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ME . All rights reserved


앞으로도 없을 영원 불멸의 존재 데이빗 보위 (David Bowie)를 보내며


데이빗 보위가 현지 시간으로 1월 10일, 18개월 간의 암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최근 그의 28번째 정규 앨범인 'Blackstar'를 발매했다는 소식을 듣고 뮤직비디오도 보았었던터라 그의 죽음은 갑작스럽기만 했다. 아..영원히 살 것만 같던 그가 죽음을 맞이 하다니. 아마도 믿겨지지 않는 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일터.


많은 뮤지션과 배우들이 자신 만의 독특한 이미지를 갖고 팬들에게 깊게 각인되기는 하지만, 단언컨데 데이빗 보위는 그 가운데서도 유일무이한 대체할 이가 없는 유니크한 존재였다. 그는 무엇보다 록스타라는 이미지가 가장 어울렸던 뮤지션인 동시에 '데이빗 보위'라는 이름이 마치 한 사람의 이름이라고 느껴지기 보다는 어떤 '존재'의 이름 혹은 의미로 기억되는 이였다.





그리고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듣고나니 더 선명해진 것은, 그는 단 한 번도 인간으로서의 젊음을, 뮤지션으로서의 품위를, 신비함을 잃어버린 적이 없다는 점이었다. 그는 69세의 나이에 암으로 죽음을 맞게 되었지만 그의 죽음은 마치 짐 모리슨이나 존 레논, 지미 헨드릭스처럼 젊은 시절 요절한 록스타를 떠올리게 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바로 몇 달 전에도 새 정규 앨범을 냈을 정도로 꾸준하게 활동을 해왔는데도 말이다. 단순히 나이가 느껴지지 않는 외모 때문이 아니라 데이빗 보위라는 존재에게는 보통 사람들의 시간이나 중력이 적용되지 않는 것만 같았다. 그냥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데이빗 보위를 떠올릴 때 단 한 번도 '이제 늙었구나'라거나 '언젠간 세상을 떠나겠지..'라는 생각조차 해보질 않았던 것처럼, 그는 정말 특별한 존재였다.



ⓒ WarnerBros. All rights reserved


그래서인가. 한참 음악을 많이 듣기 시작하던 20대 초반에도 그는 특별한 존재였다. 분명 더 많은 곡들을 좋아한 건 마이클 잭슨이나 존 레논이었지만, 데이빗 보위는 그들 과도 다른 매력이 있었다. 우연히 듣게 된 'ziggy stardust' 앨범으로 시작 된 그에 대한 관심은 글램록 시대를 거쳐, 비교적 근래에 발매한 앨범들에 이르기까지 한 장 한 장 골라 들을 때 마다 전혀 다른 음악들로 더 빠져들게 했고, 어린 시절 인상 깊게 보았던 영화 '라비린스'는 물론 역시 비교적 최근작이었던 크리스토퍼 놀란의 '프레스티지'에서 연기했던 테슬라 역할까지. 그는 매번 다른 이미지와 느낌의 역할과 음악을 선보였지만, 놀랍게도 그 모든 앨범과 영화에는 공통적으로 신비스럽고 미스테리한 그 만의 매력이 가득 했었다. 단순히 그가 화성과 우주를 노래해서 만이 아니라, 그는 정말로 외계에서 온 존재 같았다. 그러한 컨셉을 연기한 아티스트가 아니라 정말 그런 존재인 것 같았다.


그는 내개 항상 호기심의 대상이자 막연히 닮고 싶었던 존재 그리고 언젠가 더 깊게 완전히 알아내고자 했던 존재였다. 그런 그가 이렇게 홀연히 자신의 별로 돌아가 버렸다.


지구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음악과 연기를 남기고 돌아가버린. 우주적인 존재 데이빗 보위를 기리며.

Rest In Peace. David Bowie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각 저작권자 에 있습니다.





어린 시절 보았던 판타지 영화는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뒤에도 뇌리에서 쉽게 잊혀 지지 않곤 한다. 필자를 비롯한 많은 이들의 뇌리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판타지 명작 중에 하나가 아마도 이 작품 <라비린스>가 아닐까 싶다. 어린 시절 비디오로 (아마도 당시에 많은 작품을 출시하던 ‘CIC 비디오’가 아니었었나 싶다)보았던 <라비린스>는 당시로서는 상당히 충격적인 영상과 내용이었으며, <네버 엔딩 스토리>가 그러하듯이 특히 어린이들이 빠져들 만한 요소가 가득한 판타지 영화의 보석 같은 작품이었다.



