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쉬타카 입니다.
2009년도 어느 덧 다지나가고 2010년 새해를 맞았네요. 먼저 부족한 제 블로그를 방문해주시는 많은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도 조금 늦었지만 2009년 한해 본 영화들을 정리하는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올해의 한국영화와 한국 영화를 제외한 올해의 영화 두 부분으로 진행될 예정이며(음반은 올해도 못할 것 같네요 흑 ㅠ),
오늘은 그 첫 번째 시간으로 제가 꼽은 올해의 한국영화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지난 해에도 제 블로그를 통해 같은 카테고리로 베스트 영화를 선정했었는데, 지난해 제가 꼽은 베스트 한국영화는 추격자/미쓰 홍당무/과속 스캔들/고고 70/다찌마와 리 였죠.


올해 역시 외화에 비해 국내 영화를 그리 많이 보진 못했는데(20편이 못되는거 같네요), 그 가운데 베스트로 꼽을 만한 작품을 정리해보니 총 4편이 선정되었습니다. 네 작품 가운데 순위는 없으며, 순서는 우리말 제목 가나다 순입니다.

똥파리 (Breathless, 2008)

감독 : 양익준
주연 : 양익준, 김꽃비

리뷰 : 폭력의 역사를 통한 가족의 탄생 (http://www.realfolkblues.co.kr/952)
무대인사 사진 (2009.04.25, 아트하우스 모모) (http://www.realfolkblues.co.kr/946)


<똥파리>는 올해 본 영화 가운데 가장 에너지 넘치는 영화 중 한 편이었다. 양익준 감독은 폭력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결국 가족이라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으며, 입에 담기도 부담스런 욕설이 가득한 영화였지만 그 진심만은 어느 영화 보다 따듯하게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한국영화 올해의 발견이라면 단연 <똥파리>.





박쥐 (Thirst, 2009)

감독 : 박찬욱
주연 : 송강호, 김옥빈, 김해숙, 신하균

리뷰 : 욕망으로 물들인 박찬욱의 새로운 장르영화 (http://www.realfolkblues.co.kr/954)
박찬욱 감독과 함께한 <박쥐> 씨네토크 현장 (http://www.realfolkblues.co.kr/963)

박찬욱 감독은 봉준호 감독과 함께 가장 큰 기대감을 갖게 하는 우리 감독이긴 하지만, 이번 신작 역시 이런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키는 수작을 만들어냈다.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었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이후, 좀 더 대중적인 코드로 돌아올 것이라는 일부의 예상과는 달리, 이번 역시 자신의 세계와 특유의 미장센을 숨김없이 드러냈으며, 그로 인해 더 큰 호불호가 생겼지만 나로서는 더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물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그의 작품이 <박쥐>가 될 것 같진 않지만, 이건 분명 두고두고 이야기해볼 만한 텍스트와 미장센이었다.





마더 (Mother, 2009)

감독 : 봉준호
주연 : 김혜자, 원빈, 진구

리뷰 : 그녀의 이름은 마더 (http://www.realfolkblues.co.kr/987)

봉준호 감독의 신작 <마더>는 사실 조금 의외스러운 작품이기도 했다. <마더>는 그 미장센이나 분위기가 마치 박찬욱 감독의 영화라고 해도 믿을 만큼, 박찬욱스러운 카메라 워킹과 미장센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는데, 물론 그 속에서 봉준호 만의 매력은 가득 담고 있는 작품이기도 했다. 이병우의 음악과의 싱크로율은 날로 높아가고 있으며, 버스를 배경으로한 엔딩 장면은 소름끼치도록 멋진 올해의 엔딩 장면이었다.




