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 맨 3 (Iron Man 3, 2013)

테마는 분해와 조립



존 파브로의 '아이언 맨 2'는 정말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날 정도로 실망스러운 속편이었다. 만약 '아이언 맨'이 어벤져스의 소속이 아니었다면 이 시리즈를 더 이상 이어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1편에서 보여준 매력을 그냥 낭비하고 만 안타까운 작품이었다. 그 이후 '어벤져스'를 거쳐 세 번째 작품인 '아이언 맨 3'가 개봉했는데, 일단 존 파브로가 연출을 맡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눈에 띄는 점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감독을 교체한 이 선택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연출에서 손을 떼고도 작품에 여전히 출연하고 있는 존 파브로가 멋져 보일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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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맨 3'를 보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예전에 보았던 '슈퍼맨' 등 슈퍼 히어로 물의 속편들이었다. 슈퍼 히어로 물의 속편 들에는 자주 등장하는 설정들이 있는데, 자신의 능력(힘)에 대한 과신, 자신의 역할에 대한 지루함과 나태함, 그로 인해 겪는 갈등과 이를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해결. 그리고는 다시 업그레이드 혹은 새로운 시작, 정도 일텐데 '아이언 맨 3'의 내용이 대략 이런 식이다. '아이언 맨 3'에서 토니 스타크가 겪는 고통의 원인은 '어벤져스'의 사건에서 온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어벤져스'를 안 본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본다면 영화 내내 얘기하는 '웜홀' 사건이 뭔지 아마 궁금할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이렇게 정신적으로도 트라우마를 겪던 토니 스타크는 욱하는 성질을 부렸다가 결국 모든 것을 잃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만 할 위기에 놓이는데, 토니 스타크 특유의 쿨 한 성격 답게 이 위기를 조금씩 기회로 만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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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맨'의 또 다른 재미는 이미 만들어진 아이언 맨이 등장하는 장면들도 물론이지만, 자비스와 함께 토니 스타크가 그의 작업실에서 이렇게 저렇게 도면과 영상을 띄워가며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아이언 맨 3'는 바로 그 '만드는 사람'인 토니 스타크에 주목한다. 자신의 작업실을 떠나 열악한 상황 속에서 마트에 가서 재료를 사고 공구와 아이디어로 작은 개발을 해나가는 토니 스타크의 모습은, 관객에게나 토니 스타크 자신에게나 초심을 생각하게 만드는 흥미로운 전개였다. 그리고는 마지막 시퀀스에서 블록버스터 영화 답게 돌아온 아이언 맨으로서 스케일 있는 액션을 펼치는 데, 이 정도면 오락 영화로서 손색이 없는 전개라 하겠다. 이번 작품에서는 프로토 타입의 슈트의 기능에 근거한 (분리된 수트가 리모트 컨트롤에 의해 합체 되는 기능) 장면들이 여럿 등장하는데, 이 작품 전체의 메시지이기도 한 '분해와 조립'의 테마와 잘 어울리는 설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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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생각할 것 많지 않고 (즉, 설정의 현실감이 떨어지는 장면이 없지 않은데 그걸 다 따지고 들면 이 영화는 별로일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러닝 타임을 즐기는 데에 충분한 속편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연출에서 물러났음에도 연기자로서 계속 출연하고 있는 존 파브로에게 이 공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1. 가이 피어스는 최근 이런 류의 캐릭터들을 자주 연기하는 느낌이에요. 그도 초기에는 단독 주연인 영화들이 많았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나 싶기도 하고;;


2. 이 영화를 본 평들은 다 갈리지만 모두 한 마디로 정리할 때 꼭 빠지지 않는 평은 바로 '기네스 펠트로의 복근'


3. 가이 피어스 저리가라로 기네스 펠트로야 말로 어쩌다가 토니 스타크 여친으로 남게 되었는지 예전 그녀의 작품들을 좋아했던 팬으로서는 아쉬움이 많네요. 예전처럼 기네스 펠트로의 매력을 더 느낄 수 있는 드라마 장르에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4. 스탠 리 옹의 연기는 갈 수록 느네요. 이번 연기는 강렬한 메소드 연기였어요 ㅋㅋㅋ


