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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콜 (A Monster Calls, 2016)

누구도 해주지 못했던 위로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현실과 환상, 진실과 거짓을 넘나들며 존재하는 수많은 이야기들은 여러 가지의 은유를 통해 전달되곤 한다. 그것은 직접적인 방식을 택할 때도, 간접적인 방식을 택할 때도 마찬가지다. 장르적으로 보았을 때 현실에 더 가까운 드라마도 그렇고, 비현실적인 것들을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도 그 이야기 속에는 많은 숨겨진 의미와 목적들이 있기 마련이다. '오퍼나지 - 비밀의 계단 (The Orphanage, 2007)'과 '더 임파서블 (The Impossible, 2012)'을 연출했던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의 신작 '몬스터 콜 (A Monster Calls, 2016)'은 바로 그 '이야기 (storytelling)'관한 영화다. 병으로 고통받는 엄마를 지켜봐야만 하는 어린 소년 코너에게, 어느 날 밤 나타난 몬스터는 세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겠다 말한다. 그리고 세 번째 이야기를 다 전하고 나면 네 번째에는 코너가 직접 이야기를 들려줘야 한다는 말도 반복한다. 코너가 처한 현실과 전혀 무관한 것만 같았던 이 세 가지 이야기는 결국 네 번째 코너의 이야기가 시작되기 위한 설득과 배려의 과정이었다는 걸 뒤늦게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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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이혼, 가정의 불화, 가난으로 인한 고통, 친구들로부터의 따돌림과 폭력 등 어린 주인공이 어떤 결핍이나 상실로 인해 고통받고 혼란을 겪는 과정 속에서 꿈이나 환상을 통해 현실을 잠시나마 벗어나는 경험을 그린 이야기들은 많다. 대부분 이런 종류의 이야기들은 앞서 언급했던 그 결핍의 대상들이 환상 속에서 겪는 모험을 통해 극적으로 해결되거나 극복되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으로 연결되곤 한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특히 그 대상이 아직 어린 나이의 소년이라 했을 때는 더욱,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앞으로의 삶을 위해 그것이 설령 영화적이고 판타지에 가깝다고 하더라도 최대한의 설득력 있는 내러티브를 통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게 된다. 


이러한 방식도 그 의도의 선함은 의심하지 않지만 과연 더 나은 방식으로 나아갈 수는 없었을까 하는 조금의 아쉬움이 남곤 했는데, 이 영화 '몬스터 콜'은 그런 의미에서 정말 성숙한 어른의 배려와 고민, 노력이 엿보이는 이야기였다. 한바탕의 모험을 통해 순간의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것에 못내 죄책감을 느낀 어른이 진심으로 고민 고민을 거듭한 끝에 내놓은 결론이랄까. 설령 이 영화의 방식이 와 닿지 않았을지언정 그 고민의 깊이 만은 공감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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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찰리 카우프만의 야심작 '시네도키, 뉴욕 (Synecdoche, New York, 2008)'을 보고 나서 그 심연의 심연을 거듭하는 카우프만의 욕심을 넘어선 도전적 고민의 결과물에 평소 알고는 있지만 쉽게 인정하기 어려웠던 마음속을 들켜버린 듯한 부끄러움과 공감을 느꼈던 적이 있다. '몬스터 콜' 역시 그랬다. 솔직히 코너가 벼랑 끝에서 뱉어버린 속마음은 누군가에겐 아무것도 아님 잠깐의 감정이나 고민일지 모른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고민이나 경험을 해본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을 만큼, 아무도 모르고 상관도 하지 않지만 나 스스로는 견디기 힘들 정도로 괴로운 그 고민의 지점이, 영화의 대사로 상황으로 꺼내진 순간 느꼈던 정적은 다른 작품들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경지였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일들이 있다. 누군가에게 그 생각을 말하거나 심지어 혼잣말로도 내뱉어 본 적은 없지만, 그런 생각이 든 사실 만으로도 혼자 죄의식을 느끼고 괴롭게 만드는 일들 말이다. 흔히 '양심의 가책'이라는 말을 하곤 하는데, 정확히 양심의 가책과는 조금 다른 괴로움이다. 누구나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행동이나 생각이 더 좋은 사람이 되는 방향인지 본능적으로 알 수 있는데, 이에 반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을 때 느끼게 되는 나 혼자만의 괴로움은 결코 별 것 아닌 걸로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고민은 특히 결핍이나 상실에서 오는 고통의 크기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크거나 또는 너무 오래 지속되어 역시 더 이상 견디기 힘들 정도까지 이르렀을 때 더 심해지게 되는데, 여기까지 버텨냈다는 건 다시 말해 그만큼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사람으로 미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고민은 원인이 된 고통보다도 더 큰 고통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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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누군가에겐 아무 일도 아닌 순간의 포기 혹은 그냥 스쳐가는 생각이, 어떤 이에겐 마음속에서 일지라도 절대 하고 싶지 않은, 그런 생각이 드는 것만으로도 죄를 짓는 것 같아 괴로운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냥 어떤 식으로든 끝나 버렸으면. 내 잘못도 아닌데 더는 못할 것 같아, 그냥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 의해 끝나버리면 차라리 좋겠어.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더 괴롭히고 자책하는 이에게, '그건 네 잘못도 누구의 잘못도 아니야. 괜찮아. 괜찮아'라고 말해줄 수 있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어쩌면 그 어려움을 잘 알기 때문에 누구도 섣불리 위로하려 들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깊은 고민 없는 위로는 말 그대로 말뿐인 위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몬스터 콜'의 클라이맥스에서 터져 나온 코너의 진심과 그 진심을 이끌어 내기 위해 더 큰 배려로 감싸 안은 가족과 몬스터 (몬스터를 가족과 별개로 굳이 말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의 위로는, 지금까지 누구도 해주지 않았던, 아니 못했던 진심 어린 위로였다. 


