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어 베러 월드 (In a better world, 2010)
복수와 용서의 사이에서...


덴마크 출신의 세계적인 감독 수잔 비에르는 이 작품 이전에 헐리웃에서 토비 맥과이어, 제이크 질렌할, 나탈리 포트만이 출연한 리메이크 작 '브라더스'의 원작자로 더 많은 영화 팬들에게 알려지게 되었으며, 이후 7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에 '애프터 웨딩'이 노미네이트 되면서 더 큰 주목을 받게 되었고, 결국 2010년 이 작품 '인 어 베러 월드 (Hævnen)'로 그 해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의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하며 덴마크 영화를 전 세계적으로 알리는 계기를 만들었다. 헐리웃에 비해 변방이라 할 수 있는 덴마크 영화라는 점은 이 영화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누군 가에게는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진입 장벽이 될 수도 있을 텐데, '인 어 베러 월드'는 덴마크의 역사나 사회를 알아야만 이해할 수 있는 영화라기 보다는 전 인류에게 보편적인 화두를 덤덤하지만 아주 진중하게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은 반드시 이야기하고 싶다.





영화는 아프리카의 난민 촌에서 의료 봉사를 하는 의사 '안톤'의 이야기와 덴마크의 한 학교에서 벌어지는 학교 폭력과 그 이후의 일들을 그린다. 그리고 영화 초반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와 남게 된 '크리스티안'을 안톤의 아들이자 학교 폭력을 당하는 아이인 '엘리아스'와 연결 시킨다. 이 전혀 다른 공간에서 벌어지는 두 가지 이야기 그리고 두 가족의 이야기를 영화는 조금씩 하나로 연결시킨다. 하지만 이 연결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영화처럼 결국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라는 식이나 더 직접적인 연결이라기 보단, 같은 고민과 문제에 빠져있다는 것으로 연결점을 삼는다.






'인 어 베러 월드'의 덴마크 원제인 'Hævnen'은 '복수'를 뜻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휴머니즘을 그리고 있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어쩌면 폭력에 대한 비폭력의 가치 혹은 수잔 비에르의 폭력의 역사 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폭력이라는 작지만 강한 존재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작용하고 전달되고 커져가는 과정을 통해, 그 속에서 무너져가는 인간들의 모습과 이를 더 큰 가치로 해결해 나가자는 메시지까지 담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이 끝나고 엔딩 크래딧이 시작되는 그 순간, 굉장히 무거워져 버린 마음을 주체하기 힘들 정도로 '야, 정말 무서운 영화구나'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뭐랄까 이 작품은 '그래 아직도 세상은 희망이 있어!'라기 보단 적어도 아직까지는 '아,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나는 과연 이겨낼 수 있을까?'라는 아주 무거운 화두를 준비되지 않은 채 받게 되어버린, 그런 작품이었다.





영화는 이 과정을 더 극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아직 순수한 존재인 아이들이 폭력인해 그리고 폭력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관객들은 이 문제가 정확히 어떻게 전개되어 가는 지를 좀 더 투명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이 영화가 담고 있는 화두를 단순하게 정리하면, '과연 폭력은 비폭력만으로 저항할 수 있는가'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수잔 비에르는 이에 대한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계속 화두로 남겨 관객들로 하여금 무거운 짐을 안고 다시 한번 '겪어 보도록' 만든다. 결국 이 영화가 갖는 가장 큰 의미는 영어 제목처럼 더 나은 세상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이 아니라, 과연 우리는 좁게는 내 아이와 가족을 위해 넓게는 내 신념과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이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영화 한 편으로 이처럼 깊은 화두를 직접적으로 관객에게 던지다니. 수잔 비에르를 앞으로도 계속 주목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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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Quality


2.35:1 화면 비의 DVD화질은 우수한 편이다. 아프리카의 광활한 풍경과 극중 안톤이 머무는 별장 근처의 아름다운 자연 환경은 부드럽게 표현되며, 수잔 비에르가 곳곳에 배치한 따듯한 햇살이 가득한 장면들 역시 그 온도를 잘 담아내고 있다. 돌비디지털 5.1채널의 사운드 역시 과하지 않은 채널 활용과 더불어 비교적 선명하게 대사를 전달한다. 멀티 채널의 활용도가 그리 높지 않은 작품이라 사운드적인 쾌감은 포인트가 아니라고 보면 되겠다.




