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카인드 리와인드 (Be Kind Rewind, 2007)
미셸 공드리가 꿈꾸는 시네마 천국

미셸 공드리는 내게 있어 <이터널 선샤인>이라는 인생 최고의 멜로 영화를 안긴 영화 감독이자, bjork, beck 등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들의 뮤직비디오를 통해 더 먼저 알게 되었던 뮤직비디오 감독이기도 하다. 영화 감독 이전에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더 익숙했던 그의 작품들에는, 동시대의 다른 뮤직비디오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세계가 있었다. 그는 디지털 보다는
아날로그한 방식을 선호하는 감성의 소유자이고, 일반적인 것들 속에서 독특한 것을 찾아내는 탐험가이기도 하며,
어른이지만 아이의 순수함을 갖고 있는 피터팬이자, 이 모든 것들을 종합하여 '공드리'스러운 것을 만들어 낼 줄 아는
창조자다. 뮤직비디오 감독으로서 명성을 얻던 그가 영화계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게 된 것은 데뷔작이라 할 수 있는
2001년 작 <휴먼 네이처>와 2004년 작 <이터널 선샤인>이었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독특한 코미디를 연출해낸 <휴먼 네이처>와
21세기 감성 멜로드라마의 한 획을 그은 <이터널 선샤인>은 미셸 공드리의 작품인 동시에 각본가 찰리 카우프만의
작품이기도 했다. 사실 2005년 작인 <수면의 과학>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이터널 선샤인>이라는 놀라운 결과물이
오롯이 공드리의 것인지 아니면 찰리 카우프만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수면의 과학>을 보고 난 이후에는
이 것이 카우프만의 역량이 가미되었을 때만 발휘되는 효과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영화 감독으로서 미셸 공드리에게는
언제 부턴가 큰 트라우마가 생겼다. 바로 카우프만 없는 공드리도 괜찮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 첫 번째 시도라 할 수 있었던 <수면의 과학>은 <이터널 선샤인>으로 높아질 때까지 높아진 기대도 더해진 탓에,
그다지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었다.

(미셸 공드리의 뮤직비디오를 잔뜩 만나볼 수 있는 'Director's Label Series Boxed DVD 자랑 ^^;
http://www.realfolkblues.co.kr/2 )




그런데 최근 개봉한 <비카인드 리와인드>를 보고 나니, 이 <수면의 과학>이 그리 홀대 받을 만한 작품은 아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비카인드 리와인드>는 크게 보면 미셸 공드리가 꿈꾸는 시네마 천국에 관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이에 관한 굉장히 직접적인 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와 비교하자면 <수면의 과학>은 조금 은유적이고,
방식면에서는 조금 달리했던 영화였다고 생각된다. <수면의 과학>에 주인공인 '스테판'은 누가 뭐래도 미셸 공드리 자신의
모습이 적극 투영된 캐릭터였다. 현실과 꿈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꿈의 세계에 빠져있는 스테판을 괴롭히는 것은
자신의 꿈과는 너무 거리가 있는 현실 뿐인데, <수면의 과학>은 이 상황에서 '현실'이 아닌 '스테판'의 세계에 훨씬 더 많은
비중을 두면서 이 꿈의 세계이 정당성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수면의 과학>은 이야기를 풀어가는 면에서 세련되지 못한
부분은 있었지만(여기서 세련되지 못했다는 표현은 대중들에게 쉽게 인식될 수 있는 화법을 사용하지 않았다가 될 수 있겠네요)
공드리의 진심이 100% 담긴 영화였다. 어찌 보면 찰리 카우프만의 역할은 미셸 공드리가 꿈꾸는 세계를 대중들에게 좀 더
쉽게 인식되도록 다리를 놓아주는 역할이었다고도 볼 수 있는데, 카우프만 없이 처음 홀로 서기를 했던 <수면의 과학>에서
미셸 공드리는 자신의 생각하는 바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할지 그 방법을 잘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레오 까락스, 봉준호와 함께한 프로젝트 <도쿄!>에서는 단편이라는 점도 작용했겠지만, 훨씬 성숙해진 공드리의
연출을 만나볼 수 있었다. <도쿄!>에서 그가 연출한 'Interior Design'은 공드리가 특히 관심을 갖기도 했던 일본 문화를
배경으로 공드리만이 할 수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선보이는 것에만 급급해 하지 않고, '이야기' 속에 잘 녹여내는데에
성공한 작품이었다. 그런데 <수면의 과학>과 <도쿄!>사이에는 보지 못한 하나의 영화가 더 있는데, 그것이 바로
최근 개봉한 <비카인드 리와인드>였다. 국내는 개봉이 늦어지면서 2008년 작인 <도쿄!>가 먼저 개봉을 하게 되었는데,
<도쿄!> 비교적 만족스러웠던 점을 미뤄보자면, 이렇듯 점차 찰리 카우프만 없이 홀로 서는 법을 배워가고 있는 그의 신작
<비카인드 리와인드>는, 유난히 좋아하는 잭 블랙과 모스 뎁을 재쳐두고서라도 충분히 기대할 수 밖에는 없었던 영화였다.


(이후 부터는 영화 <비카인드 리와인드>에 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비카인드 리와인드>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도시 계획을 위해 철거위기에 놓인 건물에 속해있는 한 오래된 비디오 가게가
있는데, 주인인 플레쳐 (대니 글로버)가 다른 행사 참석을 핑계로(사실은 VHS에서 DVD로 넘어가기 위한 시장 조사였지만)
자리를 비우고 마이크 (모스 뎁)에게 가게를 맡기게 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마이크의 친구인 제리 (잭 블랙)는 우연한 사고를
통해 일종의 전기인간이 되고 이 때문에 그가 지나간 곳에 있던 가게 내의 비디오 테입들은 전부 내용이 지워지게 되면서,
이 사고를 주인아저씨가 오기 전까지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해, 마이크와 제리는 직접 영화를 찍어서 이를 담아 손님들에게
대여를 해주자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이들이 영화를 직접 찍기는 찍는데, 그냥 오타쿠에 가까운 매니아들이라 예전 영화들을
직접 찍는 것으로만 알았었다. 그런데 비디오가게에 테입이 전부 지워져서 이를 막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직접 찍기로 한다는
설정 자체가 무척이나 공드리스러운 것 같다. 이렇게 해서 마이크와 제리는 직접 'Sweded'한 영화를 만들게 되는데,
이 과정들은 재미도 있고 나름 의미도 엿볼 수 있었다(영화 속에서 이들은 손님들에게 자신들의 영화를 설명하기를
스웨덴에서 수입된 영화들이라 특이하다 라는 식으로 얘기한다).




