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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라 랜드 (La La Land, 2016)

그렇게 인생 영화가 된다


스틸컷이나 예고편만으로도 '이건 딱 너를 위한 영화야'라고 말해주는 영화들이 있다. 노래와 춤, 로맨스와 삶 그리고 이를 담아낸 뮤지컬이라는 장르. '위플래쉬 (Whiplash, 2014)'를 연출했던 데미언 차젤의 신작 '라 라 랜드 (La La Land. 2016)'는 이미 보기 전부터 인생의 영화가 될 것만 같았던 영화였다. 뮤지컬 영화를 특히 사랑하는 관객의 한 명으로서 어떤 영화가 뮤지컬이라는 장르로 스크린에 펼쳐진다는 사실 만으로도 행복해지곤 하는데, 왠지 '라라랜드'는 그 이상일 것만 같았다. 스틸컷과 예고편 만으로도 이 정도인데 과연 2시간이 넘는 한 편의 영화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전할까 싶던 그 커다란 기대는 결국 더 큰 감동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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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영화는 2.55:1의 시네마스코프 사이즈로 촬영된 영화다. 시작 전 등장하는 시네마스코프 로고는 단지 비율만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상징이자 선언을 하는 것과 같다. '우리는 1940~50년대 할리우드가 사랑한 방식으로 또 그 당시의 뮤지컬 영화들처럼 영화를 보여줄 거야'라고. '라라랜드'를 본 많은 관객들이 고전 뮤지컬 영화들에 대한 오마주를 이야기하는데, '라라랜드'는 어떤 개별 영화들의 장면에 대한 오마주를 담았다기보다는 4,50년대 할리우드 영화들, 특히 뮤지컬 영화들에 대한 전반적인 존경과 동경을 담아냈다는 말이 더 맞을 듯하다. 일례로 대규모의 댄서들이 등장하는 첫 시퀀스만 봐도 그렇다. 아마도 많은 뮤지컬 영화의 팬들은 이 첫 시퀀스만으로도 이미 이 영화와 흠뻑 사랑에 빠지게 되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이 시퀀스는 뮤지컬 영화의 정수이자 이 영화가 담아내고자 하는 영화적 가치관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충분히 여러 컷과 편집, 후반 작업등으로 작업할 수 있는 시퀀스였음에도 데미언 차젤 감독은 마치 당시의 대규모 할리우드 뮤지컬 영화들이 그랬던 것처럼 오랜 연습과 여러 차례 리허설을 통해 이 대규모 시퀀스를 원테이크로 완성해 냈다. 이걸 단순히 기술적 성취 혹은 기술적 자랑 등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감독에게 이 시퀀스는 자랑하고픈 장면이기보다는 자신이 만들고자 한 영화에서 반드시 존재해야 했을 필수의 장면이었을 것이다. 자신이 보고 자란 뮤지컬 영화들에 대한 아주 최소한의 표현으로서 꼭 그렇게 해야만 했을 이 첫 시퀀스. 그렇게 이 시퀀스는 마치 좋아하는 다른 고전 뮤지컬 영화들의 오프닝들처럼 여러 번을 되찾아 보게 될 그런 명장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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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가 도달한 뮤지컬 영화로서의 기술적 성취는 일단 압도적이라 할 수 있다. 사실 근래에도 뮤지컬 영화들이 꾸준히 선보이고는 있지만 고전 뮤지컬 영화들에 비해 최근의 뮤지컬 영화들이 채워주지 못하는 부족함 들은 분명 존재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비교적 만족스러운 뮤지컬 영화들을 새롭게 만나게 되어도 고전 뮤지컬 영화들을 다시 보고픈 생각이 더 간절해 지곤 했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그 고전 뮤지컬 영화들을 대형 스크린과 사운드를 통해 제대로 접할 기회는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즉, 세대와 시대가 다르다 보니 이 고전 뮤지컬 영화들을 비디오 시절부터 DVD와 블루레이 등을 통해 접할 기회는 있었지만 이런 기회들이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경험과 같은 만족감은 미처 다 전해주지 못했기 때문에, 매번 다른 매체로 영화를 접할 때마다 '아...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았다면 얼마나 황홀했을까? 그건 어떤 경험이었을까?'하는 궁금증과 아쉬움이 더 들곤 했었던 것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라라랜드'는 바로 그런 궁금증과 아쉬움을 완벽하게 해결해준 이 시대의 클래식 뮤지컬 영화다. 바꿔 말하면 '라라랜드'를 극장에서 보지 못한 다음 세대의 관객들은 분명 '와...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봤더라면 과연 어땠을까?'라고 말하게 될 것이다.


