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 (Noah, 2014)

새로운 시작을 위한 어떤 죽음



대런 아로노프스키가 구약 성서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에 관한 이야기를 영화화 한다고 했을 때, 그럴 것이다 라고 생각된 바가 명확히 있었다. 달리 말해 아로노프스키가 노아의 방주라는 소재를 가지고 '2012'같은 재난 블록버스터나 종교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를 만들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건 아마 그의 전작들을 보았던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정도로 대런 아로노프스키는 전작들을 통해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인간의 육체에 관한 퇴화 혹은 불안정함, 불안함으로 인한 그 육체를 소유한 이들의 정신 착란에 가까운 고통과 혼란을 주목해 왔었다. 그런 시도는 예전부터 그랬고, 최근 작품인 '더 레슬러'와 '블랙 스완'에서는 더 노골적으로 표현되었었다. 신작 '노아' 역시 이와 다르지 않았다. '노아'는 자신의 뿌리와 주어진 사명 그리고 원칙을 지키기 힘든 상황에 놓여버린 주인공 노아의 지독한 심리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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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거대한 노아의 방주와 대홍수의 재난 블록버스터를 기대한 이들에게는 낯선 영화일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또한 구약 성서의 이야기를 그대로 따른 종교적인 영화를 기대한 이들도 마찬가지. 또한 이 영화의 구성은 마치 슈퍼 히어로의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슈퍼 히어로가 되기 까지 한참이 걸리는 것처럼, 방주가 완성되고 재난이 오기까지는 한참의 시간이 걸린다. 또한 여기까지는 구약 성서에 나온 내용과 큰 줄기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디테일로 따지고 들자면 다른 측면이 많지만 영화가 전달하려는 주제의 측면에서 보자면, 방주에 타기 전까지는 크게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가 없다는 얘기다).


영화는 처음부터 주인공의 출신에 대해 명확한 선을 긋는다. 즉, 카인의 후예들은 카인이 아벨을 죽인 것에 대한 죄로서 노동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벌이 내려졌고, 아담의 셋째 아들이었던 셋은 태초의 주의 뜻에 따라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자 했고 그의 후예인 노아와 그의 가족 역시 이 뜻을 받들어 살고 있는 것으로 그려진다. 카인의 자손인 두발가인은 무기를 만들고 자연을 파괴하려는 (생존을 위해) 이로 , 셋의 후예인 노아는 꽃을 꺽는 아들을 나무라는 대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연과 공생하려는, 즉 명확한 선과 악으로 묘사되는 것은 일반적인 영화와는 조금 다른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일반적으로 명확한 선과 악을 구분하는 경우 이 둘 간의 대립을 그리기 위함이지만, 아로노프스키의 의도는 오히려 선으로 묘사된 노아가 그렇기 때문에 겪게 되는 갈등과 트라우마를 묘사하기 위한 사전 구성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반대의 의미로 두발가인 역시 명확한 악당으로 보기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 그리고 이 점은 노아가 스스로 원칙에 얽매이고 갈등을 겪게 되면서 더욱 도드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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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노아는 일종의 선택 받은 자다. 하지만 노아가 받은 선택은 은혜라기 보다는 오히려 고통이자 어쩔 수 없는 운명으로까지 느껴진다. 신의 뜻을 거역한 인간들을 벌하기 위한 재난에서 무고한 동물들을 지켜야 하는 임무를 부여 받은 노아에게는 처음부터 선택권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겠다. 이는 그의 신념 때문 만이라고 보기 보다는 그의 뿌리, 셋의 후예라는 이유 또한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셋의 후예로서도 자신의 신념과도 일치했던 이 임무 수행이 나중에 가서는 신념은 물론, 자신이 세운(부여 받은) 원칙과도 상충되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영화는 급격하게 아로노프스키의 비전대로 나아간다.


남여 혹은 수컷과 암컷 한 쌍으로만 가능한 방주를 두고 노아는 자신의 자식 가운데 짝이 없는 함의 짝을 찾기 위해 (그리고 자식을 낳지 못하는 일라와 짝을 이루고 있는 셈의 짝 역시)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을 방문하는데 여기서 순간 자신 역시 스스로 이 재난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기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는 자책을 깨닫게 된다. 단순히 내 가족의 생존에 관한 이기적인 생각이라는 점에서 더 발전하여, 결국 이 재난을 주신 이유가 인간을 벌하기 위함이라는 원칙으로 돌아가 본인을 포함한 자신의 가족 모두도 구원 받으면 안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이 결정으로 인해 노아는 가족들과 극심한 갈등을 겪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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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므두셀라의 은혜로 인해 아이를 낳을 수 있게 된 일라가 임신하자 이 아이들이 종족번식을 할 수 있는 딸일 경우 바로 죽이겠다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다. 결국 이는 노아와 가족들을 멀어지게 하는 계기가 되고, 이 과정 속에서 묘사되는 노아의 모습은 앞서 등장한, 악으로 묘사되는 두발가인 보다도 더 공포스러운 악의 존재처럼 묘사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로노프스키가 이 과정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부분은 한 선한 사람이 악한으로 변해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보단 '블랙 스완'의 니나 처럼 강박에 사로 잡혀 육체에 대한 제어 능력을 상실해 버린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심리적으로 고통을 받는 노아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굳이 후반부의 직접적인 안스러운 모습이 등장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측은하고 동정이 가는 모습이었다. 그가 방주를 만들고 이 재난을 겪게 되는 과정을 시작부터 보면, 그 스스로 결정한 것은 거의 아무것도 없었으며 후에 가서는 정말 도구로 사용되는 것 만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스스로에 대한 제어 기능, 혹은 자존감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영화는 이렇게 나뉜다. 임무를 부여 받고 원칙대로 행하던 자신감 넘치는 노아와 스스로가 그 원칙의 아이러니 혹은 모순에 혼란을 겪으며 정신착란에 가까운 심리적 고통을 겪는 노아,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임무가 완료된 뒤 본인의 육체엔 아무 것도 남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는 무기력한 노아, 이렇게 각기 다른 세 가지 상태의 노아로 나뉜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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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맨 마지막 부분은 이 영화가 지금까지 달려왔던 방향과는 조금 맞지 않는 것처럼 느껴져 조금은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그냥 철저하게 이 임무를 위해 도구로 활용되고 한 개인으로서는 버려지다시피 피폐해진 노아의 모습으로 쓸쓸히 마무리 되었다면 오히려 아로노프스키의 생각은 더 깊이 전달되지 않았을까 싶기 때문이다. 거대한 새로운 시작을 위해 철저히 희생되어야만 했던 한 죽음에 대한 이야기로 말이다.


그래도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노아'는 구약 성서의 너무도 유명한 텍스트를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한 파트를 극대화시켜 풀어낸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두고 신성모독이라고 이야기하는 분들은 바로 본인들이 믿고 있는 그 분이 어떤 분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그 분이 이 영화를 자신을 모독하는 이야기라고, 그렇게 속 좁게 생각하실지 말이다.



1. 전혀 기대치 않았던 의외의 판타지적 요소도 제법 자연스러웠어요.

2. 대홍수(?)라는 재난에 등장하는 인물 중 하나가 포세이돈의 아들인 데미갓 퍼시잭슨을 연기했던 로건 레만이라는 점도 ㅎ

3. 개인적으론 의외로(?) 노아의 극 중 고뇌가 상당 부분 공감이 되었어요. 이런 운명에 놓여버렸다면 아마 저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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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오브 스틸 (Man of Steel, 2013)

클락 켄트는 없고 칼엘만이 남은 슈퍼맨



브라이언 싱어의 2006년 작 '슈퍼맨 리턴즈 (Superman Returns, 2006)'가 있었지만, 이를 뒤엎고 다시 리부트를 시도한 새로운 잭 스나이더의 슈퍼맨 '맨 오브 스틸'을 보았다. 잭 스나이더의 연출 력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강하지만, 어찌 되었든 DC코믹스의 또 다른 히어로인 배트맨과 더불어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히어로 중 하나 인 슈퍼맨이라는 캐릭터와 든든한 이야기를 잭 스나이더의 화려함과 액션 연출이 더해진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몹시 궁금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즉, 잭 스나이더의 '슈퍼맨'에게 기대되고 예상되는 바는 분명 있었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제작은 물론, 데이빗 S.고이어와 함께 스토리에도 참여하고 있기는 하지만 '맨 오브 스틸'은 분명 잭 스나이더의 영화라는 점부터 분명히 해야겠다. 그렇게 기대 반 설렘 반으로 보게 된 새로운 슈퍼맨 영화는, 기대에서 많이 벗어나는 의아함과 기대했던 것 이상의 만족스러움이 교차하는 영화였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기대했던 것과는 달라 아쉬운 점이 많지만, 한 번쯤은 이런 슈퍼맨을 보고 싶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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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잭 스나이더의 슈퍼맨을 보면서 가장 놀랐던 것은 그 빠른 전개였다. 더군다나 이 작품이 새로운 슈퍼맨 시리즈를 시작하는 리부트의 첫 작품임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빠른 전개였다. 그 속도는 놀라움을 넘어서 솔직히 당황스럽기도 했는데, 이건 슈퍼맨이라는 콘텐츠를 어떻게 받아 들이냐 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일 듯 하다. 개인적으로 '슈퍼맨'이라는 캐릭터와 콘텐츠는 영화로서는 배트맨 보다 더 깊은 이해 도가 있는 작품이었고 (배트맨은 대신 그래픽 노블을 통한 정보가 많았고), 무엇보다 클락의 청년 시기를 다룬 '스몰빌'이라는 TV시리즈를 남들이 '도대체 클락은 언제 나느냐'며 하나 둘 씩 떠날 때에도 꿋꿋이 10년을 기다리며 그 대단원의 피날레를 맞이했던 팬으로서 특별한 애정이 있는 작품이기에 '맨 오브 스틸'은 스토리와 영화가 갖고 있는 철학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었다. 