잘알지도 못하면서 (Like You Know It All, 2009)

감독 : 홍상수
주연 : 김태우, 고현정, 엄지원, 정유미, 공형진, 유준상, 하정우

홍상수 감독의 <잘알지도 못하면서>는 올해에 본 영화 가운데 외화를 다 포함해서도 가장 재미있는 영화 중 하나였다. 러닝타임 내내 계속 '킥킥'거리며 웃을 수 있었고, 캐릭터를 하나하나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한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재미있는 작품이었음에도 당시 관람이후 리뷰를 쓰려는 시점이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시점과 겹치는 바람에 글을 쓰지 못했던 작품이기도 했다. 어쩃든 홍상수 감독의 이번 영화는 여러모로 재미있고 곱씹어 볼만한 작품이었다.



1. 곧 2009년 올해의 영화 (해외편)를 포스팅 하도록 하겠습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각 영화사에 있습니다.





똥파리 (Breathless, 2008)
폭력의 역사를 통한 가족의 탄생


제목부터 심상치 않았던 양익준 감독의 영화 <똥파리>는 그 제목 덕분에 일단 관심을 갖게 되었던 영화였다. 제목에 흥미를 갖게 되었을 때쯤 해외 유수 영화제의 수상 소식들도 부수적으로 들려왔는데, 그것이 이 영화를 보게 된 결정적인 이유라고 까지는 할 수 없겠으나(오히려 이유라면 지인들과 취향이 비슷한 평론가들의 칭찬들이랄까)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겠다. 연출과 주연을 맡은 양익준 감독은 이번이 장편 데뷔작이기는 하지만 인디 영화계에서 감독보다는 배우로서 더 인지도가 있던 인물이었다. 사실 처음 이 작품 <똥파리>에 대한 매우 소극적인 정보들을 알게 되었을 때에는 단순히 폭력에 관한 이야기 일 줄로만 알았다. 메이저 영화에서는 잘 다루지 못하는 인디 영화만의 에너지와 이야기가 담긴 제법 괜찮은 영화일 줄로만 알았었는데, 막상 뚜겅을 열어보니 <똥파리>는 참으로 생각해볼 만한 여지가 많은 작품이자 폭력과 가족에 대해 깊은 성찰이 담긴 영화였다.


(이후 부터는 영화에 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맨 마지막 단락으로 이동해주세요~)




영화는 여자를 때리는 남자와 이후 이 남자를 때리는 상훈의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 오프닝 장면은 영화에 대한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는 집약적인 장면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처음 남자가 여자에게 폭력을 가하는 장면만으로는 단순히 '폭력'에 관한 것만 이야기할 수 있지만, 이 가해자가 순간적으로 다른 사람에 폭력에 의해 피해자가 되는 상황은 단순히 '폭력'에 대한 것 뿐만 아니라 '폭력의 되물림'과 '폭력의 역사'에 대해 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만약 <똥파리>가 단순히 폭력 그 자체만을 다룬 영화였다면 그저 용역 깡패로 살아가는 상훈의 일상적 에피소드를 전면에 배치해도 좋았을테지만, 이 영화가 말하려는 바는 그 자체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의미심장한 장면으로 영화를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똥파리>는 크로넨버그의 영화처럼 폭력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이어져왔고, 인간 내면에서 살아왔는지에 관한 영화라기보다는 폭력의 역사를 통한 가족의 이야기, 결국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영화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포스터에 새겨진 저 문구는 참으로 멋지다.

'세상은 엿같고, 핏줄은 더럽게 아프다'.

