 않다;;). 어찌보면 힙합 에서는 매우 익숙한 소스들과 전개인데 나름의 분위기로 잘 소화한 느낌이다. The Quiett이 피처링한 'Searchin''은 기대했던 것에 비해서는 좀 심심한 편이다. 콰이엇의 라임은 나쁘지 않지만 약간 계속 중첩되는 느낌이 강하다. 콰이엇의 곡에 아쉬움이 느껴지는 건, 다 콰이엇에 대한 기대 탓일터.





'을지로5가 (양고기 찬가)'는 별다른 꾸밈 없이 무거운 비트에 랩이 실린 곡인데, 힙합 음반을 많이 들어본 이들은 잘 알겠지만, 여느 힙합 음반에 꼭 한 곡씩은 포함되곤 하는 분위기의 곡이다. ' Yessir'은 제목을 보는 순간 페럴이 자연적으로 떠올랐는데, 뭐 꼭 그런 분위기만은 아니더라(그런데 들으면 들을 수록 그런 끼가 보이기도 한다;). 피처링을 맡은 조현아의 경우 얼핏 한 귀로 흘려들으면 '정인'으로 오해하겠더라. 그리고 이 곡 가사에는 또 한번 '양고기'가 등장하는데 정말 버벌진트는 양고기를 찬양하나보다 싶기도 했다 ㅋ

'Ordinary'는 리스너들이 좋아한다기보다는 곡을 만든 그들의 취향이 더 반영된 곡이 아닐까 싶은데, 앞서 대중적인 곡들이 많았으니 이 쯤에서 이런 곡의 수록에 놀랄 것은 없겠다. 좀 더 매드한 힙합을 즐기는 이들에게 권하고픈 곡이다.




'Check the Rhime'은 자전적인 가사 내용을 담고 있는데, 버벌진트의 먼 역사부터 우리가 알고 있는 가까운 역사까지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흥미로운 곡이었다.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는 개인적으로 예전에 같은 반 친구들과 많이 했던 게임과 비슷해서(그렇지 않지 않진 않어;;;) 나름 인상적이었는데, 이걸 끝까지 한 곡의 호흡으로 가져갔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R.E.S.P.E.C.T.'는 제목 그대로 자신이 존경하는 뮤지션들에게 리스펙트를 바치는 곡인데, 디스로 유명해진 버벌진트라는 점에서 새롭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가사를 잘 들어보면 기존에 '디스 = 버벌진트'라는 이미지를 억울해하는 동시에 여전히 리스펙트할 가치가 없는 x들이 있다는 식이라 완전히 다른 버벌진트라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 ㅎ




타이거 JK가 피처링한 '나쁜 교육'은 가사 자체의 주제 의식도 강하고 분위기도 무거운 편이지만, 비트는 오히려 조금 심심하고 곡의 전체적인 느낌도 조금 장황한 느낌이다.

마지막 곡 까지 들어본 느낌은, 인디 힙합 앨범들이 후반부로 갈 수록 힘을 쉽사리 잃지 않는 것과는 달리 초중반까지는 신선함을 갖고 있었던 것과는 달리 후반부로 갈 수록 약간 힘이 부치는 모습이었다. 그래도 맨 처음 이야기한 것처럼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앨범의 색깔은 '2009년 한국대중음악상' 수상으로 대변되듯이, 일반 가요 팬들과 일부 힙합 리스너들에게도 크게 부담되지 않는 괜찮은 앨범이 아닐까 싶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