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올해의 영화 베스트 10


2013년은 저에게 정말 정신 없이 바쁜 한 해 였습니다. 이 블로그에는 영화 관련된 이야기만 주로 올리다보니 얘기할 기회가 없었지만, 지난 해 말부터 올해 지금까지는 제 직장 경력을 통틀어 가장 정신 없이 바쁜 한 해였으며, 그 만큼 중요한 일들과 역할을 맡다보니 본래 좋아하던 영화보고, 음악듣고, 글 쓰는 일을 병행하는 것이 정말 더 더 어려워만 지더군요. 그런 측면에서 보았을 때 이전보다 더 많은 영화를 보진 못하고, 영화제에 가는 건 꿈도 못 꿀 정도가 되었지만, 그래도 잠을 덜 자가며 어렵게 본 영화들과 써내려간 글들이라 더 뿌듯하기도 한 한 해 였기도 했네요.


제가 주변 사람들에게는 자주 하는 말인데, 이렇게 잠을 못 잘 정도로 바쁘고 피곤해도 영화보고 쓰는 일을 잠시 쉬거나 멈추지 않는 건, 한 번 멈추면 절대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만 같아서에요. 올해는 정말 중간에 쉬고 싶은 유혹이 많았었는데, 그 때 마다 두 눈을 부릅뜨고 버텨냈던 것 같습니다. 올해 본 '잉투기'를 보면 그런 대사가 나와요.


'계속하는 것은 힘이 된다'


제게 올해는 이 말을 새삼 깊이 새겨보았던 한 해였습니다.

자, 그럼 제가 올 해 본 영화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10편의 영화를 소개합니다.

순위는 없으며 순서는 제가 극장에서 본 순서입니다.







1. 라이프 오프 파이 / 이안


올해 초 본 이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는 3D의 놀라운 영상도 대단했지만, 그 영화가 담고 있는 이야기의 놀라움이 더 큰 작품이었어요. 믿음에 관한 영화 가운데 아마도 오랫동안 회자될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믿느냐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믿고 싶어 하는 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 작품.


라이프 오브 파이 _ 믿음을 말하는 거대한 이야기

http://realfolkblues.co.kr/1781







2. 가족의 나라 / 양영희


올 해 초 보았던 양영희 감독의 '가족의 나라'는 당시 너무 일찍 올해의 영화를 보게 되었다고 바로 말할 수 있었을 만큼,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우리와 관련이 있는 제3자 혹은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내 나라, 내 가족의 대한 이야기로 전달한 수작.


가족의 나라 _ 내 가족이 살고 있는 나라

http://realfolkblues.co.kr/1760






3. 월플라워 / 스티븐 크보스키


올 해의 청춘영화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엠마 왓슨 주연의 '월플라워'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이 영화는 청춘 영화가 흔히 담고 있는 무모함과 아름다움을 가장 높은 수준의 진심을 담아 전달하고 있는 영화였어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습니다.


월플라워 _ 청춘, 그 뜨거운 무한함에 대해

http://realfolkblues.co.kr/1784






4. 테이크 쉘터 / 제프 니콜스


올 해의 청춘영화가 '월플라워'라면 올 해의 가족영화는 '테이크 쉘터'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처음엔 약간 미스테리한 SF적 요소에 관심이 있어 보게 된 영화였는데,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바는 가장 진한 가족에 대한 내용이었네요.


테이크 쉘터 _ 불안을 이기는 가족의 힘

http://realfolkblues.co.kr/1794






5. 비포 미드나잇 / 리차드 링클레이터


전 물론 제가 '비포 선라이즈'와 '비포 선셋'을 좋아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얼마나 좋아하는 지는 바로 이 작품을 보고나서야 알 수 있었어요. '비포 미드나잇'은 뭐랄까, 극도로 현실적이면서도 판타지가 존재하는 그런 영화였는데, 삶의 아름다움과 현실로 인해 뭐라 말하기 힘든 감정이 드는 참 이상한 영화였어요. 저도 그들처럼 어른이 되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네요.


비포 미드나잇 _ 세월의 무상함 보다는 성숙함

http://realfolkblues.co.kr/1803






6. 일대종사 / 왕가위


한 동안 다른 길을 가는 것처럼 보였던 왕가위가 엽문을 주제로 한 무협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화려하고 기술이 주가 된 액션 영화보다는 정수를 담은 영화가 될 것이라는 부푼 기대가 있었어요. 그 기대를 넘어설 만큼 왕가위 감독은 정수에서도 최고 지점을 간파하는 무협 영화를 만들었으며, 양조위는 기대 만큼 해주었고 장쯔이는 왜 그녀가 중화권 최고의 배우인지를 몸으로 보여준 정말 멋진 연기였어요. 굳이 여우주연상을 꼽자면 그녀.