<비카인드 리와인드>를 보면서 가장 재미있고 흥미로웠던 것은 바로 이 'Sweded'한 영화를 찍는 장면이었는데,
이 과정이 단순히 재미 만을 주지는 않았었던 가장 큰 이유는, 마이크와 제리, 그리고 후에 합류한 엘마 (멜로니 디아즈)가
영화를 촬영하는 방식이 바로 실제 미셸 공드리가 예전부터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는 방식, 더 나아가 영화를 만드는 방식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비카인드 리와인드>를 보면 예전 클래식한 자동차들을 섭외하지 못해 사진을 대형으로 프린트해 마치
어린이 인형극처럼 대형 사진을 활용하는 장면이나, 결국은 카메라로 촬영된다는 점을 100% 적용하여 서 있는 대형 구조물을
눕힌 상태로 마치 서있는냥 촬영하는 것이나, 어두운 장면을 촬영할 때 네거티브 방식으로 촬여하면서 얼굴 부분은
복사기로 스캔한 것을 반대로 사용하는 것 등(마지막 같은 아이디어는 정말 빛이 났다!)은 이미 미셸 공드리가 이름을
날리게 된 여러 뮤직비디오들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기법들이었다. 사실 'Sweded Movie'라는 신조어가 이 영화를 통해
생겨나기도 했지만, 따지고보자면 '공드리 무비'라고 해도 좋을 만큼, 그의 예전 작품들은 대부분 이런 방식을 통해
작업된 결과물들이었다.

그래서 영화 속 <고스트 바스터즈>나 <러시아워 2> <킹콩> <캐리> <알리> <로보캅>등 다양한 영화들을 'Sweded'하게
촬영하는 장면들이, 단순히 패러디로 받아들여지기 보다는 미셸 공드리의 역사를 읊는듯한 느낌을 받게 되었던 것이다.
국내 개봉시에는 마치 잭 블랙 주연의 완전 코미디 영화처럼 포장이 되어 '잭 블랙이 너희를 웃게 하리라!'라는 우스꽝스런
카피 문구로 홍보가 되었는데, 이 영화의 주인공은 당연히 마이크이며, 코미디는 어디까지나 소재일 뿐 영화에 대한
미셸 공드리의 고백과 사랑이 담긴 영화라고 보는 편이 더 맞을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관객들은 단순히 영화 패러디
장면에서 잠깐 잠깐 보여지는 잭 블랙의 개인기에만 환호하거나 혹은 실망하게 된 것 같아 아쉬운 생각도 들었다.
사실 제리 역할을 잭 블랙 만큼 완벽하게 소화해낼 수 있는 배우도 없을 것 같지만, 반대로 잭 블랙이라는 배우에게서는
일종의 선입관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100% 장면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최근 <더 폴>이 그러했듯이 <비카인드 리와인드>는 미셸 공드리가 영화를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한 고백이자, 자신이
그 동인 영화(뮤직비디오)를 만들어온 역사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Sweded한 영화를 만드는 과정은
고스란히 그가 영화를 만드는 과정과 맞아 떨어지고, 후반부 저작권 문제로 인해 더이상 영화를 직접 찍을 수 없게 된 다음,
스스로 Sweded한 영화가 아닌 자신들 만의 영화를 여럿이 함께 모여 만드는 과정은, 어쩌면 순수하기만한 미셸 공드리의
영화에 대한 사랑을 그대로 고백한 장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수면의 과학>이 아쉬웠던 것은 <비카인드 리와인드>에
빗대어 보자면 Sweded한 영화를 만드는 과정만 있고, 나중에 직접 자신들만의 영화를 만들고 이를 다 함께 모여 관람하는
과정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예전에 공드리 같았으면 Sweded한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 주제이자 목표인 영화를
만들었을 테지만, 점점 홀로서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공드리는 <비카인드 리와인드>에 와서는 점점 자신의 장기와 이야기를
결합시키는 방법을 깨닫고 있는 것이다.