보통 영화가 관심을 갖고 관객들이 호기심을 갖는 부분은 '세상은 엿같고'에 관한 것이라 할 수 있을텐데, 사실 <똥파리>를 보고 나니 그간 이 '엿같은 세상'을 사는 인물들을 그려낸 영화들이 초라하게 보일 만큼 그 자체로서는 적어도 이보다는 더 큰 의미를 갖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핏줄은 더럽게 아프다' '핏줄은 더럽게 아프다' 라는건 왠지 빠져나갈 수 없는 듯한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엿같은 세상은 아무리 엿같아도 본인이 하기에 따라 즐길 수도 뛰쳐나갈 수도 있지만, 더럽게 아픈 핏줄은 어떻게 한다고해서 바꿀 수 있거나 탈출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나중에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겠지만 양익준 감독이 만든 <똥파리>에서 이 더럽게 아픈 핏줄을 극복하거나 수용하는 방법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영화 속에서 묘사되는 '폭력의 역사'는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현실들이다. 부모들의 싸움, 술먹고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아이들과 그로 인해 생긴 결손 가정. 그리고 나라에서 동원되어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아버지 세대가 겪는 아픔, 그리고 그 다음 세대가 그들의 아픔을 고스란히 받아들여하는 현실. 그리고 이로 인해 생긴 가난한 현실 역시 드러나고 있다. 이 같은 복합적인 요소들이 결국 어디서부터 왔는가를 생각해보면 영화의 시작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얼핏 생각하면 폭력 자체에서 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잘 생각해보면 결국 가족이라는 울타리내에서 발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영화는 주인공 상훈이 이 가족을 복원하기 위해 벌이는 피눈물나는 여정이며 결국 이뤘는지 이루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는 더 생각해볼 만한 여정이다.

가난과 폭력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보자면 폭력으로 말미암아 생긴 가난이라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다시 사용되는 것이 폭력이다. 영화 속 상훈은 폭력으로 얼룩진 가정 속에서 자라 결국 가난이라는 짐을 짊어지게 되었지만, 그가 이를 벗어나기 위해 직업으로 갖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용역 깡패, 즉 다른 사람에게 폭력을 가해 돈을 버는 일이다. 이런 관계는 영재에게서 더욱 도드라지게 나타난다.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아버지는 그 피해로 정신적 혼란을 겪고 있고 어머니는 이미 죽어버린 이 가정 속에서, 영재는 마치 상훈이 그랬던 것처럼 폭력으로서 세상에 나아가게 된다. 하지만 상훈도 그렇고 영재도 그렇고 이 과정을 단순히 가난을 극복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라 할 수 있겠다. 상훈이나 영재가 이렇게 폭력을 몸에 지니게 된 것은 다름이 아니라 바로 자신에게 가해졌던 폭력들 때문이며 자신 역시 폭력만을 통해 삶을 살아가는 방법 밖에는 배울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영화에 후반부 영재가 상훈에게 폭력을 가해 결국 죽음에 까지 이르게 하는 것은 그래서 더욱 의미깊다. 영재가 상훈을 공격했던 것은 단순히 돈을 훔치기 위해서도 아니었고, 그저 혼내주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냥 적당히 때렸어도 되었을터. 하지만 영재는 상훈이 죽음에 이르도록 폭력을 가하는데 이는 상훈에게로 향한 것이라기 보다는 자신이 처한 상황과 가정에 대한 분노에로 향하는 폭력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영재가 상훈에게 폭력을 가하는 장면은 영화의 첫 장면과 동일한 메시지를 준다. 절대적인 폭력의 존재로만 보였던 상훈을 아직 미완의 존재라고 할 수 있는 영재가 공격하는 장면은 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결국 아버지 세대에서 가해진 폭력이 그 다음, 그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영화의 마지막, 연희가 우연히 상훈과 똑같이 용역 깡패로서 활동하는 영재의 모습에서 상훈의 모습을 겹쳐보는 것은 굉장히 노골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다. 폭력의 되물림과 악순환. 아마도 상훈처럼 나중에야 이 폭력의 고리를 끊어야 겠다고 깨울칠 영재의 모습. 영화는 다 끝났다고 생각된 시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되물림에 관한 아픈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따뜻하다'라고 느꼈던건 바로 주인공 상훈의 행동들 때문이었다. 상훈은 앞서 언급한 '엿같은 세상'을 그냥 막살고 말려는 인물이 아니다. 그는 표현하는 방법은 배우지 못했지만 자신에게 되물림된 폭력의 사슬을 끊고, 이 모든 것을 잉태한 가족의 아픔을 다시금 새로운 가족의 탄생으로서 치유하고자 하는 인물에 가깝다. 알려졌다시피 이 영화 대사의 80%는 거의 욕설들로 채워져있다. 개인적으로는 욕설에 대한 상당한 거부감이 있기 때문에 이 영화를 선택했을 때에도 잠시 머뭇거려지기도 했었는데, 영화 속 상훈의 대사는 분명 입에 담기 힘든 욕설들이기는 하지만 '똥파리'라는 영화의 제목처럼 그가 내뱉는 욕설은 단지 표현 방식 중 하나일 뿐이다. 마치 외국어나 사투리 등과 다르게 생각할 것이 없는 하나의 방법론일 뿐이다. 영화 초반 상훈이라는 인물에 대해 잘 알지 못했을때에는 그가 내뱉는 욕설에 관객으로서 불편하고 기분이 상하기도 하지만, 점차 그를 알게 되면서 그의 욕설들은 대화 그 이상의 의미는 주지 않는다. 마치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그랜 토리노>에서 주인공과 이탈리아계 이발소 주인이 나누는 대화가 욕설로만 느껴지지는 않듯이, 상훈의 욕설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듯 하다.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은 일반적인 자존심 정도가 아니라 그렇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일종의 필요악인 것이다.