화면의 비율이라는 건 결국 거리감과 공간감 그리고 그 비율에서 오는 비율 만의 긴장감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시네마스코프 비율로 제작된 이 영화에는, 바로 그 클래식 뮤지컬 영화들에서 느꼈던 리듬감과 긴장감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멀리 L.A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세바스찬 (라이언 고슬링)과 미아 (엠마 스톤)가 춤을 추는 장면에서의 촬영 기술은 그야말로 안무의 동선을 카메라가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바로 뮤지컬 영화의 가장 중요한 점을 완벽히 수행해 내고 있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은 이것보다 밋밋하게 촬영했더라도 매력적인 장면이었을 수 밖에는 없지만, 완벽한 촬영이 더해지면서 순간적으로 관객들을 뮤지컬 영화의 세계로 빨아들여 버리는 엄청난 흡입력을 갖게 되었다. 얼마나 흥분되던지. 눈물이 다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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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는 고전 할리우드 뮤지컬 영화의 정수를 새 시대에 녹여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황홀한 작품이다. 하지만 '라라랜드'가 진짜 클래식이 되는 이유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클래식 뮤지컬만의 매력을 오마주하고 담아낸 영화들은 근래에도 없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 영화들이 더 많은 대중들에게 사랑받지 못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오마주와 클래식 함을 잘 담아냈기 때문이었다. 고전 뮤지컬 영화의 팬들에게는 사랑받았지만 뮤지컬 영화가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그렇게 클래식함을 제대로 담아내면 낼 수록 더 이질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왜 갑자기 노래를 하는 거야? ㅎㅎ)


데미안 차젤의 '라라랜드'를 걸작으로 평가하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이다. 아마도 감독 본인이 가장 고민했을 바로 그 문제. 그 고민에 대한 질문과 답이 영화에 고스란히 녹아있기 때문이다. 뮤지컬 영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많은 관객들이 하는 가장 많은 이유 중 하나는 너무 판타지스럽다 라는 것이다. 대사를 노래로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거리감이 느껴지는데, 여기에 단순한 스토리와 그 판타지함을 등에 업고 조금은 허무한 긍정으로 마무리되는 작법 때문에 더 큰 거리감을 느껴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뮤지컬 영화의 팬으로서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갖는 판타지성에 대해서 더 이야기(반박)하고 싶지만 재쳐두고;;). 


(이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라라랜드'는 고전 뮤지컬 영화의 거의 모든 것을 가져왔음에도 이들과는 다른 지점이 있다. 바로 앞서 이야기한 현실과의 고민이다. 여기서 현실이란 영화 속에선 주인공들의 삶의 현실이기도 하고, 영화 밖에서는 뮤지컬/음악 영화가 처한 시대의 현실과 맞물린다. 아마 이 영화가 고전 뮤지컬의 작법을 스토리에도 끝까지 반영했더라면 지금의 결과물과는 조금 달랐을 것이다. 혹은 같다 하더라도 이와 같은 분위기는 아니었을 것이다. 세바스찬과 미아는 각자의 삶에서 꿈을 위해 노력하던 과정에 만나 함께하는 것이 잠시 꿈이 되지만, 결국 본래 꾸었던 꿈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을 겪게 된다. 


재즈 뮤지션으로서 진짜 재즈를 연주하는 클럽을 운영하는 꿈을 갖고 있는 세바스찬은 현실에선 그저 레스토랑에서 캐럴을 연주하는, 대중들이 듣기 좋은 BGM을 연주하는 연주자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미아를 만나게 되면서 미아와 함께 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한편으론 자신의 꿈이었던 정통 재즈 뮤지션으로서의 고집을 꺾고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밴드의 연주자로서 합류하게 된다. 간혹 이 과정을 뮤지션으로서 성공한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전혀 다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건 세바스찬이 자신의 고집을 꺾으면서까지 밴드에 합류하게 된 이유다. 바로 미아와의 사랑을 계속해 나가기 위한 또 다른 꿈을 위해서였다는 것. 하지만 나중에 그랬던 것처럼 이 꿈은 오히려 이 꿈으로 인해 깨져버리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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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의 꿈도 비슷하다. 미아는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배우를 꿈꾸며 여러 오디션에 참여하지만 매번 결과가 그리 좋지 못해 힘겨워하던 중 세바스찬을 만나 역시 그와의 삶을 꿈꾸게 된다. 세바스찬의 응원에 힙 입어 자신이 직접 쓴 대본으로 일인극을 무대에 올리는 것에 성공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고 그 과정 속에서 밴드 활동으로 멀어진 세바스찬과도 더 멀어지게 된다. 하지만 이 무대는 결국 캐스팅 매니저에 마음에 들어 기회를 얻게 되고 미아는 자신이 동경하던 바로 할리우드 배우로서의 삶을 갖게 된다. 


