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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세상의 끝 (It's Only the End of the World, Juste la fin du monde, 2016)

가족이라는 깊은 상처


자비에 돌란의 '단지 세상의 끝 (It's Only the End of the World, Juste la fin du monde, 2016)'은 다시 한번 가족이라는 운명적인 상처에 대해 말한다. 처음 이 영화를 보고 나서는 너무도 돌란다운 이야기에 당연히 그가 창작한 이야기일 거라고 여겼었는데, 동명 희곡의 원작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돼서 오히려 조금 놀랐을 정도였다. 그 정도로 '단지 세상의 끝'은 가족이라는 주제에 대한 자비에 돌란의 관심이 재차 노골적으로 드러난 작품이었다. 그것이 전작들과 비교해 한 발 더 성장한 것이든 정체된 것이든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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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앞두고 그 사실을 알리기 위해 고향을 떠난 지 12년 만에 고향에 돌아와 가족을 만나게 되는 이 짧은 이야기는, 러닝 타임 상으로도 99분의 짧은 분량이지만 호흡 면에서는 오히려 더디고 답답한 느낌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공기 가득한 답답함과 긴장감 그리고 인물의 감정을 화면 가득 담아내는 클로즈업과 외적으로 과잉에 가깝게 느껴지는 음악은, 마치 영화를 보는 내내 무거운 무언가에 짓눌려 있는 듯한 피로감을 준다. 죽음을 앞두고 이번에야 말로 처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봐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에게 조차 여지를 주지 않을 만큼, 이 가족이 가족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각각 견디고 있었던 감정의 골은 빈틈이 없을 정도로 빽빽해 보인다. 여백이 없이 꽉꽉 들어 차 있다는 말이 이 가족에게도, 이 영화에게도 어울리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단면적으로 보면 자비에 돌란이 묘사한 이들의 몇 시간은 마치 탈출구가 없는 무호흡의 상태처럼 상처와 분노로 가득 차 있는 것만 같지만, 한 편으론 옅은 위로가 느껴지기도 한다. 직접적으로 표현하거나 인정하지는 않지만 이 이야기가 끝나고 나면 무언가 경멸하고 상처가 더 깊어지기보다는 그 자체로 인정하고 순응하게 되는 측면이 아주 미묘하게 남는다. 가족이라는 특수한 공동체 혹은 운명 만이 가질 수 있는 그 어떤 끝에 대한 해답을 내놓기보다는, 그 상처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 자체에 머무르는 선택이 '단지 세상의 끝'의 가장 만족할 만한 선택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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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평과 혹평,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음악이었다. 영화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 각각 수록된 삽입곡의 선택은 너무 직접적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영화적으로는 괜찮은 시도였다고 느껴진 반면, 대화 장면에서 배경에 흐르는 스코어들은 단순히 스타일이나 기법적인 측면으로 받아들이기엔 너무 이질적이고 또 과한 느낌이 강했다. 몇 장면은 음악이 너무 감정을 부추기는 (대사 만으로도 이미 가득 차 있는데) 면이 있었고 또 몇 장면들은 다른 영화 음악을 잘못 삽입했다고 해도 될 정도로, 실험적인 요소보다는 실패한 측면이 더 강해 보였다. 


나는 이 영화가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이라는 수상 때문에 더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런 수상 사실이 없었다면 자비에 돌란이 유명 배우들과 함께 마치 연극처럼 만들어 낸 짧고 강렬한 소품 같은 영화로 더 평가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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