그가 가족을 이루려는 노력은 영화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배다른 누나의 아들인 형인을 아들같이 챙기면서 돈도 주고 아버지 노릇도 하려고 하는 것도 그렇고(만약 일반적인 자존심으로 똘똘뭉친 인물이었다면 이런 노력은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폭력을 되물림한 아버지에 대한 연을 끝네 끊지 못하는 심정도 그러하며, 연희와의 관계를 맺는 장면도 그러하다. 영화 속 상훈과 연희의 관계는 매우 독특하다. 일반적인 연인관계는 물론 아닐 뿐더러 단순한 남매같은 관계로 보기도 부족하다. 개인적으로 이 둘은 서로에게서 서로가 원하는 이상향을 발견한 듯 하다. 서로 모두 벗어나고만 싶은 현실에 놓인 이 둘은, 겉모습만으로 상대를 평가하지 않는 눈을 가졌으며 이 눈은 서로의 진심을 볼 수 있게 해준다. 그리하여 이 둘은 지옥같은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순간에 가장 떠오르는 존재가 되었으며 표현하지는 않지만 서로를 의지하는 관계가 된다.




영화 속에서 이 둘을 그리는 묘사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보통 치정극이나 영화에서라면 가만 두지 않았을 설정을 보기 좋게 무시해버린다는 것이다. 연희의 가정이 더 어려워지게 된 결정적 이유 중 하나인 연희 어머니의 죽음은 바로 상훈이 저지른 것이며, 상훈을 죽음으로 이르게 한 것은 다름아닌 연희의 동생 영재다. 보통 같았으면 이같은 관계설정을 영화 막판에 터뜨리면서 다시 또 하나의 갈등을 야기시켰을 테지만, <똥파리>는 이것에 집중하지 않았다. 아니 그것보다는 이렇게 얽혀버린 각자의 아픈 역사 속에서 상훈과 연희를 지켜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상처마저 남기기엔 두 주인공의 현실과 짐이 너무 크게 느껴졌을 감독의 배려랄까(이런 점 또한 이 영화가 따뜻한 영화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영화는 끝내 이런 사실을 주인공들에게 알리지 않은채 끝을 맺는다.