물론 '스몰빌'처럼 10년 동안 날지 못한 것은 문제가 있지만 (그 사이 본인의 의지가 아닌 경우 난 적이 있긴 했지만) 클락이 슈퍼맨이 되는 과정에서의 오랜 시간은 이 텍스트에 중요한 테마이기 때문에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슈퍼맨이 갖는 갈등은 클락 켄트와 칼엘 이라는 두 존재 사이 에서의 갈등, 즉 외계인으로서 지구인을 구해야만 하는 구세주로서 칼엘의 운명과 그저 스몰빌에서 좋아하는 가족과 함께 평범하게 살고 싶은 클락 켄트로서의 삶 사이에서 오는 괴리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것이 바로 슈퍼맨의 능력을 각성하고 사용하는 과정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클락이 어떻게 크립톤인으로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그 신과 같은 능력을 사용하게 되는 지는 오랜 갈등과 고민 끝의 결정이기에 소중히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는 점인데, '맨 오브 스틸'에는 이런 면에서 보기에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빠르게 슈퍼맨이 된다. 따지고 보자면 '맨 오브 스틸'은 그 제목처럼 클락 켄트는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칼엘 혹은 슈퍼맨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초반 크립톤 행성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상당히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 것도 이 맥락에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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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아가 이 작품의 아이러니는 바로 그 운명론에 있는데, 극 중 칼엘은 크립톤에서도 유일하게 자연 임신을 통해 태어난 아이이며, 그렇기 때문에 다른 모든 크립톤인들이 태어날 때 부터 그 직업과 역할에 맞춰 운명이 정해져 있는 것과는 달리 스스로 운명을 개척할 수 있는 자유 의지를 갖고 태어난 것으로 묘사한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슈퍼맨이라는 텍스트의 딜레마는 바로 이 운명론에 있다. 그렇다고 '맨 오브 스틸'의 슈퍼맨이 이 운명론과는 무관하게 성립된 캐릭터로 그려지지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맨 오브 스틸'의 스토리는 바로 여기서 부터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이미 운명이 정해진 채로 태어나는 모든 크립톤 인들 과는 달리 유일하게 그 운명에서 자유로운 존재로 태어난 칼엘이, 전혀 자유롭지 못한 또 다른 정해진 운명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그냥 벌어진 상황이 그러한 것이 아니라 이런 의미로 칼엘을 태어나게 하고 지구로 보낸 조엘 스스로가, 칼엘에게 끊임없이 운명론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바로 아이러니다. 이 부분은 달리 돌려 이해해볼 수도 있겠지만, 영화가 다른 슈퍼맨 영화와는 달리 크립톤의 이 배경을 강조했기에 더욱 이후의 운명론과는 어울리지 않는 지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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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개인적으로 이번 '맨 오브 스틸'이 가장 아쉬웠던 점은 바로 조나단 켄트와 마사 켄트로 대표되는 가족에 대한 부분이었다. 이 부분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맨 오브 스틸'에는 사실상 없는 클락 켄트이기에 더불어 비중이 축소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케빈 코스트너와 다이안 레인의 연기와 캐릭터는 모두 좋지만 그 비중이 이 캐릭터와 스토리의 정수를 담아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비중이 아니었나 싶다. 사실 '스몰빌'에서 조나단 켄트와 마사 켄트는 클락에게 칼엘로서의 운명도 물론 지지하기는 하지만, 그 보다는 '너는 그냥 우리 아들 클락이야'라고 말하는 쪽에 가까운데, 이번 작품에서 조나단이 '너는 외계인이고 너를 낳아준 친 부모가 어딘가 있을 거야' 라는 말을 단번에 꺼낼 땐 솔직히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물론 '스몰빌'의 조나단도 이런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거의 영화 초반에 이렇다 할 설명이 다 오가기도 전에 어린 클락과 이런 대화를 나누는 조나단의 모습을 보니, '맨 오브 스틸'이 얼마나 클락 켄트의 비중을 적게 두고 있는지 예상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맨 오브 스틸'에도 슈퍼맨의 텍스트가 기본적으로 갖고 있어야 할 클락 켄트로서의 요소가 없는 것은 절대 아니다. 방금 아쉬운 점으로 지적한 조나단 켄트와 마사 켄트와의 따듯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장면들도 있고, 그 몇몇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부분을 조드와의 박진감 넘치는 액션 만큼이나 (어쩌면 더) 중요하게 여기는 이로서는 이 부분이 단기 속성으로 전개되는 것이 아쉬울 수 밖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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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럼에도 잭 스나이더의 '맨 오브 스틸'은 또 다른 의미가 있는 슈퍼맨 영화임은 분명하다. 방금까지 얘기한 아쉬운 점은 다른 취향을 갖은 관객들에게는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슈퍼맨이라는 이야기에 그다지 깊고 특별한 애정보다는 극장 판 영화로서 2시간 정도의 러닝 타임 만으로 충분한 이해와 재미를 느끼고자 하는 대부분의 관객에게, '맨 오브 스틸'의 전개 과정은 슈퍼 히어로가 주인공인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로서 딱 어울리는 정보 량과 속도였으며, 긴 시간을 들여 일반인이 슈퍼 히어로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묘사하는 것보다는 (물론 슈퍼맨의 경우는 태생부터가 다르지만) 바로 날기도 하고 슈퍼맨으로서의 등장도 빠른 것이 오히려 기다렸던 전개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이것은 결코 이러한 취향을 비꼬는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그 짜임새에는 100% 동의하기 어렵지만 어쨌든 슈퍼맨이라는 캐릭터의 리부트에 걸맞게 처음부터 그 과정을 절반 이상 소개하고, 본격적인 액션은 그 다음으로 미뤘었던 브라이언 싱어의 '슈퍼맨 리턴즈'가 당시 관객들과 스튜디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상황까지 더해진 마당이라면 (브라이언 싱어의 리부트를 다시 뒤엎는 데에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의 대성공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이런 액션 히어로로서의 면면이 강조된 슈퍼맨의 탄생이 이해가 되는 부분이라는 얘기다. 솔직히 슈퍼맨이라는 엄청난 능력을 갖고 있는 히어로에 비하면 그 동안 슈퍼맨 영화에서 보여준 액션은 그 크기가 무언가를 들어 올리거나 막아 내는데에 집중된 편이긴 했다. 그런 측면에서 한 번 쯤은 '맨 오브 스틸'과 갖은 액션 영웅 슈퍼맨을 보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맨 오브 스틸'은 그런 액션 영웅 슈퍼맨을 가장 잘 묘사한 액션 시퀀스를 갖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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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오브 스틸'의 액션 시퀀스는 정말 현란하다. 현란하고 화려한데 그저 화려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 말도 좀 아이러니지만 슈퍼맨이 등장한 영화의 액션 장면 가운데 가장 현실 감 넘치는 액션이었는데, 슈퍼맨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갈 때의 묘사나 조드 장군 일당과 전투를 벌이는 장면을 보면, 만약 실제로 저 정도의 능력을 갖고 있는 이가 전투를 벌인다면 아마도 저런 형태가 되지 않을까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액션 묘사가 많았다. 특히 슈퍼맨처럼 빠른 속도로 비행하는 캐릭터를 담은 영상의 경우, 너무 그 속도 감을 담으려 한 나머지 현실감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맨 오브 스틸'의 비행 장면은 카메라 웍이 살짝 동원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가장 설득력 있는 비행 시퀀스가 아니었나 싶다. 결론적으로 벽이 부서지고 건물이 셀 수 없이 부서지고 관통 되고 하는 액션들이 오버스럽기 보다는, 저런 능력자들이 전투를 벌인다면 저 정도가 맞겠다 싶은 연출로서, 잭 스나이더의 연출 스타일과 잘 맞아 떨어진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갈등 하는 영웅이 아닌 분노하고 싸우는 액션 영웅으로서 관객들이 슈퍼맨에게 기대하는 바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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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내 클락 켄트를 사실상 피해왔던 '맨 오브 스틸'은 속편에서는 본격적으로 클락 켄트의 이야기를 꺼낼 듯한 제스처를 한다. 기존에 시리즈와는 로이스 레인과의 관계도 전혀 다르고, 성장 과정에 대한 묘사의 비중도 전혀 달랐으며, 지구인들이 그를 받아들이는 과정도 달랐는데, 과연 속편은 어떤 이야기와 속도로 전개될지 사뭇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또 반응에 따라 뒤엎지 말고 잭 스나이더에게 좀 더 맡겨보는 것이 좋겠다. 



1. 집에와서 부족한 점이 무언가를 떠올려봤는데 역시 존 윌리엄스의 테마곡의 부제더군요. 그 곡을 다시 들어보니 단 번에 알겠더군요. 더불어 '맨 오브 스틸'엔 슈퍼맨이 우아하게 하늘을 유영하는 장면도 없는데, 그 장면을 못본게 아쉽더군요.


