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희 (Our Sunhi, 2013)

우리는 누군가를 알고 있는가



홍상수 감독의 신작 '우리 선희'는 그의 전작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이나 '다른 나라에서' '북촌방향' 등의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또 다른 작품이다. 흔히 어떤 좋은 것을 평가할 때 정반대의 개념을 들며, '이러면서도 이러하다'라는 평가를 하곤 하는데, 홍상수의 최근 작품들만큼 이러한 경향을 그대로 보여주는 예는 아마 없을 것이다. 사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선희'는 살짝 기대를 덜하기도 했었다. 홍상수 월드에 이미 녹아든 정유미, 이선균, 김상중과 새롭게 합류한 정재영이라는 조합, 그리고 대략의 시놉시스는 '아, 또 대충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지 알겠다'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우리 선희'는 정말 또 한 번 큰 재미와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작품이었다. 최근 몇 년 간 본 영화들을 통틀어 봤을 때, 개인적으로 '재미있다'라는 표현을 이렇게 매번 사용한 감독은 아마 홍상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의 작품은 정말 재미있다. 사실 보는 내내 그 재미에 흠뻑 빠져서 흥분이 될 정도다. 어쩌면 이렇게 단촐해 보이는 구성으로도 무궁무진한 재미를 계속해서 만들어 내는지, 놀라움과 부러움이 아니 들 수 없겠다.



ⓒ 전원사. All rights reserved


홍상수 감독의 최근 작은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이야기와 구성을 담고 있었는데, 같은 이야기를 두고 다른 시각의 버전을 포개어 논다거나, 시공간의 모호함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 한다거나, 같은 인물을 두고 서로 모르는 다른 인물들이 벌이는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한 편으론 단순하지만 사실 굉장히 복잡하면서도 흥미로운 구성을 만들어 냈었다. '우리 선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엔 선희(정유미)라는 같은 인물을 두고 세 남자가 각각의 관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과연 누군 가를 정말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홍상수는 최근 작들을 통해 자신이 의문을 갖고 있는 어떠한 개념들(너무 일반적이라 우리가 잘 생각해보지 않는 것들에 대해)에 대해 하나 씩 작품을 만들어 왔다. 그의 최근 작들을 보면 반드시 등장하는 대사들이 있는데, '이뻐' '착해' 등이 그렇다. 홍상수 감독은 이 일반적인 표현들을 담기 위해 반대로 복잡한 이야기 구성과 깊이를 들고 있다. 이쁘다고 할 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어떤 사람을 보고 이쁘다고 할 수 있는지. 착하다는 것은 진정 무엇인지. 누군 가에게 착하다라고 하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 등 그는 이 단순하면서도 심오한 주제를 최근 탐구해 왔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우리 선희'는 이런 맥락에서 누군가를 안다고 했을 때 우리는 과연 정말 안다고 할 수 있는 지에 대해 스스로 자문한다.



ⓒ 전원사. All rights reserved


최근 그의 작품들에서 특히 도드라졌던 또 다른 점은, 이야기의 소재나 방식이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에게 있었다는 점인데, 즉 자신이 실제로 겪었던 사소한 일들에서 시작한 아주 개인적인 것들이 많았다. 그의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이 영화 감독이거나 영화과 학생들, 교수들 인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아주 단순하게 얘기하자면 홍상수는 자신이 실제 겪었던 일들을 토대로 조금의 상상력을 더해 관객에게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계속 비슷한 이야기처럼 보이는 측면도 있는데, 우리 내 하루하루가 매일 똑같지 않듯이, 그의 이야기도 항상 새로움을 들려준다. '우리 선희'를 보면서 특히 더 본인 스스로에게 하는 이야기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단 극 중 인물들 가운데 하나를 자신으로 설정하지 않고 선희를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의 남자에게 자신의 캐릭터를 각각 분배하여 결국은 자신이 살면서 후회스러웠던 행동이나 말, 그러니까 한 번 내뱉거나 실행해 버려서 두 번째 기회를 갖지 못했던 순간들에 대해, 세 명의 캐릭터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듯 했다. 즉, 김상중과 이선균, 정재영이 연기한 각각의 인물들은 두 번째 기회를 갖지 못하지만, 이 셋을 한꺼번에 보면 서로에게 두 번째 기회가 된 셈이다.