5. 아이맥스 3D로 보았는데 꼭 이걸로 볼 필요는 없는 영화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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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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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젼 (Contagion, 2011)
21세기형 진짜 공포 영화


'체 (Che, 2008)'는 아직 보질 못했고 '오션스' 시리즈는 몸집이 커진 이후로 역시 보질 않았으니 스티븐 소더버그의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건 상당히 오래되었다는 걸 글 서두에 알게 되었다. 한 때는 헐리웃이 총아이자 천재 감독이라 일컬어지며 개인적으로도 아주 관심이 있었던 소더버그란 이름을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게 된 작품이 바로 '컨테이젼 (Contagion, 2011)'이었다. 사실 이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첫 번째도 두 번째도 배우들의 면면들 때문이었다. 맷 데이먼, 케이트 윈슬렛, 마리온 꼬띨라르, 로렌스 피쉬번, 주드 로, 기네스 펠트로까지, 이름만 들어도 영화 선택이 가능한 배우들이 여럿이라 이 작품도 주저없이 선택했다 (여기에 출연 사실을 몰랐던 존 호키스까지 더!). 영화에 대한 아무런 정보를 얻지 않은 채 극장을 찾는 스타일 덕에 이번 작품 역시 배우들 말고는 아무 정보가 없었는데, '컨테이젼'은 이 배우들이 주인공이 아닌 바이러스 그 자체가 주인공인 작품이었다. 그리고 진짜 무서운 21세기형 공포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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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젼'이 소름 돋을 정도로 무서운 이유는 그 현실성에 있다. 좀비 영화는 말할 것도 없고 하물며 실제 있었던 사건을 다룬 전쟁 영화나 스릴러 영화라 하더라도 관객이 실제로 보면서 '아, 저건 내 얘기일 수 있겠다'라고 느끼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 다르게 얘기하자면 공감대를 느끼며 영화를 내 것처럼 즐기는 것과 영화라는 것을 망각한 채 실질적인 공포를 느끼게 되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는데, '컨테이젼'은 적어도 나에게는 후자의 경우였다. 예전에 바이러스에 관한 영화를 볼 때에는 앞서 이야기한 것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딴 세상' 이야기로만 받아들여졌었는데, 직접적으로 내가 병을 앓거나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최근 몇년 사이에 신종 플루나 사스 등의 공포를 주변과 매스컴을 통해 실감하면서, 그와 크게 벗어나 있지 않은 이 작품의 내용이 몹시도 공포스럽게껴졌던 것이다. 실제로 많은 관객들이 '컨테이젼'을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받아들였다는 것이 바로 그 좋은 예 일것이다.  

속수무책으로 바이러스에 당하는 인간들은 물론이고 이 재앙을 겪는 과정 속에서 무너지는 인간성과 사회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제는 그냥 무섭다 정도가 아니라 실제 저런 일이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혹은 이미 발생했거나) 일이기 때문에 저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나는 어떻게 할까 라는 걸 계획하게 되는 수준에 이르게 된다. '컨테이젼'이 다루고 있는 바이러스와 그로 인한 사회와 인간성, 정부 및 기업의 음모 등은 영화에서나 현실에서나 새로울 것은 없는 것들이지만, 2011년이라는 시대가 만든 현실성이 이 영화를 더욱 공포스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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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본 소더버그 영화. 소더버그는 여전히 이야기를 작은 조각으로 분리해 내는데 탁월한 재능을 보여주고 있었다. 소더버그의 영화 가운데 여러 명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것은 그의 이런 재능에 대한 자신감 이라고도 볼 수 있을텐데, 산만함 보다는 여러 캐릭터들의 이야기로 분리하고 재조합하는 과정을 통해 하나의 메시지에 집중하게 되는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컨테이젼'의 여러 인물들은 각각이 맡은 역할이 확실하기 때문에 좀 더 집중하면서 각자의 얘기를 들어볼 수 있었고, 각각의 이야기가 점차 하나로 완성되어 가는 전개 방식이 아니라 매순간 서로 작용하게 되는 방식이라 더 몰입도가 높지 않았나 싶다.