2. 아마도 지미 올슨이 나오지 않은 거의 유일한 슈퍼맨 영화가 아닐까 싶네요. 어린 시절 장면이 잠시 나올 때 라나가 아주 잠깐 등장하는데 '스몰빌' 팬으로서 어찌나 반갑던지 ㅎㅎ 그리고 후반부에 깨알 같은 루터-콥 로고들도 재미있었어요.


3. '스몰빌'에 출연했던 배우가 '맨 오브 스틸'에도 출연하고 있는데, '스몰빌'에서 닥터 에밀 역할을 맡았던 알레한드로 줄리아니가 초반 등장하더군요. 참고로 전 톰 웰링의 팬이기도 해서 그가 연기하는 극장판 슈퍼맨을 보고 싶기도 했는데, 이제는 너무 늦어버리긴 했죠;; 아쉽네요. '스몰빌'이 너무 길었어요 ㅠㅠ


4. '매트릭스 레볼루션'을 볼 때도 '드래곤볼'의 실사화를 기대해보기도 했었지만, '맨 오브 스틸'을 보니 잭 스나이더가 '드래곤볼'을 한 번 찍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들더군요. 적어도 액션 장면 만큼은 이질감 없이 황홀하게 만들어 낼 것 같아요.


5. 역시나 새 시대의 슈퍼맨도 안경만 쓰면 못알아보는 건 계속되려나 보네요 ㅎ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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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 : 블루레이 리뷰
무대의 감동을 그대로, 영화 '레 미제라블'


지난 해 말 개봉한 뮤지컬 영화 '레 미제라블'의 국내 흥행은 정말 의외였다. 의외였다는 건 작품이 별로 라서가 아니라 이 영화가 '뮤지컬'이라는 장르이기 때문이었는데, 국내 관객에게 뮤지컬이라는 장르는 아직 까지도 자연스럽기보다는 어색한 장르, 그러니까 대사 대신 노래로 이루어진 부분을 갑자기 노래하는 것으로 받아 들여져 일반 극 영화보다 접근 성이나 흥행 성적이 좋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레 미제라블'은 일반적인 뮤지컬 영화처럼 대사와 노래가 명확히 구분되어 있는 작품이 아니라, 모든 대사가 노래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는 송-스루 (Song-Through) 방식이라는 점에서 더 다른 장르의 영화와는 크게 다른 작품이기에, 500만이 넘는 관객 수는 의외이자 놀라운 결과였다.




당시 '레 미제라블'의 이런 흥행 성적을 두고 여러 가지 해석들이 넘쳐 났는데, 그 가운데는 대부분 영화 외 적인 논의들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당시 대선과 맞물려 정치적인 해석이 많았는데 이에 어느 정도 공감을 하는 편이지만 (실제로 내가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본 날이 대선 투표 일이었으며, '내일은 온다!'라는 영화의 마지막을 뒤로 하고 극장을 나오자 6시가 막 지난 시간이라 투표 결과를 받아 들게 되기도 했었다), 뮤지컬 영화의 오랜 팬으로서 이 글에서는 '레 미제라블'이 갖고 있는 영화적 매력과 블루레이 타이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톰 후퍼의 영화 '레 미제라블'은 빅토르 위고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동시에 카메론 매킨토시의 웨스트 앤드 뮤지컬 공연에 더 큰 배경을 두고 있다. 사실 이 영화를 극장에서 처음 보았을 때는 소설을 영화 화 한 것이 아니라 무대 뮤지컬을 영화화 한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얘기했었는데, 블루레이를 통해 작품을 다시 보고 부가 영상들을 보고 나니 카메론 매킨토시의 작품 못지 않게 빅토르 위고의 원작에 빚을 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카메론 매킨토시는 더 이상 설명이 불필요할 정도로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있어 독보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유명 뮤지컬 들은 대부분 그의 작품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작품 '레 미제라블'을 비롯해 '미스 사이공' '오페라의 유령' '캣츠'가 모두 그의 작품이며 조국 영국으로 부터 기사 작위를 수여 받기도 했을 정도로 그의 이름은 쇼 비지니스 계에 뮤지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겠다.






처음 '레 미제라블'이 영화 화 된다고 했을 때 가장 마음을 놓은 이유도 카메론 매킨토시가 참여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카메론 매킨토시는 물론 뮤지컬 '레 미제라블'의 음악을 맡았던 클로드-미셸 숀베르그를 비롯해 뮤지컬 스텝들과 배우들이 여럿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톰 후퍼의 영화 '레 미제라블'은 정통성을 부여 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원작의 스텝들이 대거 참여하게 되면서 영화가 갖게 된 가장 큰 장점 (혹은 단점)이라면 뮤지컬 '레 미레라블'이 갖고 있는 메시지와 방식이 훼손 되지 않고 영화라는 포맷을 통해 그대로 전달될 수 있었다는 점이었는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같은 방식은 분명 일반 관객들에게는 단점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일반 극 영화에 비해 내러티브가 촘촘하지 않고 노래를 노래가 아니라 대사로 인지 되어야만 극을 따라갈 수 있는 구조이기에, 일반 영화의 작법을 따르지 않고 무대 뮤지컬의 작법을 따른 '레 미제라블'은 기존 뮤지컬 팬들에게는 환영 받을지언정 일반 관객에게는 어색한 만남이 될 확률이 컸기 때문이다.






흥행을 거둔 이제와 다시 생각해 볼 때 '레 미제라블'이 대단한 이유는 바로 자신 만의 방식으로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이다. 카메론 매킨토시와 감독인 톰 후퍼는 이미 무대 뮤지컬로 전 세계적 인기를 얻은 이 작품을 영화 화하면서 무대 뮤지컬의 장점을 빼놓지 않는 동시에 무대에서는 미처 다 소화할 수 없었던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영화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큰 스케일의 로케이션이나 대형 세트 제작 등으로 더 실감 나는 배경을 만들어 냈으며, 과감한 클로즈 업을 통해 이 작품을 공연이 아니라 감정의 흐름이 주가 되는 드라마로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해 냈다. 클로즈 업이라는 촬영 방식은 잘못 사용하면 겉멋만 가득하고 보여지는 것 이상은 전달하기 어려운 방식인데, 이 작품의 클로즈 업은 노래로 이뤄진 '레 미제라블'을 관객에게 가장 잘 전달해 내는 도구로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레 미제라블'의 가장 놀라운 제작 방식은 다름 아닌 라이브 녹음 방식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뮤지컬 영화의 경우 배우들이 촬영 이후 후반 작업으로 스튜디오에서 다시 노래를 녹음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레 미제라블'은 놀랍게도 무대 뮤지컬처럼 촬영장에서 라이브로, 동시 녹음으로 진행되었고 이 녹음 분이 그대로 영화에 수록되었다. 뮤지컬에 수록된 곡들이 다른 노래들과는 다르게 좀 더 그 장면의 감정이 담겨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마도 라이브 녹음을 통해 수록된 '레 미제라블'의 수록 곡 들과는 그 감정의 깊이가 다를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실제로 '레 미제라블'의 곡 들은 음정과 박자가 칼 같이 진행되지는 않지만 그 대신 그 장면에서 배우가 담으려 했던 감정이 100%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나중에 노래로만 이 곡을 접하게 될 때에도 영화 속 그 장면과 그 감정이 그대로 느껴진다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다. 앤 해서웨이가 부른 'I Dreamed a Dream'의 감동이야 말 할 것도 없고, 휴 잭맨이 영화 내내 감정을 가득 담아 불렀던 곡들 탓에 장발장이라는 캐릭터의 인생에 대해 새삼 다시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건 정말 열연, 열창한 배우들과 이 감정을 최대한 그대로 담아낸 라이브 녹음 방식의 공이라고 밖에는 할 수 없다.





영화 '레 미제라블'엔 수 많은 명장면들이 있지만 그 가운 데서도 하나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앤 해서웨이가 연기한 판틴의 'I Dreamed a Dream'을 꼽을 것이다. 이 장면만 따로 때어 놓고 보더라도 엄청난 몰입도를 주는 장면인데, 극장에서 이 작품을 보았을 때도 이 곡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비교적 편안하게 관람하다가 이 곡에서 감정이 완전히 동화 되어 서두부터 울컥했던 기억이 난다. 본래 'I Dreamed a Dream'은 '레 미제라블'의 여러 히트 넘버 가운 데서도 손꼽히는 명곡인데, 앤 해서웨이는 이전 수 많은 뮤지컬의 버전들과 비교해서도 단연 손꼽힐 만한 결정적 장면을 만들어 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앤 해서웨이의 'I Dreamed a Dream'이 대단한 것은 그녀의 가창력 때문이 아니라 판틴이라는 캐릭터의 심정을 관객에게 100% 전달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난 뒤 가끔 이 곡을 듣게 될 때마다 감정이 북받치는 이유는 오로지 그녀의 열연 때문이다. 이 장면은 정말 조금의 과장을 보태서 영화사에 남을 명 장면이자, 이 장면 만으로도 '레 미제라블'을 봐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결론적으로 톰 후퍼의 영화 '레 미제라블'은 기존 뮤지컬 팬들도 만족할 만한 영화화를 이룬 동시에,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익숙하지 않았던 일반 관객들에게까지 무대 뮤지컬의 매력을 뽐내며 저절로 카메론 매킨토시의 '레 미제라블'을 비롯해 다른 뮤지컬 공연들을 찾아보게 끔 하는 계기를 만든 성공적인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더 많은 이들이 뮤지컬의 매력을 함께 하고 공감할 수 있어서 즐거웠던 작품이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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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서 관람했을 때 화질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고 특히 어두운 장면 에서의 표현력이 좋지 않았었기에 블루레이의 화질에 대해 조금 우려를 했었는데, 오히려 이 부분이 우수하게 표현되어 극장에서 보다 더 만족스러운 화질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첫 장면, 비가 세차게 내리치는 가운데 높은 곳에 서서 죄수들을 내려다보는 자베르 (러셀 크로우)의 모습은 극장에서는 너무 어두워서 잘 표현이 되지 않은 장면이었는데, 블루레이에서는 내리치는 비의 디테일과 더불어 자베르의 위엄까지 느껴지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클로즈 업이 적극적으로 사용된 작품 답게 배우들의 클로즈 업 장면에서 블루레이의 우수한 화질을 체크해볼 수 있었는데, 배우의 얼굴, 표정 하나 하나를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화질이었다. '레 미제라블' 블루레이의 화질이 만족스러운 또 다른 이유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어두운 장면의 표현력인데, 극장 상영 시의 환경이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이어서 더욱 그렇기도 하겠지만, 전반적으로 어두운 장면이 많은 작품의 특성을 훌륭하게 표현해 내고 있어 블루레이로서 재 관람이 충분한 의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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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S MA 7.1 채널의 사운드는 라이브 녹음의 실감 나는 가창과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풍성함을 고루 전달해 준다. 송-스루 방식으로 노래가 끊이지 않는 '레 미제라블'에서 사운드는 그 어떤 요소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텐데, 현장에서 동시 녹음한 배우들의 열창과 추후 스튜디오에서 연주한 화려한 오케스트라가 균형을 이루고 있어, 마치 모두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듯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이 부분은 부가 영상에서도 잘 소개되고 있지만, 시스템과 장비의 발전으로 동시 녹음으로도 스튜디오 녹음에 가까운 사운드를 담아낼 수 있었다).






