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2013)

이름을 걸고 함께 할 수 있는 용기



양우석 감독의 데뷔작 '변호인'은 故 노무현 대통령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했다는 것 만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영화는 맨 처음 지문으로 밝혔듯이 실제 인물을 배경으로 하긴 했지만 허구의 인물과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치적으로 민감하거나 그런 인물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유혹은 그 감정에 직접적으로 호소하는 것인데, 일단 '변호인'은 여기서 영리하게 비켜나 있다. 왜냐하면 이와 같은 소재를 다룬 영화는 직접적인 실명이나 언급을 하지 않더라도, 그 시대와 인물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감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밖에는 없는 태생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직접적으로 언급하거나 그 감정을 자극하려 들면 더 촌스러워지고, 그 전달 하려던 본심마저 곡해될 정도로 역효과를 내는 일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변호인'은 최대한 영화 속 이야기에 집중하려 애썼고, 일부러 자극하지 않으므로서 더 감정적인 영화가 되었다.



ⓒ 위더스필름. All rights reserved


'변호인'은 지극히 상식적인 영화다. 하지만 그 누구나 아는 상식이 통하지 않던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그 상식대로 행동하기 위해선 특별한 '용기'가 필요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솔직히 최근 이런 영화를 보게 되면 섣불리 '그래,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지!'라고 말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이, 점점 더 지켜야 할 것들이 많아져서 일 것이다. 더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변호인'을 보고 나오며 든 생각은, 과연 내가 저 당시 송우석 (송강호)의 입장에 처했더라면 혹은 송우석의 주변 인이었다면 과연 영화 속 인물 (하지만 실존했던 인물)처럼 용기내어 행동할 수 있었을까 라는 질문이었다. 속좁은 이야기지만 제발 내게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 만을 바라는 것 정도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하는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런데 이 말을 뒤집어 생각해보면 송우석을 비롯해 당시 80년대를 살았던 이들은 그냥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즉, 그들은 애초부터 사명감이 있었다거나 부당한 공권력에 저항하는 것을 목적으로 살았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 다른 세상의 일인줄로만 알았던 부당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용기와 부끄러움 가운데 한 가지의 선택을 강요 받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영화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그들은 부끄러운 삶 대신 용기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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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당시 80년대를 살았던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용기와 부끄러움의 선택지 밖에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비록 자신은 내 몸과 마음, 가족을 고통받게 하는 공권력과 상대할 용기를 내진 못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부끄러운 줄은 알았다는 얘기다. 그래서 항상 부끄럽고 죄의식을 갖고 불합리한 시절을 살아왔던 이들이 영화 속에 등장한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우리는 용기를 내기는 커녕 부끄러움 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다. 사회에서는 아직도 눈에 보일 정도로 불합리하고 정의롭지 못한 일들이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지만, 우리는 그저 남의 일이라고 피하려고, 피하려고만 애쓴다. 예전에는 용기나 안나서, 지켜야할 것들이 많아서 혹은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봐 무서워서 피하려 했다면, 지금은 그저 나와는 상관 없는 일이라서 피하거나 무관심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영화 '변호인'을 보면서 그런 현실의 상처가 더 깊이 욱신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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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영화는 슈퍼 히어로의 가까운 주인공을 내세우면서 저런 상황에 닥쳤을 때 우리들도 저런 힘을 낼 수 있는 그런 큰 그릇이 되자 라는 식이라면, '변호인'은 이와는 조금 다른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의 마지막, 재판장에 피고로 서 있는 송우석을 지지하고 변호하기 위해 부산 지역 수십명의 변호사들은 자신의 이름 한 자 한 자를 기록으로 남긴다. 그리고 영화는 희미한 미소를 남기고 끝이 난다. 결국 '변호인'은 치열한 삶을 살았던 송우석의 삶을 기리려는 것이 아니라, 그와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함께 하고자 했던 수 많은 변호사들의 모습을 통해 관객들에게 이렇게 외치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누군가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정의로움을 위해 싸울 때, 최소한 그 뒤에서 그를 지지하고 함께할 수 있는 용기를 내어 달라고.

2013년 대한민국에게는 함께하는 용기가 더 간절하다.