일대종사 _ 왕가위의 21세기 동사서독

http://www.realfolkblues.co.kr/1829






7. 그래비티 / 알폰소 쿠아론


알폰소 쿠아론이 언젠가 일을 낼 줄 알았어요. 제가 해리포터 시리즈에 애착을 갖게 된 것도 그가 연출을 맡았던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때문이었거든요. '그래비티'가 올해 최고의 영화 중 하나라는 것에는 전혀 이견이 없습니다.


그래비티 _ 당연하다고 여겼던 존재의 발견

http://www.realfolkblues.co.kr/1847







8. 사이비 / 연상호


'사이비'는 가장 흥미롭고 재미 없기 힘든 주제와 (하지만 반대로 그 가운데서 돋보이긴 힘든) 악인이 더 나쁜 악인과 싸우는 익숙한 구조 속에서도, 진정성과 다른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준 수작이었어요. 맹신이라는 것을 일 방향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몇 가지의 다른 방향을 열어둠으로서, 같은 주제지만 새롭게 생각해볼 거리를 던져 준 영화이기도 했구요. 전작 '돼지의 왕'보다 모든 면의 진 일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국내 감독 중에서 가장 먼저 아카데미를 수상하게 될 감독은 아마도 연상호 감독이 아닐까 싶습니다.






9.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 / 코엔 형제


아직 국내 정식 개봉하지 않았지만 특별 시사회를 통해 먼저 보게 된 코엔 형제의 첫 번째 음악 영화는, 음악을 소재로 하되 코엔 형제스러운 영화가 될 것이라는 뻔한 예상과는 달리, 코엔 형제 영화이면서도 가장 완벽한 음악 영화의 경지에 오른 작품이었네요. 포크뮤직과 우연, 로드무비와 코엔 형제. 극장을 나오면 더 생각나는 영화였어요.







10.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최근 몇 년 간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들을 보면 그는 가족이라는 것 안에서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듯 보여요. 본인 스스로도 아이의 아버지가 되고, 부모를 잃게 되는 등 가족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늘어나면서, 자신도 모르게 가족에 관한 이야기가 하고 싶은 게 아닌가 싶네요. 이번 신작도 여지없이 좋았어요. 아마도 최근 일본 영화 감독들 가운데 이렇게 편차 없이 계속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는 감독은 그 밖에 없는 것 같네요.




제가 올해의 영화를 꼽으면서 홍상수 영화를 꼽지 않은 적은 최근 드문 것 같은데, '우리 선희'와 '누구의 딸도 아닌 해'은 둘 다 참 좋았지만 10편에 넣기에는 아주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고, 그 밖에 여기에 언급하지 못했지만 좋았던 영화들로는, 폴 토마스 앤더슨의 '마스터', 강진아 감독의 '환상 속의 그대',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토마스 빈터베르그의 '더 헌트' 등이 있었네요.


올해도 여전히 몇 편의 블루레이에 제 글을 실을 수 있었고, 몇 편의 음반에 해설지를 쓸 수 있었고, 몇 몇 기대하지 않았고 복에 겨운 일들이 많았습니다. 이 부분은 따로 한 번 글로 정리하려구요. 매번 드리는 말씀이지만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올해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누군 가가 내 글을 정성껏 읽어주고 있다는 느낌은 생각 외로 삶에 큰 힘이 되거든요 ^^;


감사합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2012 올해의 영화 베스트 10

(2012 Movie of the Year)



개인적인 이야기로 시작하자면 2012년 한 해는 정말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몹시 힘든 시간들이었는데, 이렇게 또 한 해를 버티고 나니 그 시간들이 그렇게 아까울 수가 없더라. 그럼에도 결코 쉽지 만은 않은 시간들을 버티게 해준 것은 역시 영화였다. 허세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많은 영화들이 지친 영혼을 위로해 주었고 차마 울 수 없었던 현실과는 다르게 영화를 보면서는 마음껏 눈물 흘릴 기회도 주어졌었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것 만큼이나 보고 난 뒤 글을 쓰면서 단순히 영화를 보고 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더 좋았던 시간들이었던 것 같다.


