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 감독 특별전 - 'Taking Lee Ang' 이안을 만나다


이안 감독은 제게 있어 참 기복이 있는 감독이라 할 수 있겠네요. 지극히 개인적으로 영화마다 맘에 들고 안들고가 들쑥 날쑥 했다는 것이지요. 물론 이 '날쑥'보다 '들쑥'이 많기에 계속 그의 필모그래피를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볼 수록 참 흥미로워요. 그는 대만 출신으로 서양에 동양의 정서를 전달하는 감독인 동시에 가장 서구적인 작품을 만드는 동양 감독이기도 하거든요. 1993년작 '결혼 피로연'이나 1994년작 '음식남녀' 같은 경우는 특히 영화제를 통해 서구 세계에 동양을 소개했다는 점만 봐도 굉장히 동양적인 정서와 '전통'의 느낌이 묻어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에 반해 1995년작 '센스 앤 센서빌리티'나 1997년작 '아이스 스톰' 같은 작품을 보면 과연 이걸 동양 감독이 만들었을까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분위기를 담은 작품이거든요.

그러다가 200년에 와서 '와호장룡'을 통해 다시 한번 전세계적인 관심과 함께 인기를 얻게 되죠. '와호장룡' 역시 따지고보면 굉장히 동양적인 정서를 담고 있는 것 같지만, 이를 그리는 방식에서는 이안 특유의 정서가 담겨있었죠. 즉, 전통적인 무협영화가 그리는 방식과는 조금 달랐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강호' 등 무협영화가 반드시 품고 있어야할 정서도 포함하고 있었구요). 그래서 '와호장룡'은 따지고보면 좀 묘한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이후 다시 이야기할텐데 이런 의미에서 '와호장룡'이 어쩌면 이안의 장점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일지도 모르겠네요. 바로 '색, 계'에 비해서 말이죠). 그런데 이 다음의 필모그래피는 더 놀랄만 합니다. 가장 미국적이라 할 수 있는 마블 코믹스의 대표작 중 하나인 '헐크'가 바로 그 주인공이거든요. '헐크'는 이안이 연출을 맡게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미국내 팬들의 반발이 상당히 심했던 작품이었죠. 결국 코믹스의 팬들에게 별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해 속편에서는 전면 리부트 되기도 했구요. 개인적으로는 이안의 '헐크'가 퍽 마음에 든 편이었어요. 왜냐하면 고뇌하는 히어로의 모습을 굉장히 심도있게 그려냈기 때문이었죠. 



(제가 꼽은 이안 작품 베스트 3에는 의외(?)로 '헐크'가 포함됩니다)


'헐크' 이후 그가 선택한 작품 역시 상당히 미국적인 정서를 담은 작품인 '브로크백 마운틴'이었죠. 여기서 '브로크백 마운틴'이 미국적이라는 이유는 이 영화가 동성애를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주제 아니죠. 소재 맞습니다), 바로 산에서 양치는 카우보이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건 흑인이 판소리를 열창하는 것 정도는 못되더라도 어쨋든 동양인이 제대로 소화하기에는 매끄럽지 못한 소재와 배경이긴 하거든요. 하지만 이런 싱크로율이 이안 감독에게 통하지 않는 것만은 사실이었죠. 이미 그는 가장 서구적인 작품들도 여럿 연출했던 경험이 있었으니까요. '브로크백 마운틴'이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모두를 울릴 수 있었던 건, 그 안에 담긴 핵심적인 러브 스토리의 깊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안 감독은 그 깊이를 훌륭한 두 배우에 힘 입어 더 깊은 울림으로 표현해 냈고, 또 한번 감독으로서 자신의 이름을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되었죠.



