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카터 : 바숨 전쟁의 서막 (John Carter, 2012)

더 재밌을 수도 있었던 전쟁의 서막



주인공이 존재하던 세계와는 전혀 다른 세계에 놓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의 시초격이라고 할 수 있는 에드가 라이스 버로스의 유명한 소설 '존 카터'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앤드류 스탠튼의 영화 '존 카터 : 바숨 전쟁의 서막'을 보았다. 사실 원작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었고 단지 이런 비슷한 설정을 갖고 있는 SF영화들의 선조 격인 이야기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었는데, 개인적으로 기대와 걱정이 동시에 되었던 다른 이유는 '니모를 찾아서'와 '월-E'를 연출한 앤드류 스탠튼이 연출을 맡았다는 점과 디즈니가 제작한 작품이라는 점이었다. 픽사 특유의 스토리 텔링과 감동을 주는 연출이, 어쩌면 21세기 관객들이라면 대부분 다 잘 알고 있을 이 이야기에 어떤 리듬을 불어넣을 수 있을 지가 기대되었고, 디즈니가 제작한 12세 관람가라는 것이 장점으로 작용할지 그렇지 않을지에 대한 불안함도 있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본 제목은 '화성의 공주'인 '존 카터'는 오락영화로서 충분히 재미있는 작품이었지만, 이 작품이 배경으로하고 있는 세계관이나 설정, 인물, 종족, 역사 등, 더 재미있을 수 있는 부분들도 많았던 작품이었다.



ⓒ 2011 Disney. JOHN CARTER ERB, Inc. All rights reserved


남북 전쟁 시대의 주인공 존 카터가 우연한 기회에 화성으로 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은 흥미로웠다. 지구에서의 일 역시 불필요한 부분이 거의 없을 정도로 존재하는 것도 좋았고, 교차해서 보여지는 부분들도 반드시 필요한 수준의 것들이라 이야기가 분산되는 것을 덜고 있었다. 지구인 존 카터가 화성에 가게 되면서 겪게 되는 일들은 그 자체로 흥미있었는데 (새로울 것은 없었지만 분명 나쁘지 않았다), 화성이라는 공간과 그 안에 살고 있는 각 종족들에 대한 설명과 역사에 대한 설명은 시간을 할애하더라도 좀 더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그 첫 번째 이유는, 관객 역시 지구에서 갑자기 화성으로 온 존 카터처럼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인데 (하긴 존 카터는 그의 비해 너무 금방 아무렇지도 않게(?) 적응하긴 했다;) 너무 그러려니 하고 쉽게 넘어갔기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이렇게 간략하게 넘기기에는 이들의 이야기가 몹시 궁금할 정도로 매력적인 요소들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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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타르크 족은 그 생김새 만으로도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요소였는데 영화 속에서는 그저 존 카터가 화성에 와서 처음 만나게 되는 이계의 종족 정도의 비중을 갖다보니 아쉬움이 남았다. 원작은 잘 모르니 그것과는 별개로 영화를 시리즈로 기획한 것이라면 1편에서는 존 카터라는 지구의 캐릭터가 화성으로 넘어와서 타르크 족을 만나, 첨에는 애완동물이나 다름 없는 존재였지만 나중에는 이 종족 자체를 이끌게 되는 이야기를 담아도 충분히 재미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된다면 추후 다른 종족들과의 이야기가 겹쳐질 때도 무언가 구심점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는데, 뭐 앞으로 만약 속편이 제작된다면 이런 면들을 차차 풀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마크 스트롱이 연기한 캐릭터에 대한 설명은 더욱 부족했는데, 종종 이런 초월적 힘을 지닌 캐릭터가 등장하는 작품들에서 이런 캐릭터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부족할 경우 뜬금없는 방향으로 빠지곤 하는 경우가 있는데, '존 카터'의 경우도 아슬아슬 했던 것 같다. 장황한 설명까지는 오락영화에 어려웠겠지만 그래도 조금의 설명은 더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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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들을 나열하긴 했지만 글의 제목에 쓴 것처럼 '더 재밌을 수 있었는데'에서 시작한 얘기들이다. 오히려 설명들이 부족해서 여지가 남아서인지, 존 카터라는 캐릭터 자체에 대한 매력 때문보다는 화성과 그 세계의 종족들에 대한 이야기가 더 흥미로웠다 (흥미를 더 재미로 연결했었더라면!). 액션 시퀀스는 생각보다 많이 심심한 편이었지만 지루한 편은 아니었고, 앤드류 스탠튼 치고는 이야기가 밋밋한데 라고 생각했지만 엔딩에 가서는 역시 '픽사'다운 스타일을 만나볼 수 있어 반가웠다. 사실 그 엔딩 생각을 못하고서는 '엇, 이거 너무 심심한데?'라고 생각했었는데 역시 앤드류 스탠튼이 그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존 카터라는 캐릭터에 대해서도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었는데 이 엔딩 부분이 그의 대한 매력 포인트를 더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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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카터'는 아쉬운 점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 아쉬운 점들을 보완하면 분명 더 재밌어질 수 있는 여지가 확실한 영화라는 점에서, 부디 속편이 나와서 이런 아쉬운 점들을 스스로 극복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래야 할텐데.



1. 크래딧에 사만다 모튼이 있길래 어디 나왔나 했는데 역시나 '솔라'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더군요. 윌리엄 데포의 목소리 연기도 있었고. 좋았어요.


2. 그러고보니 TTSS에 나왔던 배우가 둘이나 나오는군요.


3. 이 영화에서 재미있었던 부분은 글로 표현하기 애매한 부분들이고 (주로 느끼는 것), 반대의 경우는 글로 쓰기 쉬운 부분들이다 보니 전체적으로 '아쉽다'가 된 것 같은데, 결론은 전 재미있게 봤다 입니다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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