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이십세기폭스코리아. All rights reserved



에이리언 : 커버넌트 (Alien: Covenant, 2017)

프로메테우스로부터 에이리언으로의 귀환


리들리 스콧의 전작 '프로메테우스 (Prometheus, 2012)'는 에이리언의 세계관을 가져와 좀 더 근원적인 질문과 답을 꺼낸 몹시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에이리언'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는 떡밥만 뿌리 고만 아쉬운 작품으로 평가되기도 하지만, 내게 있어 '프로메테우스'는 이 세계관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고 더 많은 것을 생각해 보게 만드는 아주 애정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렇게 1979년작 '에이리언 (Alien)'의 프리퀄이자 전작 '프로메테우스'의 속편 격인 이 영화 '에이리언 : 커버넌트 (Alien: Covenant, 2017)'는 앞서 말한 관객들의 아쉬운 평가가 신경 쓰인 탓인지, 프로메테우스 보다는 79년작 '에이리언'과 더 맞닿아 있는 작품이었다.



ⓒ (주)이십세기폭스코리아. All rights reserved



그렇게 아쉬운 점부터 말해보자면 그 이유는 아마 다 '프로메테우스'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를 너무 재미있고 흥미롭게 즐긴 입장에서 '커버넌트'는 그 연장선에 있다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전작에서 언급했던 창조주와 피조물의 관계를 통한 철학적 화두는 희미한 배경 정도로만 존재할 뿐이다. 쇼 박사와 데이빗이 엔지니어의 행성으로 떠났을 때의 마음 가짐을 떠올려 보자면, 아마도 그들이 관심을 갖고 탐구했던 바에 대한 내용은 '커버넌트'의 시점까지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벌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커버넌트'는 그저 데이빗의 대사 한 마디로 이 10년의 기간이 있었다는 것을 암시할 뿐이다. 


데이빗의 회상 장면으로 미뤄볼 때 그들이 처음 이 행성에 도착하고 수많은 엔지니어들을 마주하게 되고, 또 쇼 박사가 어떻게 죽음을 맞고 그 이후 데이빗은 어떤 일들을 경험하게 되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데, '프로메테우스'의 관점에서 볼 때 이십 년 간의 이야기가 더 흥미로운 이야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전작에서 던졌던 근원에 대한 물음과 창조주와 피조물 간에 서로 얽히게 되는, 한편으론 어리석은 굴레의 과정을 더 깊이 있게 다뤄볼 수도 있었을 텐데, 그 세월을 완전히 건너뛴 점이 못내 아쉽다.



ⓒ (주)이십세기폭스코리아. All rights reserved



하지만 '프로메테우스'의 모호함을 버리고 '에이리언' 본래의 공포와 긴장감의 장르 영화의 성격을 띠게 되면서 '커버넌트'는 더 심플하고 오락적인 영화가 되었다. 기존 1979년작 '에이리언'을 처음 보았을 때의 긴장감을 떠올려 본다면 쉽게 예상할 수 있을 텐데, 그때의 충격과 떨림을 넘어서지는 못하지만, 혹여나 79년작을 못 본 이들이라면 비슷한 첫 경험을 이 영화를 통해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에이리언 : 커버넌트'는 '에이리언 (1979)'과 장르적으로나 구성면에서 매우 닮아 있고, 더 나아가 제임스 카메론이 연출했던 '에이리언 2 (Aliens, 1986)'과도 상당 부분 닮아있다. 미지의 공간, 그리고 그 공간에서 하나둘씩 죽음을 맞는 대원들, 그리고 에이리언과 사투를 벌이는 여주인공의 모습까지, 전작들을 본 이들이라면 반복적인 요소가 다분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긴장감 넘치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 (주)이십세기폭스코리아. All rights reserved



2시간 넘게 충분히 재미있게 즐겼으나 전작의 매력적인 세계관과 연장선에 있을 수 있었던 구조와 재료들을 거의 사용하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쉽다. 리들리 스콧은 '프로메테우스'와 관련해 여러 가지 인터뷰들을 한 것으로 아는데, 시리즈의 정통성이나 '에이리언'과의 연관성 등과 무관하게, 결과적으로 완전하게 심플해진 새로운 '에이리언' 영화는 아쉬움을 남긴다. 



1. 영화를 보고 든 잡생각 중 하나는, 이 탐사대원은 무슨 부부동반 우대 조건이라도 있었나 싶었던 ㅋㅋ

2. 전작 '프로메테우스'에 대한 리뷰는 여기로. (프로메테우스 _ 근원에 대한 선문답)

3. 근래 본 15세 관람가 영화 중에 가장 수위가 높은 듯하네요. 

4. 사실 여기 등장한 배우들이 에이리언한테 호락호락당할 캐릭터들이 아닌데 말이죠. 마법사(캐서린 워터스톤, 카르멘 에조고)도 있고, 매그니토 (패스벤더)도 있고, 무엇보다 닥터 맨해튼 (빌리 크루덥)도 있잖아요 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주)이십세기폭스코리아 에 있습니다.





마션 (The Martian, 2015)

다시 우주를 꿈꾸게 만드는 휴먼드라마



리들리 스콧이 다시 한 번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 돌아왔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화성을 배경으로 한 아주 현실적이고 과학적인 드라마로 돌아왔다. 맷 데이먼이 또 한 번 우주비행사로 등장하는 이 영화는 기존 리들리 스콧이 우주를 다뤘던 영화들과는 조금 성격을 달리 한다. '프로메테우스 (Prometheus, 2012)'를 통해 근원에 대한 연구를 스릴러의 방식으로 풀어냈다면, 이 영화 '마션 (The Martian, 2015)'은 '에이리언' '프로메테우스' 등과는 달리 아주 철저하게 과학적이고 또한 현실적, 개인적인 시점으로 화성이라는 공간과 인간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리들리 스콧의 '마션'은 일종의 생존 드라마다. 홀로 화성이라는 공간에 남게 된 과학자가 살아 남기 위해 어떤 일들을 겪게 되는 지에 관한 보고서 혹은 일기와도 같은 내용인데, 여기서 이 영화가 다른 생존 영화들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바로 그 홀로 남게 된 주인공이 과학자 (식물학자)라는 점이다. 많은 SF영화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과학적 사실이나 이론을 바탕으로 설정이나 전개를 펼쳐 나가곤 하는데, 직접 검증을 다 해볼 수는 없지만 (아마도) '마션'은 다른 무엇보다도 과학적 근거가 드라마에 바탕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걸 알 수 있었다. 즉, 실제 과학적 이론에 근거한 내용 등이 영화의 전개 과정을 위해 근거 정도로 존재하는 방식이 아니라, 직접적인 대사나 설정을 통해 이런 이야기가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입증하고자 하는 것처럼 보인다. 다시 말해 지독한 장인인 리들리 스콧은 우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여러 이야기 가운데 이론적으로 타당하면서도 드라마가 가능한 원작 이야기에 매력을 느낀 것으로 볼 수 있겠다.



ⓒ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우주를 배경으로 홀로 남게 된 주인공을 다뤘다는 점에서 '그래비티 (Gravity, 2013)'를 연상케 하는데,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마션'은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서두에 언급했던 '캐스트 어웨이'와는 달리 '마션'의 주인공 마크 (맷 데이먼)는 적극적으로 지구와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이것 역시 지극히 과학자 적인 입장에서 현실적인 행동이라 할 수 있는데, 자신이 처한 상황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철저하게 계산해 생존 가능한 확률을 높이거나 더 나은 선택을 하고자 하는 행동에서 말미암은 최선의 선택이 바로 자신을 구해줄 수 있는 곳과의 연락을 통해 그 확률을 높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있어서도 이론적으로 가능한 방법과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매끄럽게 설명하는 데에 영화는 많은 공을 들인다. '마션'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이 같이 과학적 이론에 근거한 장면들을 묘사할 때 최대한 '왜?'에 대한 답을 관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보여주면서도 그것이 결코 지루하거나 딱딱하지 않게 유머와 음악을 가미한 드라마로서 유려하게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즉, 화성에 홀로 남은 주인공을 묘사하는 전반적인 방식에서 공포와 외로움이 주가 된 것이 아닌, 희망적이고 논리적이며 유쾌함마저 느껴지도록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생존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 놓인 주인공이 그 와중에도 유쾌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아마도 확률이 낮기는 하지만 가능한 확률도 분명 존재한다는 과학자로서의 믿음 (신앙적 믿음이 아닌) 때문일텐데, 영화 역시 바로 이 주인공의 심리와 분위기를 같이하며 이 외로운 싸움을 희망적이고 가능한 이야기로 그려내고 있다.



ⓒ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마션'의 가장 큰 매력 중 또 다른 것은 바로 영화에 삽입 된 기가 막힌 노래들이다. 이미 너무도 익숙한 록과 팝 넘버들이 정말 거푸 기가 막히다는 표현을 써야할 정도로 완벽하게 녹아 들어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신의 한수는 역시 데이빗 보위의 'Starman'을 들 수 있겠다. 단순히 음악적인 측면에서도 완벽하게 영화의 리듬과 맞물리는 곡인 'Starman'은 또한 내용적으로 보나 이 곡을 부른 데이빗 보위로 보나 우주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도 완벽한 싱크로율을 보여준다. 나중에 이 영화가 블루레이로 출시된다면 이 곡이 등장하는 시퀀스를 반복적으로 자주 보고 싶을 정도로, 멋진 영화 음악이었다. 이 밖에도 단순한 삽입곡이 인물의 설정과도 자연스럽가 녹아있는 아바의 'Waterloo'도 흥미롭고 다른 곡들도 영화의 유쾌하고 가벼운 리듬과 잘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다.



ⓒ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마션'을 이야기할 때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화성이라는 공간의 묘사다. 이미 여러 작품들의 제작 과정을 통해 리들리 스콧이 평소 영화를 만들 때 최대한 실제하는 것으로 모든 것을 만들고자 함은 잘 알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마션'에 등장하는 화성 역시 로케이션 촬영으로 착각할 만큼 실제하는 듯하고 무엇보다 몹시 아름다운 풍광을 담고 있다. 이것은 조금 의도적인 것일지 모르나 영화가 그린 아름다운 화성의 모습은 확실히 '꼭 한 번 가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 일으킨다. 두려움과 미지의 대상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꼭 한 번 탐험해보고 싶은 욕망을 (오랜만에) 다시 불러 일으킨다. 다시 말해 다시 우주를 꿈꾸게 만든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터스텔라'와 마찬가지로 리들리 스콧의 '마션' 역시 이제는 아무도 우주 탐험을 꿈꾸지 않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워 하며 만든 작품일지도 모르겠다. '인터스텔라'가 낭만적 가족드라마였다면 '마션'은 좀 더 유쾌한 과학적 수필같다. 벌써부터 블루레이로 출시 될 '마션'이 기다려진다. 매번 그렇듯 이번에도 영화 만큼이나 제작 과정이 궁금해지는 리들리 스콧의 매력적인 영화였다.



ⓒ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1. 원작 소설도 잘 나온 것 같아 빠르게 구매해서 읽어봐야 겠어요.

2. 사운드트랙은 무조건x10 구매입니다.