'레 미제라블' 사운드의 또 다른 포인트라면 추후 바리케이트 시퀀스를 통해 또 다른 다양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는 점인데, 총기를 비롯해 대포까지 동원되는 전투 장면에서는 오케스트라의 웅장함과는 또 다른 화끈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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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 영상으로는 일단 감독인 톰 후퍼의 음성 해설이 수록되었는데 한국어 자막이 지원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 메인 부가 영상이라고 할 수 있는 'Les Miserables : A Revolutionary Approach'에서는 총 6개의 주제로 나누어 영화에 제작에 대한 뒷 얘기를 들려주는데, 첫 번째 'The Stars of Les Miserables'에서는 이 작품에 출연진의 캐스팅과 연기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수록되었다.





톰 후퍼가 이 작품의 연출을 맡는 조건은 딱 두 가지였다고 하는데 하나는 라이브로 노래해야 한다는 것과 휴 잭맨을 캐스팅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만큼 휴 잭맨은 처음부터 장발장 역할로 내정이 되어 있었는데, 휴 잭맨은 장발장을 연기하기 위해 미리 브로드웨이 무대로 오랜만에 돌아가 원맨쇼 형식의 뮤지컬을 공연하며 일찌감치 준비를 시작했다고 한다. 실제로 '레 미제라블'의 영화화가 결정되었다는 소식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배우들이 줄을 설 정도였다고 하는데, 노래 꽤 한다는 배우들은 대부분 오디션에 관심을 보였다니 이들이 얼마나 치열한 오디션을 거쳐 선정된 이들이라는 것을 새삼 증명하는 뒷이야기였다.





여러 배우들이 사연이 있었지만 그 가운 데서도 판틴 역할을 연기한 앤 해서웨이의 사연이 인상 깊었는데, 그녀의 어머니가 '레 미제라블'의 미국 첫 공연에서 판틴 역을 연기했었기에 이 작품이, 그리고 이 캐스팅이 남다를 수 밖에는 없었던 앤 해서웨이의 인터뷰도 만나볼 수 있다. 앤 해서웨이는 이 간절함을 증명하듯 극 중 삭발 장면에서 실제로 머리를 자르기도 했고, 더 사실적으로 병에 걸려 죽음에 이르는 판틴을 연기하기 위해 11kg 넘게 체중을 줄이기도 했다고.





두 번째 'The West End Connection'에서는 이 영화에 출연하고 있는 뮤지컬 배우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데, 특히 최초의 장발장을 연기했던 콤 윌킨슨의 출연은 그 자체로 감동이 아닐 수 없었다. 콤 윌킨슨은 이번 영화에서 주교 역할로 출연하여 휴 잭맨과 호흡을 맞추기도 했는데, 콤 윌킨슨과 휴 잭맨이 함께 등장하는 장면은 뮤지컬 '레 미제라블' 팬들에겐 잊을 수 없는 명 장면이자 감동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뮤지컬에서 에포닌 역할을 맡았던 사만다 바크스는 이번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로 에포닌 역할을 연기하고 있는데, 무대 위 에서와 영화 속에서 노래하고 연기하는 것은 또 다른 영역이었기에, 그녀에게는 이미 익숙한 에포닌을 재 해석해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한다. 에포닌의 캐스팅과 관련한 에피소드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올리버'를 공연하고 있던 그녀에게 (낸시 역할) 커튼 콜에 등장한 카메론 매킨토시가 영화 '레 미제라블'에서도 에포닌 역할로 캐스팅 되었다고 깜짝 발표를 하는 장면은, 이 배우와 스텝 들의 관계가 얼마나 끈끈하게 이루어져 있는 지를 확인할 수 있는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이 외에도 기존 뮤지컬에서 판틴, 에포닌, 마리우스 등 주요 역할을 맡았던 배우들이 영화에서 작은 역할로 참여하고 있는 것도 이 부가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LES MISERABLES on Location'에서는 영화와 뮤지컬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 인 로케이션에 대한 이야기가 수록되었는데, 포츠머츠 해군기지에서 촬영한 첫 선창 장면의 엄청난 스케일은 무대 뮤지컬에서는 재현하기 힘들었던 것으로 영화 만의 장점이라고 볼 수 있겠다. 또한 장발장이 가석방되어 처음 도착하게 되는 마을은 실제 프랑스의 마을에서 촬영되었는데, 실제로도 첫 촬영이었기에 빅토르 위고의 조국인 프랑스에서의 촬영은 남다른 의미를 주었다고 한다. 영화 '레 미제라블'은 대작으로서 스케일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에 촬영지를 선택할 때와 촬영 기법에 있어서도 이 점을 최대한 고려했고, 뮤지컬의 장점 뿐만 아니라 빅토르 위고의 원작의 느낌을 (뮤지컬에는 표현되지 않은 장면들도) 살리려는 노력도 엿볼 수 있었다.






혁명이 일어난 당시 파리의 모습을 재현하기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는 'Creating the Perfect Paris'와 바리케이트의 액션 장면에 대한 'Battle at the Barricade'를 지나면 개인적으로 이번 블루레이의 가장 핵심적인 영상이라고 생각되는 'LES MISERABLES Singing Live'를 만나볼 수 있는데, 바로 이 작품의 가장 획기적이자 중요한 아이디어였던 동시 녹음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가 수록되었다. 나중에 스튜디오에서 다시 노래를 녹음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배우들의 노래를 담아내기 위해, 현장에서 피아노를 통해 라이브 반주를 했고 배우들은 숨겨진 이어폰을 통해 이 반주를 들으며 노래할 수 있었다고 한다. 특별한 점이라면 정해진 반주에 맞춰 배우들이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의 감정에 따른 노래에 맞춰 피아노 반주가 라이브로 연주되는 방식이라는 점이었다. 이로 인해 기존의 뮤지컬 넘버 들과는 전혀 다른 영화 '레 미제라블' 만의 노래들이 탄생 되었다고 하겠다.





이렇게 라이브로 녹음 된 노래에 추후 오케스트라를 녹음하는 장면은 더 어려운 작업이었는데, 정해진 박자가 아니라 배우들이 현장에서 만든 박자에 맞춰 오케스트라를 연주해야 했기 때문에 상당히 까다로운 작업이 아닐 수 없었다. 지휘자를 비롯해 대부분의 연주자들이 이미 '레 미제라블'을 오래 연주해왔던 연주자들로서, 즉 전문가들이라 할 수 있을텐데, 자신 만의 음악을 고집하기 보다는 이 새로운 '레 미제라블' 음악에 적극적으로 하나가 된 음악가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으로 'The Original Masterwork: Victor Hugo's LES MISERABLES'에서는 원작자인 빅토르 위고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가 수록되었는데, 이를 통해 그의 작품 세계를 좀 더 깊게 들여다 볼 수 있다. 문학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조예가 깊었던 빅토르 위고에 대한 이야기와, 그의 가족, 유년기 등 전반적인 삶에 관한 소개가 담겨 있다. 이 짧지만 의미 있는 부가영상을 통해 빅토르 위고에 대해 더 알게 될수록 '레 미제라블' 이라는 작품이 어떤 계기와 의미로 탄생 되었는지를 알게 된다.




[총평] 빅토르 위고 소설, 카메론 매킨토시의 웨스트 앤드 뮤지컬을 원작으로 톰 후퍼가 연출한 영화 '레 미제라블'은 여러모로 대단한 뮤지컬이자 영화였다. 뮤지컬과 영화 모두를 만족 시키는 흔치 않은 작품이었으며, 적절하다는 말로는 다 표현하기 힘든 완벽한 캐스팅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이 아니었나 싶다.

