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Fan] 골든 슬럼버 (ゴールデンスランバー, 2009)
스릴러로 풀어낸 감동 스토리


이번 피판 (PiFan)에서 본 단 하나의 영화는 바로 나카무라 요시히로의 '골든 슬럼버'였다. 이미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피쉬 스토리' 를 감동 깊게 보았던 나로서는, 그의 신작 '골든 슬럼버' 역시 주저없이 선택할 수 있었는데 이번 역시 이사카 코타로의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점 역시 '골든 슬럼버'를 기대하게 되었던 중요한 이유였다. 개인적으로 정확하지 않은 점은 이사카 코타로의 원작 소설을 아직 한 번도 읽지 않은 시점에서 과연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은 코타로의 원작 소설인지 아니면 나카무라 요시히로가 만든 영화인지가 좀 불분명 하다는 점. 그런데 들리는 바에 따르자면 요시히로의 영화는 원작 소설과 거의 다르지 않는 (각색이 많지 않은) 구성을 갖추고 있으며, 원작자인 이사카 코타로 역시 영화화를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했다는 점으로 미뤄봤을 때, 그냥 둘 다를 좋아하는 것이 맞다고 할 수 있겠다. 어쨋든 이렇게 큰 기대를 갖고 보게 된 '골든 슬럼버'는 역시 그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켜주었다. 따지고보면 그의 전작들이 다 그랬다.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는 너무 이야기 중심이라 오히려 감흥이 덜한 것도 있었지만, '피쉬 스토리'는 오히려 구성 덕에 이야기의 감동이 더 커졌더랬다. '골든 슬럼버' 역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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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슬럼버'는 확실히 스릴러의 옷을 입고 있다. 도입부분부터 후반부 전개에 이르기까지, 퍼즐조각을 늘어놓고 쉽게 알아채기 어려운 단서들을 흘리고, 무언가 거대한 음모가 있음을 지속적으로 암시한다. 그래서 사실 조금 놀랐었다. 물론 전작들 역시 이렇게 퍼즐의 성향을 띤 부분이 있었지만 그것이 구성으로만 사용될 뿐 전면적으로 주가 되는 방식은 아니었는데, '골든 슬럼버'는 처음부터 이런 방식으로 시작하는 것을 보고는, '엇, 이번 작품은 정말 스릴러로 가나보다' 했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골든 슬럼버'는 스릴러를 위한 스릴러는 아니다. 스릴러라는 장르는 영화의 중요한 메시지와 감동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편이 더 맞겠다. 

나카무라 요시히로는 (아마도 이사카 코타로는) 이런 지점을 정말 잘 알고 있고 묘사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갑작스런 스릴러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주인공에게 공감대를 불어넣으며 나중에 닥쳐올 감동 포인트의 준비를 차근차근 하고 있으며, 감동의 순간을 전달하는데에도 부담스러움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아이팟의 용도 부분이 핵심이었다면 닭살스러웠겠으나 이 정도라면 참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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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결말에 관해서는 개인 취향에 따라 분분할 수도 있겠지만 또 한번 소시민 영웅등극을 보는 것 보다는, 씁쓸하지만 현실적인 (따지고보면 음모에 빠진 주인공의 이야기자체가 씁쓸함과 어두운 기운을 깔고 있지 않은가) 결말을 택한 것이 더 나아보였다. 그리고 영화가 주려는 감동의 크기를 보았을 때 만약 영웅스토리로 갔다면 이 같은 감동을 전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실 '끝까지 불의에 맞서 정의를 이뤄내라'에 버금가도록 '살아남는 것 만으로도 의미있다'라는 걸 설득시키기는 좀 더 어려운 일인데, '골든 슬럼버'의 방식은 그 과정 속에서 잊었던 것들과 아름다운 추억들 그리고 그곳에 항상 함께 하고 있었던 '사람들'을 부각시키면서 '살아남는 것 만으로도 의미있다'라는 걸 충분히 이해와 설득 시키고 있다. 

사실 영화제를 통해 이 영화를 보았을 때 객석에서는 아주 여러번 웃음이 터져나왔는데, 워낙에 주인공에 잘 동화되는 특성상 '이해는 되지만 난 엄청 슬퍼 ㅠ' 이런 장면이 아주 잦았다. 특히 주인공의 아버지가 기자들에게 둘러쌓여 카메라에 대고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모두 웃었지만, 난 혼자 마치 작은 차 앞좌석에서 펑펑 운 주인공 처럼 울컥하는걸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 하나씩 그 감동의 고리가 연결되는 장면에서 역시 짠한 감동을 느낄 수 밖에는 없었다. 서두에 말한 지점이란 바로 이런 것을 포함하고 있다. 넓게 보면 신파지만 직접적이지 않고 '그랬었었구나'라고 느껴지게 하는 감동. '골든 슬럼버'는 후반 이런 감정의 폭풍이 몰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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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전작들에서 호흡을 맞췄던 사카이 마코토, 타케우치 유코, 하마다 가쿠 등의 연기 역시 만족스러웠다. 특히 하마다 가쿠의 경우 기존 '집오리...'에서 맡았던 캐릭터보다 이 캐릭터가 훨씬 더 잘 어울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따지보고면 이 영화의 '흥미'를 불어 넣은 일등 공신은 바로 하마다 가쿠가 연기한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 밥 딜런 : Blowin in the wind' '피쉬 스토리 - 피쉬 스토리'에 이어지는 '비틀즈 - Golden Slumber'의 테마 음악이 마음에 들었다. 본래 비틀즈의 이 곡을 좋아하는 터라 처음 제목을 듣고 나서는 바로 '아, 이번엔 비틀즈인가보다' 싶을 정도였는데, 과하지 않게 곡의 정서와 배경을 극에 잘 녹여낸 듯 하다. 