('브로크백 마운틴'은 확실히 아무때나 문득문득 Rufus Wainwright의 곡과 함께 보고 싶어지는 영화에요)


이 만족스러웠던 '브로크백 마운틴' 이후 그가 내놓았던 작품이 바로 문제작 '색, 계'였죠.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을 아직도 문제작이라고 생각하는데, 영화적 기술이나 연출력은 확실히 더 깊어졌지만 (마지막 탕웨이가 연기한 '왕 치아즈'가 카페에서 나와 인력거를 부르는 그 쇼트의 무게감은 정말 대단했죠. 영화의 메시지가 문제라고 생각했음에도 이 장면에서는 감탄했던 기억이 있네요) 영화가 담고 있고 그리려한 메시지에는 분명 진중하지 못한 점이 있었다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색,계'의 핵심에는 '이' (양조위)와 '왕 치아즈' (탕웨이)의 로맨스가 있는데 문제는 이들의 신분과 배경이 되는 이야기 때문이죠. 나라를 배신한 매국노와 독립운동을 하려는 철없는 자 간의 로맨스를 단순히 '역사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러브 스토리'로 보기엔 이 둘 간의 간극, 그리고 영화 외적으로 해결되지 못한 갈등이 많다고 할 수 있거든요. 예전 '색, 계' 개봉시에도 글을 통해 이야기했었지만, 여기에는 조국을 배신하고 일본의 앞잡이 노릇을 하며 동포를 잡아 고문하는 역할인 '이'를 양조위에게 맡겼던 부분과 '이'를 그리는 방식이 가장 핵심적인 논란거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극 중 양조위가 연기한 '이'는 팩트만 보면 매국노 중의 매국노지만, 이를 묘사하는 방식은 마치 개인적으로 굉장한 고뇌를 담고 있으며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 때문에 감성적으로 변하는, 냉정하지만 따듯한 남자로 그려지거든요. 그런데 이 방식은 확실히 문제가 있어요. 영화 내내 '이'의 사상은 변하질 않거든요. 오히려 '왕 치아즈'가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모든 운동원을 죽음으로 이끌고 말죠. 



이것이 앞서서 계속 이야기한 동서양을 아우르는 이안 감독의 성향이 잘 못 표출된 예라고 할 수 있을텐데, 더군다나 이안 감독은 '색, 계'를 두고 중국 젊은이들에게 자신들의 역사를 제대로 알려주고 싶다 라는 뜻에서 만들었다는 이야기로 미뤄봤을 때, 결국 '색, 계'는 이안 감독을 또 다른 이방인일 수 밖에는 없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었던 작품이었죠. 



(이안 감독의 문제작 '색, 계'. 여기서 문제는 수위 높은 배드씬 때문이 아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색, 계' 이후 이안 감독의 신작이 기대와 걱정이 동시에 되었는데, '테이킹 우드스탁'이 그의 새 작품이라는 소식을 듣고는 좀 안심을 한 편이에요. 왜냐하면 또 한번 동양적인 이야기 혹은 이 역사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선택한다면 다시 한번 실망할까 두려웠기 때문인데 다행히(?) 또 한번 아주 미국적인 소재를 택했다는 이유 때문이었죠. 록 팬들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너무도 유명한 우드스탁 페스티벌의 시작을 그린 '테이킹 우드스탁'은, 사실 감독의 여부를 재쳐두더라도 록과 우드스탁의 팬으로서 무척 기대가 되는 작품이었는데, 이안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앞서 이야기했던 이유들 때문에) 좀 더 기대를 하게 된 경우라 할 수 있겠네요. 




분위기를 보아하니 우드스탁 페스티벌의 무대 자체는 그려지지 않을 것 같지만, 이미 여러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확인한 적이 있는 이 유명한 탄생 스토리를 극영화로 어떻게 그려냈을지가 무척 기대가 되네요. 아마도 우드스탁 페스티벌에 관심이 많았던 록 팬들이라면 그 크기는 각자 다르겠지만, 그 분위기만으로도 만족할 만한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개인적으로는 '밀크' 이후 점점 더 색깔 있는 배우가 되어가는 것 같아 주목하고 있는 에밀 허쉬와 최근작 '나잇 & 데이'에서도 잠시 모습을 볼 수 있었던 폴 다노의 출연도 기대 포인트이구요.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는데 사실 이 글을 시작한 이유는, 이런 이안 감독의 작품들을 모두 만나볼 수 있는 기획전이 있어 소개하려고 했던 거였어요 ㅎ 이대 내에 위치한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7월 29일부터 8월 11일까지 '이안 감독 특별전 - 'Taking Lee Ang' 이안을 만나다'를 진행합니다. 신작인 '테이킹 우드스탁'은 물론 '브로크백 마운틴'과 '색, 계'도 만나볼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신작인 '테이킹 우드스탁'은 물론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브로크백 마운틴'도 한 번 더 보고 싶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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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이 만든 또 한 편의 치명적 러브 스토리