연희로 인해 조금씩 변화를 겪던 상훈은 아버지의 갑작스런 자살기도를 통해 자신의 숨겨왔던 진심을 드러내고야 만다. 앞선 과정들만 본다면 상훈은 자신에게 되물림된 폭력에 분노하여 어떻게든 가해자인 아버지에게 이를 쏟아내려는 듯한 측면만 노출이 되지만, 사실 그는 이 더럽게 아픈 핏줄을 인정하는 방법을 배워가는 중이었고 자신은 이 폭력의 역사를 되물림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이 와중에도 연희를 찾아간 상훈은 아무 이유를 말하지 않고 그냥 울기만 한다. 이것은 연희라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리라).

상훈이 맺는 결말은 브라이언 드 팔마의 <칼리토>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결국 용역깡패를 그만 두고 자신이 꿈꾸던 가족을 이뤄 정착하려고 드디어 마음을 먹은 상훈에게 이는 허락되지 않는다. 형인이 다니는 유치원 재롱잔치에 상훈의 누나와 연희, 그리고 용역회사의 사장이자 친구인 만식, 그리고 상훈이 초대된 것은 일종의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바로 상훈이 꿈꾸던 새로운 가족의 모습이었으며 자신의 대에서 끝내고 싶었던 폭력없는 가정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훈은 여기에 오지 못한다. 또 다른 폭력의 되물림에 희생자인 영재가 가한 폭력에 사그라들고 만다.




그런데 인상적인건 이제부터다. 상훈이 죽고나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것으로 보이는 시점에 벌어지는 장면들은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다. 만식의 고깃집 오픈을 기념하려 모인 상훈의 아버지와 연희, 상훈의 누나와 형인의 모습 어디에서도 상훈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는다. 상훈의 죽음에 슬퍼하는 가족들의 모습은 플래쉬백으로 스쳐 지나갈 뿐 고깃집에 모인 이들의 표정에서는 그 어디도 슬픔이 느껴지지 않는다. 여기서 인상깊게 볼 또 하나는 상훈의 아버지이다. 나머지 인물들은 폭력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을텐데 여기에 1세대이자 가해자라고 할 수 있는 상훈의 아버지가 놓여있다. 이는 상훈과 상훈의 아버지는 결국 공존할 수 없음을 은연 중에 말하고 있는 듯하며 감독은 상훈의 아버지를 선택, 새롭게 탄생한 가족의 행복한 모습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상훈이 스스로 자신 없는 가족을 꿈꿨다고 하기엔 (만약 그렇다면 이건 정말 슬픈 영화일듯) 믿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상훈은 분명 상훈이 아버지가 있는 자리에 본인이 있고 싶었던 것이고, 그것이 자신이 꿈꾸던 폭력의 역사가 지워진 새로운 가족이었을 것이다(상훈이 피범벅이 되어서도 조카 유치원에 가야된다고 중얼거렸던 것은 그래서 더욱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감독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또한 새롭게 태어난 가족에게는 여전히 불안요소가 있다. 영재는 이 가족에 직접적으로 속하지는 않았지만 상훈과 같은 폭력적인 전처를 그대로 밟고 있으며, 연희도 분식집 아르바이트로 생활이 갑자기 나아질리 없으며, 아버지의 언어폭력과 문제들은 여전할 것이다. 또한 상훈의 아버지 역시 완전히 죄를 뉘우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만약 그 자리에 상훈이 있었다면 좀 더 희망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관객이 바라는 장면일지도 모르겠고. 하지만 이 지겨운 폭력의 역사는 '똥파리(상훈)'가 사라지는 것으로 잠시 멈추었으며, 그가 꿈꾸었을지도 모를 새로운 가족은 행복하게 웃고 있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올해 지금까지 본 영화들 가운데 올해의 '대화장면'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위의 사진 속 장면을 꼽겠다!)


1. 영화를 보고 리뷰를 다 쓰고나서 여기저기 리뷰를 읽어보니 감독의 개인적인 인생사가 많이 녹아있는 작품이라고도 하는데, 그는 어떤 인생을 또 겪었을지 더 궁금해지네요.