2012년에는 유난히 보고 싶었는데 못 본 작품, 그리고 봤는데 쓰지 못한 작품도 적지 않았다. 벤 애플렉의 '아르고'는 결국 보지 못했고 '아무르'도 결국 놓쳤다. 다르덴 형제의 '자전거 탄 소년'이나 레오 까락스의 '홀리 모터스' 그리고 벨라 타르의 '토리노의 말'은 모두 인상 깊게 보았으나 결국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글을 쓰지 못했다 (글을 쓰지 못한 작품을 올해의 영화로 꼽은 적은 '홀리 모터스'가 처음인 것 같다. 너무 감동받아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그랜 토리노'를 제외한다면).


언제나처럼 각 작품들 간의 순위는 없으며, 아니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1위 작품 하나 만을 꼽으려고 한다. 바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늑대 아이'가 그 것이다. '늑대 아이' 외에는 순위와 상관없는 개봉일 역순이며 2012년 한 해 극장에서 본 영화만을 대상으로 했으며, 12월 일본에서 보고 온 '에반게리온 신 극장판 : Q'는 후보에 넣지 않았다. 아쉽게 빠진 작품이라면 '클로니클' '토리노의 말' '다크나이트 라이즈' '건축학개론' '우리도 사랑일까' 그리고 '다른나라에서'와 '대학살의 신' 등이 있겠다.





1.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Tinker Tailor Soldier Spy, 2011)

쓸쓸한 공기를 머금은 스파이라는 존재에 대해

 

 

올해 본 영화들 가운데 가장 근사하고 우아한 작품을 고르라면 단연 TTSS였다. 보기만 해도 아름다운 배우들의 향연들 만으로도 황홀한데, 스파이라는 존재를 그리는 이 방식은 또 얼마나 매력적인지. 이제 내게 스파이하면 이던 헌트 만큼이나 조지 스마일리를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아, 엔딩에 흐르던 훌리오 이글레아시스의 'La mer'는 올해의 엔딩곡 후보.

 

 

 



2. 워 호스 (War Horse, 2011)

뜨거운 눈물이 흐르는 고전의 감동

 

 

스필버그의 오랜 팬으로서 물론 재미나 감동에 대해서 의심을 하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이런 나에게도 '워 호스'의 감동은 그 크기가 달랐다. 복잡한 얘기도 없고, 신파적이고 우직한 이야기 뿐이지만 그 이야기가 나를 이토록 많이도 울렸다. 올해 극장에서 흘린 눈물 가운데 양으로만 따지면 '워 호스'가 아마도 가장 많을 것이다 (극장에서 잘 우는 내 특성상 올 연말에는 꼭 눈물양으로만 순위를 한번 따져봐야 겠다;;). 스필버그가 왜 거장인지 설명하는 것에는 이제 지쳤다. 올해의 헐리우드 클래식!

 

 

 



3. 디센던트 (The Descendants, 2011)

아버지라는 존재의 이유

 

 

스필버그가 왜 거장인지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것처럼, 조지 클루니가 왜 멋진 배우인가에 대해서도 이제는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알렉산더 페인과 만난 조지 클루니는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남성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매력적인 연기를 펼쳤다. '디센던트'는 시간을 두고 가끔씩 꺼내보고 싶은 영화다. 30대 초반에 본 '디센던트'와 40대가 되어서 보게 될 그리고 50대가 되어서 보게 될 '디센던트'는 또 다른 영화가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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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멜랑콜리아 (Melancholia, 2011)

우울함은 영혼을 잠식한다

 

 

국내 극장에서 볼 수나 있을까 살짝 걱정도 했었던 라스 폰 트리에의 '멜랑콜리아'는 과연 압도하는 작품이었다. 얼마나 압도 당했는지 영화가 끝나고 나서 한 동안 좌석에서 쉽게 일어날 수 없을 정도였다 (오랜만에 겪는;;). 혹자는 라스 폰 트리에를 일컬어 너무 병적으로 집착하는 것이 아니냐고도 하지만, 자신이 집중하는 것에 대해 이런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예술가'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 보기는 정말 힘든 라스 폰 트리에의 영화들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또 보고 싶은 작품이기도 했다.

