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2014)

시간과 경계가 머물러 있는 곳



처음 '경주'의 예고편을 보았을 땐 누군가가 박해일, 신민아라는 배우를 데리고 풋풋한 로맨스 영화를 만들었나 보다 했었다. 그런데 그 감독이 다름 아닌 장률이라는 것을 알고 이 영화에 대한 기대는 급격하게 커질 수 밖에는 없었는데, 장률이 누구던가. 최근 작 '풍경'을 비롯해 '두만강' '이리' '중경' '경계' 등 재중동포라는 개인의 특별한 환경을 영화 속에 고스란히 녹여 내며 '우리'에게 계속 생각해 볼만 한 것들을 던지는 시네아스트가 아니던가. 그런데 그런 장률의 영화에 박해일과 신민아가 출연을 하는 것도 놀라운데, 무언가 로맨스 적인 느낌이 풍겨나오는 영화라는 점에 기대, 아니 궁금증이 더할 수 밖에는 없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장률은 이 영화 '경주'를 마치 홍상수 영화처럼 끌고 가다가 결국에는 다시 자신이 항상 관심을 갖고 있는 경계에 대한 이야기를 은연 중에 던지는 그런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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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누군가의 죽음으로 부터 시작한다. 현재 중국에 살지만 선배의 죽음 때문에 서울에 오게 된 최현(박해일)은, 7년 전 선배와 함께 갔었던 경주를 다시 가보기로 한다. 그렇게 경주에서 최현이 겪는 하룻 밤의 이야기가 이 영화의 전부다. 장률은 전작들에서도 지역, 도시를 주인공으로 다룬 적이 많았다. 그가 묘사하는 도시는 그냥 배경으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 자체를 하나의 인격체 혹은 정서로서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을 텐데, 그가 바라보는 도시는 한 명 한 명의 인격체가 만들어 낸 집단 정서 혹은 그 영혼이 담겨 있는 공간이자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선택한 새로운 도시는 바로 '경주'다. 경주는 우리에게도 특별한 추억이 하나씩 있는 도시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반대로 이야기하면 모두가 아는 도시인 동시에 사실은 모두가 잘 알지 못하는 도시이기도 할 것이다. 또한 역사와 현재가 공존하는 가운데 '죽음'이라는 정서가 어쩌면 드리워진, 특별한 정서가 흐르는 도시이기도 하다. 장률은 바로 그 죽음을 항상 곁에 두고 있는 경주라는 도시를 주목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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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고작 하루의 시간을 담아내고 있지만 그 어떤 영화보다 천천히 흐른다. 마치 차 한 잔을 마시는 것처럼, 영화는 사건에 집중하기 보다는 커다란 하루의 흐름에, 더 나아가 7년의 시간을 헤아리듯 주인공의 여정을 따라간다. '경주'는 형식상 홍상수 영화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비슷한듯 하면서 조금은 다르다. 홍상수 영화 속 주인공들은 같은 공간에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 감정의 서사가 더 중요한 반면, 장률의 '경주'는 주인공들의 감정 선보다는 오히려 이 공간의 존재가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니까 경주라는 유수한 역사와 시간이 흐르고 있는 도시 속에 하나의 요소로 존재하는 듯 하다. 그와 동시에 이 영화는 구체적인 경주에 관한 영화이자 단순히 경주라는 도시를 빌린 영화이기도 하다. 장률은 과거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경주라는 도시를 흥미롭게 여겨 자신이 흥미롭게 생각했던 경주의 생경함을 그대로 옮기고자 했으며, 또한 경주라는 이 도시에 빗대어 자신이 지속해서 주제로 삼던 경계에 관한 이야기를 또 다른 방식으로 꺼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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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률이 바라 본 경주는 그저 신비롭기만 한 것 같지는 않다. 이 영화는 아름다운 영상미로 담겨 있기는 하지만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여 보면 죽음이라는 것이 깊게 드리워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누군가는 죽음으로 인해 오게 되었고, 누군가는 죽기 위해 오게 되었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죽음 때문에 남겨진. 그리고 역사가 죽음으로 잠들어 있는 도시. 장률이 바라 본 경주는 이렇게 죽음이라는 테마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래도 묘하게 경주를 다시금 가고 싶게 끔 만들었다. 어쩌면 가슴 한 켠에 그냥 이렇게 머물러 있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일 것이다. '경주'는 엔딩 크래딧에 흐르던 백현진의 '사랑'처럼, 가끔 눈감고 생각해보고 싶은 그런 영화였다.



1. 장률 감독이 박해일, 신민아를 주연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을 때 기대보다는 걱정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는데, 역시 장률 영화네요. 좋았어요.


