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 (G.I. Joe: The Rise Of Cobra, 2009)
예고편을 좀 더 실감나게 즐기는 방법


개인적으로 '지.아이.조' 그러니까 '지아이 유격대'에 대한 추억은 상당히 많은 편이다. 어린 시절 가장 흥미롭게 가지고 놀았던 (컴퓨터 등장이전에) 장난감을 고르자면 단연 지아이 유격대 장난감을 첫 번째로 꼽을 수 있을텐데, 다른 장난감들에 비해 상당히 자유로운 동작 연출과(아마 다 관절 때문이었으리라;;) 다양한 캐릭터들, 그리고 탈 것들은 남자 아이들이 '피융~' '피융' 하면서 놀기에 더할나위 없이 완벽한 장난감이었으며, 가장 선물 받고 싶은 장난감이기도 했다. 지아이 유격대와 관련한 추억이라면 너무 허리를 돌린 탓에 상체와 하체를 연결하고 있는 고무밴드가 끊어져서, 집에서 흔히 돌아다니는 노란 고무줄로 수선하여 놀곤 했던 기억과, 어린 시절 성당 선생님에게 선물로 비행기 (탈 것은 아무래도 개별 캐릭터들 보다 가격이 비쌌기 때문에 특별한 날 선물이 아니면 좀처럼 얻기 힘든 것이었다)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영화를 보면서 반가웠던 것 하나는 바로 그 비행기가 영화 속에 등장했다는 점이었다!). 장난감 외에 AFKN을 통해서 볼 수 있었던 애니메이션도 본 기억이 있는데, '지 아이 조~~' 하는 주제가는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이렇게 때문에 개인적으로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은 이병헌의 출연작이라서가 아니라 어린 시절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과 애니메이션에 대한 추억으로 보게 된 영화였다. 물론 감독이 스티븐 소머즈라는 사실을 미리 인지하고 본 것은 참으로 다행이었으나 그런 점을 감안해도 많이 아쉬움이 남는 팝콘무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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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용, 블록버스터, 액션, 팝콘무비 등등으로 설명할 수 있는 영화라면 일단 볼거리가 충분해야 한다. 그런 점에 있어서 <지.아이.조>는 예고편의 수준을 살짝 넘어서는 정도랄까. 개인적으로는 너무 과도하게 사용된 컴퓨터 그래픽들과 스토리를 간과해도 너무 간과하는 수준의 전개와 재미없는 유머(사실 이게 좀 제일 별로였다. 화장실 유머라서도 아니고, 미국식 유머여서도 아니고, 분명 웃으라고 넣은 장면인데 재미가 없더라)는 아무리 앞서 언급한 성격을 갖고 있는 영화라 하더라도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파리에서의 액션씬은 분명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가 보여주어야 할 화끈함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그 외에 액션 시퀀스들은 긴장감이나 임팩트면에서도 부족했고, 대결 구도나 전개방향도 너무 전형적이라 심심하게 느껴졌다. 나름 반전요소라고 준비한 듯한 두 가지 정도의 비밀은 '설마 저걸 반전으로 쓰려는건가?'싶을 정도로 간단한 수준이었다. 파리에서의 액션씬에서는 컴퓨터 그래픽과 실사와의 조합이 나쁘지 않았던 것 같은데, 후반부 해저 액션씬이라던가 기지에서 벌어지는 액션씬에서는 CG와 실사와의 이질감이 너무 크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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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이.조>에는 은근히 배우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데, 장군 역할로 출연하고 있는 데니스 퀘이드는 참 좋아하는 배우인데 이 작품에서는 그 만의 매력을 전혀 발산하지 못하고 있다. 그냥 수 많은 군인 중에 한 명이라고 해도 크게 다를 바 없을 정도. 주인공인 채닝 테이텀은 캐릭터 적으로는 거의 매력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고 립코드 역할로 나온 말론 웨이언스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유머'를 담당하고 있는 캐릭터였는데 유머가 결국 먹히지 않아 없어도 큰 무리는 없을 정도의 캐릭터로 느껴졌다. 대통령 역할로 출연하고 있는 조나단 프라이스의 경우는 조금 의외의 출연이었는데, 아마도 영화의 구성상 2편이나 3편에서 더 큰 활약을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기대를 했던 이병헌의 연기와 캐릭터는 이 영화를 통틀어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었다. 팔이 안으로 굽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르겠으나,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타국의 관객들이 보아도 그가 연기한 스톰 쉐도우는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였고,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영어 연기도 어색하지 않았으며 감정연기도 오버스럽지 않은 느낌이었다. 영화 개봉전에 연기 자체보다도 궁금했던 건 분량이 어느 정도 일까 하는 것이었는데, 거의 주조연에 가까운 비중을 갖고 있는 캐릭터로서 비가 주연한 <닌자 어쌔신>이 아직 개봉전임을 감안했을 때 한국배우의 헐리웃 진출작으로서는 가장 큰 비중을 갖고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전지현 주연의 <블러드>는 헐리웃 진출작이라고 부르기엔 조금 모호한 감이 있음으로 제외). 이병헌이 연기한 스톰 쉐도우는 주인공들만 한다는 '회상' 씬을 여러 차례나 반복하기도 하고, 감정의 대립점도 분명하며 나름 스토리도 갖고 있는 캐릭터로서 주인공에 비해 크게 비중이 뒤쳐진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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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헌이 연기한 스톰 쉐도우와 대립을 이루는 캐릭터는 '스네이크 아이즈'인데, 이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 레이 파크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1>에서 다스 몰을 연기하기도 했던 배우인데, 이번 작품에서도 결국 본인의 얼굴을 노출하는 일은 없었다. 사실 출연 사실을 알고 그나마 기대했던 건 조셉 고든-레빗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왜 이런 영화에 출연했을까 싶을 정도로 아쉬움이 남았다(마치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왜 <이온 플럭스>에 출연했을까 했던 것 처럼). 그가 맡은 렉스 캐릭터 역시 2편부터 본격적으로 활약하게 될 모양이지만, 왠지 이런 영화와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듯한 모습이다.