ⓒ 전원사. All rights reserved


그렇게 이 셋이 선희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어 가는 방식이 이 영화의 포인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누군 가에게 선생님이나 선배가 되어 이야기를 해줄 때가 생기게 되는데, 그 말들이 나중에 생각하면 잘못된 이야기인 경우도 있고, 더 나아가 말하는 순간에도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자존심이나 여러가지 이유들 때문에, 그냥 지나치고 마는 일들이 종종 있다. 영화는 이 세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만이 볼 수 있는 이들의 두 번째 기회, 그러니까 직접적이진 않지만 다른 상황, 다른 인물을 통해 기회를 얻게 되는 두 번째 순간을 잘 보여준다. '우리 선희'라는 제목도 그런 측면에서 참 흥미롭다. 남자 셋은 각각 선희를 '우리 선희'로 생각하고 있지만, 과연 선희는 이들에게 '우리 선희'였는지 아니면 누군 가에게만 그러했는지, 영화는 참 덤덤하게 이 과정을 묘사한다.


누군 가를 알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가라는 질문과 더불어 우리는 과연 누군 가를 평가할 수 있는 가에 대한 질문도 함께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두 질문은 같은 질문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과연 잘 알지도 못하면서 누군 가를 평가할 수 있느냐는 얘기가 된다 (이러고 보니 홍상수의 전작들은 다 같은 맥락이었음을 또 한 번 깨닫는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누구의 딸도 아닌 선희를, 우리 선희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싶기도).



ⓒ 전원사. All rights reserved


'우리 선희'는 홍상수 감독의 최근 작 가운데서도 가장 명확하고 대중적인 구성을 갖추고 있다. 영화가 끝나고 나면 무언가 깊은 슬픔이나 화두를 떠안기 보다는, 오히려 '피식'하는 미소와 함께 '그래 맞아..' 라며 혼자 중얼거리게 만든다. 아... 정말 홍상수 월드의 끝은 어디일까. 금방 끝이 보일 것만 같았던 이 세계가 어쩌면 영원히 끝나지 않는 세계라는 걸 이제는 인정해야 할 것만 같다.



1. 무엇보다 정말 재미있어요. 보는 내내 너무 재미있어서 안달 날 정도. 그의 팬들이라면 말할 것도 없고, 아직도 뭔지 잘 모르겠는 분들은 '우리 선희'를 보세요.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홍상수 영화의 정수는 그대로 인 흥미로운 작품이었어요.


2. 이제 이선균과 김상중은 얼굴만 봐도, 목소리만 들어도 큭큭 거림이 ㅋㅋㅋ


3. 이민우씨는 이번 작품으로 거듭나려나 했는데 비중이 거의 없더군요. 은근히 잘 어울릴 것 같았는데 아쉬웠어요.


4. 영화를 본 분들이라면 이 곡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겠죠. 정말 신의 한수!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전원사 에 있습니다.




북촌방향 (The Day He Arrives, 2011)

시공간 속 가능성을 얘기하는 홍상수



홍상수 감독의 열 두 번째 장편영화 '북촌방향'을 보았다. 홍상수의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항상 '영화'라는 것 자체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기회를 갖게 되는데, 언제부턴가는 여기에 '마법'과도 같은 '순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다. 물론 마법과도 같은 순간이 곧 영화로 직결된다고 볼 수 있겠지만. '북촌방향'은 그의 전작 '옥희의 영화'와 짝을 이루는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인데, 개인적으로는 굳이 두 작품의 연결고리를 찾지 않더라도 '북촌방향'은 정말 묘한 가운데 홍상수 영화의 정수를 잘 담아내고 있는 멋진 작품이라 하겠다 (진짜 '멋진' 작품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영화 감독이었던 성준(유준상)이 친한 선배 영호(김상중)를 만나기 위해 오랜만에 서울에 올라와 북촌에서 겪는 우연과 운명의 시간과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성준의 내레이션을 통해 그의 시점으로 진행되는데, 이 시점에는 여러가지 함정과 여지가 가득하다. 1차적으로 '북촌방향'은 성준을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아주 흥미로운 지점에 놓이게 된다.




ⓒ 전원사. All rights reserved


(성준과 영호가 만날 때 연속으로 같은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즉, 다른 시간과 날이 아니라 같은 날의 다른 기억으로 가정할 여지도 있는 것이다)


