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엑스칼리버 (Excalibur, 1981)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매해 열리는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 오랜 만에 함께 했다. 이번 주말 보았던 작품은 존 부어맨의 1981년 작 '엑스칼리버 (Excalibur, 1981)'였는데, 변영주 감독의 추천으로 이번 영화제에서 소개되었다.


이 영화를 언제 어떻게 봤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는데, 아마도 어린 시절 홈비디오를 통해서 보았을 것이다. 내게 '엑스칼리버'라는 영화는 안개와 황금 갑옷의 이미지로만 어렴풋이 기억나는 작품이었다. 아더왕과 엑스칼리버의 전설에 관한 이야기는 워낙 유명하니 대략적인 줄거리는 기억이 났었지만, 구체적인 영화의 내용이나 결말 등은 잘 기억나지 않고 오로지 황금 갑옷,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황금으로 된 투구가 기억에 남는 영화였다. 아마도 초등학교 시절에 보았을 텐데, 그 어린 기억에도 황금으로 된 갑옷과 투구는 강렬한 충격이라 깊이 각인 되었던 것 같다. 어찌 되었든 그 어렴풋한 기억 속에만 존재하던 '엑스칼리버'를 스크린으로 처음 보게 되었다. 그 것도 새롭게 DCP를 거친 좋은 화질로.  



ⓒ Orion Pictures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그렇게 다시 보게 된 '엑스칼리버'는 세월이 흘러서 인지 조금은 유치하고 (특히 연기는 많이 들 어색하고), 과장된 측면이 있었지만 그와 반대로 상당히 과감하고 강렬한 작품이기도 했다. 가끔 예전 영화들을 보면서 느끼는 놀라움은 컷의 전환이나 시간의 경과, 장소의 변화 등을 처리할 때 상당히 과감하면서도 인상적인 방식들로 처리해 버린 다는 점인데, 이 작품에서 역시 그런 장면들을 여럿 만나볼 수 있었다. 이런 점은 한 편으론 '저렇게 그냥 무시해 버리나?' 싶기도 하지만, 적절하게 이루어졌을 땐 '단순히 저것 만으로 모든 것의 변화를 설명해 내다니!'라는 감탄을 하게 했다.



ⓒ Orion Pictures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엑스칼리버'는 역시 빛나다 못해 눈이 부실 정도의 갑옷 이미지였다. 좋은 화질과 대형 스크린을 통해서 였는지 몰라도, 더욱 더 눈 부신 갑옷이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단순히 빛나는 것 만이 아니라, 이 갑옷을 일종의 거울 삼아 표현해 내고 있는 방식이었는데, 분명 그 장면에서는 인물의 상대편에 그런 빛을 내는 환경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묘한 색의 빛을 갑옷을 통해 투영 시키는 방식은, 이 영화 전체에 드리워진 신화 적인 분위기를 더 고조 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 Orion Pictures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서두에 이야기한 것처럼 '엑스칼리버' 하면 떠오르던 이미지는 오로지 황금 갑옷이었기에 그의 등장을 영화 내내 기다릴 수 밖에는 없었는데, 어린 시절의 인상이 워낙 깊었던 탓인지 그 기대보다는 조금 덜 인상적인 모습이었다 (확실히 기억은 조작된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생각보다 흥미로운 요소들이 많았고, 이 영화를 처음 보던 어린 시절에는 잘 몰랐던 추가적인 아더왕 전설의 소스들이 더해져 더 많은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지금은 중년을 넘긴 배우들의 풋풋한 데뷔 시절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였다. 헬렌 미렌과 리암 니슨, 가브리엘 번 그리고 패트릭 스튜어트의 젊은 시절 모습은 보는 것 만으로도 흥미로웠는데, 다들 생각보다 현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점도 재미있었다. 영화 정보를 보면 시아란 힌즈도 출연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나중에 DVD로 볼 때 다시 한 번 찾아봐야 할 것 같다.


마지막은 이 영화를 소개해주신 변영주 감독과 GV에 함께 참여했던 허지웅씨 사진.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Orion Pictures Corporation 에 있습니다.