3. 3D로 감상하였는데 3D로 볼 충분한 가치가 있는 영화였습니다. 아이맥스로도 개봉하면 좋을 텐데 개봉할런지 잘 모르겠네요;;

4. 그저 맷 데이먼 혼자만 나오는 (마치 '더 문'처럼)영화 같지만 유명한 배우들이 정말 여럿 등장합니다. 제시카 차스테인, 제프 다니엘스, 케이트 마라, 세바스찬 스탄 (윈터솔저), 치웨텔 에지오포 그리고 숀 빈까지. 숀 빈이 죽는지 안 죽는지는 비밀로 ㅋ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에 있습니다.







프로메테우스 _ 블루레이 리뷰 (Prometheus _ Blu-ray Review)

프로메테우스, 그 숨겨진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올해 가장 출시를 기다렸던 블루레이 타이틀인 리들리 스콧의 '프로메테우스'를 드디어 감상하게 되었다. '프로메테우스' 블루레이가 기대되었던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화질과 사운드 등 AV측면 외에 본편으로는 미처 다 해소되지 않았던 궁금증들을 정리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과 함께, 그간 리들리 스콧 감독의 타이틀들이 보여준 완성도가 그 첫 번째 이유였다. 즉, 영화를 보는 재미 만큼이나 재미있고 흥미로운 블루레이의 부가 영상이 더 기대되었기 때문에, '프로메테우스' 블루레이 출시를 고대했던 것이다. 그렇게 보게 된 블루레이는 역시나 양적인 측면과 질적인 측면 모두를 만족시키는 완성도 높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번 글은 영화 본편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블루레이 자체, 더 나아가 부가영상을 소개하는 내용이므로, 영화에 대한 글은 기존 개봉 당시 작성했던 글로 간단하게 대체하고자 한다.



프로메테우스 _ 근원에 대한 선문답

http://www.realfolkblues.co.kr/1652



 

Blu-ray : Video Quality


이번 글은 포인트가 부가영상에 있으므로 화질 평가 역시 말로 하기 보다는 직접 원본 크기의 스크린 샷들을 추가하는 것 정도로!





 

Blu-ray : Special Features


1번째 디스크에는 감독 겸 제작자인 리들리 스콧의 음성해설 트랙과 각본가 존 스파이츠, 각본가 겸 제작자 데이먼 린델로프가 참여한 또 하나의 음성해설이 수록되어 있다. 개봉 당시에도 많은 팬들이 빨리 DVD/BD 가 출시되어 리들리 스콧의 음성해설을 들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을 정도로 관심을 많이 받았던 부가영상이었는데, 다행히(?)도 음성해설 두 트랙 모두에 한국어 자막이 제공되어 이 수많은 뒷 이야기들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리들리 스콧은 영화 장인답게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그의 팬은 물론 '프로메테우스'를 인상 깊게 본 이들이라면, 이 음성해설은 물론 두 각본가가 참여한 음성해설도 반드시 즐겨보길 권한다.




(엔지니어는 혼자 오지 않았다)


그 다음 살펴볼 부가영상은 '삭제 & 또 다른 장면'인데 블루레이 출시전 부터 관심을 모았던 삭제/확장 장면인 만큼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장면들이 여럿 수록되었다.  그 가운데 몇 가지만 이야기해보자면 영화의 첫 장면, 엔지니어가 도착하는 장면인데 본편에는 혼자 등장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삭제 장면에서는 여러 명의 엔지니어들이 함께 왔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나이 든 엔지니어가 젊은 엔지니어에게 의식을 위해 그 물건(?)을 전달해 주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처음에는 나이 든 엔지니어가 젊은 엔지니어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있었지만, 불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제일 먼저 삭제 되었다고 한다. 




(본래 엔지니어는 제법 많은 이야기를 했었다)


그 다음은 추후 깨어난 엔지니어가 웨이랜드와 데이빗 일행을 만나는 장면에서 엔지니어가 데이빗과 고대어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인데, 엔지니어가 말을 하면 할 수록 결국 인간과 동일한 존재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가급적 엔지니어의 말을 줄이는 것이 더 신비로운 느낌을 줄 수 있다고 판단, 좀 더 신(God)과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엔지니어의 대화 장면을 대부분 삭제하게 되었다. 극장에서 볼 수 있었던 최종 버전이 더 영화의 전체적인 구성 측면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기는 했지만, 이 장면은 좀 더 주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한 장면이기에, 이렇게 삭제장면으로라도 만나게 된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좀 더 웨이랜드의 어리석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리고 마지막 쇼와 데이빗의 대화를 통해, 영화의 제목이 될 뻔 했던 '천국 (Paradise)'이라는 단어가 포함되고 제외됨에 따라 얼마나 의미 상에 차이가 있는지 (확장과 축소가 가능한지)를 알 수 있다. 





'피터 웨이랜드 파일'에서는 영화 개봉 전 프로모션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던 영상들도 만나볼 수 있는데, 첫 번째 '고요한 눈 - 엘리자베스 쇼'에서는 쇼 박사가 웨이랜드에게 보낸 셀프 카메라 형식의 메시지 영상으로서, 질문의 답을 찾고자 하는 쇼의 욕구와 영생을 얻고자 하는 웨이랜드의 욕구가 서로의 필요로 인해 맞아 떨어진 결과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쇼가 어떻게 웨이랜드의 이 프로젝트의 참여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소스랄까.





'생일 축하해 데이빗'은 미리 프로모션을 통해 볼 수 있었던 영상이었는데 (이후 TED 영상과 마찬가지로), 로봇인 데이빗 캐릭터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정보와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는 영상이라 하겠다. 쉽게 얘기하면 데이빗 모델에 대한 홍보 영상이라 하겠는데, 감정까지 갖춘 모델이라는 마지막 문구가 인상적이다. 





마지막으로 젊은 웨이랜드가 자신의 야심찬 비전을 발표하는 영상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TED 강연 형태로 진행되어 더욱 흥미롭기도 하고 현실성도 갖춘 영상이다. 이 영상을 통해 웨이랜드의 욕망의 근원에는 어떤 에너지가 있는지, 그의 비전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2번째 디스크에는 본격적인 부가영상을 만나볼 수 있는데 '분노한 신들 : 프로메테우스 제작과정 (The Furious Gods: Making Prometheu)'에 대부분의 부가영상이 수록되었다. 일단 실로 오랜만에 양적으로 만족스러운 부가영상 수록이라는 점에서 밥을 안먹어도 배부를 정도. 실제로 보통 같으면 모든 부가영상을 다 보고 하나씩 모두 소개했겠지만, 이번 글에서는 모두 소개하는 것 자체가 좀 벅찰 정도로 양적으로 풍부하며, 일일이 소개하는 것 보다는 보는 이들을 위해 남겨두면 더 좋을 부분들이 많아서 절반 정도만 소개하려고 한다 (그래도 상당히 많은 양이다).


제작과정을 보는 동안 '인핸스먼트 모드'를 통해 좀 더 심층적인 내용들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인핸스먼트 모드를 통해 제공되는 영상들은 디스크 메뉴의 '웨이랜드 기업 특별 자료실'을 통해 별도로도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함을 준다.





첫 번째  '낙원 정복 : 스토리 창조'에서는 에이리언 프리퀄에서 시작한 이 작품이 어떻게 그 이상을 담고 있는 독립적인 작품으로 발전했는지 초반 스토리 구상 과정을 소개한다. 에이리언 프리퀄로 시작되긴 하였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미 4부작을 통해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리들리 스콧이 직접 하지 않은 이야기들 - 작품들 - 을 포함하여) 다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무슨 이야기를 더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그렇다면 맨 처음으로 돌아가 태초의 이야기로 풀어가보자는 것으로 정리하게 되었고, 단순하게는 에이리언은 누가 만들었는가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결국 인간은 누가 만들었고 그렇다면 그 인간을 만든 조물주는 또 누가 만들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담은 이야기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처음 '에이리언 프리퀄'로 명명 되었던 영화의 제목은 '에이리언 엔지니어', '파라다이스' 등을 거쳐 결국 '프로메테우스'까지 이르게 되었다. '프로메테우스'라는 제목은 결과론이기는 하지만 신화의 내용과 조물주를 찾아가는 영화의 내용과도 잘 맞아 떨어지는 제목이 아니었나 싶다.






두 번째 '피라미드 아래 : LV-223'에서는 영화 속 다양한 디자인들에 관한 이야기를 더 깊게 만나볼 수 있는데, 일차적으로 LV-223에서 만나게 되는 괴물들의 경우 이미 무섭고 특이한 이미지의 괴물들은 거의 다 나올 만큼 나왔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그러니까 최대한 중복되지 않는 새로운 이미지와 형태를 만들려고 특별히 애를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프로메테우스 호의 디자인을 비롯해 여러가지 흥미로운 영상들이 있었지만 그 가운데서도 가장 눈에 힘을 주게 된 흥미로운 부분은 H.R.기거에 대한 기거레스크를 소개하는 부분이었다. 잘 알려졌다시피 에이리언 하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H.R.기거가 창조한 특유의 컨셉 아트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리들리 스콧은 '프로메테우스'를 제작하면서 H.R.기거에게도 역시 도움을 청했는데, 처음에는 의도적으로 기거 풍을 배제하려고 컨셉을 잡았으나 조금씩 기거 풍을 도입하게 되었고 결국에는 전체적인 컨셉을 기거 풍으로 가기로 결정, 이전까지 작업한 결과물들에 기거 풍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사진 오른 쪽의 이 분이 바로 그 유명한 H.R.기거)


얼핏 보기엔 그냥 단순히 (이걸 단순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기거 풍의 디자인인 것 같지만, 이에 앞서 엄청난 아이디어와 양의 결과물들이 있었던 탓에, '프로메테우스'와도 완벽하게 잘 어울리는 결과물을 만나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이 부가영상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장면은 역시 바로 그 유명한, 컨셉 아트 디자이너들에게는 성배로 불리우는 스페이스 자키와 그 조종석에 대한 이야기와 세트 디자인이었다. 개인적으로도 만약 에이리언이나 프로메테우스와 관련된 아이템(피규어나 스테츄 등)을 단 하나만 구입할 수 있다면 바로 H.R.기거가 만든 이 스페이스 자키의 조종석을 소장하고 싶을 정도로, 영화 팬들에게 역시 이 디자인과 구조물은 절대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농담삼아 (진담인 것 같지만..) 영화가 끝나면 다른 건 몰라도 이건 꼭 내가 집에 가져갈 거라고 말하는 리들리 스콧의 말에 갑자기 부러움이 밀려올 정도였다. 이 엄청난 구조물이 마당 안 잔디밭에 있다고 생각해보니....