영화 '레 미제라블'은 수록된 한 곡 한 곡의 감동은 물론, 새삼스럽지만 예전에는 미처 공감하지 못했던 장발장이라는 한 남자의 기구 하고도 간절한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벅찬 가슴을 안고 극장을 나오던 그 날의 떨림과 사운드 트랙을 들으며 느꼈던 감동과 여운은 블루레이를 통해 더 오래 더 깊이 지속될 것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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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 (Les Misérables, 2012)

클로즈업과 노래에 담긴 힘



너무나도 유명한 뮤지컬 작품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영화 '레미제라블 (Les Misérables, 2012)'을 정말 정신 없었던 대선 투표일 오후에 보았다. 뭐 '레미제라블'은 너무도 유명한 작품이라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을 텐데, 개인적으로는 워낙 뮤지컬 영화의 팬이긴 하지만 그 가운데서 네임벨류로만 봤을 때 '레미제라블'은 조금은 덜 관심이 있는 작품이기는 했다. 그래도 워낙 출중한 캐스팅과 뮤지컬 영화라는 것 자체, 그리고 여기에 날이 날이니만큼 더 감명 깊게 볼 수 밖에는 없었던 특수한 조건 탓에, 이 영화 '레미제라블'은 결코 실망스러운 작품은 아니었다. 그리고 이 작품이 빅토르 위고의 작품이 아닌 카메론 매킨토시의 뮤지컬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바라봐야 할 작품이라고 봤을 때, 좀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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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영화라는 것까지는 알았지만 이 정도로 노래의 비중이 많은 작품일 줄은 몰랐다. 보통 뮤지컬 영화들이 많은 대사들을 노래로 소화하기는 하지만 톰 후퍼의 '레미제라블'은 앞서 이야기 했듯이 무대 뮤지컬을 원작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거의 일반적인 대사 시퀀스 없이 뮤지컬 시퀀스로만 이루어진 작품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관객 측면에서는 조금은 당황스러울지도 모르겠다.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곡'으로 이루어진 시퀀스들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와중에 사이사이 그렇지 않은 부분들과 대사들도 모두 '노래' 혹은 '노래하듯'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사실상 너무나 유명한 뮤지컬 작품인 카메론 매킨토시의 '레미제라블'에 대한 헌사가 담긴 작품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기존 팬들 입장에서는 무대 뮤지컬과는 또 다른 영화화의 매력을 즐기는 동시에 자신이 꿈꿔왔던 장면들, 감명 받았던 곡들을 스크린을 통해 우리에게 익숙한 또 다른 캐스트로 만나볼 수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도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언제 보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희미했었는데, 영화를 보니 예전에 DVD등으로 어렴풋이 보았던 장면들이 절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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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뮤지컬과는 다르게 톰 후퍼의 '레미제라블'은 영화 라는 기존의 익숙한 포맷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스토리의 연결이나 감정선의 연결 등에서 조금은 적응이 되지 않는 측면도 있다. 그러니까 무대 뮤지컬로 볼 때는 거의 문제가 되지 않은 부분이지만, 이를 영화화를 위해 최적화 하기 보다는 원작 그대로를 옮겨오는 데에 주력하다 보니 기존의 익숙한 영화 화법에 비추어 보았을 때는 쉽게 공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톰 후퍼는 바로 이 부분을 강렬한 클로즈업과 현장 라이브 녹음이라는 형태로 극복하려 했다. 대형 스크린을 가득 채운 배우의 클로즈업 된 강렬한 얼굴과 감정 연기는 그 자체로 관객을 끌어들이는 대단한 힘이 있었다.


여기에 더해 가장 놀라웠던 것은 바로 '노래'였는데, 마치 뮤지컬 무대를 보는 듯 카메라 워킹을 최소화 하고 (앤 해서웨이가 'I Dreamed a Dream'을 부르는 장면은 원테이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배우와 관객 사이에 노래 만이 존재할 수 있도록 최적의 환경을 제공해 그 흡입력이 실로 대단했다. 특히 앤 해서웨이가 'I Dreamed a Dream'을 부르는 장면은 아직 영화 '레미제라블'에 다 빠져들기 직전이었음에도 단숨에 '판틴'의 이야기에 몰입 되어 눈물까지 흘려버렸을 정도로 엄청난 올해의 명장면이자 올해의 퍼포먼스였다. 이 곡이 워낙에 유명한 곡이긴 하지만, 아마 앞으로 레미제라블 팬들 사이에서도 앤 해서웨이의 버전이 적지 않게 최고로 꼽히지 않을까 싶다. 앤 해서웨이의 이 장면 만으로도 이 작품을 볼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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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레미제라블' 자체가 워낙 대작이라 무대의 스케일이 대단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부분들을 영화가 채워주는 격이다. 무대 위에서는 직접적인 표현은 생략되었던 배경이나 장면들을 구현해 낸 영상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었다. 뮤지컬 캐스트와 영화의 캐스트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는데, 좀 더 이 여운을 이어가기 위해 영화를 보고 온 다음 날 '레미제라블 25주년 기념 공연'을 보았다. 장발장의 경우 휴 잭맨의 장발장도 나쁘지는 않지만 조금은 감정적인 측면에서 오히려 뮤지컬 캐스트의 손을 들어주고 싶었고, 앞서 말했던 판틴 역할이야 더 말할 것도 없겠고, 이 작품의 감초 같은 역할인 테나르디에 커플의 경우 뮤지컬 캐스트의 임팩트가 훨씬 강했다. 영화에서는 이들만의 유쾌한 매력이 잘 살아나지 못한 것 같았다 (헬레나 본 햄 카터와 샤샤 바론 코헨이 매력적인 배우임에도 말이다).


가장 아쉬웠던 건 역시 '자베르' 역할의 러셀 크로우였다. 러셀 크로우와 이 라이브 녹음과는 잘 맞지 않는 듯 했는데, 실제로 많은 부분에서 감동이 저하되는 현상이 있었고, '자베르'라는 캐릭터의 이야기 자체도 더불어 매력을 잃게 되지 않았나 싶다. 25주년 기념 공연에서도 '에포닌' 역할을 맡았던 사만다 바크스는 이 작품에서도 같은 역할을 연기하고 있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 공연을 다시 보니 같은 역할 임에도 확실히 조금은 다른 느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앤 해서웨이의 'I Dreamed a Dream'이 너무 강렬해서 다음으로 밀리기는 했지만, 그녀의 'On my own' 역시 영화에서 좀 더 감정적으로 풍부해진 느낌을 받았다. 사실 '레미제라블'에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캐스팅 되었다고 했을 때 그녀의 노래가 가장 기대되었었는데, 실제로는 강한 임팩트를 줄 만한 곡이 없다 보니 조금은 가려진 듯한 느낌도 있었다. '마리우스' 역할은 에디 레드메인이 연기한 영화 버전이 훨씬 깊은 인상을 주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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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톰 후퍼의 영화 '레미제라블'은 카메론 매킨토시의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빼놓고는 얘기하기 힘든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팬이라면 고민할 필요 없이 또 다른 캐스트로 스크린에서 공연되는 레미제라블을 즐기면 되겠으며, 기존 뮤지컬 팬이 아닌 경우라면 영화를 본 뒤에 꼭 한 번은 뮤지컬 작품을 DVD나 BD 등으로 감상해보길 권하고 싶다.



1. 안 그래도 뮤지컬 공연이 보고 싶었는데 올레TV에서 25주년 기념 공연을 천원으로 할인하더군요. 바로 3시간을 감상했는데, 아직 여운이 식기 전이라 그런지 무척이나 감동하면서 보았습니다. 특히 공연이 다 끝나고 1985년 오리지널 캐스트가 나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는, 이 '레미제라블' 이라는 브랜드가 얼마나 강력한 매력을 갖고 있는 지가 느껴져서 감동이 밀려오더군요 ㅠㅠ 블루레이로 구매해야겠습니다 ㅠ


2. 본문에도 있지만 앤 해서웨이의 'I Dreamed a Dream'를 감상하는 것 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이유는 충분합니다.


3. 나름 뮤지컬 팬이라 유명한 작품들은 대부분 직접 가서 관람을 했었는데, '레미제라블'도 꼭 한 번 객석에서 즐겨보고 싶네요.


