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쇼트 (The Big Short, 2016)

안일한 자본주의에 대한 친절한 설명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대표되는 2008년 미국에서 시작 된 세계 금융 위기의 원인과 과정을 다룬 아담 맥케이의 '빅쇼트 (The Big Short, 2016)'는, 이 금융 위기의 전조를 미리 발견하고 오히려 거대한 수익을 낸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렇게만 봐도 그렇고 실제로도 이 영화는 홍보 방식에 있어서 '금융 위기의 가운데 월가를 물먹이고 초대박을 터뜨린 괴짜 천재들의 이야기'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사실은 이와는 전혀 다른 정서다. 즉, 천재적인 인물들이 이 금융 위기의 전조를 미리 발견하고 이를 통해 대박을 터뜨리는 과정을 통해 통쾌함과 영화적 재미를 선사하는 내용이 아니라, 아주 객관적으로 이 사태가 왜 벌어졌고 어떻게 최악으로 말미암았는지를 이 인물들의 이야기를 빌어 설명하는 내용에 가깝다. 영화는 아주 발랄하고 리드미컬하며 오락적인 구성으로 이뤄져 있지만, 그 내용은 정말로 끔찍하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세상이 망할 것만 같았던 정도의 세계 금융위기라는 현상을 아담 맥케이는 최대한 관객들이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에 최선의 노력을 다 한다.



ⓒ 영화공간. All rights reserved


이 영화를 다 보고 난 첫 번째 느낌은 '왜 다큐멘터리로 만들지 않았지?'였는데, 그 답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세계 금융위기에 대해 원인과 결과를 상세하게 설명하려다보니 내용은 자연스럽게 전문적 경제용어들이 난무하는, 일반사람들 입장에서는 어려운 내용이 될 수 밖에는 없었다. 아마 다큐멘터리로 만들었다면 더 심화 된 내용과 메시지가 강한 영화가 되었을지 모르겠지만, 한 편으론 더 많은 관객들에게 전달되기도, 무엇보다 제대로 이해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실제로 이미 다큐멘터리로 만든 영화가 있는 것으로 안다). '머니볼'을 쓰기도 했던 원작자인 베스트셀러 작가 마이클 루이스의 동명 원작은 전문적인 경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 대중적으로도 성공했었는데, 아담 맥케이의 영화 '빅쇼트'는 여기에 한 번 더 친절한 필터링을 거친 설명서라고 보면 되겠다. 즉, 영화 '빅쇼트'는 아주 명백한 제작 의도가 담긴 작품이다.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위기로 몰고 간 금융위기가 왜 벌어졌고, 어떤 과정으로 최악으로 치닫았는지에 대한 내용을, 정확히 어떻게 이런 지경이 되었는지도 모른채 집과 직장을 잃어야만 했던 평범한 이들에게 제대로 알려주고자 했던 것이 바로 이 영화의 목적이라 하겠다.



ⓒ 영화공간. All rights reserved


이를 위해 영화가 선택한 첫 번째 방법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극영화라는 장르의 선택이었을테고, 두 번째는 크리스찬 베일, 브래드 피트, 스티브 카렐, 라이언 고슬링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 배우들의 캐스팅이었으며, 세 번째는 친절한 설명 방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크리스찬 베일이나 브래드 피트 같은 배우들의 이름에 낚여서 갑자기 의도하지 않았던 경제 공부를 하게 된 관객들도 많겠지만, 어쩌면 이 낚시 아닌 낚시는 영화의 의도였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주조연급의 유명한 배우들 외에도 마고 로비, 셀레나 고메즈 같은 셀러브리티들은 물론 세계적 셰프인 안소니 브루댕이나 경제 학자 리차드 탈러 박사 같은 이들이 등장하여 스크린에서 관객을 똑바로 보면서 알기 쉽게 소개하는 방식은, 다시 한 번 이 영화가 어떤 목적성을 갖고 있는 지를 알게 한다. 또한 라이언 고슬링이 연기한 자레드 베넷 캐릭터는 스크린 밖의 관객을 인지하면서 설명을 하고 있는데, 이 같은 설명 방식은 실제로 상당히 유효했다. 나 역시 경제 전문가가 아니다보니 CDO, CDS 등 전문 적인 경제 용어들과 내용에 대해서는 쉽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영화는 아주 낮은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정도로 설명하고 있어서 적어도 단순화 하여 이 문제를 파악하는 것에는 다다를 수 있었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All rights reserved