영화 속 누군가를 마냥 비난하는 것보다, 누군가를 영웅으로 만드는 것 보다도 이런 공포가 이제는 '더이상'도 아닌 그냥 현실이라는 사실이, 영화 속 바이러스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보다 훨씬 더 비중있고 공포스럽게 그려졌던 그런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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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크나이트'에 나왔던 조연 배우들이 눈에 띄더군요. '라우'역할을 맡았던 친 한과 '라미레즈'형사로 나왔던 Monique Gabriela Curnen까지.

2. 다행히 극장에서 아무도 기침을 하지 않아 눈총 받거나 의심할 일은 없었습니다 ㅋ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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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맨 (Iron Man, 2008)
마블의 부자 히어로

5월달에는 참으로 기대되는 영화들이 많다. 아기다리고기다렸던 <인디아나 존스 4>와 워쇼스키 남매의
<스피드 레이서>, 그리고 큰 기대는 아니지만 전편을 본 입장에서 어차피 보게 될 듯한 <나니아 연대기>,
그리고 오늘 관람한 <아이언 맨>이 바로 그 기대작들이다.

사실 마블의 여러 히어로들의 관해서는 영화화된 정도만 알고 있는 이로서, '아이언 맨'의 존재는 잘 알지
못했던 것이 사실인데, 일단 그가 브루스 웨인에 버금가는(혹은 더!)부자로서, 특수 능력보다는 돈으로 해결하는
히어로라는 정도만 미리 알고 있었다. 예고편에서 탱크의 포탄을 휙 피하고는 미사일 한방 날려주고 무심하게
뒤돌아서는 모습을 보며, <트랜스포머>와 <로보캅>의 중간 정도인 히어로가 등장하는 영화가 아닐까 싶었다.



(스포일러 있음)

일단 많은 이들이 지적한 스토리상의 문제는 나도 어느 정도는 공감하는 바이다. 마블의 히어로를 비롯하여
코믹스를 원작으로한 영화들의 스토리는, 원작의 내용을 따져보면 사실상  굉장히 광범위하고 세세한 면까지
묘사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인지 한 편 혹은 2,3편으로 영화화 할때는 스토리상에 헛점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아이언 맨>의 경우도, 일반 히어로 물처럼 토니 스탁이 완벽한 '아이언 맨'이
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많이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개인적으로는 이런 액션 블록버스터에서 그리 꼼꼼한 스토리를 기대하지는 않기 때문에,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정도라고 생각된다.

<스파이더 맨>이 우연한 기회를 통해 특수능력을 얻게 된 히어로이고, <슈퍼맨>은 본래부터 외계인이고,
<배트맨>은 막강한 제력을 동원한 히어로라면, <아이언 맨>은 막강한 제력을 바탕으로한 개과천선 히어로라고
보면 되겠다. 무기 판매회사를 운영하며 엄청난 부와 명예를 누리던 토니 스탁은, 사고를 통해 자신이
좋은 일에 쓰려고(사실 미국을 위해, 테러범을 잡기 위해 쓰는 것이나 테러범이 직접 쓰는 것이나 별 차이는
없다고 생각되어, 굳이 이것이 좋은 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만) 만들었던 무기들이, 테러범이
손에 들어가 양민 학살에 사용되는 것을 보고, 뒤늦게 깨우쳐 자신의 무기가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더이상
무기를 만들지 않기로 결심하는 동시에, 신개발을 통해 자신이 직접 '아이언 맨'으로 나서서 테러범을 소탕하기에
이른다는 내용이다. 이 중간에는 회사의 중역이 토니 스탁에게서 경영권을 빼았기 위해 테러범과 거래를 하면서,
사실상 더 큰 적으로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다.

