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은 그 어느해 보다 영화를 극장에서 많이 본 한해이기도 했습니다. 각종 크고 작은 영화제에도 참가해서
고전 영화들을 비롯해 작은 영화들을 많이 만나기도 했었고, 개봉영화들은 액션과 볼거리가 위주인 블록버스터부터
개봉관을 찾기 힘들어 발품을 제법 팔아야만 볼 수 있었던 작은 영화들까지 가능한한 빼놓지 않고 보려고
노력했던 한해였구요. 다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약 150편 정도 올 한해 영화를 본 것 같은데, 그렇다보니 한해를
정리하며 베스트 작품을 단 10작품으로 꼽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더군요.
그리고 유난히 장르적으로 봤을 때 다큐멘터리나 음악영화가 많기도 했는데, 이를 따로 분류하여 순위를 정해볼까도
했지만, 결국 총 15편의 베스트 리스트를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뭐 당연한 것이지만, 아래 선택된 15편의 작품들은 순전히 저의 개인적인 평가기준으로 선정되었으며,
2008 한국영화 베스트 5와 동일하게 15편 가운데 차등 순위는 없고, 개봉한 순서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이미지 아래 리뷰 제목을 클릭하시면 블로그에 작성했던 영화의 리뷰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그르비차 (Grbavica, 2005) _ 사라예보, 내 사랑


보스니아 내전을 배경으로 전쟁의 아픔을 여전히 간직한채 살아가야 하는 현실에 처해진, 사라예보에 살고 있는
작게는 한 모녀, 넓게는 이들 모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그르바비차>입니다.
이런 소재 역시 어찌보면 새로울 것 없는 전형적인 줄거리일지 모르나, 이 영화가 특별한 점은 타인이 아닌
그들 스스로가 만든 그들의 영화라는 점입니다. 그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상처와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그르바비차>는 타인이 영화적 극적 요소만 부각시켜 감동을 불러일으키려는 것과는 달리,
전쟁의 모든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싶지 않아도 살아가야만 하는 현재의 자신들의 얘기를 담담하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년이 지난 지금도 영화의 여운이 깊게 남아있는 작품이기도 하구요.







주노 (Juno, 2007) _ 유쾌하고 아름다운 성장통


<주노>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처음이나 마지막이나 여주인공을 연기한 엘렌 페이지 때문이긴 했습니다.
제목과 비슷한 소재 때문에 우리 영화 <제니, 주노>와 비슷한 영화가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무거울 수도 있는 소재를 가볍고 유쾌하게 그려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가운데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역할까지 하고 있어 더욱 좋았던 영화로 기억되네요. 두 어린 주인공 외에 이를 둘러싼 두 부부의 이야기를
비중있게 그려낸 시나리오가 돋보였으며, 무엇보다 로우 파이한 인디 록 음악들과 포크음악들로 가득했던
영화음악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던 영화였습니다. <원스>의 경우처럼 카메라가 서서히 멀어지는 엔딩 장면의 여운도
아직까지 남아있구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_ 느긋하게 서스펜스를 이끄는 장인의 솜씨


코엔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요 바래 소개할 <데어 윌 비 블러드>는 감독들의 이름들 덕분에
일치감치 부터 큰 기대를 갖게 했던 작품이었고, 이 큰 기대를 모두 만족시켜준 흔치 않은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코엔 형제가 이제는 정말 '장인'의 경지에 올랐다고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게된
작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보는 내내 그 서스펜스와 긴장감을 자유자재로 컨트롤 하는 감독의 연출력에
감탄을 금치 못하기도 했으며, 올해 영화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 중 하나인 안톤 시거를 연기한
하비에르 바르뎀을 비롯해, 토미 리 존스와 조쉬 브롤린의 열연도 이 영화를 아주 인상깊은 영화로 기억하기에
전혀 부족하지 않았구요. 







데어 윌 비 블러드 _ 자본주의와 종교에 관한 무서운 예언서

폴 토마스 앤더슨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감독 중 한 명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도 <매그놀리아>는 에이미 만의 음악과
더불어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고, 아담 샌들러와 함께 했던 <펀치 드렁크 러브>는 제가 가끔 잠식당하고 마는
선입견을 보기 좋게 깨어준 멋진 작품이었죠. 단 한 마디로 <데어 윌 비 블러드>를 정의해 보자면 상당히 무시무시한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데어 윌 비 블러드>가 굉장한 영화라고 생각되는 이유는 제가 쓴
'자본주의와 종교'에 관한 텍스트로도 읽힐 수 있지만 더 다양하고 깊은 텍스트로도 읽힐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역시 매번 무시무시한 열연을 펼치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연기는
굳이 더 거론할 필요조차 부끄러울 정도이며, <미스 리틀 선샤인>을 통해 알게 된 폴 다노의 연기도 빼놓을수
없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한 번 더 정리를 위해 다시 한번 DVD가 무척이나 보고 싶어지는 작품이기도 하구요;



 



스피드 레이서 _ 눈이 부신 가족영화의 황홀경

스피드 레이서 BD _ 황홀경의 레퍼런스급 화질로 만나는 레이싱 어드벤처!


올해 개인적으로는 가장 눈이 즐거웠고 황홀했으며 내용도 괜찮았던 작품이었으나 아마도 제가 꼽은 영화들 중에
가장 다른 분들은 썩 좋아하지 않으실 법한 영화가 <스피드 레이서>가 아닐까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이맥스 상영시
2번 정도 관람하였고, 블루레이로 시청, 부산에서 열렸던 블루레이 영화제에서 또 한 번 관람하였는데 보면 볼수록
워쇼스키 형제가 얼마나 오타쿠 스럽고 원작을 21세기 스크린에 잘 표현해 냈는지 느끼게 되는 영화이기도 했구요.
저 같은 사람이야 좋아했지만 사실 저렇게 오타쿠 스러운 작품을 헐리웃 메이저 시장에서 저 정도 규모로 만들
생각을 한 워쇼스키 형제도 형제고, 제작자인 조엘 실버도 대인배가 아닌가 싶습니다. <드리븐>같은 레이싱을
생각하셨다면 얼른 잊으세요. <스피드 레이서>의 자동차들은 앞보단 주로 옆으로 달리고, 쿵푸도 하거든요 ^^;






