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2015] 부산국제영화제 _ 셋째날 : 10월 8일


* 셋째날은 첫 영화의 시작이 10시 반으로 조금 여유가 있어서 숙소에서 아주 조금 더 여유가 있었다. 어제 메가박스 해운대 근처에 아침 일찍 커피를 바로 사먹을 만한 괜찮은 곳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기에 오늘은 서면역을 나서면서 스타벅스에 들러 커피 한 잔을 샀다. 셋째날 역시 모든 영화를 해운대서 볼 예정이라 이동 이슈는 없었다 (사실 맨 마지막 8시반 타임 영화는 센텀시티로 이동해야 했는데 너무 피곤하기도 하고 내일도 스케쥴이 있어서 부득이하게 취소했다. 취소한 영화는 '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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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의 딸 (The Daughter, 2015)

감독 : 사이몬 스톤


오스트레일리아 영화 '나의 딸 (The Daughter, 2015)'은 가족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다룬 씁쓸한 드라마였다. 이야기 자체로 보았을 땐 특히 국내 관객들이라면 드라마에서 종종 접했을 만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영화적 연출 방식과 제프리 러쉬, 샘 닐 등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설득력있게 전달된다. 이 이야기의 결말은 어떠한 선택도 하지 않고 있다. 그 이야기가 어떻게 결론 나는가에 대한 것보다 그 과정 속에 겪게 되는 고통과 슬픔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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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끝없이 흐르는 강 (The Endless River, 2015)

감독 : 올리버 헤르마누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여기서 벌어진 끔찍한 살인사건과 그 피해자가 겪게 되는 짧은 여정에 대해 담고 있는 영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아쉬운 점이 더 많은 영화였다. 살인사건을 통해 모든 것을 다 잃게 된 인물들이 서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연대를 느끼며 서로 위로하며 동행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모든 것을 잃게 된 이들에 대한 묘사는 나쁘지 않았으나 이 사건을 풀어내는 방식에 있어서는 무언가 하다가 만 느낌이 강했다. 특히 엔딩의 경우 열린 결말이나 여운이 남기 보다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부분을 그냥 남겨둔 느낌이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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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필름시대사랑 (Love and..., 2015)

감독 : 장률


오늘 본 세 편의 영화 가운데 가장 기대했던 장률 감독의 작품. 거기에 전작을 함께 했던 박해일과 안성기, 문소리, 한예리까지 출연했다고 하니 기대감을 더 컸다. 그런데 막상 보게 된 영화는 상당히 의외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몹시 실험적인 작품이었다.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된 영화는, 하나의 이야기를 두고 다른 방식 혹은 시선으로 묘사하는 상당히 형식적(부정적 의미가 아닌)이고 관념적인 작품이었다. 영화를 만드는 것 혹은 영화라는 예술 자체에 대한 질문과 애정을 던지듯이 질문한 뒤, 마치 장률 감독은 그에 대한 여러 버전의 답을 하고자 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같은 이야기를 인물(배우)들을 지운 뒤 소리만을 통해 표현하는 것이나 역시 모든 인물을 지우고 시선만이 존재하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인상적인 것을 넘어서서 확실히 실험적인 성격이 강했다. 제 3장의 '배우'는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영화에 출연하고 있는 네 명의 배우들의 전작들의 영화 장면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방식은, 또 다른 실험이었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엔 정성일이 필요하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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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2015 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에 있습니다.





[BIFF2015] 부산국제영화제 _ 둘째날 : 10월 7일


* 첫째날 정신 없이 영화보고 서면역에 잡아 놓은 숙소에서 간단하게 하루를 정리한 뒤 본격적으로 시작 된 부산국제영화제 둘째날. 이 날은 아침 10시부터 메가박스 해운대에서 관람이 있어서 일찌감치 숙소를 나섰다. 꼭 그렇게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이 날 본 영화 4편이 모두 메가박스 해운대에서 상영되는 터라 별 이동없이 한 곳에서 편하게 영화제를 관람할 수 있었다 (그래서 좀 지루하기도 했음). 단점으로는 메가박스 해운대가 입점해 있는 쇼핑센터 건물이 마치 신촌 메가박스의 경우처럼 다 입주되지 않은 상태라 별다른 즐길거리가 없었다는 점 (메가박스의 저주인가;;). 1층에 KFC와 버거킹이 있긴 했는데 모든 식사를 햄버거로 할 수는 없어서 터미널 근처까지 걸어나가 라면과 김밥을 사먹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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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고생 (Girl on the Edge, 2015)