여주인공을 맡은 시에나 밀러는 머리 색이 달라서인지 처음에 포스터만 보고는 알아보지도 못했었는데(염색인줄 알았는데 가발이라고 한다), 가끔 회상씬에서 등장하는 금발 시절이 그리울 만큼 썩 잘 어울리는 듯한 느낌은 받지 못했던 캐릭터였다. 특히 캐릭터 자체가 조금 공감을 얻기 힘들다보니 더욱 이질감도 커졌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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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결국 이 영화는 스티븐 소머즈 감독의 전작들을 아주 재미있게 본 이들에게만 추천하고 싶습니다. 제겐 <지.아이.조>가 <미이라>시리즈과 비교해 보자면 훨씬 더 아쉬운 작품이었네요.

2. 누가 스티븐 소머즈 감독 영화 아니랄까봐 브래든 프레이져와 '이모텝'이 출연합니다. 이모텝은 누가 이모텝 아니랄까봐 사막에서도 한 장면 등장하고 ^^;

3. 하스브로 로고가 따로 제작된 건가요? <트랜스포머> 때는 그냥 텍스트로만 나왔던 것 같은데, 이 영화에서는 따로 로고 영상이 나오더군요.

4. 메가박스 신촌점에서 디지털로 관람하였는데, 디지털 상영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화질은 참 좋더군요~

5. 이 작품은 3부작으로 계획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뭔가 허전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캐릭터 설명을 친절하게 해주는 편도 아니에요.

6. '지금까지의 적들은 잊어라 모두가 실패해도 우리는 성공한다', 이 대사 바로 다음 상황을 고려해 본다면 이 말은 바로 틀린 말이 될듯.

7. 예전에 서양사람들이 중국사람들은 전부 이소룡처럼 쿵푸 고수인줄 알았던 것처럼, 이제 한국남자들은 전부 복근에 왕자 있는줄 알겠네요. 본 남자들이 비와 이병헌 뿐이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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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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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Interview, 2007)

이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라면 단순히 스티브 부세미가 나온다는 것.
미국인디영화계의 재주꾼인 그가 감독을 맡았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극장을 찾았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이 영화의 배경에 대해 알아보니, 네덜란드 감독인 테오 반 고흐를 기리기위해,
그가 이미 만들었던 영화 중 3편을 헐리웃의 배우를 출연시켜 다시 만들기로 한 프로젝트의 첫 번째
프로젝트가 바로 이 영화 <인터뷰>였다. (초반 레스토랑에서 싸인을 받던 동양남자의 이름이 '테오'였던것은
일종의 오마쥬인듯)
포스터만 보았을 때는 당췌 무슨 영화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던 영화였는데, 영화를 보는 중에도
결국 이 영화가 어떻게 끝나게 될지 쉽게 예상할 수는 없었던 매우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확실히 인디적인 느낌과 탄탄한 시나리오만으로도 영화가 얼마나 집중력을 갖을 수 있는 보여준
좋은 예라 하겠다.



