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니즈 조디악 (十二生肖 12, Chinese Zodiac Heads, 2012)

여전하면서도 애잔한 용형호제 3



개봉하면 무조건 보는 영화들이 있는데, 그 가운데 팬심으로만 이야기하자면 단연 성룡 영화를 꼽을 수 있겠다. 즉, 반대로 냉정하게 얘기하자면 영화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이 많아도 무조건 보게 되는 영화라는 얘긴데, 최근 성룡 영화가 (아쉽지만) 그래왔다는 점에서 이 작품 '차이니즈 조디악'도 사실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었다. 잘 알려졌다시피 '차이니즈 조디악'이라는 영어 제목으로 개봉한 이 작품은 '용형호제'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할 텐데, '용형호제' 시절에 보여주던 스펙터클과 아기자기한 액션 구성, 코미디까지 여전하다면 다른 한 편으로는 점점 약해져가는 성룡을 영화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기도 한 애잔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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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성룡 영화의 팬들이라면 다들 어렵지 않게 알 수 있겠지만 '차이니즈 조디악'은 최대한 그 예전의 느낌, '용형호제' 시리즈로서의 명맥을 이어가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플롯과 배경 역시 거의 동일한데, 대 부분은 바로 그 동일함 혹은 그리움으로 이 영화를 보게 되는 것일 터이니 이러한 점에 아쉬움은 없는 편이다. 그런데 '차이니즈 조디악'이 '용형호제'와 크게 달라진 점들이 있는데 바로 성룡 이라는 배우이자 감독, 제작자의 변화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예전에 '취권'같이 술먹고 싸우는 영화를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보고 배울 텐데 말이다'라는 식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이런 인터뷰 말고도 성룡은 전 세계의 형님으로 불릴 만큼 자선사업과 기부 등 좋은 일에 적극적으로 행동을 하고 있다. 즉, 배우로서의 마인드 자체도 이러한 마인드를 기반으로 조금씩 변화해 왔다는 얘기다. 그런 마인드의 변화가 가장 크게 느껴지는 영화 중 하나가 바로 이 작품 '차이니즈 조디악'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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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같았으면 대형 범죄조직 등에 맞서서 유물을 얻기 위해 싸우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더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게 그리는 것에만 매진했을 테지만, 현재의 성룡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이런 전 세계의 유물들이 암거래 시장, 경매 시장의 영향 때문에 본국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사회적 문제에까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영화의 중반까지는 예전 '용형호제' 시리즈와 거의 동일하게 진행되지만 후반부에는 이와는 전혀 다른 강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러한 성룡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각자 다를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적어도 '차이니즈 조디악'은 이러한 메시지와 재미의 측면을 분리하고 있어서 차라리 괜찮은 작품이었던 것 같다. 만약 메시지가 전반부 부터 강렬한 작품이었다면 아마 예전의 '용형호제'를 기대하며 극장을 찾은 팬들에게는 너무 무거운 작품이 되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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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차이니즈 조디악'으로 느껴지는 성룡의 변화라면, 세간에서 얘기하는 '늙었다' '이젠 성룡도...' 등등의 평가가 아닌 본인 스스로가 어느 정도 '성룡 영화'를 계속 한 편 한 편 이어간다는 것에 쉽지 않음을 인정하고 있는 듯한 점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래딧이 올라갈 때, 기존처럼 NG장면들이 이어지는데 이 장면들이 지나가고 난 뒤 삽입곡의 내레이션 형태로 성룡의 음성이 들려온다. 액션, 스턴트 장면들을 촬영할 때 마다 두렵다. 체력적으로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성룡 영화를 기다리는 팬들을 위해 힘을 낸다. 라는 식의 내레이션이 두 번에 나뉘어 흐르는데, 이 장면에서 팬으로서 울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성룡 영화'라는 장르를 이어가기 위한 고통이 그대로 묻어나는 동시에, 스스로 이러한 메시지를 통해 팬들에게 이야기하고자 함이 반갑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애잔한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작품이 더 찡했던 다른 이유, 다른 장면은 영화의 마지막 등장한 그의 실제 부인의 출연 장면이었다. 정말 잠깐 출연하지만 마치 이 장면은 영화 속 장면이 아니라 실제 성룡의 인생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아 찡한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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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적으로는 아쉬운 점이 많았고 예전 홍콩영화에 자주 등장했던 썰렁한 유머나 과도한 몸짓, 캐릭터 등도 여전했지만 그래도 '성룡 영화'의 신작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 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앞으로도 또 다른 '성룡 영화'로 만나뵙길 바라며.



1. 일반 관객들에게 추천하기는 애매하지만 성룡 형님의 팬이라면 꼭 봐야 할 작품일 것 같네요.

2. 유승준의 출연은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더 안습인건 대부분의 관객들이 그가 선글라스를 벗기 전까지 아무도 몰라봤다는 거죠. 여튼 이 작품에서는 카리스마도 없이 완전히 코믹 캐릭터로 등장하는 터라 더 아쉽더군요.

3. 서기도 깜짝 까메오로 등장합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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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혁명 (辛亥革命 1911, 2011)

성룡의 100번째 영화



성룡 형님의 100번째 영화 '신해혁명'을 보았다. 일단 이 작품은 포스터를 처음 본 순간부터 개봉을 계속 기다려왔었는데 적어도 나는 극장에서 볼 수 없었다. 3월 15일 개봉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관련 기사를 찾아보니 영화의 정치적 성향 때문에 배급사에서도 시사회도 못하고 개봉도 소규모로 하려고 한다는 얘기를 봤는데, 결국 개봉을 하긴 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어쨋든 극장에서 볼 기회를 갖지 못하고 IPTV로 보게 된 '신해혁명'은 확실히 정치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작품인 듯 했다. 영화가 담고 있는 전반적인 내용도 그러하고 이 영화를 내놓은 중국의 현재 입장도 생각해봐야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신해혁명'을 이야기할 때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는 없겠으나 다시 말하면 제대로 역사와 배경을 파악하고 있어야만 이야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 글에서는 단순히 성룡의 100번째 영화라는 점에만 포커스를 맞추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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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룡의 100번째 영화라는 문구로 '신해혁명'의 정보를 처음 접했을 때는 성룡 형님의 오랜 팬으로서 몹시도 두근거릴 수 밖에는 없었다. 웃지 않고 삶의 고통과 번뇌가 담긴 어두운 표정이 담긴 포스터 역시 새로운 기대를 하게 했는데, 결과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 영화는 그의 100번째 영화라는 타이틀만 보고 감상하기에는 많은 거리가 있는 작품이었다. 영화의 이야기도 성룡이 연기한 '황싱' 보다는 조문선이 연기한 '쑨원'을 중심으로 진행되며, 캐릭터 중심이라기 보다는 신해혁명이라는 사건의 비중이 다큐멘터리에 가깝게 전개되기 때문에, 우리가 기대했던 성룡의 매력을 즐기기에는 아무래도 부족한 점들이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웃지 않는 성룡 영화에 대해서 다른 팬들보다는 관대(?)한 편인데, '신해혁명'은 웃지 않는 성룡 영화에 관대하더라도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 전반적으로 작품의 퀄리티는 나쁘지 않지만 성룡의 드라마는 확실히 제한적이며, 그 제한적 상황에서의 성룡은 부족함이 느껴질 수 밖에는 없었다 (그냥 아래의 스틸컷을 보며 문득 든 생각이지만, '황싱' 역할을 유덕화가 맡았더라면 좀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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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신해혁명'은 정치적인 성향과 논란 여부를 제외하더라도 성룡의 100번째 영화로서는 어울리지 않은 느낌이었다. 팬으로서 기대했던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면 '쾌찬차' '용형호제' '폴리스스토리'같은 작품으로 100번째 작품을 멋지게 장식하는 것이었을 텐데, 처음 '신해혁명'의 포스터와 시놉시스를 보았을 때 '그래, 100번째 작품으로 이런 의미있는 작품도 나쁘지 않겠어'라고 생각했으나 결과는 아쉬움을 남겼다. 그래서인지 성룡 형님의 다음 작품이자 '용형호제'의 속편 격으로 알려진 '십이생초 (十二生肖 CZ12, 2012)'의 개봉이 더욱 더 기다려진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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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고 설레었던 포스터가 바로 이 포스터. 보는 순간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제 글에 조차 이 포스터를 메인으로 쓰기는 어려웠을 정도로, 성룡 형님에게 포커스가 완전히 맞춰진 작품은 아니었네요 ㅠ


2. 정말로 영화에 유머를 느낄 수 있는 장면은 단 한 장면도 없으며, 성룡 형님의 액션 시퀀스는 보너스 수준으로 딱 한 장면 나옵니다.


3. 아, 그리고 물론 크래딧에 NG 장면도 없구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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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린 : 최후의 결전 (新少林寺 New Shaolin Temple, 2011)

클리셰 덩어리 일지언정 근본은 있는 영화



설 연휴를 맞아 그 동안 못봤던 영화들과 현재 극장에서 상영중인 작품들을 부지런히 챙겨보던 중,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지만 '명절이니까 성룡영화!'라는 이유를 들어 IPTV목록에서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되었다 (물론 성룡 영화라고 부르기 민망한 비중의 영화라는 것은 미리 알고 있었고;;). 국내에서는 소림사를 배경으로 한 액션 영화로 많이 소개되었고 포스터나 카피, 그리고 '최후의 결전'이라는 부제만 봐도 무언가 또 시작되는 그런 류의 영화로 포장한 듯 한데, 이 영화의 본래 제목인 '샤오린'은 '소림'이라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액션을 활용하기는 했지만 액션을 위한 영화라기 보다는 '신소림사'라는 제목 답게 소림의 근본에 관한 또 다른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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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이 100% 만족스럽다는 것은 아니다. 액션 영화로 소개되었을 만큼 액션의 비중이 그리 적지는 않은 탓에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조금은 흔들릴 여지도 있고, 무엇보다 '소림'이라는 커다란 가르침을 전하기에는 짧은 러닝 타임 동안 소개해야할 사건들과 이야기들이 많은 터라, 상당히 빠르게 전개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본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더이상 새로울 것은 없는, 클리셰 덩어리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이런 비슷한 구조와 이야기를 갖고 있는 영화들의 전형적인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특히 중국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이런 얘기를 특히 많이 했던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최근 몇 년간 중국영화들에서 보았던 새로운 시도들이 만족스럽기 보다는 오히려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한 느낌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들만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점을 부각시킨 작품들에 더 큰 만족을 얻었던 것 같다 ('검우강호' 같은...). 많은 사람들이 쉽게 범할 수 있는 오류 가운데 '전형적 =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 들 수 있을 텐데, 반드시 새로워야만 한다는 강박 관념에서 (한 때 반전에만 목숨 걸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조금만 자유로워진다면 전형적인 영화에서도 재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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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전형적인 영화가 다 괜찮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샤오린'은 좀 촌스럽기도 하고 우직하다 싶기도 한데 어쨋든 소림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갖춰야 할 근본만은 소홀히 하지 않은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개인적으로 김용의 소설 속 인물 가운데 '곽정'을 특히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도 이와 비슷한 이유인데, 곽정은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우둔할 정도로 단순하고 융통성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답답한 캐릭터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절대로 굽히지 않고, 정도를 가는 것에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 본받을 만한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도 비록 세련되지는 않지만 이 우직함이 엿보인다. 자신들이 믿고 있는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끝까지 지키다 스러져 가는 소림승들의 모습과 이를 결정적인 대사들과 눈빛으로 표현하는 유덕화의 모습에서는 이런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상대를 무찌르고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적을 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구원하려는 이 가르침이 작게 나마 영화를 통해 느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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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호우지에 (유덕화)'가 이런 가르침을 깨닫게 되는 과정에 조금 더 공감대를 일으킬 수 있도록 시간과 배려를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라는 아쉬움은 남지만, 자신들의 부족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끝까지 밀어붙이는 우직함이 오히려 맘에 들었다.