4. 아, 그리고 전 이 작품을 12월 19일 저녁에 보았는데, '내일은 온다!'라는 마지막 먹먹한 울림을 갖고 극장을 나왔지만, 제가 기대하던 내일은 오지 않아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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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 후드 (Robin Hood, 2010)
로빈 후드 비긴즈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로빈 후드' 이야기를 리들리 스콧이 새로 쓴다고 했을 때, 그리고 그 주인공이 러셀 크로우라고 했을 때 기대되는 바는 분명했다. 이미 '킹덤 오브 헤븐'으로 새로운 역사를 썼던 리들리 스콧의 장점과 '막시무스'로 정점에 올랐었던 러셀 크로우의 강인한 이미지가 그 중 하나였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본 '로빈 후드'는 하나의 개별 영화로 보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은, 3부작의 1편의 성격이 강한 그러니까 '로빈 후드 비긴즈'의 내용을 담고 있는 프리퀄이었다. 이 이야기는 곧 무언가 '글래디 에이터' 급의 극적인 요소나 '킹덤 오브 헤븐' 같은 완성도를 기대했다면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는 없는 작품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본격적인 로빈 후드 이야기가 아닌 '로빈 후드 비긴즈'의 이야기를 다룬 리들리 스콧의 이번 작품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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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로빈 후드'에는 정작 로빈 후드는 없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다. 다시 말해 리들리 스콧의 로빈 후드에는 '로빈 롱스트라이드'만 있을 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로빈 후드는 나오지 않을 뿐더러 '로빈 후드'로서의 활약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2시간이 넘는 러닝 타임 가운데 러셀 크로우가 로빈 후드로 등장하는 장면은 엔딩 장면이 되어서야 확인할 수 있다. 영화의 중반 쯤에 나라의 불합리한 점을 알게 된 로빈이 동료들과 '후드'를 뒤집어 쓰고 밤에 몰래 마을 사람들을 위해 약탈을 하는 장면이 나왔을 때 '아, 이제부터 저런 로빈 후드 다운 활약상이 펼쳐지겠구나!' 싶었는데, 정확히 딱 그것 뿐이었다. 영화는 아직까지는 로빈 롱스트라이드의 이야기가 마무리 되지 않았다는듯 오히려 본격적으로 그의 뿌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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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 후드가 아니라 로빈 롱스트라이드로서 수 많은 무리들을 이끄는 장면은 사실 조금 공감이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쉬운 예로 '브레이브 하트'의 윌리엄 월레스의 경우는 작은 마을에 살던 월레스가 어떻게 전설적인 존재가 될 수 있었는지, 명성과 지지를 얻게 되는 과정을 잘 그리고 있는데 반해, 로빈 롱스트라이드는 그저 한 번의 발언권으로 옳은 말을 했을 뿐인데 수 많은 영주들을 재치고 대군을 이끌게 되는 전개과정에서는 미흡한 부분이 느껴졌다(물론 그가 그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점은 무리들 사이에서 그가 대표될 만한 이유이지만, 이 아들이라는 점이 대중들에게 전파되는 부분이 없던 관계로 조금은 미흡하게 느껴질 수 밖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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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영화의 마지막, 드디어 우리가 알고 있는 '로빈 후드'가 등장한 순간이었다. 그러니까 현상금이 걸린 채로 숲에서 아이들과 숨어서 살며, 국가에 반해 선의의 도적질을 일삼게 되는 로빈 후드가 된 건 마지막 장면이었는데, 결국 영화는 왜 '로빈 롱스트라이드'가 '로빈 후드'가 되어야 했나에 대한 탄생의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 사실 그런 면에서 그리 나쁘지는 않은 작품이었다. 다만 이 영화를 본격적인 로빈 후드의 활약상으로 예상했던 관객들에게는 조금은 낯설고 심심한 경험이 될 것 같다.


1. 사극 전문 조연 배우들이 다수 등장하더군요. 왜 있잖아요. 정확한 이름은 몰라도 역사극 속에서 자주 보게 되는 배우들.
2. 러셀 크로우는 예전 숀 코네리와 함께 '로빈 후드'를 영화 속에서 연기한 가장 나이 많은 배우로군요 (45세)
3. 그런데 속편에 대한 계획은 없는 것 같은데, 정말 '비긴즈'만 하고 마는건가요, 이 작품?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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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State Of Play, 2009)
활자의 감성을 그리워하는 스릴러


<박쥐>야 그렇다치고 또 하나의 화제작이었던 <울버린>을 재치고 더 먼저 보고 싶었던 영화가 바로 이 영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였다. 러셀 크로우, 벤 에플렉, 헬렌 미렌, 레이첼 맥아담스, 제프 다니엘스 등 연기자들의 이름만으로도 본전은 얻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던 것이 사실이었고, 포레스트 휘태커 주연의 <라스트 킹>을 연출했던 케빈 맥도날드 감독과 본 시리즈와 <마이클 클레이튼>을 썼던 토니 길로이의 이름은 이러한 기대감을 더 굳히는데 톡톡히 한 몫을 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2003년 영국 BBC에서 방영한 TV시리즈를 원작으로 각색한 버전을 담고 있는데, 이런 기본적 정보들 외에 영화에 대해 알고 있던 정보는 단순히 스릴러라는 것 정도였다. 보고나니 이 영화는 권력과 음모에 관래 파해치는 기자와 언론에 관한 스릴러였으며, 무엇보다 블로그로 대변되는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활자로 인쇄하는 신문에 대한 그리움을 갖고 있는 영화이기도 했다.




스릴러 영화를 리뷰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이제는 정말 스릴러 영화를 만들기가 더욱 어려워져만 가는 것 같다. 대개의 줄거리들은 이미 다 알려져있는 상황이고, 갈수록 똑똑해지는 관객들을 이끌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도 사실인 듯 하다.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의 줄거리도 아주 새로울 것은 없다. 특히 고물 데스크탑에 마우스 보다는 펜을 신봉하며 책상 앞에 앉아 취재하는 것보다는 몸으로 뛰는 세대의 기자인 칼 맥카프리(러셀 크로우)와 블로그 운영을 하고 있으며 펜은 매번 잃어버리곤 하는 여기자 델라(레이첼 맥아담스)의 관계는 매우 전형적이라 할 수 있다. 누구나 예상하듯이 결국 델라는 칼의 방식과 가치관을 가슴 깊이 받아들이게 되는데, 그 과정도 새로울 것은 없다.

이 영화가 보여주고 있는 주된 음모에 대한 것도 비슷하다. 각종 스캔들 등으로 자신들의 과오를 덮으려는 배후 세력, 그리고 여기에 정치권이 아주 깊이 관여해 있으며, 모든 시장을 독점해가는 거대기업이 얼마나 일반인들이 모르는 사이에 합법적으로 세상을 지배해 나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에 맞서는 이는 역시 힘없고 보잘 것 없는 한 사람의 기자일 뿐이다.




줄거리가 새로울 것이 없다면 역시 그 짜임새를 봐야 할텐데,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런 장르의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탁월한 재주가 있는 토니 길로이가 각색을 맡아서인지 깔끔한 스릴러 한편을 보여준다. 이야기는 전형적이지만 극적 긴장감과 몰입도는 여전히 전해주고 있으며, 또한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를 통해 관객들은 쉽게 여기서 눈을 떼지 못하게 된다.

러셀 크로우는 요 몇 작품에서 계속 배나온 캐릭터를 연기한 셈이 되는데, 그래도 이번에 맡은 역할에서는 최소한 얼굴만큼은 강한 포스를 그대로 전해주고 있다. 액션을 하는 캐릭터도 아니고 더군다나 누구를 심하게 공격하는 입장이라기 보다는 힘없는 자를 대변하는 캐릭터이지만 러셀 크로우는 이런 역할도 매끄럽게 소화하고 있다. 레이첼 맥아담스는 캐릭터가 좀 전형적이어서 그 나름의 연기를 평가받기에는 조금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 똘망똘망한 표정과 눈빛 만큼은 여전히 빛이 난다. 벤 애플렉 역시 전혀 가볍지 않고 진중한 의원 역할을 연기했는데, 초반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 듯도 보였지만 그래도 나름 괜찮았던 것 같다.

헬렌 미렌은 생각보다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았으며, 그저 닥달하는 편집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 같다. 만약 <더 퀸>의 그녀를 떠올리고 갔다가는 한참 기대에 못 미칠듯 하다. 이건 캐릭터 자체의 문제라고 봐야겠다. 그 외에 제프 다니엘스 같은 경우도 캐릭터의 비중은 적었지만 배우의 무게감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다우트> 이후로 기대를 모았던 비올라 데이비스는 거의 까메오 수준이라 알아보는 것 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리고 최근 숀 펜과의 이혼 소식을 들을 수 있었던 로빈 라이트 펜은 왠지 2% 부족한 다이안 레인을 보는 듯도 했다.




(이번 단락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의 반전이라면 반전일 수 있는 마지막 의원의 실체는 이 영화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을텐데, 기존 영화 같으면 주인공의 친구였던 의원이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하면서 거대 음모를 드러내는 것을 선택하는 것으로 마무리 할 수도 있었겠으나, 이 영화는 한 발 더 나아가 이 의원의 부조리마저 물고 늘어진다. 그런데 이 부분은 단순히 물고 늘어지는 것으로 치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전에 끝이 났다면 우리는(미국은) 이런 거대음모 속에서도 정치권의 소수일지언정 자신을 희생해가며 음모와 맞서기 위해 싸우고 있다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는 이런 자위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럴것 같아 보였던 의원마저 어쩌면 이런 음모를 둘러 싸고 있는 또 다른 음모였으며 부패한 정치인이라는 것을 보여주면서, 더나아가 이들에게 속아넘어가는 혹은 이들과 운명적으로 한 배를 타고 있는 이른바 '찌라시' 언론들에 대한 경종을 울리려는 것이다.

영화 속 러셀 크로우가 연기한 '칼'을 통해서도 계속 보여주었던 것이지만, 영화는 엔딩 크레딧에서 매우 노골적으로 이런 감정을 드러낸다. 의원의 비리가 담긴 다음날 조간 신문이 어떻게 인쇄되고 완성된 신문으로서 태어나는지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주면서, 표면적으로는 활자(아날로그)를 통한 뉴스 전달에 대한 그리움을, 내면적으로는 부패해버린 거대 언론들의 모습을 조용히 비판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따지고보면 이 모든 것이 결국 영화니까 가능한 일인 것 같아 더 슬퍼지기도 한다. 영화니까 저런 기사를 1면에 낼 수 있었지, 현실이었다면 음모에 가담한 권력자들이 이런 상황을 놔둘리 만무하니 말이다. 칼 역시 어떻게 되었을지 모를일이고..쯧..



1. 영화에서 이렇게 블로그가 직접적으로 나온 것은 거의 처음인 것 같아요.