감독 : 박근범


'여고생'이라는 제목처럼 두 여고생의 무언가 그 시절에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다룬 스케치 같은 작품이 아닐까 했는데, 그와는 전혀 다른 소녀의 영웅담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GV가 있어서 좀 더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었는데, 박근범 감독은 애초부터 여학생이 중심이 된 여성 영웅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고 한다. 영화 곳곳에는 그러한 의도가 드러난 장면들이 여럿 발견되기도 했다.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그 영웅담을 완성하기 위해 조금은 세상의 이야기가 이 두 소녀의 현실에 버겁게 끼어들고 있다는 점인데, 확실히 그 둘 간의 이질감이 느껴져 조금은 몰입하기 힘든 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두 주인공을 연기한 공예지, 박예영 배우와 박혁권, 명계남 등 특별출연한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었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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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아장커 : 펜양에서 온 사나이  (Jia Zhangke, a Guy from Fenyang, 2015)

감독 : 월터 살레스


지아장커의 신작 '산하고인'을 놓치게 된 바람에 그의 관한 다큐영화라도 봐야겠다 싶어 선택한 영화. 일단 확실히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잘 짜여진 구성과 이야기가 돋보이는 영화였다. 지아장커가 어떤 시절을 겪었는지에 대해서도 지루하지 않게 조명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그의 전작들을 소개하는 방식에 있어서 억지스럽지 않으면서도 그 영화들을 다시금 보고 싶도록 만드는 매력을 담고 있다. 조금은 어렵게만 느껴졌던 그의 전작들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며, 그의 신작 '산하고인'과 동시에 그의 필모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플랫폼 (Platform, 2000)'을 꼭 보고야 말겠다는 결심을 하게 하는 작품이기도 했다. 그리고 또 하나, 특별히 좋아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내가 의외로 그의 작품들을 거의 다 극장에서 봤다는 사실도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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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빙하와 하늘 (La glace et le ciel, Ice and the Sky, 2015)

감독 : 뤽 자케


평소 애니메이션 만큼이나 다큐멘터리에도 관심이 많아 영화제에서도 다큐멘터리 영화에 주목하곤 하는데, 뤽 자케의 '빙하와 하늘 (La glace et le ciel, Ice and the Sky, 2015)'은 칸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초대되었던 작품이라하여 더 관심이 갔던 작품이었다. 인간이 지구와 자연에 끼치는 영향 혹은 피해에 대해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들은 여럿 있어왔는데, 뤽 자케는 충격적인 영상이나 자료들을 통해 관객에게 경고하기 보다는 빙하와 기후 연구에 평생을 바친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조용히 행동하기를 권한다. 새삼스럽지만 이 영화를 통해 과학이라는 것의 놀라움을 깨닫는 동시에, 인간이 지구의 역사에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하지만 얼마나 지구의 역사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알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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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인투 더 포레스트 (Into the Forest, 2015)

감독 : 패트리샤 로제마


7일날 본 4편의 영화 가운데 가장 기대했던 작품. 아무래도 엘렌 페이지가 출연하기 때문에 기대가 컸던 작품이다. 엘렌 페이지와 에반 레이첼 우드가 출연하다는 것 말고는 시놉시스 한 줄도 읽지 않고 보게 된 영화였는데, 약간은 의외의 생존 영화였다. 숲 속의 집에서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던 두 딸은 전국적으로 벌어진 정전 사태로 인해 이 곳에 고립되어 살아남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는데, 숲속이라는 공간과 이 가족이 살고 있는 집 그리고 자매의 이야기만으로 영화를 가득 채운다. 생존을 소재로 하다보니 조금은 공포스러운 요소가 있지만 '인투 더 포레스트'를 공포/스릴러라 하기 보다는 오히려 익숙한 것들 혹은 집과 같이 이별할 수 없는 것들과의 이별을 이야기하는 드라마라고 볼 수 있겠다. 엘렌 페이지의 베드씬은 개인적으로 조금은 충격적이었는데, 그 수위도 그랬고 그녀의 최근 커밍아웃 때문이기도 했다. 엘렌 페이지는 조금은 의도적으로 이러한 베드씬을 선택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오히려 그 전에는 이 정도 수위의 베드씬이 없었기에 더욱). 커밍아웃 이후에도 연기에 달라질 것은 없다는 것 말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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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2015] 부산국제영화제 _ 첫째날 : 10월 6일