<비카인드 리와인드>가 인상적인 영화로 남느냐, 아니면 그냥 그런 영화로 기억되느냐 하는 가장 중요한 지점은,
바로 이 후반부에 시사회를 하는 장면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은 이 장면에서
'푸훗'하며 유치하고 아동스럽다며 웃었을지 모르지만, 만약 이 장면에서 찡한 감동을 받을 수 있었다면 <비카인드 리와인드>는
<이터널 선샤인>과 비할 바는 못되겠지만 미셸 공드리의 필모그래피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수작으로 기억될 중요한
영화가 될 것이다. 극중 잭 블랙이 연기한 '제리'가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한창 날리던 시절 미셸 공드리의 모습이라면,
대니 글로버가 연기한 '플래처'는 영화 감독으로서 최근의 미셸 공드리를 엿볼 수 있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겠다.
앞서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미셸 공드리는 아직까지 동심을 갖고 있는 피터팬 같은 존재라 할 수 있을텐데, 이런 순수함을
통해 남들을 볼 수 없고 미처 생각해내지 못했던 것들을 마음껏 표현해 내던 시절이 뮤직비디오 감독으로서의 그였다면,
영화 감독으로서 요즘의 미셸 공드리는, 영화 속 '플래처'처럼 선의의 거짓말을 해서라도 많은 사람들의 꿈을 꺽거나,
희망을 잃게 하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편리함과 새로운 것만을 찾는 도시계획처럼, VHS만의 정겨움과 불편함을 어서 DVD로 대채하려고만 하는 문화처럼(그런데
실상에선 이 DVD도 이제 퇴물 취급을 받는터라 씁쓸한 미소가 지어질 수 밖에는 없었다), 무엇보다 영화 자체를 단순히
소비하는 것으로 종결시켜 버리는 문화에 대해, 미셸 공드리는 유치하리만큼 순수한 이야기로라도 현실에 호소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그가 이런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음은 극 중 시고니 위버가 연기한 정부 직원 캐릭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시고니 위버가 연기한 캐릭터는 극의 전개상 악역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캐릭터는 영화 속 어느 캐릭터보다
현명하게 묘사되며, 무엇보다 이렇게 해야함에 있어서 '어쩔 수 없음'을 동반하고 있다. 이들이 정성스레 만든 비디오 테입들을
불도저로 부숴버려야 하는 이 캐릭터에게, 확연한 악당의 이미지 보다는 그럴 수 밖에는 없는 현실성을 부여함으로서,
미셸 공드리는 관객들에게 강요보다는 부탁조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 초반 가게 주인인 플래처는 '제리를 가게에 들이지 말라'는 글을 기차 유리창에 남기는데, 마이크가 보는 방향을
생각해서 일부어 반대로 쓴 이 글은 마이크에게 곧이 곧대로 받아들여져 한동안 이 뜻을 이해하지 못하다가,
나중에 종이를 반대로 보게 되고 나서야 참 뜻을 알게 된다. 작은 웃음 소재로만 사용되는 줄 알았던 이 설정은 영화 후반부
모두가 함께 모여 영화를 보는 장면에 복선으로 사용되고 있다. 창문에 천을 달아 프로젝터를 이용해 영화를 보게 되는데,
창 밖에서는 이를 찍어온 방향과 정반대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보게 되는 장면이 나온다. 사실 영화적으로 줄 수 있는
감동은 이들이 스스로 만든 영화를 다같이 모여서 보는 이 장면(이때 스크린을 비추지 않고 프로젝터 빛에 비친 관객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은 어쩔 수 없는 감동의 장면이다)에서 이미 다 주었다고 할 수 있는데, 부러 모든 사람들이
이들의 영화를 그것도 외곡된 방향으로 즐기고 감동하는 장면을 삽입한 것은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

한 편으론 제대로, 혹은 원래 있던 그대로의 방식으로는 외면 받을 수 밖에 없고, 뒤집거나 외곡하고 나서야 이들의 진심이
이해되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겠다. 이것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미셸 공드리 입장에서 보았을 땐,
자신이 꿈꾸는 세계를 대중들이 있는 그대로 이해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담겨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마이크 역할을 맡은 모스 뎁이다. 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물론 그가
블랙뮤직의 슈퍼스타였을 때였는데, 알리시아 키스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했을 때 '제법 영화배우 분위기가 난다'고 생각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 두각을 나타내더니, 이 영화를 통해 완전히 뮤지션으로서의
허물을 벗었달까. 완벽히 영화 배우 '모스 뎁'다운 모습이었다. 잭 블랙과 대니 글로버 사이에서도 전혀 부족하지 않은
캐릭터로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으며, 연기 외적으로는 아마도 본인이 직접 코디했을 것으로 생각되는 멋진 의상들의 향연도
인상적이었다. 힙합 뮤지션으로서 활동하다가 배우로 전업한 경우 중 가장 성공한 케이스는 아이스 큐브라고 봐야 할텐데,
내 취향에는 모스 뎁의 앞날이 훨씬 기대된다. 그는 확실히 영화 배우로서도 대단한 재능이 엿보인다.

잭 블랙은 국내에서는 마치 단독주연처럼 홍보되긴 했지만,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분명히 조연에 만족하고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는 자신만의 오타쿠 캐릭터를 크게 오버하지 않는 수준에서 연기하고 있으며, 역시 잭 블랙 답게 디테일한
조크들을 사이사이 껴 넣는 재주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종종 이렇게 영화광으로 영화 속에 출연했던 것 같은데
<비카인드 리와인드>에 와서 비로서 본격적으로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혹자들은 잭 블랙도 별로 안웃기더라 하며
실망했지만, 이 영화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일부러 웃기는 캐릭터는 아니었기에 이런 평가는 조금 억울한 면이 있을 것 같다.

대니 글로버와 미아 패로우는 잭 블랙과 모스 뎁 만으로는 조금 부족했던 따듯함을 이 영화에 불어넣고 있다.
특히 두 배우가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를 패러디할 땐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눈에 띄는 조연으로는 <아임 낫 데어>에
출연했던 아역 연기자인 마커스 칼 프랭클린을 들 수 있겠는데, 그의 비중은 사실 까메오에 가까운 수준이었으나 크래딧에서는
매우 상위에 위치해 사뭇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시고니 위버는 연기 자체보다도 <고스트 바스터즈>와 연관이 되어
슬쩍 웃음이 나기도 했다.




이렇듯 미셸 공드리의 <비카인드 리와인드>는 공드리가 꿈꾸는 시네마 천국을 대중들에게 좀 더 쉽게 설득시키기 위해,
좀 더 일반적인 화법으로 풀어낸 흥미로운 영화인 동시에, 영화 감독 미셸 공드리의 자전 적인 이야기이기도 한 작품이다.
잭 블랙이 마구 웃겨주는 코미디를 생각했다면 Sweded한 영화 장면 외에는 별로 재미있는 장면을 찾아볼 수 없겠지만,
감독이 들려주고자 하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인다면, <이터널 선샤인> 못지 않은 흥미로운 감상이 될지도 모르겠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뉴라인 시네마에 있습니다.






눈먼 자들의 도시 (Blindness, 2008)
눈뜬 자들의 삶은 과연 행복한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작가 '주제 사라마구(Jose Saramago)'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눈먼 자들의 도시>는 개봉 전, 아니 영화화가 결정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부터 많은 영화팬들과 원작 소설 팬들이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었습니다. 주제 사라마구의 원작 소설은 베스트셀로로서 이미 많은 이들에게 읽혀져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이었고, 영화화에 참여하게 된 감독과 배우들의 면면이 충분히 기대해볼 만한 라인업이었기에
영화 팬들은 기대를, 소설을 읽었던 팬들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갖게 했었더랬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 가운데 소설을 먼저 읽었던 경우가 극히 드문
케이스였는데, 이번 <눈먼 자들의 도시>의 경우는 바로 그 '드문'케이스 중 하나였습니다.
우연히 오랜만에 심도이는 소설을 읽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서점에 들러 눈에 띄는 책을
고르게 되었고, 그 책이 바로 하얀 표지의 '눈먼 자들의 도시'였죠
(참고로 역시 주제 사라마구가 쓴 '눈뜬 자들의 도시'라는 소설이 있는데,
이는 '눈먼 자들의 도시' 이야기에서 시간 상 4년이 흐른 뒤의 시점에서 시작되는
또 다른 얘기라고 합니다. 서점에 갔었을 때 두 권을 다 사려다가, 일단 먼저 나온
'눈먼 자들의 도시'부터 사게 되었죠).