아임 낫 데어 _ 밥 딜런의 몽타주


<아임 낫 데어>는 밥 딜런이라는 뮤지션을 가장 잘 표현한 영화 매체라고 생각됩니다. 보통 뮤지션을 그리게 되면
전형적인 전기 영화 형식으로 그리게 되는데 <아임 낫 데어>는 이런 정형화된 틀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마치 한 편의 시처럼, 한 편의 그림처럼 밥 딜런이라는 사람, 뮤지션의 일대기를 조명합니다. 다른 뮤지션 같았으면
이런 방식이 어울리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지만, 밥 딜런이라는 뮤지션을 그리는데 이 보다 좋은 방법은 없었을 것
같네요. 토드 헤인즈 감독은 단순히 밥 딜런의 인생과 주변을 그리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그만의 장점을 살려
당시의 문화와 사회까지 아우르는 영화를 만들어 냈는데, 밥 딜런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물어볼 필요도 없겠지만
그에게 관심이 없는 일반 관객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영화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런 점에는 케이트 블랑쳇,
히스 레저, 크리스찬 베일, 리차드 기어, 벤 위쇼, 마커스 칼 프랭클린 등 배우들의 연기가 한 몫을 하고 있구요.
개인적으로는 출연하는줄 몰랐던터라 더 반가웠던 줄리안 무어와 미셸 윌리엄스가 특히 반가웠던 기억이 나네요;






플래닛 테러 _ 극장에서 즐기는 B무비에 환호하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할 때는 다들 조용한 분위기에서 관람하기를 원할 텐데, <플래닛 테러>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각 장면 장면마다 소리내어 반응하고 싶은 욕구를 참기 힘들다 였습니다. 일반 관객들과
다 같이 보는 환경이라면 어렵겠지만 특별히 로드리게즈의 팬들이라던가 이 영화에 팬들만이 모여 영화를 관람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그 장면 장면 하나에 소리내어 환호하고 역겨움엔 질색하며 보면 얼마나 재밌을까 하는
생각말이죠. 로버트 로드리게즈는 정말 영화 장인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는 대형 스튜디오 시스템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공간에서 여러가지 작업을 혼자 뚝딱 해내는 감독으로 유명한데, <플래닛 테러>는 그의 B무비적
감성과 애착이 고스란히 묻어난 특별한 영화라 할 수 있겠습니다. 고어한 장면들이 많지만 불쾌하다기보다는
신나게(?)그려내고 있으며, 최첨단 기술을 보유했음에도 일부러 옛 것의 느낌이 나도록 만들어낸 영상은,
그의 감성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고 있습니다. 로즈 맥고완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도, 그들이 만들어낸 캐릭터들도
너무 만족스러웠던 영화였네요.






다크나이트 _ 히어로물의 역사를 새로 쓰다 #1 - 첫 느낌

다크나이트 _ 히어로물의 역사를 새로 쓰다 #2 - 세계관과 메시지


<다크나이트>는 올해를 통틀어 가장 극장에서 여러 번 본 영화입니다. 정확히 몇번 인지는 모르겠는데 이 영화가 주는
압도감이란 대형 아이맥스 스크린과 맞물려 엄청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이 분위기를 한번 더, 한번 더 느껴보기 위해
반복적으로 극장을 찾았던 기억이 나네요. 과연 그가 맞나 싶을 정도로 완전히 조커가 되어버린 히스 레저의
연기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듯 하며, 히스 레저에 가려져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크리스찬 베일이 연기한
'어둠의 기사'역시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전 세계적으로 한 편의 영화가 이렇게 센세이션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오랜만에 보여준 대작이었으며, 그 감독이 크리스토퍼 놀란이어서 더욱 반가웠던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다크나이트>도 이렇게 짧은 몇 줄로는 도저히 표현을 못하겠네요 ^^;







월-E _ 우주 최고의 러브 스토리


픽사의 작품은 항상 극장을 나오면서 이런 말을 하게 합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천재야!!!!' <월-E>는 그 가운데서도 그 천재성이 정말 놀랍도록 발휘된 올해 최고의 작품 중
하나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연 누가 쌍안경 렌즈 속에서 저런 오묘한 눈빛을 떠올릴 수 있었겠으며,
최첨단 테크놀로지와 아날로그한 감성을 이리도 잘 버무린 작품이, 실사영화와 애니메이션을 통틀어 얼마나 있었나
싶을 정도로 <월-E>의 감동은 '우주최고'였습니다. 저는 여러가지 감정들 중에 특히 '아련함'을 좋아하는데,
이런 '아련함'을 표현함에 있어 월-E와 이브가 보여준 우주최강 애틋 러브스토리는 절로 눈물을 흘리게 만들더군요.
한동안 입에 '이 봐~' '이브아~'를 달고 살 정도로 중독성있는 대사들과, 장난감 뽐뿌라는 엄청난 부산물들을 만들어낸
올해 최고의 러브 스토리 <월-E>였습니다.






컨트롤 _ 흔들리는 청춘. 그리고 이언 커티스.

올해 본 영화들 가운데 가장 인상적으로 본 '음악영화'를 고르라면 주저없이 <컨트롤>을 꼽겠습니다.
뮤지션의 삶을 다룬 만큼 '음악영화'와 '전기영화'의 성격을 고루 갖추고 있는 영화이긴 하지만, <컨트롤>만의
다른 시각을 꼽자면 조이 디비전의 멤버였던 이언 커티스, 즉 뮤지션으로서의 그를 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청춘을 살았던 청년 '이언 커티스'를 조명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영화는 흑백영상으로 담겨있는데,
흑백의 질감으로 표현되는 이언 커티스의 고뇌와 혼돈, 그리고 맨체스터의 풍광들은 너무나도 인상적입니다.
이언 커티스를 연기한 샘 라일리의 연기는 정말 이언 커티스가 살아돌아온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놀라운 집중도를 보여주었으며, 의외의 캐스팅이라고 생각되었던 사만다 모튼은, 개인적으로 그녀 필모그래피의
최고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됩네요. <컨트롤>영화 팜플렛은 <렛 미 인>과 더불어 제 회사 책상을 장식하고 있기도 합니다.