1. 확실히 사정봉이 연기한 캐릭터가 조금 겉도는 느낌이 들긴 했어요. 헤어스타일도 뭔가 이 세계와는 좀 맞지 않는 듯한 느낌도 들었고;;


2. 성룡은 예전에 홍금보가 주로 맡았던 캐릭터들과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어 마음 한 켠이 아려오기도 ㅠ 그래도 성룡 형님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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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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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푸팬더 2 (Kung Fu Panda 2)

포의 근원을 찾는 두 번째 이야기



헐리웃에서 만든 작품답지 않게 동양의 정서를 제대로 이해하고 패러디 수준이 아닌 오마주로 이끌어 낸 것은 물론 전연령이 즐길 수 있는 재미까지 담고 있던 작품이 바로 '쿵푸팬더'였다. 전편에 대한 만족감이야 개봉 당시 리뷰와 블루레이 리뷰 등을 통해 이미 얘기했으니, 이 글에서는 바로 최근 개봉한 속편에 대한 얘기로 넘어가려고 한다. 영화 '쿵푸팬더 2' 역시 이런 생략이 가능한 작품이었는데, 이미 캐릭터와 세계관에 대한 설정을 전편에서 끝마쳤기 때문에 속편에서는 또 다른 이야기에 휩쓸린 포의 이야기를 좀 더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대부분의 속편들이 전편만 못한 이유는, 전편에서 비중있게 그리는 캐릭터 설정과 히어로물의 경우 (쿵푸팬더는 어쨋든 운명론에 근거한 히어로물의 범주로 볼 수 있겠다) 평범한 주인공이 히어로가 되는 과정에서 얻는 재미와 감동을 속편에서는 다시 만나볼 수 없는 태생적 이유 때문일텐데, '쿵푸팬더 2'는 이러한 단점을 1편에서 암시했던 포의 출생의 비밀, 팬더인 포의 근원을 찾는 이야기로 보완하려 하고 있다. 사실 이 출생의 비밀이라는 것이 '비밀'이라고 하기 부끄러울만큼 누구나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는 점에서, 영화는 그 자체보다는 그 배경을 둘러싼 이야기와 사건들을 통해 포가 한 걸음 또 성장하는 계기를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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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이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통해 교훈을 주려 했다면, 속편은 아버지와 아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통해 또 다른 교훈을 주려고 하고 있다. 전편에는 '타이렁'이 있었다면 속편에는 공작새인 '셴'이 등장하는데, 이 '셴'이라는 캐릭터 역시 '타이렁'과 마찬가지로 본디부터 악당이었다기 보다는 부모에게 상처를 받고 내몰려 반대에 서게 된 캐릭터라 할 수 있을텐데, 그러한 점이 이 '쿵푸팬더' 시리즈가 갖는 특별한 (어쩌면 가장 특별한) 점이 아닌가 싶다.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 차원이 아니라 이 작품이 갖고 있는 운명론과 결부하여 깊은 의미가 있지 않나 싶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 글이 아닌 별도의 글을 통해 다시 한번 다뤄볼 예정이다.


그 결과가 허무하던 그렇지 않던 간에, '쿵푸팬더 2'는 포의 근원을 찾아가는 또 다른 여정이다. 전편이 '용의 전사'로서 각성하게 되는 과정이었다면, 속편은 이미 용의 전사로 활약하게 된 포가 자신의 부모와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과정인 동시에 '마음의 평화'를 통해 쿵푸의 고수로서 한 발 더 나아가게 되는 여정을 담고 있다. 이 두 가지의 이야기 모두 포의 근원과 관련된 것으로서 결국 하나의 여정으로 볼 수 있을텐데, 영화가 선택한 이 여정의 방법론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만약 단순히 포의 출생의 비밀에 관한 것으로 국한시켰더라면 굉장히 심심한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며, 이 영화가 상당히 힘을 주어 얘기하고자 했던 '쿵푸'에 대한 메시지도 전달하기 어려웠을 테지만, 두 가지 이야기의 적절한 접점을 찾은 것은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으로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쿵푸팬더 2'의 이야기가 100%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이 시리즈가 애초에 몇부작으로 기획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시리즈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2편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을 지루하지 않게 오락적 요소와 맞물려 풀어내고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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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애니메이션의 특성상 기술적인 면에 대해서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 전편에서도 느꼈던 점이지만 '쿵푸팬더'는 그 어떤 애니메이션보다 조명(Lighting)에 굉장한 퀄리티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애니메이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애니메이션에서 조명이 차지하는 비중이 실사영화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을텐데, 그 가운데서도 '쿵푸팬더'는 매우 세심하고 디테일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는 조명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에서 자연광을 논하는 것이 우습지만, '쿵푸팬더 2'에서는 이 작품 속 자연광의 사용이 실사 영화의 그것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대단한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다. 조명에 있어서 기술적인 우월함을 자랑하기라도 하는 듯, 다양한 밝기의 배경을 등장시키고 있으며, 실내와 실외, 자연광과 인공 조명, 불빛과 반사광 등 다양한 조명의 활용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아마도 이러한 작품의 장점은 추후 블루레이를 통해 좀 더 확연히 표현되지 않을까 더욱 기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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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맥스 3D의 볼거리도 충분한 편이다. 최근 들어 3D포맷으로 개봉하는 작품들이 많아지면서 반대로 3D작품에 대한 만족도가 하락하고 있기도 한데, 이는 4D 상영이 그러한 것과 마찬가지로 작품과 3D가 별로 연관이 없지만, 억지로 포맷에 끼워맞춘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쿵푸팬더 2' 아이맥스 3D는 포맷과 작품이 잘 맞아떨어진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이미 입체 영화의 신기함에는 제법 익숙해진터라 더 이상 입체만을 강조하는 3D영화는 의미가 없지만, 아직까지 입체 효과에 신기함을 갖고 있는 관객들이라 하더라도 '쿵푸팬더 2'는 나쁘지 않은 3D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굳이 입체임을 억지로 뽐내지 않으려는 작품들의 단점이라하면 3D영화를 처음 접하는 관객들 입장에서는 조금 심심한 작품이 될 수도 있는데, 이 작품은 포의 회상장면의 경우 일부러 2D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고 있어서 좀 더 대비되는 느낌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참고로 이 회상 장면의 경우 일반적인 본편이 실사에 가까운 애니메이션이라고 보았을 때 별도의 애니메이션 시퀀스를 두어, 관객들로 하여금 더 이상 본편을 애니메이션에 국한되어 받아들이지 않도록 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대비는 '쿵푸팬더 2'의 또 다른 흥미로운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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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기 전 영화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멀리하는 터라, 이 영화의 감독이 한국계 여성인 여인영 감독이라는 사실도 뒤늦게 알게 되었는데, 역시나 싶었다. 왜냐하면 작품을 보는 내내 오히려 전편보다 더 중국에 대한 이해가 높은 장면과 설정들이 나오는 걸 보고는 '어떤 서양 감독인지 중국 문화에 대해 비교적 잘 알고 있구나'라고 생각했었을 만큼, 어설픈 설정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계 감독이 아닐까? 라는 예상마저 했을 정도였는데, 중국이 만든 화약이라는 점을 스토리에 깊게 녹여낸 점이나 예전 '황비홍'에서 인상 깊게 보았던 사자놀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시퀀스, 그리고 중국의 곳곳을 표현해 낸 디테일은 단순히 설화나 전설에 기대어 만든 것이 아니라 철저한 현장 조사를 통해 만들어 진 것임을 뒤에야 알 수 있었다. 이런 점들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아, 우리의 전통과 문화에 대해서도 이런 세계적 블록버스터를 통해 자연스럽게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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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앞서 여러가지 이유들을 다 재쳐두더라도 '쿵푸팬더 2'는 가족오락 영화로서 러닝타임을 신나게 즐기기에 개인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었다. 각각이 기대하는 바에 따라 만족도는 다를 수 밖에 없는 일이겠지만, 포에게 그 이상을 바라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에서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이다. 울고, 웃고 즐겼으니 이 정도면 대만족!



1. '쿵푸팬더 2'는 엔딩 크래딧을 끝까지 모두 디자인하였는데, 그 때문인지 다른 영화들보다 끝까지 크래딧을 즐기는 관객들이 더 많더군요. 굳이 쿠키 장면이 없더라도 관객을 끝까지 붙들어 놓을 수 있는 장치가 아니었나 싶네요.


2. 평소에도 엔딩 크래딧에 관심이 많아 주의깊게 보는 편이지만, 이번 크래딧에서는 놀라운 이름들을 여럿 발견할 수 있더군요. 일단은 몽키의 목소리 역할을 맡은 성룡을 다른 캐스팅과는 다르게 'and'로 표기한 것이 이채로웠고, 캐스팅 가운데서는 장 끌로드 반담과 빅터 가버의 이름까지 만나볼 수 있어 놀라웠습니다. 그래도 가장 놀라웠던 이름이라면 길예르모 델 토로가 아니었나 싶네요. 참고로 델 토로는 'executive producer'와 'creative consultant'를 맡고 있는데,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야 말로 그의 주종목이라고 할 수 있겠죠. 가족영화라 그의 컨설팅이 좀 더 적극적으로 살아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울 뿐이네요 ㅎ


3. 본문에 있는 것처럼 '쿵푸팬더' 시리즈가 담고 있는 운명론에 대해서는 기회가 되면 별도로 글을 써볼 생각입니다. 이것이 이 시리즈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흥미로운 부분이거든요!


4. 3편도 기대가 되네요. 대충 예상도 되구요. 과연 용의 전사 포의 운명은 어찌될지!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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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룡의 100번째 영화 '1911' (신해혁명)
(Jackie Chan's 100th Movie) 


성룡의 100번째 영화의 포스터가 그 모습을 처음 드러냈다. 올해로 100주년을 맞은 신해혁명 영화화한 '1911'이 그 작품인데, 성룡의 100번째 작품과 신해혁명의 100주년이 겹쳐져 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실 국내를 비롯한 중국 외 해외 팬들에게는 신해혁명 100주년을 맞아 이룬 다룬 작품이라는 것 보다는, 아무래도 성룡 형님의 100번째 작품이라는 그 한 줄의 문구가 더 큰 의미를 갖는다고 밖에는 볼 수 없을텐데, 이런저런 수식어를 가져오지 않아도 'Jackie Chan's 100th Movie'라는 저 문구가 얼마나 눈물나도록 멋스러운지, 그의 오랜 팬으로서 감개무량할 따름이다. 