이 소설은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참 영화화 할 만한 소지가 다분한 작품이라는 걸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는데, 동시에 영화화 하기가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이를 잘 알고 있었던 주제 사라마구는 그래서 쉽게 소설의
영화화를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겠지요.
  (소설 - 눈먼 자들의 도시)




영화화가 결정되고 나서 감독과 배우들의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에는, 이 정도면 충분히 훌륭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콘스탄트 가드너> <시티 오브 갓>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능력은 물론, 무거운 이야기를 진중하게 이끌어
가는 재능을 가진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는 것 만으로도 일단 원작에 현저하게 못 미치는 영화는
나오지 않겠구나 하는 믿음을 갖을 수 있었죠. 또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여배우 중 한 명인 줄리안 무어가 주연을 맡았다는
소식은 무엇보다 이 영화를 기대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재미있는건 누가 캐스팅 되었는지 모른 상태에서 소설을
읽으면서 여자 주인공인 의사 부인 역할로 줄리안 무어가 제일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했었다는 거죠. 그래서 실제로
그녀가 캐스팅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사뭇 놀라기도 했었죠 ;;).

줄리안 무어 외에 캐스팅된 배우들 중에는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의 출연이 가장 반가웠고,
<이터널 선샤인>과 <조디악>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특히 조디악!) 마크 러팔로도 워낙에 좋아하는 배우라 그랬었고,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과 <허니와 클로버>에서 만났었던 이세야 유스케의 출연도 반가웠습니다.
물론 대니 글로버의 든든한 출연과 최근 윌 스미스와 함께 출연했던 <나는 전설이다>를 통해 만날 수 있었던
앨리스 브라가의 모습도 반가웠구요.

이런 기대 요소들이 있었기 때문에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의 99%는 원작 소설보다 덜한 감동과 여운을 준다는
통계적 우려를 적잖이 물리치고(원작을 먼저 읽은 경우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저 나머지 1%에 속하는 영화를
꼽으라면 '반지의 제왕' 정도만을 꼽을 수 있겠네요;),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를 개봉일에 감상하게 되었는데
결론적으로는 99% 법칙이 그대로 통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소설을 이미 읽어버린 나머지 영화를 원작과 비교하면서
볼 수 밖에는 없었는데, 소설과 비교해 많은 아쉬움이 남았던 영화였습니다.




(이후부터는 영화의 내용에 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아직 보시지 않은 분들께서는
맨 마지막 단락으로 과감히 이동해 주세요)






영화를 보는 내내 들었던 점은, '만약 내가 소설을 읽지 않고 영화를 봤더라면 어떤 느낌을 받을 수 있었을까?'하는
궁금함이었습니다. 소설을 이미 봐버린지라 비교할 수 밖에는 없었는데, 소설과 비교해 너무도 빠른 전개는 아쉬움을 넘어서
조금 당황스럽기까지 하더군요. 특히 초반 주요인물들이 눈이 멀고 수용시설에 모이게 되는 부분도 너무 빨리 전개가
되었고, 수용소 안에서 대표나 배식을 타기 위해 벌어지는 일들이 너무 급작스럽게 시작된다는 느낌을 받을 수 받게는
없더군요. 물론 그렇다고해서 단순히 시간을 늘려서 배분하면 좋았을 것이라는 것 보다는, 핵심만 짚 되 소설 속에서
잘 표현되었던 바로 그 공간의 지옥같은 느낌, 이 느낌이 제대로 우려나기도 전에 정리해 버렸다는 기분이었습니다.

소설을 읽어보신 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주인공들이 처하게 된 상황이 단지 눈이 멀어서 라기 보다는 그로 인해
벌어지는 수용시설 안의 지옥 같은 환경 때문인데, 이 환경적인 요소를 오히려 더 영화적으로 오버해서 표현했어도
나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조금은 건조하고 스피디하게 진행이 되더군요. 핵심적인 사건들은 영화에서도
보여주고 있지만, 그 앞 뒤의 분위기를 한 두 장면 만으로 스치듯 표현하다보니 극적인 상황을 그릴 때 조차 그 몰입감이
조금 떨어지는 결과를 낳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물론 배식을 타기 위해 여성을 성적인 도구로 바치게 되는
그 장면의 지옥 같음은 눈을 찌푸리고 귀를 막고 싶을 정도로 불편하게 표현되었지만, 반대로 3병동의 남자들이
그런 권력을 갖게 되는 순간이 조금은 어이없게 그려진 것도 같고 아쉬움이 남더군요.




인물들 간의 관계 설정에 있어서도 조금은 단편적으로 그려진 것 같습니다(뭐 이 모든것이 축약할 수 밖에 없는 영화화의
숙제라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요). 소설 속에서는 수용시설 안에서 의사와 의사의 아내,
그리고 썬글라스를 낀 여자와 애꾸눈의 흑인노인과의 관계(이 부분에 대한 묘사는 사실상 마지막에 단 한 번 밖에 없었다는
것이 아쉽더군요. 영화만 보면 너무 갑작스럽게 느껴진터라), 그리고 아이가 썬글라스를 낀 여자에게 얼마나 의지하는지에
대한 묘사도 조금 아쉬웠구요(뭐 관계를 새로 설정했다고 말하신다면 할말은 없습니다만, 영화를 보면 새로 설정까지는
아니라고 보여집니다).