('저 뒤에 저건 촬영 끝나면 내가 가져갈 꺼에요 ㅎㅎ')


참고로 이번 '프로메테우스' 블루레이 부가영상이 특히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수많은 컨셉 아트들에 대한 내용을 갤러리 형식으로 보기 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었는데, 실제로 엄청난 양의 컨셉 아트 작업물들을 만들었던 영화답게 이 작업물들을 최대한 부가영상에 녹여 공유하려는 시도가 무척이나 반가웠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인 '엔지니어'의 경우, 본래 영화의 시나리오상 중심에 엔지니어가 있었을 정도로 비중있는 캐릭터답게 그에 관한 뒷이야기들도 깊이 있게 만나볼 수 있었다. 엔지니어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과 같은 고대 조각상들의 모습에서 착안하여, 신비로움과 함께 디자인적으로 자연적인 공포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엔지니어가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는 것에 모두들 반대했으나 리들리 스콧은 끝까지 이를 강력하게 주장했고 결국 이와 같은 모습을 하게 되었다. 성경에 나오는 '신은 자신의 모습을 닮도록 인간을 창조했다'라는 이야기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인데, 영화의 핵심이 바로 조물주를 찾아가는 여정과 그 의문에 있다는 점에서 이런 엔지니어의 이미지는 리들리 스콧이 끝까지 주장할 만한 가치가 있었던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인간 명단 : 캐스팅과 의상'에서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배우들의 인터뷰와 캐릭터 그리고 각 캐릭터 별로 의상과 관련된 이야기가 수록되었는데, 그 첫 번째로 여 주인공 엘리자베스 쇼를 연기한 누미 라파스를 만나볼 수 있다. 누미 라파스는 잘 알려졌다시피 최근 스웨덴 원작의 '밀레니엄' 시리즈의 주인공 '리스베트'를 연기해 화제를 모았던 배우인데, '밀레니엄' 1편에 출연한 그녀의 모습을 보고 관심을 갖게 된 리들리 스콧은 육체적 연기와 감정적인 연기를 모두 필요로 하는 엘리자베스 쇼 역할에 적역이라고 생각해 바로 점찍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누미는 스타급의 여배우를 원했던 스튜디오의 기대에는 못 미치는 배우였고, 그녀의 캐스팅에 제작사는 쉽게 설득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리들리 스콧의 강력한 주장과 더불어 거의 영화 속 장면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의 카메라 테스트 들을 통해 누미 라파스는 스스로를 입증해 결국 엘리자베스 쇼 캐릭터를 연기하게 되었다. 부가영상에는 누미 라파스가 받은 카메라 테스트 영상이 수록되어 있는데, 일반적으로 부가영상에 수록된 카메라 테스트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실제 촬영 감독인 다리우스 월스키가 촬영하였으며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영화 속 장면을 최대한 표현한 공간 활용 덕에, 일반적인 테스트 영상의 퀄리티는 가볍게 상회한다.





할러웨이 역 캐스팅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주로 연극 무대에서만 활동하던 뉴욕 출신 배우 로건 마샬-그린을 최종 캐스팅하였고, 결과적으로 크게 돋보이지는 않았지만 (이건 시나리오의 비중 탓일듯) 큰 무리 없는 캐스팅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프로메테우스'에서 가장 돋보이는 캐스팅이라고 할 수 있는 '데이빗' 역할의 마이클 패스빈더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운데, 리들리 스콧이 그에게 준 디렉션이라고는 '당신은 근본적으로 하인이고, 엄청난 지식을 가졌음에도 하인 노릇을 한다는 모순을 연기해라'라는 것 밖에는 없었다고 한다 (리들리 스콧은 패스빈더에게 '천재 아니야?'라고 까지).





그리고 제법 많은 수의 관객들이 '도대체 어디에 출연한거지?'라고 궁금해하기도 했던 가이 피어스의 이야기도 수록되었는데, 웨이랜드 역을 연기하기 위해 5시간이 넘는 시간을 들여 분장을 하는 장면을 엿볼 수 있다. 참고로 노역인 웨이랜드의 캐스팅을 더 나이 많은 노역 배우를 캐스팅하지 않고 가이 피어스를 캐스팅한 이유도 들을 수 있었는데, 웨이랜드라는 캐릭터가 노인이기는 하지만 삶에 대한 강한 욕망을 갖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더 젋은 배우가 연기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가이 피어스를 캐스팅하게 되었다고 한다.




(가이 피어스 : 저도 출연했다고요 ㅎㅎ)


주요 캐릭터들의 헤어와 의상 테스트 장면의 경우 각 배우들의 음성해설과 함께 수록되었는데, 헤어와 의상이 캐릭터 설정과 구현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스텝들이 아닌 배우 스스로가 자신이 이 캐릭터를 완성하는데에 각 의상들과 헤어스타일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소개해주다보니 더 설득력이 있는 인터뷰였다. 데이빗의 경우 젊은 시절 데이빗 보위를 연상시키는 동시에 극중에도 등장하는 것처럼 '아라비아의 로렌스' 속 피터 오툴을 롤모델로 삼는 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헤어와 의상 테스트 영상이 흥미로운 도 다른 이유는 누미 라파스나 샤를리스 테론, 마이클 패스빈더 등 배우들이 모두 이 테스트를 단순한 테스트로서 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캐릭터에 동화된 것처럼 매우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카메라 테스트 장면들이 테스트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영화 속 한 장면으로 느껴질 정도로 배우들의 대단한 집중력과 몰입도를 만나볼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 소개할 부가영상은 '녹색이 없는 세상: 파인우드 스튜디오, 2011년'인데 이 CG로 도배되다시피 했을 것만 같은 이 SF영화가 사실은 거의 대부분을 그린 스크린 없이 촬영되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들려준다. 최근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갈수록 발전하면서 대부분의 SF영화들은 그린 스크린을 통한 CG의 비중이 상당히 높아졌는데, '프로메테우스'는 보통 같으면 CG로 처리했을 배경이나 공간을 실제 크기의 세트로 제작하여 촬영되었다 (미니어처도 아니고!). 이 엄청난 세트는 007세트장으로 유명한 영국의 파인우드 스튜디오에서 제작 및 촬영이 되었는데, 리들리 스콧이 파인우드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한 것은 1985년 작 '리젠드' 이후로 처음이라고 한다.





실제 크기로 제작된 세트들 가운데 가장 압도적인 것은 역시 스페이스 자키와 조종석이 있는 공간 (저거노트)이었는데, 무려 74일에 걸쳐 이 세트를 만드는 과정을 저속촬영 시퀀스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 리들리 스콧의 이야기처럼 '프로메테우스'는 무엇보다 스케일이 자체가 중요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어쩌면 과도하다고 느낄 수 있었을 이러한 대형 세트 제작도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대부분의 장면들이 CG가 아닌 실제 제작된 세트에서 촬영해서 얻는 가장 큰 장점이라면, 배우들이 그린 스크린에 대고 '여기에 이런 것이 있을 것이다'라고 상상하며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 세계를 실감하면서 연기할 수 있다는 점을 손꼽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배우와 스텝들은 촬영장에만 오면 실제 LV-223 행성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깊은 몰입으로 연결되었다. 리들리 스콧은 더 나아가 영화 속 등장하는 다양한 크리쳐들마저 CG가 아닌 실제 조작이 가능한 모형으로 만들어 배우들과 리얼 타임으로 함께 연기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즉, 배우들은 눈 앞에 어떤 것을 가정하고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보이는 것에 반응만 하면 되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에이리언'을 촬영할 때도 그랬던 것처럼 몇 장면은 더 실감나는 반응을 이끌어 내기 위해 배우에게 미리 알려주지 않고 놀라게 하는 방식까지 보여주기도.




 

마지막으로 '프로메테우스' 블루레이는 DVD 시절부터 레퍼런스 부가영상을 만들어 왔던 감독이자 프로듀서인 Charles de Lauzirika의 작품이다. 그는 이미 리들리 스콧 감독의 많은 DVD/BD 타이틀들을 수준급의 부가영상을 통해 레퍼런스로 탄생시켜 왔는데, 지금까지도 레퍼런스 DVD로 꼽히는 '킹덤 오브 헤븐' 감독판 DVD의 부가영상도 그의 작품이고, '블레이드 러너' 역시 그의 솜씨며 '에일리언 Quadrilogy' 등도 그의 손 끝에서 완벽해진 타이틀이었다. 리들리 스콧 감독 작품 외에도 '(500)일의 썸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트랜스포머' 시리즈 등의 부가영상을 감독하기도 했다. 실제로 언제부턴가 리들리 스콧 감독 작품의 DVD나 블루레이 출시를 기대할 때면 자연스럽게 Lauzirika의 메이킹 다큐를 기대하게 되었을 정도로, 그의 이름은 또 다른 브랜드로 신뢰를 얻은지 오래다.

 

 

 

 

이번 '프로메테우스' 블루레이 역시 한 번에 모두 소개하기 벅차고, 한 편으로 다 소개해 버리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만족감을 훨씬 상회하는 부가영상을 수록하고 있다. 이 정도라면 돈을 (조금) 더 주고도 살 만 하다. 이런 콘텐츠를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도록 소장하는 것은 그 자체로 행복일 것이다.

 

 

(아~ 행복해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블루레이 캡쳐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2012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에 있습니다.



 




프로메테우스 (Prometheus, 2012)

근원에 대한 선문답



리들리 스콧의 '프로메테우스 (Prometheus, 2012)'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에이리언 (Alien, 1979)'의 프리퀄로 먼저 알려진 작품이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사실 개인적인 기대의 포인트도 여기에 머물러 있었다. 프리퀄 이란 형태는 기존 작품들의 장점들을 그대로 계승해 최대한 신작이 갖는 벽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스토리 전개 등 여러 측면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계점도 있다고 할 수 있을 텐데, '프로메테우스'는 '에이리언'의 프리퀄로서도 성립이 가능한 작품이지만 이것은 부수적인 기능의 수행일 뿐, 독립적으로 평가되어야 마땅하고 오히려 1979년 작 '에이리언'의 이야기가 '프로메테우스'의 파편과도 같은 작품으로도 이해가 가능할 정도의 압도적인 작품이었다.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압도적인 인트로. 태초의 지구로 예상되는 무인지경의 자연 앞에 한 남자가 서 있다. '엔지니어'로 불리는 이는 어떤 액체를 마시고는 분열되어 폭포 아래로 떨어지고, 분열된 이 자의 DNA는 물 속에서 다른 것들과 함께 결합되어 간다.


