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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리언 : 커버넌트 (Alien: Covenant, 2017)

프로메테우스로부터 에이리언으로의 귀환


리들리 스콧의 전작 '프로메테우스 (Prometheus, 2012)'는 에이리언의 세계관을 가져와 좀 더 근원적인 질문과 답을 꺼낸 몹시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에이리언'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는 떡밥만 뿌리 고만 아쉬운 작품으로 평가되기도 하지만, 내게 있어 '프로메테우스'는 이 세계관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고 더 많은 것을 생각해 보게 만드는 아주 애정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렇게 1979년작 '에이리언 (Alien)'의 프리퀄이자 전작 '프로메테우스'의 속편 격인 이 영화 '에이리언 : 커버넌트 (Alien: Covenant, 2017)'는 앞서 말한 관객들의 아쉬운 평가가 신경 쓰인 탓인지, 프로메테우스 보다는 79년작 '에이리언'과 더 맞닿아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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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쉬운 점부터 말해보자면 그 이유는 아마 다 '프로메테우스'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를 너무 재미있고 흥미롭게 즐긴 입장에서 '커버넌트'는 그 연장선에 있다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전작에서 언급했던 창조주와 피조물의 관계를 통한 철학적 화두는 희미한 배경 정도로만 존재할 뿐이다. 쇼 박사와 데이빗이 엔지니어의 행성으로 떠났을 때의 마음 가짐을 떠올려 보자면, 아마도 그들이 관심을 갖고 탐구했던 바에 대한 내용은 '커버넌트'의 시점까지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벌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커버넌트'는 그저 데이빗의 대사 한 마디로 이 10년의 기간이 있었다는 것을 암시할 뿐이다. 


데이빗의 회상 장면으로 미뤄볼 때 그들이 처음 이 행성에 도착하고 수많은 엔지니어들을 마주하게 되고, 또 쇼 박사가 어떻게 죽음을 맞고 그 이후 데이빗은 어떤 일들을 경험하게 되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데, '프로메테우스'의 관점에서 볼 때 이십 년 간의 이야기가 더 흥미로운 이야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전작에서 던졌던 근원에 대한 물음과 창조주와 피조물 간에 서로 얽히게 되는, 한편으론 어리석은 굴레의 과정을 더 깊이 있게 다뤄볼 수도 있었을 텐데, 그 세월을 완전히 건너뛴 점이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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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프로메테우스'의 모호함을 버리고 '에이리언' 본래의 공포와 긴장감의 장르 영화의 성격을 띠게 되면서 '커버넌트'는 더 심플하고 오락적인 영화가 되었다. 기존 1979년작 '에이리언'을 처음 보았을 때의 긴장감을 떠올려 본다면 쉽게 예상할 수 있을 텐데, 그때의 충격과 떨림을 넘어서지는 못하지만, 혹여나 79년작을 못 본 이들이라면 비슷한 첫 경험을 이 영화를 통해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에이리언 : 커버넌트'는 '에이리언 (1979)'과 장르적으로나 구성면에서 매우 닮아 있고, 더 나아가 제임스 카메론이 연출했던 '에이리언 2 (Aliens, 1986)'과도 상당 부분 닮아있다. 미지의 공간, 그리고 그 공간에서 하나둘씩 죽음을 맞는 대원들, 그리고 에이리언과 사투를 벌이는 여주인공의 모습까지, 전작들을 본 이들이라면 반복적인 요소가 다분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긴장감 넘치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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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넘게 충분히 재미있게 즐겼으나 전작의 매력적인 세계관과 연장선에 있을 수 있었던 구조와 재료들을 거의 사용하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쉽다. 리들리 스콧은 '프로메테우스'와 관련해 여러 가지 인터뷰들을 한 것으로 아는데, 시리즈의 정통성이나 '에이리언'과의 연관성 등과 무관하게, 결과적으로 완전하게 심플해진 새로운 '에이리언' 영화는 아쉬움을 남긴다. 



1. 영화를 보고 든 잡생각 중 하나는, 이 탐사대원은 무슨 부부동반 우대 조건이라도 있었나 싶었던 ㅋㅋ

2. 전작 '프로메테우스'에 대한 리뷰는 여기로. (프로메테우스 _ 근원에 대한 선문답)

3. 근래 본 15세 관람가 영화 중에 가장 수위가 높은 듯하네요. 

4. 사실 여기 등장한 배우들이 에이리언한테 호락호락당할 캐릭터들이 아닌데 말이죠. 마법사(캐서린 워터스톤, 카르멘 에조고)도 있고, 매그니토 (패스벤더)도 있고, 무엇보다 닥터 맨해튼 (빌리 크루덥)도 있잖아요 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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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쌔신 크리드 (Assassin's Creed, 2016)

게임 원작의 한계와 기대


XBOX360과 PS4 유저로서 최근 몇 년간 시리즈로만 따지자면 가장 꾸준히 재미있게 했던 게임 중 하나가 바로 유비소프트의 '어쌔신 크리드'였다. 엑스박스360 시절부터 친절한 한글화와 지속적인 새로운 시리즈의 발매 덕에 한 편도 안 빼놓고 즐긴 적지 않은 게임 타이틀이 되었는데, 꼭 그래서 만이 아니지만 '어쌔신 크리드'는 가장 영화화와 기대 또는 예상되었던 작품이었다. 일단 애니머스라는 설정과 이를 통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이야기 그리고 이를 둘러싼 거대한 (진짜 거대한) 배경의 음모와 미스터리는 특별히 고민하지 않아도 '나중에 영화화가 꼭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기대와 예상을 갖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딱 절반은 불안함이었다. '어쌔신 크리드'의 영화화를 기대하게 만든 점과 걱정하게 만들었던 점은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이유다. 앞서 언급한 설정과 이야기 전개가 그것인데, 게임 '어쌔신 크리드'가 보여준 세계관과 이야기는 영화화 하기에 아주 매력적인 소재임이 분명했지만, 그와 동시에 복잡하고 광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특히 영화라는 한정된 시간으로 풀어낼 수 있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시리즈를 즐겨온 유저들이라면 잘 알겠지만 '어쌔신 크리드'의 스토리는 결코 단순하지만은 않다. 즉, 단순히 애니머스라는 기계를 통해 선조의 기억을 공유하며 당시로 돌아가 활약을 펼치게 된다는 것 만으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 점이 많다는 얘기다. 그래서 차라리 한정된 러닝 타임의 영화가 아니라 좀 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TV시리즈로 제작되었으면 어떨까 하는 기대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갖고 보게 된 저스틴 커젤 감독의 '어쌔신 크리드'는 역시나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느끼게 만드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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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아쉬운 점부터 말해보자면 역시나 우려했던 것처럼 이 광대한 세계관과 이야기를 한 편의 영화에서 제대로 설명하는 것에는 실패한 것 같다. 특히 게임을 접하지 않은 일반 관객들 입장에서는 이 세계관이 이해는 할 수 있어도 미처 흥미를 느끼기 전에 영화가 먼저 달려가는 느낌을 받지 않을까 싶다. 특히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영화 '어쌔신 크리드'가 3부작으로 기획되었다는 점이다. 만약 그런 기획 없이 1편으로 완성해야 하는 영화였다면 지금 같은 결과물이 조금 더 이해되었을지 모르겠지만, 애초부터 3부작을 기획하고 있었다면 지금의 결과물의 정도는 분명 아쉬운 점이다. 