원작자인 주제 사라마구는 영화화에 부탁하기를 '눈물 핥아주는 개'는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구체적 주문은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 '눈물 핥아주는 개'가 영화에서 등장하는 장면도 상당히 의외의 반응을 불러오는
결과를 만들더군요. 소설을 읽으면서는 이 개를 단 한 번도 공포의 존재로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은데, 영화에서는
사람의 시체를 먹는 개들의 무리가 등장한 뒤 바로 이어서 이 개가 등장하기 때문에, 줄리안 무어의 뺨 쪽으로 이 개가
얼굴을 들이밀 때 '줄리안 무어를 깨무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들 때문에, 대부분의 관객들이 공포의 탄성을 내뱉게
되었거든요. 소설을 읽으면서는 생각해볼 수 없었던 구성과 반응이라 한 편으론 재밌기도 했습니다.




주제 사라마구가 이 작품을 통해 표현하려고 했었던 것은 물론 '눈이 멀게 되면 어떻게 될까'가 아니라,
'우린 지금 제대로 눈을 뜨고 살아가고 있는가'하는 것에 가깝겠지요. 소설 속에서는 이러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중간중간 의사 아내의 독백들이 등장합니다. 혼자만 볼 수 있는 존재인 의사 아내는 눈먼 자들의 비인간적이고 이기적인
행동들을 모두 눈으로 목격하고 스스로도 처음에는 자신 만이 볼 수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이들을 도와야 겠다고
생각하지만, 남편의 만류와 전개되는 상황들 속에 결국 그녀도 자신 만의 볼 수 있는 특권을 자신의 남편, 그리고 몇몇 동료들
즉 어떤 집단의 생존과 이익을 위해 활용하는 것 이상으로는 발전시키지 않는, 안주하는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물론 그녀는 한 편으로는 배식을 위해 여성들이 나서야 할 때 제일 먼저 나서기도 하고, 남편의 만류에도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 바쁘게 노력하긴 하지만, 마지막에 다른 이들이 하나씩 시력을 회복하게 될 때 그녀가 흘린 눈물의 의미는,
'이제 해방이다' '다들 돌아와서 다행이다'라는 것 보다는, '홀로 눈뜬 자였던 내가 과연 역할을 다 했는가' 또는
'나는 눈뜬 자로서 과연 눈먼 자들에 비해 행복했는가'를 자문했을 때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눈먼 자들의 우화 같은 이야기를 통해 반대로 눈뜬 자들은 과연 행복한가 라는 것을 묻는 것이 주제 사라마구가
던진 화두이자, 이 답변이 그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의사의 아내 역할을 맡은 줄리언 무어의 연기는 역시 흠잡을데 없습니다. 이 이야기를 계속 이끌어
가는 원동력은 누가 뭐래도 그녀의 지친 얼굴과 힘겨운 걸음걸음 이니까요. 그녀는 참 여배우로서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부분을(뭐 쉽게 얘기하면 이뻐보이는 요소랄까요) 연기를 위해서는 과감하게 포기해버리는 배우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영화였는데, 거의 화장기 없이 그녀의 주근깨 가득한 피부가 심할 정도로 묘사되고 있는 것도 그렇고,
피폐한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을 감안하더라도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배우가 이를 표현하는 방식이 훨씬 과감하고
높은 수준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썬글라스 쓴 여자나 일본 여자배우만 봐도 똑같은 상황에 처해 있으나,
줄리안 무어처럼 이른바 '망가지지'는 않죠).

극중 줄리안 무어의 남편인 의사 역할로 출연하고 있는 마크 러팔로는 흠잡을 데는 없으나, 그렇다고 열연이라고 까지
얘기하기엔 부족한 평균적인 수준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연기에 수준 논하는 것이 우습기는 하나, 딱 어울리는 표현이 생각나지
않아 부득이하게 사용하였습니다). 사실 마크 러팔로도 그렇고 대니 글로버도 그렇고 그리 비중이 크지 않은 조연 캐릭터들이라
크게 튀지도 않지만 크게 인상적이지도 않은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좀 아쉬웠던 건 가엘 베르시아 베르날이 연기한 캐릭터였는데, 소설 속에서 표현되었던 캐릭터와는 달리
이렇다할 포스가 느껴지지 않고 공포스러움도 덜한 '약한' 캐릭터였던 것 같습니다.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의 키가 작은 것이
작용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걸 제외하더라도 조금은 전체적으로 아쉬웠던 캐릭터와 연기였던 것 같습니다.

아, 음악에 대한 점을 빼놓은 거 같아 마지막으로 언급하자면, 후반 부의 음악은 그나마 조금 괜찮았으나,
초반 인물들이 눈이 멀게 되고, 수용소로 오게 되고, 거기서 일들을 겪게 되는 부분에서 흐르는 음악은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더 우울하고 답답함을 강조한 음악이면 좋을 듯 한데, 조금은 장난스럽고 너무 리듬감을
주고 있는 음악이라 개인적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소설을 먼저 읽은 입장에서는 좋은 점 보다는 아쉬운 점이 더 많았던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였습니다.
서두에도 남겼듯이 과연 소설을 읽지 않은 입장에서 이 영화를 보게 되면, 소설을 읽으면서 처음 느꼈던
생각과 감정들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을지가 궁금해집니다.



1. 산드라오가 거의 까메오 수준으로 등장하더군요. 그녀가 맡은 직책이 직책인지라 좀 더 비중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냥 까메오로 그쳤다는(물론 첨에 나오고, 조금 지나서 다시 나오긴 하지만요).

2. 눈먼 자들이 가득한 도시의 풍경은 CG보다는 실제 거리를 통제하고 촬영했다고 하는데, 분위기는 좋았으나
    좀 더 '눈먼 자들'을 거리에 많이 좀비처럼 배치하여서 피폐해진 도시의 모습을 극적으로 보여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3. 이제 '눈뜬 자들의 도시'를 읽어봐야 겠습니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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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