 




2010 시네바캉스 서울 - '매혹의 아프로디테' 시간표 공개

매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만나볼 수 있는 시네필들만의 축제! '2010 시네바캉스 서울'의 상영작들과 시간표가 공개되었습니다. 이미 지난 7월 30일 개막작 우디 앨런의 '또 다른 여인 (Another Woman)'을 시작으로 시네바캉스가 시작되었는데, 올해는 '매혹의 아프로디테'라는 주제로 영화 속에서 유난히 빛나던 여배우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작품들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개막작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시네바캉스에서는 유난히 여배우들이 위주가 되었던 작품을 많이 연출했던 우디 앨런 감독의 작품을 여럿 만나볼 수 있게 되었는데, '스쿠프' '애니씽 엘스' '매치 포인트' '또 다른 여인' '에브리원 세즈 아이러브 유' 등이 상영될 예정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우디 앨런의 새로운 페르소나로 주목 받고 있는 스칼렛 요한슨과 함께한 최근작들을 다시 보고 싶기도 하고, 미아 페로우와 지나 롤랜드 등이 출연한 1988년 작 '또 다른 여인' 역시 이번 기회를 통해 감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그 밖에도 카트린느 드눼브, 파니 아르당, 프랑스와즈 도를레악 등 당대의 여배우들이 출연하는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으며, 대표적인 여배우중 한명인 마를린 먼로의 작품 역시 만나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우디 앨런의 영화들조차 재쳐두고 가장 기대가 되는 작품은 쿠엔틴 타란티노의 '재키 브라운 (Jackie Brown)'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예전에 DVD로만 감상했던 영화였는데 이번 기회에 드디어 스크린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니 당췌 좋지 아니할 수가 없네요! 팸 그리어의 매력과 타란티노만의 개성이 묻어난 '재키 브라운' 이야 말로 이번 시네바캉스의 최고 기대작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하지만 스케쥴을 확인해보니 주말 상영은 영화제 마지막인 8월 29일(일) 상영 밖에는 없네요. 잊어버리지 않고 꼭 이 날 관람해야 겠습니다!




영화를 사랑하시는 여러분들도 더운 여름, 집에만 있지 마시고 (집에 에어컨이 없으신 저 같은 분들은 더더욱! -_-;) 시네바캉스 서울과 함께 매혹적인 여배우들을 만끽하시면 좋을 것 같네요. 그런데 너무 매혹적이라 오히려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는 것은 책임 못집니다 ^^



참고 / 서울아트시네마 (http://www.cinematheque.seoul.kr/)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예전에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DVD로 보면서, '이 영화를 스크린으로 보면 진짜 멋있겠다'라고 생각하며 아쉬워했었는데, 다행히 그런 기회가 생겼네요. 몇달 전부터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데이비드 린 회고전을 진행할 예정이라는 소식만으로도 몹시 흥분스러웠는데, 드디어 그날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이번 상영회에는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물론, <닥터 지바고> <콰이강의 다리> <밀회> <올리버 트위스트> 등 총 13편의 작품을 상영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대부분 상영시간이 시간인지라 평일 저녁에는 거의 잡혀있지 않고 주말에 한 번씩은 다 잡혀있는데, 이 주말 기회를 놓치지 말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아...두근거리네요.



데이비드 린 회고전 스케쥴 링크
http://www.cinematheque.seoul.kr/rgboard/addon.php?file=programdb.php&md=read&no=320




















S1
S2
S3







01.29.Thur
-

-
19:00
선라이즈
Sunrise: A Song of Two Humans / 95min
개막식 Opening Ceremony







01.30.Fri
13:30
구멍
The Night Watch
131min

16:30
그랜드 뷔페
The Grande Bouffe
130min

19:30
4월 April
78min
시네토크_정윤철







01.31.Sat
13:30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Gentlemen Prefer Blondes / 91min