2. 꼭 봐야 할 정도는 아니겠지만, 메시지가 있는 괜찮은 스릴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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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 오브 라이즈 (Body Of Lies, 2008)
리들리 스콧과 레오, 그리고 마크 스트롱!

<바디 오브 라이즈>는 개봉 전부터 개인적으로 상당히 기대를 모았던 영화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장인의 반열에 이미
올랐다 할 수 있는 리들리 스콧이 연출하고 스콜세지의 페르소나가 되면서 매 작품마다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그리고 항상 선굵고 무게있는 연기를 보여주는 러셀 크로우가 출연한 영화였기 때문이었죠.
더군다나 이 작품은 리들리 스캇과 함께 <아메리칸 갱스터> <블랙 호크 다운>등을 만들어온 주요 스텝들이 고스란히
참여하고 있는 영화라 또 한 번 기대를 갖게 했습니다(특히 <킹덤 오브 헤븐>과 <디파티드>의 각본을 썼던 윌리암 모나한이
이 작품에도 각본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일단 결론부터 간단히 얘기해보자면, 리들리 스캇이 선사하는 장면 장면의 완성도와 <블랙 호크 다운>에 이어 중동을
실감나게 그리는 그 재주는 여전했지만, 무언가 새로울 것 없이 기존 비슷한 영화들에서 보여주었던 이야기들을
다시 한번 반복하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었던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리들리 스캇과 레오 모두 좋아하는
감독과 배우이기에 그럭저럭 볼만 했지만요.


영화는 CIA 비밀 요원 로저 페리스(디카프리오)가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테러의 배후인 알카에다의 알 살림을 쫓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스릴러라는 장르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현장 요원인 로저 페리스는 본국의 상사인
호프만(러셀 크로우)에게 지속적으로 지령을 받아 각종 작전을 지휘하게 되는데, 이 둘의 관계는 이 영화의 주된 관계 중
하나로 등장합니다. 현장 요원인 페리스는 어느 정도 선한 의도에서 정보원들의 생명을 존중하고 작전을 수행하는데 있어
신뢰와 우정을 중시하지만, 호프만은 '전쟁에는 희생이 필요하다'라는 말을 반복하면서 미국에게 이로운 것을 위해서는
전혀 다른 것들을 신경쓰지 않는 냉혈한으로 그려집니다. 여기서 조금 아쉬웠던 건 호프만은 사실상 내용상으로 보면
악역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러면서도 한 편으론 가족에게 신경쓰고 러셀 크로우의 불어난 체중처럼 날카롭지 못한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아주 냉혈한스러운 인상을 주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이 영화가 좀 더 정치적으로 모호한 영화가 되기도
했구요. 인터뷰를 보니 이 영화는 처음부터 정치적인 입장을 확실히 하기 보다는 단순히 '상황'을 리얼하게 보여주는데에
좀 더 중점을 둔 것이 아닌가 싶더군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는 여전히 훌륭합니다. 스콜세지의 작품에 연속으로 출연하면서 이제 디카프리오에게
'이제는 연기파 배우다'라고 굳이 재차 말할 필요가 없어졌죠. 생각해보면 최근 디카프리오의 작품들에서 그는 거의 한번도
말끔하게 면도한 채 등장한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즉 액션이나 스릴러 등 장르에서 좀 더 거친과 강한 캐릭터들을
주로 연기해 왔다는 말도 되겠죠. 로저 페리스를 연기한 디카프리오의 연기는 액션이면 액션, 표정이면 표정 다 수준급
이상이지만 뭔가 계속 반복되는 듯한 느낌이 서서히 들기 시작합니다. 특히 전작인 <블러드 다이아몬드>에서 그가
연기했던 '대니 아처'와 여러 부분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대니 아처보다 페리스는 덜 활발하고 유쾌한
대신 액션이나 무게감을 더 주기는 하지만요. 개인적으로 <바디 오브 라이즈>에서 디카프리오의 연기는 만족스러웠지만,
이런 비슷한 캐릭터가 한 번 더 반복된다면 그 때 부터는 조금 우려스럽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러셀 크로우의 경우는 알려진 바와는 달리 거의 조연에 가깝습니다(기존에 홍보를 통해 알려진 바로는 마치 디카프리오 VS
크로우 이런 동등한 대결구도인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구요 ^^). 물론 몸무게를 20킬로 이상 불렸다는 것처럼 약간은 나태함이
엿보이면서도 악역스런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그만의 카리스마를 다 담기에는 조금 심심한 캐릭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영화 속에서 크로우의 굴욕 장면이 나오는데, 속으로 불쌍하기까지 하더군요 ㅎ).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통해 가장 멋진 배우를 꼽으라면 '하니'(달려라 하니 아니에요 --;)역할을 맡은 마크 스트롱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얼핏 보면 샤프한 앤디 가르시아를 보는 듯도 하고, 한 편으론 베르바토프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마스크를 갖은 그는 이 영화에서 요르단의 정보 국장인 '하니'를 연기하는데 정보국장이라는 캐릭터가 보여주어야 할
여유로움과 날카로움, 그리고 무서움을 모두 잘 표현해 내고 있습니다. 그의 필모그라피를 뒤져보니 그가 출연했던 영화들
중에 보았던 영화들이 제법 있는데 다들 큰 역할은 아니었는지 그의 얼굴은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네요.
여튼 시종일관 거친 사막과도 같은 곳에서 항상 양복을 입고 포스를 뿜어주시던 그의 연기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리들리 스콧의 영화답게 몇몇 장면에서는 스케일이 느껴집니다. 헬기가 동원된 액션 씬도 물론이고 총격씬 같은 경우도
헐리웃에서 아마 마이클 만을 제외한다면 가장 수준 높은 총격 액션 씬을 보여주는 그 답게 리얼한 장면을 선사합니다.
일부 액션씬에서는 카메라를 무려 8대나 동원해서 촬영을 했던데 그 만한 노력을 스크린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리들리 스콧과 그의 팀이라서 이 새로울 것 없는 영화가 어느 정도 볼만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배우들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겠구요. 충분히 만족할 만한 영화라고는 볼 수 없겠으나, 그렇다고 그냥 지나치기엔 좀 아쉬운 영화라고 해야겠네요.
전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감독과 배우의 팬이라 그럭저럭 즐겼지만요~ ^^;



1. 최근 개봉했던 <이글아이>같은 경우도 그렇고, 핸드폰 쓰기 참 무서워지는 세상입니다.
   핸드폰 하나면 모든게 감시 가능하니 말이죠.

2. 중동과 유럽 각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로케이션 촬영 장면을 즐기는 것도 또 하나의 볼거리입니다.

3. 엔딩에 흐르는 곡은 'Guns n' Roses'의 'If the World'입니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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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 투 유마 (3:10 To Yuma, 2007)
아버지의 이름으로

요 근래에는 부쩍 서부영화(혹은 서부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많이 개봉하였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정통
'서부영화'에 가까운 작품으로 큰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 바로 이 영화 '3:10 투 유마'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큰 기대를 모았던 것은 바로 2명의 주연 배우의 캐스팅 소식 때문이었다.
크리스찬 베일과 러셀 크로우가 한 스크린에서 등장하는 것은, <아메리칸 갱스터>의 러셀 크로우, 덴젤 워싱턴
과는 또 다른 볼거리와 기대감을 갖게 하는 캐스팅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두 배우의 연기와 더불어 <아이덴티티>와 <앙코르 (Walk The Line)>를 연출했던 제임스 맨골드의
연출도 기대를 갖게 했던 주요 포인트였다.

결과적으로 정통 웨스턴 영화의 분위기와 장르적 특성을 적절히 배경으로 사용하면서도,
내용적인 면에서는 조금은 거창하지 않고 소박하고 개인적인 면을 가져오면서
조금은 다른, 그래서 또 괜찮은 서부 영화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영화는 선과 악의 대결구도를 가지고 이끌어 간다기보다는, 기본적으로 '아버지'라는 존재의 고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점이 전통적인 서부영화와는 다른 점인데, 영웅적인 주인공과 악당이 외나무 다리에서
대결을 펼치는 이야기와는 달리, 그저 돈을 벌기위해, 그리고 자신의 아들들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주인공과 악당 역시 상당히 쿨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냉혹함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주인공인 댄은(크리스찬 베일) 남북전쟁에서 한쪽 발을 잃고 두 아이와 아내와 살아가는
평범한 가장이다. 하지만 철도회사에 빚을 지게 되면서 가정에는 금전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는 과정에서,
무법자인 벤 웨이드(러셀 크로우)의 사건에 자진해서 휘말리게 된다. 이렇듯 이 영화의 주인공인 댄은 영웅적인
면모를 띠는 것이 아니라 단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이 싸움에 뛰어들게 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더 돈을 벌 수 있는 반대 기회의 유혹이 있을 때 크게 혼란을 겪는듯 하지만, 결정적으로
마지막에 벤과의 대화 속에서 그가 이 싸움에 이리도 목숨을 거는 이유, 그리고 왜 그 돈이 필요하고 철도회사와
싸움을 벌여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등장한다. 구체적인 것은 영화 속에 나오지만 기본적으로는 아버지로서
아들에게 떳떳하기 위해 그는 이 목숨건 호송업무를 맞게 되는 것이다.
이 와중에서 벤은 댄의 이야기를 듣고 조금씩 마음의 변화를 일으키게 되는데, 마지막에 가서야 벤의
확실한 마음을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악당의 옷을 입은 벤의 의도는 러닝타임내내 갈등을 겪게 된다.
벤 캐릭터가 악당임에도 상당히 쿨하게 또는 영웅적으로 그려지는 것이 이 영화에 또 다른 특징이 될 텐데,
그렇기 때문에 그의 오른팔로 등장하는 '찰리'라는 캐릭터가 좀 더 부각이 되는 듯 하다. 뚜렷한 선악의 구조로
이끌어가는 것이 아닌 영화에서 '찰리' 캐릭터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냉혈한 악당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단 다 재치더라도 두 배우의 얼굴을 한 스크린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음...두 배우의 강한 카리스마가 격돌을 펼치는 스타일의 영화도 물론 좋았겠지만, 이렇게 한 캐릭터가
한 캐릭터를 압도하고, 점점 이에 동화되는 모습의 구성도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조금은 심심할 수도 있겠지만, 서부 영화 특유의 분위기와 두 멋진 배우의 연기를 맛보는 것 만으로도
괜찮았던 영화였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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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갱스터 (American Gangster, 2007)