'드림걸즈'는 국내에서는 개봉이 현지보다 늦은 탓에 영화를 실제로 보기도 전에,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 등 각종 시상식에서의 수상 장면이나 공연 장면을 먼저 접하게 되었었다.
이때 까지만 해도, 전미지역에선 엄청난 인기와 더불어 수상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만해도,
그저 팝스타 비욘세와 한물 간 에디 머피가 주연한 코믹 뮤지컬 정도로 생각했었다. 사실 뮤지컬 영화의
광팬 임에도 불구하고 비욘세와 에디 머피가 주연이라는 점만 보고 그저 그런 영화일 것이라는
심각한 판단의 오류를 범해버렸고, '시카고'의 시나리오를 썼던 빌 콘돈을 비롯하여,
브로드웨이의 유명한 뮤지컬 스텝들이 참여하고 있는 그야말로 '정통' 뮤지컬 영화라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도 못했던 것이다. 여기서 살짝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결국 이 영화 '드림걸즈'가
놀라운 뮤지컬 영화로 기억되는데 있어, 이전에 시시한 영화로 미리 짐작하게 했던 장본인인
이 두 사람의 놀라운 변신이 가장 큰 몫을 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영화 '드림걸즈'는 다들 알다시피 브로드웨이 뮤지컬 '드림걸즈'를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그리고 영화와 뮤지컬 모두 흑인음악 전문 레이블인 모타운 레코드의 전설적인 그룹이었던
 '슈프림즈(The Supremes)'의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다루고 있다. '슈프림즈'는 그 자체로서도
워낙에 유명한 그룹이었지만, 리드 싱어 '다이애나 로스'가 속했던 그룹으로 더 유명하기도 하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드림걸즈'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는데, 여타 유명 뮤지컬 작품들이 그러하듯
'And I Am Telling You I'm Not Going', 'Dreamgirs', 'Steppin' To The Bad Side' 등 주요 수록곡들은
팝 넘버 못지않은 히트를 기록했고, 여주인공이었던 제니퍼 홀리데이(에피 역)는 스타로
발돋움 하게 되었다. 사실 국내에서 뮤지컬 '드림걸즈'는 '오페라의 유령' 이나 '캣츠',
'아가씨와 건달들' 등처럼 다른 유명 브로드웨이 뮤지컬 보다 덜 알려졌던 것이 사실인데,
어쩌면 그래서 더욱 영화가 새롭게만 다가왔을 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자연스레
오리지널 뮤지컬 사운드트랙을 찾아 들어보게 되었는데, 공연을 본 것도 아니고 단순히 사운드트랙을
들은 것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원작이 뛰어난 작품인지 단숨에 알 수 있었다.



사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작품임에도, 갑자기 초 기대작으로 급선회하게
된 것은 이례적으로 먼저 들어본 사운드 트랙 때문이었다. 사실 영화 사운드 트랙이나
뮤지컬 사운드 트랙 같은 경우, 작품 속에서 듣게 되었을 때, 혹은 작품을 다 감상한 뒤 작품을 떠올리며
들을 때만이 진정한 감흥이 온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사운드 트랙을 영화 감상 전에 듣게 되는
경우는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였는데(이상하게 끌렸다 ^^;), '드림걸즈'의 수록곡들은 영화를
보지 않았음에도 그 자체로도 매우 뛰어나고 충분히 훌륭한 팝 음악이었다. 더군다나 모타운 사운드를
너무도 좋아하는 본인으로서는 아련한 모타운 사운드의 향수가 느껴지는 곡들이 가득했다.
사운드 트랙을 듣고 생각하게 된 것은 ‘영화를 보기 이 전임에도 이렇게 곡들이 좋은데,
그렇다면 영화를 보게 된다면, 이 곡들이 더 얼마나 좋아질까!’ 하는 기대감이었다.
사운드 트랙을 듣고 이런 감정을 느꼈었다면, 뮤지컬 사운드 트랙을 들었을 때의 느낌은 놀라움이었다.
물론 템포나 세련된 면에서 조금 현재의 음악과는 떨어지는 면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거의 영화에 수록된 곡들이 별다른 큰 편곡을 거치지 않았음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원곡이었다. 특히나 몇몇 곡에서는 노래를 시작하기 전에나 노래 중간에 등장하는
대사들까지 그래도 100% 일치하는 것을 들었을 때, 원곡이 얼마나 뛰어난 것인가 하는 감탄과 동시에,
반대로 영화 '드림걸즈'가 얼마나 원작에 충실하고 원작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있는지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이 같이 뮤지컬의 오리지널 곡을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세련되게
만들 수 있었던 데에는 아무래도, 뮤지컬의 음악을 맡았던 Henry Krieger와 Tom Eyen이 영화 음악을
그대로 맡았기 때문에 가능했을 일이라 생각된다.



한 때 전성기를 누렸던 뮤지컬 영화들을 생각하면 최근의 경향은 아무래도 양적에서나 질적에서나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 일 텐데, '드림걸즈'가 재미와 동시에 반가웠던 이유는 바로 전형적인
뮤지컬 영화의 방식을 상당부분 따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최근에는 뮤지컬 영화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그저 노래나 몇 곡 삽입된 형식들도 일부에서 뮤지컬 영화라고 불릴 정도로
이른바 ‘제대로 된’ 뮤지컬 영화가 없었는데 (최근 개인적으로 본 작품 중에 진정한 뮤지컬 영화가
 불릴 만한 작품은 '프로듀서스' 뿐이었다), '드림걸즈'는 그래서 더 반가웠는지도 모르겠다.
본 DVD의 서플먼트에 수록된 빌 콘돈 감독의 말에서도 알 수 있지만, ‘노래를 위해서 이야기나
액션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라는 것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뮤지컬 영화의 일종의 룰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실패한 뮤지컬이라던가 대중에게 깊게 각인되지 못한 뮤지컬들이 범하는
가장 대부분의 실수가 인물들이 갑자기 생뚱맞게 노래한다는 것일 텐데, '드림걸즈'의 경우
30곡이나 되는 노래가 삽입되었음에도 이야기의 흐름을 끊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 같이 자연스러움을 이어갈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에는, 아마도 주인공들의
직업이 가수라는데 있을 것이다. 감독의 말과 같이 주인공들이 가수라는 직업을 가졌기에
노래하고 하는 모습에 있어 관객들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인데, 무대 위와 무대 뒤 쇼비지니스의 어두운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드림걸즈'는 이 같은 점에서
장점을 타고 난 작품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이 영화는 직접적으로 '슈프림즈'나 '모타운 레코드', '다이애나 존스' 등
실명을 거론하고 있지는 않지만, 조금만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이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슈프림즈' 이야기는 많이 했으니 다른 캐릭터들을 이야기해 보도록 하자.
이 영화의 가장 핵심 캐릭터 중 하나인 '커티스 테일러 주니어'는 'Jr'라는 호칭해서 짐작할 수 있듯이
모타운의 창립자인 '베리 고디 주니어'를 모델로 삼고 있는 캐릭터이다. 베리 고디 주니어의 대한 평가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먼저 당시 백인 음악 (디스코)이 주류를 이루던 시절에 흑인음악을 주류로
대두 시키며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것은 물론, 영화 속 '드림걸즈'의 경우처럼 에피가
메인 보컬로 있던 그룹을 디나를 메인 보컬로 변화시키면서 비즈니스에서 탁월한 재능과 선관을
가진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정반대로 위와 같은 상업적인 이유로 인해 팀 불화나 갈등을
만들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하였으며, 정통 흑인음악이라고 하기 보다는 백인 취향에 맞는
멜로디 위주의 말랑말랑한 사운드로 일부에서 비판을 받기도 했었다
(여담이지만 모타운의 또 하나의 최고의 밴드였던 '잭슨 5 (Jackson 5)' 역시 어느 시점에서
메인 보컬이었던 마이클 잭슨을 부각시키면서 ‘마이클 잭슨과 잭슨 5’로 변모시키며 솔로로서
마이클 잭슨을 부각시키기도 하였지만, 한 편으론 동생만이 크게 주목 받는 탓에 형제간에
불화가 생기게 되는 이유가 되기도 했었다). 잭슨 5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극중 공연에서
등장하는 남성 5인조 밴드는 누가 봐도 잭슨 5를 모델로 한 그룹이다. 여기서 아주 잠깐 스쳐지나가지만
굉장히 재미있는 설정 장면이 지나가는데, 무대 뒤에서 마이클 잭슨에 비유되는
어린 메인 보컬이 디나 존스의 대기실 앞에서 몰래 기다리며 옅 보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로 마이클 잭슨은 어린 시절 다이애나 로스를 가장 좋아했었고,
더 나아가 다이애나 로스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는데,
아주 짧은 순간 지나간 장면이지만, 이러한 관계를 보여주는 재미있는 에피소드였다.