'프로메테우스'의 첫 장면과 관련해서는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한데, 이 글 후반부에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어떤 설이 정설인지는 이 영화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는 듯 하다. 만약 이 인트로가 100% 영화를 규정 짓는 장면이라 반드시 어떤 내용인지 확인해야 하는 것이었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지만 (그렇지만 이 인트로의 중요성은 영화를 곱씹어보면 볼 수록 느끼게 된다), 100%는 아님을 바로 이어지는 데이빗 (마이클 패스밴더)의 장면에서 알 수 있다. 우주선 프로메테우스에 홀로 깨어 농구도 하고 다른 사람의 꿈(과거)도 훔쳐보고 영화도 보는 데이빗의 모습에서 이 영화의 가장 큰 모티브가 포함되어 있는데, 바로 데이빗이 '아라비아의 로렌스 (Lawrence of Arabia, 1962)'를 보고 극 중 로렌스의 대사와 헤어스타일을 따라하는 장면이 그것이다.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개인적으로도 고전 가운데 가장 좋아하고 여러번 보았던 작품인지라 '프로메테우스'에서 인용되는 순간, 데이빗의 존재와 맞물려 바로 영화의 모티브를 연결해 볼 수 있었는데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본 이들은 잘 알겠지만 피터 오툴이 연기한 로렌스는 영국인과 아랍인 사이에 모두 속한 듯 보이지만 사실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철저히 홀로 존재했던 외로운 존재였으며, 그렇기에 한 쪽이 아닌 양쪽의 부담을 심리적으로 모두 감당해야만 했던 안타까운 존재였다. 하지만 로렌스는 양쪽을 모두 아우를 만큼의 믿음을 갖고 있었던 캐릭터이기도 했는데, '아라비아의 로렌스' 속 로렌스의 중간자적인 캐릭터는 '프로메테우스'에 와서 조물주(엔지니어)와 인간들 사이에 존재하는 로봇 데이빗으로 투영되었으며, 로렌스가 그러하였듯 데이빗의 시작과 결말도 이와 함께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꼭 데이빗의 이야기로 치환하지 않더라도 '프로메테우스'는 여러가지 가치들의 관계를 통해 '아라비아의 로렌스'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상당히 포함하고 있다. 아, 그리고 인용한 장면이 다름 아닌 '믿음'에 관한 장면이었다는 것은 더욱 의미심장하다.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처음 데이빗이 로렌스를 보고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장면은 일회성이 아닐까 했는데, 결국 데이빗은 끝까지 로렌스의 헤어스타일을 고집한다. 다시말해 데이빗은 물론 이 영화가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를 단단히 결심하는 장면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프로메테우스'가 말하고자 하는 믿음은 죽음에 관한 (Mortal) 것과 연결된다. 죽음을 앞두고 영원을 누리기 위해 창조주를 만나고자 하는 웨이랜드 사의 회장 피터 웨이랜드, 죽음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데이빗 그리고 불멸의 존재로 인간들에게 그려지는 엔지니어들까지.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불멸의 존재로 예상되었던 엔지니어들 역시 죽음을 맞게 된다는 점이다. '프로메테우스'가 말하고자 하는 믿음은 죽음에 관한 (Mortal) 것과 연결된다. 죽음을 앞두고 영원을 누리기 위해 창조주를 만나고자 하는 웨이랜드 사의 회장 피어 웨이랜드, 죽음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데이빗 그리고 불멸의 존재로 인간들에게 그려지는 엔지니어들까지.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불멸의 존재로 예상되었던 엔지니어들 역시 죽음을 맞게 된다는 점이다.


영화가 처음 가졌던 질문이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것이었다면, 엔지니어들 역시 불멸의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시점에서 이 방향성 역시 변화를 겪게 된다. 창조주로 생각했었던 엔지니어들이 신과 같은 존재라기 보다는 진보한 또 하나의 존재(유한한)라는 점과 그들이 인간을 창조한 이유 역시 인간들이 기대한 '무엇'이기 보다는 그들의 필요에 의한 다른 무엇일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인해, 영화는 이 질문에 대해 하나의 정답을 내놓기 보다는 이 질문을 던지게 된 배경과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로메테우스의 모든 캐릭터와 관계들이 흥미로운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앞서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통해 믿음의 메시지를 던졌던 '프로메테우스'는 결국, 각기 다른 것을 믿었던 이들의 믿음이 생기고 사라지고 다시 생겨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오래 전 각 문명들에서 발견된 동굴 벽화를 보고 인간을 만든 창조주가 존재한다는 믿음을 갖게 된 '쇼'와 '찰리' 박사, 그리고 이들이 생명을 주었다면 죽음마저 앗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피터 웨이랜드와 이런 웨이랜드의 생각을 믿지 못하는 비커스의 이야기 속에서 인간 만이 갖고 있는 믿음이라는 가치에 대해 다시 떠올려 보게 된다. 아마 '프로메테우스'가 좀 더 명확한 하나의 답을 주고자 했던 영화였다면 처음 가졌던 믿음을 그대로 끌고 갔거나 아니면 그 믿음이 철저히 붕괴되어 가는 과정으로 마무리 했을 것이다. 하지만 '프로메테우스'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겪고 난 다음 새로운 믿음이 생겨나는 과정까지 열어두었다. 즉, 이 영화는 워쇼스키의 '매트릭스' 처럼 하나의 가설을 두고 다양한 논리와 철학으로 설득하는 영화가 아니라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 만이 답이라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작품이라는 얘기다.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영화는 직간접적으로 하나의 정답만이 의미 있다는 것도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답을 찾으려는 것 자체, 혹은 인물들 각각이 선택한 그들 만의 답이 모두 의미 없다는 것이 아닌 모두가 답일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이야기한다. 쇼나 찰리가 꿈꾸던 창조주의 모습은 아니지만 엔지니어로 불리는 그들은 어떤 이유에서건 인간을 의도적으로 창조했거나 그렇지 않고 우연에 의해 창조했을 수도 있으며 (그래서 인트로 장면이 중요하다. 이 두 가지가 모두 가능하도록 연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추후에 알려진 오프닝의 확장된 장면을 포함하더라도 그렇다), 엔지니어들의 우주선에서 발견된 수 많은 괴생물체들의 존재가 가둬두기 위함인지 양육하기 위함인지, 양육하기 위함이라면 정확히 무엇을 위한 것인지 영화는 명확하게 말하고 있지 않다. 만약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인간을 창조한 것이라면 이 모든 일들이 끝나고 지구로 귀한하지 않고 그들의 행성으로 답을 얻기 위해 떠나는 쇼의 여정이 더욱 의미있을 것이고, 우연에 의한 창조였다면 이 우연이 가져오게 된 결과에 대해서 좀 더 깊이 따져보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앞서 이 영화가 '에이리언'의 프리퀄로서 존재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만약 '프로메테우스'가 명확한 '에이리언'의 프리퀄이었다면 에이리언의 탄생과 존재에 대한 더 확실한 모티브가 있어야 하는데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이 그 좋은 예) 이 작품에서는 바로 이 부분을 명확하게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프리퀄 만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물론 우연에 근거한 탄생론도 충분히 흥미로운 이야기다. 여기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인트로 장면으로 미뤄봤을 때 처음에 이 검은 물체는 엔지니어를 숙주로 사용할 수 없는 구조였지만(함께 산화해 버렸으니까), 쇼의 몸에 잉태되어 진화한 이후에는 다시 한 번 엔지니어와 만나게 되었을 땐 엔지니어를 숙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잉태와 숙주라는 개념은 '에이리언'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라 할 수 있으므로, 그 부분의 차이점을 명확하게 짚고 넘어간 이 장면이 인상 깊을 수 밖에는 없었다.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조금 정리를 해보자면 '프로메테우스'에 존재하는 이른바 떡밥이라 불리우는 수많은 단서들은 여타 다른 영화들에서 단서가 활용되는 것들과는 차이점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영화가 단서를 활용하는 보통의 방법은 단순히 늘어놓기 위함이 아니라 언젠가는 (혹여 이번 영화에서가 아닐지라도) 반드시 풀기 위한 복선 등으로 활용하기 위해서인데, '프로메테우스'의 수많은 단서들은 반드시 풀기 위함이 아니라 푸는 과정을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왜 엔지니어는 인간을 창조했는가? 데이빗의 정확한 의도는 무엇일까? 엔지니어는 인간을 의도적으로 창조한 것일까? 왜 엔지니어는 이 곳에 군사기지 같은 곳을 만들어 놓고는 우주선 안에 엄청난 수의 '무언가 (이것이 나중에 모습으로 진화할지 몰랐을 수도 있다는 가정하에)'를 담고 어디로 향하려고 했던 것인가? 등의 질문은 물론, 처음 이 행성에 도착했을 때 확인할 수 있었던 것처럼 이 같은 우주선이 하나가 아닌 여럿이라는 점으로 미뤄 각 우주선 마다 이 정도의 괴생물체가 존재할 것은 물론 또 다른 엔지니어 생존자가 숙면을 취하고 있을 가능성도 남겨두었을 정도로, 해결되지 않은 일들과 질문들이 이 영화엔 가득하다.


'프로메테우스'는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는 작품이라고 봤을 때, 위의 늘어놓은 질문들은 어쩌면 여러 번의 기회일런지도 모르겠다. 정답이 필요한 질문이었다면 여러 개의 질문과 의문을 던질 필요조차 없었겠지만 이 영화와 같은 경우라면, 더 많은 기회를 통해 과정을 경험하는 것 자체가 핵심인 영화이기 때문에 의문점들, 아니 한 가지로만 해결되지 않는 미완의 것들을 일부러 여럿 남겨둔 셈이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것이 모호함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명확함에 한 발 더 다가가게 되는 것이다.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1. 아이맥스 3D 감상은 매우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3D는 둘째 치더라도 이 영화에 아이맥스라는 포맷은 정말 필수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인트로의 그 광활한 아이슬랜드의 풍광은 아이맥스의 대화면으로 볼 때 그 위엄이 제대로 느껴지더군요. 이러한 압도적 위엄이 있어야 이 영화의 초반 분위기가 성립될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이런 거대한 자연에 비해 인간이라는 존재의 덧없음을 인트로는 말없이 얘기하고 있죠), 아이맥스 3D의 관람을 강추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영화가 던지는 질문에 이 스케일은 아주 중요한 영향을 끼치기도 하구요.


2. 속편이 나올지는 모르겠으나, 제가 이해한대로 라면 속편이 나오지는 않을 것 같네요. 속편이 나오지 않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결과인 것 같구요. 이미 '프로메테우스'는 자신이 던지고자 한 질문에 충실한 답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3. 아무리 생각해도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인용한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자 대단한 시도였다고 생각되네요. 그 인용 하나로 인해 많은 것들이 힘을 얻게 된 것은 물론이요, 데이빗이라는 캐릭터에게 이전 '에이리언' 시리즈의 비숍에게는 없는 '공감대'를 만들어주었으니까요. 페스벤더의 연기도 정말 좋았습니다.


4. 일단 한 번 쏟아내지 않으면 헤어나오기 힘들 정도로 깊은 인상을 안긴 작품이었습니다. 한 번 쏟아내고나니 그나마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 같지만, 한 번 더 보고 또 다른 이야기들을 쏟아내고픈 욕구가 발동하는군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에 있습니다.






비극으로 희망을 얘기한 로드 무비


흔히들 여성영화를 꼽거나 로드 무비를 꼽을 때 절대 빠지지 않는 작품 중 하나가 바로 리들리 스콧의 1991년작 '델마와 루이스 (Thelma & Louise)'일 것이다. 수잔 서랜든과 지나 데이비스 두 배우의 인상적인 연기와 영화사에 남을 마지막 장면으로 더욱 유명해진 이 작품은, 사실은 전형적인 로드 무비 혹은 버디 무비의 전개를 따르고 있지만 두 명의 주인공이 여성이라는 점 때문에 개봉 당시와 지금까지도 특별한 인상을 준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2011년 지금에 와서 다시 본 '델마와 루이스'는 델마와 루이스가 여성이어서 느껴지는 바는 조금 덜했지만, 1991년 당시만 하더라도 스튜디오에서는 주인공인 두 여성이 총을 들고 강도 짓을 벌이고 엔딩 마저도 유쾌하지 않은 이 영화를 결코 반기지 않았었고, 이 영화로 인해 수잔 서랜든과 지나 데이비스는 타임지의 표지 모델로까지 등장하는 등 화제와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작품이었다.