 

 

 



5. 프로메테우스 (Prometheus, 2012)

근원에 대한 선문답

 

 

논란 아닌 논란이 많았던 작품이지만 나는 리들리 스콧의 방식을 굳게 지지한다. '프로메테우스'의 진정한 메시지는 '답'이 아닌 '질문'에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 작품이 관객에게 질문을 이끌어내는 방식은 가장 효과적이었다 (실제로도 그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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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미드나잇 인 파리 (Midnight is Paris, 2011)

우디 앨런의 엑설런드 어드벤처

 

 

요 몇 년 사이 가장 신작을 기다리는 감독 중 하나가 홍상수 만큼이나 우디 앨런이 되어버렸는데, '미드나잇 인 파리'는 이런 기대감을 120% 만족시켜 준 작품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파리라는 도시를 중심으로 한 일종의 도시 시리즈인 줄로만 알았었는데, 우디 앨런이 만든 도시 중심 영화는 역시나 달랐다. 시공간을 넘나들면서도 이렇게 자유로운 감독이 또 있을까. 올해 본 영화 가운데 '아, 내가 조금만 더 알았더라면!'하는 아쉬움이 가장 컸던 작품이기도 했다.

 

 

 

 


7. 스카이폴 (Skyfall, 2012)

새 시대를 맞는 007의 강렬한 대답

 

 

나는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 점에서 다니엘 크레이그 007 삼부작의 세 번째 작품 '스카이폴'은 완벽에 가까운 작품이었다. 감독도 다르고 공식적으로 삼부작도 아니지만, 샘 멘데스는 '스카이폴'을 통해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 세 작품을 모두 껴앉으며 완성형이자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만들어냈다. '스카이폴'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영화 자체가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007'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이었다. 50주년 기념작으로 더 없이 완벽한 이 작품은, '어떻게 이 시리즈가 50년이라는 세월을 생존해 왔는가'를 넘어서서 '왜 냉전이 끝난 21세기에도 007이어야만 하는가'를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말하고 있는 작품이었다.

 

 

 



8. 서칭 포 슈가맨 (Searching for Sugar Man, 2011)

말하는 순간 기적이 되는 영화

 

 

'서칭 포 슈가맨'은 올해 본 영화 가운데 가장 놓쳤으면 후회했을 작품이었다. 실제로 놓칠 뻔 했던 영화를 뒤늦게 보게 되어서 더 그렇기도 하지만, 이 기적 같은 아니 기적의 영화를 본 것만으로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올해 마틴 스콜세지의 '조지 해리슨'과 더불어 좋은 다큐 영화들을 여럿 접할 수 있었지만, 그 가운데서도 '서칭 포 슈가맨'이 특별한 건, 영화가 특별한 것 + 영화가 다루고 있는 주인공 로드리게즈의 삶이 주는 특별함 때문이었다. 이 영화는 뭐라고 말로 할 수가 없다. 보라는 것 밖에는. 에반게리온 : Q가 말하는 순간 스포가 되는 것처럼, 이 영화는 말하는 순간 기적이 되는 영화다.

 

 

 



9. 홀리 모터스 (Holy Motors, 2012)

왜 우리는 영화를 보는가

 

 

글의 서두에 밝힌 것처럼 올해 인상 깊게 보고도 글로 풀지 못한 작품 중 하나가 바로 레오 까락스의 '홀리 모터스'다. 영화제를 통해 인상 깊게 보았지만 타이밍을 놓쳐 미처 쓰질 못했는데, 이 영화가 주는 특별한 경험은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다. 기본적으로는 '영화'라는 매체, 그리고 '영화를 본다'라는 것에 대한 영화로 읽혀졌다. 참고로 이 영화는 씨네큐브에서 진행했던 영화제를 통해 보았는데 그 당시 영화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던 '신의 소녀들' '토리노의 말' '홀리 모터스' 가운데 개인적으론 '홀리 모터스'가 가장 좋았다.

 


 

10. 늑대아이 (おおかみこどもの雨と雪, 2012)

엄마는 그렇게 살아왔구나...

 

 

올해의 영화를 몇 년째 꼽으면서 정말 수 많은 명작들을 다뤄왔지만 그래도 순위를 정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올해는 이례적으로 1위 한 작품은 꼽게 되었으니 바로 이 작품 '늑대아이'다. 보통 울컥하는 영화들은 어떤 지점에서 터지거나 클라이맥스에 터지곤 하는데, 이 영화는 하나가 홀로 되던 시점에서부터 이미 울컥하기 시작해서 그 이후에도 쉴새 없이 감정적으로 흔들렸던 작품이었다. 내년에는 기회가 된다면 '늑대아이' 속 실제 장소를 찾아가는 일본 여행을 계획 중일 정도로 이 작품에 대한 여운은 아직도 '뜨겁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각 영화사 에 있습니다.