가장 설득력이 필요한 것이 '왜 아이언 맨이 되었나?'하는 문제일텐데, 이 영화의 줄거리는 이 부분에서
그리 효과적인 설득과정은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 그저 토니 스탁의 부를 관람하면서, '역시 돈 많으면
다 해결되는구나'하는 생각을 더 자주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미국적인 히어로물이니 어쩔 수는 없는
문제이겠지만, 결국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것밖에는 되지 않는 미국식 제국주의 사고에
불편함이 들었던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개과천선 히어로라고는 하지만, 결국 악용될 우려가 있으니 남에게는
줄 수 없고, 내가(나만) 꼭 가져야 한다는 기본 생각은 변함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일단 이런 영화가 1편에서 성장과정과 동시에 화끈하게 보여줘야 할 것은 바로 액션이라 할 수 있는데,
이 부분에서 <아이언 맨>은 조금 아쉬움이 있었다. 예고편에 등장하는 테러범들을 소탕하는 장면이 사실상
제대로 된 유일한 액션이라고 할 수 있으며, 후반부에 오베디아와 결투를 벌이는 장면은 그리 효과적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도 아이언 맨이 연습삼아 도시를 휙휙 날아다닐 때는 마치 '스파이더 맨'이 마천루를
누비는 장면에서 느꼈던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언 맨'만의 특징을 잘 살리수 있는 액션 장면이라면, 아마도 전투기와 공중에서 대결을 한다던가,
수 많은 적을 상대로 자유롭게 휘젓는 분위기에 액션 장면일텐데, 그런 시퀀스의 액션이 많지 않았던 것이,
무언가 예고편 보다 더 화끈한 액션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는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사실 영화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 가장 우려했던 것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마블의 히어로 블록버스터에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소식이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는 것은 누구라도 아는
사실이긴 하지만, 주로 작품성에 비중이 있는 영화들에 출연해왔던 그가, 어쩌면 가장 안어울리는 액션
블록버스터에 히어로로 등장한다는 사실은, '내가 어딜 봐서 영웅 타입이냐'라는 극중 대사처럼 걱정이 더
많이 되는 소식이었다. 원작을 보진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토니 스탁이라는 캐릭터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괜찮은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천재적인 부자 특유의 거들거림과 자신감 넘치는 분위기와 더불어 유머를
잃지 않는 토니 스탁의 모습은 그로 인해서 좀 더 살아있는 캐릭터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사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외에 기네스 펠트로와 제프 브리지스의 출연은 더욱 의아했었다.
이들도 이런 영화에는 사실 잘 어울리지 않는 배우들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기네스 펠트로의 모습은
뭐 연기적인 면에서는 그리 인상적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냥 개인적으로 받은 느낌이라면 좀 어려보인다는 것
정도. 제프 브리지스는 초반에는 거의 못알아볼 정도였다. 이런 헤어스타일로 등장한 것은 거의 처음이 아닌가
싶은데 막판으로 가면서 악역으로 치닫는 연기는 좋았지만, 뭐랄까 잘 어울린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엔딩 크래딧이 끝나고 등장하는 추가 장면을 보면 완벽하게 2탄을 암시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과연 다른 히어로들과는 달리 '내가 아이언 맨이다'라고 공표한 상황에서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도
사뭇 궁금해지긴 하다.


1. 근데 그 인공 심장같은 것은 결국 토니 스탁이 아니라 같이 잡혀있던 그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닌가--;
   이 부분은 잘 모르겠다 ;;;

2. 추가 장면에서는 목소리만 들어도 알만한 배우가 등장했는데, 이제 그는 이런 히어로물에서
   감초 역할로 자주 등장하게 되는 것 같다.

3. 크래딧을 보니 ILM고 더불어 오퍼너지가 참여했던데, 왠지 반갑더라 ^^

4. 그렇게 비밀스런 병기를 감추고 있는 토니 스탁의 집치고는, 보안이 너무 허술한 것 같았다.
    깨친 유리문도 고치지 않고, 아무나 지하실에 내려가도 유리문이라 다 볼 수 있을듯 하고,
    비밀번호도 겨우 3자리 밖에 안되던데;;;