당시 논란이 되었던 것은 여성의 남성살해에 관한 것이었다. 그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본다면 당시의 생각이 얼마나 편협한 것이었는지를 새삼 떠올려 보게 된다


'델마와 루이스' 역시 프리 프로덕션 기간에 많은 것이 변경되었는데, 처음에는 시나리오를 쓴 캘리 코우리가 직접 연출을 맡고 싶어했으나 스튜디오 측은 리들리 스콧을 제안, 코우리도 이를 받아들여 최종적으로 그가 연출을 맡게 되었으며, 델마와 루이스 역에도 처음에는 미쉘 파이퍼와 조디 포스터를 염두에 두었었고 이후에는 골디 혼과 메릴 스트립도 물망에 올랐으나 제작이 지연되면서 결국 모두 이 프로젝트에서 멀어지게 되었고 결국 당시 이름있는 배우이기는 했으나 슈퍼스타는 아니었던 수잔 서랜든과 지나 데이비스가 캐스팅되게 되었다. 이런 뒷이야기를 듣고 나니 물망에 올랐던 다른 배우들이 출연했더라면 어땠을까 궁금증이 들게 되는데, 미쉘 파이퍼와 조디 포스터는 조금 겹치는 감이 없지 않지만, 골디 혼과 메릴 스트립이라면 지금의 델마와 루이스 만큼이나 멋진 영화가 나올 수도 있었겠다 싶다 (참고로 이 둘은 '델마와 루이스' 대신 '죽어야 사는 여자'에 출연했다).


이 영화에서 두 주연배우 외에 눈에 띄는 배우는 단연 'J.D'역할을 맡은 브래드 피트일 것이다. 브래드 피트는 이 역할로 인해 단숨에 가장 섹시한 남자로 주목 받게 되었다.

캐스팅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면 'J.D'역할로 출연한 브래드 피트의 경우 이 작품을 실질적인 헐리웃 데뷔작으로 볼 수 있을 텐데, 지금 보면 그 풋풋함과 어린 목소리에 몸서리칠 정도로 간드러지지만 델마가 넋을 놓고 빠져들 만한 매력은 남자가 봐도 느껴질 정도니 역시 브래드 피트는 브래드 피트다. 그의 최근작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델마와 루이스' 시절의 풋풋한 모습을 잠시나마 즐길 수 있었다면, 이 작품은 CG없는 진짜 그를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참고로 'J.D'역할은 조지 클루니를 비롯해 많은 배우들이 오디션을 보았으나 결국 브래드 피트가 배역을 따낸 경우. 시나리오를 쓴 캘리 코우리 조차 브래드 피트를 처음 보는 순간 완벽한 'J.D'다 라며 이 캐스팅을 마음에 들어 했다고 한다. 브래드 피트 외에 그간 악역을 주로 맡았던 하비 케이틀이 이 작품에서는 선한 역을 맡은 것도 흥미로운 점이었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두 주인공이 타는 자동차라고 할 수 있을 텐데 1966년산 초록색 썬더버드 (Thunderbird)는, 세월이 흐를수록 이 영화가 클래식이 되는데 적지 않은 공헌을 하고 있다.

'델마와 루이스'가 진정한 로드 무비로서 인정받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정서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리들리 스콧이 얘기하는 것처럼 '델마와 루이스'의 이야기는 사실 돌아갈 곳이 없는 이들이 결국 자신들을 막다른 곳으로 몰아넣은 세상을 등지고 떠난다는 비극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당시의 관객들도 그렇고 지금까지 이 영화를 기억하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영화를 결코 비극으로 기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희망을 그린 작품으로 기억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야말로 비극으로서 희망을 이야기한 진정한 로드 무비이기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지금까지도 강한 인상을 남긴 마지막 장면은 마치 '내일을 향해 쏴라'의 부치와 선댄스의 마지막 장면과도 같은 깊은 여운을 남기면서, 이 비극을 비극 아닌 희망으로서 받아들이도록 하는 영화적 경험을 가능케 했다.


Blu-ray : Menu



메뉴 디자인은 폭스 타이틀의 기본적 디자인을 채용하고 있으며, 모두 한글화 되어 있다.


Blu-ray : Pictures Quality

MPEG-4 ACV 포맷의 1080p 화질은 작품의 제작연도를 감안한다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장면에 따라 조금의 편차는 있는 편이지만, 몇몇 장면에서는 최근 개봉 작에 가까운 우수한 화질을 보여주기도 하며, 블루레이 특유의 날카로운 맛도 확인할 수 있다.


이하 스크린샷은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깊은 블랙 레벨로 인해 전체적으로 색감이 잘 살아나고 있으며, 뭉개져 버릴 수 있는 장면들에서도 선예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강렬한 태양아래 노출된 배우들의 얼굴 피부 표현에 있어서도 블루레이의 장점이 잘 드러나고 있는데, '모피어스' 로렌스 피쉬번 정도의 감흥은 아니지만 수잔 서랜든과 지나 데이비스의 생얼에 가까운 피부를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Blu-ray : Sound Quality


사운드 적인 측면에 대해 큰 기대는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DTS-HD M.A 5.1채널의 사운드는 제법 임펙트 있는 소리를 들려준다. 영화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는 한스 짐머의 스코어를 비롯해, 후반 부 추격장면에서는 각종 효과음들과 썬더버드와 여러 대의 경찰차가 만들어 내는 소리들이 삽입된 배경음악과도 잘 분리되어 수록되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을 감상할 때 가끔씩 영어 외에 다른 언어로 진행되는 더빙들을 확인해볼 경우가 있는데, 조금 특이한 점이라면 스페인어나 헝가리어, 타이어 등은 모두 해당 언어로만 수록이 되었지만 러시아어의 경우 영어 더빙 위에 그대로 겹쳐져 두 가지 언어가 모두 들린다는 점이다. 뭐 러시아어 더빙으로 이 작품을 볼 이는 없을 테지만.



Blu-ray : Special Features

'델마와 루이스' 부가영상 가운데 가장 먼저 손꼽을 만한 것이라면 역시 음성해설을 들 수 있을 텐데, 리들리 스콧 단독 음성해설과 수잔 서랜든, 지나 데이비스 그리고 시나리오를 쓴 캘리 코우리가 함께한 음성해설이 수록되었다. 리들리 스콧의 음성해설의 경우 역시나 그답게 장면 장면에 대한 디테일 한 설명은 물론이고, 델마와 루이스 각 캐릭터에 대한 부가 설명과 배우들의 연기 지도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영화 속에서는 그냥 스쳐 지나가지만 사실은 더 큰 의미가 있는 장면들에 대한 이야기들까지 빼놓지 않고 들려준다. 확실히 이 음성해설이 있어서 좀 더 타이틀이 풍성해진 느낌이다. 허나 이와는 반대로 두 번째 음성해설은 한국어 자막이 지원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



음성해설도 그렇지만 이 외에 수록된 부가영상들 역시 DVD에 수록된 것과 동일한 내용과 화질(SD)로 수록되었다. '델마와 루이스' DVD를 감상하지 않은 이들이라면 화질과는 상관없이, 감독을 비롯한 스텝들과 배우들의 인터뷰를 통해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는 메이킹 영상인 'Thelma and Louise: The Last Journey''를 보길 권한다. 또한 15개가 넘는 삭제 & 확장 장면을 통해 이 장면들이 있었다면 더 풍부한 작품이 되었을지 아니면 더 군더더기가 느껴지는 작품이 되었을 지를 직접 판단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특히 확장된 엔딩 씬의 경우 감독을 비롯해 아마도 대부분의 관객들이 그렇게 느끼겠지만, 영화 속에 수록된 엔딩이 훨씬 더 위대한 결과를 낳았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총평] '델마와 루이스'는 버디 무비, 로드 무비 그리고 여성 영화로서 영화사에 큰 인상을 남긴 작품이었다. 장르 영화의 법칙에 매우 충실하여 장르 영화로서도 인정 받지만, 그 주인공이 여성이었다는 점에서 여성 영화로 오히려 더 오래 회자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다시 보게 된 '델마와 루이스'는, 더 이상 여성 영화로 불리지 않아도 충분히 인정받을 만한 작품임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아마도 이런 점이 이 작품을 처음 기획했던 사람들이 바랬던 진짜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주의 : 본 컨텐츠의 저작권은 'dvdprime.com'에 있으며 저작권자의 동의 없는 무단 전재나 재가공은 실정법에 의해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단,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음을 알립니다.




로빈 후드 (Robin Hood, 2010)
로빈 후드 비긴즈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로빈 후드' 이야기를 리들리 스콧이 새로 쓴다고 했을 때, 그리고 그 주인공이 러셀 크로우라고 했을 때 기대되는 바는 분명했다. 이미 '킹덤 오브 헤븐'으로 새로운 역사를 썼던 리들리 스콧의 장점과 '막시무스'로 정점에 올랐었던 러셀 크로우의 강인한 이미지가 그 중 하나였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본 '로빈 후드'는 하나의 개별 영화로 보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은, 3부작의 1편의 성격이 강한 그러니까 '로빈 후드 비긴즈'의 내용을 담고 있는 프리퀄이었다. 이 이야기는 곧 무언가 '글래디 에이터' 급의 극적인 요소나 '킹덤 오브 헤븐' 같은 완성도를 기대했다면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는 없는 작품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본격적인 로빈 후드 이야기가 아닌 '로빈 후드 비긴즈'의 이야기를 다룬 리들리 스콧의 이번 작품은 어떨까.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사실 이 '로빈 후드'에는 정작 로빈 후드는 없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다. 다시 말해 리들리 스콧의 로빈 후드에는 '로빈 롱스트라이드'만 있을 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로빈 후드는 나오지 않을 뿐더러 '로빈 후드'로서의 활약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2시간이 넘는 러닝 타임 가운데 러셀 크로우가 로빈 후드로 등장하는 장면은 엔딩 장면이 되어서야 확인할 수 있다. 영화의 중반 쯤에 나라의 불합리한 점을 알게 된 로빈이 동료들과 '후드'를 뒤집어 쓰고 밤에 몰래 마을 사람들을 위해 약탈을 하는 장면이 나왔을 때 '아, 이제부터 저런 로빈 후드 다운 활약상이 펼쳐지겠구나!' 싶었는데, 정확히 딱 그것 뿐이었다. 영화는 아직까지는 로빈 롱스트라이드의 이야기가 마무리 되지 않았다는듯 오히려 본격적으로 그의 뿌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로빈 후드가 아니라 로빈 롱스트라이드로서 수 많은 무리들을 이끄는 장면은 사실 조금 공감이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쉬운 예로 '브레이브 하트'의 윌리엄 월레스의 경우는 작은 마을에 살던 월레스가 어떻게 전설적인 존재가 될 수 있었는지, 명성과 지지를 얻게 되는 과정을 잘 그리고 있는데 반해, 로빈 롱스트라이드는 그저 한 번의 발언권으로 옳은 말을 했을 뿐인데 수 많은 영주들을 재치고 대군을 이끌게 되는 전개과정에서는 미흡한 부분이 느껴졌다(물론 그가 그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점은 무리들 사이에서 그가 대표될 만한 이유이지만, 이 아들이라는 점이 대중들에게 전파되는 부분이 없던 관계로 조금은 미흡하게 느껴질 수 밖에는 없었다).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영화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영화의 마지막, 드디어 우리가 알고 있는 '로빈 후드'가 등장한 순간이었다. 그러니까 현상금이 걸린 채로 숲에서 아이들과 숨어서 살며, 국가에 반해 선의의 도적질을 일삼게 되는 로빈 후드가 된 건 마지막 장면이었는데, 결국 영화는 왜 '로빈 롱스트라이드'가 '로빈 후드'가 되어야 했나에 대한 탄생의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 사실 그런 면에서 그리 나쁘지는 않은 작품이었다. 다만 이 영화를 본격적인 로빈 후드의 활약상으로 예상했던 관객들에게는 조금은 낯설고 심심한 경험이 될 것 같다.