2. 백현진씨와 류승완 감독님의 연기는 단연 이 작품의 활력소더군요. 특히 개인적 친분이 있는 류감독님의 메소드 연기를 보고서는 극에 집중이 안될 정도였어요 ㅎ 감독님 종종 연기도 보여주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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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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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병기 활 (2011)
군더더기 없는 추격의 리듬



2007년 '극락도 살인사건', 2009년 '핸드폰'을 연출한 김한민 감독의 신작 '최종병기 활'을 보았다. 사실 최근 들어 박해일의 출연작들의 임팩트가 배우가 주는 인상에는 못미치는 경우가 많았던 것도 있고, '최종병기 활'이라는 제목은 아무리 들어도 일본 애니메이션 '최종병기 그녀 (最終兵器彼女)'를 먼저 떠올리게 하는 제목이라 조금은 기대치가 높지 않았던 작품이었는데, 유료시사 (인줄도 몰랐던)로 보게 된 영화는 활이라는 무기를 소재로 병자호란이라는 정치/사회적 사건을 배경으로 풀어낸 군더더기 없는 추격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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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병기 활'은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청나라 병사들에게 동생을 빼앗기고 오로지 동생을 구하기 위해 그들을 추격하고 또 추격 당하는 남이(박해일)의 이야기다. 일단 추격의 시작이 되는 발단을 연인 관계가 아닌 남매 관계로 설정한 것이 이 작품의 군더더기를 더는 첫 단추로 작용했다. 중심이 되는 감정을 연인간의 감정으로 삼을 경우 아무래도 여기에 할애해야 하는 감정의 리소스가 많아질 수 밖에는 없기 때문에, 심플한 리듬으로 정리되기 보다는 굉장히 섬세한 손길이 필요하게 되는데, 이 작품은 이 부분을 남매간의 애틋한 감정으로 처리하며 오히려 더 단단한 힘을 얻은 경우라 하겠다. 물론 남녀간의 애정 관계가 등장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자인 - 문채원 과 서군 - 김무열 간) 이들의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남이의 이야기로서 존재한다. 남이가 동생을 구하러 떠나기 전까지의 이야기가 다소 공감대를 이끌어 내기에는 살짝 부족한 감이 없지 않지만, 이를 자세히 설명하려 시간을 많이 할애하지 않고 과감히 본격적인 추격전에 바로 뛰어든 영화의 선택이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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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좀 더 깔끔하게 느껴진 또 다른 이유는 이한위가 연기한 캐릭터 등 주인공 주변에서 코믹한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캐릭터들에 대한 절제된 묘사도 있었다. 이런 경우 주변 캐릭터들이 웃겨야 한다는 부담감 혹은 무거워만 질 수 있는 극의 분위기에 가벼운 리듬감을 주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가끔 전체적인 흐름을 깨어버리는 일이 종종 있는데, 이한위씨가 등장하는 순간 '아, 이 작품도 그런 장면이 등장하겠구나' 싶었는데 거의 느끼지 못할 만큼 절제된 활용이었다. 그렇다고 아예 비중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기에 이런 절제는 추격에 전체적으로 집중한 이 영화에서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또한 류승룡이 연기한 '쥬신타'를 중심으로한 청나라 정예부대를 단순한 악당으로 그리지 않으면서도 (무언가 서로를 인정할 만한 상대로서 그리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의 이야기에 많은 설명을 더하지 않은 점 역시 이 영화의 선택이었다고 생각되는데, 쥬신타와 그의 부대에 대해 관객이 더 흔들릴 수 있도록 서두에 다른 이야기를 해주었더라도 좋았겠지만, 영화가 선택한 방식도 역시 나쁘지 않았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좀 더 설명이 있었더라면 좋았겠다 라고 느꼈던 부분은 주인공 남이에 대한 부분이었는데, 분명 극 중의 짧은 대사로는 문무 모두에 별다른 흥미를 못느끼는 것으로 묘사되었으나 추격극을 통해 보여지는 남이의 모습은 흡사 '레골라스'에 가까운 신궁의 모습이었기에 사실 조금 의아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았다. 짧은 사냥씬 만으로는 남이가 그 정도의 고수라는 것을 눈치채기는 어려웠기에 이후 정말 고수들로 이뤄진 쥬신타의 부대와 대등하게, 아니 더 뛰어나게 싸우는 모습에서는 '남이가 저 정도의 고수였단 말인가!'라는 생각이 없지 않아 있었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더라도 좀 더 고수의 풍모를 숨기고 있다는 짧은 설정들을 초반에 깔아두었더라면 좀 더 공감대 형성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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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이런 추격극 위주가 아니라 임금을 잃고 청나라에 나라를 빼았겼던 병자호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했던 때문인지, 맨 마지막에 가서 김한민 감독은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남기는데, 전체적인 결론만 보자면 비극적 역사에 대한 부분을 아예 다 빼버리지 않고 마지막에 한 줄로 턱 던져 놓는 방식도 2가지를 모두 어느 정도 만족시킬 만한 장치가 아니었나 싶다. 비극적 역사에 대한 부분에 더욱 강조했다면 추격극 자체에는 힘을 잃을 수도 있었겠지만 좀 더 비장한 느낌을 살릴 수 있었을텐데, 반대로 아예 추격극 자체에 완전 집중하면서 마지막에 관객들에게 '이 추격극의 배경에는 사실 이런 역사적 비극이 실제로 있었다'라는 사실을 넌지시 던지는 방식 또한 이런 생각해볼 거리를 제공하는 의미에서 괜찮은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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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병기 활'은 러닝타임 내내 속도를 늦추지 않고 진행되는 추격전이 볼만한, 그리고 활이라는 무기의 특성을 고려한 거리를 둔 액션이 흥미로운, 올 여름 극장가의 다크호스가 될 듯 하다.