유준상이 연기한 성준이라는 캐릭터는 본인 스스로도 불안함과 우유부단함을 많이 노출하고 있는 캐릭터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영화는 완전한 객관적 3자가 서술하는 방식이 아니라 성준이 1인칭으로 서술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했을 때 여기에 어느 정도 힌트가 있다고 생각되는데, 흔들리는 성준의 이야기를 통해 영화는 그와 만나게 되는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늘어 놓게 된다. 사실 이 영화의 모호함은 이미 여러 관객들이 별다른 의심을 갖지 않고 바로 수긍해 버리는 김보경의 1인 2역으로 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한 배우가 각기 다른 두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아주 원초적인 영화적 장치라고 할 수 있을텐데, 관객은 너무나 당연히 '아, 김보경이 성준의 옛 여자친구와 술집 주인 모두를 연기하는구나'라고 받아들이지만 홍상수는 이 뻔한 1인 2역의 장치를 이야기와 맞물려 매우 영민하게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성준의 이야기 속에 김보경이 연기한 두 명의 캐릭터는 단순한 1인 2역의 범주를 넘어서는 가능성을 담아내고 있다. 영화 속에서 이 두 사람을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은 성준 밖에는 없는데, 그의 시점에서 보았을 때 술집 주인의 대사와 태도는 옛 여자친구와 동일시 할만한 요소가 충분해 보인다. 갑작스레 술집 주인이 성준을 '오빠'라고 불렀을 때 1차적으로는 영호가 들려준 그녀의 이야기들에 빗대어 무척이나 외로운 존재여서라고 인식할 수 있지만, 2차적으로는 아니 이미 옛 여자친구와의 관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성준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에는 '그래, 내 새끼'하며 둘을 동일 인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근거가 충분한 것이다.



ⓒ 전원사. All rights reserved


(소설의 여주인은 매번 어딜 갔는지 자리를 비우는 것도 이상하지만 - 마치 1인 2역을 마치고 돌아온 사람처럼! - 테이블에 앉아있는 영호 무리를 대할 때마다 매번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인사하는 것도 흥미롭다. 여러번 같은 대답을 하는 영호의 대답도 그렇고)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흑백 영화로 인한 날과 시간의 모호함 혹은 분명함이다. '북촌방향'은 '오!수정'에 이은 홍상수 감독의 두 번째 흑백영화인데, 이번 작품에서 흑백영상이 갖는 의미는 시각적으로 오는 아름다움과 영화다움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 영화는 흑백 영상으로 인해 날과 날의 경계가 흐려짐과 동시에 낮과 밤의 경계도 흐려졌다. 처음 성준이 서울에 올라온 뒤 북촌을 기웃거리다 낮술을 한 잔 하고는 다시 젊은 영화하는 남자 세 명과 택시로 자리를 옮겼을 때는 이미 아주 늦은 밤인줄로만 알았었는데, 옛 여자친구와 헤어져 나온 뒤 만나게 된 영호의 첫 마디는 '너 술마셨구나'다. 즉, 이 하루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물론 하루가 지나고 그 다음날도 혼자 술을 한 잔 하고 영호를 만났다고 할 수도 있으나, 이쪽이 더 가깝다) 흑백 영상에서는 이러한 경계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즉, 이렇게 되면 성준이 옛 여자친구의 집에서 얼마의 시간 동안 머물렀는지에 대한 추정이 어려워지는데, 나중에 다시 얘기하겠지만 '북촌방향'은 크리스토퍼 놀란의 '메멘토'처럼 사실을 추론하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크게 중요한 점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모호함의 여지는 매우 흥미롭기만 하다.



ⓒ 전원사. All rights reserved


(성준은 소설의 여 주인과 이별하며 그녀를 위한 세 가지 좋은 충고를 약속받고 떠난다. 이 약속은 과연 누구에게 하는 것일까?)



날과 시간의 경계가 모호해진 가운데 공간적인 장소의 개념은 더욱 선명해진다. 영화 속 성준의 동선은 매우 한정적이다. 영호를 만나기 위한 길, 그리고 영호와 만나서 함께 가는 '소설'이라는 술집. 그 외에 등장하는 공간들도 반복되는 곳들이 많다. 같은 공간, 모호한 시간의 경계 속에 성준은 극 중 대사를 통해 운명론에 가까운 인연에 대해 이야기 한다. 지금까지 영화가 보여준 태도로 보았을 때 이 인연에 관한 이야기는 역시 또 다른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로 풀어볼 수 있겠다. 뭐랄까, 영화 속 주인공들이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화 스스로가 그 가능성을 함축하고 있는 텍스트라는 점이 '북촌방향'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영화 속 성준의 얘기와도 같이 주인공을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로서의 인연과 가능성도 흥미롭지만, 영화 스스로가 막연히 모호한 것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다양한 가능성의 활로를 열어두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인연들의 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 구성은 생각하면 할 수록 놀라운 구조라 하겠다. 누군가 '북촌방향'을 '인셉션'과 연관지은 제목을 스치듯 본 기억이 있는데, 홍상수 감독은 '나도 몰라'하며 허허 웃지만 이 영화의 구조는 '인셉션'의 그것처럼 깊이와 가능성이 농후하다.