이 작품이 공개되기 전 팬들 사이에서는 제작 계획을 밝힌 바 있는 '용형호제 3'가 성룡의 100번째 작품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하곤 했었는데, '용형호제 3'가 되었어도 특별한 의미가 있었겠지만 아무래도 성룡은 좀 더 자신의 100번째 작품에 무게감과 의미를 더 두려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이를 반영하듯 이번에 공개된 포스터 속 성룡의 모습은 그 동안 성룡하면 쉽게 떠오르던 밝고 유쾌한 얼굴은 찾아보기가 어려운데, 이런 경향은 이미 최근작 '베스트 키드'나 '대병소장'을 통해 어느 정도 눈치챌 수 있었던 변화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작품에서 성룡은 장리와 함께 공동으로 감독을 맡고 있으며 (General Director), 아시아영화로는 최초로 중국와 미국에서 동시에 개봉하는 작품이 될 예정이다. 이 작품에는 성룡 외에 '적인걸'에 출연했던 여배우 이빙빙과 '검우강호'에 출연했던 왕학기 그리고 '색,계'와 '24시티'등에 출연했던 조안 첸이 출연하고 있는데, 참고로 이 영화에 대한 내용이 처음 알려졌을 당시에는 장쯔이 역시 캐스팅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었으나 아무래도 그녀는 최종적으로는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올해 10월 중국와 미국에서 동시 개봉 예정이며, 아직까지 국내개봉 일정은 잡히지 않았지만 아마도 국내에서도 역시 비슷한 시기에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실 성룡 형님의 100번째 영화라는 점도 너무 감동스러웠지만 저 포스터가 그렇게 멋지게 보일 수가 없더라 ㅠㅠ 내 인생 최고의 배우 성룡은 과연 100번째 영화에서 또 어떤 이야기를, 그리고 어떤 표정과 연기를 보여줄까. 아직은 멀기만한 올 10월이 너무도 기다려진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우리에겐 어쩔 수 없는 성룡 영화 '베스트 키드'

1984년작 '베스트 키드 (The Karate Kid)'를 리메이크한, 해럴드 즈워트 감독의 동명 2010년 신작은, 원작과 많은 부분을 공유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기본 뼈대만 공유하고 또 다른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작품이다.

일단 원제인 'The Karate Kid'라는 제목대신 '베스트 키드'라는 영어 제목을 국내 개봉 명으로 사용하게 된 것부터 짚고 넘어가야 할 텐데, 1984년 당시에는 아무래도 '가라데'라는 단어를 영화 제목으로 사용하기에는 껄끄러운 부분이 있었다면, 해럴드 즈워트의 2010년 작은 원작의 리메이크라는 점에서 그대로 사용한 것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리메이크 작이 원작과는 다르게 가라데가 아닌 쿵푸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으로 미뤄, '베스트 키드'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다시 선보이게 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영화는 극중 대사를 통해서도 '가라데가 아니라 쿵푸야'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가라데 키드'를 리메이크한 2010년 작 '가라데 키드'는 사실 '쿵푸 키드'라 불러도 좋을 만큼 중국과 쿵푸의 정신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베스트 키드'의 줄거리는 뻔하기 그지 없고 클리셰의 계속 되는 반복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에 반해 러닝타임은 일반 액션영화들보다도 훨씬 긴 140분이기까지 하다. 즉 이 작품에게서 무언가 신선한 것을 기대한다면, 그리고 가라데 키드를 연상시키는(?) '베스트 키드'라는 제목을 갖은 영화답게 화끈한 액션 장면을 기대했다면 크게 실망할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앞서 이 영화가 단순한 액션 영화가 아니라 어찌되었든 '쿵푸 영화'라는 점을 강조한 데에는 이 같은 이유가 있다. 쿵푸 영화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구성인 훈련 장면. 그저 얼른 강해지고 싶은 마음에 빨리 화려한 기술을 배우고자 하는 주인공에게 스승은 항상 무술은 가르치지 않고 이해할 수 없는 동작들(혹은 쓸데없어 보이는 동작들)만 반복시킨다.

하지만 물론 이런 것들은 나중에 주인공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내공이 상승하는 것으로 진행된다. '베스트 키드' 역시 마찬가지다. '드레 (제이든 스미스)'의 쿵푸 스승인 '한 (성룡)'은 그저 자켓을 입고 벗고 거는 것만 내내 훈련시킨다 (이 영화가 살짝 다른 점이 있다면 '드레'는 다른 쿵푸 영화의 주인공들에 비해 거의 꽤를 부리지 않고, '한'의 훈련 방법은 무술의 기본이 되는 동시에, 아이의 잘못된 순간을 단번에 사로잡는 특효약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베스트 키드'의 주인공은 누가 봐도 중국으로 이사온 이방인인 '드레' (제이든 스미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드레의 배경이 세밀하게 묘사되지는 않지만, 몇몇 장면을 아버지의 부재, 흑인으로서 중국이라는 낯선 공간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 이로 인한 집단 괴롭힘과 이를 이겨내는 과정, 그리고 사춘기 소년으로서 소녀와의 두근거리는 만남까지. 이 영화의 포인트는 철저히 드레에게 맞추어져 있다. 성룡이 연기하는 스승 '한' 역시, 드레의 스승으로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며, 드레가 성장함과 동시에 '한'을 비롯해 그의 주변 인물들도 성장하게 되는 기본적인 골격을 갖추고 있다.



이렇게 얘기하고 나면, 너무 뻔하고 심심한 영화가 아닐까 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는데, 후에 얘기할 '우리만의' 관람 포인트를 제외하더라도 '베스트 키드'는 참 괜찮은 작품이다.

새롭지는 않지만 기본에 충실하며 큰 지루함 없이 끝까지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동시에, 재미와 감동을 두루 선사하는 모범적인 작품으로, 성룡이라는 배우를 '어, 저 동양배우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아, 러시아워에 나온 그 아저씨구나!'라고 만 받아들인 어린 서양 관객들에 입장에서 보아도 제법 괜찮은 작품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에게 성룡이 어찌 그런 하찮은(?) 존재던가. 누군 가에게는 '영화 = 성룡' 일 정도로 유년시절을 통째로 앗아간 주인공이자, 굳이 명절 안방 극장을 찾아오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더라도, 이제는 그의 늘어가는 주름살에 함께 마음 아파하는 존재가 아니던가.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아무리 어린 제이든 스미스가 주인공이라고 우겨도, 나를 비롯한 많은 성룡 영화의 팬들에게는 동시에 여전히 '성룡 영화'일 수 밖에는 없는 작품이기도 한 것이다.




일단 이 영화 속 '한'을 연기한 성룡은 거의 한 번도 웃지 않는다. 이렇게 정색하고 정극 연기를 펼치는 성룡을 본 것이 몇 번이나 있었나 꼽아보게 될 정도로, '한'이라는 캐릭터는 유쾌하거나 장난기를 찾아볼 수 있기는커녕, 어둡고 깊은 슬픔을 앉고 있는 캐릭터다.

웃지 않는 성룡을 스크린에서 만나는 것 만으로도 이 영화는 성룡 팬들에게 묘한 감정을 안겨다 준다. 성룡의 이런 변화는 이전부터 조금씩 있어왔지만 최근작 '대병소장'에서도 그런 의지를 강하게 엿볼 수 있었는데, 그는 인터뷰를 통해 언제까지나 '러시아워' 속 예스맨으로 기억되기 보다는 (이 인터뷰는 아무래도 북미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터라, '러시아워'를 언급하고 있다), 깊이 있는 드라마 연기를 펼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던 와중에 바로 이 작품 '베스트 키드'의 '한'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 작품은 리메이크 기획 초기에 제이든 스미스 외에는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었으며, 당연히 성룡이 반드시 고려되었던 것도 아니라 그가 직접 이 작품 (스승 '한'이라는 캐릭터를)을 선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 장면이 감정적이었던 이유는, 장면이 본래 명장면이어서라기 보단, 그 주인공이 성룡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더군다나 이 작품은 쿵푸영화. 매번 투정부리며 스승에게 꾸지람을 당해가며 쿵푸를 배우던 '취권'의 그 청년이, 어느덧 자식만한 아이에게 쿵푸를 가르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성룡 팬들이라면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아, 우리의 성룡 형님에게도 어느덧 세월이 더 깊게 다가왔구나'라는, 새삼스럽지만 아직도 매번 겪게 되는 감흥과 더불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웃지 않는 성룡'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짠해지는 감정이 들고 만다.

사실 영화의 내용을 냉정하게 살펴보면 울만한 이렇다 할 장면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2~3번씩이나 눈시울이 붉어졌던 것은 사실 나조차도 머리로는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뭐랄까 영화가 약간 눈물을 자아내려고 했던 장면이 아닌 장면에서도 눈물을 참기 어려웠기 때문인데, 뻔하디 뻔한 이 영화에서 왜 눈물을 흘렸을까 에 대해서는 여전히 머리로는 설명이 잘 되지 않는다. 하지만 성룡의 오랜 팬들이라면 이 영화를 볼 때 아마도 저절로 눈물을 흘리게 될지도 모른다.



(이 장면은 감정선을 따라가지 않았더라도,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찡해지는 장면이 아닐 수 없겠다. 액션이나 분노로 인한 눈물이 아니라, 그리움과 슬픔만으로 눈물 흘리는 성룡의 모습을 보는 것은 낯설고도 몹시 짠한 일이다)

예전에는 볼 때마다 '빌리'의 입장에서 꿈을 이뤄가는 성장영화로 보였던 '빌리 엘리어트'가 어느 순간부터 점점 '빌리'가 아닌 빌리의 '아버지'의 입장으로 보게 되는 것처럼, '베스트 키드' 역시 성룡과 함께 자란 '우리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성룡 영화가 될 수 밖에는 없을 듯 하다. 그래서 이 영화 '베스트 키드'는 더욱 특별한 작품이다.


Blu-ray 메뉴





Blu-ray : Picture Quality

'베스트 키드' 블루레이의 1080p 화질은 최신작답게 매우 우수한 편이다. 사실 보는 와중에 중간중간 놀라기도 했을 정도로 (어쩌면 기대치가 그리 크지 않아서였는지도 모르겠지만..) 레퍼런스에 가까운 훌륭한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헬기로 만리장성 위를 촬영한 컷 등만 제외하면 (이건 항공 촬영을 위해 다른 카메라를 사용해서 발생한 경우가 아닐까 싶다) 화질 측면에서는 거의 흠잡을 데가 없는 우수한 퀄리티를 보여준다.

(이하 2장의 스크린샷은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





Blu-ray
: Sound Quality

DTS-HD M.A 5.1채널의 사운드 역시 수준급이다. 아마도 좀 더 사운드를 체감할 만한 장면이 많았다면 더 실감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블루레이의 사운드는 액션 장면에서의 활용도는 물론, 제임스 호너의 영화 음악까지 매우 섬세하게 들려주고 있다.



Blu-ray : Special Features

'Blu-ray Exclusive ON LOCATION: The Karate Kid Interactive Map of China'에서는 제목 그대로 영화의 촬영지를 중국의 지도를 배경으로 선택하여 관련 자료들을 볼 수 있다. 'Alternate Ending'에서는 보편과는 조금 다른 엔딩 장면을 확인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본편에 실린 엔딩이 훨씬 좋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얼터너티브 엔딩에 수록된 내용은 너무 직접적이고, 너무 많이 가버린 진행이어서 더욱 그랬다). 각자 본편의 엔딩과 수록되지 못한 얼터너티브 엔딩을 비교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Production Diaries'에서는 성룡의 친절한 인트로 설명들과 함께 (마치 피터 잭슨의 BD를 보는 듯한 착각이 3초쯤 든다 ㅎ), 작품의 다양한 제작과정을 만나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극중 '드레'가 되기 위해 실제로 4개월 넘게 쿵푸 (우슈)를 열심히 배워야 했던 제이든 스미스의 트레이닝 과정을 엿볼 수 있고, 금지된 도시와 만리장성에서의 촬영 에피소드들 그리고 감독과 배우들이 말하는 성룡에 대한 이야기와 주인공 제이든 스미스의 하루 일정을 살펴볼 수 있다.