1. 이 작품에는 여러 익숙한 배우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데, '간장선생'의 주연을 맡았던 에모토 아키라, '스윙걸즈'에서 주리짱의 절친 역할로 나왔던 칸지야 시호리, 일본의 대표배우 중 한명인 카가와 테루유키, 사실 맘에 안드는 인상인데 너무 자주보다보니 정들기 시작한 나미오카 카즈키까지.

2. 엔딩 시퀀스는 살짝 '디스트릭트 9'을 떠올리게 하더군요.

3.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과의 대화 중 한 컷. 워낙에 팬분들이 많이 계신 자리라 정신없이 진행되었습니다. 한 3년 뒤쯤에는 또 한번 이사카 코타로 원작 나카무라 요시히로 연출의 작품을 볼 수 있을지도~


4. 

영화를 보고나서 직접 불러본 Beatles의 'Golden Slumbers' 커버입니다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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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쉬 스토리 (Fish Story, 2009)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의 힘


이번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했었던 <피쉬 스토리>는, 곧 정식 개봉한다는 소식을 미리 접했기 때문에 영화제 기간 동안에는 다른 영화들을 보고, 정식 개봉한 이후에야 극장에서 관람하게 되었다. 이 작품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가장 이유라면 역시 감독인 나카무라 요시히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의 전작인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는 주연을 맡았던 에이타에 끌려 보게 되었다가 그 복잡하면서도 따듯한 이야기에 한껏 만족했었던 작품이었는데,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이 다시 한번 이사카 코타로의 원작을 영화화 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사카 코타로는 일본 내에서 '천재' 작가로 불릴 정도로 책 속에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재주가 탁월한 작가로 유명한데,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 <피쉬 스토리> 역시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화제작임과 동시에 과연 영화화가 가능할까 하는 의견과 영화화를 바라는 프로듀서와 감독들이 줄을 서기도 했던 작품으로 또 한 번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어쩌다보니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은 계속 영화로 먼저 만나보게 되었는데, 이번 작품 역시 나카무라 요시히로의 손을 거쳐 또 한 번 감동과 메시지를 전하는 아주 만족스런 작품이었다.


ⓒ 2009 'Fish Story' Film Partners All rights reserved

영화는 혜성 충돌로 지구 종말을 앞둔 일본의 어느 레코드 가게에서 시작된다. 하늘 위에 커다랗게 보이는 혜성과 곧 있을 종말로 인해 사람들이 모두 떠나버린 텅빈 거리. 그리고 지구 종말이라는 시련 앞에 담담한 인물들의 대화는, 좀 처럼 영화의 분위기를 엿보기 힘들 정도다. 그 후 영화는 한 밴드의 스튜디오 녹음 장면을 보여주며 마치 다큐멘터리 마냥 전개된다. 실존 했던 밴드인 섹스 피스톨즈나 비틀즈 등과 함께 구체적인 연도를 언급하면서 이 이야기에 좀 더 빠져들기 쉽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는 다시 또 전혀 상관없는 듯한 차 속의 세 남자 이야기, 그리고 그 다음엔 수학여행 동안 잘못하는 바람에 홀로 배에 남게 되 선상납치극을 경험하게 되는 소녀, 그리고 한 소년의 이야기. 그리고는 다시 영화 초반에 등장했던 밴드의 이야기를 주목하게 된다.

사실 이 영화의 이야기 전개 방식은 별로 친절한 편은 아니다. 뭐랄까 작가인 이사카 코타로는 아마도 이야기의 맨마지막에 온전한 그림을 위해 필요한 퍼즐 조각들을 어지럽게 하나하나 펼쳐놓은 듯한 느낌이다. 영화를 다 보고나면 이 조각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지만 그 전까지는 이 이야기들의 연관성을 떠올리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무언가 연관성이 엿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이 개별 이야기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살짝 의심이 들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는 만화같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는 다큐 같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는 또 드라마 같은 서로 다른 분위기에 살짝 혼란스럽기도 한다.