아마도 다른 뮤지컬 영화 혹은 최근의 관객들이 많이 거리감을 느끼는 판타지적인 뮤지컬 영화였다면 '라라랜드'의 이야기와는 결말이나 그 전개 과정이 조금 달랐을 것이다. 세바스찬의 밴드로서의 상업적 성공을 성공으로 규정하거나 세바스찬과 미아의 결론 모두가 성공이며 그 결말에 두 사람이 원하던 행복을 함께 하게 되는 것으로 결론지었을지 모른다. 재미있는 건 이 영화 스스로도 바로 그 해피엔딩의 가능성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서로가 원하는 것을 얻게 된 그 순간, 다시 영화적 판타지로 돌아가 그간의 삶의 과정들을 펼쳐내는 시퀀스는 아마 다른 영화였다면 최종적으로 선택했을 결론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라라랜드'는 그렇지 못하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펼쳐 보인다. 그래서 그 시퀀스는 몹시 매력적이고 황홀한 향연이 펼쳐지지만 오히려 더 쓸쓸하고 슬퍼지는 감정을 담고 있다. 이 슬픔과 쓸쓸함에 정점을 찍는 건 그다음 세바스찬과 미아의 반응이다. 마치 서로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아는 듯이 그저 또 이렇게 흘러 온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맞겠다고 감정을 삼키는 장면은, 생각보다 더 많은 감정들을 담아내고 있다. 단순히 한 때 사랑했던 연인과의 관계가 지금의 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계속되지 못하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 대한 씁쓸함 뿐만이 아니다. 말로 다 형용할 수 없는. 각자가 자신의 삶에서 꿈과 현실에 고민하고 부딪히며 겪어야 했던 수많은 감정과 기억들이 이 짧은 눈빛들에 담겨 있기에, 아마 스스로도 왜인지 까닭을 정확히 알 수 없을 눈물이 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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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밖에서의 현실과의 고민은 극 중 세바스찬과 존 레전드가 연기한 키이스와의 대화에서 아주 직접적으로 등장한다. 키이스는 자신의 밴드 음악을 듣고 계속해야 될지 고민하는 세바스찬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아무도 듣지 않는 재즈는 의미가 없다' '재즈는 혁신적인 음악인데 그렇게 전통만 고집해서 무슨 현식적인 음악이 되겠느냐' '재즈는 미래에 있다'


이 질문은 아마도 감독인 데미언 차젤이 '라라랜드'를 떠올렸을 때 가장 처음 그리고 가장 깊이 고민한 바가 아니었을까 싶다. 영화 속 대사와 마찬가지로 재즈 음악의 신봉자인 그는 그저 듣기 편한 BGM으로 전락한 현실에서의 재즈 음악에 대해 세바스찬과 같은 환멸을 느끼기도 했을 텐데, 또한 뮤지컬 영화라는 장르가 현재의 할리우드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고전 뮤지컬 영화의 팬이라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영화가 걸작이라고 평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 특히 그것이 현재의 관객들에게 오래된 것, 별로 인 것 (혹은 어려운 것)으로 대부분 받아들여지는 것일 때, '왜 이 대단한 가치를 몰라주는 거지?'하며 더 정통으로, 정통으로만 파고는 것이 아니라 어떡하면 현재와 소통할 수 있을까를 깊이 고민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만약 '라라랜드'가 클래식 뮤지컬의 장점을 관객에게 어필하는 것 자체가 목적인 영화였다면 소수의 뮤지컬 팬들은 몹시 좋아했을지 몰라도, 더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받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라라랜드'는 '위플래쉬'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더 고집스럽고 전통적인 것들을 이야기하면서도 현재 세대가 그 전통의 것들을 매력적으로 느끼는 동시에,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는 소통의 지점에 다다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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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뻔한 것 같지만 세바스찬과 미아가 겪게 되는 삶의 이야기는 굉장히 강렬한 현실감을 전한다. 특히 미아가 오디션 장에서 부르는 'The fools who dream' 시퀀스가 주는 감정은 그냥 미아 만의 것이 아니었다. 분명 미아는 자신의 이야기를 그것도 오디션 장에서 연기하듯 말하고 있지만, 이 대사는, 이 노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들로 관객에게 녹아든다. 적어도 내 경험은 그랬다. 그러니까 미아라는 인물의 이야기에 완전히 동화되어 느낀 감정이 아니라, 그냥 그 이야기를 빌려 내 삶을 들여다보게 되는 감정의 소용돌이 같은 경험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클럽에서 두 주인공이 다시 눈빛을 교환하고 각자의 삶으로 걸음을 돌리는 장면에서는 일종의 성숙함 같은 것이 느껴졌는데, 이는 동경하고픈 성숙함이 아니라 내게도 있어서 공감되지만 별로 내세우고 싶지는 않은 그런 성숙함이어서 이 역시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세바스찬과 미아는 그 순간 어떤 고민을 했을까. 다시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서로에게 돌아갈 수 있을까 라는 것을 고민해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앞서 말한 종류의 성숙한 존재가 되어 버린 뒤였다. 그 과거가 아름답고 그립지만, 이 모든 것들을 다 버리고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는 걸 (못한다는 걸) 서로 인정하고 돌아서기에 이 마지막은 더 아리고 먹먹하게 느껴졌다. 물론 영화는 그 뒤에 한 장면을 더 남겨 두긴 했지만, 이것이야 말로 영화와 관객 모두가 알고 있는 판타지였고.