1. 고증에도 많은 신경을 쓴 것을 알 수 있었는데, 고증 측면은 아니지만 무한히 리필되는 화살이 아닌 쏘고 나서 항상 화살을 회수하는 모습은 현실적이라 좋더군요.

2.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전 오히려 더 많은 요소들을 담으려 하지 않고 한 가지에 비교적 충실했던 선택이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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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 (My Mother The Mermaid, 2004)

설날 TV영화 2탄으로 보게 된 우리영화 <인어공주>
이 작품 역시 극장에서도 DVD도 놓쳤지만 한 번은 보고 싶다 생각했던 영화였는데,
이번에 설을 맞아 EBS에서 고맙게도 수준급의 HD화질로 방영해주어 좋은 퀄리티의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이번 인어공주 HD의 퀄리티는 설 연휴 방영된 HD영화 가운데서도 다섯 손가락에 드는
화질인듯).
이 영화는 전도연과 박해일, 고두심이 출연하고, 전도연이 1인 2역을 한 것으로 잘 알려진 영화인데
보기 전에는 보고는 싶었지만, 그냥 신파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참으로 괜찮았던 영화였다.



이 영화는 나이든 나영(전도연)이 어느 날 그동안 몸이 아프다는 사실을 속여온 아버지가 회사를 관두고
고향으로 내려갔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고향집을 찾던 어느 순간, 나영이 과거로 이른바 시간여행을 하게 되어, 젊은 시절에,
즉 어머니, 아버지가 서로 막 만나기 시작했을 때의 과거로 돌아가게 된다.
근데 이 영화는 장르가 장르이다보니 이 시간여행에 관해 전혀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굳이 이상한 설정을 말해보자면, 극 중 나영도 이러한 황당한 시츄에이션에 대해 별로 당황하거나
놀라지도 않고 거의 바로 적응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 영화는 시간여행에 관한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나영이 과거로 돌아갔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특히나 영화가 다 끝난 뒤 생각해보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게 된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팀 버튼 감독의 <빅 피쉬>가 자꾸 떠올랐는데, 스타일과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좀 다르겠으나, 본질적으로 부모에 대해 전혀 이해를 하지 못했던 아들, 딸이 어떠한 계기로 인해
부모님을 진심으로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인어공주>는 이러한 설정이 없었다면 그냥 풋풋한 시골 소녀의 사랑이야기 정도로 끝날 수도 있었지만,
부모님에 관한 설정을 엮으면서 좀 더 좋은 감정선을 유지할 수 있는 영화가 되었다.

영화 속에서 전도연은 '공주'같지는 않았으나 박해일은 참으로 '왕자'같더라.
우도에 한산한 바람과 풍경을 배경으로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는 박해일의 모습에서 어찌나 광채가 나던지.
전도연의 영화는 의외로(그녀를 그리 좋아하는 편도 아니면서)많이 본 것을 이번에 알았는데,
<밀양>과 같은 열연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전도연이 출연했던 영화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영화는 바로 이 영화가 될 것 같다. 우정출연한 이한위의 연기도 좋았으나 무엇보다 이한위의 어린시절
역을 맡은 아역 배우의 연기가 매우 좋았으며, 고두심의 연기도 나무랄대 없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시종일관 투덜대던 연순(고두심)의 기분 좋은 독백으로 마무리 한 것이
개인적으론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오랜만에 보게 된 풋풋한 영화였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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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The Host)
 