에디 머피가 맡은 '제임스 ‘썬더’ 얼리'는 제임스 브라운 (James Brown)을 직접적으로 모델로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극중에서 직접적으로 지미가 '제임스 브라운'을 언급한 것으로
보았을 때, 정확히 그렇다기 보다는 제임스 브라운과 재키 윌슨 (Jackie Wilson)을 적절히
결합한 인물로 그려진다. 'Steppin' To The Bad Side'를 부를 때 무대 위에서의 지미의 모습은
제임스 브라운을 그대로 연상시키는 한 편 후반 부에 'Patience'를 부를 때에는 이 곡이
마빈 게이 (Marvin Gaye)의 'What's Going On'을 염두에 두고 쓴 곡이라 그런지
마빈 게이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드림걸즈'가 완벽한 뮤지컬 영화로 불리는데 큰 공헌을 한 다른 요소들을 꼽자면, 누가 뭐래도
배우들의 열연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일단 말이 나온 김에 지미 역을 맡은 에디 머피의
이야기부터 해보자. 제작진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에디 머피에게
하나의 도전이었을 것이다. 그는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헐리우드에서 탑 코미디 배우로 연기하면서
한 번도 영화 속에서 본격적으로 노래와 춤을 선보인 적이 없었고, 코미디가 아닌 정극 연기를
펼친 적은 더 없었으며,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출연한 적은 아마 더 없었을 것이다.

에디 머피 자신도 캐스팅을 제의 받고 2달 간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했을 정도로,
에디 머피에게 이 영화는 도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영화를 통해 에디 머피라는
배우는 새롭게 재조명 되게 되었으며, 그 동안 코미디 배우로만 알았던 그에게 이 같은 재주가 있는 줄
새롭게 알게 된 관객들이 많아지게 되었다. 특히 극 중의 노래들을 직접 소화해냈다는 것이
가장 놀라운 점인데, 그간 그가 영화 속에서 노래를 제대로 선보인 적이 없기 때문에
그의 노래 실력을 알 턱이 없어서 그랬던 것도 있겠지만, 소화해내기가 결코 쉽지 않은 고난도의
곡들을 맛깔스럽게 불러재끼는 에디 머피의 모습을 보면, ‘와, 이 배우가 내가 그 동안 알고 있던
에디 머피가 맞나?’ 싶을 정도로 대단한 열연을 펼쳤다(이번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에디 머피는
아주 예전에 솔로 음반을 2장정도 발표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그가 예전에 출연했던 '에디 머피의 구혼작전 (Coming to America)'에서 그가 불렀던 노래가
바로 재키 윌슨의 'To Be Loved' 였다는 것). 진지한 연기와 더불어 그 놀라운 노래 실력만으로도
골든 글로브 남우조연상이 결코 그냥 받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드림걸즈'로 인해 가장 주목 받게 되었고, 이 영화에 주인공 한 명을 꼽으라면 그건 누가 뭐래도
에피 화이트 역할의 제니퍼 허드슨 일 것이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아메리칸 아이돌'에서 아쉽게
탈락했던 그녀는 영화 속 에피처럼 이 영화를 통해 명실공이 스타로 우뚝 서게 되었다
(제니퍼 허드슨과 더불어 에디 머피나 비욘세 역시 극 중 캐릭터들과 너무나도 흡사한 점이
많다는 것도 놀라운 점이다). 영화 속에서 그녀가 보여주는 노래 실력은 그야말로 가공할만하다.
그녀가 보여주는 열창의 순간들은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봐야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곡들이 다 인상적이었지만 그래도 역시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And I Am Telling You I'm Not Going' 장면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 곡이 등장하는 장면은
그녀의 보컬과 연기가 최고조에 이른 멋진 순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 장면은
가장 마지막에 촬영되어 북받치는 감정을 연기하는데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게 되었다.
 대부분의 관객들이 비욘세나 제이미 폭스, 에디 머피 등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을 테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올 때에는 모두 제니퍼 허드슨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게 되는,
'드림걸즈'는 바로 제니퍼 허드슨을 위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드림걸즈'를 보고 있노라면 포커스가 에피 역할에 맞춰져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그래서인지 거의 처음 조연을 맡은 에디 머피의 경우처럼 비욘세가 어쩌면 자신이 포커스가 아닌
디나 역할을 멋지게 연기한 것은 보여 지는 것보다 더 큰 의미가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드라마적인 요소의 중심이나 좀 더 보컬을 뽐낼 수 있는 곡들이 많은 역할도 에피 화이트 역할인데,
(제니퍼 허드슨이 비욘세와 함께 녹음하고 연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적 같은 일이라고
말했던 것처럼)슈퍼스타인 비욘세가 처음부터 에피 역할이 아닌 디나 존스 역할을 원했다는 것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알고 욕심을 내지 않은 그녀의 훌륭한
결정이었다고 생각된다. 사실 비욘세는 그간 몇 편의 영화에 출연하기는 하였지만,
연기를 했다기보다는 그저 팝스타로서 자신의 기존 이미지를 소모하는 것에 그쳤던 것이 사실이었는데,
오히려 팝스타로 등장하는 이 영화에서는 기존의 비욘세를 완전히 지워버리고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을 보았을 때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더군다나 '데스티니스 차일드 (Destiny's Child)' 시절이나 솔로 앨범을 들어본 이들이라면 알겠지만,
그룹에서나 솔로에서나 비욘세 보컬의 역할은 파워풀한 것에 있는데, 영화 속 캐릭터를 위해
자신의 본래 보컬을 자제하면서 캐릭터에 녹아들어간 그녀의 모습을 보며,
제니퍼 허드슨처럼 이렇다 할 상복은 없었지만, 어쩌면 몇 편 못하고 영화의 꿈을 접어야 했을지도
모를 그녀가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시나리오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비욘세 스스로가 말한 것처럼 '드림걸즈'는 그녀 평생에 한 번 올까 말까한
단 한 번의 기회였다고 생각된다.