(스포일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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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차젤의 '라라랜드'는 영화 속 장면 장면이 끊임없이 머릿속에서 반복되고 그립고 또 아려오는 그런 영화다.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매력을 현재로 완벽하게 소환해 내는 것에 성공한. 그것도 현실의 고민과 판타지를 모두 간직한 채 감정적으로 동요되는 결과물로서 그려낸, 계속 또 보고만 싶어 지는 걸작이었다.


아.... 그렇게 '라라랜드'는 내 인생의 영화가 되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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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마 미아! (Mamma Mia!, 2008)
아바(ABBA)라서 더욱 행복한 뮤지컬


뮤지컬 장르라 하면 그 어느 장르를 제쳐두고라도 무조건 보는 저로서도 이상하게 처음부터 끌리지는 않았던
영화가 바로 <맘마 미아!>였습니다. 뭐랄까 이건 정확한 이유를 대기는 어려운 좀 이상한 선입견이 있어서였는데,
추석 연휴를 맞아 부모님과 오붓하게 볼 영화가 없을까 찾아보던 중, 딱 알맞은 시간대에 위치하고 있는
<맘마 미아!>를 발견하게 되었고, '그래, 아바의 음악이 잔뜩 들었다니까 음악만 듣다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겠지'하는 생각에 극장을 찾게 되었죠. 그런데 이런 설렁설렁한 관람 전 분위기는 영화가 시작되고
소피 역을 맡은 아만다 사이프리스가 'I Have a Dream'을 부르는 첫 장면부터 바로 고조되고 맙니다.
'I have a dream~ a song to sing~'하고 아만다 사이프리스가 청량한 목소리로 별빛 쏟아지는 푸른 바닷가를
배경으로 노래를 부르는 이 첫 장면부터, '아, 이 영화를 내가 왜 기대하지 않았던가. 다른 이도 아니고, 뮤지컬
영화에 광팬인 내가!'하는 뒤늦은 자책을 하게 되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극장에서 관람하게 되었으니 너무 늦은
후회는 아니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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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은 절대 스틸 사진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장면입니다)

뭐 일단 간단하게 그룹 아바(ABBA)에 관해 이야기해보자면, 스웨덴 출신의 4인조 혼성그룹으로서
Bjorn Ulvaeus, Agnertha Faltskog, Benny Anderson, Annifrid Lyngstad로 이루어져 있으며 잘 알려졌다시피
브요른과 아네타, 베니와 애니프리드는 각각 결혼한 커플이기도 했죠. '했죠'라고 한 이유는 역시 잘 알려진
것처럼 이후 두 부부 모두 이혼을 하게 되었고, 결국 팀 해체로까지 이어지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바(ABBA)라는 팀 이름은 각 멤버들의 영문 이니셜 앞 자리를 따서 만들어졌으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스웨덴 그룹이긴 하지만 호주에서 워낙에 인기가 있던 탓에 몇몇 팬들은 호주 그룹으로 알고 있기도 한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 사실 제 나이를 따져봤을 때 70년대에 주로 활동했던 아바 음악의 세대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아바의 음악은 세대를 뛰어넘는 힘을 갖고 있었고, 특히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었기 때문에,
70년대를 살지 않았더라 하더라도 그들의 음악은 자주 접할 기회가 있었으며, 가깝게는 직접적인 그들이
앨범과 DVD를 통해, 간접적으로는 CF나 다른 뮤지션들의 커버를 통해 매우 익숙한 그룹이 바로 아바였죠.
아마도 국내에 아바의 음반을 직접 소장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더라 하더라도, 그들의 대표곡 몇 곡씩은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그룹이 바로 아바라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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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만다 사이프리스의 발견(혹은 재발견)은 영화 <맘마 미아!>의 가장 큰 수확이라 해야함이 마땅하다)