살다 보면 수많은 위로와 충고를 겪게 된다. '사는 게 다 그렇지' '누구나 다 좋은 일만 하고 살 수는 없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는 거야'라는 말은 결론적으로 그렇다는 걸 모두가 수긍할 수밖에 없을지는 몰라도, 최소한 말 그대로의 의미가 진심으로 느껴져 위로가 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 것이다. 다시 말해 '사는 게 다 그렇지'라는 말도 어떤 과정과 배려를 담아 전했는가에 따라 이전까지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내게 있어 이 영화 '몬스터 콜'은 그동안 내게 누구도 쉽게 해주지 못했던 위로를 느낄 수 있었던 영화였다. 주절이 글이 길어졌지만 이 영화는 단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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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받는 영화' 

'몬스터 콜'은 그렇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내 안에 들어와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던 고민을 나 스스로 꺼내 놓게 만들고 그것만으로도 위로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던 좋은 영화였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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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엑스칼리버 (Excalibur, 1981)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매해 열리는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 오랜 만에 함께 했다. 이번 주말 보았던 작품은 존 부어맨의 1981년 작 '엑스칼리버 (Excalibur, 1981)'였는데, 변영주 감독의 추천으로 이번 영화제에서 소개되었다.


이 영화를 언제 어떻게 봤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는데, 아마도 어린 시절 홈비디오를 통해서 보았을 것이다. 내게 '엑스칼리버'라는 영화는 안개와 황금 갑옷의 이미지로만 어렴풋이 기억나는 작품이었다. 아더왕과 엑스칼리버의 전설에 관한 이야기는 워낙 유명하니 대략적인 줄거리는 기억이 났었지만, 구체적인 영화의 내용이나 결말 등은 잘 기억나지 않고 오로지 황금 갑옷,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황금으로 된 투구가 기억에 남는 영화였다. 아마도 초등학교 시절에 보았을 텐데, 그 어린 기억에도 황금으로 된 갑옷과 투구는 강렬한 충격이라 깊이 각인 되었던 것 같다. 어찌 되었든 그 어렴풋한 기억 속에만 존재하던 '엑스칼리버'를 스크린으로 처음 보게 되었다. 그 것도 새롭게 DCP를 거친 좋은 화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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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다시 보게 된 '엑스칼리버'는 세월이 흘러서 인지 조금은 유치하고 (특히 연기는 많이 들 어색하고), 과장된 측면이 있었지만 그와 반대로 상당히 과감하고 강렬한 작품이기도 했다. 가끔 예전 영화들을 보면서 느끼는 놀라움은 컷의 전환이나 시간의 경과, 장소의 변화 등을 처리할 때 상당히 과감하면서도 인상적인 방식들로 처리해 버린 다는 점인데, 이 작품에서 역시 그런 장면들을 여럿 만나볼 수 있었다. 이런 점은 한 편으론 '저렇게 그냥 무시해 버리나?' 싶기도 하지만, 적절하게 이루어졌을 땐 '단순히 저것 만으로 모든 것의 변화를 설명해 내다니!'라는 감탄을 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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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칼리버'는 역시 빛나다 못해 눈이 부실 정도의 갑옷 이미지였다. 좋은 화질과 대형 스크린을 통해서 였는지 몰라도, 더욱 더 눈 부신 갑옷이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단순히 빛나는 것 만이 아니라, 이 갑옷을 일종의 거울 삼아 표현해 내고 있는 방식이었는데, 분명 그 장면에서는 인물의 상대편에 그런 빛을 내는 환경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묘한 색의 빛을 갑옷을 통해 투영 시키는 방식은, 이 영화 전체에 드리워진 신화 적인 분위기를 더 고조 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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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에 이야기한 것처럼 '엑스칼리버' 하면 떠오르던 이미지는 오로지 황금 갑옷이었기에 그의 등장을 영화 내내 기다릴 수 밖에는 없었는데, 어린 시절의 인상이 워낙 깊었던 탓인지 그 기대보다는 조금 덜 인상적인 모습이었다 (확실히 기억은 조작된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생각보다 흥미로운 요소들이 많았고, 이 영화를 처음 보던 어린 시절에는 잘 몰랐던 추가적인 아더왕 전설의 소스들이 더해져 더 많은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지금은 중년을 넘긴 배우들의 풋풋한 데뷔 시절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였다. 헬렌 미렌과 리암 니슨, 가브리엘 번 그리고 패트릭 스튜어트의 젊은 시절 모습은 보는 것 만으로도 흥미로웠는데, 다들 생각보다 현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점도 재미있었다. 영화 정보를 보면 시아란 힌즈도 출연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나중에 DVD로 볼 때 다시 한 번 찾아봐야 할 것 같다.


마지막은 이 영화를 소개해주신 변영주 감독과 GV에 함께 참여했던 허지웅씨 사진.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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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큰 2 (Taken 2, 2012)