1. 사극 전문 조연 배우들이 다수 등장하더군요. 왜 있잖아요. 정확한 이름은 몰라도 역사극 속에서 자주 보게 되는 배우들.
2. 러셀 크로우는 예전 숀 코네리와 함께 '로빈 후드'를 영화 속에서 연기한 가장 나이 많은 배우로군요 (45세)
3. 그런데 속편에 대한 계획은 없는 것 같은데, 정말 '비긴즈'만 하고 마는건가요, 이 작품?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Universal Pictures 에 있습니다.






영화 ‘킹덤 오브 헤븐’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스펙터클을 이어갈 작품이라는 기대와, 스펙터클의 장인으로 불리는 볼프강 페터슨의 ‘트로이’의 실패에 의한 반사적인 기대, 그리고 굳이 이런 외부적인 요소들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리들리 스콧’이라는 이름만으로도 기대를 갖게 했던 작품이다. 특히나 흥행과 작품성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던 ‘글래디에이터’에 이은 서사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기에 이러한 기대는 한층 더했다. 두말 하면 잔소리이지만, 이미 우리는 ‘글래디에이터’를 통해 리들리 스콧이 만들어낸 웅장한 스펙터클과 철저한 고증으로 만들어낸 영상을 통해 ‘역시, 헐리웃을 대표하는 스타일리스트답다’라는 찬사를 주저없이 내뱉지 않았던가 말이다. 물론 이후에 더 자세하게 이야기하겠지만 스펙터클에 있어서는 절대 ‘글래디에이터’에 뒤지지 않을 만큼, 거대한 제작비와 그 이름에 걸맞게 스크린을 압도하는 스펙터클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논란에 여지가 되었던 건 바로 내용, 바로 리들리 스콧의 선택에 있었다. 미국적인 사고방식을 대표하는 헐리웃에서, 또한 엄청난 제작비가 투여된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그리고 다른 사람도 아닌 리들리 스콧에게서 이런 주조로 이야기하는 영화가 나올 줄은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더군다나 그의 전작인 ‘블랙호크다운’에서는 이와는 정반대되는 미국식 제국주의 사고방식을 유감없이 선보이지 않았던가(영화의 마지막 엔딩 크래딧 바로 전에 소말리아 인들은 1000명이상 사망했다는 짤막한 자막 뒤에, 10명 넘게 사망한 미군들의 이름을 천천히 나열했던 마무리는, 극중 내내 조금은 불편했던 기분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확실한 압권이었다). 하지만 ‘킹덤 오브 헤븐’에서의 그의 선택은 너무도 달랐다.



중립적 자세. 더 나아가 일부 장면 장면에서 어렵지 않게 느껴졌을 정도로 십자군이 아닌 살라딘을 옹호하는 듯 한분위기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살라딘’을 우상인 듯 바라보는 ‘실비아’의 모습이라던가, ‘기’라는 인물을 통해 십자군은 잔인하고 무자비하게 그려지는데 반해, ‘살라딘’은 적에게도 예를 갖추며 대범하면서도 리더 쉽 강한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영화의 마지막 함락된 예루살렘 성지에서 떨어진 십자군의 상징물을 친히 거두어 책상위에 가지런히 올려두는 시퀀스에서 이러한 성향을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중립적인 가치관은 적어도 미국 내에서는 절대 흥행할 수 없는 코드 였을 터. 특히나 헐리웃 블록버스터 하면 대규모의 아군과 적군이 정면으로 부딪혀 통쾌하게 승리를 거두거나, 마지막에는 극한까지 치닺는 대결 뒤에 승리를 거두는 시퀀스를 생각하기 마련이고 기대 했을 테지만, ‘킹덤 오브 헤븐’에는 이 같은 시퀀스 대신, ‘타협’이라는 새로운 가치관이 중심에 자리 잡고 있었다.



영화의 중반에 ‘살라딘’의 대군과 십자군의 대군이 정면으로 부딪히는 상황에서도, 리들리 스콧은 어찌 보면 허무하게 타협을 선택한다. 왕인 볼드윈 4세와 살라딘은 각각 대군을 뒤로하고 대화로서 타협하고 의미 없는 전투를 피한다. 영화의 마지막에도 발리안과 살라딘은 협상을 통해 서로에게 득이 되는 길을 선택하게 된다. 발리안은 백성들을 모두 안전하게 지킬 수 있었고, 살라딘은 예루살렘 성지를 다시 차지하게 된 것 말이다. 타협과 중립적 가치관이 이전 헐리웃 영화들에서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같이 주목받는 블록버스터에서 과감하게 시도하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미국 내에는 아직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러한 결말과 논조를 불쾌해 하고 있고, ‘내 생각과 다르면 모두 적’이라는 잘못된 흑백논리를 주입식으로 강요했던 대다수의 헐리웃 영화에 익숙한 관객들도, 이러한 결말에 허무함을 느끼기 일쑤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굉장히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고 생각된다. 이 같은 생각에 근거는 굳이 나열하지 않아도 지금까지 했던 이야기들을 뒤집게 되면 어렵지 않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주관적이거나 편파적, 이기적일지라도 이와 같은 리들리 스콧의 선택은 매우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올해 초에도 훌륭한 스펙의 DVD타이틀이 많이 출시되었지만, 엄청난 화질과 사운드를 선보였던 ‘아이, 로봇’이나 궁극의 화질을 선보였던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 이후에,  ‘레퍼런스’라는 수식어를 붙여줄만한 이렇다 할 확실한 타이틀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DTS트랙이 돋보이는 타이틀도 있었고, 화질이 매우 뚜렷한 타이틀, 서플먼트가 매우 충실한 타이틀 등은 있었지만, 이 모두가 만족할만한 진정한 ‘레퍼런스’급 타이틀은 없었다. 하지만 최근 출시된 ‘킹덤 오브 헤븐’은 감히 레퍼런스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완벽한 화질과 사운드, 풍부한 서플먼트를 수록하고 있다. 20세기 폭스의 DVD타이틀은 다른 건 몰라도 화질과 사운드의 스펙에서는 타 회사를 압도하는 면모를 이미 여러 번 보여줬었고, 리들리 스콧의 전작 ‘글래디에이터’에서도 함께 했었던 유명한 DVD프로듀서 ‘찰스 드 로지리카’가 만든 DVD는 이번에도 의심할 여지없는 레퍼런스급 DVD를 완성해 냈다.



2.35:1 아나몰픽 와이드스크린의 화질은 날카롭고 뚜렷함에 있어 최고 수준의 영상을 보여준다. 특히 SF영화였던 ‘아이, 로봇’의 경우와는 다르게 서사를 배경으로 로케이션이 많은 작품이고, 어두운 장면이나 CG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아날로그 방식이 주를 이뤘던(물론 나중에 디지털 보정 작업을 거친다)영상임을 감안하면 더욱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부분이라 하겠다. 대규모의 전투 씬 에서도 영상이 전체적으로 뭉개지지 않고 섬세한 부분까지 선명하게 표현되는 화질은 정말 놀랍다. 화질 표현에 있어 모래 먼지가 만연하고 수없이 많은 인물들이 난잡하게 뒤엉키는 영상은 결코 좋은 조건이 아닌데, 이러한 악조건 아닌 악조건에서도 레퍼러스급 화질을 소화하는 진정한 레퍼런스급 화질이 아닐 수 없다. 클로즈업 상황에서 화질의 우수함을 뽐내는 것은 어찌 보면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이 같이 대규모의 전투 씬이 등장하는 영화 속에서 배경의 디테일로 화질의 우수함을 입증하는 타이틀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또한 앞에서 잠시 언급하였듯이 디지털 색 보정 작업을 통해 탁월하고 전체적으로 통일감이 있는 디테일을 선보인다.



화질과 마찬가지로 사운드 역시 레퍼런스 급이다. 흔히들 사운드가 크고 웅장하기만 하면 좋다는 느낌을 쉽게 갖게 되지만, 사실 진정한 사운드의 질을 나타내는 것은 섬세한 디테일이다. DTS와 돌비디지털 5.1채널의 사운드는 서사극의 웅장함은 더하고 숨어있는 디테일까지 모조리 표현해내고 있다. 개인적으로 사운드의 성능을 몸으로 체험하는 데에 있어 ‘제다이’의 광선 검 효과음과 ‘나즈굴’의 괴성만큼이나 효과적인 것은 말발굽 소리가 아닌가 생각된다. ‘킹덤 오브 헤븐’은 영화가 영화인만큼 말발굽 소리가 자주 등장하는데, 말발굽 특유의 무게감과 동시에 대규모의 장면에서는 공간감마저 연출해내고 있다. 특히 대규모 공성전에서 사운드는 빛을 발하는데, 투척기로 쏘아 올리는 돌덩이가 날아갈 때, 화살이 발사되었을 때 서라운드 채널의 활용도라던가, 성문이 부숴 질 듯 두드릴 때, 부서지면서 거대한 벽돌이 우르르 쏟아져 내릴 때의 우퍼 스피커의 사용은, 절로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에 능력에 새삼 놀라게 한다. 너무나 당연시 되어 종종 빼먹는 부분 중 하나지만, 센터스피커를 통한 대사 전달 역시 뚜렷하다. 단순 사운드의 강력함이나 채널 활용도의 우수함을 넘어서서 총체적인 사운드 구성에 매우 충실한 면면을 수록하고 있다.



DVD를 구매하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서플먼트 일 것이다. 서플먼트를 통해서 영화와 관련된 몰랐던 지식들도 얻게 되고, 스크린 밖의 에피소드들도 전해들을 수 있으며 감독과 배우들의 활약상은 물론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스텝들의 뛰어난, 그야말로 대단한 능력들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킹덤 오브 헤븐’의 서플먼트 역시 이 같은 점에 매우 충실하고 감상하는 이로 하여금 접근이 쉽도록 설계되었다. 그 첫 번째로는 메뉴의 한글화를 들 수 있을 것 같은데, 20세기폭스를 비롯한 몇몇 제작사에서 진행해가고 한글 메뉴는 기존에 영어로만 되어 있어 정확히 자신이 보고 싶었던 내용들을 선택할 수 없었던 점을 완벽하게 보안하고 있다. 특히 ‘킹덤 오브 헤븐’의 서플먼트에서는 기존 다른 타이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인터렉티브 프로덕션 그리드’라는 형식을 선보이고 있는데, 단순 메뉴의 한글화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프리 프로덕션’ ‘프로덕션’ ‘포스트 프로덕션’과 ‘감독’ ‘스텝’ ‘배우’로 세분화 하여 좀 더 편리한 구조를 구현해내고 있다. 총 1시간이 넘는 메이킹 영상은 1.85:1의 아나몰픽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고 있어 더더욱 반갑다. 그 내용도 굉장히 알차고 구성상으로 우수하게 갖춰져 있어서 메이킹 영상 자체만으로도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매번 서플먼트를 감상할 때 마다 느끼는 거지만, 영화 한 편이 완성되기 까지 얼마나 많은 준비 작업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능력과 노력이 수반되는지 새삼스레 느끼게 해준다.