'Chinese Lessons'에서는 제목 그대로 중국어를 배워보는 시간이 제공되며, 현재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저스틴 비버 (Justin Bieber)가 참여한 뮤직비디오와 또 다른 메이킹 필름인 'Just for Kids: The Making of' 가 수록되었다.

총평

2010년 작 '베스트 키드'는 단순히 동명 영화의 리메이크 작이 아닌, 쿵푸와 성룡으로 새로 쓰여진 작품으로서 무엇보다 성룡의 존재가 그의 팬들에게는 더욱 새롭게 다가왔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제이든 스미스 주연의 성장영화 일지 몰라도, 적어도 '우리'에게는 어쩔 수 없는 성룡 영화가 '베스트 키드'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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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키드 (The Karate Kid, 2010)
뻔해도 눈물나는 성룡의 쿵푸 영화


1984년작 '베스트 키드 (The Karate Kid)'를 리메이크한, 해럴드 즈워트 감독의 2010년작 '베스트 키드'는 어찌되었든 성룡이 출연하기 때문에 보게 된 작품이었다. 일단 원제는 '가라데 키드'인데 1984년에도 2010년에도 '베스트 키드'라는 이름으로 개봉하게 된 것은 사정이 있는데, 일단 1984년의 경우는 국내에서 '가라데'라는 이름을 제목으로 사용하기 껄끄러운 부분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2010년 선보인 해럴드 즈워트의 리메이크작은 사실 '가라데 키드'라고 기 보단 '쿵푸 키드'라고 부르는 편이 훨씬 자연스러운 편이다. 리메이크판 '베스트 키드'에서는 배경도 중국이고, 가라데가 아닌 쿵푸가 영화의 큰 흐름을 쥐고 있다. 사실 제목에 관련해서 애매한 부분이 있지만, 영화는 극 중 주인공의 대사를 통해 '가라데가 아니라 쿵푸야'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를 주인공 제이든 스미스의 영화이기 이전에 스승인 성룡의 쿵푸 영화로 보았기 때문에 더 인상 깊을 수 밖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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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키드'의 줄거리는 뻔하기 그지 없고 클리셰의 계속 되는 반복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에 반해 러닝타임은 일반 액션영화들 보다도 훨씬 긴 140분이기까지 하다. 즉 이 작품에게서 무언가 신선한 것을 기대한다면, 그리고 가라데 키드를 연상시키는(?) '베스트 키드'라는 제목을 갖은 영화답게 화끈한 액션 장면을 기대했다면 크게 실망할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앞서 이 영화가 단순한 액션 영화가 아니라 어찌되었든 '쿵푸 영화'라는 점을 강조한 데에는 이 같은 이유가 있다. 쿵푸 영화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구성인 훈련 장면. 그저 얼른 강해지고 싶은 마음에 빨리 화려한 기술을 배우고자 하는 주인공에게 스승은 항상 무술은 가르치지 않고 이해할 수 없는 동작들(혹은 쓸데없어 보이는 동작들)만 반복시킨다. 하지만 물론 이런 것들은 나중에 주인공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내공이 상승하는 것으로 진행된다. '베스트 키드' 역시 마찬가지다. '드레 (제이든 스미스)'의 쿵푸 스승인 '한 (성룡)'은 그저 자켓을 입고 벗고 거는 것만 내내 훈련시킨다 (이 영화가 살짝 다른 점이 있다면 '드레'는 다른 쿵푸 영화의 주인공들에 비해 거의 꽤를 부리지 않고, '한'의 훈련 방법은 무술의 기본이 되는 동시에, 아이의 잘못된 순간을 단번에 사로잡는 특효약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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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키드'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제이든 스미스가 연기한 '드레'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약간은 불필요하다고 까지 생각되는 여자친구와의 에피소드가 비중있게 그려져야 했을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은 쿵푸 영화의 구조로 보았을 때는 없어도 무방할 정도다 (드레를 괴롭히는 아이들 무리와 엮이게 된 것이 여자 아이 때문이기는 하지만, 이 둘 간의 갈등은 여자 아이가 없어도 충분히 가능한 갈등관계다). 드레의 입장에서 보면 역시 이것은 성장영화다. 아버지의 부재, 미국인(흑인)으로서 중국이라는 낯설은 공간에서의 적응, 그리고 그로 인한 괴롭힘을 이겨나가는 과정 등 아이가 소년으로 성장하는 과정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결국 소년의 성장 이야기는 자신이 성장하는 동시에 가족(엄마)과 주변 사람(여자 친구의 가족들), 그리고 그의 스승마저 조금씩 성장하게 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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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많은 이들, 특히 성룡보다는 윌 스미스에 더욱 익숙한 세대들에게 '베스트 키드'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드레'의 영화로 읽혀질 것이다. 하지만 나처럼, '베스트 키드'를 성룡 때문에 보게 된 사람들, 즉 성룡의 오래된 쿵푸 영화들로부터 영향을 받은 관객들이라면 이 작품을 '드레'의 영화인 동시에, 아니 오히려 '한'의 영화로 보게 될 수 밖에 없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일단 이 영화 속 '한'을 연기한 성룡은 거의 한 번도 웃지 않는다. 이렇게 정색하고 정극 연기를 펼치는 성룡을 본 것이 몇번이나 있었나 꼽아보게 될 정도로, '한'이라는 캐릭터는 유쾌하거나 장난기를 찾아볼 수 있기는 커녕, 어둡고 깊은 슬픔을 앉고 있는 캐릭터다. 일단 이것부터. 웃지 않는 성룡을 스크린에서 만나는 것 만으로도 이 영화는 성룡 팬들에게 묘한 감정을 안겨다 준다.

더군다나 이 작품은 쿵푸영화. 매번 투정부리며 스승에게 꾸지럼을 당해가며 쿵푸를 배우던 그 청년이, 어느 덧 자식만한 아이에게 쿵푸를 가르치는 이야기는, 성룡 팬들이라면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아, 우리의 성룡 형님에게도 어느 덧 세월이 더 깊게 다가왔구나'라는, 새삼스럽지만 아직도 매번 겪게 되는 감흥과 더불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웃지 않는 성룡'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짠해지는 감정이 들고 만다. 사실 영화의 내용을 냉정하게 살펴보면 울만한 이렇다할 장면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2~3번씩이나 눈시울이 붉어졌던 것은 사실 나조차도 머리로는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뭐랄까 영화가 약간 울릴 려고 했던 장면이 아닌 장면에서도 눈물을 참기 어려웠기 때문인데, 뻔하디 뻔한 이 영화에서 왜 눈물을 흘렸을까에 대해서는 여전히 머리로는 설명이 잘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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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인 윌 스미스와 함께 출연한 '행복을 찾아서'와 키에누 리브스 주연의 SF영화 '지구가 멈추는 날'에 출연했었던 제이든 스미스는, 본격적인 주연을 맡은 이 작품에서 한 단계 더 성장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행복을 찾아서'에서부터 그냥 '윌 스미스 아들'이 아니라 제법 연기 잘 하는 아역 연기자로도 손색이 없는 그였는데, 이제는 정말 아빠의 후광 없이 다른 작품에 캐스팅 되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개인적으론 좀 감상 방향이 달랐지만, '드레'의 영화로 보아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이유는 성장한 제이든 스미스 때문일 것이다.


1. '드레'의 엄마로 타자리 P.헨슨이 출연합니다. 몰라서 인지 더욱 반갑더군요. '벤자민 버튼'의 엄마 역할에 이어 또 한 번의 엄마 역할이로군요.

2. 홍콩 영화 많이 보신 분들께는 너무도 익숙한 배우 '우영광' 역시 출연합니다. 이 역시도 몰랐던 캐스팅이라 무척이나 반갑더군요. 성룡과는 최근작 '대병소장'에서도 함께 연기했었죠.

3. 저도 더 늦기 전에 자켓 입고 벗는 연습하려구요 ㅎ

4. 본격적인 성룡 영화가 아니라서 엔딩 크래딧에 NG컷이 나오진 않지만, 촬영장의 모습을 담은 스틸컷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누가 윌 스미스 제작 아니랄까봐 이 가족이 사진이 자주 등장하더군요 (참고로 윌 스미스 뿐 아니라 아내인 제이다 핀켓 스미스 역시 제작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엄마,아빠가 제작하고 아들이 주연하고)

4. 아직도 잘 이해가 안가요. 왜 울었을까 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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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병소장 (大兵小將, Little Big Soldier, 2010)
성룡 후기 작품의 시작일지도


적어도 성룡 영화와 함께 유년기를 보낸 영화팬으로서 성룡 '형님'의 영화는 영화의 좋고 나쁨, 완성도를 떠나서 팬으로서 챙겨보는 몇 안되는 장르이기도 하다('성룡 영화'는 그 스스로 하나의 장르다). 그래서 최근 다른 이유로 말이 많은 작품 <대병소장>도 놓칠 수 없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해보자면 이 작품을 단순히 불편한 감정이 있는 유승준의 출연 사실 만으로 거르기에는 제법 의미있는 성룡 영화라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성룡 영화의 초기, 중기 등을 넘어서 본격적인 후기 작품의 시작이라고 볼 만한 작품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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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병소장>을 이야기할 때 반드시 언급해야 할 요소라면, 성룡 영화들의 많은 작품들이 그러하긴 했지만 그 가운데서 가장 성룡의 영향력이 영화 외적으로 가미된 작품이라는 점이다. 오프닝에 등장하는 크레딧을 보면 감독 외에는 거의 모든 주요 스텝을 성룡이 맡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프로듀서, 치프 프로듀서(?), 오리지널 스토리, 주연 등 영화의 전반에 걸쳐 자신의 이름을 내세우고 있다(사실 타이틀롤 맨 처음에 이름이 언급될 만큼, 성룡이 맡은 캐릭터가 주연은 아니라고 영화 내내 생각했었는데, 영화의 마지막을 보니 이 캐릭터가 맨 처음 이름을 올린 이유가 단지 성룡이라서는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특히 <대병소장>은 오리지널 스토리를 비롯해 성룡이 상당히 예전부터 기획해온 작품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 이야기와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의 롤을 따져보니 단순히 넘길 일은 아닌 것을 알 수 있었다.