5. 오랜만에 찾은 메가박스 M관은 좌석도 편하고 좋더라.
디지털로 보니 역시 생생한 화질로 감상할 수 있었음. 근데 추가장면은 디지털 버전이라 하기엔
화질이 좀 좋지 않았던 것 같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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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걸프 해안의 작은 마을에 사는 8살의 핀 벨(Finnegan Bell: 에단 호크 분)은 누나와 함께 산다. 가난한 집안형편이지만 화가가 꿈인 핀은 아름다운 바다를 그리며 자신의 꿈을 키워나간다. 어느 날 그는 탈옥한 죄수 루스티그(Prisoner - Lustig: 로버트 드니로 분)를 우연히 만나 그의 발목에 찬 족쇄를 풀어주면서, 그의 단순하고 평화로운 생활이 깨어짐을 느낀다. 인근에서 가장 부자로 소문나 있는 노라 딘스무어 여사(Ms. Dinsmoor: 앤 밴크로프트 분)로부터 갑작스런 초대를 받게 된 핀은 그녀의 은둔자적인 비밀스런 삶에 두려워 하면서도 그녀의 조카인 에스텔라(Estella: 기네스 펠트로 분)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사랑으로 매일 그녀를 찾는다.



에스텔라는 그런 핀에게 상류사회 특유의 냉정함과 오만함으로 일관하지만 핀이 그녀를 그린 그림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 에스텔라를 사랑한다면 그의 마음만 아플 거라는 노라의 충고에도, 어느새 커버린 그들은 서로에 대한 호감을 억누를 수 없다. 노라의 말대로 에스텔라는 홀연히 파리로 떠나버리고 절망에 빠져 헤매던 핀은 그림그리기를 포기한 채 나날을 보낸다. 갑작스런 익명의 후원자 덕분에 뉴욕에 보내진 그는 화가로서의 꿈을 이루며 뉴욕 미술계의 유망주로 떠오른다. 부와 지위, 명성을 한꺼번에 얻게 된 핀은 에스텔라와의 갑작스런 재회에 행복해 하지만 그녀는 다른 남자의 청혼을 받아들였다는 한마디 말로 그에게 또 한번 깊은 상처를 남긴다. 괴로워하는 핀 앞에 갑자기 나타난 루스티그는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며 그가 누리는 위대한 유산의 의미를 깨우쳐 주는데.



[위대한 유산]을 보고 나서 머리 속에 가장 강하게 남는 이미지는, 영화 내내 스크린을 녹색 빛으로 물들였던, 녹색 그 자체의 색감일 것이다. 이러한 색의 이미지는 다분히 감독에 의해 의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온통 초록색의 나무들과 넝쿨 들이 어지럽게 감싸고 있는 딘스무어의 저택과 그녀의 화려한 초록색 옷차림. 그리고 어린 에스텔라의 초록색 원피스와 영화의 중반 뉴욕에서 다시 만날 때의 초록색 의상까지... 어찌 보면 원색 계열이나 우울한 정서를 한껏 담은 블루 톤에 비해 수수하고 무난한 것이 초록이라 하겠지만, [위대한 유산]에서는 얘기가 조금 다르다. 초록 자체의 느낌은 밝고 생동감 있는 것이지만, 영화의 쓰인 그린(Green)의 느낌은, 블루(Blue)보다 우울하고, 레드(Red)보다도 강렬하며, 어떤 컬러보다도 뇌리에 깊이 파고드는 인상을 준다.



이 영화는 알다시피 너무나도 유명한 찰스 디킨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다. 그것이 리메이크가 되었던 처음이 건 간에,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작품들은 엄청난 부담감을 지고 갈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의 리메이크 작품들은 원작보다는 못하다는 평을 듣는 경우가 지배적이었고, 평균적으로 보자면 [위대한 유산]도 마찬가지라 하겠다. 영화 [위대한 유산]은 분명 동명 소설에서 기초하고 있지만, 일련의 리메이크 영화들과 동등하게 분류하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을 듯싶다. 감독인 알폰소 쿠아론은 원작에 기초하되 가능한 한 새로운 작품을 만들기 위해 주의를 기울였고, 이 같은 의도는 비교적 성공했다고 여겨진다. 멕시코 출신인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이 영화와 [이투마마]로 자신만의 색을 드러내며 평단과 관객을 모두 만족시키는 감독으로 떠올랐고, 최근에는 줄곧 해리포터 시리즈를 감독했던 크리스 콜롬버스의 뒤를 이어, 3편인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를 작업하고 있다.