ⓒ 전원사. All rights reserved



'북촌방향'이 보여준 '가능성'에 흠뻑 빠져있다보니 너무 이 이야기만 한 것 같은데, 이 와중에도 홍상수는 자신이 그 동안 지속적으로 보여준 남녀상열지사, 아니 인간 관계에 대한 매우 섬세한 과정 역시 담아내고 있다. 전작인 '하하하'에 대한 글을 쓰면서 '좋은 것' '좋은 것만 보는 것'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수 있었는데, '북촌방향'은 '착한 것'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사실 '좋은 것'에 대해서도 그러했지만, 홍상수가 화두를 던지는 방법은 너무나도 본편적인 것, 그래서 오히려 단 한 번도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에 대해 다시금 (혹은 처음) 생각해보게끔 하는데, 이번 작품 역시 대중들이 흔히들 사용하는 유행섞인 '착하다'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근본적인 의미로서의 '착하다'에 대해 떠올려 보게 했다. 홍상수 영화에서 처음 이런 대사를 만났을 때만 해도 '큭'하며 코웃음 치는 것으로 그치곤 했는데, 이제는 '넌 너무 착해'라고 이불 속에서 얘기해도 '야, 저런 속물이 다있네'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그렇다면 착하다는 것은 진정 어떤 것인가?'라는 걸 떠올려보게 되니, 이렇든 저렇든 결과를 떠나서 참 대단한 작가가 아닌가 싶다.



ⓒ 전원사. All rights reserved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안할 수가 없는데, '성준' 역할을 맡은 유준상의 경우 이미 '잘알지도 못하면서'를 통해 홍상수 세계에서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터라 이번 작품이 처음부터 기대되었던 경우인데, 역시나 김상경과는 다른 그 특유의 깔끔하면서도 나태한(?) 목소리는 '성준'이라는 캐릭터를 더욱 빛나게 했다. 기존 TV드라마 출연을 통해서는 알 수 없었던 배우 유준상의 가능성은, 이제 더 이상 가능성에 머물러 있지 않고 이 작품을 통해 충분히 발휘되고 있다. 그와 반대로 마치 '잘알지도 못하며서'의 유준상 처럼 '북촌방향'을 통한 개인적 발견이라면 '보람' 역할의 송선미를 들 수 있겠다. 기존 TV를 통해 접했던 그녀의 이미지는 사실 와닿는 것이 없는 평범한 연예인의 그것이었는데, 이 작품에서 그녀가 보여준 캐릭터는 '잘알지도 못하면서'의 고현정이 그러하였듯, 새로운 가능성과 동시에 홍상수 세계에도 썩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더불어 '이렇게 목소리가 좋았던가'라고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으며, 그 미소 역시 그간 TV를 통해 보았던 얼굴이었으나 처음보는 미소였다.

1인 2역을 연기한 김보경의 이미지도 좋았다. 그녀 역시 발견이라 할 만한 것이었으며 여배우가 가질 수 있는 매력을 거의 대부분 이 작품에서 보여주고 있다. '영호'를 연기한 김상중은 마치 계속 홍상수 세계에 존재했었던 인물 마냥 그 자리에 떡 하니 있는데,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보면 이제야 자신의 몸에 맞는 옷을 입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김상중 역시 발견 또 발견이었다.


ⓒ 전원사. All rights reserved

(제자가 물었다. '선생님, 이 일은 몇 일 간의 이입니까 아니면 하루 동안의 일입니까?' 그러자 선생이 대답했다. '허허,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홍상수의 열 두 번째 장편영화 '북촌방향'은 나로 하여금 다시 한 번 '홍상수! 홍상수!'를 외치게 한 마법 같은 작품인 동시에, 왜 영화라는 예술을 사랑하고 기다리고 빠져들게 되는지를 새삼 실감하게 했던 경험이었다. 그의 가능성 더 나아가 영화의 가능성은 어디까지일까.

1. 적어도 극장에서 한 번은 더 볼 작정입니다. 반복으로 이뤄진 작품임에도 또 무엇이 있을까 또 보고 싶은 작품이라서요!

2. 이 영화를 시간의 의미로 풀어낸 글 가운데는 씨네21 정한석 님의 글이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영화 만큼이나 흥미로운 글이었어요!
(http://www.cine21.com/do/article/article/typeDispatcher?mag_id=67246&page=1&menu=&keyword=&sdate=&edate=&reporter=)

3. 언젠가 한적한 날을 골라 북촌방향으로 발길을 돌리고 싶네요. 물론 '소설'에 가서 맥주도 한 잔 하구요 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전원사 에 있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