아빠와 운전면허 만점과외하기



맷 데이먼의 '본' 시리즈 이후 이 스타일의 액션을 가장 대중적으로 잘 활용한 영화였던 리암 니슨 주연의 '테이큰'의 속편을 보았다. 전편도 그랬지만 속편 역시 특별한 기대치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리암 니슨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악당들을 처리하는 것에서 쾌감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 뿐이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속편이라는 것이 이 영화에 가장 큰 단점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다. 본래 '테이큰' 같은 영화에 복잡한 이야기가 있을리 없고 단순하면 할 수록 깔끔하게 떨어지는 영화라고 봤을 때, 바로 이 점을 그대로 반복해야 하나 아니면 그 장점을 버리고 새로운 시도를 해야하나 하는 딜레마에 스스로 빠져버린 영화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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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이에 따라 조금씩 견해가 다를 수는 있겠지만 '테이큰 2'는 새로운 것과 잘하던 것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 사이에서 어정쩡한 입장을 취한 영화였다. 리암 니슨이 연기한 '아빠'가 (캐릭터의 이름으로 부르는 것 보다 아빠로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할 터) 또 한 번 가족을 납치 당하는 위기에 놓여 전직 요원답게 훌훌 정리해버리는 것은 맞지만, 전작의 이야기가 이어져 복수라는 것에 대상이 되었다는 점과 그 스스로도 납치를 당한 상황에 놓인다는 점이 조금은 새롭게 시도한 점이라고 해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테이큰'이 보여준 영화의 구조 자체가 단순히 배경과 상황이 바뀐다고 해서 반복 가능한 (반복한다고 또 다른 재미를 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 뿐더러, 새롭게 시도해보려 한 것들의 완성도가 워낙에 떨어지다보니 (그런데 우스운건 이 새로운 이야기가 완성도와 복잡함을 갖을 수록 영화는 이 영화는 산으로 갈 확률이 높아지는 영화라는 점이다), 결국 딜레마를 그대로 보여준 아쉬운 작품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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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글의 제목으로 쓴 것처럼 '아빠와 함께하는 운전면허 만점과외하기' 혹은 '아빠와 함께하는 실전도로연수!'가 오히려 더 흥미로운 영화가 되어버렸다. 확실히 감독은 이 점을 염두해둔 듯 하다. 운전면허라는 거대한 삶의 시험을 배경에 깔고 이를 극복하는 방법과 에피소드 중 하나로 이스탄불에서 벌어지는 납치극을 선택한 것이 아닌가 할 정도 (반정도만 농담이다). 딸과의 관계에 있어서 운전면허 시험 연습이라는 모티브를 제공했던 영화는, 이후 이스탄불의 극한 상황에 부녀를 몰아놓고 그야말로 돈주고도 하기 힘든 극한의 도로주행연수를 겪게 한다. 악당들을 피해 이스탄불의 좁은 골목을 차로 도망칠 때도 아빠는 딸에게 운전연습을 정확히 하는 것을 결코 잊지 않는다. '여기서 좌회선!' '더 밟아!' '직진해!' 등 그 어떤 어조보다도 강한 어조로 도로연수를 진행한다. 이 에피소드(?)가 다 끝나고 나서 영화는 마치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홀연히 운전면허 시험장으로 돌아와 만점짜리 운전실력을 갖게 된 딸의 모습을 비춘다. 예전 키에누 리브스의 '콘스탄틴'을 보고나서 우스게 소리로 '이건 금연홍보영화야' 했던 것처럼, '테이큰 2' 역시 운전면허 시험에 대한 거대한 에피소드가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콘스탄틴'의 경우는 우스게 소리였고, '테이큰 2'는 그것 만은 아닌 것이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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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이 험난한 납치극을 빙자한 도로연수 과정 속에서 철저히 소외 당하는 엄마 캐릭터가 안쓰럽게까지 느껴졌다. 더군다나 그녀가 누구던가. '엑스맨'의 진 그레이, 팜케 얀센이 아니던가.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철저히 버려지는 (진짜 버려짐) 모습이었는데, 후반부에 리암 니슨이 또 다시 '여기 잠깐만 있어, 곧 다시 올게'라고 말할 때는 나도 모르게 코웃음이 나오기까지 했다. 아... 그녀는 무슨 죄인가 (더군다나 현재 남편도 아니고 이혼한 상태의 남편인데 ㅠ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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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그레이 (The Grey, 2012)

생존을 고민하는 드라마



'A-특공대'에 이어 리암 니슨이 주연을 맡고 조 카나한이 연출을 맡은 영화 '더 그레이 (The Grey, 2012)'를 뒤늦게 보았다. 포스터나 국내 홍보 당시 풍기는 뉘앙스만 보면 마치 리암 니슨 형님이 '테이큰'에서 처럼 극한의 환경 속에서도 늑대들을 맨손으로 때려잡으실 것만 같은 분위기인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액션에 집중된 영화라기 보다는 외롭고 공포스러운 환경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생존'에 관한 영화였다. 사고로 인해 불시착한 비행기, 인적이라곤 없고 구조대도 올리 없는 오지에 가까운 환경 그리고 생존자들 간의 갈등과 지독한 환경 보다도 더 무서운 공포까지. '더 그레이'는 생존을 중심으로 하는 재난 영화들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거기에 조금 다른 점이라면 위에서 언급한 늑대로 인한 추가적인 공포 정도를 들 수 있겠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안에 담고 있는 진정성으로 인해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감상할 수 있었으며, '생존'이라는 테마를 오락적으로는 물론 내용적으로도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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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다른 생존을 다른 영화들과 조금 빗겨나 있어 좋았던 지점은, 어쩔 수 없이 닥친 극한의 상황 속에서 생존 만을 위해 애쓰는 것이 아니라 그 가운데서도 생존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들이 닥친 상황은 분명 그냥 살아남기에도 벅찬 상황이 분명한데, 영화는 단순히 상황 상황을 챕터 별로 이겨내 결국 생존하는 드라마가 아니라, 그 과정 속에서 살아남는 다는 것 아니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다시 되묻는다. 삶의 무게에 자살을 시도했던 주인공 '오트웨이 (리암 니슨)'이나 이 지옥 같은 상황에서 살아남더라도 돌아가고 싶지 않은 현실만이 남는 이와 반대로 어린 딸과 가족 등이 기다리는 돌아갈 곳이 있는 각자의 이야기를 통해, 이 상황 속에서 살아남아야만 하는 이유를 들려준다. 처음에는 고립된 상황에 놓인 인간들과 이를 공격하는 늑대들과의 결투(?)를 다룬 일종의 괴수물이 아닐까 했는데, 전혀 다른 전개에 조금 의아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를 적절히 조절하는 조 카나한의 연출이 나쁘지 않았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둘 모두 끝까지 달려가지는 않는 편이지만, 이 버전이 나쁘지 않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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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작품 전체에 드리워져 있는 아버지 그리고 남자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더 그레이'가 깔끔하게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이야기를 '남자'의 것으로 한정지었기 때문이다. 그리워 하는 대상으로 여성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 이상의 존재를 부여하지 않고 그리움을 겪는 대상으로서의 남성에 오히려 더욱 집중하고 있다. 아내를 그리워하고, 어린 딸을 그리워하는 가정적인 남편, 아버지로서의 남자는 물론, 겉으론 터프해 보이려 하지만 결국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면 외로움 밖에 남지 않은 존재로서의 남자 그리고 그런 남자의 기억 속에 있는 아버지의 이야기까지, 영화는 늑대들을 멋지게 해치우거나 상황을 완벽하게 해결하는 결과로서가 아니라 그 과정 속의 작은 이야기와 감정들을 통해 남성성을 디테일하게 묘사해 내고 있다. 전반적으로 이런 분위기가 깔려 있다보니 곧 누가 한 명 더 죽을 지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 갑자기 서로 시덥지 않은 농담을 하며 웃는 장면에서도 그럴싸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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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더 그레이'는 '테이큰' 같은 리암 니슨의 원맨 액션 쇼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극한의 상황에 처한 주인공들이 생존하고, 또 생존을 고민하는 과정의 깊이를 발견한다면 '테이큰' 만큼이나 군더더기 없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1. 확실히 이 영화의 8할은 리암 니슨이라는 배우가 가진 포스에 있어요. 다른 배우에게 그냥 쓰는 수식어와는 달리, 리암 니슨에게는 진짜 포스가 있죠 ㅎㅎ