렛 미 인 _ 고혹적 아름다움의 러브 스토리


지난해 <원스>가 있었다면 올해는 <렛 미 인>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웨덴이라는 헐리웃 밖의
영화가 영화 팬들 사이에서 이 정도로 관심과 반응을 불러낸 것 자체가 우선 반가웠으며, 뱀파이어 영화가 이렇게
진화할 수도 있구나 라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겨울을 맞은 북유럽의 고요하면서도 신비로운 풍광들도
인상적이었고, 무엇보다 두 주인공이었던 오스칼과 이엘리의 관계 묘사는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흥미로운
요소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러브스토리가 남녀 간의 것에 국한되지 않고, 존재와 존재간의 사랑
이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으며, 한 편으론 러브스토리로만 읽혀지지 않는 여백이 있어 생각해 볼만한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인 부작용이 있다면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 영화만 생각하면 <판의 미로>의 메인 테마 음악이
떠오른다는 것 -_-;;;






로큰롤 인생 _ 현자가 들려주는 삶과 죽음의 이야기

사실 15편을 선정하면서 이 작품 <로큰롤 인생>과 <존 레논 컨피덴셜>을 두고 많이 고민이 되었습니다.
올해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그 어느 해 보다 많이 극장에서 관람하기도 했었는데, 그래서 그 어느 해 보다 좋은 다큐들을
만나볼 수 있었고 그 중 한 작품을 꼽으라면 <로큰롤 인생>을 꼽을 수 있겠네요. 저에게는 올해의 다큐 영화랄까요.
처음 보기 전에는 그냥 인간극장 스타일의 다큐일줄로만 알았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소닉유스를 노래한다'라는
사실은 그런 화제성 다큐로 만들어지기가 쉽거든요(실제로도 이런 식으로 많이 만들어지기도 했었구요).
하지만 <로큰롤 인생>은 그들이 노래하는 자체가 부수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여기에 집중하지 않고, 노인이 들려주는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은연중에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단 두시간 남짓을 알았던 것 뿐인데, 극 중 인물에
죽음에 눈물을 흘리게 되고, 그들의 인생을 통해 조금이나마 지혜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렇게 늙고 싶다'도 좋지만 '지금부터라도 저렇게 살아야겠다'가 더 맞는 얘기일지도 모르겠네요.





이스턴 프라미스 (Eastern Promises, 2007)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이스턴 프라미스>는 올해의 걸작 중 한 편입니다. 올해 본 영화 가운데 가장 무거운 이야기와
분위기를 담고 있었던 영화이기도 한데, 크로넨버그의 전작이었던 <폭력의 역사>와 더불어 함께 생각해 봐야할
그 만의 깊은 연구가 담긴 하나의 결과물 같았습니다.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와 더불어 매우 드물게 리뷰의
소재목을 따로 정하지 못한 작품이기도 하며(그만큼 먹먹함이 오래갔죠), 비고 모르텐슨과 뱅상 카셀의 연기에
감탄했던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비고 모르텐슨의 경우야 다들 혀를 내두르고 칭찬을 하시는터라 제가 더 거들지
않아도 될듯 하지만, 뱅상 카셀의 연기는 그가 연기한 '키릴'캐릭터가 이 영화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인가를
고려해 봤을 때, 그의 나름 팬으로서 정말 훌륭하고(어쩌면 비고 보다 더) 멋진 연기를 펼쳤다고 사방에 얘기하고
싶은 정도입니다. <이스턴 프라미스>는 크로넨버그의 세계에서는 비고가 연기한 니콜라이가 주인공이지만,
다른 감독이 연출했다면 뱅상 카셀이 연기한 '키릴'이 주인공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더 폴 _ 영화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타셈 싱의 동화

<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은 영화라는 매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작품인 동시에,
타셈 싱 감독이 영화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영화를 보는 그 행위에 대한 행복함을 새삼 느낄 수 있었던 영화였습니다.
감상 전 다른 분들의 평에서는 이야기는 허술하나 볼거리는 대단하다 라는 것이 대세였는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어쩌면 그 허술하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4년 간의 고생을 하며 볼거리를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런 곳이 실제 지구상에 존재했었나 싶을 정도의 아름답고 웅장한 미관을 자랑하는 영상미는 물론이고,
영화 속 이야기와 실제의 이야기(화자와 청자가)가 뒤섞여 버무려지는 이야기 구조는 <더 폴>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영화를 보는 것 자체가 얼마나 행복한 일이고 순간인지를 은연중에 느끼게 했던 '좋은' 영화였습니다.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 (それでもボクはやってない, 2007)


<이스턴 프라미스>의 경우는 영화를 보고 난 뒤 먹먹함이 심해져 별도의 제목을 정하지 못했던 경우였지만,
이 영화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의 경우는, 이 제목 만으로도 대부분이 설명되고 제가 하고 싶은 말도 다 설명이
되기 때문에 추가로 제목을 달지 않은 케이스입니다. 제목 뿐 아니라 이 영화는 영화 속 인물의 대사나 나레이션 등을
통해 제가 영화를 보고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거의 다 담겨있었던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일본 내 사법제도의 모순점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 다큐멘터리스런 이 영화를 통해, 단순히 일본이 사법제도만을 문제시 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제도와 법이 인간을 어떻게 취급하고 다루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영화였습니다.
카세 료는 정말 일본 남자 배우들 가운데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고 봐도 손색이 없을 만한 연기를 펼쳤으며,
감독인 수오 마사유키는 과연 <쉘 위 댄스>같은 코미디 영화들을 주로 만들어온 감독인가 싶을 정도의 연출력을
보여주었던 작품이었습니다.



15작품에 아쉽게 선정되지 못한 영화들로는 <존 레논 컨피덴셜> <에반게리온 : 서> <마법에 걸린 사랑> <쿵푸팬더>등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08년 한해는 위의 15편 영화들을 비롯해 제가 본 150편 넘는 영화들로 인해 무척이나 행복했던 한해였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을 때에도 영화를 보는 순간 만큼은 영화에 완전히 빠져들어 다른 생각하지 않고,
행복해 했던 것 같구요.

2009년에도 더 좋은 영화들과 조우하기를 바래봅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아주 먼 옛날 일본 TV애니메이션에는...

1967년, <갓챠맨> (국내 방영 제목 ‘독수리 5형제’), <신조인간 캐산>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타츠노코 프로덕션은 <마하 GO GO GO> (국내 방영 제목 ‘달려라 번개호’)를 선보이게 된다(제작 연도 상으로 보았을 때 <마하 GO GO GO>(1967)가 <독수리 5형제>(1972)나 <신조인간 캐산>(1973)보다 앞서 있으니 정확히 말하자면 타츠노코 프로덕션의 이름을 널리 알린 첫 번째 작품은 <마하 GO GO GO>라고 해야 맞겠다). <마하 GO GO GO>는 자동차 경주를 주요 소재로 포뮬러의 개념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첫 번째 작품이었으며, 주요 인물인 레이서들의 개성적인 캐릭터 묘사라던가 차체마다 각각의 고유 기능이나 개성을 부여하거나, 전체적인 스토리 구성에 있어서 이후 만들어진 레이싱 관련 작품들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선구자적 작품이라 하겠다. 특히 최근 세대들에게 익숙한 레이싱 애니메이션인 선라이즈 제작의 <신세기 사이버포뮬러>의 아버지 격인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런 역사과 전통을 갖고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 <마하 GO GO GO>가 미국에서, 미국 감독에 의해 영화화 된다고 했을 때에는 일단 기대와 우려가 함께 들 수밖에는 없는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매트릭스> 시리즈를 연출한 워쇼스키 형제(본 블루레이 타이틀 내의 서플먼트에서는 공식적으로 ‘형제’란 단어를 사용하고 있으니 여기서도 그대로 따르기로 하겠다)가 <마하 GO GO GO>를 영화화 한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 우려보다는 기대가 앞설 수밖에 없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워쇼스키 형제가 누구던가.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쿵푸 등 동양의 정서를 헐리웃에서 영화화 할 때 우려되는 이른바 ‘양키 센스’를 <매트릭스>라는 영화를 통해 이미 완전히 불식시킨 감독이 아니던가.