15:30
거울
The Mirror / 108min
시네토크_정가형제

19:00
1월 작가를 만나다
강이관
사과 Sa-kwa / 118min







02.01.Sun

13:00
4월 April
78min


15:00
란 Ran / 160min
시네토크_변영주


20:00
겟카터
Get Carter / 112min







02.02.Mon
휴관
휴관
휴관







02.03.Tue
14:30
캘리포니아 돌스
...All the Marbles
113min

17:00
들판을 달리는 토끼
And Hope to Die
127min

20:00
퍼제션
Possession
123min







02.04.Wed
13:30
선라이즈
Sunrise: A Song of Two Humans / 95min

16:00

Ran
160min

19:30
실물보다 큰
Bigger than Life
95min
시네토크_김영진







02.05.Thur
14:00
영화관 속 작은 학교
빼꼼의 머그잔 여행
Mug Travel
76min

17:00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Gentlemen Prefer Blondes
91min

19:00
분노의 포도
The Grapes of Wrath
129min
시네토크_배창호







02.06.Fri
13:00
겟카터
Get Carter
112min

16:00
구멍
The Night Watch
131min

19:00
들판을 달리는 토끼
And Hope to Die / 127min
시네토크_오승욱







02.07.Sat
13:00
밤 그리고 도시
Night and the City
95min

15:30
그랜드 뷔페
The Grande Bouffe
130min
시네토크_박찬욱

19:00
퍼제션
Possession
123min
시네토크_박찬욱







02.08.Sun
12:30
구멍
The Night Watch
131min
시네토크_오승욱

16:00
밤 그리고 도시
Night and the City
95min
대담_오승욱+박찬욱

19:30
들판을 달리는 토끼
And Hope to Die
135min







02.09.Mon
휴관
휴관
휴관







02.10.Tue
14:30
분노의 포도
The Grapes of Wrath
129min

17:30
무셰트
Mouchette
78min

19:30
열대병
Tropical Malady / 18min
상영 전 영화 소개_관객







02.11.Wed
14:30
선셋대로
Sunset Blvd.
110min

17:00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Gentlemen Prefer Blondes
91min

19:30
선라이즈
Sunrise: A Song of Two Humans
95min
시네토크_김성욱







02.12.Thur
13:00

Ran
160min

16:30
실물보다 큰
Bigger than Life
95min

19:00
캘리포니아 돌스
...All the Marbles
113min
시네토크_류승완







02.13.Fri
14:00
밤 그리고 도시
Night and the City
95min

16:30
분노의 포도
The Grapes of Wrath
129min

19:30
무셰트
Mouchette
78min







02.14.Sat
14:30
열대병
Tropical Malady
118min

17:00
소년, 소녀를 만나다
Boy Meets Girl
100min
시네토크_김지운

20:00
선라이즈
Sunrise: A Song of Two Humans
95min







02.15.Sun
13:00
카비리아의 밤
Night of Cabiria
117min
시네토크_이명세

16:30
미드나잇 카우보이
Midnight Cowboy
110min
시네토크_안성기

20:00
거울
The Mirror
108min







02.16.Mon




19:00
서울아트시네마 일본영화걸작 정기 무료상영회







02.17.Tue
13:00
실물보다 큰
Bigger than Life
95min

17:30
미드나잇 카우보이
Midnight Cowboy
110min

20:00
그랜드 뷔페
The Grande Bouffe
130min







02.18.Wed
15:00
카비리아의 밤
Night of Cabiria
117min

17:30
소년, 소녀를 만나다
Boy Meets Girl
100min

20:00
4월
April
78min







02.19.Thur
14:30
무셰트
Mouchette
78min

16:30
미드나잇 카우보이
Midnight Cowboy
110min

19:00
선셋대로
Sunset Blvd.
110min
시네토크_권해효







02.20.Fri
14:30
소년, 소녀를 만나다
Boy Meets Girl

100min

17:30
겟카터
Get Carter
112min

19:30
히스 걸 프라이데이
His Girl Friday
92min
시네토크_하정우+전계수














02.21.Sat
14:00
무셰트
Mouchette
78min

17:00
2월 작가를 만나다
이경미
오디션 Audition / 16min
잘 돼가? 무엇이든
Feel Good Story / 36min

19:00
2월 작가를 만나다
이경미
미쓰홍당무
Crush And Blush
100min







02.22.Sun
14:00
탐욕
Greed
128min(24fps)
시네토크_홍상수

17:30
열대병
Tropical Malady
118min

20:00
선셋대로
Sunset Blvd.
110min







02.23.Mon




19:30
영화·희망·나눔 영화인 캠페인*







02.24.Tue
15:00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Gentlemen Prefer Blondes
91min