 




[결산] 2012년 상반기 영화 베스트 10



매해 템플릿처럼 이 맘 때면 반복하는 말이지만 2012년이라는 숫자가 아직 다 익숙해지기도 전에 7월이 훌쩍 다가와버렸다. 올해 상반기에도 참 좋은 영화, 재미있는 영화들을 극장을 통해 많이 만나볼 수 있었다. 그 가운데는 처음부터 아주 큰 기대를 했었던 영화도 있었고, 전혀 예상치 못했으나 큰 감동을 준 작품도 있었으며, 볼 계획이 없던 영화였으나 보고나서는 안봤으면 어쩔 뻔 했을까를 되내였던 작품들도 있었다. 이 많은 작품들 가운데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으로 10작품을 꼽아보았다. 10작품 가운데 순위는 없으며, 순서는 개봉일 순이다.



1.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Tinker Tailor Soldier Spy, 2011)

쓸쓸한 공기를 머금은 스파이라는 존재에 대해

 

 

올 상반기 본 영화들 가운데 가장 근사하고 우아한 작품을 고르라면 단연 TTSS였다. 보기만 해도 아름다운 배우들의 향연들 만으로도 황홀한데, 스파이라는 존재를 그리는 이 방식은 또 얼마나 매력적인지. 이제 내게 스파이하면 이던 헌트 만큼이나 조지 스마일리를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아, 엔딩에 흐르던 훌리오 이글레아시스의 'La mer'는 올해의 엔딩곡 후보.

 

 

 

 

2.

 

 

워 호스 (War Horse, 2011)

뜨거운 눈물이 흐르는 고전의 감동

 

 

스필버그의 오랜 팬으로서 물론 재미나 감동에 대해서 의심을 하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이런 나에게도 '워 호스'의 감동은 그 크기가 달랐다. 복잡한 얘기도 없고, 신파적이고 우직한 이야기 뿐이지만 그 이야기가 나를 이토록 많이도 울렸다. 올해 상반기 극장에서 흘린 눈물 가운데 양으로만 따지면 '워 호스'가 아마도 가장 많을 것이다 (극장에서 잘 우는 내 특성상 올 연말에는 꼭 눈물양으로만 순위를 한번 따져봐야 겠다;;). 스필버그가 왜 거장인지 설명하는 것에는 이제 지쳤다.

 

 

 

 

3.

 

 

디센던트 (The Descendants, 2011)

아버지라는 존재의 이유

 

 

스필버그가 왜 거장인지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것처럼, 조지 클루니가 왜 멋진 배우인가에 대해서도 이제는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알렉산더 페인과 만난 조지 클루니는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남성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매력적인 연기를 펼쳤다. '디센던트'는 시간을 두고 가끔씩 꺼내보고 싶은 영화다. 30대 초반에 본 '디센던트'와 40대가 되어서 보게 될 그리고 50대가 되어서 보게 될 '디센던트'는 또 다른 영화가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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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크로니클 (Chronicle, 2012)

소년이여, 진짜 영웅이 되어라

 

 

27살 신예 감독 조슈아 트랭크의 '크로니클'은 지난해 '드라이브' 처럼 올해의 복병이었다. 그냥 재치있고 신선한 시도 정도로 머물러도 괜찮았을 텐데,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담론의 세기는 그것에 그치지 않았다. 주인공 앤드류 (데인 드한)는 올해 상반기 극장에서 만난 캐릭터들 가운데 가장 나를 뜨겁게 만든 인물 중 한 명이었다. 아직도 후반부 앤드류의 절규가 귓가에 생생할 정도로 에너지가 대단했던 영화.

 

 

 

 

5.

 

 

건축학개론 (2012)

나의 첫사랑과 90년대에게 바침

 

 

'건축학개론'은 하마터면 극장에서 놓칠 뻔한 영화였다. 개봉 첫 주에 봤으니 시기적으로 놓칠 뻔했단 얘기가 아니라 볼 생각이 그리 많지 않았던 영화였단 얘기다. 하지만 막상 보고 난 뒤 '건축학개론'은 올해 상반기 본 영화 가운데 가장 개인적인 영화가 되었다. 엄밀히 따지자면 극중 주인공들과 같은 세대는 아니지만, 충분히 공유할 수 있는 시대가 있었고, 정말 놀랍도록 닮아있는 나의 첫 사랑과 90년대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 안에서 수지가 연기한 '서연'을 보게 되어 벅찼던 영화가 아니라, 승민(이재훈)과도 같았던 나를 발견할 수 있어 더 움찔하게 되었던 영화.