<매트릭스> 3부작을 통해 그들이 보여준 확고함은, 이들이 동양문화에 대해 단순히 수박 겉핥기식으로 동경하는 정도가 아니라 흔히 말하는 ‘오타쿠’ 중에서도 최상위급 오타쿠라 할 만큼 원작과 문화의 세계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것으로서, ‘그래, 워쇼스키 형제가 만든다면 분명 다르겠지’ 하는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이 영화 <스피드 레이서>도 무한한 기대를 하게 되었던 것이고, 결과적으로 워쇼스키 형제는 오타쿠의 세계를 헐리웃 블록버스터에 까지 올려놓는 금자탑(?)을 쌓고야 만 것이다.

워쇼스키 형제. 그들이 만들면 다르다!

사실 필자는 <신세기 사이버포뮬러> 세대인터라 <스피드 레이서>의 원작인 <마하 GO GO GO>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는데, <스피드 레이서>를 보고나서 원작의 영상을 살펴보니, 원작의 캐릭터 묘사나 설정들을 놀랍도록 디테일하게 그려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단순히 복고적인 느낌을 살리려거나 아니면 영화화 과정에서 좀 더 극적인 요소를 보강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줄로만 알았던 장면들은, 전부 원작 애니메이션에 그대로 등장하는 것들이었으며, 굳이 재현하지 않아도 될 만한 것들(원작의 골수팬들이나마 겨우 알아볼 정도의 디테일)까지 완벽하게 영화로 옮겨온 워쇼스키 형제의 꼼꼼함(지독함)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캐릭터들의 묘사 같은 경우에도 성격적인 면은 제쳐두더라도, 만화의 캐릭터와 영화 캐릭터의 모습이 거의 흡사한, 정말 만화 속 캐릭터가 그대로 실사화 된 듯한 느낌을 줄 정도의 캐스팅과 의상 등 매우 싱크로율이 높은 캐스팅임을 나중에야 확인할 수 있었다. (부모 역할을 맡은 존 굿맨과 수잔 서랜든의 캐릭터의 묘사가 특히 그러했으며, 개봉 시 많은 관객들의 불편함으로 지적되었던 스프리틀과 침팬지 침침의 개그 시퀀스 역시, 아주 생뚱맞은 것이 아니라 원작의 캐릭터에서 많은 부분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전체 관람가 영화로서 좀 더 많은 연령대를 커버하려는 노력과 가족 영화로서의 재미를 주기 위한 설정이었다고 생각된다)


<스피드 레이서>의 화려한 액션을 감싸고 있는 것은 전형적인 가족 영화와 성장 영화의 구조라 할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단순히 가족이 레이싱 가족인 배경 탓에, 그리고 동경하는 형이 레이서인 탓에 레이서가 되고 싶었던 스피드(에밀 허쉬)가 갖가지 사건들과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이유 없이 그저 좋았던 레이싱에 대해 마지막에 가서는 ‘왜 레이싱을 계속 해야 하는가?’에 관한 진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결국 그 해답을 찾게 되면서, 이 영화는 성장 영화의 전형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또한 스피드가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아버지는 형 렉스에게 했던 실수를 스피드에게는 거듭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스피드를 둘러싼 가족들(스파키를 포함한, 스파키의 존재는 이 영화에 또 다른 생각해볼 거리라 생각된다)또한 한 걸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결과적으로 가족 영화가 들려주는 메시지로 귀결된다. 만약 극에 완전히 빠져들지 못한 다면 이 같은 전형적, 신파적 설정들은 그저 코웃음 치게 하는 유치한 개그에 머물게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 같이 뻔한 스토리와 메시지에도 울컥하는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될 수도 있는 영화이다.

판타지 레이싱의 황홀경을 보여주는 카-푸(Car-Fu)액션

구구절절 말이 많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스피드 레이서>를 얘기할 때 가장 첫 번째로 거론 되야 할 것은 역시 눈이 황홀하다 못해 피곤해지기까지 하는 화려한 액션과 영상이다. <스피드 레이서>에 등장하는 레이싱 액션 장면들은 일반적인 실사 레이싱 액션에서는 볼 수 없었던 화려하고 비현실적인 액션이라 할 수 있다. 레이싱 카가 앞으로 달리기 보다는 옆으로, 뒤로 달리는 장면이 더욱 많을 정도다.


그리고 각종 무기들이 차안에 내장되어 있어 스피드를 괴롭히는 장면들도 등장하고, 차가 차 위로 점프를 하고 차를 날려 다른 차를 막아내는 등 실사 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카 스턴트 액션을 강조된 컴퓨터 그래픽과 함께 만나보게 된다(혹자들은 이 같이 너무 비현실적인 레이싱 액션 장면 때문에 너무 만화 같다며 혀를 차기도 했었는데, 그도 당연한 것이, <스피드 레이서>는 그냥 ‘만화 같은’ 영화가 아니라 만화스러움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면서 스크린으로 옮기려고 작정한 작품이니 뭐 말 다했다고 볼 수 있겠다).