17:30
무셰트
Mouchette
78min

20:00
카비리아의 밤
Night of Cabiria
117min







02.25.Wed
15:00
소년, 소녀를 만나다
Boy Meets Girl
100min

17:30
선셋대로
Sunset Blvd.
110min

20:00
히스 걸 프라이데이
His Girl Friday
92min







02.26.Thur
15:00
카비리아의 밤
Night of Cabiria
117min

17:30
캘리포니아 돌스
...All the Marbles
113min

20:00
그랜드 뷔페
130min







02.27.Fri
15:00
미드나잇 카우보이
Midnight Cowboy
110min

17:30
선라이즈
Sunrise: A Song of Two Humans
95min

20:00
겟카터
Get Carter
112min







02.28.Sat
14:30
분노의 포도
The Grapes of Wrath
129min

17:30
히스 걸 프라이데이
His Girl Friday
92min

19:30
탐욕
Greed
128min(24fps)







03.01.Sun
14:30
퍼제션
Possession
123min

17:00
실물보다 큰
Bigger than Life
95min

20:00
캘리포니아 돌스
...All the Marbles
113min





















***모든 외국어 영화에는 한글 자막이 제공됩니다. = English Dialogue, = English Subtitled



올해 라인업은 정말 대단하군요.
박찬욱 감독과 오승욱 감독이 직접 프로그래머로 나서서 선정한 특별세션 '최선의 악인들'에 속한 작품들이 우선 기대되고,
여러 감독들이 참여하는 GV들도 기대되며, 무엇보다 평소에 찾아 보기 어려운 영화들이나 필름을 통해 극장에서
보기 어려웠던 영화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라, 벌써부터 가슴이 뛰는군요!

회사에 발을 담그고 있는 몸이라 많은 스케쥴을 소화하기는 어렵겠지만,
시간이 되는 평일 저녁이나 주말을 이용해 최대한 이 즐거운 영화제를 즐겨야 겠군요~

스케쥴표 만으로도 배가 불러오는군요.
참고로 씨네큐브에서는 데이빗 린치 기획전을 준비중인데 이건 따로 포스팅 해야 겠네요.

볼 영화가 잔뜩이라 행복한 시간들이 곧 닥치겠군요 ^^;






8월의 크리스마스 (Christmas In August, 1998)
촬영감독 유영길 특별전 - 허진호 감독 씨네토크


제가 <8월의 크리스마스>란 영화를 본 지도 거의 10년이 다 된 것 같네요. 1998년에 개봉을 한 작품이었지만
당시에는 극장에서 보질 못했었고, 비디오로 출시된 다음에야 감상할 수 있었던 기억입니다. 당시 비디오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기 때문에 주인아저씨에게 비교적 싼값에 VHS 테입을 샀던 기억도 나네요.
그러던 어제 서울아트시네마의 시간표를 확인하던 중 '유영길 촬영감독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확인했고,
마지막 날이라는 것을 인지한 동시에, 제가 가장 인상깊게 본 한국영화 중 하나인 <8월의 크리스마스>의 상영과
허진호 감독님의 씨네토크가 있다는 알게 되었고, 주저 할 것 없이 바로 극장으로, 극장으로 달려가게 되었습니다.


스크린으로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DVD가 출시되었을 때 다시 한번 보았던 기억이 얼핏 나기도 하지만,
제대로 영화를 본 것은 사실상 비디오로 접한 뒤 처음이라, 러닝타임내내 심하게 몰두한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 처음 이 영화를 보았을 때도 <8월의 크리스마스>는 상당히 슬픈 영화였습니다.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주인공에게
새로운 인연이 등장하고, 이 남자를 둘러싼 삶의 풍광을 담담히 그려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해 보게 되는 그런 영화였죠.

