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 비긴즈 다시보기 (Batman Begins, 2005)

공포를 극복하고 배트맨으로 태어나다



다음주면 드디어 개봉예정인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나이트 라이즈 (The Dark Knight Rises, 2012)'를 오매불망 기다리며, 감상에 더 효과적일 만한 각종 작품, 자료들을 섭렵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놀란 배트맨 3부작의 시작인 '배트맨 비긴즈'를 빼놓을 수는 없었다. '배트맨 비긴즈'는 개봉 당시에도 매우 만족했던 작품이었는데 (잘 아시다시피 전반적으로 '다크나이트'급의 열광은 없었으며, 별로라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나왔던 당시 분위기였다), '다크나이트'를 보고 나서 다시 보게 된 비긴즈는 더 매력적인 작품이었기 때문에, 라이즈를 준비하는 시점에서 꼭 한 번 다시 볼 만한 필요가 있다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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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비긴즈'를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역시 '왜 브루스 웨인은 배트맨이 되었나?'에 대한 답이라고 할 수 있겠다. 모든 '비긴즈' 영화의 숙제이자 반드시 설명해야 할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특히 배트맨의 경우 후천적인 사고에 의해 본의아니게 히어로가 되었거나 아니면 선천적으로 능력을 타고 난 경우와는 달리, 본인의 의지에 따라 '배트맨'이 된 경우이기 때문에 '왜?'라는 물음이 더욱 중요할 수 밖에는 없는 작품이라 하겠다. 그런 측면에서 '배트맨 비긴즈'는 정말로 탁월한 작품이다. 그래서 적지 않은 수의 팬들이 '다크나이트'보다도 이 작품을 더 꼽기도 하고, 결국 이 3부작이 완성되려면 가장 중요한 부분은 '왜?'라는 물음에 답해야 할 '배트맨 비긴즈'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작품은 그에 대한 완벽하고도 충분한 답을 주는 작품이었다. 그렇다면 왜 브루스 웨인은 배트맨이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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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인지 이번에는 기존에 보았을 때와는 달리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이 되기 이전 이야기에 더욱 집중하게 되었다. 그리고 여기에 굉장히 많은 담론들과 이 3부작을 관통하는 중요한 모티브가 심어져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결국 브루스 웨인은 스스로가 겪는 공포를 이겨내는 과정 혹은 중간의 해결책으로 배트맨이라는 아이콘이 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단편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부모의 죽음을 눈 앞에서 겪게 된 이후의 공포와 복수의 트라우마가 도화선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작품을 잘 보면 알 수 있지만 이 사건은 하나의 계기였을 뿐 브루스는 그 이전 동굴에 떨어져 박쥐들로 표현된 공포를 겪은 것이 가장 큰 모티브인 동시에 고통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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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메인 테마가 '공포'와 '극복'에 있다는 점에서 부모의 죽음, 특히 아버지의 죽음은 단순히 부모를 잃은 것에 대한 상처가 아닌 공포라는 것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브루스가 어려서 깊은 우물에서 공포에 빠져있을 때, 이를 극복해준 매개체는 다름 아닌 아버지인 토마스 웨인이었다. 다른 히어로들이 아버지를 비롯해 자신에게 직언을 해준 이의 말을 고비 때마다 되새기며 다시 초심을 다잡는 것과는 달리, 브루스 웨인은 초심을 되찾으려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말에 힘입어 자신의 공포를 극복해내게 되는 것이다 (떨어지면 다시 올라오면 돼, 라는 말은 단순히 생각하면 별 것 아니지만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이 된 이후에도 겪게 되는 일들이나 배트맨이 되려고 한 목적 등을 따져본다면 '올라오면 된다'는 건 브루스 혼자서는 이끌어낼 수 없었던 해결책이었기에 매우 중요한 모티브가 된다). 정리하자면 어린 브루스는 공포를 스스로 극복한 것이 아니라 아버지라는 존재로 인해 극복하고 의지한 상태였는데, 이러한 아버지를 잃게 되자 다시금 공포에 휩싸인 동시에 본인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로 마음 먹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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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하나 더 덧붙이자면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만약 브루스가 본래 계획했던 대로 스스로 복수할 수 있었더라면 얘기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공포 - 극복(아버지) - 아버지의 죽음 - 복수 (범인의 처단) 으로 내면적 고통을 해결했거나 혹은 스스로 극복하는데에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수도 있을 텐데, 자신의 손으로 복수할 기회를 영영 잃어버린 것이 이 기회를 다른 곳 (고담의 악당들을 퇴치하는 것)에 쓰도록 만든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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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죽인 범인이 결국 다른 자의 손에 죽게 되자 혼란을 겪던 브루스는, 고담의 지배자인 팔코니와 만나 또 다른 공포를 접하고는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떠나기로 작정한다. 노숙자와 옷을 바꿔 입고는 스스로 다른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결심을 하고 뛰어가는 이 뒷 모습은, 이후 '다크나이트'의 마지막 장면에서 스스로 고담의 다크나이트가 되기로 결심하고 뛰어가는 그 뒷모습과 너무 닮아 있었다)