이 밖에 케이블 TV용으로 제작된 두 편의 다큐멘터리를 수록하고 있는데, 여기에서는 영화와 실제 역사와의 관계를 좀 더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실존했던 인물들을 배경으로 한 영화답게 영화 속 캐릭터와 실존 인물과의 공통점과 차이점, 영화 속 사실(fact)과 허구(Fiction)에 관한 이야기 등 철저한 고증을 통해 완성된 영화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는 영상들이 수록되어 있다.


부가적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바로 ‘킹덤 오브 헤븐’의 독특한 틴 케이스 이다. 틴 케이스라 하면 이전에 출시되었던 ‘혹성탈출’이나 ‘8 마일’ 같은 경우를 떠올리게 되는데,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이전에 선보였던 틴 케이스보다 훨씬 세련되고 소장가치 높은 모습을 선보인다. 기존 틴 케이스가 일반 케이스보다 크기가 크고 두꺼워서 렉에 보관하기가 어려웠던 것과는 달리, 슬림 하다는 느낌이 저절로 들도록 얇고 크기도 일반 케이스와 동일한 높이와 두께로 제작되었다. 디스크도 양면을 사용하여 보관하였던 것과는 달리 한쪽 면에 겹쳐서 보관하게 되는 형식도 이채롭다. 무엇보다도 ‘디럭스 에디션’이라는 이름에 걸 맞는 소장가치 높은 케이스로 손색이 없다.

‘킹덤 오브 헤븐 Deluxe Edition’은 오랜만에 만나보는 진정한 의미에 레퍼런스 타이틀이다. 홈시어터를 즐기는 재미는 바로 이러한 레퍼런스 타이틀을 감상할 때 비로소 느끼는 것이 아닌가 싶다.


2005.10.14

글 / ashitaka




바디 오브 라이즈 (Body Of Lies, 2008)
리들리 스콧과 레오, 그리고 마크 스트롱!

<바디 오브 라이즈>는 개봉 전부터 개인적으로 상당히 기대를 모았던 영화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장인의 반열에 이미
올랐다 할 수 있는 리들리 스콧이 연출하고 스콜세지의 페르소나가 되면서 매 작품마다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그리고 항상 선굵고 무게있는 연기를 보여주는 러셀 크로우가 출연한 영화였기 때문이었죠.
더군다나 이 작품은 리들리 스캇과 함께 <아메리칸 갱스터> <블랙 호크 다운>등을 만들어온 주요 스텝들이 고스란히
참여하고 있는 영화라 또 한 번 기대를 갖게 했습니다(특히 <킹덤 오브 헤븐>과 <디파티드>의 각본을 썼던 윌리암 모나한이
이 작품에도 각본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일단 결론부터 간단히 얘기해보자면, 리들리 스캇이 선사하는 장면 장면의 완성도와 <블랙 호크 다운>에 이어 중동을
실감나게 그리는 그 재주는 여전했지만, 무언가 새로울 것 없이 기존 비슷한 영화들에서 보여주었던 이야기들을
다시 한번 반복하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었던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리들리 스캇과 레오 모두 좋아하는
감독과 배우이기에 그럭저럭 볼만 했지만요.


영화는 CIA 비밀 요원 로저 페리스(디카프리오)가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테러의 배후인 알카에다의 알 살림을 쫓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스릴러라는 장르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현장 요원인 로저 페리스는 본국의 상사인
호프만(러셀 크로우)에게 지속적으로 지령을 받아 각종 작전을 지휘하게 되는데, 이 둘의 관계는 이 영화의 주된 관계 중
하나로 등장합니다. 현장 요원인 페리스는 어느 정도 선한 의도에서 정보원들의 생명을 존중하고 작전을 수행하는데 있어
신뢰와 우정을 중시하지만, 호프만은 '전쟁에는 희생이 필요하다'라는 말을 반복하면서 미국에게 이로운 것을 위해서는
전혀 다른 것들을 신경쓰지 않는 냉혈한으로 그려집니다. 여기서 조금 아쉬웠던 건 호프만은 사실상 내용상으로 보면
악역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러면서도 한 편으론 가족에게 신경쓰고 러셀 크로우의 불어난 체중처럼 날카롭지 못한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아주 냉혈한스러운 인상을 주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이 영화가 좀 더 정치적으로 모호한 영화가 되기도
했구요. 인터뷰를 보니 이 영화는 처음부터 정치적인 입장을 확실히 하기 보다는 단순히 '상황'을 리얼하게 보여주는데에
좀 더 중점을 둔 것이 아닌가 싶더군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는 여전히 훌륭합니다. 스콜세지의 작품에 연속으로 출연하면서 이제 디카프리오에게
'이제는 연기파 배우다'라고 굳이 재차 말할 필요가 없어졌죠. 생각해보면 최근 디카프리오의 작품들에서 그는 거의 한번도
말끔하게 면도한 채 등장한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즉 액션이나 스릴러 등 장르에서 좀 더 거친과 강한 캐릭터들을
주로 연기해 왔다는 말도 되겠죠. 로저 페리스를 연기한 디카프리오의 연기는 액션이면 액션, 표정이면 표정 다 수준급
이상이지만 뭔가 계속 반복되는 듯한 느낌이 서서히 들기 시작합니다. 특히 전작인 <블러드 다이아몬드>에서 그가
연기했던 '대니 아처'와 여러 부분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대니 아처보다 페리스는 덜 활발하고 유쾌한
대신 액션이나 무게감을 더 주기는 하지만요. 개인적으로 <바디 오브 라이즈>에서 디카프리오의 연기는 만족스러웠지만,
이런 비슷한 캐릭터가 한 번 더 반복된다면 그 때 부터는 조금 우려스럽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러셀 크로우의 경우는 알려진 바와는 달리 거의 조연에 가깝습니다(기존에 홍보를 통해 알려진 바로는 마치 디카프리오 VS
크로우 이런 동등한 대결구도인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구요 ^^). 물론 몸무게를 20킬로 이상 불렸다는 것처럼 약간은 나태함이
엿보이면서도 악역스런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그만의 카리스마를 다 담기에는 조금 심심한 캐릭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영화 속에서 크로우의 굴욕 장면이 나오는데, 속으로 불쌍하기까지 하더군요 ㅎ).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통해 가장 멋진 배우를 꼽으라면 '하니'(달려라 하니 아니에요 --;)역할을 맡은 마크 스트롱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얼핏 보면 샤프한 앤디 가르시아를 보는 듯도 하고, 한 편으론 베르바토프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마스크를 갖은 그는 이 영화에서 요르단의 정보 국장인 '하니'를 연기하는데 정보국장이라는 캐릭터가 보여주어야 할
여유로움과 날카로움, 그리고 무서움을 모두 잘 표현해 내고 있습니다. 그의 필모그라피를 뒤져보니 그가 출연했던 영화들
중에 보았던 영화들이 제법 있는데 다들 큰 역할은 아니었는지 그의 얼굴은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네요.
여튼 시종일관 거친 사막과도 같은 곳에서 항상 양복을 입고 포스를 뿜어주시던 그의 연기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리들리 스콧의 영화답게 몇몇 장면에서는 스케일이 느껴집니다. 헬기가 동원된 액션 씬도 물론이고 총격씬 같은 경우도
헐리웃에서 아마 마이클 만을 제외한다면 가장 수준 높은 총격 액션 씬을 보여주는 그 답게 리얼한 장면을 선사합니다.
일부 액션씬에서는 카메라를 무려 8대나 동원해서 촬영을 했던데 그 만한 노력을 스크린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리들리 스콧과 그의 팀이라서 이 새로울 것 없는 영화가 어느 정도 볼만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배우들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겠구요. 충분히 만족할 만한 영화라고는 볼 수 없겠으나, 그렇다고 그냥 지나치기엔 좀 아쉬운 영화라고 해야겠네요.
전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감독과 배우의 팬이라 그럭저럭 즐겼지만요~ ^^;



1. 최근 개봉했던 <이글아이>같은 경우도 그렇고, 핸드폰 쓰기 참 무서워지는 세상입니다.
   핸드폰 하나면 모든게 감시 가능하니 말이죠.

2. 중동과 유럽 각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로케이션 촬영 장면을 즐기는 것도 또 하나의 볼거리입니다.

3. 엔딩에 흐르는 곡은 'Guns n' Roses'의 'If the World'입니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워너브라더스에 있습니다.


블로그코리아에 블UP하기  RSS등록하기 



블루레이 무비 페스티벌 후기

어제 상암동 DMC에서 있었던 블루레이 무비 페스티벌에 다녀왔습니다.
집에서도 가깝고 무엇보다 꼭 한 번 극장에서 보고 싶었던 <블레이드 러너>(그것도 파이널컷!)를
극장 스크린으로 볼 수 있는 거의 마지막 기회라 이번 기회를 놓칠 수가 었죠 ^^

사실 90년대 이전 혹은 90년대 초반까지도 명작으로 불리는 영화들 가운데에는,
당시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극장에서 관람하지 못했던 작품이 상당히 많다고 할 수
있었는데, 이렇게 흔치 않은 극장 스크린으로 상영하는 기회는, 어쩌면 신작을
극장에서 관람하는 것 보다도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오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블레이드 러너>의 경우는 원래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했고, 지난번 김정대님의
'불타는 블레이드 러너 연대기'로 관심과 애정도는 대폭 증폭이 되었으며, 최근 발매된
DVD세트 구입으로 다시 한번 뒤늦은 블레이드 러너의 전성기 아닌 전성기를 누리고
있던 터라 더욱 더 반가웠던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블루레이로 대형 스크린에 프로젝터를 통해 상영하였을 때, 어느 정도의
결과물이 나오게 될지, 더 근본적으로 <블레이드 러너 블루레이>의 화질이 어느 정도인지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던 기회였는데, 결과적으로 DVD와는 달리 높은 화질의
블루레이는 대형 스크린에 투사하여도 전혀 화질 저하나 부족함이 없는 높은 퀄리티를
보여주었으며, <블레이드 러너>의 경우, 아주 쬐금 오바하자면 신작 영화와 견주어봐도
커다란 이질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예전 영화라고는 상상하지 못할 만큼 높은 화질
수준을 눈으로 보여주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극장에서 보는 점과 맛물려 마치 영화 자체를 처음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 정도로
몰입해서 감상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습니다.