몇 년 전 <살인의 추억>을 보고 난 뒤 바로 들었던 생각은, 아니 보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영화가 재미있다
보다 도 (물론 재미있지만), 완성도가 정말 높구나 하는 것이었다. 전체적으로 높은 완성도에다가 긴박함을 시종일관
유지시키는 리듬감, 감칠맛 나는 대사, 현실적인 캐릭터와 배경, 봉태일이라고 불릴 만큼 엄청난 디테일 등은 봉준호 감독의
다음 작품을 몹시도 기다리게 했다. 아마도 <살인의 추억>이 개봉관에서 내린 뒤 모 잡지에 난 인터뷰에서 다음 작품은
한강에 사는 괴물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화할 것 같다고 했던 것에서부터, 이 영화 '괴물'에 대한 기대는 시작되었을 것이다.
2006년 영화계에 최고의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영화 <괴물>은 그 동안 국내에서는 시도되지 않았던
(시도되지 않았다기 보다는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었던) SF 괴수영화, CG컷이 맛 배기 정도가 아니라 주축이 될 정도로 많이
사용되었음에도 수준급의 완성도를 보여준 영화로서도 의의가 있는 작품이면서, 다른 한 편으론 <살인의 추억>에서 보여줬던
봉준호 감독의 스토리텔링 능력과 <플란다스의 개>에서 보여줬던 특유의 재기 발랄함과 독특한 개성이 묻어나는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괴물> 영화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개봉 시에 너무도 많이 다뤄졌기 때문에 이번 리뷰에서는
 DVD의 관한 이야기만 하도록 하겠다.



극장에서 <괴물>을 몇 번씩 관람하면서 지속적으로 들었던 생각은 <괴물>DVD의 관한 기대였다.
아무리 DVD가 훌륭한 스펙과 완성도를 수록하였다 하더라도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스케일을 한 번이라도
더 느끼기 위해 중복 관람을 몇 번이고 했었다면, DVD타이틀에는 극장에서는 볼 수 없는 서플먼트가 음성해설이
있기 때문에 DVD로서의 <괴물>도 엄청난 기대를 갖게 했었다. 특히 ‘봉태일’ 봉준호 감독의 작품이기 때문에
몇 번의 관람에도 찾아낼 수 없었고 다 소화할 수 없었던 비하인드 스토리와 세밀한 디테일이 숨어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더불어, 개봉 당시 논란이 되기도 했던 몇 가지 사실 관계와 감독의 의도에 관한 궁금증으로 이 같은 기대를
더욱 갖게 하였다(논란이 되었던 부분에 관한 이야기는 잠시 뒤 음성해설 리뷰에서 다시 언급하기로 하겠다).



먼저 1.85:1 와이드스크린의 화질은 최근 출시된 타이틀 가운데서도 최상급에 속할 만큼 수준급의 화질을 선보이고 있다.
필자의 시청 환경은 32인치 와이드 HDTV로 시청하였는데, 마치 HD방송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의 선명하고
컨트라스트비가 높은 화질로 감탄을 자아냈다. 특히 하수구에 갇힌 현서의 얼굴처럼 클로즈업 장면에서는 최고수준의
화질을 만나볼 수 있으며, 비오는 동호대교 아래의 추격 장면에서와 같은 움직임이 많고 거친 영상에서도 외곽선이나
잔상이 남지 않는 뚜렷하고 선명한 화질을 선보이고 있다. 1.85:1의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강을 배경으로 하는 괴물 영화를 찍는 다고 하였을 때, 넓은 한강을 와이드 하게 담을 수 있는 2.35:1의 영상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였으나, 봉준호 감독은 아메리칸 스탠다드 영상인 1.85:1을 선택하여 조금 의아해 하기도 했었다.
물론 한강 하면 좀 더 와이드 한 2.35:1을 생각하기 쉽지만, 봉준호 감독이 구상한 영화의 특성상, 수평적인 움직임보다
 수직적인 움직임이 많고(괴물의 움직임만을 갖고 보아도 좌우로 움직이는 수평적 움직임보다는 교각을 오르내리는
동작이라던가 은신처를 오고 가는 움직임에서도 수직적인 움직임이 주를 이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컷에 있어서도 장면을 이어갈 때 여러 컷을 촬영하여 편집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주로 한 테이크에서 인물들이
들락 날락 하는 형식을 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장면에서도 1.85:1이 더욱 용이하고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DTS-ES 6.1채널과 돌비디지털 5.1EX를 수록한 사운드 역시 최신 타이틀다운 수준급의 음질을 수록하고 있다.
일단 영화의 가장 중요한 사운드 포인트가 되는 괴물의 소리는 그야말로 최근 한국영화는 물론 외국영화 타이틀
가운데서도 손꼽을 만한 결과물을 들려주는데, 초반 괴물이 등장하여 한강 둔치를 쿵쿵 뛰어오는 장면에서는
우퍼 스피커의 진동을 통해 그 무게감이 절로 느껴지며, 바로 이어지는 아수라장의 한강 시민 공원 장면에서도
괴물의 소리는 물론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비명과 잡다한 소리들이 복잡하게 섞여 있음에도 높은 채널 분리도와 함께
매우 선명하게 전달되고 있다. 특히 사운드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장면은 극중 희봉이 최후를 맞이하게 되는
빗속의 결투 장면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세차게 내리 치는 빗 소리와 괴물의 소리, 괴물에게 향하는 총소리,
그리고 긴박감을 더하게 하는 극적인 스코어까지 더해져 사운드의 요소가 집합된 장면이라 할 수 있는데,
각각의 선명한 사운드와 높은 채널 분리도는 조용한 매점 안에서 시작하여 다리 아래 강변에서 희봉이 죽음에 이르기까지
 정신 없이 몰아치며 사운드적인 몰입도 측면에서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괴물의 소리는 물론 에이전트 옐로우의
살포 시에 사운드처럼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사운드의 표현은 물론, 이병우 음악감독의 극적인 스코어도
풍부한 출력으로 만끽할 수 있다.