즉, 3부작으로 기획되었다면 1편에서는 좀 더 여유를 갖고 이 세계관과 배경의 이야기를 충분히 설명하는 데에 더 시간을 할애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것이 설령 너무 흔한 히어로물의 플롯이라 할지라도 '어쌔신 크리드'와 같은 작품이라면 시리즈의 첫 편에서는 화끈한 볼거리는 좀 덜했더라도 소개와 기대감을 갖도록 만드는 역할에 충실하는 편이 더 나을 뻔했다. 아쉽지만 영화 '어쌔신 크리드'는 그 비중의 균형을 제대로 잡지 못한 듯했다. 어쩌면 작품 스스로도 혹시 한 편으로 끝나버릴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신경 쓰기라도 한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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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팬들이라면 더 실망할 수도 있겠으나 내 입장에서는 기대치가 낮아서인지는 몰라도, 앞선 아쉬움 들에도 불구하고 그럭저럭 볼 만한 영화였다. 특히 애니머스를 시각화 한 방식이나 파쿠르를 기반으로 한 액션 장면들은 한창 게임을 재미있게 했던 그 순간을 떠올리게 해 반가웠다 (실제로 영화를 보고 오니 오랜만에 가장 최근작이었던 게임이라도 다시 해보고 싶은 욕구가 용솟음쳤다). 여기저기 건물을 기어오르고 뛰고 구르고 하는 액션 들은 최대한 원작 게임을 느낌을 구현하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였으며, 특유의 암살 장면들은 조금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후반 암살단과 템플기사단의 이미지가 더 분명해지는 지점에서는 원작 팬으로서 살짝 흥분(?)되기도 했었는데, 반대로 말하자면 역시 살짝 겉도는 느낌도 있었던 것이 사실. 


'어쌔신 크리드'가 정녕 3부작으로 기획된 영화라고 한다면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 해야 할 역할을 다 해내지 못한 이번 영화가 분명 아쉽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3부작으로 기획되었다는 점이 이 아쉬움을 속편에서 만회할 여지가 남아있기에, 좀 더 두고 볼 만한 작품으로 남겨두고 싶다. 아, 그런데 과연 속편이 가능할까?


1. '맥베스'를 함께 했던 감독과 배우 콤비가 이 작품으로 다시 뭉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나쁘지 않은 라인업이라고 생각했는데, 일단 이 영화에서는 특별히 시너지를 발휘하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패스벤더와 꼬띠아르 역시 다른 작품에서 연기했던 캐릭터들의 잔상이 남아있기도 했고.


2. 개인적으로는 '어쌔신 크리드'가 영화화된다고 했을 때 당연히(?) 에지오와 데스몬드의 이야기가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왜 그랬지?)아니어서 조금 당황하기도;; 


3. 어쨌든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오랜만에 게임이 다시 해보고 싶더군요. 신작은 언제 나오려나.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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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 아포칼립스 (X-Men: Apocalypse, 2016)

공허하게 늘어놓은 세대교체기



미리 말하자면 내게 있어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 시리즈는 '어벤져스'로 대표되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작품들보다도 더 좋아하고, 특히 시리즈를 거듭해 오며 캐릭터들의 역사와 이야기가 쌓여갈 수록 작품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애정하게 된 시리즈라 하겠다. 그 가운데서도 최근에 선 보였던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X-Men: Days of Future Past, 2014)'는 그 애정함을 최고조로 발산할 수 있었던 브라이언 싱어 특유의 아름답고 감정적인 액션 블록버스터였는데, 프리퀄 삼부작을 마무리하는 '엑스맨 : 아포칼립스 (X-Men: Apocalypse, 2016)'는 아쉽게도, 그럼에도 선뜻 좋아한다고 말하기는 힘든 영화였다. 적어도 지금은 (왜냐하면 이런 시리즈의 역사 속에 있는 작품들은 간혹 시간이 오래 지난 뒤에 다시 좋아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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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는 전체적으로 장황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액션의 스케일은 크고, 캐릭터들의 갈등도 고조되지만 시각과 청각적으로 볼거리가 화려해질 수록 한 편으로는 '왜?'라는 물음과 함께 공허함이 느껴진다. 러닝타임이 물론 긴 편이기는 하지만 단순히 길기 때문이 아니라 주 악당인 아포칼립스 (오스카 아이삭)와 엑스맨 멤버들의 갈등의 비중을 적절하게 풀어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반대로 말하자면 오스카 아이삭이 연기한 아포칼립스라는 캐릭터는 모든 돌연변이들 가운데서도 신 적인 존재에 해당하는 그야말로 압도적이고 막강한 캐릭터인데, 그 캐릭터 자체로서도 능력을 다 발휘하지 못하는 측면이 너무 도드라졌고, 그렇게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다보니 후반으로 갈 수록 그 모습에서는 공포스러움이 아니라 우스꽝스러움마저 느껴졌다. 이 정도의 압도적인 악당이 등장할 경우 더 단순한 대립 구조를 취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작품이 되었을 텐데, 이번 작품에서는 프리퀄 작품들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한 찰스와 에릭의 갈등 구조가 반복되는 동시에, 익숙하지만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들로의 (진 그레이, 스톰, 스캇, 나이트크롤러) 세대교체 목적을 달성해야 했기에, 조금은 장황하고 선명하지 못한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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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와 에릭의 갈등 테마는 두 배우가 열연을 통해 (특히 패스벤더가)다시 한 번 살려내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이 부분은 이미 전작들에서 충분히 활용 되었고 또한 이번 작품에서는 깊이가 그리 깊지 않다보니, 또 한 번 빠져들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이 외에도 '아포칼립스'는 공감대의 대부분을 프리퀄 전작들은 물론 싱어가 연출했던 엑스맨 1, 2의 이야기에 기대고 있는데, 물론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러한 의존성은 싱어의 엑스맨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지만, '아포칼립스'는 그 단점을 잘 보여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다시 말하면 똑같은 이유로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정말 감동적이었는데, '아포칼립스'는 공허하고 지루하게 느껴졌다는 얘기다. 농담처럼 이 영화를 한 줄로 평가하자면 '찰스는 어쩌다가 대머리가 되었나'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또 하나, 액션 연출에 있어서도 스케일은 엄청나게 키웠지만 (음악 또한), 내실이 부족하다보니 역시 공허함이 더 크게 느껴졌다. 지구 상의 모든 핵무기가 출동하고 지축을 흔들 만큼의 엄청난 지각 변동이 일어나지만, 그 크기도 그 위기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겉 도는 분위기였다. 차라리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압도적인 아포칼립스의 능력을 더 드러내고, 이에 맞서서 고전분투하는 엑스맨들의 활약상을 그리거나 반대로, 아직 어린 엑스맨 캐릭터들이 어떻게 처음 엑스맨으로서 활약하게 되는지를 주목해 브라이언 싱어가 이루고자 했던 자연스러운 세대교체의 목적 달성에 더 집중했더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계속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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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속에서 '제다이의 귀환'을 이야기하면서 '망했다' '제일 별로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데, 엑스맨 프리퀄 삼부작 가운데 이 작품도 그런 평가를 할 수 밖에는 없겠네요. 재밌는건 이 농담 뿐 아니라 스토리상에서도 에릭과 퀵실버의 이야기 속에는 슬쩍 '제다이의 귀환'의 다스베이더와 루크의 설정이 들어있기도 하지요.