2. 미드 '퍼시픽'에 나왔던 제임스 뱃지 데일은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 했어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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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쉽 (Battleship, 2012)

존 카터 해군에 가다



(위의 글 제목은 어린 시절 보았던 '어니스트' 시리즈에서 영향 받았음을 알립니다) 피터 버그 감독의 신작 '배틀쉽 (Battleship, 2012)'은 볼까말까 늦게까지 고민이 되었던 영화였다. '배틀쉽' 같은 영화를 보러 가는 심정은 다른 영화들과는 조금 다른데, 무언가 극장을 나오며 깊은 여운이나 메시지를 안고 나오기 보다는, 그저 러닝 타임동안 다른 생각 안하고 영화 속 액션에만 집중할 수 있는, 이른바 킬링타임 영화에 대한 기대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바로 이런 킬링타임 영화로서의 기대를 얼마나 충족시켜줄지가 좀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킬링타임 영화에 대한 기대치는 상당히 낮은 편인데, '배틀쉽' 역시 이 조건에서 그리 나쁘지는 않은 영화였다 (이번에는 정확히 '괜찮았다'라는 표현보다 '나쁘지 않았다'가 어울리겠다). 그리고 최근 본 영화 '존 카터'의 주인공을 맡았던 테일러 키취의 출연으로 인해, 쌩뚱 맞게도 '존 카터'와 연결지어 가볍게 생각해보게도 되었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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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쉽'의 줄거리는 너무 많이 반복된 이야기들이라 더이상 거들 것도 없을 정도다. 말썽꾸러기(?) 주인공이 있고 세상 모르고 사고 치던 중 지구의 운명을 짊어져야 할 상황에 갑자기 처한다. 외계의 생명체는 무슨 일인지 모르게 침공(혹은 불시착)하지만 그들이 왜 왔는지, 누구인지 영화는 전혀 관심이 없다. 어쨋든 이런 위험 상황에서 주인공을 비롯한 미해군은 멋진 작전을 펼쳐 이들을 물리치고 그 가운데에는 오래 된 '배틀쉽'과 노장들이 위치한다. 는 정도. 아, 그리고 그 사이에 '아마겟돈'에서 보았던 두 남녀와 이를 탐탁치 않게 여기는 여자의 아버지 이야기도 있다.


'배틀쉽'은 이 뻔한 이야기를 정말 재미있게 그려내려는 방식으로 이른바 올드보이 들과 오래된 배틀쉽을 수면 위로 꺼내어 애국심과 존경의 마음을 불러일으켜 뭉클함을 만들려는 방식과, 외계인들이 타고 온 또 다른 '배틀쉽'의 스케일을 선보이고 있다. 일단 최첨단 기술의 외계인과 (물론 그 기술을 영화 속에서는 거의 쓰지 않지만) 해군 과의 결투에서는 해군의 비밀병기라던가 특수 무기가 등장하지 않고 거의 아날로그에 가까운 방식으로 싸우다 보니, 화려한 볼거리를 기대했던 관객들이라면 실망할 수 있을 텐데,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아날로그에 가까운 전투 방식의 묘사가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이 부분을 더 효과적으로 살리지는 못했지만, 어쨋든 자동이 아닌 수동에 가까운 전투 전략들은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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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들의 활약도 나쁘지 않았는데, 존경과 감동이 생기기 보다는 너무 폼잡고 요소요소에 서계신 모습들 때문에 좀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사실 '배틀쉽'을 보러 오면서 가장 기대했던 것은 뭔지 모를 외계인과 그들의 무기에 엄청난 스케일과 화력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부분에 있어서는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그저 해안에 착륙해서 물 위를 통통 튀어 이동하며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활약이 없었는데, 그 미사일도 너무 인간의 것 같았고 화력도 외계인의 것 치고는 그다지 놀랄 것이 없는 수준이라, 바로 이 부분을 (무지막지 하다 싶을 화력과 스케일을) 기대하고 보았던 입장에서는 심심한 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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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이야기 자체가 새로울 것이 없고 기대했던 부분도 좀 심심하던 차에, 주인공을 맡은 테일러 키취가 전작인 '존 카터'와 별다른 차이점을 보여주지 못한 틀에 박힌 캐릭터를 보여주다보니, 자연스럽게 '존 카터'의 연장선으로 느껴지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어린 시절 시리즈로 나오던 '어니스트' 시리즈처럼, 전작이 '존 카터 화성에 가다' 였다면 이번에는 '존 카터 해군에 가다' 정도여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테일러 키취의 차기작까지 이 시리즈의 선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개인적으로 재미는 있겠지만, 테일러 키취에게는 별로 좋은 일은 아닐 듯 하다.



1. 엔딩 크래딧이 끝나고 쿠키 장면이 있습니다. 이런 영화에서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장면이지만요.

2. 보통 같으면 미셸 로드리게즈가 연기했을 캐릭터를 리한나가 연기했더군요. 리한나는 더 많은 매력이 있는 인물인데(물론 배우로서는 모르겠지만), 이 영화에서는 매력을 선보일 시간이 전혀 없더군요.

3. 리암 니슨 나온다고 해서 기대하신 분들 계시면 큰일 납니다. 제 글에도 그의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것처럼, 영화에서도 거의....

4. 아사노 타다노부는 드라마 연기에 더 깊은 인상을 주던 배우였는데 헐리웃에 가서는 주로 액션에만 출연하는군요. 아시아 배우의 한계인가요 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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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큰 (Taken, 2008)
전문가 아버지의 프로페셔널 액숀!


최근 극장가가 잠잠한터라 어떤 영화를 볼까 기웃거리다가 마치 <추격자>처럼, 본래 볼려고 계획하지는
않았었으나 입소문이 좋은 영화 한 편을 찾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이 영화 <테이큰>이다.
그저 '다크맨'이자 '콰이곤 진'이기도 한 리암 리슨이 주연한 액션 영화라는 것 외에는 별다른 정보없이
보게 된 영화는, 말그대로 '액션'만이 있는, 그래서 부족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훨씬 좋았던 박진감 넘치고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액션 영화였다.