1. 전 사실 최근 몇 작품을 통해 송강호 배우의 연기가 어느 정도 패턴이 읽혀져 새로움을 못 느껴가고 있었는데, 이번 '변호인'의 연기는 왜 그가 대단한 배우인지를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의 연기였네요. 오열할 때보다 감정을 숨기고 속으로 삼킬 때의 연기는, 이 영화가 다 담아내지 못한 정서까지도 표현해내고 있을 정도로 대단한 연기였어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위더스필름 에 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노무현 대통령을 조용히 추모하는 좋은 프로젝트 앨범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비매품으로 기획된 앨범으로서 500매 한정으로만 주문을 받고, 이후에는 온/오프라인 음반매장에서도 판매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하네요. 참고로 음반 가격은 1,000원 이상이면 얼마가 되었든 상관없이 자유롭게 입금할 수 있으며, 이 음반 구매를 위해 모인 금액 전부는 '노무현 대통령 기록관' 건립을 위해 전액 기부될 예정입니다. 다시 말해 음반을 구매한다기 보다는 기록관을 위해 기부를 하고 추모 앨범을 덤으로 받는 다고 생각하셔도 무리가 없을 것 같네요. 하지만 '덤'이라고 보기에은 수록된 뮤지션들의 곡들이 괜찮은 편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웃는 얼굴이 프린트 된 음반 자켓을 보았을 때도 인상이 깊었는데, 케이스를 열고 나니 거리를 가득 메운 노란 풍선이 하늘로 하늘로 떠다니는 디스크 프린트가 또 한 번 찡하게 하네요.





'그대 없는, 그대 곁에'라는 타이틀로 발매된 이번 추모 앨범에는 총 8곡의 곡이 수록되었습니다. 인디 씬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익숙한 뮤지션들이 참여하고 있는데요, '어른아이' '타루' '캐스커' '미스티 블루' 등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사실 앨범을 듣기 전에는 저도 단순히 '기부'의 의미를 두고 앨범 자체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막상 노래를 들으니 추모 앨범이라는 의미 답게 그 분을 떠올리게 하는 아련한 감성이 그대로 잘 담겨있었습니다.




In Memoriam 1946-2009
그대 없는, 그대 곁에

01. Sarabande - Sentimental Scenery
02. 내 눈물에 고인 하늘 - 어른아이
03. 등산 - 박준혁
04. 겨울새 - 타루
05. 하늘나비 - 캐스커
06. 한 밤의 꿈 - 미스티 블루
07. 편지 (feat. 방지연) - 안정준
08. Spiritual - 이진우



해당음반은 아래의 링크 주소에서 예약주문 하실 수 있습니다. 500장 한정에 현재 300명이 조금 넘었으니 그리 여유가 많지는 않네요.

http://themodel2.cafe24.com/bbs/zboard.php?id=toystore&page=1&page_num=20&category=&sn=off&ss=on&sc=on&keyword=&prev_no=2&sn1=&divpage=1&select_arrange=headnum&desc=asc&PHPSESSID=4cbcd2d3b39257ee715617f6a5c2a622


오늘 같이 비오는 날, 그 분을 다시 한번 떠올려봅니다. 시간은 참 빨리도 흐르는군요.



글 / 아쉬타카 (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사진은 본인이 직접 촬영하였으며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Toystore Music에 있습니다.





연차를 내던 반차를 내던 어찌되었든 참석할 예정이었는데, 고맙게도 회사차원에서 참석을 할 수 있어서
회사동료 여러 명과 함께 오늘 영결식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시청광장으로 가는 길에 잠시 들러 노란 풍선을 불고 계신 자원봉사자 분들을 돕기도 했습니다.
제가 오는 해드린 일이라고는 이것 밖에는 없었네요.





주변 길가는 온통 노란색 풍선으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풍선 속 웃고 계신 노무현 대통령님이 얼굴이
아직도 아른거리네요.





시청광장에 모인 많은 국민들이 모두들 손에는 노란 풍선을 들고, 머리에는 노란 모자를 쓰고 있는데,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제나 행복하고 반갑기만한 노란색일줄 알았는데 오늘은 정말로
슬프게만 느껴졌습니다.




저 멀리 대한문에도 노무현 대통령님이 모습이 보입니다. 여전히 웃고 계시네요.






영결식이 시작될 때쯤 뒤 편에서 하나 둘 풍선이 날라오기 시작했는데, 그 이후부터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뒤에서 앞으로, 옆에서 또 옆으로, 풍선의 물결이 계속되었습니다. 그 물결 속엔 노무현 대통령님을 기리는
이들의 마음이 담겨있었구요.




정말 많은 이들이 영결식이 열리는 경복궁 주변. 시청광장 주변에 모였습니다.
네, 다 노무현 때문입니다.





지켜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당신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오늘 정말 많이도 울었습니다. 그렇게 자신감 넘치고 강하던 남자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만 했는지가
너무도 안타깝고 안타까워서 눈물이 났고, 왜 이런일을 겪어야만 하는지 분노가 치밀어 또 눈물이 났고,
책임져야 할 이들이 반성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분노와 눈물이 났고, 민주주의를 지켜나가기 위해
그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내 자신 때문에 후회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말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오늘 흘린 눈물의 의미를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눈물 흘리지 않기 위해 멀리서 바라만 보고 있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너무 늦어서 미안합니다.