최근 출시된 DVD는 많은 팬들의 기대에 부흥하듯 본편과 서플먼트를 담은 2장의 DVD와 1장의
사운드 트랙 CD를 수록한 패키지로 출시되었는데, 스펙 면에서나 내용 면에서나 모두 만족할 만한
 퀄리티를 담고 있다. 2.35:1의 본편 화질은 최근 출시작답게 수준급의 화질을 수록하고 있는데,
6,70년대의 화려한 색상들이 살아있는 색감과 거의 단점을 찾아보기 힘든 화질은 DVD로서는 충분히
만족할 만한 화질이다. '드림걸즈'는 블루레이로도 출시가 되었는데 차세대 미디어의 화질을
생각하지 않는 다면, 전혀 흠잡을 데가 없는 화질이라 하겠다. 돌비디지털 5.1채널의 사운드 역시
수준급이다. 음악이 위주가 된 타이틀이라 사운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데,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노래들은 공연장에 있는 듯 한 공간감과 화려함이 느껴지며,
노래의 보컬 사운드 역시 센터 스피커를 통해 깔끔하고 깊게 전달되고 있다.
DTS가 수록되지 않은 것이 아쉽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선명한 노래의 전달과 그 와중에도
적극적인 채널 분리도로 인해 실감나는 소리를 전달하고 있는 사운드는 별다른 아쉬운 점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다.



이번 타이틀이 반가운 점은 사운드트랙 CD가 보너스로 수록된 점 보다, 다양하고 알찬 서플먼트가
담긴 이유 때문일 것이다. 본편 디스크에는 30분이 넘는 미공개 확장씬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 영상은 극중에서 잠시 스쳐갔던 노래라던가 장면들은 풀 버전으로 수록하고 있다.
쉽게 말해 노래가 나오는 장면만 따로 감상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딱 맞는 서플먼트라 하겠다.
두 번째 디스크에는 본격적으로 다양한 메이킹 필름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1장의 디스크에 수록되긴
하였지만 양적으로도 여느 확장판이 부럽지 않은 영상들이 수록되어 있으며, 질적으로도
음성해설 누락의 아쉬움이 잊혀질 만큼 매우 유익한 영상과 인터뷰들이 수록되었다.
'Building The Dream'에서는 전체적으로 원작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영화화가 되기까지의 과정, 주요 배우들의 캐스팅에 관한 이야기, 안무와 음악,
촬영 과정에 관한 이야기가 요목조목 잘 정리되어 담겨있다. 감독인 빌 콘돈과 주연 배우들, 제작자와
스텝들의 인터뷰를 통해 음성해설 못지않은 많은 정보들을 전해준다.

의상과 조명에 대해서는 따로 'Dressing The Dreams' 와 'Central Stage : Theatrical Lighting'라는
제목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의상과 조명이 얼마나 영화 자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새삼 알 수 있는 서플먼트다. 특히 마치 고증하듯 당시의 무대를 제현하는 동시에 뮤지컬 무대 위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장면을 카메라에 그럴듯하게 담기 위해 조명에 얼마나 세심한 정성을
기울였는지도 알 수 있다. 'Auditions And Screen Tests'에서는 비욘세와 아니카 노니 로즈,
그리고 안무를 맡은 파티마 로빈슨 안무단의 오디션과 테스트 영상을 만나볼 수 있는데,
극 중에는 등장하지도 않는 노래를 부르며 열창하는 모습과 연기를 동시에 보여준
아니카 노니 로즈의 모습도 인상적이고, 'Steppin' To The Bad Side'의 안무를 펼친 테스트 영상도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제작진이 춤은 추지 않아도 된다고 했음에도
미리 한참을 연습해온 춤과 노래, 직접 준비한 헤어와 의상까지, 완벽한 상태로 오디션에 임한 비욘세의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다. 반대로 얼마나 비욘세가 이 역할을 원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드림걸즈'는 근래에 보기 드문 완벽한 뮤지컬 영화였다. 훌륭한 브로드웨이의 원작을 스크린으로
가져옴에 있어서 무대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장점들을 그대로 옮겨오는데 성공했고,
뛰어난 원곡들을 부담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고 세련되게 편곡하는 데에도 성공했으며,
뮤지컬의 장점은 모두 흡수하는 한 편, 영화만의 매력 또한 맘껏 뽐낸 작품이었다.
또한 뮤지컬 영화의 팬으로서 왠지 모를 향수와 함께
왠지 모를 미소를 짓게 만드는 흐뭇한 작품이었다.


글  / ashit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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