일단 영화는 마지막 시퀀스만 제외한다면 위나라 장군 역할을 맡은 왕리홍이 주연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물론 비중은 큰 차이가 없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주연'의 이미지를 떠올렸을 때 분명 주인공은 왕리홍이고 성룡이 맡은 양나라 병사는 이 버디무비 아닌 버디무비에서 어쨋든 조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성룡이 맡은 캐릭터는 기존 성룡 영화 속 성룡 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그는 마치 <놈놈놈>의 송강호 처럼(그런데 <놈놈놈>의 주연은 분명 송강호다 ㅎ) 익살스럽고 양념 같은 이미지인 것에 반해, 왕리홍은 주연 다운 자신 만의 스토리를 갖고 있다. 위나라 장군인 왕리홍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비롯해 영화의 전체적인 스토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캐릭터이지만, 성룡이 맡은 캐릭터는 이 큰 줄거리에 우연히 휘말리게 된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영화 내내 성룡이 맡은 캐릭터는 왕리홍이 맡은 캐릭터를 알게 모르게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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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룡이 이렇게 자신의 영화에서 한 발 물러나서인지, 우리가 흔히 성룡 영화에서 기대하는 것들을 <대병소장>에서는 기대 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예전 같으면 18:1이 되었어도 혼자 만의 실력으로 모두를 제압했을테지만(적어도 날쌔게 약올리며 도망은 갔을테지만), <대병소장>에서 그런 성룡의 모습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허무하다 싶을 정도로 다수의 적에게는 싸워볼 생각도 못한채 순순히 잡힌 다던가, 상대에게 무술로서 압도하는 모습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유머가 가미되기는 했었지만 항상 자신의 영화에서 수 많은 악당들을 일당백으로 무찌르던 성룡의 모습에 익숙한 팬들 입장에서는 이런 성룡의 변화가 낯설고 한편으론 쓸쓸하게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성룡 영화라면 꼭 등장하던 아크로바틱한 액션 시퀀스라던가, 도구나 장소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액션 시퀀스도 그리 많지 않다(나오긴 한다). 이런 점들을 찾아볼 수 없는 것도 팬으로서 아쉬운 점이지만, 그 밖에 전체적인 이야기가 갖는 힘이 약한 것도 아쉬운 점이다. 유머는 등장하지만 예전 같은 임팩트는 아니었고 무언가 드라마로 이끌려는 시도는 알겠으나 전체적으로 진부한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성룡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는 나중에 가서 분명히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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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냥 심심하기만 하다라도 느꼈던 영화가 한순간에 바뀐 것은 마지막 장면 때문이었는데, 이것은 이야기의 반전 때문이 아니라 '아, 성룡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간 메시지보다는 영화가 주는 즐거움에 포커스를 두었던 그의 영화에 비춰봤을 때, 이번 <대병소장>은 이 마지막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러닝타임을 끌고 온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마치 당의 지원을 받으며 작품 세계가 '소박'에서 '대의'로 변해버린 장예모의 작품들을 보고 당황했던 것이 떠오르기도 했는데, 이런 당황스러움과는 종류가 약간 달랐지만 성룡 역시 무언가 '대의'를 말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특히 그 일부러 마지막에 보여주려고 숨긴 티가 너무 났던 그 문구를 공개하는 장면은, 장예모의 <영웅>의 마지막이 그대로 연상되었다). 그러고보니 이 작품은 장예모의 <영웅>과 어느 정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

이 마지막 시퀀스를 대하는 관객들의 평가는 아마 저마다 다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성룡 보다는 우리에게 익숙한 기존의 성룡이 더욱 마음에 들지만, 그가 꾸는 꿈이 이런 꿈이라면 좀 더 팬으로서 지켜봐야 할 것 같다(이렇게 이야기하고나면 장예모의 그것과 완전히 같다고 이야기하는것 같은데,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대병소장>은 '대의'와 무상함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소시민 영웅이라는 기존의 모티브를 함께 갖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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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준의 연기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이채로운 점이라면 자신의 실제 목소리로 중국어 연기를 한다는 점이었는데, 캐릭터 자체가 살짝 모호한 감은 있었지만 그럭저럭이었던 것 같다(하지만 캐릭터의 무술 실력에 비해 그 마지막의 '팔뚝'은 좀 과했다 ㅎ). 의외로 비중있는 여자 캐릭터가 없다는 것도 이채로웠다, 두 명의 여자 캐릭터가 등장하긴 하는데 좋고 나쁨을 논하기엔 비중이 너무 적다.

성룡 팬이라면 재미 여부를 떠나서 꼭 봐야할 작품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후 성룡 작품들(자신이 감독하고 각본쓰고 주연을 맡게 될 작품들)의 여부에 따라 중요한 지점이 될 작품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1. 국내에 들어온 필름 상태가 너무 좋지 못하더군요. 디지털 상영으로 높아진 눈이 오랜만에 불편을 겪었습니다. 중간에 화면 톤이 아예 나가버리는가 하면, 톤이 나가면서 포커스도 나가버려서 마치 캠버전을 보는 듯한 느낌마저 주더군요. 사실 좀 욱하는 분들이라면 환불도 요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되네요.

2. 상영관 자체도 너무 없었지만 관객들도 정말 없더군요. 오랜만에 상영관을 통째로 빌려서 관람했습니다. 정말 유승준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래도 성룡 형님 영화인데 좀 너무한 것 같다는 생각도 ㅠ

3. 역시 성룡 영화 답게 엔딩 크래딧에 NG장면이 수록되었습니다. 하지만 임팩트는 확실히 이전보단 떨어지는것 같아요.

4. 연륜이 쌓이면서 다른 배우를 보조해주는 캐릭터로 물러나는 것도 좋지만, '성룡'은 계속 자신이 주인공인 영화를 만들어주었으면 좋겠어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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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 시절인 80년대 후반. 그 때는 부모님이 퇴근해서 집에 오실 때 마다 무슨 비디오를 빌려올지가 가장 기대되는 날들이었다. 아직도 내 인생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영화들은 모두 당시 동네 비디오 가게에서 빌려본 영화들이었으며, 그 중에는 무엇보다 스필버그 영화와 홍콩 영화가 가장 재미있었다. 당시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권에서는 홍콩 영화가 단연 최고의 인기였고, 우리 집이라고 다를 것 없었다. 주윤발 주연의 <영웅본색> <첩혈쌍웅>과 장국영, 왕조현의 <천녀유혼>같은 영화도 무척이나 많이 보았지만, 단일 배우로 꼽자면 단연 성룡 영화를 가장 많이 보았던 것 같다. 특히나 <폴리스 스토리> <프로젝트 A> <용형호제>등 시리즈로 제작된 작품들은 이른바 지금까지도 ‘성룡’영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불후의 명작들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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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가장 친숙한 이미지는 다름 아닌 골든 하베스트의 영화사 로고였다)


지금처럼 영화 시작 전부터 어느 영화사가 제작하고 또 배급했나 로고를 유심히 살피지 않던 어린 시절에도 강하게 인식된 영화가 로고가 있었으니, 그건 다름 아닌 골든 하베스트사의 그 유명한 문양이었다. ‘뚱, 뚱, 뚱, 뚱, 뚜뚜 두 뚜~’하는 배경음악과 함께 등장하는 골든 하베스트의 이미지는 정말 당시 지겨울 정도로 많이 보았던 것 같다. 어린 시절에 생각하기로는 골든 하베스트를 하나의 영화사로 인식하기보다는, 그냥 성룡 영화의 시작엔 당연히 나오는 하나의 인트로 정도로 인식했었던 것 같다. 

성룡에게 있어 이 작품 <폴리스 스토리>는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작품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폴리스 스토리>이전까지 성룡이라는 배우는 <취권>과 <사형도수>등으로 대표되는 쿵푸 사극 속의 이미지나 <쾌찬차>로 대표되는 홍금보, 원표와 함께한 코믹 액션 영화의 이미지가 강했었으나, <폴리스 스토리>가 성공을 거두면서 이후 하나의 브랜드처럼 되어버린 ‘성룡’ 영화의 기틀을 마련한 계기가 되었고, 무엇보다 홍금보, 원표 없이 단독으로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도 성공하면서 자신만의 입지를 탄탄히 다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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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는 성룡이 헐리우드 진출을 위해 단독 주연 작품 몇 작품을 만들었지만, 실패를 거두고 난 상황이라 더욱 의미가 컸는데, 성룡은 단순히 주연만 맡은 것이 아니라 감독과 제작, 스턴트, 무술지도, 그리고 주제가 까지도 직접 부르는 등 1인 다역을 선보이면서, 그간 자신이 주연을 맡아온 영화들과는 색 다른 자신만의 스타일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런데 단순히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는 <폴리스 스토리>라는 것이 재밌기만 한(물론 아주 재미있는) 코믹 액션 영화 정도로 남아있었는데, 어른이 되어 다시 보게 되니, 당시에는 보이지 않았던 여러 가지 영화적인 재미와 더불어 감동이 엿보이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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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작인 <폴리스 스토리 (警察故事)>는 제목과도 같이 경찰인 주인공 ‘진가구’가 경찰로서 악을 소탕하는 과정을 그린 액션 영화이다. 그런데 악당이 아주 극악무도 하다기 보다는 법을 악용해 합법적으로 범죄를 일으킨다. 경찰인 진가구는 여기에 억울해하고 분노하지만 이를 합법적으로 응징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 뻔히 악당을 범죄 현장에서 잡아넣었지만 그들은 변호사를 고용해 법정에서 요리조리 빠져나가 무죄 판결을 받게 되고, 그 와중에 동료 경찰관이 이들과 결탁한 것을 알게 되지만, 동료 경찰은 곧 악당들에게 살해되고 이 살인죄마저 뒤집어쓰게 되어 경찰에게도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만다. 진가구는 자기 발로 경찰서로 돌아가 억울함을 호소해보지만 불리한 증거 때문에 결국 상사를 설득시키지 못하고, 상사를 인질로 잡은 채 빠져나와 스스로 범죄의 증거물을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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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 스토리>에서 흥미로운 설정 중에 하나는 바로 경찰 내의 모습이다. 이런 설정은 2편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는데, 동표가 연기한 ‘표숙’으로 대표되는 경찰서 내의 이른바 ‘윗사람’들은 겉으로는 딱딱하고 권위를 내 세우는 듯 ‘연기’하지만 실제로는 법보다는 인정이 앞서는 따뜻한 사람들이다. 이를 가장 잘 나타내 주는 캐릭터가 동표가 연기한 ‘표숙’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마치 상사라기보다는 아버지 같은 느낌으로 진가구를 대하며, 오랫동안 함께해온 동료로서 진가구의 성격과 성향을 누구보다 훤히 꿰뚫고 있어 힘들이지 않고도 경찰조직 내의 상하구조를 유연하게 컨트롤 해내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납치를 당했음에도 스스로 진가구에게 증거 확보를 위한 시간을 벌어주는 상사의 모습에서도 이런 ‘정’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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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룡 영화에는 반드시 높은 담이나 문을 넘는 장면이 등장한다. 성룡의 스턴트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

범죄를 대하는 방식에 대해 잠시 이야기하다 말았는데 계속 이어가보자면, 결과적으로 경찰 조직 내에서도 이 범죄조직을 합법적으로 처리할 수 없는 한계를 알고 있기 때문에, 진가구를 사실상 그냥 보내주고 만다. 결국 진가구가 마지막 백화점에서의 치열한 격투 끝에 범죄의 증거와 더불어 일당의 우두머리인 ‘주도’를 잡게 되는데, 보통 같으면 잡는 것으로 해피 엔딩으로 끝나겠지만 <폴리스 스토리>에서는 이런 정상적인 방식보다는 시종일관 법으로도 범죄를 해결할 수 없어 억눌리고 답답한 정서를 마지막에 시원하게 풀어내고야 만다. 마지막 진가구가 주도의 변호사와 주도에게 분노의 주먹을 날릴 때, 사실상 그를 아무도 말리지 않은 것은 모두들 진가구를 이해하고 있고 또한 동의하고 있음을 암묵적으로 보여준다. 잡히고 나서도 뻔뻔하게 법을 논하는 변호사에게 시원하게 한 방 날릴 때의 쾌감은, 단순히 액션에서 오는 쾌감 그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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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의 가장 큰 스턴트 장면이었던 백화점 샹들리에 씬)