2009년 5월 29일. 저는 이렇게 제 가슴 속 깊이 노무현이라는 이름의 비석을 세웠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부족하나마 제가 참여하기도 했던 한겨례와 메트로에 실린 자발적인 광고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오늘의 마음 가짐을 잊지 않기 위해 이 광고가 실린 신문들도 소중히 보관하렵니다.


계속 눈물을 훔치느라, 몇 장 안되는 사진과 짧은 글 뿐이지만, 현장에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하셨던 분들을 위해 부족한 기록을 남겨봅니다.


글/사진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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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벌써 다녀왔어야 했는데, 처음 소식을 듣게 되었던 토요일 오전부터 일요일까지는 정말 너무 큰 충격을 받은터라 그냥 집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고 TV앞에만 멍하니 앉아있을 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주말이 다 지나도록 실감을 하지 못했었죠. 그래도 용기를 내어 꼭 한 번 찾아뵈어야 겠다는 생각에 출근하기 전 7시 반 즈음에 덕수궁 대한문 앞을 찾게 되었습니다. 오전에 들르게 된 이유는 조문을 위한 줄을 서지 않기 위함이 아니라 저녁에 많은 분들이 계실 때 조문을 하게 되며 울음을 참지 못할 것 같아 일부러 조금 더 차분한 아침 시간을 선택에 조문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대한문 앞 분향소에 들르자마자 조문부터 드렸습니다. 아침 시간이지만 적지 않은 분들이 줄을 서서 차례로 조문을 드리는 모습이었습니다. 다들 말씀이 없으셨어요. 그냥 자기 차례에 조문을 조용히 드리고 돌아서는 것 밖에는 할 수 없었죠.




개인적으로는 일부러 사진을 보려 하지 않았었는데, 눈 앞에서 영정사진을 뵙게 되니 정말 울컥하더라구요 ㅠ 그 동안 어렵게 어렵게 참아냈던 감정을 추스리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영정에 놓인 사진들이 대통령으로서 위엄을 갖춘 사진들이 아니라 전부 편안한 복장에 평범하고 소탈한 모습을 하고 계신 모습이라 더더욱 그랬던 것 같아요.




누가 그 사람을 죽음으로 밀어냈을까요. 좋던 싫던간에 한 나라의 대통령을 지냈던 분께 대한 예의가 있는 겁니다. 진보고 보수고 이념이고 지역감정이고 정당이고를 떠나서 인간으로서의 예의는 지켜야죠. 그것이 사람아니겠습니까.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 늦게 알아버렸어요.
'가난한 자들의 친구' '서민의 수호자' '사랑하는 노짱 보고 싶어요'






대한문 근처에는 길에 늘어트린 국민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는 깊은 미안함과 안쓰러움, 슬픔, 분노가 담겨있었습니다. 가장 많은 메시지는 역시 미안함이었어요.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 이제서야 뒤늦게 후회하게 되어버린 미안함. 담배 한 대 주지 못했던 미안함.







국민들에 메시지는 거리를 뒤 덮고 있었습니다. 이걸 보고 그들은 또 이야기하겠죠. 누가 저런 메모지를 배포하는 것이냐. 누가 국화를 조직적으로 나눠주고 있는 것이냐. 무료로 물이며 커피를 나눠주는 자들의 돈은 누가 대주는 것이냐.

그들은 아마 죽을 때까지 이해하지 못할 거에요. 누군가를 위해 아무런 이해관계없이 진심으로 봉사해본 적이 없을 테니까요. 개인 개인이 사비를 털어 이런 것들을 준비하는 것 자체가 그들에겐 이해 불가일 겁니다.





내 가족을,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한 분노도 크지만, 내 대통령을, 내가 믿었던 사람이 스스로 죽음을 택할 때까지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에서 오는 분노도 무시할 수 없음을 이번 기회를 통해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차벽으로 국민의 분노를 막겠다는 생각은 도대체 어떤 근거에서 가능한 것입니까. 손이 떨립니다. 노무현을 살려내세요.




개인적으로 지난해 촛불보다도 더 큰 분노와 감정의 동요를 느꼈습니다. 이건 단순히 한 사람에 대한 문제가 아닙니다. 물론 죽은 자가 아닌 산 자 때문이라고 할 수는 있을 것 같네요.

미안합니다.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어요.
당신으로 말미암아 받은 행복이 너무도 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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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26일 아침. 역사의 현장 대한문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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