'카-푸(Car-Fu)’ 액션이란 다름이 아니라 자동차(Car)와 쿵푸(Kung-Fu)의 합성어로서 마치 자동차가 쿵푸를 하듯 액션을 벌이는 장면을 일컫는 말이다. <스피드 레이서>의 액션 장면들을 보고 있노라면 왜 ‘카-푸’액션이라고 부르는지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데, 단순히 양옆에서 속도를 겨루는 것을 넘어서 경공을 펼치듯 자동차가 날아다니고, 날아다니다 못해 마치 날라 차기를 하듯 상대차를 쳐서 낭떠러지로 보내버리는 장면이 바로 ‘카-푸’액션의 진수를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애니메이션에 가까운 화려한 CG영상

<스피드 레이서> 개봉 당시 가장 극렬하게 호불호가 갈린 부분은 바로 너무나도 만화적이고, 인위적인 느낌마저 드는 영상 때문이었다. 워쇼스키 형제는 원작인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오마주는 물론이고, 좀 더 애니메이션을 스크린으로 그대로 화려하게 옮겨온 듯한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CG를 다른 작품들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만화 원작을 그대로 가져오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서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 <씬 시티>같은 작품과 유사점을 찾아볼 수도 있겠고, 실사로 표현된 인물들이 CG가 적극 활용된 배경에서 연기한다는 점에서는 역시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영화 <스파이 키드>같은 작품들이 연결되기도 한다. 그리고 영화 초반 원색으로 표현된 동네의 디자인과 각각 원색의 옷을 입은 인물들의 모습은 팀 버튼의 세계를 떠올리게도 하고, 워렌 비티 감독,주연의 <딕 트레이시>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아마도 다른 감독(오타쿠가 아닌 일반 감독)이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를 만들었다면, CG를 사용하되 이렇게 과도하게 티가 날 정도로 사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보통 같으면 어떻게 하면 더 실사 영화에 가까울까, 어떻게 하면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하면서도 현실적인 자연스런 영상을 만들어낼 것인가를 고민했겠지만, 워쇼스키 형제는 애초부터 이 영화를 리얼리즘에 근거해서 만들기 보다는 판타지에 가까운 애니메이션스런 작품으로 만들려고 했기 때문에, CG를 사용하는 방식에 있어서 주저함이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아예 드러내 놓고 ‘즐겨 보시죠’하고 내놓은 경우라고 보는 것이 맞겠다.

특히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화면 분할 시퀀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것은 조금 과도한 감이 없지 않지만,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정보량을 담으려는 시도로서, 비주얼 적인 면에서도 멋진 장면들을 여럿 선사하였다. 특히 사막에서 펼쳐지는 레이싱 장면에서 레이싱 카들이 모래 언덕을 내려올 때 모래 연기가 만화처럼 ‘퐁퐁~’하고 표현된 장면들은 더도 덜도 없이 완전히 애니메이션 그 자체였다. 공격을 하거나 액션이 이루어질 때 마치 ‘스트리트 파이터 2’ 같은 예전 대전 게임에서나 등장하는 촌스러운 전환 배경이 펼쳐지는 것 또한, 이런 맥락에서 이 영화의 성격을 과감하게 드러내고 있는 장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레퍼런스급 최고의 화질로 만나는 <스피드 레이서> 블루레이!

종종 극장에서 만족스러운 영화를 만나게 되면 영화관을 나오면서 ‘이 영화, 빨리 DVD나 블루레이로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다’하고 생각을 하게 되는데, 단도직입적으로 ‘블루레이가 미친 듯이 기다려진다!’라고 생각했던 영화는 아마도 <스피드 레이서>가 처음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 만큼 <스피드 레이서>는 러닝 타임 내내 눈이 즐겁고 황홀한 영화였으며, 화려한 볼거리와 색감으로 가득 찬 영화라, 좀 더 극대화된 화질을 경험할 수 있는 블루레이의 출시를 기다리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는지 모르겠다.



1080p/VC-1 코덱의 BD영상은 감히 사상 최고 수준의 레퍼런스라 부를 수 있을 정도다. 아니 레퍼런스다. 사실 영상 자체가 워낙에 화려하니 화질 평가에 있어 다른 작품에 비해 평가가 과장된 것이 아닌가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스피드 레이서> BD의 풀HD 화질은 레퍼런스로서 손색이 없는 우수한 화질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셀 애니메이션 기법을 통해 실제 로케이션 장소를 360도 촬영한 사진을 배경으로 설정하고, 이 외에 추가적인 배경이나 인물들 역시 렌더링 작업을 거친 뒤 레이어로 추가하는 방식의 영상을 수록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CG가 사용된 영화들의 경우 고화질인 블루레이로 감상할 경우 실사와의 이질감이 극장에서 볼 때보다 유난히 심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데, <스피드 레이서>같은 경우는 오히려 CG가 전체적으로 겹쳐지게 사용된 경우라 초고화질의 BD로 감상하여도 이런 이질감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다중의 렌더링을 거쳤기 때문에 실제로 촬영된 배우들과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영상 간의 부조화를 찾아보기 어렵고(여기서 말하는 CG와 실사와의 부조화란 보통 CG가 사용된 영화를 BD로 감상할 때 겪게 되는 이질감을 뜻하는 것이지, 이 영화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의도된 만화적인 영상과의 이질감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화려한 원색의 색감이나 비현실적인 차체의 질감도 훌륭하게 표현되고 있다. <스피드 레이서>는 한 장면에서 레이어 방식을 통해 굉장히 많은 영상 정보를 동시에 전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무엇보다 블루레이만의 풀HD 고화질 영상이 감상에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눈에 보이는 것만(실제로 느끼지 못하는 레이어 영상까지 더한다면 훨씬 더 많은 수의 겹쳐진 영상들로 이루어진 장면들이 가득하다) 따져보아도 네, 다섯 가지의 영상들이 좌우로 겹쳐 지나가는 장면에서도 배우들의 클로즈 업 디테일은 물론 레이어 화면 하나하나에 디테일이 살아있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아쉽지만 상당히 선전한 돌비디지털 5.1 사운드

<스피드 레이서> BD에서 가장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이후 언급할 서플먼트의 SD화질 수록 보다도), 아마도 사운드 측면을 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영상 매체가 차세대인 풀HD의 블루레이로 넘어오면서 사운드 스펙 역시 무 압축의 PCM 5.1채널이나 돌비 트루 HD사운드를 좀 더 자주 접할 수 있게 되었는데, 최상의 화질을 수록한 타이틀에 최상위 사운드 포맷이 수록되지 않은 것은 아무래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극장에서의 흥행 성적이 기대치에 못 미친 것이 어느 정도 이유가 되기는 하겠지만, 앞서 여러 번 언급한 것처럼 극장에서 <스피드 레이서>를 외면했던 이들 가운데서도 <스피드 레이서> BD를 선택하게 될 이들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으로 미뤄봤을 때, 좀 더 화끈한 스펙으로서 더 많은 새로운 팬들을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던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수록된 돌비디지털 5.1채널(640Kbps : DVD보다 높은 수치)의 음질은 이런 아쉬움을 어느 정도 잊게 할 만큼 의외로 아주 훌륭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레이싱 카 특유의 엔진 굉음도 우퍼 스피커를 통해 잘 전달되고 있으며, 카-푸 액션을 벌일 때 발생하는 각종 효과음들과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TV시리즈의 주제곡에서 가져온 메인 테마도 극적인 순간에서 ‘탁’하고 치고 나오는 것을 효과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판타지에 가까운 레이싱을 그린 영상과 더불어 사운드 적인 측면에서도 과장되고 애니메이션에나 등장할 법한 효과음들이 많이 사용되었는데, 배경음악이 깔린 상태에서 이뤄지는 격렬(?)한 격투 장면에서도, 각종 격투 효과음의 채널 분리도가 매우 뛰어난 편이었다. 워너 타이틀은 기본적으로 타사 타이틀보다 사운드의 볼륨이 작게 설정되어 있는 경향이 있는데, 평소보다 좀 더 볼륨을 키워서 감상한다면 크게 감상에 부족함이 없는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SPECIAL FEATURES


