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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롭 앤 가솔린 (Microbe & Gasoline, Microbe et Gasoil, 2015)

소년, 공드리가 되다


작고 소극적이지만 섬세한 예술가, 마이크롭 ‘다니엘’. 그런 그의 앞에 나타난 가솔린 냄새 풀풀 풍기는 괴짜 모험가, ‘테오’. 첫만남에 서로의 특별함을 알아 본 소년들은 영혼의 단짝이 된다. 단조로운 일상에 지쳐가던 중, 길고 긴 여름방학을 맞아 다니엘과 테오는 프랑스 전국을 누비는 로드 트립을 계획한다. 가진 건 고철상에서 주운 잔디깎이 모터와 널빤지뿐. 우여곡절 끝에 제법 그럴싸하게 완성된 시크릿 드림카!  낭만 없이 볼 수 없는 미운 열여섯의 깜찍발칙한 반항이 시작된다. (출처 : 다음영화)


나에겐 어쩔 수 없이 놓아줄 수 없는 애정하는 감독인 미셸 공드리 (또 다른 감독으로는 샤말란이 있다)의 신작 '마이크롭 앤 가솔 린'은 소년의 성장 영화이자 미셸 공드리 자신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이미 공드리는 자신이 각본을 쓴 전작들을 통해서도 영화 속 주인공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직간접적으로 투영해 왔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그 경계, 그러니까 공드리의 상상력과 스토리텔링의 균형이 가장 적절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수면의 과학' 이 공드리의 상상력이 스토리텔링의 측면보다 훨씬 더 앞서 간 경우라면, '마이크롭 앤 가솔린'은 딱 적당한 수준에서 균형을 맞추고 있는 작품인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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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전형적인 편이다. 다니엘은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기댈 곳,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을 이해해주는 곳이 없는 외톨이이며, 작은 체구와 긴 머리 탓에 여자 아이로 오해 받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린 소년이다. 하지만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같은 반의 로라를 좋아하지만 쉽게 마음을 고백하지 못한다. 그런 다니엘이 어느 날 전학 오게 된 엉뚱한 테오를 만나 바로 친구가 되고, 둘 만의 여행을 떠나게 되는 이야기는 일반적인 소년이 등장하는 로드 무비의 구조를 그대로 갖추고 있다.


만약 무언가 새로운 것을 기대했다면 전형적인 소년 성장영화이자 로드 무비인 이 영화에 실망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마이크롭 앤 가솔린'은 조심스럽게 추천하고픈 영화다. 왜 그런 영화가 있지 않은가. 특별할 것도 별로 없고 새로울 것도 없는 이야기인데, 묘하게 사랑스럽고 행복해 지는 영화. 공드리의 이 영화가 그렇다. 단순히 열 여섯 어린 나이의 소년이어서가 아니라, 미셸 공드리의 어린 시절이 아마 이렇지 않았을까 싶은 두 소년의 엉뚱함과 순수함은 가식적이지 않은 웃음과 입꼬리가 나도 모르게 슬며시 올라 가는 행복한 미소를 짓게 한다. 공드리의 전작들을 떠올려 봤을 때 아마도 최대한 상상력의 나래를 덜어내고자 (참아내고자)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단순히 세상이 포용하지 못하는 외로운 아웃사이더 소년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안에 그 나이 대의 소년 만이 할 수 있는 소소하지만 중요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그려낸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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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마이크롭 앤 가솔린'은 역으로 성숙해진 미셸 공드리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영화 속 소년들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순수함으로 가득 차 있지만, 이런 그들을 그려 낸 공드리는 이전보다 더 성숙해진 느낌. 너무 갑자기 철이 들어서 어색할 정도는 아니라는게 다행스럽다.


이렇게 또 미셸 공드리에 대한 애정을 끊을 수 없게 되었다. 더불어 그가 각본을 쓴 작품도 이제는 조심스럽게 기대해 볼 수 있겠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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