2. 로즈 번의 팬으로서 초반 그녀의 등장 씬을 보면서 마치 '에이전트 카터'처럼 모이라의 이야기를 다룬 스핀오프 드라마가 나왔으면 좋겠다 싶더군요. CIA 요원으로서 계속 돌연변이들의 흔적을 찾아 연구하는. 


3. 이 영화만 보면 능력은 아포칼립토 보다도 오히려 퀵 실버가 더 짱인듯 ㅎ


4. 스톰은 모습은 그렇다치고, 억양은 전혀 다른데 영재 학교에서 나중에 많이 고친듯.


5. 제니퍼 로렌스는 역시 멋있더군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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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X-Men: Days of Future Past, 2014)

브라이언 싱어는 엑스맨 월드를 꿈꾸는가



브라이언 싱어는 '엑스맨' 시리즈 외에도 '유주얼 서스펙트 (The Usual Suspects, 1995)', '슈퍼맨 리턴즈 (Superman Returns, 2006)' 그리고 '작전명 발키리 (Valkyrie, 2008)' 등을 연출했지만, 그래도 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를 꼽으라면 누가 뭐래도 '엑스맨' 시리즈였다. 그렇기 때문에 2006년 그가 '엑스맨' 시리즈를 버리고 슈퍼맨의 리부트를 맡게 되었을 때 많은 팬들은 큰 아쉬움을 표했었는데, 그 아쉬움은 실제로 브렛 래트너가 연출한 '엑스맨 3 : 최후의 전쟁 (X-Men : The Last Stand, 2006)'이 평범한 액션 영화로 남게 되면서 더 큰 아쉬움이 되기도 했었다. 그랬던 '엑스맨' 시리즈는 '킥 애스'를 연출했던 메튜 본을 통해 2011년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X-Men: First Class, 2011)'로 새롭게 태어나게 되었는데, 프로페서와 매그니토의 시작을 다룬 이 작품은, 당시 붐처럼 일던 프리퀄 열풍에 단순히 몸을 실은 작품이 아니라 '엑스맨'이라는 시리즈 전체를 다시금 조명하기에 충분한 진정성을 갖춘 작품으로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었다. 그렇게 다시 브라이언 싱어의 손을 떠난 듯 했던 '엑스맨' 시리즈가 다시금 그의 손으로 만들어 진다고 했을 때, 과연 어떤 영화가 될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결론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브라이언 싱어는 자신이 꿈꾸던 엑스맨 월드의 영화화 비전을, 메튜 본이 이뤄 낸 성과 위에 고스란히 펼쳐 놓으며 한 발 더 확장시킨 엑스맨 월드를 다시 한 번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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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이야기의 구성이 반복되는 가운데 캐릭터만 하나 씩 추가되는 양상으로 조금씩 흐를 수 있었던 '엑스맨' 시리즈를 새롭게 구원한 것은, 어찌되었든 메튜 본이 선택한 프리퀄의 방식이었다. 코믹스를 기반으로 한 매니아들을 제외한 일반 관객들이 서서히 뮤턴트 월드에 지쳐갈 때, 이야기의 맨 처음으로 돌아가 현재 적이지만 묘한 우정을 유지하고 있는 프로페서 X와 매그니토의 시작을 다룬 선택은 여러 모로 효과적이었다. 단순히 과거를 돌이켜 보게 된 것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이 시리즈의 가장 핵심 테마라 할 수 있는, 존재의 관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으며 관객들로 하여금 깊은 공감대마저 이끌어 낼 수 있었다.


넓게 봐서 이번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메튜 본의 '퍼스트 클래스'에 이은 자연스러운 작품으로 볼 수 있겠다. 즉, 감독은 바뀌었지만 가장 최근 작인 '퍼스트 클래스'를 인상적으로 본 관객들이 위화감이 크지 않도록 큰 맥락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브라이언 싱어는 자신이 만들었던 엑스맨 1,2에 등장했던 캐릭터들은 물론 3편에 등장했던 캐릭터들까지 주조연, 단역에 이르기까지 등장시키며 기존의 엑스맨 시리즈를 아우르는 이른바 '월드'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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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으로는 그러하지만 이런 방식이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텐데, 그 중 하나는 일반 관객들에게 명확한 구심점을 제공하지 못했다는 점일 것이다. 전편인 '퍼스트 클래스'는 앞서 여러 번 이야기했던 것처럼 찰스와 에릭의 캐릭터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발전했는지에 대한 뚜렷한 서사구조와 공감대 형성의 기회가 있었던 반면, 이번 작품은 이 관계를 계속 이어가는 것은 물론 브라이언 싱어 '엑스맨'의 중심이었던 울버린이 등장하면서 일종의 화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데, 여러 명의 중심 캐릭터가 겹쳐지다보니 누군 가에게는 여럿이 등장하는 캐릭터 구조에 적응하지 못한 채 누구의 이야기에 더 귀기울여야 하나 갈팡질팡 하다가 끝나버리는 수도 있을 듯 하다. 즉, 다시 말해 이번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형식상 미래와 과거를 다루는 것은 물론, 이전 시리즈에 등장했던 캐릭턱들과의 상관 관계도 은연 중에 내제되어 있다보니 이번 작품 만으로 공감대를 이루기에는 부족함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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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반대로 이야기하면, 이 부분은 그 동안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은 물론 브랫 레트너와 매튜 본의 '엑스맨' 까지 모두 즐겼던 팬들에게는, 뭐라 딱 잘라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미묘한 감정선이 포함된 매력적인 작품이기도 했다. 찰스와 에릭의 드라마는 이제 크게 강조하지 않아도 극적인 드라마를 느낄 수 있었고, 그 중심에 놓인 레이븐의 스토리 역시 제니퍼 로렌스의 표정 연기 하나 만으로도 그 간의 세월을 짐작하게 만드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으며, 시리즈 전반에 걸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맨 중에 맨 휴 잭맨이 연기한 울버린 역시, 초기 브라이언 싱어가 연출했던 '엑스맨' 시리즈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존재로서 전체적으로 세계관을 풍성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다소 산만할 수도 있는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그것을 사건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감정선에 초점을 맞추며 이 시리즈 전체를 감정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퍼스트 클래스'가 독립적으로 완벽한 작품이었다면,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시리즈 전체를 사랑하도록 만드는 매력적인 작품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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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과거를 직접적으로 다뤘던 '퍼스트 클래스' 보다도 이 작품을 보고 나서 더욱 이전 '엑스맨 1,2'편을 다시 보고 싶어졌다. 또한 제임스 맥어보이와 마이클 패스벤더가 연기하는 찰스와 에릭의 캐릭터도 또 한 번, 빠르게 다시 보고 싶어졌다. 개인적으론 마음에 들었지만 이번 작품은 조금만 더 나아가도 지루해지거나 과할 수 있는 아슬아슬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아슬한 지점의 줄타기를 멋지게 해 낸 브라이언 싱어의 다음 엑스맨 영화가 기다려진다.