스페셜 피쳐는 총 4가지의 주제별 영상이 수록되었는데 무엇보다 HD급 영상이 아닌 SD급 4:3 풀스크린의 영상이 수록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최근작임을 감안했을 때 HD급 메이킹 영상이 수록되지 않은 점도 물론 아쉽지만, 와이드 영상이 아닌 풀스크린의 영상이 담긴 것은 엄청난 풀HD 화질을 자랑하는 본편과 비교해 봤을 때 더더욱 아쉬움으로 남을 수 밖 에는 없을 듯하다.

첫 번째로 수록된 ‘Spritle in the Big Leagues'에서는 영화 속 말썽꾸러기 동생인 스프리틀 역할을 맡은 폴리 리트가 촬영장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각 스텝과 배우들의 인터뷰를 통해 영화의 기술적 정보들을 들려주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사무실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각각의 섹션에 대해 소개했던 픽사 애니메이션 타이틀의 서플먼트를 본 이들 이라면, 이와 비슷한 형식으로 진행되는 메이킹 영상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아역 배우의 눈에서 본 기본적인 질문들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질문거리를 스텝들에게 던지고 스텝들은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영화의 한 장면이 만들어지기 까지 어떤 기술적 과정을 거쳤는지에 대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CG나 카메라 기법 등 기술적인 스텝들과의 만남은 물론, 스턴트 배우들, 디자인, 소품 등을 담당한 스텝들과의 만남까지 짧지만 다양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영화 한 편이 어떻게 제작되는지 이해하기 쉽도록 제작되었다. 단점을 꼽자면 스프리틀과 스텝들과의 대화 도중에 정보성 텍스트가 그림으로 제공되는데, 아주 쏠쏠한 정보임에도 그리 길지 않은 짧은 시간에 지나가버리는 데다가, 대화에 대한 자막 또한 신경 써야 하기 때문에 가독성 면에 있어서는 그리 효율적이지는 못한 것 같다.

'Speed Racer : Supercharged!' 에서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각각의 레이싱 카에 대한 역사와 설계 도면을 통한 자세한 설명을 만나볼 수 있다. 이 부가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관객들은 그냥 겉만 보고 지나치는 레이싱 카의 디자인에 있어서, 설계 단계부터 매우 디테일하게 작업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총 50대가 넘는 각각의 레이싱 카를 디자인하고 그 중에서도 비중 있게 등장하는 차체에 대해서는 세밀한 설계도까지 제작을 하여, 각각 어떤 무기를 내장하고 있고 이 무기가 사용될 때는 어떤 메카니즘을 통해 작동을 하게 되며, 어떤 종류의 엔진이 장착 되었는지까지 기획이 되었다는 것을 이 부가영상을 통해 알 수 있다. 마치 실제 레이싱 카를 제작하듯(실제 모형으로 제작된 차체는 ‘마하 5’와 레이서 X의 레이싱 카인 ‘슈팅스타’ 뿐이다) 디테일하게 설계한 스텝들의 노력을 엿보고 나니, 영화 속에서 휙휙 날라 다니던 레이싱 카들이 새삼 다시 보이기도 한다.


'Speed Racer : Car-Fu' 에서는 쿵푸와 카 레이싱이 결합된 카-푸 액션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을 시작으로, 이 작품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으로부터 어떤 점들을 가져왔고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한 인터뷰와, 이 작품에 가장 핵심적인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셀 애니메이션 기법에 대한 전문 스텝들의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스피드 레이서>가 블루 스크린을 활용한 다른 CG 영화들과는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이 고전 셀 애니메이션 기법을 들 수 있겠는데, 기법은 가장 고전적인 것이지만 여기에 첨단 기술을 접합시켜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하겠다.


블루 스크린을 통해 보여 지는 배경을 완전히 컴퓨터 그래픽으로 새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제 로케이션 장소에 가서 마치 '불릿 타임(Bullet Time)' 기법을 연상시키듯(불릿 타임을 만든 장본인인 시각효과 감독 존 가에타를 비롯해 <매트릭스>시리즈의 대부분의 기술 스텝들이 이 영화에도 그대로 참여하고 있다), 고화질 카메라로 360도의 사진을 모두 촬영해 소스로 사용함으로서, 블루 스크린에 투영된 배경이 좀 더 입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느껴지도록 하고 있다. '합성 기술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할 만큼 거의 모든 장면에 이 같은 기법이 사용되고 있다(개인적으로는 이 관련 영상을 보면서, 고전 영화에서 야외 배경을 처리하기 위해 사진이나 그림을 두고 촬영한 방식이 21세기에 와서 디지털로 업그레이드 된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Speed Racer : Ramping Up!'에서는 주연 배우들의 인터뷰를 통해 이 영화에 대한 세계관과 <스피드 레이서>가 다른 작품과 차별되는 이유에 대해 전해들을 수 있다. 주연을 맡은 에밀 허쉬는 물론이고, 레이서 X역의 매튜 폭스, 트릭시 역의 크리스티나 리치, 아버지 역의 존 굿맨, 어머니 역의 수잔 서랜든이 등장해 촬영장의 에피소드 보다는 영화에 관한 진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아쉽게도 태조 역을 맡은 비의 인터뷰는 만나볼 수 없었다. 참고로 비는 앞서 언급한 'Spritle in the Big Leagues'에서 액션 연습 장면을 통해 잠시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총평] <스피드 레이서>는 영화 자체의 강한 마니아적인(혹은 오타쿠적인) 스타일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이긴 하지만, 블루레이라는 매체 적 측면만 놓고 보았을 때는 거의 다수가 동의를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을 정도로 레퍼런스 급의 BD 화질을 선보이고 있다. 새로운 풀HD 디스플레이를 테스트 할 때 화질 비교용으로 쓰이기에도 훌륭한 타이틀이며, 아직 블루레이를 경험하지 않은 가족이나 친구에게 ‘이것이 블루레이다’ 라는 것을 설명 혹은 설득 시킬 때, 화질 면에서는 최우선적으로 추천할 만한 타이틀로 손색이 없다 하겠다. 결과적으로 사운드 스펙 면이나 서플먼트의 SD영상 수록이 아쉬움으로 남기는 하지만, 극장문을 나서며 들었던 ‘블루레이가 미친 듯이 기다려 진다’라는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켜 줄 만한 최강의 화질을 자랑하는 타이틀로 만족스럽게 나와주었다. 아마 아직도 ‘에이, 그래도 BD인데 돌비 트루 HD사운드 정도는 수록되었어야지’하고 구매를 보류하고 있는 분들이 계실 텐데, 유례가 없어 보이는 무시무시한 레퍼런스급 화질을 한 번 보고나면 그냥 지나쳐 버리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타이틀이라는 것을 단박에 깨닫게 될 것이다.