스필버그가 주름 잡던 어린 시절 SF영화들 사이에서, 짐 헨슨이 만든 <라비린스>는 공상과학 보다는 판타지라 불러야할 영화였으며, 주류라기보다는 비주류 적인 요소가 있는 작품이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어른이 되어서도 더 애틋하게 찾게 되는 작품이 된 것 같다. 조지 루카스가 제작, 기획에 참여하였고 록 스타 데이빗 보위가 주연과 음악을 맡았으며, 어린 시절 뭇 남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제니퍼 코넬리가 주인공 ‘사라’ 역할을 맡아 청순하고도 아름다운 모습을 선사한다. 이 밖에도 스타워즈 시리즈의 ‘요다’ 역할로 유명한 프랭크 오즈가 참여하여 완성도를 더하였다. 국내에서는 극장 개봉은 없었으며 비디오로만 출시되었으며, TV에도 방영된 적이 있었는데 ‘사라의 미로여행’이라는 우리말 제목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



<라비린스>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환상적인 캐릭터들, 배경 디자인들과 데이빗 보위의 매력적인 보이스가 돋보이는 'Magic Dance'등의 수록곡들일 것이다. 최근 DVD로 다시 감상한 영화 속 다양한 캐릭터들은, 매해 기술적인 한계에 도전하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이루어진 블록버스터 영화들에 익숙해진 탓에 척 봐도 엉성한 티가 쉽게 느껴지지만, 1986년이라는 제작년도를 감안한다면 충분히 동의할 수 있을만한 정도이며, CG가 사용된 영상처럼 매끄러움과 자연스러움은 부족하지만, 직접 스텝들이 인형을 손으로 조작하는 아날로그 적인 방식은, 그 방식에 있어서는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선보이고 있고 부자연스럽게 느껴지기 보다는 오히려 정겹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쁜 인형들이기보다는 괴상하고 독특하고 저마다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었기에 더더욱 눈 하나하나 깜빡이는 것, 말하는 한 마디 한 마디에 빠져들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미 <머펫>시리즈와 <개구리 커밋>시리즈로 인형극에는 탁월한 재능을 선보였던 감독 짐 헨슨은 <라비린스>에서 본격적으로 캐릭터들을 다양화 시켰으며, 판타지 영화에 걸 맞는 그야말로 상상력 속에서만 존재하던 캐릭터들을 스크린 속에 살려냈다.



<라비린스>는 본격적이지는 않지만, 종종 뮤지컬로 불릴 만큼 음악적인 요소도 중요한 작품이다. 데이빗 보위가 트레버 존스와 함께 직접 담당한 영화 음악은, 영화의 줄거리는 기억이 얼핏 해도 주요 수록곡의 멜로디는 흥얼거릴 수 있을 만큼 강한 인상을 남긴다. 'Chilly Down' 'As the World Falls Down'등의 곡과 특히 영화의 초중반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고블린의 왕 캐릭터를 이해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는 곡 'Magic Dance' 시퀀스는 이 영화의 백미다. 이제와 DVD로 감상하니 데이빗 보위의 곡이 여전히 흥겨운 것은 물론, 이 씬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형 캐릭터들이 하나 같이 모두 다 움직임을 갖고 춤추고 있다는 점에서 또 한 번 새삼 놀라게 되었다. 이것 외에 이번에 다시 영화를 보다가 몇몇 감탄한 장면 혹은 설정들이 있었는데, 똑같은 문이 매번 열 때마다 다른 장소로 연결되는 설정이나 미로에 구석구석에서 만날 수 있었던 캐릭터와 퀘스트, 그리고 마지막 고블린의 성에서 펼쳐지는 공간이 뒤섞인 계단들의 설정은 이후 SF영화나 애니메이션 등에서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만나볼 수 있었던 장면들이었다.



DVD로 출시된 <라비린스>의 화질과 음질은 사실상 크게 논할 거리가 아니다. 화질은 최근 출시되는 영화들에 비하면 노이즈 끼가 선명하고 외곽선의 표현 또한 선명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 정도 화질이면 DVD로 소장하는데 큰 아쉬움은 없을 것 같다. 국내 DVD로 출시되기 이전에 영화의 팬들이 해외 사이트에서 코드 1번 타이틀을 주문해 소장하거나, 비디오테이프조차 구하기 힘들었던 것을 생각한다면, 이 정도 화질에 타박을 주는 것은 행복한 비명에 불과할 것이다. 사운드는 돌비디지털 5.1채널을 지원하는데 이 역시 채널 분리도가 활발하거나 영화 속 노래와 스코어를 웅장하게 전달한다거나 하는 데에는 부족하지만, 감상에는 전혀 불편함을 느낄 수 없었다. 서플먼트로는 포토갤러리와 필모그라피, 스토리보드, 예고편, 메이킹 다큐멘터리 등을 제공하는데, 특히 57분 분량의 메이킹 다큐멘터리 'Inside the Labyrinth'는 팬들이라면 놓쳐서는 안 될 몇 안 되는 영화 관련 영상이 될 것 같다. 고인이 된 감독 짐 헨슨의 인터뷰는 물론 데이빗 보위의 인터뷰 영상은 소장가치 있는 영상이며, 영화 속 캐릭터들이 어떻게 탄생하고 숨 쉬게 되었는지의 해답이 될 장면들 또한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어린 시절 추억의 한 곳에 자리하고 있던 영화를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된다는 것은 어쩌면 또 다른 의미의 판타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 <라비린스>는 내 인생에 첫 번째 판타지였음은 물론, 가장 최근의 판타지를 선사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2006.05.04
글 / 아쉬타카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