1. 센티넬로 인해 처참하게 무너져 버린 미래의 상황을 초반에 좀 더 묘사해서 더 어두운 분위기를 냈더라면, 이후의 이야기들이 좀 더 매력적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작은 바람도.


2. 안나 파킨은 정말 잠깐 나오는데 크레딧에서는 상당히 빠르게 나오더군요.


3. 어쨋든 전 이 라인업이 마음에 들어요. 계속 이들이 만들어내는 엑스맨을 만나볼 수 있었으면!


4. 진 그레이가 등장하는 장면은 정말 엑스맨 1,2를 꺼내 보고 싶도록 만드는 ㅠ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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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메테우스 _ 블루레이 리뷰 (Prometheus _ Blu-ray Review)

프로메테우스, 그 숨겨진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올해 가장 출시를 기다렸던 블루레이 타이틀인 리들리 스콧의 '프로메테우스'를 드디어 감상하게 되었다. '프로메테우스' 블루레이가 기대되었던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화질과 사운드 등 AV측면 외에 본편으로는 미처 다 해소되지 않았던 궁금증들을 정리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과 함께, 그간 리들리 스콧 감독의 타이틀들이 보여준 완성도가 그 첫 번째 이유였다. 즉, 영화를 보는 재미 만큼이나 재미있고 흥미로운 블루레이의 부가 영상이 더 기대되었기 때문에, '프로메테우스' 블루레이 출시를 고대했던 것이다. 그렇게 보게 된 블루레이는 역시나 양적인 측면과 질적인 측면 모두를 만족시키는 완성도 높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번 글은 영화 본편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블루레이 자체, 더 나아가 부가영상을 소개하는 내용이므로, 영화에 대한 글은 기존 개봉 당시 작성했던 글로 간단하게 대체하고자 한다.



프로메테우스 _ 근원에 대한 선문답

http://www.realfolkblues.co.kr/1652



 

Blu-ray : Video Quality


이번 글은 포인트가 부가영상에 있으므로 화질 평가 역시 말로 하기 보다는 직접 원본 크기의 스크린 샷들을 추가하는 것 정도로!





 

Blu-ray : Special Features


1번째 디스크에는 감독 겸 제작자인 리들리 스콧의 음성해설 트랙과 각본가 존 스파이츠, 각본가 겸 제작자 데이먼 린델로프가 참여한 또 하나의 음성해설이 수록되어 있다. 개봉 당시에도 많은 팬들이 빨리 DVD/BD 가 출시되어 리들리 스콧의 음성해설을 들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을 정도로 관심을 많이 받았던 부가영상이었는데, 다행히(?)도 음성해설 두 트랙 모두에 한국어 자막이 제공되어 이 수많은 뒷 이야기들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리들리 스콧은 영화 장인답게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그의 팬은 물론 '프로메테우스'를 인상 깊게 본 이들이라면, 이 음성해설은 물론 두 각본가가 참여한 음성해설도 반드시 즐겨보길 권한다.




(엔지니어는 혼자 오지 않았다)


그 다음 살펴볼 부가영상은 '삭제 & 또 다른 장면'인데 블루레이 출시전 부터 관심을 모았던 삭제/확장 장면인 만큼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장면들이 여럿 수록되었다.  그 가운데 몇 가지만 이야기해보자면 영화의 첫 장면, 엔지니어가 도착하는 장면인데 본편에는 혼자 등장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삭제 장면에서는 여러 명의 엔지니어들이 함께 왔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나이 든 엔지니어가 젊은 엔지니어에게 의식을 위해 그 물건(?)을 전달해 주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처음에는 나이 든 엔지니어가 젊은 엔지니어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있었지만, 불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제일 먼저 삭제 되었다고 한다. 




(본래 엔지니어는 제법 많은 이야기를 했었다)


그 다음은 추후 깨어난 엔지니어가 웨이랜드와 데이빗 일행을 만나는 장면에서 엔지니어가 데이빗과 고대어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인데, 엔지니어가 말을 하면 할 수록 결국 인간과 동일한 존재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가급적 엔지니어의 말을 줄이는 것이 더 신비로운 느낌을 줄 수 있다고 판단, 좀 더 신(God)과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엔지니어의 대화 장면을 대부분 삭제하게 되었다. 극장에서 볼 수 있었던 최종 버전이 더 영화의 전체적인 구성 측면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기는 했지만, 이 장면은 좀 더 주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한 장면이기에, 이렇게 삭제장면으로라도 만나게 된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좀 더 웨이랜드의 어리석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리고 마지막 쇼와 데이빗의 대화를 통해, 영화의 제목이 될 뻔 했던 '천국 (Paradise)'이라는 단어가 포함되고 제외됨에 따라 얼마나 의미 상에 차이가 있는지 (확장과 축소가 가능한지)를 알 수 있다. 





'피터 웨이랜드 파일'에서는 영화 개봉 전 프로모션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던 영상들도 만나볼 수 있는데, 첫 번째 '고요한 눈 - 엘리자베스 쇼'에서는 쇼 박사가 웨이랜드에게 보낸 셀프 카메라 형식의 메시지 영상으로서, 질문의 답을 찾고자 하는 쇼의 욕구와 영생을 얻고자 하는 웨이랜드의 욕구가 서로의 필요로 인해 맞아 떨어진 결과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쇼가 어떻게 웨이랜드의 이 프로젝트의 참여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소스랄까.