[위대한 유산]이 헐리웃 적이고 대중적인 것은 아무래도 출연한 배우들의 영향력이 컸다.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배우들이 ‘즐비’까지는 아니나 ‘제법’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러브스토리의 남여주인공은 에단 호크와 기네스 펠트로가 맡았다. 상업영화에 출연하면서도 헐리웃 적이지 않고, 이지적인 매력을 풍기는 에단 호크는 이 영화에서도 그러한 자신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준다. 혹자는 이 영화에서 에단 호크의 연기가 카리스마가 없고 이미지도 약하다고 평하지만, 그것이 연기를 잘 한 것이다. 극중 핀의 캐릭터는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이라기보다는, 소심하고 자신감이 부족한 여린 캐릭터라 할 수 있다. 영화 내내 자신감이 없어보이던 핀의 얼굴은, 마지막 장면에 가서야 비로서 편안함과 여유를 찾게 된다.



[위대한 유산]에서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기는 배우는 누가 뭐래도 기네스 펠트로 라고 할 수 있다. 도대체 그 속내를 알 수 없는 표정과 행동으로 얄밉기까지 한 에스텔라 역을 맡은 기네스 펠트로는, 적역이라는 말이 딱 어울릴 만한 열연을 펼쳤다. 신비스럽고도 도도한 에스텔라 역은 사실 다른 배우가 맡았으면 말 그대로 재수 없는(?)역할이 되었을 런지도 모를 일이다. 대부분 배우들의 이름이 스크린에 오를 때 주연 배우들 외에 유명한 배우들이 조연이나 카메오 등을 맡았을 경우 'and'로 표현되곤 하는데, 위대한 유산에는 'with'가 추가되었다. [졸업]으로 많은 영화 팬들에게 인상을 남겼던 앤 밴크로프트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녀는 이 작품에서 멕시코만의 갑부인 노라 딘스무어 역할을 맡아 그야말로 관록있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짙은 화장과 담배로 외롭게 살아가는 딘스무어 역은 두 주인공보다도 [위대한 유산]을 더 [위대한 유산]답게 만들어 주었다. 슬픈 눈으로 ‘배사매 무쵸’를 부르던 그녀의 연기가 인상 깊게 남는다.



그렇다면 'and'는 누구인가? 더 이상 연기력을 논할 여지가 없는 로버트 드니로가 그 주인공이다. 로버트 드니로는 이 영화에서 출연하는 러닝 타임은 길지 않지만,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위대한 유산’과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중요한 인물로서 짧지만 강한 인상을 준다. [위대한 유산]은 이렇듯 젊고 색깔 있는 두 배우와 노련미가 저절로 느껴지는 두 배우가 조화를 이루면서, 영화의 완성도는 뒤로 하더라도 연기력만큼은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영화가 되었다.



영화 속 주인공 핀은 화가로 등장하는데, 그의 그림들을 보다보면 참으로 개성 있고 독특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영화의 등장하는 모든 그림을 그려준 이는 프란치스코 클레멘테(Francesco Clemente)라는 이탈리아의 실제 화가이다. 1952년 나폴리에서 출생한 클레멘테는 80년대 등장한 트랜스 아방가르드 계열의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장 미셀 바스키아와 공동작업으로 전시회를 열기도 했던 화가이다. 처음 이탈리아 벽화를 그리는 화가로 알려졌던 클레멘테는 인물과 사물을 관찰하는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과 밝고 어두운 단면을 모두 잘 소화해 내는 능력을 톡톡히 인정받고 있다. 그러한 면을 반영하듯 영화 속 그의 그림들은, 물고기나 사물을 나타낸 그림들은 비교적 수채화 같이 밝게 느껴지지만, 에스텔라의 초상화라던가 조 삼춘의 초상화에서는 어딘지 모르게 어둡고 슬픔이 묻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필자도 그러하였듯 평소에 이러한 그림들과 화가들을 접할 기회가 드문 이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고, 영화를 계기로 프란치스코 클레멘테 라는 화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 또한 될 것이다.