개봉 당시 안무에 가까운 아크로바틱한 정사 장면을 두고 선정성 논란으로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이안 감독의 <색, 계>는, 사실 따지고 보면 그 노출 수위나 묘사의 정도보다도 내용적인 면에서 더욱 논란이 되었던 영화이기도 하다. 일단 이안 감독의 장점을 들자면 그는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인간 본연의 섬세한 내면과 심리, 갈등 관계를 묘사하는데 탁월한 재주를 가지고 있는 감독이다. 대만에서 활동하던 시절의 <결혼 피로연> <음식남녀>로부터 헐리우드 출세작이었던 <센스 앤 센서빌리티> <와호장룡>, 그리고 '거장'으로의 묵직한 발걸음이었던 히스 레저와 제이크 질렌홀 주연의 <브로크백 마운틴>에 이르기까지, 동서양과 시대를 가리지 않고 인간 본연과 관계에 대해 깊은 시선을 갖고 있는 그의 능력은, 영화 속에서 고스란히 표현되어 많은 영화팬들의 박수와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여기서도 언급되었듯이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라는 표현은 다재다능함으로 적용될 수도 있지만, 약점이자 애매모호함으로 적용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안 감독이 마블 코믹스 전통의 인기 작품인 <헐크>를 연출한다고 했을 때 많은 미국인들은 적지 않은 우려를 나타냈었다. 미국 내에서 코믹스라는 문화가 갖는 남다른 의미는 타 국가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깊은 의미를 갖는 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런 미국적인 수퍼 히어로 영화의 감독을 맡은 사람이 동양인이라는 점은 그들에게 적지 않은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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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헐크> (2003)

반면 <브로크백 마운틴>의 경우는 이런 논란을 거의 완벽하게 잠식시켰을 정도로 가장 잘 만들어진 동양 감독의 서양 영화 중 한 편이라고 볼 수 있을 텐데, 가장 미국적인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카우보이라는 극 중 인물들의 설정과 배경을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조율해내면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러브 스토리를 성별에 상관없이 아름답게 그려내었을 뿐만 아니라 고인이 된 히스 레저 등 주연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를 이끌어내어 더 없이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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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로크백 마운틴> (2005)


이안 감독의 정체성에는 의문을 제기하게 되는 작품

그렇다면 헐리우드에서의 찬란한 성공과 화려한 필모그래피에도 불구하고 항상 서양에서 동양인으로 인식되며, 그 선입관과 맞서 싸우던 이안 감독이 실로 오랜만에 본토로 돌아와 만든 영화인 <색, 계>의 시선은 어떠할까.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의 역사를 다음 세대에게 제대로 보여주어야겠다는 의지가 포함된 이 작품은, 당사자 스스로가 들려주는 ‘자신’들의 이야기라기보다는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그들’의 이야기로 비춰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더 중요한 건 그가 이번에 다루고 있는 문제가 상당히 민감한 주제인 '중국의 독립'에 관련된 민족적인 차원이라는 점에 있다.


(※ 아래 단락에 영화 <색, 계>의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스크롤하여 블루레이 분석 항목으로 넘어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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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색,계> (2007)