'생일 축하해 데이빗'은 미리 프로모션을 통해 볼 수 있었던 영상이었는데 (이후 TED 영상과 마찬가지로), 로봇인 데이빗 캐릭터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정보와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는 영상이라 하겠다. 쉽게 얘기하면 데이빗 모델에 대한 홍보 영상이라 하겠는데, 감정까지 갖춘 모델이라는 마지막 문구가 인상적이다. 





마지막으로 젊은 웨이랜드가 자신의 야심찬 비전을 발표하는 영상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TED 강연 형태로 진행되어 더욱 흥미롭기도 하고 현실성도 갖춘 영상이다. 이 영상을 통해 웨이랜드의 욕망의 근원에는 어떤 에너지가 있는지, 그의 비전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2번째 디스크에는 본격적인 부가영상을 만나볼 수 있는데 '분노한 신들 : 프로메테우스 제작과정 (The Furious Gods: Making Prometheu)'에 대부분의 부가영상이 수록되었다. 일단 실로 오랜만에 양적으로 만족스러운 부가영상 수록이라는 점에서 밥을 안먹어도 배부를 정도. 실제로 보통 같으면 모든 부가영상을 다 보고 하나씩 모두 소개했겠지만, 이번 글에서는 모두 소개하는 것 자체가 좀 벅찰 정도로 양적으로 풍부하며, 일일이 소개하는 것 보다는 보는 이들을 위해 남겨두면 더 좋을 부분들이 많아서 절반 정도만 소개하려고 한다 (그래도 상당히 많은 양이다).


제작과정을 보는 동안 '인핸스먼트 모드'를 통해 좀 더 심층적인 내용들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인핸스먼트 모드를 통해 제공되는 영상들은 디스크 메뉴의 '웨이랜드 기업 특별 자료실'을 통해 별도로도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함을 준다.





첫 번째  '낙원 정복 : 스토리 창조'에서는 에이리언 프리퀄에서 시작한 이 작품이 어떻게 그 이상을 담고 있는 독립적인 작품으로 발전했는지 초반 스토리 구상 과정을 소개한다. 에이리언 프리퀄로 시작되긴 하였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미 4부작을 통해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리들리 스콧이 직접 하지 않은 이야기들 - 작품들 - 을 포함하여) 다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무슨 이야기를 더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그렇다면 맨 처음으로 돌아가 태초의 이야기로 풀어가보자는 것으로 정리하게 되었고, 단순하게는 에이리언은 누가 만들었는가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결국 인간은 누가 만들었고 그렇다면 그 인간을 만든 조물주는 또 누가 만들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담은 이야기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처음 '에이리언 프리퀄'로 명명 되었던 영화의 제목은 '에이리언 엔지니어', '파라다이스' 등을 거쳐 결국 '프로메테우스'까지 이르게 되었다. '프로메테우스'라는 제목은 결과론이기는 하지만 신화의 내용과 조물주를 찾아가는 영화의 내용과도 잘 맞아 떨어지는 제목이 아니었나 싶다.






두 번째 '피라미드 아래 : LV-223'에서는 영화 속 다양한 디자인들에 관한 이야기를 더 깊게 만나볼 수 있는데, 일차적으로 LV-223에서 만나게 되는 괴물들의 경우 이미 무섭고 특이한 이미지의 괴물들은 거의 다 나올 만큼 나왔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그러니까 최대한 중복되지 않는 새로운 이미지와 형태를 만들려고 특별히 애를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프로메테우스 호의 디자인을 비롯해 여러가지 흥미로운 영상들이 있었지만 그 가운데서도 가장 눈에 힘을 주게 된 흥미로운 부분은 H.R.기거에 대한 기거레스크를 소개하는 부분이었다. 잘 알려졌다시피 에이리언 하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H.R.기거가 창조한 특유의 컨셉 아트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리들리 스콧은 '프로메테우스'를 제작하면서 H.R.기거에게도 역시 도움을 청했는데, 처음에는 의도적으로 기거 풍을 배제하려고 컨셉을 잡았으나 조금씩 기거 풍을 도입하게 되었고 결국에는 전체적인 컨셉을 기거 풍으로 가기로 결정, 이전까지 작업한 결과물들에 기거 풍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사진 오른 쪽의 이 분이 바로 그 유명한 H.R.기거)


얼핏 보기엔 그냥 단순히 (이걸 단순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기거 풍의 디자인인 것 같지만, 이에 앞서 엄청난 아이디어와 양의 결과물들이 있었던 탓에, '프로메테우스'와도 완벽하게 잘 어울리는 결과물을 만나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이 부가영상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장면은 역시 바로 그 유명한, 컨셉 아트 디자이너들에게는 성배로 불리우는 스페이스 자키와 그 조종석에 대한 이야기와 세트 디자인이었다. 개인적으로도 만약 에이리언이나 프로메테우스와 관련된 아이템(피규어나 스테츄 등)을 단 하나만 구입할 수 있다면 바로 H.R.기거가 만든 이 스페이스 자키의 조종석을 소장하고 싶을 정도로, 영화 팬들에게 역시 이 디자인과 구조물은 절대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농담삼아 (진담인 것 같지만..) 영화가 끝나면 다른 건 몰라도 이건 꼭 내가 집에 가져갈 거라고 말하는 리들리 스콧의 말에 갑자기 부러움이 밀려올 정도였다. 이 엄청난 구조물이 마당 안 잔디밭에 있다고 생각해보니....




('저 뒤에 저건 촬영 끝나면 내가 가져갈 꺼에요 ㅎㅎ')