시네마테크 KOFA에서는 예전부터 좋은 작품들을 상영해 왔었기 때문에 매번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정작 가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 은근히 버스 정류장에 내려서
길을 조금 해맸네요 ^^;

아직 전부 다 입주하지는 않은 모습이었으나, 디지털 미디어 시티(DMC)라는 이름답게
디자인적으로도 인상적인 건물들과 조형물들을 만나볼 수 있었고, 또한 이번 영화제의
모 행사인 '서울 디지털 컬처 오픈' 행사 덕분에, 영화제 외에도 디지털 음악회, 전시회,
아트 축제, 패션쇼 등 다양한 행사와 볼거리를 진행하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블레이드 러너>상영 시간에 거의 맞춰 도착하느라 좀 더 자세히
주변을 둘러보지 못한 점을 들 수 있겠네요 ^^;




극장 내부는 깔끔하고 좌석 간 앞뒤 간격도 넓으며 사운드 시설도 괜찮게 느껴졌습니다.
모두들 관심이 있으신 분들 위주로 참석하셨다보니 관람 분위기도 상당히 좋았습니다.
의외로 DP분 아닌 분들도 제법 계셨으며(전 거의 99% DP분들로만 오실 줄 알았었거든요), 젊은 분들 뿐
아니라 나이가 지긋하신 어른 분들도 몇 분 계셨습니다.
특히 제 옆자리에 나이 많으신 어른 분께서 관람하셨는데, 영화 내내 심하게 몰입하셔서
관람하시는 모습에 저절로 흐뭇해 지기까지 했습니다. 아마도 예전 <블레이드 러너>를
극장에서 보시고 '파이널 컷'을 다시 보러 이번 기회에 참여하게 되신 분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저도 나이가
들어도 이렇게 열정을 가지고 영화관을 찾아다니며 좋은 작품을
관람해야 겠다는 다짐 아닌 작은 다짐도 하게 되었던 경험이었습니다.





영화 상영전에 몇가지 경품 추첨 순서가 있었습니다.
역시 DP의 꽃미남이신(저번 촛불문화제 때 거리에서 뵙고 며칠 만에 또 뵙는터라
더욱 반가웠습니다 ^^), 백준오님께서 수고해주셨습니다. 좌석을 임의로 불러 추첨을
하다가 나중에는 퀴즈를 내서 경품을 나누어주셨는데, 상당히 난이도가 있는 문제임에도
여러분들이 거침 없이 맞추시는 모습에 역시나 흐뭇해지더군요 ^^;
(바로 제 옆에 앉으신 어른 분께서 한 문제 맞추셨거든요 ^^)





극장 로비에는 소니 브라비아 제품과 소니, 폭스의 블루레이 타이틀 시연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행사는 개인적으로 <블레이드 러너 파이널컷>을 극장 스크린으로
만나볼 수 있는 정말 소중한 기회였으며(블레이드 러너의 대단함에 새삼 감탄할 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블루레이의 놀라운 화질도 만끽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사실 이미 DVD로 여러본 영화이고, 또한 최근 출시된 DVD박스를 통해 여러 버전으로
중복 관람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영화가 블루레이로 극장에서 상영한다고 얼마나
대단할까 생각하실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블루레이
무비 페스티벌에서 보게 된 <블루레이 러너 블루레이>는 이런 저에게도 거의 신작과
다름 없는 감흥을 전해주고야 말았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있다면 만사 재치고 참여해야 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

마지막으로 수고해주신 DP운영진분들과 상암동 DMC관계자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블로그코리아에 블UP하기  RSS등록하기 



아메리칸 갱스터 (American Gangster, 2007)

올해의 마지막 기대작이었던 '아메리칸 갱스터'.
이미 리들리 스캇 영화에 덴젤 워싱턴과 러셀 크로우가 출연한다는 엄청난 소식이 전해진 뒤부터
쭈욱 이 영화를 기대해 왔었다.
잘 알려졌다시피 이 영화는 1970년대 뉴욕의 실존 인물인 마약조직의 보스 프랭크 루카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바탕이 전부가 아니라 감독의 말에 의하면 다큐멘터리에 가까울 정도로 그려낸 작품이다.

영화를 보고 난 뒤의 첫 느낌은, 상당히 무거우면서 굉장히 영화적으로 수준 높은 작품을 감상한 느낌이었다.
뭐라 쉽게 감상기를 쓸 수 없을 만큼, 무거운 주제와 이야기지만 너무 훌륭한 연출력으로 무려 2시간 반에 달하는
러닝타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만큼, 영화에 미치도록 집중하여 볼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생각나는 <대부>나 <좋은 친구들> 혹은 <스카페이스>나 <프렌치 커넥션>등의
영화들은, 내 나이가 나이인지라 모두 비디오를 통해 처음 보게 된 영화들이었다.
즉 영화가 개봉되던 시기에, 그 시대에, 극장에서 이 영화들을 즐길 수는 없었다는 말이다.
<아메리칸 갱스터>를 보고 나오면서 또 하나 든 생각은, 이런 영화를 동시대에 만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오히려 지금보다도 몇십년이 지난 나중에 더 영광이었다고 생각될 것 같다는 점이었다.

역시나 이 영화를 보며 감동했던 것은(내용적으로가 아니라 영화적으로),
거장이라 할 수 있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놀라운 연출력이었다.
이 영화는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그래야하는것처럼 엄청난 수의 갱들이 등장하지도 않고,
갱들간의 엄청난 총격전이 있지도 않고, 엄청난 로케이션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지만,
장면 장면에서 엄청난 스케일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여기에는 배우들의 연기력도 크게 한 몫을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단지 연출력만으로도 이렇게 장면 장면을 압도하도록 만드는 기술은 그야말로
리들리 스콧 쯤 되는 거장 감독이라야만 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닐까 싶다.

영화사에 남는 영화들을 보면, 무엇보다도 그 시대를 직간접적으로 반영하는 것에 매우 뛰어난 작품들이
많은데, 이 영화 역시 당시 6,70년대의 미국 사회를 직간접적으로 너무나도 잘 보여주고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프랭크 루카스의 일들을 직접적으로 그리면서 그 속에서 당시 미국사회에 만연하던
프렌치 커넥션 이후부터의 마약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이를 둘러싼 마피아와 갱들간의 치열한 세력다툼,
그리고 흑인과 백인간의 인종차별, 그리고 마약 만큼이나 만연했던 부패 경찰의 관한 이야기를 영화 속에
자연스럽게 섞어내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당시의 미국 사회가 처했던 문제들에 관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인지시키고 있다. 또 하나 개인적으로 우스웠던 건, 리들리 스캇 본인은 현재 미국인들에게 경각심과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이 같은 영화를 만들었을지 모르겠지만, 대한민국 국민인 나로서 보는 관점 역시
묘하게 맞아들어가면서 당시 미국사회가 처했던 상황과 프랭크 루카스라는 인물이 묘하게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과 교차편집되는 현상을 만들어냈다.

극중 덴젤 워싱턴이 연기한 프랭크 루카스는 분명 살인을 저지른 중범죄자이긴 하지만, 그가 연기해서 인지,
아니면 아직 실존인물이 살아있어서인지, 이 프랭크 루카스라는 인물은 분명 관객으로 하여금,
아주 나쁜 놈으로 인식되도록 그리지는 않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는 분명 불법마약거래와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이지만, 만약 마약대신 다른 것을 팔았다면, 그 만한 CEO가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든다는 것이다. 그는 한편으론 살인자이지만, 다른 한 편으론 빈민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고
매주 일요일에는 꼭 교회에 들르며,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고, 너무나도 가족적인 인간미가 넘치는 인물이며
또한 너무나도 신사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이렇게 양면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뭐랄까 아메리칸 드림을 꿈꿨던 소박한 한 남자의 이야기로 그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즉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이런 좋으면이 있으면 다 괜찮다라는 분위기가 묘하게 지금 우리의 현실의
상황과 겹쳤다는 이야기.
앞서 언급했듯 실존 인물이 생존해있기 때문에 이를 묘사하는데 있어
보이지 않는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여튼 그가 갱스터에 살인자였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
(이렇게만 얘기하니 마치 영화에서 그를 그리는데 있어 착한면의 비중이 훨씬 큰 것으로 생각될지도
모르나, 두 번 생각도 않고 머리에 총알을 밖아 넣는 냉혈한 모습이나, 따뜻해 보이다가도
일이 생각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너무나도 차갑게 변해버리는 모습도 분명 보여주고 있다).




리들리 스콧의 연출력에 한 번 감탄했다면,
두 주연배우인 덴젤 워싱턴과 러셀 크로우의 연기를 보면서 또 한 번 감탄하고야 말았다.
뭐랄까 '역시!'하는 탄성을 절로 내뱉게 하는 훌륭한 연기였으며,
확실히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니로를 대신하기에 충분한 수준에 올랐다는 느낌이었다.

러셀 크로우의 연기에 관한 이야기부터 해보자면,
러셀 크로우가 맡은 리치 로버츠(이분 역시 실존 인물)는 부폐 경찰이 당연시 되던 당시에
너무나도 옳아버려서 오히려 바보 취급을 받는 캐릭터인데, 러셀 크로우가 그 동안 했던 강력한 역할들에
비춰봤을 때 조금은 근질 거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천사표로 나오는 것은 아님-_-;). 특히나 뉴욕 특수 마약 수사관들에게
비굴하게 부탁할 때는 '형님, 그러지 말고 성질대로 해주세요'하는 생각이 절로 들만큼 불쌍하기까지 했다 ^^;

덴젤 워싱턴이 연기한 프랭크 루카스는, 이미 말했듯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갱들의 사회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놀라운 성공을 이뤄낸 인물로서, 영화 속에서는 양면을 모두
보여주어야 하는 역할이었다. 원칙적으로 이 캐릭터가 악역이라고 보았을 때 덴젤 워싱턴을
캐스팅한 것은 매우 좋은 선택이었으나, 그가 너무 연기를 잘 한 이유도 있는 탓에 보는 이가
너무도 프랭크 루카스를 이해하게 되어, 영화가 자칫 너무 위험한 메시지로 흘러갈 뻔한 위험요소를
함께 앉고 있기도 했다. 덴젤 워싱턴은 뭐 악역 연기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전 <트레이닝 데이>가 나쁜 경찰 역이어었다면, 이번 <아메리칸 갱스터>에서는 좀 착한 갱스터로
분하여, 이전과는 또 다른 캐릭터를 완벽하게 연기하고 있다.

이 두 배우가 스크린에서 뿜어내는 포스야 말로, 마스터 제다이급에 해당하는 엄청난 것으로
두 배우의 연기를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흐뭇하고 가치있었던 영화이기도 했다.

.
.

벌써 부터 오스카 얘기가 나오고 있을만큼 훌륭한 연기와 연출력이 돋보인 작품이었으며
다시 말하지만 동시대에 이런 영화를 만날 수 있어서 영광이었던 작품이었다.


 
글 / 아시타카 (www.realfolkblues.co.kr)



1. 분명히 리들리 스콧 감독 작품임을 알고 봤음에도, 잠깐잠깐 마이클 만 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이애미 바이스>에 출연했었던 존 호키스가 등장하자, '맞아' 역시 마이클 만 영화라
   또 출연했구나 하며 뿌듯해 하기도 -_-;;

2. RZA는 그렇다쳐도, Common은 왠지 얼굴 볼때부터 조금 쑥쓰러웠는데 ㅋ
   제법 배우스럽게 잘 해내더군 ^^;

3. 확실히 이런 영환, 주연 배우 외에 조연들이 잘 해줘야 한다!
   쿠바 쿠딩 주니어를 비롯해, 조쉬 브롤린, 아만드 아상테, 존 호키스 등 다들 너무 멋졌음

4. 이런 6,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은 역시나 당시의 음악들이 많이 등장해
   듣는 귀를 즐겁게 한다. 사운트 트랙 역시 구입해야 할듯

5. 러셀 크로우 형아도 애용하는 펜탁스 만세!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