영화가 이토록 설명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이 문제가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영화 말미에 등장하는 문구들은 이 2시간 넘는 일종의 공부가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하는데, 이 문제로 처벌 받는 금융인은 단 한 명 밖에 없으며, 무엇보다 이 엄청난 규모의 사태를 일으켰던 일종의 금융 상품이 이름만 바뀌어서 다시 2015년에 판매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이 안일하고 멍청한 자본 주의 사회에서는 모르는 것은 약이 아니다. 아는 것이 힘이기 이전에 생존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는 걸 영화는 전하고자 한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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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나는 그 장면 #1
미스 리틀 선샤인 (Little Miss Sunshine)


아직도 누군가가 내게 가장 인상깊게 본 영화를 물을 때면, '한 작품을 꼽을 수는 없죠' 라면서 '최고의 가족 영화'로 매번 꼽는 작품이 바로 발레리 파리스, 조나단 데이톤 감독의 2006년 작 '미스 리틀 선샤인'이다. 단순히 루저 혹은 주류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벌이는 그들만의 이야기로 규정짓기엔 좀 더 복잡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기본적으로 가족 영화라는 점에서 누구에게나 추천하고픈 작품이다. 토니 콜레트, 그렉 키니어, 앨런 아킨, 스티브 카렐, 폴 다노, 아비게일 브레슬린이 만들어내는 가족이라는 이름의 앙상블 연기는 이 영화의 백미이며, 노란 색의 차에 한 명씩 뛰어들어 타는 장면은 길이 남을 명장면이다. 하지만 이 새로운 코너(?)에 선택된 장면은 이 유명한 장면이 아니라 바로 아래의 장면이다.



ⓒ 2006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우여곡절 끝에 (우여곡절이라는 표현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없다!) 일종의 예쁜 어린이 선발대회인 '미스 리틀 선샤인' 대회에 참여하게 된 올리브 (아비게일 브레슬린)는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할아버지와 함께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던 충격적인 안무를 무대 위에서 선보이게 된다. 하지만 이런 보수적인 대회에 어울리지 않는 파격적인 올리브의 무대는 일부 관객이 자리를 뜨는 등 곧 관계자에게 제제를 받게 된다. 하지만 이때까지 이 대회 자체를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가족들은 하나 둘씩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로 올리브를 응원하는 한편, 올리브의 무대가 끝까지 계속 될 수 있도록 이를 막는 이들을 몸으로 막아낸다.

어서 무대 아래로 올리브를 대리고 내려오라는 관계자의 말에, 알아듣게 처리할 것처럼 보이던 아빠 (그렉 키니어)는 갑자기 올리브처럼 음악에 맞춰 어설픈 춤을 추기 시작하고 이내, 모든 가족이 무대 위에 올라와 올리브와 함께 격한 춤사위를 펼치게 된다. 

지금까지도 이 장면만 생각하면 그냥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본래 희극의 정점에 있는 장면은 어지간한 비극보다 슬프기 마련인데, 이 장면 역시 유쾌한 동시에 몹시도 눈물나는 장면이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가족이었던 적이 없던 이들이, 서로 말 한마디 없이 올리브를 위한 무대 위의 춤으로 진정한 '가족'이 되는 순간이었으며, 남들이 뭐라던 그들끼리는 너무 행복한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이 눈물 짓게 했던 것 같다. 다들 자신 만의 가치관에 갇혀 살던 이들이 가족이라는 존재를 위해 스스로를 버린 동시에, 그럼으로서 진정한 자신을 찾게 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평소에도 누가 뭐라던 남들에게 큰 해만 끼치지 않는다면 본인들만 행복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면에서 위의 장면은 약간의 해가 있긴 했지만 이 가족이 너무나도 행복해 하는 모습에 눈물이 절로 났다. 

내게 있어 아직까지도 최고의 가족영화이자 눈물나는 춤사위는 바로 이 장면이다. 더군다나 행복에 겨운 눈물이니 이건 무엇과도 바꾸기 어렵겠다. 



* 갑작스레 블로그에 시리즈를 하나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시도했던 몇 번의 시리즈는 금새 사라지거나 지속적으로 연재하지 못하곤 했는데, 어찌되었든 이번에는 해보렵니다. 제목처럼 영화 속 눈물 나는 장면,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을 가볍게 추억하는 시리즈가 될 것 같네요. 아, 그리고 남들과 좀 다른 포인트에서도 잘 울곤 하는 제 개인적인 기록이기도 하구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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