참고로 이번 '프로메테우스' 블루레이 부가영상이 특히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수많은 컨셉 아트들에 대한 내용을 갤러리 형식으로 보기 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었는데, 실제로 엄청난 양의 컨셉 아트 작업물들을 만들었던 영화답게 이 작업물들을 최대한 부가영상에 녹여 공유하려는 시도가 무척이나 반가웠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인 '엔지니어'의 경우, 본래 영화의 시나리오상 중심에 엔지니어가 있었을 정도로 비중있는 캐릭터답게 그에 관한 뒷이야기들도 깊이 있게 만나볼 수 있었다. 엔지니어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과 같은 고대 조각상들의 모습에서 착안하여, 신비로움과 함께 디자인적으로 자연적인 공포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엔지니어가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는 것에 모두들 반대했으나 리들리 스콧은 끝까지 이를 강력하게 주장했고 결국 이와 같은 모습을 하게 되었다. 성경에 나오는 '신은 자신의 모습을 닮도록 인간을 창조했다'라는 이야기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인데, 영화의 핵심이 바로 조물주를 찾아가는 여정과 그 의문에 있다는 점에서 이런 엔지니어의 이미지는 리들리 스콧이 끝까지 주장할 만한 가치가 있었던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인간 명단 : 캐스팅과 의상'에서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배우들의 인터뷰와 캐릭터 그리고 각 캐릭터 별로 의상과 관련된 이야기가 수록되었는데, 그 첫 번째로 여 주인공 엘리자베스 쇼를 연기한 누미 라파스를 만나볼 수 있다. 누미 라파스는 잘 알려졌다시피 최근 스웨덴 원작의 '밀레니엄' 시리즈의 주인공 '리스베트'를 연기해 화제를 모았던 배우인데, '밀레니엄' 1편에 출연한 그녀의 모습을 보고 관심을 갖게 된 리들리 스콧은 육체적 연기와 감정적인 연기를 모두 필요로 하는 엘리자베스 쇼 역할에 적역이라고 생각해 바로 점찍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누미는 스타급의 여배우를 원했던 스튜디오의 기대에는 못 미치는 배우였고, 그녀의 캐스팅에 제작사는 쉽게 설득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리들리 스콧의 강력한 주장과 더불어 거의 영화 속 장면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의 카메라 테스트 들을 통해 누미 라파스는 스스로를 입증해 결국 엘리자베스 쇼 캐릭터를 연기하게 되었다. 부가영상에는 누미 라파스가 받은 카메라 테스트 영상이 수록되어 있는데, 일반적으로 부가영상에 수록된 카메라 테스트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실제 촬영 감독인 다리우스 월스키가 촬영하였으며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영화 속 장면을 최대한 표현한 공간 활용 덕에, 일반적인 테스트 영상의 퀄리티는 가볍게 상회한다.





할러웨이 역 캐스팅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주로 연극 무대에서만 활동하던 뉴욕 출신 배우 로건 마샬-그린을 최종 캐스팅하였고, 결과적으로 크게 돋보이지는 않았지만 (이건 시나리오의 비중 탓일듯) 큰 무리 없는 캐스팅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프로메테우스'에서 가장 돋보이는 캐스팅이라고 할 수 있는 '데이빗' 역할의 마이클 패스빈더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운데, 리들리 스콧이 그에게 준 디렉션이라고는 '당신은 근본적으로 하인이고, 엄청난 지식을 가졌음에도 하인 노릇을 한다는 모순을 연기해라'라는 것 밖에는 없었다고 한다 (리들리 스콧은 패스빈더에게 '천재 아니야?'라고 까지).





그리고 제법 많은 수의 관객들이 '도대체 어디에 출연한거지?'라고 궁금해하기도 했던 가이 피어스의 이야기도 수록되었는데, 웨이랜드 역을 연기하기 위해 5시간이 넘는 시간을 들여 분장을 하는 장면을 엿볼 수 있다. 참고로 노역인 웨이랜드의 캐스팅을 더 나이 많은 노역 배우를 캐스팅하지 않고 가이 피어스를 캐스팅한 이유도 들을 수 있었는데, 웨이랜드라는 캐릭터가 노인이기는 하지만 삶에 대한 강한 욕망을 갖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더 젋은 배우가 연기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가이 피어스를 캐스팅하게 되었다고 한다.




(가이 피어스 : 저도 출연했다고요 ㅎㅎ)


주요 캐릭터들의 헤어와 의상 테스트 장면의 경우 각 배우들의 음성해설과 함께 수록되었는데, 헤어와 의상이 캐릭터 설정과 구현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스텝들이 아닌 배우 스스로가 자신이 이 캐릭터를 완성하는데에 각 의상들과 헤어스타일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소개해주다보니 더 설득력이 있는 인터뷰였다. 데이빗의 경우 젊은 시절 데이빗 보위를 연상시키는 동시에 극중에도 등장하는 것처럼 '아라비아의 로렌스' 속 피터 오툴을 롤모델로 삼는 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헤어와 의상 테스트 영상이 흥미로운 도 다른 이유는 누미 라파스나 샤를리스 테론, 마이클 패스빈더 등 배우들이 모두 이 테스트를 단순한 테스트로서 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캐릭터에 동화된 것처럼 매우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카메라 테스트 장면들이 테스트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영화 속 한 장면으로 느껴질 정도로 배우들의 대단한 집중력과 몰입도를 만나볼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 소개할 부가영상은 '녹색이 없는 세상: 파인우드 스튜디오, 2011년'인데 이 CG로 도배되다시피 했을 것만 같은 이 SF영화가 사실은 거의 대부분을 그린 스크린 없이 촬영되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들려준다. 최근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갈수록 발전하면서 대부분의 SF영화들은 그린 스크린을 통한 CG의 비중이 상당히 높아졌는데, '프로메테우스'는 보통 같으면 CG로 처리했을 배경이나 공간을 실제 크기의 세트로 제작하여 촬영되었다 (미니어처도 아니고!). 이 엄청난 세트는 007세트장으로 유명한 영국의 파인우드 스튜디오에서 제작 및 촬영이 되었는데, 리들리 스콧이 파인우드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한 것은 1985년 작 '리젠드' 이후로 처음이라고 한다.





실제 크기로 제작된 세트들 가운데 가장 압도적인 것은 역시 스페이스 자키와 조종석이 있는 공간 (저거노트)이었는데, 무려 74일에 걸쳐 이 세트를 만드는 과정을 저속촬영 시퀀스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 리들리 스콧의 이야기처럼 '프로메테우스'는 무엇보다 스케일이 자체가 중요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어쩌면 과도하다고 느낄 수 있었을 이러한 대형 세트 제작도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대부분의 장면들이 CG가 아닌 실제 제작된 세트에서 촬영해서 얻는 가장 큰 장점이라면, 배우들이 그린 스크린에 대고 '여기에 이런 것이 있을 것이다'라고 상상하며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 세계를 실감하면서 연기할 수 있다는 점을 손꼽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배우와 스텝들은 촬영장에만 오면 실제 LV-223 행성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깊은 몰입으로 연결되었다. 리들리 스콧은 더 나아가 영화 속 등장하는 다양한 크리쳐들마저 CG가 아닌 실제 조작이 가능한 모형으로 만들어 배우들과 리얼 타임으로 함께 연기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즉, 배우들은 눈 앞에 어떤 것을 가정하고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보이는 것에 반응만 하면 되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에이리언'을 촬영할 때도 그랬던 것처럼 몇 장면은 더 실감나는 반응을 이끌어 내기 위해 배우에게 미리 알려주지 않고 놀라게 하는 방식까지 보여주기도.