영화의 줄거리는 너무도 단순하다. 전직 요원이었던 브라이언의 딸이 유럽에서 납치되고 딸을 구하기 위해
홀연히 유럽으로 건너가 각종 범죄단체를 소탕해가며 딸을 결국에는 구해온다는 단순 그자체의 스토리.
그래서 좋다. 최근 액션 영화들을 보면 액션 영화임에도 액션이 소도구로 여겨질 만큼, 로맨스나 스릴러,
등등 다른 흥미거리를 넣으려고 무리하다가 결국 이도저도 아니게 된 영화들이 많았는데, <테이큰>은
오로지 액션에만 집중하면서 관객에게 심한 몰입도와 만족감을 동시에 전해준 좋은 예가 되었다.

특히 현실에서는 접할 수 없는 '전문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프로페셔널한 액션을 보여주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대리만족을 심하게 느끼게 해준다. 사실 프로페셔널한 전직 요원이나 현직 요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액션 영화들은 많지만, 최근에 경향은 오히려 그들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하려는 나머지,
오히려 그 전문적인 매력을 잘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테이큰>의 주인공 브라이언은 어쩌면
가장 인간적인 면모인 딸을 구하기 위해 액션을 감행하지만, 그 과정은 그 어떤 캐릭터보다도 프로패셔널한
액션을 펼치면서, 그 야말로 '노 머시', 자비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망설임이라고는 볼 수 없는 냉혈한
전문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적을 고문할 때나 어느 정도 죽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랄까? 그런 상황
들에서 생각할 것도 없이 과감하게 총알을 날리고야 마는 주인공의 모습은 제이슨 본 이후에 오랜만에 보는
깔끔한 요원의 모습이었다.



주연을 맡은 리암 니슨은 확실히 '본'급의 액션도 액션이지만, 전화를 할 때나 적들의 소굴에 홀연히 들어가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대화를 하고 적을 협박하는 그 담담한 표정과 목소리에서 더욱 공포스러움과 프로패셔널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배우가 아닐까 싶다. 혹자는 노쇠한 그가 얼마나 대단한 액션을 보여줄까 걱정할지도
모르겠지만, 애 아빠도 딸을 잃으면 볼것없이 변한다는 점에서 그의 액션은 과연 '본 얼티메이텀'급이다.

다른 배우나 캐릭터들의 포스가 약했던것이 이 영화의 유일한 약점이라면 약점이라고 해야겠다.
그래서 반대로 '브라이언'의 캐릭터가 더 돋보인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의 앞에 너무도 쉽게 쓰러져가는
악당들의 모습은 너무 힘없어 보였다. 특히 중간보스 정도되는 인물은 그렇다 치더라도 최종보스격의 인물과의
대결 장면에서도 좀 더 강력함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아주 살짝 들었다.

결과적으로 (좋은 의미로)킬링타임 용으로 아주 만족스러웠던 영화였으며,
자고로 액션 영화라면 이 정도는 되야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을 몸소 보여준 깔끔한 전문 액션영화였다.


1. 새아버지가 부자라 말을 생일 선물로 받는 것보다, U2의 유럽투어를 함께 따라다닐 수 있는 것이
   더 부러웠다;

2. 결론은 아빠말 들어서 나쁠 것 없다는 것.

3. 딸을 갖고 있는 아버지라면 요즘 흉흉한 국내의 사건들로 봐서도 저 정도(?)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기술(?)을 갖고 있어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벌써부터 들었다 ;;

4. 핸드폰 카메라에 SD메모리가 장착되는거 같던데, 화질 좋더라;;
  그리고 길에서 SD메모리를 바로 확인, 출력할 수 있는 서비스도 부러웠음 ㅋ

5. 감독인 피에르 모렐의 전작은 <13구역>이었는데, 확실히 이 감독 액션영화에 재주가 있는 듯 하다.
   감독 이름이 나왔으니 말인데, 극중 브라이언이 경찰을 사칭했을 때 이름표에 '피에르'뭐라고 써있었던것
   같은데 피에르 모렐이 아니었을까도 싶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STUDIO 2.0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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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역사란 곧 미국의 역사라는 말과도 같다. 거장 마틴 스콜세지가 전하는, 미국인들조차 잘 알지 못했던 뉴욕의 피비린내 나는 탄생의 보고서. [갱스 오브 뉴욕]
 
Synopsis
 

1860년대 초 뉴욕의 격동기. 월 스트리트의 비즈니스 지구와 뉴욕 항구, 그리고 브로드웨이 사이에 위치한 파이브 포인츠는 뉴욕에서 최고로 가난한 지역이며 도박, 살인, 매춘 등의 범죄가 만연하는 위험한 곳이다. 또한 이 곳은 항구를 통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아일랜드 이주민들이 매일 수 천 명씩 쏟아져 들어오는 꿈의 도시도 하다.



그러나 파이브 포인츠에 사는 정통 뉴요커들은 아일랜드 이주민들을 침입자라 여기며 멸시한다. 결국 두 집단의 갈등은 전쟁을 불러일으키게 되고 아일랜드 이주민의 존경을 받던 데드 레빗파의 우두머리 프리스트 발론은 빌 더 부처에 의해 죽음을 맞는다. 그리고 바로 눈앞에서 이 광경을 지켜본 그의 어린 아들 암스테르담 발론은 아버지의 복수를 다짐하게 된다.
16년 후, 성인이 된 암스테르담은 복수를 위해 빌 더 부처의 조직 내부로 들어간다. 뉴욕을 무자비한 폭력과 협박으로 지배하며 파이브 포인츠 최고의 권력자로 성장한 빌 더 부처는 자신을 향한 음모를 까맣게 모른 채 암스테르담을 양자로 삼게 된다. 암살계획이 진행되고 있을 무렵, 암스테르담은 빌 더 부쳐의 정부(情婦)이자 소매치기인 제니 에버딘을 만나 한눈에 반하게 되고 처절한 복수와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된다.