이후 라스 알굴과 듀커드를 만나 자경단으로서 훈련을 받는 것 역시 브루스에게는 공포를 극복하는 하나의 훈련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배트맨 비긴즈'에서 배트맨은 대부분의 다른 영웅이 그러하듯이 코스튬을 입고 나선 이후 바로 완전한 영웅으로서 완성된 것은 아니었다 (물론 다른 영웅들에 비해서는 훈련 기간이 많아서인지 첫 시도에서도 거의 능수능란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것 역시 공포의 극복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겠는데, 즉 브루스 웨인이 진정한 배트맨이 된 시기는 스스로 공포를 극복한 시점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이 작품에는 주적 중의 하나로 닥터 크레인 (허수아비)이 등장하고 있는데, 닥터 크레인의 주 공격 포인트가 바로 상대의 공포를 이끌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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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인과 상대하게 된 배트맨은 바로 이 공포를 자극하는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거의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주저 안고 마는데, 영화는 이 지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왜냐하면 아직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 코스튬을 입고 활동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완전히 자신의 공포를 극복해내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다시 한 번 알프레드를 통해 아버지 토마스 웨인의 유산(재산적인 것 말고)을 비로소 흡수한 브루스는, 진정한 배트맨으로 거듭나게 된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자신이 공포를 극복하는데에 가장 큰 역할을 했던 또 다른 존재인 듀커드와의 일을 마무리 짓는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비긴즈'가 보면 볼 수록 완성도가 높은 것이 '비긴즈'로서 해야할 숙제들을 모두 만점으로 완료한 동시에 '다크나이트'로 가는 연결고리로서의 역할 역시 아주 자연스럽게 해내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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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마지막 대놓고 다음 편의 주적은 조커가 될 거라는 장면(이건 암시라고 하기엔 너무 직접적이니)은 이미 '다크나이트'를 통해 보았던 것처럼 속편의 주제가 어떤 것이 될 것이라는 것까지 이야기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리고 예전에는 미처 몰랐는데 '다크나이트'와 연결지어 보면 이 마지막 조커 장면 외에도, '다크나이트'에서 주로 다뤄지는 갈등의 요소에 대한 브루스 웨인/배트맨의 입장과 생각을 자주 엿볼 수 있었다. 즉, 브루스 웨인이 자신이 공포를 극복해내며 드디어 배트맨으로서 태어날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존재의 문제들이 산재되어 있다는 것을 '배트맨 비긴즈'는 은근히 내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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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쨋든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다음 주 개봉할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위해 '배트맨 비긴즈'를 다시 보는 것은 매우 유익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아마도 이 생각은 '배트맨 비긴즈'를 보았을 때 보다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보고 나서야 더 깊게 공감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아, 이제 여섯 밤만 자면 그 대단원을 만날 수 있겠구나 ㅠ



1. 다시 본 '배트맨 비긴즈'는 '다크나이트'에 비해 유머가 상당히 많은 작품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되더군요. 거의 시퀀스마다 하나 둘 씩 등장할 정도니까요. 어쩌면 시작부터 너무 무거워만 질 수 있는 것을 위한 장치였을지도 모르겠네요.