2008. 9. 16 | 신현이(a_shitaka@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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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 레이서 (Speed Racer, 2008)
눈이 부신 블록버스터 가족영화


5월을 맞아 속속 개봉하고 있는 기대작들 가운데 우리 배우인 비(Rain)가 출연하여 국내에서는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던 <스피드 레이서>도 분명 그 중 하나였다. 사실 비가 나와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결코 아니었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이 영화에 대해서 엄청난 기대를 갖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내 개인적인 성향을 봤을 때
반드시 그래야했는데 이상하게도;;), 그다지 큰 기대는 하지 않고 극장을 찾게 된 것이 사실이었다.
그래서 인지 최근 개봉했던 액션 영화 <아이언 맨>정도의 재미를 예상하고 감상하게 되었는데, 결과는
전혀 달랐다. <아이언 맨>이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뭐 딱 그 정도의 재미를 보여주었다고 생각되었을 때,
이 영화 <스피드 레이서>는 기대한 화려한 영상미와 레이싱 장면은 물론, 기대하지 않았던 성장, 가족 영화에서
등장하는 메시지들과 더불어 의외의 눈물나는 감동(!)까지 얻었을 정도로 대단한 경험이 되고야 말았다.
나는 왜, 이 영화의 감독이 내가 한 때 분석하기 까지 했었던 <매트릭스>트릴로지의 감독인 워쇼스키 형제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들은 겉핥기 식으로 B급 문화와 일본 애니메이션을 알고 있는 자들이 아니라,
누구보다 이 분야에 정통하고 있는 이른바 마니아 혹은 오타쿠이자, 장인이 아니던가!
극장을 나오는 순간, 바로 재관람을 결심했을 정도로(오랜만에 재관람이될듯)최고의 재미와 감동을 선사해준
작품이었다.



이 영화는 이미 널리 알려졌다시피 일본 애니메이션인 <마하 고고고>(국내 방영제목 '달려라 번개호')를
원작으로 한 작품인데, 보는 내내 프랭크 밀러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씬 시티>가 떠오를 정도로,
원작을 그대로 재해석하는데 무엇보다 집중한 작품임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원작의 제작연도상 <마하 고고고>보다는 <사이버 포뮬러>세대라고 봐야할 텐데,
이렇듯 원작에 대한 이해가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도, (어쩌면 오히려)더 재미있게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을
즐길 수가 있었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아무래도 화려한 영상미를 들 수 있겠는데,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하는 만큼, 이를 실사로 옮겨옴에 있어서 과도한 CG를 사용하게 되었는데, 워쇼스키 형제는 이를
좀 더 자연스럽게, 실제에 가깝게 만들기보다는 오히려, 더 CG틱하게, 더 애니메이션스럽게 만들어내면서,
더 독특하고 화려한 영상을 만들어냈다. 특히 거의 러닝타임 내내 보여주었던 만화에서나 볼 수 있는
화면분활 시퀀스는 조금 과도한 점은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짧은 시간내에 비교적 많은 정보를 담으려고 했던
노력을 표현하는데에도 효과적으로 사용되었고, 비쥬얼 적인 면에서도 여러모로 높은 효과를 보여주었다.

제목에 보면 '눈이 부시'다는 표현을 썼는데, 정말 아이맥스로 관람하는 화면 가득한 레이싱 장면은
눈이 부실정도로 화려한 것이었으며, 또 다른 자주 쓰는 표현을 빌리자면 '눈을 땔 수 없는'이 있겠다.
레이싱 카가 앞으로 가는 것보다 옆으로 가는 장면이 더 많았을 정도로, 실제 레이싱 과는 거리가 있는
공상에 가까운 레이싱이지만, 뭐 이 작품은 <드리븐>같은 정통 레이싱 영화도 아닐 뿐더러, 만화적인 상상력을
어떻게 표현해내는 가가 관건이었던 영화였기 때문에, 이 같이 실사와 그래픽을 자주 오가거나 함께하는
구성방법은 탁월했다고 생각된다(특히 사막의 레이싱 장면에서, 모래 연기가 폴폴~ 나오던 장면은 완전히
애니메이션이었다 ㅋ)



이 영화는 영화를 보고 난 사람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확실하게 갈리고 있는데, 그 부분은 긴 원작을 압축하는
데에서 생긴 스토리 상에 문제와 동생 스프리틀과 침팬지 '침침'의 개그에 대한 반응이 주요한 요소로
작용되고 있는듯 한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영화에 있어 스토리상에 대한 기대치가 스릴러 영화처럼
그리 높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이 정도면 충분했다는 생각이고, 동생과 침침의 개그는 오히려
사실상 전체 관람가에 가까워(12세 관람가), 어린이들이 볼 수 있는 이 영화에서 이 같은 요소가
더 많은 관객을 끌어 안는 동시에 중간중간 재미를 주었던 것 같다
(실제로 극장에 많은 어린이들은 둘의 개그를 매우 재미있어 하더라). 더군다나 다른 분들의
리뷰에서 보니 이 둘을 비롯한 대부분의 캐릭터는 원작에도 그대로 존재하는 캐릭터로서, 그대로 그 분위기를
잘 살린것이 아닌가 싶다.

이 둘의 개그 장면에는 마치 그내들이 좋아하는 액션 대전 게임처럼, 화려하게 지나가는 영상을 배경으로
쿵푸 대결을 펼치는 장면도 등장하는데, 이 장면은 어찌보면 유치하기 짝이없으나, 이 유치함은
이것을 유치하게 느끼기 보다는, 그 나름대로의 멋스러움과 유머가 있다고 생각된 워쇼스키 형제의 오타쿠적
감성으로 가감없이(오히려 확대해서) 추가한 장면으로서 보기에도 재미가 있었다. 이 영화를 보는데에 있어서
이런 장면들이나 만화적인 요소가 유치하게 느껴졌다면 확실히 큰 재미를 느끼기가 어렵지 않았을까 싶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름대로 의미를 갖게 된 것은, 이 영화가 단순히 전체관람가에 가까운, 화려한 영상만이 있는
어린이 영화가 아니라, 소년의 성장영화이자, 진정한 의미의 가족영화의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이었다.
주인공 '스피드'는 어린 시절부터 레이싱 밖에는 몰랐던 아이로서, 레이싱 외에는 전혀 관심도 알지도 못했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던 아이였지만, 우상과도 같았던 형이 레이싱 사고로 곁을 떠나게 되고, 자신도 레이싱
세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게 되면서, 반대로 그것 밖에는 몰랐던 '레이싱'을 통해 가족과 세상과 소통하게
된다는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소년 '스피드'가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비싼 성장영화인 것이다.