 

 

 

 

 

6.

 

 

어벤져스 (The Avengers, IMAX 3D, 2012)
올스타전이 주는 쾌감

 

 

'어벤져스'는 일단 기다려온 시간 만으로도 10작품 안에 들 만한 이유가 있는 작품이었을 것이다. 각각의 캐릭터를 하나씩 즐겨왔던 지난 몇 년. 드디어 시작된 올스타전은 올스타전에 걸맞는 매력들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아쉬운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동안 비슷한 프로젝트가 많이 무산되었던 것에 미뤄봤을 때, 이 정도의 프로젝트가 실제로 실현된 것만으로도 하나의 사건이 아니었나 싶다.

 

 

 

 

7.

 

 

멜랑콜리아 (Melancholia, 2011)

우울함은 영혼을 잠식한다

 

 

국내 극장에서 볼 수나 있을까 살짝 걱정도 했었던 라스 폰 트리에의 '멜랑콜리아'는 과연 압도하는 작품이었다. 얼마나 압도 당했는지 영화가 끝나고 나서 한 동안 좌석에서 쉽게 일어날 수 없을 정도였다 (오랜만에 겪는;;). 혹자는 라스 폰 트리에를 일컬어 너무 병적으로 집착하는 것이 아니냐고도 하지만, 자신이 집중하는 것에 대해 이런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예술가'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 보기는 정말 힘든 라스 폰 트리에의 영화들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또 보고 싶은 작품이기도 했다.

 

 

 

 

8.

 

 

다른나라에서 (In Another Country, 2012)

가지 않았던 길 앞에 서다

 

 

'다른나라에서'는 홍상수의 전작들과 미묘하게 닮아있으면서도 '다른' 작품이었다. 유쾌함과 아이러니, 가능성과 희망을 모두 우연인듯 조율해낸 홍상수의 장기는 이자벨 위뻬르라는 배우를 통해 또 한 번 표현되었다. 진짜 아무렇지도 않게 너무 멋진 작품을 이렇게나 꾸준히 만들어주는 홍상수 감독에게 감사할 뿐이다. 아, '판타스틱'한 유준상의 영어 대사 역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9.

 

 

프로메테우스 (Prometheus, 2012)

근원에 대한 선문답

 

 

논란 아닌 논란이 많았던 작품이지만 나는 리들리 스콧의 방식을 굳게 지지한다. '프로메테우스'의 진정한 메시지는 '답'이 아닌 '질문'에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 작품이 관객에게 질문을 이끌어내는 방식은 가장 효과적이었다 (실제로도 그랬고). 블루레이를 어서 보고 싶은 이유도 다시 한번 이 작품의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어서이지 답을 듣고자 함은 아니다.

 

 

 

 

10.

 

 

두 개의 문 (Two Doors, 2011)

두 눈 똑바로 뜨고 직접 확인하라

 

 

아마도 '두 개의 문'을 보지 않은 이들은 올해 상반기 베스트 10에서 이 제목을 보고서는, 작품이 갖은 사회적 메시지 때문에 상징적으로 넣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결코 그렇지가 않다. 용산참사를 기록한 '두 개의 문'은 당당히 영화적 완성도 만으로도 올해 상반기 10작품에 꼽히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오히려 더 많은 대중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 다큐멘터리라면 '두 개의 문'처럼 영화적 완성도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준 경우이기도 했다. 아직도 못 본 이들이 있다면 지금 바로 상영관을 찾아 관람하길!

 

 

 

 

 그 외에 10작품에는 꼽지 못했지만 이 안에 들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정도로 좋았던 영화들로는, 데이빗 핀처의 '밀레니엄', 카메론 크로우의 '우린 동물원을 샀다', 미셸 아자나비슈스의 '아티스트', 마틴 스콜세지의 '휴고', 데릭 시안프랑스의 '블루 발렌타인' 등이 있었다.


올 하반기에도 이번 달 개봉할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비롯해, 더 많은 좋은 영화들을 극장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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