<폴리스 스토리>에서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마지막 클라이막스를 장식하는 백화점에서 샹들리에를 타고 내려오는 스턴트 장면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당시 성룡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영화 한 편마다 초대형의 스턴트 장면이 꼭 하나씩 등장한다는 점인데, <폴리스 스토리>에서는 바로 이 백화점 샹들리에 장면이었으며, 영화 속에서 이 장면은 각기 다른 각도에서 여러 번 반복되어 등장한다(이 같은 방식은 이후 성룡 영화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예전 어느 글에서 본 것 같은데, 이런 대형 스턴트 장면에서 성룡은 영화 속 인물인 ‘진가구’로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배우인 ‘성룡’으로 임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 적으로는 맞지 않게 몇 번씩 같은 장면을 스턴트 적인 면에서만 강조하여 반복하는 것이나, 스턴트 전에 크게 심호흡을 하며 준비하는 과정을 그대로 담은 것은, 영화 속 캐릭터가 아니라 배우 ‘성룡’으로 임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고 보여주는 것으로서, 오히려 영화적으로 촌스럽게 보이기보다는 성룡 영화에 대한 진정성을 관객에게 느끼게 해주는 것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성룡 영화에 대표적인 특징이라 할 수 있는 ‘NG장면’을 통해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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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엽기까지한 모습에 임청하도 이 영화에서 고생을 참 많이했다)


<폴리스 스토리>의 엔딩 장면은 비디오 버전과 DVD버전이 다른데, 비디오 버전에서는 주도에게 분노의 주먹을 날린 뒤 밖으로 나와 경찰에게 연행되는 것으로 끝이 나지만, DVD버전에서는 백화점 안에서 분노하는 것으로 밖으로 나오기 전에 끝이 난다. 1편에 대해 다 못한 얘기를 좀 더 보태자면, 역시 임청하에 풋풋한 모습을 말하지 않을 수 없을 텐데(장만옥의 경우는 3편 모두 출연하고 있으니 나중에 다시 얘기하기로 하고), 아마도 개인적으로 내가 임청하를 보게 된 작품은 <폴리스 스토리>가 두 번째였던 것 같다(첫 번째는 <촉산>).

임청하 하면 떠오르는 대표 이미지인 ‘동방불패’를 생각한다면, <폴리스 스토리>에서 성룡에게 귀엽게 애교를 부리는 어린 임청하의 모습은 새롭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임청하는 NG 컷에서 알 수 있듯이, 후반 백화점에서의 액션 씬을 직접 소화하는 과정에서 고생을 겪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당시 비교적 신인이라고는 하지만 여배우가 저리도 열심히 스턴트 연기를 펼치는 모습을 보니 안쓰럽기까지 했다(슬로우 비디오로 묘사되기 때문에 임청하에 고통스런 일그러진 표정을 가감 없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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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룡과 장만옥의 이 오토바이 유머 시퀀스는 1편에 이어 2편에서는 업그레이드해 등장한다)

 
<폴리스 스토리>1편과 2편은 그대로 이어지는 하나의 영화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1편 이후에 <용형호제>나 <프로젝트 A 2>같은 작품이 있은 뒤 1988년 만들어진 2편이기는 하지만, 1편의 하이라이트 장면으로 시작하는 것과 1편의 등장인물들이 그대로 2편에도 등장하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나중에 3편에 대해 얘기할 때 또 언급하겠지만, <폴리스 스토리 3>은 성룡이 아닌 당계례가 감독을 맡았다는 점과 말레이시아 해외 로케이션 등 내용적으로나 영화적으로도 스케일이 더 커졌다는 점에서, 오히려 1,2편 보다는 아쉬운 부분이 많은 작품이었다). 뭐랄까 1편에서 자신 만의 스타일은 이런 거다 라고 맛을 보여주었다면, 2편<폴리스 스토리 : 구룡의 눈 (警察故事續集: Police Story Part II)>에서는 앞서 언급한 영화들을 거치면서 좀 더 자신 만의 특징적인 요소들을 영화화 하는데 매끄러워진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1편이 약간 거친 것에 비해 2편에서는 능수능란함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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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룡 영화에는 유난히 의자와 탁자를 이용한 액션 장면이 많이 나온다)


2편을 다시 보니 <스파이더 맨>같은 일종의 히어물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주도 일당을 일방 타진한 진가구는 경찰의 마스코트가 되어 대외적으로도 유명세를 타게 되는데, 1편 마지막에서 잡혔던 주도는 결국 법을 악용해 다시금 풀려나 진가구를 본격적으로 노리게 된다. 이 와중에서 진가구의 여자 친구인 아미(장만옥)를 괴롭히고 위협하게 되는데, 진가구는 이런 상황에서 분노를 참지 못하고 경찰로서가 아니라 아미의 남자친구로서 주도 일당을 찾아가 한바탕 소동을 벌이게 된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경찰 내에서는 진가구를 나무라고 진가구는 그럴 바에는 경찰직을 내놓겠다며 사직 의사를 밝히고 아미에게로 돌아온다. 그래서 오랜만에 아미와 한가로운 데이트를 즐기며 경찰을 관두었다는 얘기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장면은 마치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 맨 2>에서 메리 제인을 위해 스파이더 맨 생활을 접고 행복함을 느끼는('Rain drops keep falling on my head'가 흐르던 장면. 개인적으로 <스파이더 맨 2>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장면과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피터 파커가 그러하였듯 진가구도 다시금 악을 소탕하기 위해 경찰로 복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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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로 돌아온 진가구는 주도 일당이 아닌 쇼핑센터 폭탄 테러를 통해 대기업에 돈을 요구하는 테러 집단과 맞서게 되는데,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전편에서 사실상 혼자 모든 것을 해결했던 것에 비해, 2편에서는 팀을 이뤄 작전을 수행하는 설정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진가구가 홀로 해결하는 것으로 마무리되긴 하지만, 팀을 이뤄 도청을 하고, 미행을 하고, 위장을 해 접근하고, 용의자를 심문하는 장면 등은 분량 상으로는 그리 길지 않았지만, 이제 와 다시 보니 아주 흥미로운 설정이 아닐 수 없었다(특히나 전화 발신자를 추적하는 경찰의 최첨단(?)시스템과, 미행 도중에서 벌어지는 도주 스킬(지하철을 타려다 안타고, 안타려다 막판에 타는 것으로 미행을 따돌리는)은 마치 <본 슈프리머시>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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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물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이 공원 액션 장면은, 성룡 영화에 명장면 중 하나이다)


<폴리스 스토리 2>에서는 인상적인 격투 시퀀스가 2번 등장하는데, 그 첫 번째는 공원에서 벌어지는 주도 일당과의 격투 장면이다. 성룡의 액션은 마치 격투 게임과도 같은 1:1 만의 대결에서 보다는 1대 다수의 대결에서 더욱 빛나고, 주변에 구조물이 많고 집기가 많은 곳에서 더욱 빛이 나는데, 이런 장점을 가장 잘 보여준 전투 시퀀스 중 하나가 바로 공원에서의 결투 장면이 아닐까 한다. 공원에 있는 시소나 미끄럼틀 등 다양한 구조물을 모두 이용하여 요리조리 빠져나가며 적을 피하는 성룡의 모습이나, 일반적인 권법 외에 무기까지 사용하는 장면이 등장하면서 더욱 다양한 액션의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성룡은 1대 다수로 주로 싸우는 장면이 많아 그렇기도 하지만, 무결점의 파이터라기 보다는 때리는 만큼이나 상당히 많이 맞는 파이터라고 볼 수 있는데, 이 공원에서의 격투 장면에서도 피를 흘릴 정도로 많이 맞는 가운데 모두를 소탕하는 성룡의 액션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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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공삼각!! 이 대결 장면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두 번째 인상적인 액션 장면은 바로 영화의 마지막인 공장 건물에서 벌어지는 액션을 들 수 있겠는데, 여기에는 앞서 언급한 1대 다수의 결투 외에 1:1 대결의 묘미를 극대화 시키고 있다. 바로 영화 속에서 ‘아빠, 아빠, 아빠’만을 말하던 농아 역할의 베니(중국 이름 여강권)와의 대결이 그것인데, 이 1:1 대결은 성룡 영화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결투 씬들 가운데 하나로 꼽힐 만큼 인상적인 합을 보여준다. 태권도를 시작으로 다양한 무술을 익힌 스턴트 맨이자 배우인 여강권과 성룡과의 액션 장면은 일단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하는데, 특히 여강권이 보여주는 영공삼각(공중에서 세 번 발로 차는)동작이 기억에 남는다. 여강권이라는 배우 자체가 태권도를 가장 먼저 배운 배우이기 때문에 화려한 발차기 기술이 적극 도입되었고, 결국 화려한 액션 장면으로 연결되었다. 물론 이 대결의 백미는 ‘콩알탄’과 흡사한 폭약을 던지는 장면이었는데, 나중에 진가구가 폭탄을 들고 ‘아빠, 아빠, 아빠’하며 복수하는 장면은 지금 봐도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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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강권은 2편 뿐 아니라, 1편에서도 단역으로 출연하였고, <프로젝트 A 2>에도 출연하였다)


이 장면에서 등장한 여강권은 1편에도 자동차에서 벌어지는 액션 장면에서 스턴트 연기자로 참여했었고, 2편에서는 이렇듯 중요한 역할을 맡았으며, <프로젝트 A 2탄>에도 출연하였다. DVD의 서플먼트에는 유일하게 여강권의 인터뷰가 수록되었는데, 나이를 먹은 지금에도 무술로 단련하고 있는 모습과, 스턴트맨이기 보다는 연기가 하고 싶다는 바램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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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성룡 영화에는 모두 등장하다시피하던 '화성'과 '다이표'. 얼굴만 봐도 반갑다)


당시 성룡 영화하면 성룡이 직접 만든 스턴트 팀인 ‘성가반 (JC Stunt Club)’과 함께 항상 등장하는 조연 배우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배우를 꼽으라면 ‘화성’과 ‘다이표’를 들 수 있겠다. ‘화성’은 <폴리스 스토리>1,2편에서는 경찰청 내 동료 경찰로 등장하고 있고, 3편에서는 경찰이 아닌 악당 중 한 명으로 잠시 등장하기도 했다. ‘다이표’의 경우는 <폴리스 스토리 2>에서 진가구를 배신하는 정보원 역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 두 사람은 당시 성룡 영화에는 거의 빠지지 않았던 배우들로서 마치 골든 하베스트 로고와 같이 성룡 하면 떠오르는 또 하나의 이미지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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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마와 증강,나열 등의 모습도 만나볼 수 있다)


이 외에도 2편에는 또 다른 까메오 연기자가 등장하는데 바로 <천녀유혼>의 ‘연적하’역으로 유명한 ‘우마’다. <폴리스 스토리 2>에서는 경찰관 역으로 잠시 등장한다. <폴리스 스토리 3>에서는 여러 배우들이 등장하는데, 일단 두 명의 악당 역할을 맡은 ‘원화’와 ‘증강’을 빼놓을 수 없겠다. 일단 비교적 최근작인 <쿵푸 허슬>에도 출연했었던 원화는 1970년대부터 홍콩 영화계를 이끌어 온 대표적인 배우로서, 쿵푸에도 특히 조예가 깊은 배우다. 또한 ‘증강’은 개인적으로는 <영웅본색>에서의 이미지가 강한 배우였는데, <폴리스 스토리 3>에서도 혼전 중에 양복을 입고 흐트러진 모습을 볼 수 있어 더욱 <영웅본색>이 떠올랐다.