(스포일러 있음)

극 중 피에르 피터스(스티브 부세미)는 정치부 기자로서 원치 않게 화려한 주목을 받은 여자 배우인
카티야(시에나 밀러)를 인터뷰 하게 이른다. 서로 전혀 맞지 않는 직업을 갖고 있는 이들의 인터뷰는 처음부터
뒤틀려지게 되는데, 어쩌다가 둘은 카티야의 집으로 가게 되고, 그 집안에서 이 둘은 점점 서로를 알아가고,
오해하고, 속고 속이는 흥미로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 영화는 길지 않은 러닝타임의 대부분을 카티야의 집 안이라는 공간 속에서, 이 두 사람의 대화만으로
이끌어가는데, 말 많이 하는 영화를 원래 좋아하기도 하는 편이지만, 이 두 사람의 대화 속에는,
겉으로 내뱉는 말만을 믿을 수는 없는 것들이라 대화 내내 흥미로운 긴장감이 계속된다. 더 나아가 이 두사람의
대화는 서로를 속이는 것은 물론, 관객들에게도 믿음을 주었다가 의심을 갖게 했다가, 결국 속이고 마는데,
나도 처음에는 피에르의 딸이 약으로 사망했고, 동생의 여자친구가 잔혹하게 죽은 얘기가, 약을 하고
방탕한 생활을 하는 카티야의 행동과 맞물리면서 약간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했었고, 나중에 카티야가
자신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고백했을 때, 가슴 축소 수술을 한 것도 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랬던 거구나
하는 생각이 저로 들만큼 얘기가 맞아 들어가는가 했으나, 결과는 보시는 것 처럼 다 아니였다 ^^
(사실 대본 연습을 하는 장면이 있었기 때문에, 대본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처음에는 했었지만,
시에나 밀러의 연기가 매우 뛰어나(?)서인지 조금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의심을 절로 하지 않게 되었었다).

결국 전혀 다른(어쩌면 상반되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직업을 갖고 있는 두 남녀가,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대화를 하는 설정을 통해, 선입견이라는 것과 이를 절묘히 이용한 가식과 위선,
그리고 오해와 신뢰, 신뢰의 실종이 오고가는 과정을 통해, 아주 미묘한 입장의 차이와 변화를 그려내고 있다.



스티브 부세미의 영화야 여러 편 보았었고 그의 연기력이야 따로 더 말할 것 없겠지만,
감독으로서의 연출력도 상당하다고 봐야 할 것 같다(물론 이 부분에서는 원작을 보고 나서 다시 생각해봐야
겠지만).

시에나 밀러라는 배우는 배우로서보다 영화처럼 셀러브리티로서 연애프로에서 등장하는 모습으로
더욱 익숙한데, 그래서인지 영화 속에서 그녀가 맡은 카티야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모습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나아가 스티브 부세미와 80분 넘게 계속 되는 연기 속에서도 전혀 빛을 잃지 않는 열연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녀가 워낙에 아름다운 스타로 극중에 등장해서인지, 그녀의 아름다운 매력을 심하게 풍기고 있다.

오랜만에 별 다른 효과없이 시나리오와 치열한 대사연기 만으로 희열을 느꼈던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1. 테오 반 고흐 감독에게 바친다는 말은 물론 엔딩 크래딧 처음에 등장하는데,
   엔딩 크래딧 거의 마지막에는 '사랑과 존경을 담아 로버트 알트만에게 바친다'는 문구가 등장하더라.

2. 이 영화는 분명히 스티브 부세미보다는 시에나 밀러에게 결과적으로 더 득이 되는 영화가 될 듯 하다

3. '무슨 얼굴이 그 따위로 생겼어!' 이 대사는 분명히 원작에는 없는 부세미 영화에만 등장하는
    대사일거다 ㅋ

4. 전화 목소리로만 등장하는 카티야의 남자친구 목소리는 제임스 프랑코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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