보통 DVD가 출시가 되고 나면 영화 본 편을 먼저 감상하기 마련인데, 아마도 본 편이 아닌 음성해설을
먼저 감상하게 된 것은 개인적으로 이번 <괴물>DVD가 처음이 아닐까 싶다. 괴물 DVD는 레퍼런스급 DVD답게
음성해설도 총 3가지가 수록되었는데 첫 번째는 감독과 송강호, 박해일, 배두나 등 배우들이 참여한 버전,
두 번째는 봉준호 감독의 단독 음성해설, 세 번째는 조능연 프로듀서와 김형구 촬영감독, 정영민 조명감독과
류성희 미술감독 등 스텝들의 음성해설이 수록되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영양가 있고 흥미로운 버전은
아무래도 봉준호 감독의 단독 음성해설일 것이다. 차분한 태도이지만 장면 장면에서 할 말은 다하고
미안했던 스텝들에게 이야기를 전하기도 하고, 관객들의 반응에 대한 생각이나, 논란 거리가 되었던 일들에 대해
코멘트를 하기도 하는데, 먼저 개봉 당시 논란이 되었던 현서의 죽음에 관련해서는 ‘현서는 죽은 것이 맞다’로
당연하게 결론지어졌다. 사실 이 논란을 논란이라기 보다는 감독의 말처럼 현서의 캐릭터에 너무 빠져버린
관객들이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고 싶어하는 마음에서 생기게 된 일로서 생각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또한 일부 장면이 일본 애니메이션 <패트레이버>를 표절 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두 작품을 잘 보게 되면
유사성이 없다는 것을 다 알 수 있기 때문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도 없었다는 말로 대신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기도 했던 마지막 괴물과의 결투 중 불 붙은 괴물의 CG에 관해서는,
예산과 시간의 부족으로 인해 그렇게 처리할 수 밖에 없었음을 어느 정도 스스로 인정하는 코멘터를 들려준다.



그리고 극 중 강두가 ‘No Virus?’하고 묻는 장면은 노골적으로 미국의 이라크전에 관한 풍자를 하고 있다는 것과
극 중 남일이 예전 운동권 선배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는 장면의 분위기는 의도적으로 80년대 운동권 학생과
그 주변의 분위기를 내려고 했었다는 말도 전한다. 그리고 강두가 전두엽 추출 수술 이후 분명 이전과는 달라졌다는
이야기도 하는데, 송강호의 연기의 패턴 또한 그 전과 후 과 뚜렷이 구분되고 있음을 설명해 주고 있다.
배우들의 음성해설은 시나리오와 연출 의도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촬영현장과 분위기,
에피소드에 관한 이야기들이 즐거운 분위기 아래 진행된다(하지만 변희봉 씨와 고아성 양이 참여하지 못한 것은
아무래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스텝들의 음성해설은 각각 파트에 해당하는 장면이 개별적으로 녹음되어 있으며
각각의 전문 분야에 관한 더욱 세세한 이야기가 수록되었다.