* 아침 일찍 KTX를 타고 부산역에 도착한 것이 10시 50분쯤. 바로 센텀시티역으로 출발하여 영화의 전당에 도착. 일단 10월 6일날 볼 영화 3편에 대한 티켓만 찾아서 잠시 영화제의 분위기를 느껴본 뒤, 아점을 먹으려고 했더니 마땅한 곳이 근처에 바로 없어서 할 수 없이 스타벅스에 들러 샌드위치로 가볍게 요기.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긴 시간을 할애해 방문한 부산국제영화제의 첫 영화로 '디판'을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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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디판 (Dheepan, 2015)

감독 : 자크 오디아르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작품은 '예언자 (Un Prophète , A Prophet 2009)'와 '러스트 앤 본 (Rust & Bone, De rouille et d'os, 2012)'을 인상 깊게 보았던 터라 이번 그의 신작 '디판'도 주목하는 신작이었다. 올해 칸영화제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것으로 더 화제가 되었던 이 작품은, 스리랑카 내전을 피해 프랑스로 망명한 두 남녀와 한 아이의 삶을 다룬다. '디판 (Dheepan)'은 극 중 남자 주인공이 프랑스로 망명하기 위해 선택한 가짜 신분의 이름인데, 그렇게 디판은 처음 만난 여자와 어린 소녀를 아내와 딸로 위장하여 불안한 동거를 시작한다. 자크 오디아르는 유려한 연출력을 통해 영화의 말미에 이르기까지 커다란 사건 없이도 시종일관 불안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오히려 일어날 법한 위험이나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 것이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이러한 분위기는 가짜 신분과 가짜의 삶을 불안하게 유지하고 있는 이 세 명의 인물을 대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진짜가 되고자 하는 이들의 욕망을 억누르고 가엽게 바라본다. 영화의 마지막은 과연 해피엔딩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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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더 비지트 (The Visit, 2015)

감독 : M. 나이트 샤말란


샤말란 영화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오랜만에 샤말란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롭고 무엇보다 재미있게 보았다. 물론 난 말 많은 '해프닝 (The Happening, 2008)'도 인상 깊게 보긴 했지만, 이것과는 별개로 '더 비지트 (The Visit, 2015)'는 좀 더 대중적으로 반응을 이끌어 낼만한 요소가 많은 영화였다. '더 비지트'는 공포/스릴러 영화의 클리셰를 거의 다 가져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정된 공간, 핸드 헬드 촬영, 1인칭 시점 촬영, 페이크 다큐, 정해진 시간, 다양한 복선 등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반복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더 비지트'는 새로운 충격 보다는 작정하고 기존 방식의 장점들을 모두 가져와서 깔끔하게 끝나는 영화를 지향하는 쪽에 가깝다. 알고도 당하는 것처럼 저 다음엔 저렇게 되겠구나 싶었지만 그래도 무섭고, 심지어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도 중간쯤 예상이 되었는데 그래도 실망스럽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 무서운 스릴러 영화는 의외로 귀엽고, 코믹하기까지 하다. 소름돋는 공포가 아니라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시원하게 웃게 되는 조금은 변태(?)같은 공포 영화랄까? 오히려 드라마 적인 요소가 조금 있는데, 이것이 없었더라면 더 깔끔한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 또 나만 좋아하는 샤말란 영화가 되려나?





3. 여름의 조각들 (Summer Hours, 2008)

감독 : 올리비에 아사야스


이 작품도 올리비에 아사야스 이름만 보고 급하게 예매했던 영화였는데, 알고 보니 2008년 작이었고 본 듯 했으나 본 적은 없는 그런 영화였다. 추천한 이의 말처럼 정말 우리나라 가족의 모습과 유사한 모습과 갈등이 흥미로웠고, 유산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동시에 조금은 별개로 프랑스라는 나라가 얼마나 문화와 역사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는지를 사이드로 엿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했다. 삼대의 세대를 다루는 방식에 있어서 어느 한 세대에 치중되거나 특히 전통을 중시한 나머지 손자 세대를 그저 가볍고 의미 없는 존재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 이어짐의 변화가 자연스러운 것임을 포용하는 시선이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오래 전 작품이 아님에도 풋풋함 마저 느껴지는 줄리엣 비노쉬도 인상적이었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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