그리고 정창화 감독의 <죽음의 다섯손가락>의 주인공인 나열 (Lieh Lo)을 들 수 있는데, 성룡의 또 다른 작품인 <미라클>에서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던 나열은(그의 화려한 쇼브라더스 경력은 여기서는 거론하지 않겠다), 여기서 군의 장군 역할로 출연하고 있다. 그리고 2편에서 동료 경찰들 가운데 한 명으로 <판관포청천>의 ‘전조’로 유명한 ‘하가경’이 출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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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룡과 동표의 콤비는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성룡과 함께 1편부터 3편까지 모두 등장하는 배우 중에 대표적인 두 배우를 꼽으라면 동표와 장만옥을 들 수 있겠는데, 먼저 <폴리스 스토리>하면 성룡 만큼이나 동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어느 때는 친구처럼, 어느 때는 아버지와 아들처럼, 어느 때는 삼촌과 조카처럼, 성룡과 콤비를 이루어 여러 재미있는 장면을 만들어내는 동표의 모습은 비단 <폴리스 스토리>뿐만 아니라 여러 다른 성룡의 작품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동표라는 배우 외에 ‘표숙’이라는 캐릭터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폴리스 스토리>에서 동표의 이미지는 깊이 각인되어 있다. 특히 여우처럼 은근슬쩍 넘어가는 표정이라던가, 깜짝 놀라는 표정, 민망함을 넘기는 표정 연기 등은 보는 사람을 절로 행복하게 만든다(참고로
동표는 2006년 2월 22일 우리 곁은 떠났다 ㅜㅜ, 그의 관을 가장 앞에서 운구한 사람은 다름 아닌 성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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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만옥의 볼살 통통한 모습은 <폴리스 스토리>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이다)


먼저 밝히자면 나는 장만옥의 왕팬이다. 모든 여배우를 통틀어서 가장 좋아하는 배우가 장만옥일 정도로 좋아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폴리스 스토리>시리즈는 내게는 더욱 특별한 영화가 아닐 수 없다. 사실상의 데뷔작이라 할 수 있는 <폴리스 스토리>에서 장만옥의 모습은 그야말로 젖살이 다 빠지지 않은 풋풋함 그 자체라 할 수 있는데, 이후 장만옥이 보여준 선 굵은 깊은 연기와 비교해보자면 <폴리스 스토리>에서 장만옥이 보여준 가볍고(?), 밝은 모습은 오히려 더욱 인상적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1편, 2편, 3편으로 계속되면서 점차 젖살이 빠지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장만옥의 얼굴에 가까워져 가는 그녀의 변화도 스크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폴리스 스토리 3>

에서 당시 <예스 마담>시리즈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던 양자경도 이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쿵푸와 스턴트 연기를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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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잠시 언급했던 것처럼 <폴리스 스토리 3>은 일단 성룡이 직접 감독을 맡지 않고 <홍번구>등을 만들었던 당계례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1편과 2편이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과는 달리 인물들은 동일하지만, 말레이시아에서 로케이션이 진행되고, 공안과 군이 등장하는 등 스케일이 전편보다 훨씬 커졌음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같은 확장이 오히려 전편들보다는 재미를 반감시키는 결과를 낳았는데(이렇게 얘기하면 재미가 없다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겠지만, 1,2편보다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마약이나 밀거래(장군이 등장하는 밀거래 설정은 마치 <블러드 다이아몬드>를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1,2편에서는 경찰만 총을 소지했던(물론 1편 빈민가에서 벌어진 액션에서는 악당도 총을 갖고 있긴 했다만)것에 비해 군이 등장한 터라 대형 화기들이 등장하는데 이런 것도 좋지만, 역시나 성룡 하면 주먹 싸움이 제 맛이라 이런 설정이 크게 도움이 된 것 같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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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룡 영화의 인장과도 같은 NG컷에서는 재미와 진정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헬리콥터와 기차가 동원된 스턴트 장면은 역시 이 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는데(기차에 헬기가 걸려 추격하게 되는 설정하면 <미션 임파서블>이 먼저 떠오르는데, <미션 임파서블>은 1996년 작이고, <폴리스 스토리 3>는 1992년 작이니 일단은 이 작품에서 더 먼저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물론 이 부분은 <미션 임파서블> TV시리즈의 에피소드에 등장했거나, 다른 영화에서 먼저 등장했다면 틀린 말이 되겠다). 이 헬기 스턴트도 그렇지만 성룡 영화에서 스턴트가 동원된 장면에서는 일반적인 카메라 구도와는 다른 구도를 보여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인물에 아주 근접하지 않으면서도 너무 멀리 떨어지지 않아서 인물의 얼굴은 누구인지 확인이 가능한 정도의 거리에서, 전체적인 구도로 잡으면서 영화적인 컷에 중점을 포인트를 두었다기 보다는 스턴트에 포인트를 맞춘 구도로서, 마치 ‘이거다 실제로 촬영한거다’ ‘스턴트 맨이 아니라 내가 직접 다 했다’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물론 이 당시에도 성룡이 가끔 대역을 쓴 것은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래도 거의 대부분의 스턴트 장면을 본인이 직접 했다는 데에는 누구도 토를 달 수 없을 것이다).


어린 시절 비디오로만 보았던 성룡 영화를 언제 한 번 다시보기 하면서 정리해봐야겠다 하는 막연함만 있었는데, 이번에야 겨우 첫 삽을 들게 되었다. 참고로 두 번째 <성룡영화 다시보기>작품은 <프로젝트 A>가 되겠다~




* 본문에 <폴리스 스토리 3>의 헬기와 기차 장면을 언급하면서 더 먼저인 영화를 찾지 못했었는데,
  DP에 호레이쇼 처키 님이 알려주신것 처럼, 리암 니슨 주연의 <다크 맨>에서 먼저 이 설정을 보여준바 있다.
  <다크 맨>은 1990년 작임.



글 / 아쉬타카 ( www.realfolkblue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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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별로 제대로 된 글을 써본 일이 없는 거 같아서, 지난 번에 '명작다시보기' 시리즈 처럼(이 시리즈도
어서 계속해야 하는데 --;;, 하긴 '내인생의 사운드트랙'도 휴식중 ---;;) 시리즈를 써보자라는 계획하에
무얼할까 하다가 성룡 영화를 다시 보기로 정했다.

제목들도 성룡 영화만 가지고 할까, 아니면 '골든 하베스트 클래식' 또는 그냥 '홍콩 클래식'등으로 해서
다들 묶어볼까 고민중에 그냥 일단 성룡 영화들만 정리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첫 작품으로 <폴리스 스토리>를 정하고, 1,2편을 며칠전에보고 오늘 3편을 감상하였는데,
이거 은근히 압박이 있다(왜 블로거는 사서 고생을 하는가?).

근데 그 와중에 이번주에는 은근히 볼 영화들도 많아졌고(플래닛 테러, 카운터페이터, 페스트푸드네이션,핸콕 등)
더군다나 다음 주 중반까지 dp리뷰로 김기영 감독 컬렉션 리뷰를 맞기로 하여(이거 상당한 시간과 공과 공부가
필요할 듯 한데 말이다), 갑자기 시간이 부족해져 버렸다.

김기영 컬렉션 리뷰의 경우 정말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할 듯 한데, 어찌 되었던 qc가 도착하기 전까지
폴리스 스토리를 마무리 해야 할 텐데,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왜 블로거는 사서 고생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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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푸 팬더 (Kung Fu Panda, 2008)
이런것이 진정한 오마주!

사실 <쿵푸 팬더>는 진작부터 봐야지 했던 영화는 아니었다. 포스터의 때깔만 봤을 때는
<마다가스카>정도의 영화로 생각되어 그랬던 것이었는데, 개봉이 되고 나서 흘러나오는 영화 평들은
모두 다 호평들 일색이었다. 더군다나 이것이 이름만 '쿵푸'영화가 아닌, 진정한 '쿵푸'영화라는
평들은 얼마전 실망했던 <포비든 킹덤>의 아쉬움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늦었지만 이제야 보게 되었다.



(여기서부터 끝날때까지 스포일러 입니다)

<쿵푸 팬더>를 보면서 여러가지 다른 영화들이 떠올랐는데, 그 중 가장 많이 떠올랐던 것은 <매트릭스>였다.
이 영화는 드림웍스의 전작인 <슈렉>과 비슷한 루저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그리고 있지만, 여기에 쿵푸라는
중국적인 요소를 배경으로 하면서 <매트릭스>와 상당히 밀접한 분위기로 이 루저가 그려지게 된 것이다.
주인공 '포'는 혈관에 육수가 흐르는 국수집 아들이지만, 쿵푸와 무적의 5인방, 그리고 그들에 대한 전설에 대해
빠삭하게 알고 있는 팬이기도 하다. 외모로보나 실력으로 보나 포가 용문서의 전수자라고는 보기가 힘들지만,
대사부는 포를 지목하고, 여기서 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포 스스로도 자신이 용의 전사(?)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무적의 5인방은 물론, 그들의 스승인 시푸 역시 포를
운명의 정해준 전사라고는 믿지 않는다. 이 설정은 <매트릭스>의 the One의 개념과 거의 흡사하다.
네오도 처음에는 스스로도 믿지 못하고, 주변에서도 아무도 믿지 못하지만, 차차 주변에서도 믿게 되고,
최종적으로 스스로도 믿게 되면서 진정한 the One이 되는 이야기 구조는 <쿵푸 팬더>에서도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이 영화에서 '포'의 존재보다 개인적으로 더 인상깊게 보았던 것은 바로 '스승과 제자'의 개념이었다.
이는 쿵푸 영화에서는 절대 빠질 수 없는 것으로, 어리석은 제자를 현명한 스승이 가르쳐 깨우침을 주는 과정을
주로 그리는데, 이런 과정을 미국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상당히 세심하고
정확하게 묘사해 내고 있다(앞서도 언급했지만, 성룡과 이연걸을 데리고도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던
<포비든 킹덤>과 비교해본다면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정통 쿵푸 영화들에서 보면 처음에는 완전 몸치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다가, 차차 조금씩 눈을 떠가면서
나중에는 어느덧 고수가 되는 과정을 대사 없이 훈련장면과 배경음악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도 그대로 따르고 있으며, 이후에 꼭 함께 하는 식사 시퀀스가 나오는 것도(예전 성룡 주연의 영화들을
보면, 훈련 장면 이후에는 식사장면이 나오는 영화가 아주 많다)그대로다.
또한 젓가락을 이용한 쿵푸 장면 역시 여러 홍콩 영화들을 떠올리게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성룡의 작품들도
많이 떠올랐었지만 특히 <호소자>에서 삼형제가 젓가락으로 파리를 잡는 내기를 하는 장면이 더 떠올랐다 ㅋ

결과적으로 이 스승과 제자의 개념, 즉 '마스터'의 개념의 도입으로 이 작품은 좀 더 쿵푸 영화에
가까워지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매트릭스>만큼 떠올랐던 영화가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스타워즈 에피소드 3>였다.
바로 악당인 타이렁에 관한 시퀀스에서 등장하는 시푸와 타이렁의 뒷 이야기는 흡사 오비완과 아나킨의
관계가 떠올랐다. 엄청난 재능과 실력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오만함을 갖게 되는 것은 아나킨의 모습과도
흡사했고, 자신의 아들과도 같은 아나킨과 대적할 수 밖에는 없었던 오비완의 슬픔은, 시푸에게서 엿볼 수 있었다.