일단 이런 아바의 음악이 전체적으로 사용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 <맘마 미아!>는 볼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작품입니다. 영국 출신으로 뮤지컬 <맘마 미아!>를 최고의 히트 뮤지컬로 만든 장본인인 필리다 로이드는
그 동안 무대에서만 보여주었던 <맘마 미아!>를 영화화 하기에 이르렀는데, 뮤지컬의 주요 스텝들을 그대로
데려와 만든 영화 <맘마 미아!>는 이런 그들의 장기와 손길이 짙게 묻어나는 뮤지컬 영화로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됩니다. 무대에 익숙한 감독과 스텝들 답게 영화 <맘마 미아!>에는 다른 뮤지컬 영화들 보다 훨씬 더
공간을 활용하거나 대규모의 군중 씬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것은 장점과 단점으로 동시에 작용하고 있는데,
무대에서나 느낄 수 있는 화끈한 감동을 스크린에 담아낸다는 점에서는 아주 만족할 만한 장점으로 들 수
있겠지만, 군중이 동원된 장면에서는 다른 뮤지컬 영화들에 비해 군중들이 노래에 참여하게 되는 동기가 살짝
부족한 점도 느껴지긴 했습니다(대부분은 아니고 초반 'Dancing Queen'을 때창하는 장면에서는 약간
생뚱맞은 군중동원이 이뤄지기도 합니다. 물론 이는 아주 사소한 개인적 단점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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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뮤지컬 영화의 아주 전형적인 모습을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특히 초반 아만다 사이프리스가
또래의 여자 친구 둘과 함께 'Honey, Honey'를 부르는 시퀀스는, 뮤지컬 영화의 전형적인 구성 그 자체입니다.
대사를 주고 받는 노래하다가 완전히 노래로 빠져들었다가 장소를 이동해가며 노래는 이어지고, 이 과정
속에서 영화 초반의 스토리에 관한 소스와 캐릭터에 성격에 관해서도 간단하게 설명하고 넘어가는 구성을
갖고 있죠. 뮤지컬 영화에서는 구구 절절 스토리를 다 설명하거나(반대로 스토리가 매우 중요한 편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죠)할 시간적 여유도 없거니와 대부분 노래로 설명을 대신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구성은
아무리 전형적이라 해도 뮤지컬 영화로서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네요. 저는 예전
뮤지컬 들을 좋아해서 그런지, 최근 뮤지컬 영화들에서 이런 고전적이고 전형적인 설정들이 등장하고 할때면
오히려 아주 반갑더라구요 ^^; 영화 <맘마 미아!>만의 특징을 꼽자면 다른 뮤지컬 영화들보다는 조금 더
무대 뮤지컬에 느낌이 강한 작품이라고 할까요. 그 이유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감독과 스텝들의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전 좀 더 '뮤지컬 영화'스러운 영화들을 더 선호하기는 하지만, <맘마 미아!>의 스타일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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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봐도 콜린 퍼스는 스물 넘은 딸을 갖은 아버지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피어스 브로스넌도 아직 20대
여성을 딸로 두기보다는 꼬시려고 할 것 같구요 ㅎ)


뮤지컬 영화를 보다보면 단순히 그 노래가 좋아서인 경우도 있지만, 어느 순간 '찌릿'하고 온몸에 소름이 돋게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는 노래의 감정선과 영화의 감정선이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것을 바탕으로 그 극점
역시 완벽하게 맞아 떨어질 때 느끼게 되는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배우들의 연기를 꼽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이 영화에는 이름 만으로도 쟁쟁한 배우들이 제법 등장합니다. 메릴 스트립, 피어스 브로스넌,
콜린 퍼스, 아만다 사이프리스, 스텔란 스카스가드, 줄리 워터스 등. 일단 소피 역을 맡은 아만다 사이프리스를
얘기하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이 영화는 확실히 요즘 세대들 보다는 7080세대들에게 더욱 공감을
얻을 만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 주인공은 분명 딸인 '소피'가 아니라 엄마인 '도나'역일 테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가 더 많은 세대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요소가 있다면 바로 아만다의 연기와
노래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녀가 직접 부른 영화 속 아바의 노래들은 세대를 뛰어넘어 완전히 신선한
뮤지컬 넘버로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표현되고 있으며, 대사와 노래를 오가는 과정에 있어서도 전혀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뮤지컬 연기를 선보입니다. 아직 85년 생으로 앞날인 창창한 여배우라
앞으로가 더욱 기대가 되네요.

이 영화에는 남자 배우 세 명이 누가 될지 모를 '아버지'가 되기 위해 경쟁합니다. 일단 메릴 스트립에 비해
남자배우들이 생각보다 별로 동년배로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약간 몰입이 덜 되는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메릴 스트립은 49년생, 브로스넌은 53년생, 스카스가드는 51년생, 콜린 퍼스는 무려(?) 60년생이죠)
브로스넌은 실제로는 메릴 스트립과 나이차이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워낙에 젊은 여자를 유혹하는 본드 역할을
오래한 탓인지 왠지 메릴 스트립을  더 누나 벌로 느껴지게 했고, 콜린 퍼스는 아직 아만다 또래의 아이가 있는
아버지 정도의 연령대로는 느껴지지 않더군요. 그래도 세 배우의 연기는 부족하지 않고 넘치지도 않고
딱 적당했던 것 같습니다. 피어스 브로스넌의 노래가 아무래도 다른 배우들에 비해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기도 한데, 그래도 이 정도면 크게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극에 빠지게 되면 모든게 다 이해되죠 ㅎ