두 번째 디스크에는 마치 괴물의 세포를 연상시키는 메뉴 디자인 아래 다양한 서플먼트들이 수록되어있다.
크게 ‘괴물탄생’과 ‘괴물제작’으로 나뉘어있는데, ‘괴물탄생’에서는 촬영 이전에 프리프로덕션 단계에 관한 영상들을
주로 수록하고 있다. 제작자인 청어람의 최용배 대표와 봉준호 감독과 시나리오를 공동으로 작업한
하준원, 백철현씨의 인터뷰가 수록되었으며, 주연배우들이 촬영에 필요한 사격, 양궁 등을
미리 연습하는 과정이 담겨있다. 그리고 감독 자신이 캐스팅의 핵심이라고 표현한 현서와 세주 역할의 캐스팅의
관련한 오디션 영상이 수록되었는데, 그 사이 많이 커버린 고아성 양의 어린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뉴스 속보’에서는 영화 속에 등장했던 뉴스 클립들을 따로 감상할 수 있는데, 최일구 앵커를 비롯하여
김원장 KBS기자 등 연기자가 아닌 실제 방송인들이 출연한 뉴스 클립들인지라, 또한 영화 속에서는
TV속 화면으로 작게 표현되거나 스쳐 지나가는 영상으로 표현되어서 자세하게 감상할 수 가 없었던 영상이라
매우 흥미롭다. ‘괴물 제작’ 에서는 괴물 자체의 구상에서부터 디자인, 컴퓨터 그래픽을 거쳐
최종적으로 스크린에서 관객들이 보게 될 때 까지의 과정을 상세하게 담고 있다.
특히 장희철 크리처 디자이너가 뉴질랜드의 웨타숍에 건너가 웨타숍 디자이너들과 함께
작업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을 통해, 영화 <괴물>에 있어 괴물의 디자인을 완성한 장희철 디자이너의 공로를
새삼 느끼게 된다. 또한 웨타숍에서의 영상은 <반지의 제왕>서플먼트에서 볼 수 있었던 리차드 테일러가 등장하기도 해
마치 외국 영화 DVD의 서플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괴물은 왜 그랬을까’라는 제목의 서플먼트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음성해설과 함께 영화 ‘괴물’을 강두 가족이 아닌
‘괴물’의 입장에서 영화를 재해석 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의도처럼 ‘괴물’이 단순히 무지막지한 괴수가 아니라
나름 상처를 입고 외롭기도 하고, 인간의 잘못에 의해 만들어진 산물로서 어떠한 관점을 갖고 있었는가를
알 수 있는 흥미로운 스페셜 피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밖에 ‘괴물 갤러리’에서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괴물 과는 다르지만, 초기에 구상되었던 다양한 형태와
컨셉의 괴물의 이미지가 수록되었다. 그리고 이스터 에그로 수록된 영상에서는 현서와 바뀌게된
여중생 역할 소녀와 방역업체 직원으로 괴물에게 잡혀가게 되는 역할의 배우,
그리고 한 때 ‘괴물녀’로 소개되기도 했던(음악을 듣다가 괴물에게 끌려가는 여자)역할을 맡은 배우의 인터뷰가
핸드폰에 전송된 동영상 방식으로 수록되었다.



세 번째 디스크에는 한강의 지도를 연상시키는 메뉴 화면아래 역시 다양한 서플먼트가 수록되었다.
‘한강질주’에서는 한강에서 촬영하면서 겪었던 어려움들과 마치 이 영화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믿을 만큼
훌륭한 건축물들이 실제로 한강에 존재했었다는 스텝들의 이야기 등 한강 로케이션에 관한 영상들이 수록되었다.
 ‘삼켜버린 장면’은 말 그대로 삭제장면이 수록되어 있는데, 특히 봉준호 감독이 삭제된 장면에만 출연했던
단역 연기자들에게 미안해하는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엄청난 금액이 투자된 괴물 장면들도
일부 삭제가 되었는데, 괴물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그 금액이 금액인 만큼 눈물을 머금고 본 편에서
삭제했다는 말도 전해 들을 수 있다. 음성해설과 일부 서플에서도 가끔씩 등장하지만,
 ‘봉감독의 사과합니다’에서는 본격적으로 봉준호 감독이 자신 때문에 고생했던 스텝들과 배우들에게
사과를 하는 재미있는 영상이 수록되어있다. ‘한강 찬가’에서는 이병우 음악감독이 영화음악을 만드는 과정을
담고 있으며, 시사회와 해외 영화제에 참여했던 장면들이 수록된 ‘스크린 외출’,
그리고 변희봉, 윤제문 등이 출연하는 단편 ‘Sink & Rise’등이 수록되어있다.



이 밖에도 일일이 나열하진 않았지만 소개 한 것 외에도 더욱 재미있고 흥미로운 서플먼트들이 가득 담겨있어
서플먼트도 가히 최고수준의 퀄리티와 완성도를 수록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봉준호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 이 영화가 1300만이라는 엄청난 관객 동원으로 인해 여름용 블록버스터,
상업영화 로만 평가되고 있는 것이 아쉽고, 그렇게 평가되기 보다는 그저 독특한 감성과 형식을 갖고 있는
하나의 재미있는 영화로 평가 받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전했는데,
봉준호 감독의 본래의 의도처럼 영화 <괴물>이 단순한 흥행작이 아닌 특별한 작품으로 이해되기에,
<괴물>DVD는 최고의 안내서가 아닐까 싶다.

2007.01.10
글 / ashitaka



2003.10.31

이 당시에도 파격적이었던 제목 --;;

그 당시엔 잘 몰랐는데 지금은 잘 지었다와 창피하다가 주기적으로 교차하는듯 --;


'농촌 스릴러'와 '전원일기 세븐' 가운데서 메인 제목을 상당히 고민했던 기억이...;;;



괴물 (The Host)

몇년전 <살인의 추억>을 보고 난 뒤 바로 들었던 생각은, 아니 보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영화가 재밌다 보다도 (물론 재밌지만), 완성도가 정말 높구나 하는 것이였다.