 

마지막으로 '프로메테우스' 블루레이는 DVD 시절부터 레퍼런스 부가영상을 만들어 왔던 감독이자 프로듀서인 Charles de Lauzirika의 작품이다. 그는 이미 리들리 스콧 감독의 많은 DVD/BD 타이틀들을 수준급의 부가영상을 통해 레퍼런스로 탄생시켜 왔는데, 지금까지도 레퍼런스 DVD로 꼽히는 '킹덤 오브 헤븐' 감독판 DVD의 부가영상도 그의 작품이고, '블레이드 러너' 역시 그의 솜씨며 '에일리언 Quadrilogy' 등도 그의 손 끝에서 완벽해진 타이틀이었다. 리들리 스콧 감독 작품 외에도 '(500)일의 썸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트랜스포머' 시리즈 등의 부가영상을 감독하기도 했다. 실제로 언제부턴가 리들리 스콧 감독 작품의 DVD나 블루레이 출시를 기대할 때면 자연스럽게 Lauzirika의 메이킹 다큐를 기대하게 되었을 정도로, 그의 이름은 또 다른 브랜드로 신뢰를 얻은지 오래다.

 

 

 

 

이번 '프로메테우스' 블루레이 역시 한 번에 모두 소개하기 벅차고, 한 편으로 다 소개해 버리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만족감을 훨씬 상회하는 부가영상을 수록하고 있다. 이 정도라면 돈을 (조금) 더 주고도 살 만 하다. 이런 콘텐츠를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도록 소장하는 것은 그 자체로 행복일 것이다.

 

 

(아~ 행복해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블루레이 캡쳐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2012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에 있습니다.



 




프로메테우스 (Prometheus, 2012)

근원에 대한 선문답



리들리 스콧의 '프로메테우스 (Prometheus, 2012)'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에이리언 (Alien, 1979)'의 프리퀄로 먼저 알려진 작품이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사실 개인적인 기대의 포인트도 여기에 머물러 있었다. 프리퀄 이란 형태는 기존 작품들의 장점들을 그대로 계승해 최대한 신작이 갖는 벽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스토리 전개 등 여러 측면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계점도 있다고 할 수 있을 텐데, '프로메테우스'는 '에이리언'의 프리퀄로서도 성립이 가능한 작품이지만 이것은 부수적인 기능의 수행일 뿐, 독립적으로 평가되어야 마땅하고 오히려 1979년 작 '에이리언'의 이야기가 '프로메테우스'의 파편과도 같은 작품으로도 이해가 가능할 정도의 압도적인 작품이었다.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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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인트로. 태초의 지구로 예상되는 무인지경의 자연 앞에 한 남자가 서 있다. '엔지니어'로 불리는 이는 어떤 액체를 마시고는 분열되어 폭포 아래로 떨어지고, 분열된 이 자의 DNA는 물 속에서 다른 것들과 함께 결합되어 간다.


'프로메테우스'의 첫 장면과 관련해서는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한데, 이 글 후반부에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어떤 설이 정설인지는 이 영화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는 듯 하다. 만약 이 인트로가 100% 영화를 규정 짓는 장면이라 반드시 어떤 내용인지 확인해야 하는 것이었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지만 (그렇지만 이 인트로의 중요성은 영화를 곱씹어보면 볼 수록 느끼게 된다), 100%는 아님을 바로 이어지는 데이빗 (마이클 패스밴더)의 장면에서 알 수 있다. 우주선 프로메테우스에 홀로 깨어 농구도 하고 다른 사람의 꿈(과거)도 훔쳐보고 영화도 보는 데이빗의 모습에서 이 영화의 가장 큰 모티브가 포함되어 있는데, 바로 데이빗이 '아라비아의 로렌스 (Lawrence of Arabia, 1962)'를 보고 극 중 로렌스의 대사와 헤어스타일을 따라하는 장면이 그것이다.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개인적으로도 고전 가운데 가장 좋아하고 여러번 보았던 작품인지라 '프로메테우스'에서 인용되는 순간, 데이빗의 존재와 맞물려 바로 영화의 모티브를 연결해 볼 수 있었는데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본 이들은 잘 알겠지만 피터 오툴이 연기한 로렌스는 영국인과 아랍인 사이에 모두 속한 듯 보이지만 사실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철저히 홀로 존재했던 외로운 존재였으며, 그렇기에 한 쪽이 아닌 양쪽의 부담을 심리적으로 모두 감당해야만 했던 안타까운 존재였다. 하지만 로렌스는 양쪽을 모두 아우를 만큼의 믿음을 갖고 있었던 캐릭터이기도 했는데, '아라비아의 로렌스' 속 로렌스의 중간자적인 캐릭터는 '프로메테우스'에 와서 조물주(엔지니어)와 인간들 사이에 존재하는 로봇 데이빗으로 투영되었으며, 로렌스가 그러하였듯 데이빗의 시작과 결말도 이와 함께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꼭 데이빗의 이야기로 치환하지 않더라도 '프로메테우스'는 여러가지 가치들의 관계를 통해 '아라비아의 로렌스'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상당히 포함하고 있다. 아, 그리고 인용한 장면이 다름 아닌 '믿음'에 관한 장면이었다는 것은 더욱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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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데이빗이 로렌스를 보고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장면은 일회성이 아닐까 했는데, 결국 데이빗은 끝까지 로렌스의 헤어스타일을 고집한다. 다시말해 데이빗은 물론 이 영화가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를 단단히 결심하는 장면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프로메테우스'가 말하고자 하는 믿음은 죽음에 관한 (Mortal) 것과 연결된다. 죽음을 앞두고 영원을 누리기 위해 창조주를 만나고자 하는 웨이랜드 사의 회장 피터 웨이랜드, 죽음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데이빗 그리고 불멸의 존재로 인간들에게 그려지는 엔지니어들까지.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불멸의 존재로 예상되었던 엔지니어들 역시 죽음을 맞게 된다는 점이다. '프로메테우스'가 말하고자 하는 믿음은 죽음에 관한 (Mortal) 것과 연결된다. 죽음을 앞두고 영원을 누리기 위해 창조주를 만나고자 하는 웨이랜드 사의 회장 피어 웨이랜드, 죽음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데이빗 그리고 불멸의 존재로 인간들에게 그려지는 엔지니어들까지.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불멸의 존재로 예상되었던 엔지니어들 역시 죽음을 맞게 된다는 점이다.