2. '다크나이트' 역시 주말에 다시 보긴 할 건데, 또 글을 쓰게 될지는 모르겠네요. '비긴즈'에 비해 예전에 써놓은 글의 양이 많다보니 말이죠 ^^;;


다크나이트 _ 히어로물의 역사를 새로 쓰다 #1 - 첫 느낌

http://realfolkblues.co.kr/696


다크나이트 _ 히어로물의 역사를 새로 쓰다 #2 - 세계관과 메시지

http://realfolkblues.co.kr/700


3. 모든 이미지는 '배트맨 비긴즈' 블루레이에서 직접 캡쳐하였습니다.


4. 이건 그냥 보너스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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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당시 재미있는 논란이 되기도 했었죠 ㅋ 매번 눈 주위만 팬더처럼 까맣게 칠해야하는 배트맨의 이면. 이 장면은 '킥 애스'에서 직접적으로 나오기도 했죠 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Warner Bros. 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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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블루레이 한장을 그것도 한정판으로 구매한 것 같다.
물론 <배트맨 비긴즈>는 이미 코믹스가 포함된 DVD 한정판을 소장하고 있지만, 최근 발매된 블루레이에는
업그레이드된 화질과 음질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다크나이트>의 프롤로그 영상이 1080P의 화질로
수록되었기 때문에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 프롤로그의 화질이란 것이 가히 블루레이 최고 수준의
화질이라 리뷰어 입장을 재쳐두더라도, 일반 소비자로서라도 이 화질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지 않고서는
견디기 힘든 것이라.....불가항력이었다.

그런데 예약시기에는 사실 그다지 큰 관심이 없어서 넋을 놓고 있었는데, 나중에야 타이틀의 소장가치를
깨닫고 찾아본들, 이미 모든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매진 상태.
포기하고 있을 때쯤, 우연히 광화문 교보에 들렀던 동호회 형님께서 '2장 남아있더라'라는 제보를 투척.
바로 30분만에 날아간 교보에는 다행히도 그 두 장 중, 한 장이 아직 살아남아 있었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결국 손에 넣게 된 <배트맨 비긴즈 블루레이 한정판>




배트맨은 대부분의 슈퍼히어로 물이 그러하듯 만화책을 원작으로 영화화되어 인기를 얻으며
시리즈물로 거듭난 작품이다. 코믹스에 원작을 두었다는 것은 다르게 해석해보면 국내보다는
미국 내에서 훨씬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점이기도 하다

(배트맨을 비롯한 ‘슈퍼맨’ ‘스파이더맨’ 등 미국 내에서의 슈퍼 히어로를 그린 코믹스의 인기는,

일반 영화 속에서 가끔 광적으로 만화책에 유난히 집착하는 주인공들을 봐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슈퍼 히어로 장르를 이야기 할 때마다 다른 히어로 캐릭터들과 비교가 빠질 수 없는데,
배트맨은 다른 히어로들과 극을 달리는 캐릭터임으로 비교가 쉬운 편이다.



슈퍼맨은 타고난 능력을 가진 크립톤 행성 출신의 외계인이니 일단 접어두고,
헐크나 스파이더맨은 방사능 노출이나 후천적 사고에 의해 능력을 갖게 된 경우이나,
배트맨은 이들과는 엄연히 다르다. 배트맨에겐 선천적으로 주어진 탁월한 능력도 없으며
후천적으로 얻게 된 능력 또한 없다. 그에겐 오직 부모님께 물려받은 엄청난 재력.
재력을 바탕으로 갖게 된 최첨단의 신형 무기들. 그리고 후천적 트레이닝을 통해
얻게 된 능력 들이 전부이다. 슈퍼 히어로들 가운데에는 가장 일반인스럽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소시민을 대변했던 스파이더맨과는 또 다른 차이가 있는 캐릭터라 할 수 있겠다.