많은 분들이 못 알아본 듯한 분위기였는데, 극중 도나의 친구 두 명중 한 명인 로지 역할을 맡은 줄리 워터스는
바로 <빌리 엘리어트>에서 빌리에게 발레를 가르치던 그 선생님 역할로 열연한 배우입니다. <맘마 미아!>에서는
코믹한 조역을 맡아 감초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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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띠는 배우는 단연 메릴 스트립입니다. 다양한 영화에서 다양한 캐릭터들을 모두
평균 이상으로 소화해내는 훌륭한 배우 메릴 스트립은 아바의 노래가 가득 담긴 뮤지컬 영화에서도 진면목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아만다 사이프리스처럼 정말 노래를 잘하는 것으로 느껴지지는 않지만, 그녀는 노래 실력
자체보다는 연기에 연장선에서 노래를 소화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녀는 기본적으로 감정 연기에
아주 노련하기 때문에 그녀가 노래하는 장면에서 노래 실력의 유무 따위는 이미 판단하기 어렵게 되죠.
'Dancing Queen' 장면에서, 어쩌면 메릴 스트립 답지 않은 활발함과 발랄함도 좋지만, 'The Winner Takes It
All'같은 장면은 그녀의 노래 실력보다는 연기력이 빚어낸 멋진 장면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장면은 정말
그리스의 멋진 섬의 풍광과 함께 메릴 스트립의 연기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장면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상당히 엄마와 딸의 관계에 대해 자세히 그리고 있습니다. 아버지 없이 딸을
키워온 어머니가 갖는 딸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딸을 정말 끔찍이도 아끼는 어머니의 마음이 정말 잘 표현되고
있죠(그래서 인지 제 옆 자리에 앉은 한 여성관객은 이 같은 장면이 나올 때 눈물을 훌쩍이기도 하시더군요).
메릴 스트립의 한창 젊었을 시절의 영화를 그리 많이 보질 못한 이유도 있겠지만, 나이를 먹을 수록 더 멋진
여성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배우라는 점에서 아만다 사이프리스와는 다른 이유로 앞으로가 기대되는 배우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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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면서 단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만약 내가 어린 시절 아바를 듣고 자란 세대였다면 아마도
이 영화가 더욱 재미있지 않을까'하는 점이었습니다. 이 영화가 요즘 세대들 보다는 7080세대들에게 더욱
어필할 것이라고 했던 것은 단순히 아바의 음악이 수록되었다는 것을 넘어서서, 7080세대들에게는 요즘
세대들에게는 없는 아바와 함께한 추억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더군다나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한창 젊은이들이
아닌 이른바 '왕년에 잘나갔던' 중년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한 점도 있구요.
저는 아바 세대가 아님에도 만약 그랬으면 어땠을까 하고 영화를 보니 조금 더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영화에 가사 하나하나가 그리도 와닿을 수가 없더군요. 메릴 스트립을 비롯한 세 명의 여자 배우가
함께 부르는 'Dancing Queen'을 비롯한 모든 곡들은 정말 그 장면 만으로도 황홀한 순간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아마도 1,20대 여자 배우들이 나와서 아바의 노래들을 불렀다면 이런 감동은 오지 않았을 것 같네요.
아바의 노래를 더 살아 숨쉬게 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그들 세대가 다시 들려주는 모습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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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내에는 중년의 분들이 많이 계셨는데, 분위기가 매우 좋았습니다. 극장 분위기가 참 따뜻한게 느껴졌죠.
앞서 말한 그 '추억'이 있는 관객들은 이 영화를 단순히 뮤지컬 영화로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리며 지긋이 미소 짓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네요. 엔딩 크래딧과 함께 극중 배우들의
멋진 공연이 이어지는데, 여기서 메릴 스트립이 '한곡 더 할까요?'하자, 객석에 앉은 몇몇 관객분이 'yes!'하고
답하는 훈훈한 광경도 벌어졌습니다. 몇몇 분은 박수치며 노래를 따라하기도 하셨구요. 완전히 추억을 공유한
관객이 이렇게 영화와 하나가 된 광경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 훈훈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른바 '아바'세대였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던 것이겠지요. 아마도 나중에
마이클 잭슨의 노래가 주요 소재가 나온 영화가 등장한다면 저도 이런 추억을 공유하는 완전한 영화와의
물아일체의 경지를 경험할 수 있겠죠 ^^



1. 댄싱 퀸 시퀀스에서 피아노 치던 남자는 다름 아닌 아바의 멤버인 베니 엔더슨이며, 엔딩에서 월계관을
   쓰고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모습으로 꽃가루를 뿌리던 이는, 역시 아바의 멤버인 비요른 울바에우스
   입니다. 아바의 앨범 커버를 워낙에 많이 보았다보니 슬쩍 지나가는 장면이었음에도 이들이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 영화의 자막이 매우 휼륭했습니다. 일단 영화 속 노래의 장면은 물론이고, 엔딩 크래딧의 공연 장면,
   그리고 공연 장면이 끝나고 그냥 크레딧만 나올 때 흐르는 곡에 까지 완전한 자막이 제공되었습니다.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와 비교하자면 하늘과 땅 차이라 할 수 있겠네요.