전체적으로 높은 완성도에데가 긴박함을 시종일관 유지시키는 리듬감, 감칠맛 나는 대사,

현실적인 캐릭터와 배경, 봉테일이라고 불릴만큼 엄청난 디테일 등은 봉준호 감독의 다음 작품을 몹시도 기다리게 했다.

아마도 <살인의 추억>이 개봉관에서 내린뒤 모 잡지에 난 인터뷰에서 다음 작품은 한강에 사는

괴물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화할 것 같다 고 했던 것에서부터, 이 영화 '괴물'에 대한 기대는

시작되었을 것이다.



<괴물>은 봉준호 감독의 특징이 매우 잘 나타난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공포와 스릴러의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특유의 리듬감.

공포영화들의 기존 법칙과는 다르게 <괴물>은 초반에 공포에 대상이 완전히 드러나고

사실상 시작하자마자 사건이 터져 끝날때까지 잠시 숨돌릴틈만 주고 몰아치는 스타일이다.

이런 전개에 적절한 리듬감을 준것은 역시 특유의 유머일 것이다.

그리고 이 유머는 상황설정의 아이러니와 대사의 맛으로 나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시나리오를 직접 작업하기도한 봉감독의 대사와 이 멋진 대사를 더 멋지게 살려내는

배우들의 조화는 그야말로 탁월한 수준이다.



<살인의 추억>에서도 조금 느낄 수 있었지만, <괴물>에서는 권력(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는

특히 미국(미군)의 권력)에 대한 풍자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감독의 의도로만 따진다면 극중 가족들이 괴물에게 갖는 분노와 맘먹을 정도로

감독이 권력에 대해 갖는 분노가 느껴질 정도로 노골적인 풍자의 설정들이 가득하다.

국민들이 수없이 죽어나가는 상황에서도 미군이 관련된 상황에서는 아무런 조사, 결정권도

없다는것이나, 주인공 박강두의 인권은 무시한채 사건을 은폐시기고 희생양을 삼아

사건을 매듭지어버리려는 시도는 물론, 다 재쳐두고라도 괴물의 탄생 자체가 미군이

한강에 독극물을 아무렇지도 않게 흘려버린것에서 원인했다는 기본 설정만 하더라도

상당히 공격적인 바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권력에 풍자와는 조금 별개지만, 합동분향소에서

그 와중에도 차빼달라고 소리쳐 사람을 찾는 경비원에게서,우리나라 사람들에 대한 또 다른

풍자를 엿볼 수 있었다)




디테일에 있어서는 한국영화 계에서 단연 최고라고 할 수 있는 봉테일, 봉준호 감독.

<괴물>의 표면적인 주인공인 '괴물'의 디테일을 완성시키기 위해(한국영화라는 태초의

한계에 안주하지 않고, 쉽게 말해 어설프게 보이지 않기 위해서) 우리에게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유명한 웨타워크숍에 괴물 디자인을 맡겼고, 미국의 오퍼니지 스튜디오에 전체적인 CG를 맡겨

스크린에 괴물이 단지 영화속에 괴물로만 생각되지 않을 정도의 디테일을 완성하였다.

특히 다리 아래를 체조하듯 이동하는 괴물의 멋진 움직임은

약간 과장된 몸짓임에도 그리 어색해 보이지 않았으며, 특히 인물들과 괴물이 겹치는 부분에서

정확히 괴물과 인물들간에 접촉이 있는 장면에서도 전혀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이 말은 CG의 수준이 대단하다는 것만으로 생각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생각해본다면

이제 우리나라의 배우들도 가상의 캐릭터와 연기하는 것에 조금은 익숙해졌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생각했던것보다 괴물의 실체가 상당히 많은 시간 노출된데에는, 괴물의 퀄리티에

상당한 자신감이 없었으면 할 수 없는 일이였을터. 괴물의 디테일은 지금까지의 한국영화는

물론이고 헐리웃 영화들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정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괴물'이라는 공포스런 존재로 시선을 끌긴 했지만, 사실상 영화 <괴물>은 가족영화이다.

가족들간의 유대감이 부족하고 구성원들 개개인들도 특별히 유별날 것이 없는 한 가족이,

딸이 괴물에게 잡혀가면서 하나로 모이는 계기가 되고(합동 장례식 장에서 박희봉 왈 '현서야,

너 때문에 우리가 다 한자리에 모였다'라고 했을 정도로), 이후 또 한번의 사건을 겪으면서

그동안 서로를 믿지 못했던 가족이 서로를 조금 더 신뢰하게 된다. 특히 아버지와 딸의 관계,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 주목하며 순간순간 감동마저 불러일으킨다.