2. 영화를 보고나서 고맙게도 무대인사자리도 함께 할 수 있어서 감독님과 주연배우분들도 직접 뵐 수 있어 좋았습니다!
   (똥파리 - 무대인사 사진 (2009.04.25, 아트하우스 모모)

3. 최근 본 영화들 가운데 가장 할 얘기가 많았던 영화였어요. 진짜 위 장면처럼 포장마차에서 양익준 감독님과 밤새 얘기하고 싶을 정도로!!

4. 제 취향은 역시 <워낭소리>보다는 <똥파리>인것 같습니다 ^^; (왠지 어감이 -_-;;)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영화사 진진에 있습니다.














최근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우리 영화인 <똥파리>를 드디어 오늘(토) 감상하였습니다. 며칠 전 씨네토크 자리에는 아쉽게도 참석하지 못해서 아쉬웠었는데, 오늘은 다행히도 무대인사를 함께 할 수 있어서 더욱 뜻깊은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일단 감독이자 주연을 맡은 양익준 감독님은 딱 보는 순간, 과연 영화 속 상훈과 저 사람이 같은 사람인가 할 정도로 웃는 모습이 선해보이고(?) 매력적이시더군요 ㅎ 유머를 섞어가며 거침없이 이야기하시는 모습에 영화를 막 보고난 감정이 살짝 흔들릴 정도로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그 만큼 연기가 훌륭했다는 얘기도 되겠죠;). 관객과의 대화 자리는 아니었기 때문에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작품의 의도에 대한 대강의 이야기와 배우들의 한 마디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김꽃비씨도 참으로 아름다우 시더군요 ^^; 아역 연기자인 형인 역의 희수군은 나이가 안되어서 못봤지만 다들 재밌다고 한다며 영화 많이 홍보해 달라는 귀여운 멘트를 날리기도 ^^; 감독님은 지난 번 씨네토크때 댄스도 보여주셨다고 하는데, 오늘도 살짝이지만 나름 스텝을 보여주시기도 ㅎㅎ 다들 새벽까지 인터뷰와 각종 스케쥴들로 바쁜 와중에도 즐거워 보이는 듯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영화는 참으로 인상적이더군요. 폭력과 가족. 힘있고 따듯한 영화였어요. 자세한 리뷰는 자고 일어나서 써봐야겠네요~








이 주의 개봉영화 프리뷰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글을 쓰기 위해 개봉작을 찾아보던 저는 대력 패닉에 빠질 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최근 개봉작들 가운데는 한 주에 한 작품 정도만 끌리는 영화가 있을 뿐, 아카데미 시즌이 끝난 이후로는 이렇다할 기대작들이 없어 심심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론 한가롭기도 했었는데, 이번 주는 왜 이렇게 갑자기 관심작들이 몰린 거랍니까 ㅠㅠ
이 정도라면 오랜만에 하루에 두 편씩 보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고, 평일 저녁에도 열심히 극장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Vicky Cristina Barcelona, 2008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감독 : 우디 알렌
주연 : 하비에르 바르뎀, 페넬로페 크루즈, 스칼렛 요한슨, 패트리시아 클락슨, 레베카 홀
각본 : 우디 알렌
편집 : 알리사 렙셀터
촬영 : 자비에 아귀레사로브
장르 : 드라마, 로맨스
정보 : 미국, 스페인 / 96분 / 15세 관람가

일반적으로는 한국개봉 제목을 먼저 쓰고 원제를 쓰는데, 이번 만큼은 도저히 그럴 수가 없더군요. 아니 도대체 저 해괴망측한 제목은 뭐랍니까. 혹시 '아내의 유혹'의 흥행열풍에 기대려는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당연히 '비키 바르셀로나' 혹은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로 개봉할 줄 알았던 우디 알렌의 신작은 저런 제목으로 개봉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우디 알렌의 새로운 페르소나로 자리잡고 있는 스칼렛 요한슨은 물론, 페넬로페 크루즈와 지지난해 최고의 한 해를 보냈던 하비에르 바르뎀이 함께 출연하는 영화라 가장 큰 기대를 하고 있는 작품이 바로 '비키 바르셀로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디 알렌만의 코미디와 감각을 엿볼 수 있음은 물론, 연기에 물 오른 배우들의 연기를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흐뭇할듯~.