3. 개인적으로 'Dancing Queen'은 처음 들을 때부터 아련하고 애매한 감정이 들었었습니다.
   무언가 신나고 흥겨운 분위기인데요, 묘한 아련함이 느껴지는 곡이랄까요. 영화 속 '댄싱 퀸'도 역시
   마찬가지 더군요~

4. 씨네큐브 1관에서 관람하였는데, 사운드가 중간중간 들락날락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5. 물론 스토리상 약간 치밀하지 못하고 갑작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뮤지컬 세상에서는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더라구요 ^^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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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비를 타고 (Singin' In The Rain, 1952)
크링시네마 개관기념 뮤지컬 영화 특별전


뮤지컬 장르의 광팬인 나에게 아직까지도 최고의 뮤지컬 영화들은 대부분 옛날 뮤지컬 고전들이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사운드 오브 뮤직> <올리버>등 뮤지컬 영화들은 어린 시절 비디오를 보면서
달달 외우다시피 했었고, 오늘 소개할 <사랑은 비를 타고>역시 그 중의 한 작품이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니 이렇게 좋아하는 <사랑은 비를 타고>를 DVD도 소장하고 있지 않았고(당연히 있을 줄
알았는데 이번에 찾아보니 없더라 ;;), 더 잘 생각해보니 영화 좀 보게 된 이후로는 제대로 본 적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던 차에 필름포럼이 삼성동에 '크링 시네마 (Kring Cinema)'라는 이름으로 다시 개관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개관 기념으로 고전 뮤지컬 영화들을 상영하는 '뮤지컬 영화 특별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다행히도 이 추억 속의 뮤지컬 영화를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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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링 시네마 관련 글에도 썼지만, 집에서 멀지만 않다면 좋을 텐데 좀 아쉽다. 이글 뒷 편에 다시 쓰겠지만
극장으로서의 기능은 사실 많이 아쉬운 편이다)


이 영화는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오는 과도기를 배경으로, 유성영화에서 연기를 해 본 적이 없는
배우들이 이 과정을 극복해내는 과정에서 겪는 각종 해프닝들과 코믹함을 잘 그려낸 뮤지컬 영화이다.
아, 그리고 무엇보다 러브 스토리이다.

스탠리 도넌과 진 켈리가 감독을 맡았으며, 잘 알다시피 진 켈리는 주연으로 출연도 하고 있다
(말이 이상해졌는데 주연이면서 감독도 맡고 있는 것이 물론 맞겠다).
그리고 극 중 돈 록우드(진 켈리)의 친구이자 피아노 연주자로 도널드 오코너가 출연하고 있으며,
여자 주인공 캐시 역으로 데비 레이놀즈가 출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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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게 되면, 보고 나서 무언가 근사하게 정성껏 감상기를 써보리라 마음먹기도
했었는데, 영화를 보는 순간 이런 마음이 다 사라지고 말았다.
재미가 없어서, 촌스러워서가 아니라, 영화를 보고 있노라니 개봉한지 50년도 훌쩍 넘은 이 영화가
얼마나 사랑스럽고, 보는 이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지에 대해서 글로 형용할 자신이 없어진 탓이었다.
어린 시절 비디오 테입에 복사된 극중 노래장면들은 정말 외울 정도로 많이 봤었다.
그래서 새로울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장면들이었는데, 막상 눈앞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진 켈리, 도널드 오코너, 데비 레이놀즈의 춤과 노래를 보니 소름이 돋으면서 나도 모르게 흐뭇한,
그리고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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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진 켈리가 행복에 겨워 비를 맞으며 부르는 'Singin' In The Rain'처럼 영화를 보는 나도
너무나도 행복해짐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이 몸으로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인간의 몸짓들과
노래들은 세월이 지난 지금에 와도 전혀 촌스럽거나 지루하거나 유치함을 느낄 수 없었다.
관객들은 나를 포함해서 총 10명 남짓이 있었는데, 비록 많은 수는 아니었지만 극장 안의 관객들 모두가
1952년 작인 뮤지컬 영화를 보면서 모두 다 웃고 즐기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형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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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작스레 찾아간 삼성동의 '크링시네마'라는 곳은 '크링'이라는 전체적인 문화 공간안에 극장이 포함된
것으로 보는 것이 맞는 듯 한데, 이 공간에 대한 설명은 이번에 다녀와서 사진들과 함께 올린
글을 참고하면 되겠다(삼성동 '크링'을 다녀와서)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이 공간은 극장으로서 기획되었다기 보다는, 소규모 단체에 대여를 하거나
파워포인트를 이용한 세미나를 진행하기에 더욱 적합한 공간처럼 보였다. 일단 위의 사진처럼
(좀 더 공간을 촬영하지 못한 사진이 아쉽다)스크린이라는게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저 앞 쪽의 공간에
영사기를 쏘게 되는 것인데, 저 모양이 보다시피 직각이 아니라 둥그런 모양으로 중앙은 깊고 사이드로
갈수록 얇아지는 구조로 되어 있어 일단 극장 스크린 용으로는 기능적으로 실용적이지 않은 듯 하다.
이 영화는 풀스크린으로 제작된 영화라 사이드 부분을 거의 쓰지 않기도 했지만, 그렇다보니 좀 시설 좋은
DVD방 같은 정도의 화면 크기가 나왔다. 사운드 부분도 극장이라 하기엔 스피커 시설이 많이 아쉬웠고,
공간 자체도 총 5~60석 정도이며 워낙 좁은 탓에 아주 사소한 소리 등이 세세하게 포착되기도 했다
(물론 내 귀가 특별히 예민한 것도 있다 --;)