독립운동을 벌이는 왕치아즈(탕웨이 분)와 그 친구들의 모습이, 약간의 민족 의식을 지닌 연극 부 학생들이 방학을 이용해 벌이는 풋내기적인 활동으로 그려진 것이나("이제 방학도 끝나가잖아"라는 대사는 압권이었다), '색'과 '계' 사이에서 고민하던 왕치아즈가 결국 어이없게도 다이아반지의 황홀함에 매혹되어 계를 버리고 색을 택하게 되는 마지막 장면은, 인간의 양 측면에 대한 심리 묘사에 남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는 이안 감독이 택한 마무리치고는 다소 의아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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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감독은 캐스팅을 고려할 때 양조위를 생각하면서, 그가 그 동안 선한 역할만 맡아왔었기 때문에 부담이 되었다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이 부담이 결과적으로 왕치아즈의 선택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점도 분명 있는 듯하다. 사실 양조위가 맡은 캐릭터는 그 행위만을 놓고 봤을 때 재론의 여지가 없는 악역이라고 할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양조위라는 호감형의 배우가 친일 장군을 연기하게 되면서 관객들은 무의식적으로 그 캐릭터의 내면을 긍정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게 되었고(무언가 사연이 있겠지 하는 식의...),  "난 오랜 시간 동안 누구도 믿지 못했어." 등의 대사를 통해 살펴볼 때 양조위의  캐릭터가 갖는 고뇌를 애써 보여주려고 하는 의도마저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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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와 같은 설정을 우리의 사정에 대입해보면 (+그것도 한국 감독이 만든 영화에서) 같은 민족임에도 독립운동을 하는 운동가들을 닥치는대로 잡아들이고 고문하는 친일파 장군을 다룰 때, 그 역시 한국인들은 물론 일본인들에게도 견제를 받는 나름 인간적인 고뇌와 상처가 많은 인물로 묘사될 수 있다. 이것을 당사자의 입장에서 그 행위의 옳고 그름을 다 버리고 인간의 내면적인 측면에서만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지를 고민해본다면, <색, 계>에서 이안 감독이 보여준 시각에도 역시 의아함이 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이안 감독의 야심작 <색, 계>는 그 스스로 중국인들에게 자신들의 역사를 제대로 들려주고 싶다는 의도에서 만들어졌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역사를 완벽히 꿰뚫지 못하고 있는 서양인의 눈으로 바라본 타국의 아픈 현실과 그 현실 때문에 고통을 겪을 수 밖에 없었던 한 남녀의 사랑 이야기 정도로 머물러버린 영화가 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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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한 가지 첨언하자면 같은 전범국인 독일의 경우 전후에 공식적인 사과가 있었기 때문에 독일군들을 다르게 바라보는 시각의 영화들도 어느 정도 용인이 가능하고 이해가 되는 경우가 많지만, 일본의 경우는 자신들의 잘못을 여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때문에 아직까지는 이 정도로 역사 의식을 다소 초월한 사랑 이야기가 상처 입은 당사자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물론 스쳐 지나가는 찰나의 표정과 몸짓에까지 묘한 감정과 의미를 담아내는 이안 감독 본연의 섬세한 연출력과 유려한 만듦새는 서양인들을 매혹시켜, 64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과 촬영상을 수상하기에 이르렀지만 실제로 일제 억압의 역사를 기억하는 우리 입장에서 <색, 계>라는 작품이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질 지는 결국 본인 판단의 몫이다.

성적 긴장감이 물씬 묻어나는 치명적인 Full HD 화질!

7월 30일, 세계 최초로 출시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색, 계> 블루레이의  영상은 일단 화질 면에서 높은 점수를 줄 만 하다. 초반 부인들간의 마작 게임 신에서 다소 흐릿한 선예도의 영상으로 잠시나마 불안감을 안겨주지만, 이내 안정을 되찾는 1080P Full HD 스펙의 영상은 여러 장면에서 영화의 연출 의도를 적절히 강조하는 훌륭한 화질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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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클로즈업이 많이 쓰이기도 한 영화답게 일단 각 인물의 얼굴을 화면 가득 보여주는 감정 신에서 블루레이 특유의 섬세한 피부 질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탕웨이가 왕치아즈 역할로 등장할 때 화장기 없는 풋풋한 얼굴과 막부인 으로 등장할 때 진한 화장으로 치장한 얼굴을 비교해보면, 달라진 피부의 톤이나 색감을 통해 DVD와는 다른 블루레이 화질의 정밀함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실감나는 캐릭터 묘사를 위해 일부러 조금 더 나이 들어 보이게 분장을 했다는 양조위의 갈색 피부도 같은 맥락에서 유감없이 고화질 영상의 위력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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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규칙한 곡면이 많은 얼굴과 피부의 질감을 잘 보여주는 클로즈업 장면에서 대강의 화질을 평가해볼 수 있지만, 화면에 여러 명의 등장인물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거리 장면처럼, 세밀함을 요구하는 장면에서 좀 더 디테일한 화질 여부를 살펴볼 수 있다.