(이후 부터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맨마지막으로 이동해주세요~)



ⓒ 2009 'Fish Story' Film Partners All rights reserved

이렇게 각각의 이야기를 들려주던 영화는 밴드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면서 조금씩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한다. 사실 지구를 구한다는 설정은 이렇게 이야기로서 감동을 주어야 할 영화라는 점에서는 분명 거추장스러운 옷이 될 수도 있는데, <피쉬 스토리>를 보고나면 '그래, 세상을 구할 수 있지'하는 생각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것이 바로 '이야기의 힘'이다. 영화는 홍보전단이나 각종 문구들을 통해 '한 곡의 노래가 세상을 구한다'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영화를 보고나서 떠오르는 생각은 역시 '이야기'가, 이야기의 힘을 믿는 자들이 세상을 구한다라는 메시지였다. 이 영화의 이야기를 거꾸로 거슬러가본다면, 지구를 구하게 되는 소녀는 정의의 사도로 자란 한 소년의 도움과 그가 전한 이야기를 믿었기 때문에 우주선에 올라 세상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이고, 멸망에도 피난하지 않고 음반 가게를 지켰던 한 남자는 어린 시절 들었던 한 밴드의 이야기를 믿었기 때문에 지구의 멸망 앞에서도 처연할 수 있었던 것이며, 정의의 사도가 되어 소녀와 여러사람을 구하게 된 한 소년은, 정의의 사도로서 항상 수련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믿고 꾸준히 노력했기 때문이었고, 항상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지 못했던 소심한 한 남자는, 노래에 담긴 메시지의 힘을 믿었기 때문에 처음으로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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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들의 모티브가 된 밴드가 이 곡을 만들게 된 계기는 어떤 것일까. 밴드의 리더인 시게키는 자신들의 마지막 녹음이 될 곡의 가사를 고민하다가 프로듀서가 놓고 간 한 책의 문구를 인용하게 된다. '나의 고독이 물고기라면...'
시게키와 밴드 멤버들은 이 단어가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그저 무엇인가 깊은 뜻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이 가사에 자신들의 혼을 불어넣게 되고, 이 곡의 제목마저 책의 제목인 '피쉬 스토리'로 정하게 된다. 하지만 프로듀서가 전하는 이 책의 진실은 사실 '피쉬 스토리(Fish Story)'의 영어 뜻과도 같은 '허풍'에 가까운 것이라는게 밝혀진다. '나의 고독이 물고기라면...'으로 시작하는 이 책의 내용은 사실 엉터리 번역으로 탄생하게 된 아무 의미없는 문구라는 점을 듣게 되지만, 밴드 멤버들은 그냥 이 곡의 제목과 가사를 그대로 사용하기로 한다. 이 순간 이미 이 '피쉬 스토리(허풍)'라는 본래 뜻은 사라지고 없는 것이다. 이제 '피쉬 스토리'라는 단어 속에는 그들이 믿었던 그 순간과 혼이 담기게 된 것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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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정확히 서두에 질문을 던지고 마지막에 답변을 전하는 방식에 충실한 작품이다. 영화 초반 밴드 보컬은 이렇게 물음을 던진다. '과연 이 노래가 누군가에게 전해질까?' '이 마음이 누군가에게 언젠가는 전해질까?' 하고 말이다. 사실 이 대사를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이 질문은 굉장히 뜬구름 처럼 들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영화의 퍼즐이 한 조각씩 등장하고 마지막 이것들을 하나하나 제자리로 맞추게 되면, 이 노래의 힘, 이 이야기의 힘이 어디까지 전해졌는지 흐뭇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사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사람들이 눈에 바로 보이는 것만, 직접 만져지고 계산해봐서 딱 답이 나오는 것만 믿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원작자인 이사카 코타로와 나카무라 요시히로는 누군가에 진심이 담긴 이야기의 힘을 믿었고 결국 이야기의 힘이 세상을 구하기 까지 이른다는, 과장스러운 듯 하지만 역시 진실인 이 이야기를 하고자 했던 것이다.

결국 세상을 구하는 건 이야기가 가진 힘이고, 그 이야기를 믿었던 사람들의 힘이라는 걸 영화는 흥미로운 구성 방식과 '이야기'로 들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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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극 중 밴드의 레코딩 장면이나 오프닝 크레딧과 함께 연주하는 장면의 임팩트는 상당합니다. 마치 이언 커티스의 이야기를 했던 영화 <컨트롤>의 한 장면 같았을 정도로 강렬한 이미지였어요.

2. 원작자인 이사카 코타로는 음악을 매개체로 사용하길 참 선호하는 작가 같아요. <집오리..>에서 밥 딜런의 곡을 사용한 것도 그랬고, 이번 작품역시요.

3.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의 다음 작품도 이사카 코타로의 원작을 영화한 것이라고 하던데 제목이 무려 <골든 슬럼버>더군요. 그렇다면 비틀즈의 그 곡을 모티브로 하는 작품인건가요?

4. <골든 슬럼버>에는 하마다 가쿠가 또 다시 출연하다고 하더군요. 이 정도면 완전히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불러도 부족함이 없겠군요.

5. 국내에 사운드트랙은 발매가 되지 않았는데 일본 내에서는 영화 속 FISH STORY와 동일한 자켓으로 발매가 되었군요. 일본가면 꼭 구해봐야 겠습니다 ^^;

6. 이 영화를 보고나서 지금까지 하루 종일 무한 반복하고 있는 이 곡 'Fish Story'.


(역시 펑크는 항상 옳아!)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2009 'Fish Story' Film Partner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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