모습적으로는 시푸가 요다에 가까워보이지만, 설정 상은 대사부 우그웨이가 요다에 더 가깝다고 해야할 것 같다
(사실상 <스타워즈>를 염두에 둔 작품도 아닐테니 큰 의미는 없겠다만;;;). 장면적으로 타이렁이 오래전
용의 문서를 빼았기 위해 공격을 해왔을 때에 우그웨이가 갑자기 뛰어올라 타이렁을 제압하는 것을 보면,
흡사 <스타워즈 에피소드 2>에서 약간은 촐싹거리게 까지 보였던 요다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했었다.



그래서 어쩌면 악당 역할인 타이렁의 캐릭터가 좀 더 인상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표면적으로는 '포'가 루저를 대변하는 캐릭터 같지만, 결과적으로는 악당이 된 타이렁이 더 루저가 아니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엘리트 코스를 밟으면서 열심히 수련한 덕에 용의 문서를 전수받을 만한 고수가 되었지만,
실력이 아닌 운명에 의해 거절 당했던 타이렁이 삐뚫어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 전수자로 유력한 타이그리스 역시 이런 점에서 안쓰러운 캐릭터가 아닐 수 없겠다.



영화를 보면서 또 하나 놀랐던 것은 전제 관람가의 애니메이션 작품에서는 흔히 볼 수 없었던 훌륭한
액션 구성 때문이었다. 놀라운 수준의 CG로 표현된 화면을 배경으로(시작 장면에 국수집과 2층 포의 방의
그래픽은 거의 실사를 방불케 했다), 각종 무기와 권법에 따라 달라지는 액션 시퀀스는 단순히 볼거리에만
치중했다기 보다는 오마주와 더불어 치밀한 계산에 의해 연출된 액션 장면들이었다.
주성치가 이미 이소룡 영화와 더불어 선배들의 쿵푸 영화에 대한 오마주를 훌륭하게 보여주었듯이,
<쿵푸 팬더>는 주성치 영화의 재미와 오마주를 애니메이션으로 또 한번 업그레이드한 느낌이었다.



<쿵푸 팬더>를 이야기하면서 더빙에 대한 얘기를 빼놓을 수 없을텐데, 확실히 잭 블랙이 연기한 포의 목소리
연기는 환상적이었다. 사실 목소리 연기보다도 더 놀라웠던 것은 포의 표정연기였는데, 그도 그럴 것이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표정 연기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변화무쌍하고 환상적인 표정연기였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단순히 목소리 연기만을 염두해두고 잭 블랙을 캐스팅 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캐릭터를 만들고
이미지화 할때 잭 블랙의 연기와 이미지를 염두해 둔 것이라고 하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단지 잭 블랙
뿐 아니라, 더스틴 호프만이나 안젤리나 졸리 같은 경우도 이와 비슷한 경우라 해야겠다.

사실 이들 외에도 크레인 역의 데이비드 크로스나 바이퍼 역할의 루시 리우, 몽키의 성룡, 맨티스의 세스 로건 등
화려한 배우들이 성우로 연기하고 있지만, 특히나 성룡이 경우 대사가 별로 없어서 성룡만의 느낌을 전달
받기에는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교도 소장 같은 경우는 분량은 적었지만 그 특유의 목소리 때문에
마이클 클락 던컨 인줄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


최근 심심치 않게 헐리웃에서 홍콩 영화에 대한 오마주를 보여주는 작품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오랜만에 제대로된 영화가 하나 나온 듯 하다. 사실 별로 특별할 것 없는 줄거리와 대사들이 힘을 얻게 된 것은
바로 쿵푸 영화의 팬들이라면 쉽게 지나치지 못할 여지를 남겨둔 연출력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1. <매트릭스>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장면적으로도 마지막에 포가 타이렁에게 맞아 둥그렇게 패인 땅 위에
   누워있고 그 옆에 타이렁이 서서 내려다보는 장면은, <레볼루션>의 마지막 장면에서 스미스가 역시
   둥그렇게 파인 구덩이 안에서 누워있는 네오를 바라보는 장면이 떠올랐다.

2. 다들 아시는 것처럼 엔딩 크래딧이 끝나고 추가 장면이 나온다(그런데 극장에서는 아무도 몰랐는지
   나 혼자봤다 --V)

3. 사실 추가장면 보다도 엔딩 크래딧과 함께 나오는 에필로그 장면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대부분의 관객들은 그냥 나가는것 같아 내가 다 아쉽더라. 생각나는 몇가지만 언급해보자면,
   포는 무적의 5인방 피규어 외에 자신의 피규어도 추가하게 되었고, 타이렁 사건 이후 웃음을 잃었던
   시푸는 웃음을 되찾았음을 알 수 있었다. 이것 외에도 영화 속 장면들이 아니라 말그대로 에필로그 장면이어서
   이것도 절대 놓치면 안될듯.

4. 아이맥스로 토요일날 또 보러 간다 --V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드림웍스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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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비든 킹덤 (The Forbidden Kingdom, 2008)
서유기라고 하기엔 많이 모자란 오락영화


성룡 영화를 보고 자란 세대로서, 이연걸의 영화를 거의 다 본 팬으로서, 서유기라는 원작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 영화 <포비든 킹덤>은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던 영화였다. 제작초기부터 성룡과 이연걸이 드디어 한 영화에서
합을 맞추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흥분되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 영화의
감독이 <라이온 킹>이나 <스튜어트 리틀>등을 감독한 롭 민코프라는 사실 때문에, 과연 서유기를 바탕으로
한다는 이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질지, 기대보다는 걱정이 더 컸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롭 민코프 감독이 만들어온 영화들을 보면 대부분 전체관람가의 어린이 영화가 주를 이루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과연 그 감독의 그릇에 쿵푸 영화의 두 아이콘인 이 두 배우의 아우라를 제대로 담을 수 있을 것인지,
또한 여기서 더 나아가 서유기라는 엄청난 이야기를(결국 그저 설정만 빌려온 것으로 생각되긴 하지만)어떻게
요리할 것인지가 너무 걱정되었던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서유기를 생각하고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그저 손오공과 여의봉이 등장하는 기본
설정만 빌려온 영화에 실망하게 될 것이고, 성룡과 이연걸의 화려한 쿵푸 대결을 기대한 이들에게도
그다지 만족할만한 장면은 선사하지 못하는 영화라고 해야겠다. 개인적으로는 주인공인 제이슨 만 빼면
모두 중국인들이 등장하는 영화인데, 왜 모두 영어를 써야만 했는지, 모든 인물들의 영어 대사처리가
너무도 어색하게만 느껴졌던 영화였다.



이 영화는 미국제작사와 미국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임에도 영화의 배우들은 물론 대부분의 스텝들이
홍콩인들로 이루어진 영화이다 (CG부분은 상당부분 한국에서 제작하였으며, 미국 스텝들보다 홍콩 스텝이
많을 정도로 의외로 홍콩 스텝의 비중이 컸던 영화였다). 또한 무술감독으로 원화평 감독이 참여하였는데,
뭐랄까 이 두 사람을 데려다 놓고(거기다가 매트릭스의 '셰라프'로 더 잘 알려진 예성 도 출연한다),
결국 이 정도 합 밖에는 보여주지 못했는지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이 영화가 미국 감독과 제작사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라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출연진의 95%가 동양사람이고, 배경도 중국에서 이야기가 95% 펼쳐지는데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대사가 영어로 이루어지는 것에 대한 불편함과 어색함을 영화 내내 느낄 수 밖에는 없었다.
승려이며, 손오공이며, 마스터며, 불사신이며, 백발마녀며, 심지어 옥황상제까지도 유창하게 영어를 해대는데,
무언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을 받을 수 밖에는 없었다.

미국팬들에게는 잘 모르겠다(하긴 요즘은 헐리웃에서도 타란티노가 만든 킬 빌 같은 영화들이 있어서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중국의 팬들이나 나 같은 국내팬들에게는 성룡과 이연걸, 서유기 하면
어느 정도 기대치가 있는데, 이를 거의다 충족시키지 못하는 그저 오락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실제로 극장에서 옆자리에 아이들이 앉아있었는데, 상당히 좋아하고 재미있어 하는 모습이었다.
롭 민코프 감독은 몇 가지 설정도 가져오고 오프닝 시퀀스에 유명한 쇼브라더스 영화들을 비롯해, 이소룡이나,
유명 무술영화들의 포스터를 등장시키면서 일종의 오마쥬를 표현한 듯 한데, 아직까지 서양 감독 중에서
동양의 쿵푸나 무협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오마쥬할 수 있는 감독은 타란티노 외에는 없다고 생각된다.
롭 민코프 감독은 성룡과 이연걸이라는 당대의 스타를 한 영화에 출연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졌음에도,
결국 잘 살리지는 못하고, 겉만 핥는 식이 되어버렸다.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그래도 성룡과 이연걸을 한 화면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즐겁긴 했다.
특히 영화 도중 두 배우가 아주 크게 해맑게 웃는 장면이 있는데(특히 이연걸의 해맑은 미소는 여전하다),
이 장면에선 나도 모르게 절로 미소짓게 되더라. 이연걸은 그렇다치더라도 성룡은 확실히 노쇠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단지 그가 노역 분장을 해서만은 아니다 --;). 주인공 제이슨 역할을 맡은 마이클 안가라노의
연기는 이 영화를 전체적으로 비디오용 영화로 만들어버린 몇 가지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연기력은
<디 워>의 주인공들 수준이었다. 개인적으로 샤이야 라포프 정도의 수준을 기대했던 나에게 그의 연기는
거의 재앙에 가까웠다. 유역비와 이빙빙의 캐스팅은 그나마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유역비는 확실히
<신조협려>의 소용녀의 포스를 그대로 담고 있는 아리따운 모습으로 영화내내 자신의 이름을 스스로 불러가는
캐릭터를 연기하였다(이 설정도 왜 그런것이지 잘 모르겠다. 왜 그녀는 스스로 '스패로우는' '그녀는' 이런 식으로
자신의 말을 전하는지 잘 모르겠다. 더군다나 '스패로우'하니 자꾸 '잭 스패로우'가 떠올라 몰입에 방해가
되기도 --;).

<디 워>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이 영화는 설정과 줄거리 면에서 상당히 몇몇 영화를 떠올리게 했는데,
미국에 위치한 골동품 가게에서 동양의 전설을 듣는 설정이나 마이클 안가라노의 연기력 등은 <디 워>를
떠올리게 했고, 힘없는 주인공이 마스터를 비롯해 같은 목적의 동료들의 도움으로 일종의 원정대를 구성하여
악당이 있는 산으로 간다는 설정은 <반지원정대>를 떠올리게 했는데, 약간 틀리긴 하지만, 반지대신 여의봉이
등장한 것이나, 이연걸의 첫 등장시 마치 '간달프'처럼 등장하는 것이나, 제이드 장군이 마치 사우론 처럼
그려지는 것도 비슷해 보였다. 그리고 힘없는 평범한 소년인 주인공이 전당포에서 신비한 물건에 끌려
모험을 하게 되는 것이나, 결국 모험에서 돌아와 자신을 괴롭히던 친구들을 혼내주는 설정은
<네버엔딩 스토리>와 너무도 닮아있었다.

앞으로  또 이 두 배우를 한 영화에서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그럴 기회가 있다면
걱정이 되더라도 서극이나 오우삼, 혹은 타란티노의 영화에서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서유기도 제대로 한 번 본토에서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램이 든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Lionsgate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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