영화 초반 왕치아즈가 카페로 들어가기 전 어두운 회색  빛이 감도는 거리의 디테일과 양산을 써야할 정도로 쨍한 낮 시간의 거리 장면 모두 각 건물 사이과 거리를 오가는 인물들의 움직임, 복장 등 다양한 디테일이 생생하게 표현되고 있다. 또한 극중 ‘이’가 막부인을 밤 시간에 데려다 줄 때 가로등과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조명만이 있는 어두운 장면에서도 바닥의 굴곡과 자동차 광택 등 거리 곳곳의 디테일이 사실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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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몇몇 장면에서 노이즈가 평균 보다 조금 더 섞인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평균적인 TV화질 세팅으로 관람하였을 때 노이즈를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우수한 화질이라고 볼 수 있겠다. 비교적 어두운 조명 하에서 촬영된 실내 신과 밝은 실외 장면을 오갈 때 노이즈 수준의 미세한 차이가 있으며, 일부 장면에서는 애써 눈을 부릅뜨고 보았을 때 배경 쪽으로 지글거리는 필름 그레인이 발견되기는 하지만, 영화의 특성상 아주 칼 같고 매끈한 영상을 의도했다기 보다는 시대극을 그리면서 좀 더 당시의 느낌이 나도록 의도한 쪽에 가깝기 때문에 약간의 노이즈 부분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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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Full HD급 고화질 영상으로 인한 극중 정사 신의 몰입감(?)은 DVD와는 그 격을 달리한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두 배우의 헐벗은 살색 피부와 흥분이 고조됨에 따라 발갛게 홍조가 달아오르는 탕웨이의 미묘한 얼굴색 변화,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 등의 섬세한 표현 등은 <색, 계> 블루레이를 누군가와 같이 감상하는 것을 참으로 민망하게 만드는 요인들이다.

중후한 음색의 스코어가 돋보이는 7.1채널 HD 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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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M 7.1ch, DTS-HD : MA 7.1ch, Dolby Digital EX 6.1ch 등 화려한 스펙으로 점철된 <색, 계> 블루레이의 사운드는 다른 무엇보다도 장중하고 유려한 음색의 스코어 재생이 일품이다. 우선 스코어 트랙 재생에 대한 칭찬 이전에 중요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한가지. 아마도 <색,계>블루레이를 기다렸던 많은 팬들이 엄청난(?) 기대를 품고 있을 것이 분명한 '7.1채널의 입체 사운드로 감상하는 정사 장면'의 감흥은 생각보다는 효과가 덜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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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의 존재 자체를 잊어 버리게 하는 뜨거운 두 남녀의 숨소리는 분명 DVD의 압축된 사운드와는 다른 느낌의 성적 긴장감을 조성하지만, 워낙에 센 묘사의 정사 신 때문인지 귀보다는 눈이 먼저 자극받는 측면도 크다. 시각이냐, 청각이냐라는 개인의 성적 기호(?)에 따른 취향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이 부분은 직접 BD를 통해 체험을 해봐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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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특성상 액션 장면이나 특별히 사운드가 돋보이는 장면이 많지 않은 것도 작은 이유가 되었겠지만, 무엇보다도 <페인티드 베일>로 골든 글로브 작곡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영화음악계의 떠오르는 거장 알렉상드르 데스플라(Alexandre Desplat)가 만든 영화 음악이 더욱 돋보인다. 특히 차분하면서도 깊고 중후한 음색의 현과 목관악기로 연주되는 스코어는 블루레이의 차세대 사운드로서 매혹적인 영상과 함께 그 감흥이 더욱 가슴 깊이 전달되며, 영화가 끝난 후에도 엔딩 크래딧을 쉽게 스킵하지 못하도록 하는 깊은 떨림의 여운과 매력을 제대로 전달하고 있다.