마틴 스콜세지의 필생의 프로젝트
 
[갱스 오브 뉴욕]이 기획된 것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이전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감독인 마틴 스콜세지는 언젠가는 반드시 뉴욕의 역사에 관한 딱 잘라, 뉴욕에 관한 영화를 만들겠다고 항상 생각해 왔었다. 이미 20년도 더 전에 [갱스 오브 뉴욕]에 관한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실행하려고 했지만, 그 당시로서는 그만한 이야기를 담아낼 만한 여력이, 스콜세지에게도 제작사에게도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특히 제작사에서는 거대한 스케일과 긴 러닝 타임 등을 고려해, 이 프로젝트를 무척이나 부담스러워 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흘러 지난해인 2002년에야 그 뜻을 이루게 된 [갱스 오브 뉴욕]은 이와 같은 커다란 기대 때문이었는지 전체적으로는 관객들에게도 평론가들에게도 그다지 좋은 반응을 얻지는 못하였다. 개인적으로는 극장에서 볼 때에도 크게 지루함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지만, [갱스 오브 뉴욕]에 전체적인 반응은, ‘지루하다’였다. 블록버스터 치고는 긴 러닝타임인 2시간 40분이 넘는 시간과(아시다시피 164분이라는 러닝타임은 본래 220분이 넘는 긴 러닝타임을 제작사인 미라맥스에 설득 끝에 편집된 것이라고 한다), 감동을 주는 이야기라기보다는 서사적 보고서에 가까운 이야기와 전개가, 자극에 민감한 대부분의 관객들에게는 결코 달가웠을 리가 없었다. 흥행 성적은 그렇다쳐도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 등 중요 시상식의 중요 부분을 노렸음에는 분명한 영화였는데,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골든 글로브를 수상한 것 말고는 아무것도 득을 본 것이 없었다. 특히 아카데미에서는 무려 10개의 중요 부분에 노미네이트 되었으나 단 한 개의 오스카상도 가져가지 못하였다. 이는 어쨌거나 감독인 스콜세지에게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 되었으며, 제작사인 미라 맥스 역시 울상 짓게 하는 이유가 되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감독과 배우들의 이름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던 탓에 실망이 컸던 것 같고, 마틴 스콜세지가 심혈을 기울인 작품임엔 분명하지만, 처음 기획부터 영화화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지체되면서 많이 지쳐버린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갱스 오브 뉴욕]은 최근 영화들에 비하면 오락적인 요소가 많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마틴 스콜세지의 다른 영화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에는 그래도 오락적 요소가 제법 있는 영화라 생각되고, 배우들이 펼치는 연기를, 콕 찍어 다니엘 데이 루이스에 열연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주,조연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 살펴보자.
 
영화가 지루했다는 사람들도
다니엘 데이 루이스에 연기에는 뭐라 할 수 없었다
 

말 그대로, 영화는 시큰둥한 반응이 많았었지만 그런 반응을 보인 사람들조차도 무시 못 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빌 더 부쳐 역할을 맡은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연기였다. 이미 [나의 왼발] [아버지의 이름으로] [라스트 모히칸]등에서 선 굵고 매우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었던 다니얼 데이 루이스는 연기를 하지 않겠다는 은퇴선언을 번복하며 출연한 [갱스 오브 뉴욕]에서 그야말로 최고의 경지에 연기를 선보였다. 일명 ‘도살 광’이라고 불리는 뉴욕의 토박이들의 리더 격인 ‘빌 더 부쳐’역할을 맡은 그는, 이전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캐릭터들과는 또 다른, 완전히 다른 한 인물을 새롭게 그려내면서 무서우리만큼 냉정하고 치밀한 성격과 육체적으로도 강한 인상의 ‘빌’이 된다. 함께 출연하였던 ‘리암 니슨’의 말을 빌리자면,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빌’을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빌’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촬영을 하는 동안이 아닐 때에도 동료 배우들을 극중 이름으로 대하고, 그중 캐릭터처럼 생활했다는 것이다. ‘빌 더 부쳐’라는 인물에 너무 깊게 빠져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한동안은 그중 그의 악센트를 결코 쉽게 버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카메론 디아즈의 말로도 그의 연기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다. 이 같은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완벽한 연기는 스콜세지의 영화에 주인공하면 떠오르던 로버트 드니로를 잠시도 생각나지 않게 하였다.




[갱스 오브 뉴욕]은 대부분 모두의 박수와 관심이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연기에 맞추어 지긴 했지만, 그 외에도 여러 배우들이 크고 작은 역할을 훌륭히 연기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일단 관심에 초점이 되었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이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은 레오가 [타이타닉]때보다는 많이 성숙했다는 것이었다. 잘 생긴 외모와 [로미오와 줄리엣] [타이타닉]으로 단번에 최고의 스타가 되었던 레오는, 이제는 한 번쯤 자신을 뒤돌아볼 여유가 생긴 듯 하다. 거칠고 강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레오 자신도 배우로서 많이 발전한 듯 하고, 다니엘 데이 루이스, 카메론 디아즈 등 동료 배우들과 함께 연기하는 방식도 예전보다는 많이 터득한 것 같다. 관객들은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완벽한 연기에 눈을 빼앗겼지만, 레오 자신에게는 [갱스 오브 뉴욕]이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임에는 분명할 것이다.


영화의 포스터, DVD의 자켓에도 주연 배우 세 명의 이름과 얼굴이 크게 프린트 되어 있지만 [갱스 오브 뉴욕]에는 이들 외에도 생각보다 많은 능력 있는 배우들이 출연하고 있다. 일단 영화의 초반부 ‘빌 더 부쳐’와 맞서는 발론 신부 역할로 출연한 리암 니슨을 들 수 있다. 비록 시작부분 잠깐이기는 했지만 영화의 설정한 중요한 역할인 발론 신부역할을 인상 깊게 연기하였다. 그리고 미국 역사상 가장 부패한 정치인을 연기한 짐 브로드밴드. 그리고 존 C.라일리브랜든 그리섬 등은 다른 영화라면 주인공으로 출연하여도 젼혀 손색이 없는 배우들이지만 또한 개성 있고 자연스러운 조연 역할에도 익숙한 배우들인지라, [갱스 오브 뉴욕]에서도 주연 배우들에 비해 튀지 않으면서도 자신에게 카메라가 돌아왔을 때에는 강한 인상을 심어 주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다 싶었을 쟈니 역할은 바로 이전 [E.T]에 주인공 엘리엇으로 출연했던 헨리 토마스가 맡았다. 그 동안 몇몇 작은 영화에 출연했었던 헨리 토마스는 [갱스 오브 뉴욕]을 계기로 다시금 대중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발판을 마련하였다.