영화가 처음 가졌던 질문이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것이었다면, 엔지니어들 역시 불멸의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시점에서 이 방향성 역시 변화를 겪게 된다. 창조주로 생각했었던 엔지니어들이 신과 같은 존재라기 보다는 진보한 또 하나의 존재(유한한)라는 점과 그들이 인간을 창조한 이유 역시 인간들이 기대한 '무엇'이기 보다는 그들의 필요에 의한 다른 무엇일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인해, 영화는 이 질문에 대해 하나의 정답을 내놓기 보다는 이 질문을 던지게 된 배경과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로메테우스의 모든 캐릭터와 관계들이 흥미로운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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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통해 믿음의 메시지를 던졌던 '프로메테우스'는 결국, 각기 다른 것을 믿었던 이들의 믿음이 생기고 사라지고 다시 생겨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오래 전 각 문명들에서 발견된 동굴 벽화를 보고 인간을 만든 창조주가 존재한다는 믿음을 갖게 된 '쇼'와 '찰리' 박사, 그리고 이들이 생명을 주었다면 죽음마저 앗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피터 웨이랜드와 이런 웨이랜드의 생각을 믿지 못하는 비커스의 이야기 속에서 인간 만이 갖고 있는 믿음이라는 가치에 대해 다시 떠올려 보게 된다. 아마 '프로메테우스'가 좀 더 명확한 하나의 답을 주고자 했던 영화였다면 처음 가졌던 믿음을 그대로 끌고 갔거나 아니면 그 믿음이 철저히 붕괴되어 가는 과정으로 마무리 했을 것이다. 하지만 '프로메테우스'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겪고 난 다음 새로운 믿음이 생겨나는 과정까지 열어두었다. 즉, 이 영화는 워쇼스키의 '매트릭스' 처럼 하나의 가설을 두고 다양한 논리와 철학으로 설득하는 영화가 아니라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 만이 답이라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작품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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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직간접적으로 하나의 정답만이 의미 있다는 것도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답을 찾으려는 것 자체, 혹은 인물들 각각이 선택한 그들 만의 답이 모두 의미 없다는 것이 아닌 모두가 답일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이야기한다. 쇼나 찰리가 꿈꾸던 창조주의 모습은 아니지만 엔지니어로 불리는 그들은 어떤 이유에서건 인간을 의도적으로 창조했거나 그렇지 않고 우연에 의해 창조했을 수도 있으며 (그래서 인트로 장면이 중요하다. 이 두 가지가 모두 가능하도록 연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추후에 알려진 오프닝의 확장된 장면을 포함하더라도 그렇다), 엔지니어들의 우주선에서 발견된 수 많은 괴생물체들의 존재가 가둬두기 위함인지 양육하기 위함인지, 양육하기 위함이라면 정확히 무엇을 위한 것인지 영화는 명확하게 말하고 있지 않다. 만약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인간을 창조한 것이라면 이 모든 일들이 끝나고 지구로 귀한하지 않고 그들의 행성으로 답을 얻기 위해 떠나는 쇼의 여정이 더욱 의미있을 것이고, 우연에 의한 창조였다면 이 우연이 가져오게 된 결과에 대해서 좀 더 깊이 따져보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앞서 이 영화가 '에이리언'의 프리퀄로서 존재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만약 '프로메테우스'가 명확한 '에이리언'의 프리퀄이었다면 에이리언의 탄생과 존재에 대한 더 확실한 모티브가 있어야 하는데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이 그 좋은 예) 이 작품에서는 바로 이 부분을 명확하게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프리퀄 만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물론 우연에 근거한 탄생론도 충분히 흥미로운 이야기다. 여기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인트로 장면으로 미뤄봤을 때 처음에 이 검은 물체는 엔지니어를 숙주로 사용할 수 없는 구조였지만(함께 산화해 버렸으니까), 쇼의 몸에 잉태되어 진화한 이후에는 다시 한 번 엔지니어와 만나게 되었을 땐 엔지니어를 숙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잉태와 숙주라는 개념은 '에이리언'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라 할 수 있으므로, 그 부분의 차이점을 명확하게 짚고 넘어간 이 장면이 인상 깊을 수 밖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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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정리를 해보자면 '프로메테우스'에 존재하는 이른바 떡밥이라 불리우는 수많은 단서들은 여타 다른 영화들에서 단서가 활용되는 것들과는 차이점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영화가 단서를 활용하는 보통의 방법은 단순히 늘어놓기 위함이 아니라 언젠가는 (혹여 이번 영화에서가 아닐지라도) 반드시 풀기 위한 복선 등으로 활용하기 위해서인데, '프로메테우스'의 수많은 단서들은 반드시 풀기 위함이 아니라 푸는 과정을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왜 엔지니어는 인간을 창조했는가? 데이빗의 정확한 의도는 무엇일까? 엔지니어는 인간을 의도적으로 창조한 것일까? 왜 엔지니어는 이 곳에 군사기지 같은 곳을 만들어 놓고는 우주선 안에 엄청난 수의 '무언가 (이것이 나중에 모습으로 진화할지 몰랐을 수도 있다는 가정하에)'를 담고 어디로 향하려고 했던 것인가? 등의 질문은 물론, 처음 이 행성에 도착했을 때 확인할 수 있었던 것처럼 이 같은 우주선이 하나가 아닌 여럿이라는 점으로 미뤄 각 우주선 마다 이 정도의 괴생물체가 존재할 것은 물론 또 다른 엔지니어 생존자가 숙면을 취하고 있을 가능성도 남겨두었을 정도로, 해결되지 않은 일들과 질문들이 이 영화엔 가득하다.


'프로메테우스'는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는 작품이라고 봤을 때, 위의 늘어놓은 질문들은 어쩌면 여러 번의 기회일런지도 모르겠다. 정답이 필요한 질문이었다면 여러 개의 질문과 의문을 던질 필요조차 없었겠지만 이 영화와 같은 경우라면, 더 많은 기회를 통해 과정을 경험하는 것 자체가 핵심인 영화이기 때문에 의문점들, 아니 한 가지로만 해결되지 않는 미완의 것들을 일부러 여럿 남겨둔 셈이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것이 모호함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명확함에 한 발 더 다가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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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이맥스 3D 감상은 매우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3D는 둘째 치더라도 이 영화에 아이맥스라는 포맷은 정말 필수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인트로의 그 광활한 아이슬랜드의 풍광은 아이맥스의 대화면으로 볼 때 그 위엄이 제대로 느껴지더군요. 이러한 압도적 위엄이 있어야 이 영화의 초반 분위기가 성립될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이런 거대한 자연에 비해 인간이라는 존재의 덧없음을 인트로는 말없이 얘기하고 있죠), 아이맥스 3D의 관람을 강추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영화가 던지는 질문에 이 스케일은 아주 중요한 영향을 끼치기도 하구요.


2. 속편이 나올지는 모르겠으나, 제가 이해한대로 라면 속편이 나오지는 않을 것 같네요. 속편이 나오지 않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결과인 것 같구요. 이미 '프로메테우스'는 자신이 던지고자 한 질문에 충실한 답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3. 아무리 생각해도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인용한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자 대단한 시도였다고 생각되네요. 그 인용 하나로 인해 많은 것들이 힘을 얻게 된 것은 물론이요, 데이빗이라는 캐릭터에게 이전 '에이리언' 시리즈의 비숍에게는 없는 '공감대'를 만들어주었으니까요. 페스벤더의 연기도 정말 좋았습니다.


4. 일단 한 번 쏟아내지 않으면 헤어나오기 힘들 정도로 깊은 인상을 안긴 작품이었습니다. 한 번 쏟아내고나니 그나마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 같지만, 한 번 더 보고 또 다른 이야기들을 쏟아내고픈 욕구가 발동하는군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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