[위대한 유산]을 아쉽다고 말하는 이들의 공통분모는 극의 후반부로 갈수록 구성이 엉성해지고, 느닷없이 억지스러운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 지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구성에 엉성함이라고 얘기되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사실 이렇다 저렇다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자세히 풀어놓으면 너무 자세하게 얘기해버려서 재미가 반감되었다는 반응이 나올 것이고, 과감히 생략하게 되면 이번처럼 느닷없고 구성이 엉성하다는 반응이 나오듯이, 어차피 양면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피 엔딩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반박할 필요가 있을 듯 하다. 마지막 장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핀은 이혼하여 혼자가 된 에스텔라를 다시 만나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된다.



‘해피 엔딩’이란 말 그대로 영화가 다 끝나고 자막이 올라갈 때, 마음이 ‘해피’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개인만의 생각이 될 지도 모르지만, 자막이 올라가고 음악이 흐를 때, 결코 행복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슬픈 운명에 휘말려버린 주인공들이 안타깝게 느껴졌고, 인물들 하나하나를 떠올려 보니 더욱 더 그러한 마음은 배가 되었다. 핀은 오직 에스텔라에게 인정받기 위해 그림에 정진했고, 성공적으로 개인전을 마친 뒤, 보란 듯이 부자가 되었다며 소리쳤지만, 오로지 성공에 집착하느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너무도 변해버린 모습에 씁쓸함을 느꼈을 것이다. 에스텔라는 자신을 사랑하는 핀에게 확신을 주지 않은 채 아무 말 없이 멀리 떠났지만, 결국 돌아와 보니 남는 것은 후회 뿐 이였다. 딘스무어 역시 에스텔라를 위해 핀을 이용한 것에 대해 뒤늦은 후회에 눈물을 흘렸다. 그래도 루스티그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그는 평생 도망자로 살아온 자신에게 따뜻하게 대해준 단 한 사람이 어린 핀을 위해, 아무도 모르게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 후원을 하였고, 위대한 유산을 남겼다. 결과적으로 핀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이 정말 위대한 유산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루스티그에게는 그나마 편히 눈감을 수 있는 이유가 되었던 것 같다.




[위대한 유산]의 아름다운 영상과 이야기를 더욱 돋보이게 한 것은, 장면 장면을 더 인상 깊게 만들었던 음악이었다. 영화와 잘 맞아 떨어지는 팝과 락 넘버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몇몇 아티스트들이 눈길을 끈다. 먼저 'Finn Runs'와 ‘Siren' 두 곡을 수록하고 있는 토리 에이모스를 들 수 있겠다. ’Siren'으로 에스텔라와 그림을 모두 접고 일상으로 돌아가 모든 것을 잊고 살아가려는 핀의 마음을 빠른 리듬과 그녀만의 신비한 음색으로 전하고 있다. 그 다음 수록 된 곡은 모노(Mono)의 ‘Life is Mono'인데, 토리 에이모스와 마찬가지로 몽환적이면서도 신비스런 노래로 핀과 에스텔라의 묘한 관계를 역설하고 있다.

이 외에도 최근 오디오 슬레이브(Audioslave)로 활동 중인 크리스 코넬(Chris Cornell)의 'Sunshower'과 펄프(Pulp)의 ’Like a Friend', 스톤 템플 파일러츠(Stone Temple Pilots)의 보컬이였던 스콧 웨일렌드(Scott Weiland)의 ‘Lady Your Roof Brings Me Down', 그리고 이기 팝(Iggy Pop)의 ’Success'까지 편안하면서도 강렬한 락 음악들이 수록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락 음악들보다 [위대한 유산]에서 더욱 기억이 남는 곡은 아마도 ‘Besame Mucho'일 것이다. 세사리아 에보라(Cesaria Evora)가 부르는 ’Besame Mucho'는 영화 속 딘스무어가 흥얼대던 그 느낌과 핀과 에스텔라의 슬픈 사랑, 그리고 핀의 성공과 그를 뒤에서 후원한 루스티그의 운명까지도 모두 포용해 버리는 원숙함을 들려준다. 또한 사운드 트랙의 맨 마지막에 자리하였듯, 이 한 곡으로 영화의 모든 감정을 모조리 정리해 버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장면과 감정들을 스쳐가게 한다.


2003.06.13
글 / 아시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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