올해의 마지막 기대작이었던 '아메리칸 갱스터'.
이미 리들리 스캇 영화에 덴젤 워싱턴과 러셀 크로우가 출연한다는 엄청난 소식이 전해진 뒤부터
쭈욱 이 영화를 기대해 왔었다.
잘 알려졌다시피 이 영화는 1970년대 뉴욕의 실존 인물인 마약조직의 보스 프랭크 루카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바탕이 전부가 아니라 감독의 말에 의하면 다큐멘터리에 가까울 정도로 그려낸 작품이다.

영화를 보고 난 뒤의 첫 느낌은, 상당히 무거우면서 굉장히 영화적으로 수준 높은 작품을 감상한 느낌이었다.
뭐라 쉽게 감상기를 쓸 수 없을 만큼, 무거운 주제와 이야기지만 너무 훌륭한 연출력으로 무려 2시간 반에 달하는
러닝타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만큼, 영화에 미치도록 집중하여 볼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생각나는 <대부>나 <좋은 친구들> 혹은 <스카페이스>나 <프렌치 커넥션>등의
영화들은, 내 나이가 나이인지라 모두 비디오를 통해 처음 보게 된 영화들이었다.
즉 영화가 개봉되던 시기에, 그 시대에, 극장에서 이 영화들을 즐길 수는 없었다는 말이다.
<아메리칸 갱스터>를 보고 나오면서 또 하나 든 생각은, 이런 영화를 동시대에 만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오히려 지금보다도 몇십년이 지난 나중에 더 영광이었다고 생각될 것 같다는 점이었다.

역시나 이 영화를 보며 감동했던 것은(내용적으로가 아니라 영화적으로),
거장이라 할 수 있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놀라운 연출력이었다.
이 영화는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그래야하는것처럼 엄청난 수의 갱들이 등장하지도 않고,
갱들간의 엄청난 총격전이 있지도 않고, 엄청난 로케이션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지만,
장면 장면에서 엄청난 스케일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여기에는 배우들의 연기력도 크게 한 몫을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단지 연출력만으로도 이렇게 장면 장면을 압도하도록 만드는 기술은 그야말로
리들리 스콧 쯤 되는 거장 감독이라야만 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닐까 싶다.

영화사에 남는 영화들을 보면, 무엇보다도 그 시대를 직간접적으로 반영하는 것에 매우 뛰어난 작품들이
많은데, 이 영화 역시 당시 6,70년대의 미국 사회를 직간접적으로 너무나도 잘 보여주고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프랭크 루카스의 일들을 직접적으로 그리면서 그 속에서 당시 미국사회에 만연하던
프렌치 커넥션 이후부터의 마약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이를 둘러싼 마피아와 갱들간의 치열한 세력다툼,
그리고 흑인과 백인간의 인종차별, 그리고 마약 만큼이나 만연했던 부패 경찰의 관한 이야기를 영화 속에
자연스럽게 섞어내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당시의 미국 사회가 처했던 문제들에 관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인지시키고 있다. 또 하나 개인적으로 우스웠던 건, 리들리 스캇 본인은 현재 미국인들에게 경각심과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이 같은 영화를 만들었을지 모르겠지만, 대한민국 국민인 나로서 보는 관점 역시
묘하게 맞아들어가면서 당시 미국사회가 처했던 상황과 프랭크 루카스라는 인물이 묘하게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과 교차편집되는 현상을 만들어냈다.

극중 덴젤 워싱턴이 연기한 프랭크 루카스는 분명 살인을 저지른 중범죄자이긴 하지만, 그가 연기해서 인지,
아니면 아직 실존인물이 살아있어서인지, 이 프랭크 루카스라는 인물은 분명 관객으로 하여금,
아주 나쁜 놈으로 인식되도록 그리지는 않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는 분명 불법마약거래와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이지만, 만약 마약대신 다른 것을 팔았다면, 그 만한 CEO가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든다는 것이다. 그는 한편으론 살인자이지만, 다른 한 편으론 빈민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고
매주 일요일에는 꼭 교회에 들르며,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고, 너무나도 가족적인 인간미가 넘치는 인물이며
또한 너무나도 신사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이렇게 양면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뭐랄까 아메리칸 드림을 꿈꿨던 소박한 한 남자의 이야기로 그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즉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이런 좋으면이 있으면 다 괜찮다라는 분위기가 묘하게 지금 우리의 현실의
상황과 겹쳤다는 이야기.
앞서 언급했듯 실존 인물이 생존해있기 때문에 이를 묘사하는데 있어
보이지 않는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여튼 그가 갱스터에 살인자였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
(이렇게만 얘기하니 마치 영화에서 그를 그리는데 있어 착한면의 비중이 훨씬 큰 것으로 생각될지도
모르나, 두 번 생각도 않고 머리에 총알을 밖아 넣는 냉혈한 모습이나, 따뜻해 보이다가도
일이 생각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너무나도 차갑게 변해버리는 모습도 분명 보여주고 있다).




리들리 스콧의 연출력에 한 번 감탄했다면,
두 주연배우인 덴젤 워싱턴과 러셀 크로우의 연기를 보면서 또 한 번 감탄하고야 말았다.
뭐랄까 '역시!'하는 탄성을 절로 내뱉게 하는 훌륭한 연기였으며,
확실히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니로를 대신하기에 충분한 수준에 올랐다는 느낌이었다.

러셀 크로우의 연기에 관한 이야기부터 해보자면,
러셀 크로우가 맡은 리치 로버츠(이분 역시 실존 인물)는 부폐 경찰이 당연시 되던 당시에
너무나도 옳아버려서 오히려 바보 취급을 받는 캐릭터인데, 러셀 크로우가 그 동안 했던 강력한 역할들에
비춰봤을 때 조금은 근질 거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천사표로 나오는 것은 아님-_-;). 특히나 뉴욕 특수 마약 수사관들에게
비굴하게 부탁할 때는 '형님, 그러지 말고 성질대로 해주세요'하는 생각이 절로 들만큼 불쌍하기까지 했다 ^^;

덴젤 워싱턴이 연기한 프랭크 루카스는, 이미 말했듯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갱들의 사회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놀라운 성공을 이뤄낸 인물로서, 영화 속에서는 양면을 모두
보여주어야 하는 역할이었다. 원칙적으로 이 캐릭터가 악역이라고 보았을 때 덴젤 워싱턴을
캐스팅한 것은 매우 좋은 선택이었으나, 그가 너무 연기를 잘 한 이유도 있는 탓에 보는 이가
너무도 프랭크 루카스를 이해하게 되어, 영화가 자칫 너무 위험한 메시지로 흘러갈 뻔한 위험요소를
함께 앉고 있기도 했다. 덴젤 워싱턴은 뭐 악역 연기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전 <트레이닝 데이>가 나쁜 경찰 역이어었다면, 이번 <아메리칸 갱스터>에서는 좀 착한 갱스터로
분하여, 이전과는 또 다른 캐릭터를 완벽하게 연기하고 있다.

이 두 배우가 스크린에서 뿜어내는 포스야 말로, 마스터 제다이급에 해당하는 엄청난 것으로
두 배우의 연기를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흐뭇하고 가치있었던 영화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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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부터 오스카 얘기가 나오고 있을만큼 훌륭한 연기와 연출력이 돋보인 작품이었으며
다시 말하지만 동시대에 이런 영화를 만날 수 있어서 영광이었던 작품이었다.


 
글 / 아시타카 (www.realfolkblues.co.kr)



1. 분명히 리들리 스콧 감독 작품임을 알고 봤음에도, 잠깐잠깐 마이클 만 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이애미 바이스>에 출연했었던 존 호키스가 등장하자, '맞아' 역시 마이클 만 영화라
   또 출연했구나 하며 뿌듯해 하기도 -_-;;

2. RZA는 그렇다쳐도, Common은 왠지 얼굴 볼때부터 조금 쑥쓰러웠는데 ㅋ
   제법 배우스럽게 잘 해내더군 ^^;

3. 확실히 이런 영환, 주연 배우 외에 조연들이 잘 해줘야 한다!
   쿠바 쿠딩 주니어를 비롯해, 조쉬 브롤린, 아만드 아상테, 존 호키스 등 다들 너무 멋졌음

4. 이런 6,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은 역시나 당시의 음악들이 많이 등장해
   듣는 귀를 즐겁게 한다. 사운트 트랙 역시 구입해야 할듯

5. 러셀 크로우 형아도 애용하는 펜탁스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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