근데 처음에 극장에 앉으면서, '웁스! 이거 뭐 이렇지'했던 마음은 우습게도 <사랑은 비를 타고>가
상영된지 몇 분 지나지 않아 눈 녹듯이 녹아내려 버렸다.
영화가 주는 행복함이 공간의 불편함을 잊게 만든 순간이었다.
앞으로도 계속적으로 상영 스케줄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스크린 문제 만이라도 좀 더 개선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Singin' In The Rain

이 장면이 등장할 땐, 그 전주가 살짝 깔릴 때 부터 어찌나 소름이 돋던지.
진 켈리라는 배우의 매력을 새삼 느꼈다. 이 영화를 보면 누구라도 느끼게 되겠지만,
진 켈리는 정말로 '매력'이 넘치는 천상 배우다.




Make 'Em Laugh

'Singin' In The Rain'이 워낙 유명한 곡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노래와 장면은 발로 'Make 'Em Laugh'라고 생각한다. 도널드 오코너의 유쾌한 원맨쇼를 만나볼 수 있으며,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황홀함을 잘 보여주는 멋진 장면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내 인생의 사운드트랙 vol.5 _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West Side Story)

01. Prolog
02. Jet song
03. Something's coming
04. Dance at the gym: Blues - Promenade - Jump
05. Maria
06. America
07. Tonight
08. Gee, officer Krupke!
09. I feel pretty
10. One hand, one heart
11. Quintett
12. The rumble
13. Cool
14. A boy like that & I have a love
15. Somewhere (Finale)


 나는 뮤지컬 영화라는 장르를 확실히 다른 장르에 비해 좀 더 무조건 적으로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성향이 형성되기 까지는 여러 뮤지컬 걸작 영화들이 영향을 끼쳤는데, 그 중에서는 시기적으로 보았을 때,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으나, <사운드 오브 뮤직>, <올리버>,그리고 이번에 소개할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가장 일찍이 접한 작품들이었다.
이때는 초등학교 혹은 그 이전에 미취학 아동이던 시절, 영어의 뜻도 모르고 노래를 외워 부를 정도로
뮤지컬 영화들에 그 어느 때보다 흠뻑 빠져있었던 시절이었으며, 지금까지도 뮤지컬 영화를 사랑하게 된
결정적인 작품들이었다. 이 중에도 개인적으로 최고로 꼽는 작품은 아슬아슬하게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이다.

이 작품은 국내에서는 해외의 명성에 비해 그리 큰 인지도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영화사적으로나 뮤지컬
영화로서나 아주 큰 의미를 갖는 작품이다.
작품에 대한 리뷰는 2003년에 DVD가 국내에 출시되었을 때의 리뷰로 대신해본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DVD 리뷰 보기)

뮤지컬 영화답게 이 영화에 수록된 음악들은 정말 주옥과도 같다 @@
레너드 번스타인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뮤지컬 넘버들은, 그 당시 뮤지컬 영화들의 주요 수록곡들이
그러하였듯이, 단순히 영화 수록곡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계를 뛰어넘어 광범위하게 히트했는데,
'Maria'나 'Tonight'같은 곡들은 많은 가수들에 의해 다시 불리거나 연주되기도 했었다.
또한 뮤지컬 작곡가로 더 유명한 스티븐 손드하임이 가사를 썼는데, 사실 이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는
레너드 번스타인에 대해서만 알고 있던 터였는데, 손드하임이 가사를 쓰게 된 사실은 이번에 글을 쓰면서
새롭게 알게 되었다. (번스타인에 손드하임이라니! 대단하잖아!)

아마도 예전에 이 영화를 접하지 못한 이들은, 지금에 와서 이 영화를 처음 보고 있노라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설정들이 많다고 여길듯 한데, 그게 바로 모두 이 영화에서 원래 유래한 것이라고
보면 되겠다. 특히 'Tonight'의 유명한 합창 시퀀스는 이 영화와 사운드트랙의 백미라 할 수 있겠다.

이 작품은 확실히 단언하건데, 뮤지컬 영화의 마스터피스라 할 만 하다.
수 많은 뮤지컬 고전 영화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단 한 작품, 하나의 사운드 트랙만 꼽으라면
주저없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꼽고야 말겠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West Side Story-Maria

(한 때 아무도 없는 골목길을 걸으며, 마리아를 혼자 얼마나 불러 댔는지 모른다 ^^;)




West Side Story-Tonight

(지금 봐도 완전 최고의 감동인 투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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