똥파리 (Breathless, 2008)
감독 : 양익준
주연 : 양익준, 김꽃비, 이환
각본 : 양익준
편집 : 양익준, 이연정
음악 : 투명물고기
장르 : 드라마
정보 : 한국 / 130분 / 18세 관람가

<똥파리>라는 영화에 주목하게 된 것은 역시나 그 자극적인 제목 때문이었습니다. 입에 담기도 별로 유쾌하지 않은 그런 제목을 들고 나온 영화는 어떤 영화일까 보았더니, 독립영화였고 각종 해외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수상을 하면서 화제를 모으면서 일반 대중들에게도 제법 알려지게 된 영화이죠. 이미 시사회를 통해 본 지인분들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이 영화 역시 제목답게 굉장히 '쎈' 영화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냥 쎈 영화가 아니라 시작부터 끝까지 쎈 영화라는;;; 이런 에너지를 끝까지 이어가는 자체가 대단하다는 얘길 들었는데, 쎈 영화에 큰 부담감이 없는 저로서는 두손들어 기대되는 영화군요. 포스터나 문구들만 봐서는 마치 초기의 김기덕 영화 분위기가 날듯도 해요.






노잉 (Knowing, 2009)
감독 : 알렉스 프로야스
주연 : 니콜라스 케이지, 로즈 번, 라라 로빈슨, 챈들러 캔터버리
각본 : 라인 더글라스 피어슨, 스틸즈 화이트
편집 : 리차드 리어로이드
촬영 : 시몬 더건
장르 : SF, 액션, 미스테리, 스릴러
정보 :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 121분 / 12세 관람가

케서방의 주연작으로 더욱 유명한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의 <노잉>도 이번 주에 개봉합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나 <광란의 사랑> 등의 영화 이후에 니콜라스 케이지의 영화를 여럿 보았지만 크게 인상을 받았던 작품은 없었는데, 이번 작품은 그보다는 연출을 맡은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 때문에 더 기대가 되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네요. <다크 시티>와 <아이, 로봇>을 연출했던 프로야스가 다시 한번 들려주는 SF 미스테리라서 기대가 되네요. 이미 보신 분들의 평을 살짝 들어보니 개인취향에 따라 괜찮다와 허무하다 정도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대중들이 허무하다고 한 작품들을 거의 다 재미있게 본 입장에서 다시 한번 기대가!!






13구역 : 얼티메이텀
(Banlieue 13 - Ultimatum, 2009)
감독 : 파트릭 알렉산드렝
주연 : 시릴 라파엘리, 데이비드 벨, 에로디 영
각본 : 뤽 베송
제작 : 뤽 베송
장르 : 액션
정보 : 프랑스 / 100분 / 15세 관람가

예전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시원하게 달려만 주시는 <13구역>이라는 영화를 보았던 기억이 나는데, 그 영화의 일종의 속편겪인 <13구역 : 얼티메이텀>이라는 영화가 눈길을 끄는군요. 이런 영화를 기대하거나 볼 때는 잡념이 없어져서 좋더군요. 그저 시원하게 영화 속 몸의 미학과 움직임을 즐기기만 하면 되니까요. 그리고 CG로 도배된 액션들을 보다가 이렇게 몸으로 하는 생짜 액션을 보게 되면 무언가 '정화'되는 느낌마저 드는것 같구요. 여튼 영화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아무생각 없이 깔끔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일듯 합니다.