또한 배트맨은 매우 우울하고 슬픈 히어로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살해되는 장면과
동굴에서 박쥐들에게 느꼈던 공포를 바탕으로 분노와 복수심에 시작된 캐릭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그 어떤 캐릭터보다도 그 시작이 중요한 캐릭터가
바로 배트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도 배트맨 시리즈 가운데 최고의 작품으로 인정받는 팀 버튼의 ‘배트맨’과
 ‘배트맨 리턴즈’에서도 배트맨이 어떻게 배트맨이 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그리 자세하게 묘사되지는 않는다(물론 비긴즈에도 등장하는 부모님에 살해 장면은 등장하지만,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 이후 갖가지 잡다한 캐릭터들을 등장시킨 ‘배트맨과 로빈’ ‘배트맨 포에버’ 등은
거론할 필요도 없을 듯. 팀 버튼의 배트맨 이후 나왔던 두 편의 배트맨은 연기력, 캐스팅,
작품성 등 모든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작품들이었다.
배트맨 슈트를 아무나 입혀놓는다고 흥행할 수는 없었던 것.



이에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 새 천년에 새롭게 시작될 배트맨의 감독으로
워너가 점찍은 감독은 크리스토퍼 놀란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아니지만, 워너 입장에서
배트맨이라는 블록버스터의 감독으로 ‘메멘토’나 ‘인썸니아’에서 연출력을 인정받았던
크리스토퍼 놀란을 선뜻 감독으로 캐스팅하기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듯싶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워너에서 3편과 4편의 실패 요인을 제대로 분석한 처방이었다고 생각된다.
적어도 크리스토퍼 놀란이 만들어내는 배트맨이 화려함에서 뒤 떨어질 것 같은 우려는 할 수 있을지라도,
이야기 구조가 엉성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안 해도 될 테니 말이다. 더군다나 위에서 잠시
언급했던 것처럼 액션의 화려함도 화려함이지만, 배트맨이 어떻게 배트맨이 되었나를 비중 있게
그려내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놀란을 감독 의자에 앉힌 것은 매우 탁월한 결정이었다고 생각된다.



사실 겉으로 드러날 정도의 엄청난 초호화 캐스팅은 아니지만, 아놀드 슈왈제네거,조지 크루니,
우마 서먼, 알리시아 실버스톤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화제만(?) 모았던 ‘배트맨 & 로빈’에
전혀 뒤질 것이 없는 화려한 캐스팅을 구성하고 있다. 특히 배우의 면면을 살펴보자면
어느 영화에도 뒤지지 않는 탄탄한 연기파 배우들이 요소요소에 배치되었음을 알 수 있다.



배트맨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아무래도 배트맨과 브루스 웨인 일 텐데, 배트맨과 웨인의
이중적인 모습을 연기해야 하며, 쉽지 않은 액션도 소화해야하고 무엇보다 내면연기를 이어가야 하는
복잡한 캐릭터임을 감안하였을 때, 크리스찬 베일이 재 창조해낸 배트맨은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배트맨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싱크로 율을 선보인다.
크리스찬 베일은 영화 제작 전에 팬들에게 의견을 물었던 설문조사에서도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던 배우였었다.

크리스찬 베일 외에 가장 눈에 띠는 배우 중 하나는 바로 리암 니슨일텐데, 지금까지 주인공의
스승이나 현자 등 지적이고 좋은 역할로만 분했던 그가, 이번 영화에서는 거의 처음 악역을 맡아
새로운 악역 캐릭터를 그려낸다. 완전 나쁜 놈이라기보다는 그저 주인공과 이상향이 다른 인물로
느껴지는 것도 그의 우아한 연기덕분 일터.