그런데 거의 10년만에 이 영화를 스크린을 통해 다시 보니 내가 머리로 기억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한 슬픔과 감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이유를 들자면 이 영화를 처음 비디오로 접했을 때에는 없었던 개인적인 아픔이
생겼기 때문에 더 깊이 공감하며 마음이 동요한 것도 이유겠지만, 좋은 영화들이 그렇듯이 언제 어느 상황에서 보느냐에
따라 영화가 다르게, 혹은 감동의 깊이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을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극중 한석규가 멍하니 차창을 바라보는 장면이라던가, 마루에 앉아 발톱을 깍는 장면, 천둥이 치는 밤 장면 등 장면 하나 하나가
깊이있게 다가오더라구요. 버스를 타고 오는 중에 열린 차창으로 바람을 맞으며 창밖을 보는데, 버스내 방송에서는 김창환의
노래가 흐릅니다. '그런 슬픈 눈으로, 나를 보지 말아요. 가버린 날들이지만, 잊혀지진 않을 거에요' 이런 장면은 감정을
쥐어짜거나 극적인 장면이라고는 볼 수 없는데, 절제함으로서 깊은 곳에서 슬픔이 우러나오는 장면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예전에도 이런 비슷한 감정을 느끼기는 했었지만, 이번에 느꼈던 이런 깊이는 아니었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리고 예전에는 한석규와 심은하의 관계에 대해 더욱 집중하며 보았다면, 이번에 다시 볼 때는 한석규와 그의 아버지로
출연하는 신구씨와의 장면이 더욱 깊이 다가오더군요(영화 상영뒤 갖은 씨네토크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유영길 촬영감독
역시 이 영화 촬영 몇년 전에 아드님을 먼저 떠나보내신 슬픔이 있어, 이와 같은 이야기가 등장하는 영화를 촬영하실때
가슴이 많이 아프시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자신이 떠나면 홀로 남을 아버지를 위해 매번 자신이 해오던
비디오 작동법을 아버지께 가르치는 장면에서 아버지가 잘 작동법을 익히시지 못하자 짜증을 내며 방문을 나서는 것은,
그냥 짜증이 아니라 자신이 없으면 아버지가 어떻게 살아가실까 하는 걱정과 죽음에 대한 또 한번의 인식 때문에
자신에게 화와 슬픔이 동시에 드는 장면이죠. 이런 장면이 얼마나 섬세하게 촬영되었는지 이번 기회를 통해 세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꼭 유영길 촬영감독님의 특별전이라 카메라의 위치나 분위기를 특별히 보려하지 않아도, 절로 장면 장면 담긴 따듯함이
엿보였습니다. 이 영화는 시한부 인생이라는 진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음에도 전혀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는데, 여기에는
물론 통속적이지 않은 결말부분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감정을 과잉표현하지 않고 계속 절제하고 비워나가는 방식으로
연출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라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여기에 가장 큰 공헌을 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거의 움직임이
없다시피한 장면이 3분 가까이 진행됨에도 지루함을 느낄 수 없었던 절제된 카메라의 연출이라고 생각되구요.

극중 한석규의 심리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 나올 때 마다 속으로 얼마나 울컥했었는지 모르겠네요.
쉽게 말해, 눈물 나는 슬픈 영화라는 사실은 이미 봐서 잘 알고 있었음에도, 이렇게까지 슬픈 영화일 줄은 몰랐다고 할까요.
2008년에 다시 보게 된 <8월의 크리스마스>는 참으로 슬픈 영화더군요.


영화가 끝나고 허진호 감독님과 함께하는 씨네토크 시간이 있었습니다.
일단 개봉된지 10년이 된 작품이라 감독님께서도 기억을 더듬으며 친절히 답해주셨고, 이 영화의 오랜 팬들이 모인
자리답게 그 어느 자리 못지 않은 애정 가득한 질문들이 끊임없이 터져나왔습니다(거의 2시간 가까이 진행된 느낌이었는데
끝날 때까지도 계속 손을 드는 분위기였고, 손을 들었는데 질문을 결국 못하신 분들이 있을 정도로 뜨거운 반응이었습니다).