엽문 (葉問: The Legend Of Ip Man, 2009)
감독 : 엽위신
주연 : 견자단, 임달화, 웅대림,
음악 : 카와이 켄지
편집 : 장가휘
촬영 : 가성패
장르 : 액션, 드라마
정보 : 홍콩 / 106분 / 12세 관람가

무협영화 팬들 사이에선 최고로 치지만 일반 대중들에게는 그 이름조차 잘 기억하지 못하는 배우가 한 명있는데 바로 견자단이 그 주인공입니다. 견자단은 성룡이나 이연걸 등에 비해 대중적으로는 크게 알려지고 어필하지 못했었는데, 가끔 '실력'을 논하는 글들에서는 반드시 거론되곤 하는 고수 중의 고수라 할 수 있죠. 엽위신 감독의 최신작으로서 견자단 외에 임달화도 출연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약간은 안타까운 마음이 있어서 견자단에게도 언제 한번 좋은 시나리오와 캐릭터로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물론 지금까지 전혀 없었다는 것은 아니지만요). <엽문>은 포스터나 분위기만 봐서는 이연걸 주연의 <무인 곽원갑>을 떠올리게 하는데, 어떤 차별점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나의 판타스틱 데뷔작 (Son Of Rambow, 2007)
감독 : 가스 제닝스
주연 : 빌 밀너, 윌 폴터, 쥴 시트너
각본 : 가스 제닝스
음악 : 조비 탈봇
촬영 : 제스 홀
장르 : 드라마, 가족
정보 : 프랑스, 영국, 독일 / 95분 / 12세 관람가

<나의 판타스틱 데뷔작>을 관심리스트에 올리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누가 뭐래도 감독인 가스 제닝스 때문이겠지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연출했던 가스 제닝스의 신작이라는 것만으로도 호기심을 갖게 했는데, 비디오 키드였던 그 자신의 자전적인 얘기를 담은 영화라니 더더욱 관심이 가는 작품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영어 원제는 'Son of Rambow', 즉 '람보의 아들'인데, 시놉시스를 읽어보니 영화 속 꼬마 주인공이 영화 <람보>를 보고는 깊은 인상을 받아 직접 영화를 제작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기 때문인듯 합니다. 가스 제닝스는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유쾌한 가족영화가 그리웠는데 <나의 판타스틱 데뷔작>이 그 빈자리를 채워줄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더블 스파이 (Duplicity, 2009)
감독 : 토니 길로이
주연 : 클라이브 오웬, 줄리아 로버츠, 톰 윌킨슨, 폴 지아마티
각본 : 토니 길로이
편집 : 토니 길로이
음악 : 제임스 뉴튼 하워드
촬영 : 로버트 엘스윗
장르 : 범죄/스릴러, 로맨스
정보 : 미국 / 125분 / 12세 관람가

<마이클 클레이튼>을 연출하고 본 시리즈의 각본을 담당했던 토니 길로이 감독의 신작 <더블 스파이>도 개봉합니다. 사실 이 작품은 얼핏 포스터만 보고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감독도 감독이거니와 클라이브 오웬과 줄리아 로버츠는 물론, 톰 윌킨슨과 폴 지아마티까지 출연하는 출연진에 혹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일단 시놉시스를 보니 이야기 자체의 신선함을 별로 일듯 하네요. 또 요원들이 펼치는 서로 속이고 훔치는 이야기 같은데,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런 요원들 이야기를 쓰는데 탁월한 재주가 있는 토니 길로이라면 어떻게 요리했을지 사뭇 기대가 됩니다. 개인적으로 클라이브 오웬을 좋아하기도하구요 ㅎ






이렇게 하고도 정리 못한 영화가 남았습니다 ㅠㅠ 정리하려고 포스터 이미지까지 찾았다가 못한 여명, 장쯔이 주연의 <매란방>도 있고, 틸다 스윈튼이 출연하는 <줄리아>라는 작품도 있으며 <제독의 연인>이라는 작품도 있습니다.

이번 주는 정말 열심히, 아주 열심히 영화 감상에 매진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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