아쉬움이 남는 부가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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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편의 AV 퀄리티는 무척 만족할만하나 부가영상은 이 타이틀이 블루레이라는 측면에서 평가했을 때에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기 발매된 DVD에 수록되었던 ‘내한 기자회견 영상'이 빠진 것은 그 비중이 크지 않은 특성상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되지만, 유일한 서플먼트라고 봐도 좋을 메이킹 필름이 SD급 화질로 수록된 점은 아무래도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최신작의 경우 영화 제작 단계부터 블루레이의 발매를 염두에 두고 메이킹 필름의 HD 촬영을 기획하는 시스템이 점차 늘고 있어, 블루레이에 수록될 부가영상들도 HD급 화질로 수록되는 경우가 보편화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비교적 최신작이라 할 수 있는 <색, 계>의 블루레이는 감독과 배우들의 인터뷰 영상을 비롯한 촬영현장의 모습을 선명한 HD급 화질로 만나볼 수 없어 아쉬움을 남긴다. 아무래도 국내 자체 제작으로 인한 소스 확보의 어려움이 있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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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슬라이드 방식으로 구성된 포토 갤러리는 고화질 HD 이미지로 수록되어 있으며, 이 외에 한국 및 홍콩 예고편이 각각 수록되어 있다.


[총평] 논란의 여지를 안고 있는 영화의 내용적인 면을 개인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블루레이의 선택 여부도 결정이 될 타이틀이라 생각된다. 특히 AV적인 면에서는 화질과 음질 모두 블루레이에 걸맞는 우수한 스펙의 퀄리티를 자랑한다. HD 매체만의 차별성이 부족한 서플먼트가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해외영화 타이틀과는 달리 국내 제작사인 아트서비스가 홍콩 Edko Video와 공동 제작한 판본이 수록된 타이틀로서 무삭제 영상, 세계 최초 출시 등 나름 중요한 의미를 갖는 타이틀이기도 하다.

또한 양조위라는 최고 수준의 연기력을 보여주는 배우와 이에 반해 신인으로서 매우 인상적인 모습를 보여준 탕웨이의 연기를 감상할 수 있는 묘미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 이러한 화제성을 종합해볼 때 <다크나이트> 개봉과 맞물려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배트맨 비긴즈> 블루레이에 이어, 최근 블루레이 시장에 다크호스로 등장할 타이틀이 <색,계>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역시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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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www.dvdprime.com
         http://dvdprime.connect.kr/dvdmovie/DVDDetail_Sub.asp?dvd_id=1738&master_id=11




색, 계 (色, 戒: Lust, Caution, 2007)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조금은 기대이하였다.

이안 감독의 전작 <브로크백 마운틴>을 감명 깊게 보았기 때문에
양조위가 나온다던, 칸 영화제에서 수상했다던 것 때문에 더욱 기대가 되었었으나
막상 보고나니 그냥 평범한 정도였다고나 할까.

영화는 내용과 스토리가 그러하다보니 분위기가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을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정치적인 내용보다는 남,녀 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얼핏보면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속에 놓여진 두 남녀의 우여곡절 러브 스토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따지고보면 그냥 러브스토리(더 따지면, 러브 스토리라고 보기도 조금 어려울듯)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두 남녀가 정말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했는지는 영화를 통해서 확실히 전달 받을 수 없었다.
양조위 역시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해서 인지, 아니면 자신이 처한 역할과 상황에 대한
돌파구나 해방 그 이상이었는지도 확실하지 않고, 탕웨이 역시 마지막 다이아반지에 결국 넘어간 것인지,
그를 진심으로 사랑해 본디 놓아주기로 한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
정말 누구 말만 따라, 마지막 다이아반지를 전해주는 시퀀스는 일종의 코미디였다.
그 한 장면으로인해 많은 의미들이 퇴색되었다고 생각한다.

양조위가 맡은 역할은 분명 악역이지만, 양조위가 맡았기 때문에 의미를 갖게 되는 캐릭터였다.
악당이지만 어딘가 슬픔이나 사연이있을듯한 눈빛을 갖고 있는 양조위.
양조위의 매력을 새삼 느낄 수 있었던 캐릭터였지만, 기존의 이미지를 소모한 것일뿐,
더 나아가진 못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역시 몇몇 장면과 전체적으로 이른바 아우라를 진하게 풍기는 그의 이미지는
동,서양을 통틀어 그만이 갖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신인이라고는 믿기힘든 탕웨이의 연기는 굳이 20분의 무삭제된 배드씬을 제외하더라도
화장하고 안하고가 다른 사람이 되듯, 충분히 인상적인 연기였다.

이안 감독은 확실히 중국 감독이라기보다는 미국감독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이번 작품은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몇몇 장면에서 대사 없이 느껴지는
 예술적인 순간순간들은 가볍지 않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글 / ashit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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