Gangs of New York / DVD

일단 기본적인 화질과 음질은 최신 출시된 타이틀답게 비교적 높은 수준의 퀄리티를 재공하고 있다. 시대, 서사극을 표현함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아마도 미술, 의상 등일 것인데, 1800년대의 뉴욕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엄청난 크기의 세트들과, 당시의 생활상을 그대로 나타내주는 다양하고 고풍스러우면서 화려한 의상들은 [갱스 오브 뉴욕]을 감상하는 또 다른 재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DVD는 이 같은 배경과 의상 디자인을 섬세하게 재공하고 있으며, 영화 자체가 표방하는 컬러인 갈색과 회색 톤의 색감도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제법 액션 장면이 등장하는 [갱스 오브 뉴욕]에서 사운드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인데, DTS와 돌비디지털 5.1채널의 사운드는 거리에서 펼쳐지는 잔혹한 전투의 소리들을 현실적으로 전해준다. 그리고 영화의 후반부 대포에 의해 폭발하는 장면에서는 DTS의 음장감을 실감할 만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갱스 오브 뉴욕]DVD 타이틀의 가장 아쉬운 점으로 남는 것은 바로 본 편이 두 장으로 나뉘었다는 사실인데, 이는 많은 DVD 마니아들이 귀찮아하는 일로, 타이틀의 구매를 한 번 더 선택하게 하는 단점이 된 것 같다. 본 편과 같이 두 장의 디스크에 나뉘어 담긴 서플먼트를 살펴보자.




일단 가장 반가운 서플은 감독인 마틴 스콜세지의 음성해설을 들 수 있겠다. 다른 어느 영화보다도 감독이 할 말이 많았었을 법한 영화인지라 음성해설의 수록은 DVD마니아와 마틴 스콜세지의 팬이라면 아니 기쁠 수 없을 것이다. 화질을 언급하며 잠시 거론되었듯이 [갱스 오브 뉴욕]에서 스토리 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는 세트와 의상 등 디자인 요소를 들 수 있는데, DVD타이틀도 이 같은 중요성을 강조하듯 디자인에 관련된 서플먼트들이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다. 또한 세트를 설명하는 영상에서 360도 팝업을 지원하는 서플은, 넓고 다양한 1800년대 뉴욕의 거리를 좀 더 가까운 시선으로 접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몇 가지 다큐멘터리 영상이 수록되어 있는데, 영화에 관련된 제작 과정 노트라던가 에피소드 등에 관한 것이 아니라 실제 뉴욕의 역사에 기인한 다큐멘터리가 수록되어 영화의 기본적 배경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이 같은 영상들은 위와 같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흔한 제작과정 다큐멘터리가 하나 정도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마지막으로 극장용 예고편과 U2가 부른 주제곡 ‘The Hands that Built America'의 뮤직 비디오도 감상할 수 있다.
 
2003.09.08
글 / ashitaka


배트맨은 대부분의 슈퍼히어로 물이 그러하듯 만화책을 원작으로 영화화되어 인기를 얻으며
시리즈물로 거듭난 작품이다. 코믹스에 원작을 두었다는 것은 다르게 해석해보면 국내보다는
미국 내에서 훨씬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점이기도 하다

(배트맨을 비롯한 ‘슈퍼맨’ ‘스파이더맨’ 등 미국 내에서의 슈퍼 히어로를 그린 코믹스의 인기는,

일반 영화 속에서 가끔 광적으로 만화책에 유난히 집착하는 주인공들을 봐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슈퍼 히어로 장르를 이야기 할 때마다 다른 히어로 캐릭터들과 비교가 빠질 수 없는데,
배트맨은 다른 히어로들과 극을 달리는 캐릭터임으로 비교가 쉬운 편이다.



슈퍼맨은 타고난 능력을 가진 크립톤 행성 출신의 외계인이니 일단 접어두고,
헐크나 스파이더맨은 방사능 노출이나 후천적 사고에 의해 능력을 갖게 된 경우이나,
배트맨은 이들과는 엄연히 다르다. 배트맨에겐 선천적으로 주어진 탁월한 능력도 없으며
후천적으로 얻게 된 능력 또한 없다. 그에겐 오직 부모님께 물려받은 엄청난 재력.
재력을 바탕으로 갖게 된 최첨단의 신형 무기들. 그리고 후천적 트레이닝을 통해
얻게 된 능력 들이 전부이다. 슈퍼 히어로들 가운데에는 가장 일반인스럽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소시민을 대변했던 스파이더맨과는 또 다른 차이가 있는 캐릭터라 할 수 있겠다.



또한 배트맨은 매우 우울하고 슬픈 히어로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살해되는 장면과
동굴에서 박쥐들에게 느꼈던 공포를 바탕으로 분노와 복수심에 시작된 캐릭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그 어떤 캐릭터보다도 그 시작이 중요한 캐릭터가
바로 배트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도 배트맨 시리즈 가운데 최고의 작품으로 인정받는 팀 버튼의 ‘배트맨’과
 ‘배트맨 리턴즈’에서도 배트맨이 어떻게 배트맨이 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그리 자세하게 묘사되지는 않는다(물론 비긴즈에도 등장하는 부모님에 살해 장면은 등장하지만,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 이후 갖가지 잡다한 캐릭터들을 등장시킨 ‘배트맨과 로빈’ ‘배트맨 포에버’ 등은
거론할 필요도 없을 듯. 팀 버튼의 배트맨 이후 나왔던 두 편의 배트맨은 연기력, 캐스팅,
작품성 등 모든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작품들이었다.
배트맨 슈트를 아무나 입혀놓는다고 흥행할 수는 없었던 것.