이와 반대로 악역 연기에 고수로 널리 알려진 게리 올드만은 참으로 오랜 만에 선한 역할을 맡아
극의 깊이와 재미를 동시에 선사하고 있다. 특히나 그의 캐릭터 ‘고든’은 코믹스의 이미지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모습으로 만화책의 열렬한 팬들에게도 적극적인 지지를 얻을 만한 캐릭터라 생각된다.
이 밖에도 이전 시리즈의 알프레드 보다 더욱 인자하고 아버지에 느낌을 물씬 전해주는 캐릭터를 그린 마이클 케인과 주인공을 돕는 조연 역할로는 최고의 선택이었을 모건 프리먼,
여자 주인공으로 나름대로 자연스런 연기를 보여준 케이티 홈즈, 이 밖에도 빼놓을 수 없는 조연인
실리안 머피와 켄 와타나베, ‘블레이드 러너’의 마지막 장면이 아직도 생생한 룻거 하우거까지...
꼼꼼히 따져보면 모든 배우들 중 아무나 주연을 맡아도 전혀 어색할 것이 없을 정도의
화려한 캐스팅을 갖췄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출시된 DVD는 블록버스터에 걸 맞는 수준급 화질과 음질을 수록하고 있다.
물론 우리가 흔히 액션 블록버스터 하면 떠올리게 되는 DTS사운드는 제공되지 않지만
돌비디지털 5.1채널만으로도 만족할만한 사운드를 들려준다(워너는 DTS사운드를 수록하지 않기로 유명한데, 배트맨 비긴즈에는 역시나 수록되지 않았지만 최근 이와 함께 출시된 전작들의 SE버전에는 DTS트랙이 수록되어 놀람과 반가움을 동시에 전하기도 했었다).
슈퍼 히어로를 다룬 영화답게 멀티 스피커를 최대한 이용하는 장면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동굴에서 박쥐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때의 공간감이라던가, 영화의 하이라이트 겪인 텀블러(배트카)를 타고 벌이는 추격 씬 에서의 사운드는 레퍼런스까진 아니더라도 그에 조금 못 미치는 매우 우수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텀블러가 만들어내는 그 묵직한 사운드는 우퍼 스피커를 통해 무겁게 전달된다.



이 바로 전에 ‘킹덤 오브 헤븐 DE'를 리뷰 한 뒤라 그런지 모르지만, 배트맨 비긴즈의 화질은 레퍼런스에는
역시나 조금 못 미치는 우수한 영상을 수록하고 있다. 영화 자체가 어두운 장면이 많았던 터라 화질의
여부는 여느 때보다 매우 중요한데, 암부의 표현력도 우수한 편이여서 감상에 전혀 지장을 주지는 않을 듯하다.
서플먼트는 두 번째 디스크에 따로 수록되었는데 코믹스 풍의 메뉴 화면이 인상적이다.
마치 이스터 에그를 찾듯 하나씩 공개되는 서플먼트에는 감독인 크리스토퍼 놀란과 프로듀서의
인터뷰를 통해 마치 비밀스런 007작전과도 같았던 배트맨 프로젝트의 탄생과 준비 과정에서의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또한 크리스찬 베일을 비롯한 여러 배우들의 인터뷰와 만화가 영화로 옮겨지기까지의 과정,
배트맨 하면 절대 빠질 수 없는 배트맨의 특별한 의상의 제작과정 등이 흥미롭다.



특히 영화를 위해 실제로 운전이 가능한 텀블러를 제작하여 영화에 적용하기까지의 과정은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이밖에 각 캐릭터들을 설명해주는 파일 형식의 메뉴와 배트맨의 각종 무기 등을 설명해주는 영상이 수록되었다. 최근 서플먼트의 경향을 보았을 때 감독과 배우, 스텝의 음성해설이 수록되지 않은 점, 그리고 기존 시리즈가 DTS를 포함한 SE버전으로 재 출시된 것을 감안하였을 때, 더 나은 버전에 ‘배트맨 비긴즈’가 나올 가능성도
없진 않지만, 최근 출시된 버전으로도 저렴한 가격과 스펙을 감안하였을 때는 절대 후회하지 않을
DVD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2005.10.17
글 / ashit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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