혹자는 결국 현서가 죽음에 이르고 현서와 함께 있던 남자아이는 살아나며, 별볼일 없던

박강두가 괴물과 1:1로 맞설정도로 초인적인 캐릭터로 변한 것에 대해 오바라고 하기도 하지만,

현서가 아닌 현서가 구하려던 남자아이가 살아남은 것은 어쩌면 구하려던 현서가 살아남은것

보다 더 큰 의미를 갖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며, 영화내내 함께 느꼈던 가족의 분노가

그들을 용사로 만들었던것은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과장된 것은 아니였다.

(개인적으로는 박강두든지 아니면 박남일이라도 마지막 장면에 괴물에 면상에 대고 욕지껄이라도

한번 해주어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줬으면 어땠을까 기대하기도 했었다.

마치 <에일리언 2>에서 리플리가 에일리언에게 덤빌테면 덤벼봐라고 멋지게 말했던것처럼

말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봉감독의 디테일만큼이나 섬세했다. 송강호는 약간은 모자란 박강두 역할을 맡아

딸을 잃고 모든 것을 괴물을 찾는데 쏟다가 권력에 의해 고통받기까지 하는 캐릭터를

너무나도 실감나게 보여주었다. 특히 병원에 갖혀있을때 미국인 의사가 노 바이러스 하는 것을

알아듣고 '바이러스 없구나'할때의 그 특유의 억양은 송강호만이 제대로 살릴 수 있는

대사였다고 생각된다. 변희봉은 <살인의 추억>에서는 이렇다할 포스를 펼치지 못했던것과는 달리

<괴물>에서는 러닝타임내내 가족을 리드하는 리더쉽을 보여준다. 변희봉 역시 대사를 치는데

있어서는 연기경력이 헛된 시간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경지에 오른 수준을 보여준다.

박해일이 맡은 박남일은 후반으로 갈 수록 빛을 발하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결국 운동권 시절에

주특기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후반 멋진 장면을 연출한다. 배두나가 맡은 박남주 역할은

예상했던 것보다는 비중이 적은 것이 사실이지만, 괴물을 똑바로 쳐다보고 활을 날린 뒤

쳐다보지 않고 돌아서는 장면에서의 포스는, 국내 여배우에게 저런 아우라를 풍길 수 있는 배우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멋진 장면을 연출했다. 현서 역을 맡은 아역 배우 고아성은 상당히

비중있는 역할로서, 특히 괴물과 대치하는 대부분의 긴장되는 상황에 등장하면서 단순 아역이

아니라 당당하 주, 조연 배우급의 활약을 펼쳤다 (극중 캐릭터들의 이름을 잘 보면 알겠지만

배두나가 맡은 '박남주'를 제외하면 모두 실제 배우와 캐릭터간의 이름이 한글자 이상씩 겹치는

것을 알 수 있다). <살인의 추억>에 출연했던 김뢰하, 박노식 등도 잠깐씩 만나볼 수 있으며,

<남극일기>에서의 연기가 기억에 남는 윤제문도 매우 중요한 결정적 캐릭터를 맡았다.

그리고 이미 여러번 화제가 되었던것처럼 오달수는 괴물의 목소리 더빙을 맡기도 했다.




<괴물>은 여러가지 면에서 최고라 불릴만한 영화임에 틀림없다.

극장을 나오면서 바로 또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한동안 멍해질 정도로 몰입할 수 있었던

영화였다. 이미 2번째 얘매는 마친 상태. 최소 2번은 더 볼듯하다. 벌써부터 DVD가 기다려지는건

봉준호 감독작품이라 아무래도 더한것 같다.


 
글 / ashitaka

p.s / 1. 영화 초반 뉴스 장면에서 앵커를 맡은 최일구 앵커는 너무 유명해서 제쳐두고 라도,

           현장에 기자로 나왔던 김원장 기자까지 실제 기자를 쓴 것을 눈치챈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듯. 김원장 기자는 KBS기자로서 뉴스나 라디오뉴스를 통해 알고 있었던지라

           제법 반가웠는데 MBC앵커에 KBS기자라니 이것도 색다른 재미였다.


         2. 오프닝 크래딧에 음악 이병우 라고 나왔을때, 사실 조금 어울리지 않을 듯해 우려섞인

            걱정을 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상당히 만족스런 영화음악이 나왔다.

            이병우는 이제 기타리스트 보다는 먼저 영화음악가가 더 우선적으로 호명되어야

            할 것 같다.


         3. 이제 원효대교 밑을 비롯해 한강둔치는 다리 아래들은 관광명소가 될듯.


         4. 극장을 나올땐 더 많은 p.s가 생각났었는데 지금은 졸려서 그런지 생각이 잘...

           몇번 더 관람뒤 제 정리해야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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