사실 저도 영화를 깊이 보게되면 영화 속에 소품이나 각종 장면들에 대해 어떤 의미나 상징을 부여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8월의 크리스마스>같은 경우 허진호 감독님은 이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오히려 피하려고 했다고 하시더군요.
곧 의도 되지는 않았던 의미들이었고, 가능하면 이런 것들을 빼려고 하는 작업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씨네토크 중에 가장 재미있던 것은 군산에서 촬영할 때 한석규씨가 탕수육을 좋아해 자주 먹곤 했는데, 영화 말미로 갈수록
얼굴에 살이쪄서, 그러니까 시한부 인생을 사는 사람이 얼굴에 살이 올라 클로즈업 촬영시에 곤혹을 겪었다는 에피소드였습니다.

이 외에도 유영길 촬영감독님과의 추억, 그리고 <그 섬에 가고 싶다>에 참여한 많은 감독님들의 이야기(이 자리에서 이 영화에
참여한-지금은 다 이름있는 감독분들이 이 영화에 다 스텝으로 참여하고 있더라구요- 스텝들의 이름을 들으니 꼭 한번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그리고 허진호 영화라 불리는 그의 네 작품에 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짧게 코멘트 하자면 생각보다 의도되지 않은 것들이 많은 것이 허진호 감독의 영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초등학생 일기에나 등장할 법한 표현이지만,

참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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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웅본색>을 보기 위해 들렀던 주말 한 낮에 한가한 서울아트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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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영화제에서는 루이스 부뉴엘 특별전이 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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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요즘 류승완 감독님과 인연이 있긴 있나보다. 아무 생각 없이 앉은 테이블에 감독님의 메시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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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사실에선 쉬는 시간에 영사기사님이 틀어놓으신 '전국노래자랑' 방송 소리가 로비를 뒤흔들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 짧은 손가락은 어떻할겨 --;;



K100D + 21LTD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는 7월 11일부터 열리는 '2008 시네바캉스 서울'에서 마카로니 웨스턴의 거장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회고전이 열린다. 이번 회고전에는 총 6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데 <옛날 옛적 서부에서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황야의 무법자> <석양의 건맨> <석양의 무법자> <석양의 갱들>가
그 것이다.

그동안 DVD로만 감상했었던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작품을 시원한 스크린에서 만나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 외에 이번 시네바캉스 서울에서는 할 하틀리 특별전이 열리며, <제 3의 사나이> <리피피>등 명화극장 5편,
홍상수 감독의 작품 3편, 장형윤 감독의 작품 5편 등을 만나볼 수 있다.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서울아트시네마