이 영화는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가족영화의 틀을 갖추고 있는데, 전혀 촌스럽거나 유치하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자신의 아들이었던 렉스를 아들이기 이전에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레이싱 회사에 레이서로 받아들였던,
렉스가 떠날 때는 '그 문을 나서면 앞으로 영영 나가가는 거야'라고 말했던 아버지가, 스피드가 비슷한 상황을
맞았을 때에는 '항상 문은 열려있으니 언제라도 돌아오라'고 말하게 되면서, 가장 변화를 두려워하는 존재인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아버지조차, 자신의 잘못을 후회하고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항상 따뜻하게 스피드를 응원하는 어머니와 여자 친구인 트릭시, 말썽꾸러기 동생과 '침침', 그리고
가족은 아니지만 가족과도 같은 스파키까지.

나중에 가서 '스피드'는 본질적인 문제인 '왜 레이싱을 해야하나'에 대한 물음을 갖게 되는데,
결국은 그 해답이 자신의 전부인 '가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님을 깨우치게 된다(이것은 단순히 스피드의
성장만을 넘어서서, 그 동안에 조금씩 엇나갔던 가족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하나로 만든다는 의미도 있는 듯하다).
사실 이런 메시지는 하니가 결승선에서 하늘에 계신 엄마를 떠올리며, 갑자기 없던 힘이 생겨서 결승선을
통과하는 것처럼 유치찬란하고 신파스러운 뻔한 구성과 메시지이긴 하지만, 나는 왜인지도 이 장면에서
울컥울컥하는 눈물을 겨우 참아냈다. 아마도 <스피드 레이서>에서 감동을 얻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 갑작스레 울컥했던 것일 수도 있겠으나, 나에 가녀린 유아적 감성은 이 장면을 겨우 참아낼 수 있었다.



주연인 에밀 허쉬는 <내겐 너무 아찔한 그녀>에서 부러운 녀석으로 보았던 것이 전부였는데, 주인공 스피드
역할로 손색이 없었던 것 같다. 동안인 그에게 아직 소년인 '스피드'의 모습은 전혀 어색하지 않았으며,
아마도 이 영화를 통해 좀 더 다양한 영화들과 좀 더 상업적인 영화들에서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영화가 가족영화로 느껴지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캐릭터는 바로 존 굿맨과 수잔 서랜든이 연기한
아버지와 어머니 캐릭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특히 전형적인 푸근한 아버지 캐릭터인 존 굿맨의 연기는,
코믹과 따뜻함을 넘나드는 풍성한 연기로 <스피드 레이서>에게 좀 더 넓은 스펙트럼을 제공한 것 같다.
수잔 서랜든 역시 '어머니'보다는 '여자'로서의 이미지가 더 강한 배우라고 생각되었었는데(떠올려보니 강한
엄마로 나온 작품이 몇 작품 있었던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스피드의 엄마 역할로도 나쁘지 않은 자연스런
연기였다고 생각된다.

레이서 X역의 매튜 폭스나 트릭시 역의 크리스티나 리치 역시 만화 같은 이 영화에서 만화같은 캐릭터를
멋지게 소화한 듯 하다. 그리고 가장 큰 우려와 걱정에 대상 있었던 비의 연기에 대해서 아니말할 수 없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리 큰 비중이 아닐것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제법 등장하는 비의 비중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조연으로 시사회나 각종 쇼에 참여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상당한 비중이었으며,
영어 대사 연기역시 우려했던 것에 비하면 충분히 만족스러웠다고 생각된다. 사실 거의 함께 참여한
박준형의 비중보다 조금더 많은 비중이 아닐까 생각했기 때문에 더 일수도 있다. 말이 나온김에 박준형에
대해 얘기해보자면, 정말 몇장면(3~4장면)밖에는 나오지 않지만(대사도 없다), 그래도 이름없는 레이서들
가운데서는 제법 포스를 발산한 경우라 봐야할 것 같다.
사나다 히로유키의 경우에는 거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것 같다. 비중도 적었을 뿐더러 대사도 거의
없었음으로...



워쇼스키 형제는 정말 대단한 감독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매트릭스>트릴로지 만으로도 대단한 감독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뭐랄까 자신들이 자신있고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 대중들에게 영화로서 설명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감성과 관심사를 갖고 있는 감독이 헐리웃에서 메이저 감독으로
활동한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이 앞으로는 또 어떤 관심사에 자신들의
장인의 숨결을 불어넣을지 벌써 부터 기대된다.


1. 그랑프리 경기전 연회 장면에서 어디서 본듯한 배우가 있어서, 보는 내내 누군가 생각해 보았는데
  끝까지 생각해 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엔딩 크래딧이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서 그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그는 바로 프로덕션 디자인을 맡은 오웬 페터슨이었다. 매트릭스 DVD 서플을 워낙 열심히 보다보니
  이젠 스텝들의 얼굴까지 외워버린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오웬 페터슨이 까메오 출연한다는 것!

2. 영화의 초반에는 다른 영화들보다도 가장 먼저 <딕 트레이시>가 떠올랐다. 원색으로 표현된 의상들과
   배경들은 곧바로 <딕 트레이시>를 떠올리게 하더라. 나중에는 <씬 시티>나 <스파이 키드>등도 살짝 씩
   생각났음.

3. 아이맥스로 관람한 영상은 정말 최고였다. 눈에 가득차는 화려한 레이싱 장면에선 정말 눈을 뗄 수가 없더라

4. 비가 연기한 태조 토코칸은 본래는 일본 사람이지만, 조금 각색이된듯 한데, 아버지와 딸은 이름으로
   보았을 때 일본인 스럽지만, '토고칸 모터스'라는 한글 명이 등장했던 것처럼 한국사람으로 그려진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뭉뚱그려 '아시아인'으로 그려진 지도 모르겠다.

5. 아이맥스로 또 보고 싶지만, 경제 사정상 일반으로 한 번 더봐야겠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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