장에서 조차 만나기 힘들었던 이 같은 작품을 DVD로 만나볼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반가운 일이지만, 예고편 외에는 전무한 부가영상은 아쉬움이 남는다.


[총평] 수잔 비에르의 ‘인 어 베러 월드’는 전 세계가 함께 겪고 있는 화두를 가볍지 않고 무겁게 다루면서도, 보편적인 이야기로 연출해 낸 수작이라 할 수 있겠다. 혼자서는 쉽게 답을 찾기 어려운 용서와 비폭력의 가치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면, 이 작품을 꼭 한 번 권하고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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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더스 (Brødre Brothers, 2004)


1. 덴마크 출신 수잔 비에르의 '브라더스'를 월드컵 그리스전 승리의 기운이 만연한 새벽 시간, KBS 명화극장을 통해 감상할 수 있었다. 이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최근 개봉했던, 토비 맥과이어, 제이크 질렌할, 나탈리 포트만 주연을 맡고 짐 셰리단이 연출한 동명의 리메이크작 '브라더스' 때문이었는데, 예전 짐 셰리던의 리메이크 작에 대한 평에 원작을 반드시 봐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아 관심을 갖고 있던 중, 우연히도 TV를 통해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2. 수잔 비에르의 '브라더스'를 처음 본 느낌은 마치 도그마 선언을 한 감독의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정보를 확인해보니 도그마 선언과 수잔 비에르는 연관이 있더라. 즉 수려한 영상미(더 영화적인)는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원작 '브라더스'는 좀 더 영화 본연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된다.

3. 사실 원작과 리메이크가 있는 경우 무엇은 먼저 보았느냐에 따라 각각의 감상평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인데, '브라더스' 역시 거꾸로 리메이크 작은 먼저 보고 원작을 나중에 보다보니 원작을 먼저 보았을 때의 평가와는 조금 다를 수 밖에는 없을 것 같다. 다른 리메이크작의 예로 들어보자면, 아마 내가 '무간도'보다 '디파티드'를 나중에 보았다면 '디파티드'에 대한 평가가 좀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이야기다(물론 '디파티드'의 평가는 갈수록 나아져가는 편이긴 하다). '브라더스'의 경우는 이와 반대로 리메이크를 먼저 보다 보니 원작에서 받았어야 할 많은 감정들을 새롭게 느껴보지 못해 더 정확한 평을 내리기가 어려웠다. 



(짐 셰리단의 리메이크작 '브라더스')

4. 수잔 비에르의 원작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짐 셰리단의 리메이크작이 거의 원작과 98% 이상 동일하게 만들어졌구나 하는 것이었다. 대략의 줄거리는 물론이요, 아주 작은 설정과 대사 하나하나까지도 거의 원작의 것을 그대로 가져오고 있었다. 굳이 다른 점을 찾자면 배우들 뿐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리메이크 작 만의 새로운 점은 없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 수 있었다. 즉, 리메이크 작에서 열연한 세 배우의 연기는 매우 훌륭했지만 원작을 보고 난 이후였다면 너무 그대로인 내용과 묘사에 실망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5. 세 명의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극 중 형 역할을 맡은 두 배우의 경우 워낙에 감정 연기가 중요하고 폭의 깊이가 깊은 캐릭터라 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누가 더 좋다고 말하기 어려운 편이다. 물론 여기에는 토비 맥과이어라는 배우에 대한 기존 이미지가 작용한 탓 (기존의 토비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연기)도 크다. 형이 아내 역할의 경우 코니 닐슨과 나탈리 포트만이 연기하고 있는데, 이 캐릭터는 유일하게 원작의 배우도 제법 익숙한 배우였고(참고로 코니 닐슨은 '글래디에이터'에서 러셀 크로우의 상대역으로 출연했었다), 무엇보다 엄마이자 아내라는 캐릭터로 보았을 때 나탈리 포트만 보다는 코니 닐슨이 더 적역이 아니었나 싶다. 제이크 질렌할의 경우 물론 동생 역할도 어울리지만 형 역할로 나와도 되었을 만큼 정확히 '브라더스'의 동생 역할에 딱 어울렸다고 보기는 어렵겠다. 리메이크는 그 만의 인상이 있긴 했지만, 아무래도 원작이 더 나을 수 밖에는 없을 듯.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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