no THE TITLE OF FILM DIRECTOR EXTRA INFO
개막작 Opening Film
00. 옛날 옛적 서부에서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세르지오 레오네 1968ㅣ165minㅣ이탈리아/미국ㅣColor
세르지오 레오네 회고전 (6편)
01. 황야의 무법자 A Fistful of Dollars 세르지오 레오네 1964ㅣ101minㅣ서독/스페인/이탈리아ㅣColor
02. 석양의 건맨 For a Few Dollars More 세르지오 레오네 1965ㅣ130minㅣ이탈리아/스페인/서독/모나코 Color
03. 석양의 무법자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세르지오 레오네 1966ㅣ181minㅣ이탈리아/스페인ㅣColor
04. 옛날 옛적 서부에서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세르지오 레오네 1968ㅣ165minㅣ이탈리아/미국ㅣColor
05. 석양의 갱들 A Fistful of Dynamite 세르지오 레오네 1971ㅣ이탈리아ㅣ157minㅣColor
06.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Once Upon a Time in America 세르지오 레오네 1984ㅣ227minㅣ이탈리아/미국ㅣColor
할 하틀리 특별전 (7편)
07. 트러스트 Trust 할 하틀리 1990ㅣ107minㅣ미국/영국ㅣColor
08. 심플맨 Simple Men 할 하틀리 1992ㅣ105minㅣ미국/영국/이탈리아ㅣColorㅣ16mm
09. 아마추어 Amateur 할 하틀리 1993ㅣ105minㅣ미국/영국/프랑스ㅣColor
10. 바람둥이 Flirt 할 하틀리 1944ㅣ100minㅣ BWㅣ미국
11. 바보 헨리 Henry Fool 할 하틀리 1997ㅣ137minㅣ미국ㅣColorㅣDigi-Beta
12. 인생전서 The Book of Life 할 하틀리 1998ㅣ63minㅣ미국/프랑스ㅣColor
13. 걸 프롬 먼데이 The Girl From Monday 할 하틀리 2005ㅣ84minㅣ미국ㅣB&W/Color
명화극장 (5편)
14. 제3의 사나이 The Third Man 캐롤 리드 1950ㅣ104minㅣ미국ㅣB&W
15. 리피피 Rififi 줄스 다신 1955ㅣ119minㅣ프랑스ㅣB&Wㅣ35mm
16. 당신에게 오늘 밤을 Irma La Douce 빌리 와일더 1963ㅣ142minㅣ미국ㅣColor
17. 워커바웃 Walkabout 니콜라스 뢰그 1971ㅣ100minㅣ오스트레일리아ㅣColor
18. 야쿠자 The Yakuza 시드니 폴락 1975ㅣ112minㅣ미국/일본 Color
작가를 만나다 - 홍상수 (3편)
19. 극장전 Tale of Cinema 홍상수 2005ㅣ89minㅣ한국/프랑스ㅣColor
20. 해변의 여인 Woman on the Beach 홍상수 2006ㅣ127minㅣ한국ㅣColor
21. 밤과 낮 Night and Day 홍상수 2008ㅣ144minㅣ한국ㅣColor
서울아트시네마 교육 프로그램 - 영화관 속 작은 학교
22. 별별 이야기2 - 여섯 빛깔 무지개 If You Were Me - Anima Vision 2 안동희 外 2007ㅣ95minㅣ한국ㅣColor
애니충격감독열전 - 장형윤 편 (5편) *공동주최 : 애니충격전 연합사무국
23. 어쩌면 나는 장님인지도 모른다 May be I am blind 장형윤 2002ㅣ한국ㅣ5minㅣ2D DVCam
24. Tea time 장형윤 2002ㅣ한국ㅣ4minㅣ2D DVCam
25. 편지 The letter 장형윤 2003ㅣ한국ㅣ10minㅣ2D DVCam
26. 아빠가 필요해 Woolf Daddy 장형윤 2005ㅣ한국ㅣ10minㅣ2D DVCam
27. 무림 일검의 사생활 A coffee vending machine and it's sword 장형윤 2007ㅣ한국ㅣ30minㅣ2D DVCam
영화 희망 나눔, 영화인 캠페인  
28. 멋진 그녀들 She Is 주현숙 2007ㅣ62minㅣ한국ㅣColor
서울아트시네마 일본영화걸작 정기 무료상영회 (2편)
29. 권총은 나의 패스포트 Colt is My Passport 노무라 타카시 1967ㅣ일본ㅣ84minㅣB&W
30. 모래의 여자 Woman in the Dunes 데시가와라 히로시 1964ㅣ일본ㅣ123minㅣB&W
금요단편극장 - 인디스토리 쇼케이스 (5편)
31. 느린 여름 Heavy 박찬옥 1998ㅣ한국ㅣ20minㅣColor
32. 비오는 날의 부침개 Happy Rainy Day 김경란 1998ㅣ한국ㅣ6minㅣColor
33. 샌드위치 Sandwich 유선동, 임우정 1998ㅣ한국ㅣ16minㅣB&W
34. 동시에 Simultaneity 김성숙 1998ㅣ한국ㅣ16minㅣColor
35. 체온 The Body Temperature 유상곤 1998ㅣ한국ㅣ8minㅣ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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