이에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 새 천년에 새롭게 시작될 배트맨의 감독으로
워너가 점찍은 감독은 크리스토퍼 놀란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아니지만, 워너 입장에서
배트맨이라는 블록버스터의 감독으로 ‘메멘토’나 ‘인썸니아’에서 연출력을 인정받았던
크리스토퍼 놀란을 선뜻 감독으로 캐스팅하기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듯싶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워너에서 3편과 4편의 실패 요인을 제대로 분석한 처방이었다고 생각된다.
적어도 크리스토퍼 놀란이 만들어내는 배트맨이 화려함에서 뒤 떨어질 것 같은 우려는 할 수 있을지라도,
이야기 구조가 엉성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안 해도 될 테니 말이다. 더군다나 위에서 잠시
언급했던 것처럼 액션의 화려함도 화려함이지만, 배트맨이 어떻게 배트맨이 되었나를 비중 있게
그려내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놀란을 감독 의자에 앉힌 것은 매우 탁월한 결정이었다고 생각된다.



사실 겉으로 드러날 정도의 엄청난 초호화 캐스팅은 아니지만, 아놀드 슈왈제네거,조지 크루니,
우마 서먼, 알리시아 실버스톤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화제만(?) 모았던 ‘배트맨 & 로빈’에
전혀 뒤질 것이 없는 화려한 캐스팅을 구성하고 있다. 특히 배우의 면면을 살펴보자면
어느 영화에도 뒤지지 않는 탄탄한 연기파 배우들이 요소요소에 배치되었음을 알 수 있다.



배트맨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아무래도 배트맨과 브루스 웨인 일 텐데, 배트맨과 웨인의
이중적인 모습을 연기해야 하며, 쉽지 않은 액션도 소화해야하고 무엇보다 내면연기를 이어가야 하는
복잡한 캐릭터임을 감안하였을 때, 크리스찬 베일이 재 창조해낸 배트맨은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배트맨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싱크로 율을 선보인다.
크리스찬 베일은 영화 제작 전에 팬들에게 의견을 물었던 설문조사에서도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던 배우였었다.

크리스찬 베일 외에 가장 눈에 띠는 배우 중 하나는 바로 리암 니슨일텐데, 지금까지 주인공의
스승이나 현자 등 지적이고 좋은 역할로만 분했던 그가, 이번 영화에서는 거의 처음 악역을 맡아
새로운 악역 캐릭터를 그려낸다. 완전 나쁜 놈이라기보다는 그저 주인공과 이상향이 다른 인물로
느껴지는 것도 그의 우아한 연기덕분 일터.



이와 반대로 악역 연기에 고수로 널리 알려진 게리 올드만은 참으로 오랜 만에 선한 역할을 맡아
극의 깊이와 재미를 동시에 선사하고 있다. 특히나 그의 캐릭터 ‘고든’은 코믹스의 이미지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모습으로 만화책의 열렬한 팬들에게도 적극적인 지지를 얻을 만한 캐릭터라 생각된다.
이 밖에도 이전 시리즈의 알프레드 보다 더욱 인자하고 아버지에 느낌을 물씬 전해주는 캐릭터를 그린 마이클 케인과 주인공을 돕는 조연 역할로는 최고의 선택이었을 모건 프리먼,
여자 주인공으로 나름대로 자연스런 연기를 보여준 케이티 홈즈, 이 밖에도 빼놓을 수 없는 조연인
실리안 머피와 켄 와타나베, ‘블레이드 러너’의 마지막 장면이 아직도 생생한 룻거 하우거까지...
꼼꼼히 따져보면 모든 배우들 중 아무나 주연을 맡아도 전혀 어색할 것이 없을 정도의
화려한 캐스팅을 갖췄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출시된 DVD는 블록버스터에 걸 맞는 수준급 화질과 음질을 수록하고 있다.
물론 우리가 흔히 액션 블록버스터 하면 떠올리게 되는 DTS사운드는 제공되지 않지만
돌비디지털 5.1채널만으로도 만족할만한 사운드를 들려준다(워너는 DTS사운드를 수록하지 않기로 유명한데, 배트맨 비긴즈에는 역시나 수록되지 않았지만 최근 이와 함께 출시된 전작들의 SE버전에는 DTS트랙이 수록되어 놀람과 반가움을 동시에 전하기도 했었다).
슈퍼 히어로를 다룬 영화답게 멀티 스피커를 최대한 이용하는 장면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동굴에서 박쥐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때의 공간감이라던가, 영화의 하이라이트 겪인 텀블러(배트카)를 타고 벌이는 추격 씬 에서의 사운드는 레퍼런스까진 아니더라도 그에 조금 못 미치는 매우 우수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텀블러가 만들어내는 그 묵직한 사운드는 우퍼 스피커를 통해 무겁게 전달된다.



이 바로 전에 ‘킹덤 오브 헤븐 DE'를 리뷰 한 뒤라 그런지 모르지만, 배트맨 비긴즈의 화질은 레퍼런스에는
역시나 조금 못 미치는 우수한 영상을 수록하고 있다. 영화 자체가 어두운 장면이 많았던 터라 화질의
여부는 여느 때보다 매우 중요한데, 암부의 표현력도 우수한 편이여서 감상에 전혀 지장을 주지는 않을 듯하다.
서플먼트는 두 번째 디스크에 따로 수록되었는데 코믹스 풍의 메뉴 화면이 인상적이다.
마치 이스터 에그를 찾듯 하나씩 공개되는 서플먼트에는 감독인 크리스토퍼 놀란과 프로듀서의
인터뷰를 통해 마치 비밀스런 007작전과도 같았던 배트맨 프로젝트의 탄생과 준비 과정에서의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또한 크리스찬 베일을 비롯한 여러 배우들의 인터뷰와 만화가 영화로 옮겨지기까지의 과정,
배트맨 하면 절대 빠질 수 없는 배트맨의 특별한 의상의 제작과정 등이 흥미롭다.



특히 영화를 위해 실제로 운전이 가능한 텀블러를 제작하여 영화에 적용하기까지의 과정은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이밖에 각 캐릭터들을 설명해주는 파일 형식의 메뉴와 배트맨의 각종 무기 등을 설명해주는 영상이 수록되었다. 최근 서플먼트의 경향을 보았을 때 감독과 배우, 스텝의 음성해설이 수록되지 않은 점, 그리고 기존 시리즈가 DTS를 포함한 SE버전으로 재 출시된 것을 감안하였을 때, 더 나은 버전에 ‘배트맨 비긴즈’가 나올 가능성도
없진 않지만, 최근 출시된 버전으로도 저렴한 가격과 스펙을 감안하였을 때는 절대 후회하지 않을
DVD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2005.10.17
글 / ashit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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