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전쟁 (Immortals, 2011)

타셈 싱의 영상미학이 녹아든 액션 신화



타셈 싱의 신작 '신들의 전쟁 (Immortals, 불멸의)'을 보게 된 이유는 역시 타셈 싱 영화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타셈 싱이기에 우려가 되는 부분도 결코 적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텐데, 영화의 스틸샷이 공개되면 될 수록 과연 이런 이야기를 타셈 싱이 어떻게 꾸려나갈까하는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참고로 개인적으로 타셈 싱의 '더 폴 (The Fall, 2006)'을 보고서 그의 열렬한 지지자가 되었는데, 그럼에도 이 같은 우려가 있었다는 점은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런 우려와는 달리 '신들의 전쟁'은 제법 잘 빠진 신화를 바탕으로한 액션영화였으며, 그 가운데서 타셈 싱 만의 장점들도 잘 녹여낸 만족스런 오락영화였다.



ⓒ Relativity Media. All rights reserved


(테세우스 역으로 등장하는 헨리 카벨은 마치 몇 년 전 샘 워싱턴을 처음 발견하던 그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헨리 카벨에게서 좀 더 인간미가 흐른다는 것)


이 작품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샘 워싱턴이 주연을 맡았던 '타이탄'을 떠올리게 하는데 그리스 신화를 배경으로 했다는 점이나 액션이 중심이라는 점에서 전반적으로 유사한 점을 느낄 수 있었다. '타이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했던 말이지만, 이미 대중들에게 익숙한 신화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일 경우 내러티브가 조금 부족한 경우라도 일반적인 경우보다는 단점으로 덜 적용된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즉 이 작품 역시 내러티브 적으로 헛점이 발견되기는 하지만 이로 인해 드는 실망감보다는 액션이나 영상미로 커버되는 측면이 강하다는 얘기다. 특히 타셈 싱의 성향을 아는 입장에서 이 작품에 바라는 점은 '이야기' 보다는 '영상미'였다는 점에서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전작 '더 폴'은 이야기 측면에서도 영리하게 자신의 단점을 커버하는 구조를 통해 만족감을 주었었는데, 이 작품은 내러티브만을 놓고 보자면 아쉬운 점이 있지만 이미 익숙한 신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과 이를 커버할 만한 영상미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균형을 이룬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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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셈 싱의 전작 '더 폴'을 본 관객이라면 알 수 있었겠지만, 이 작품에서도 역시 타셈 싱 만의 예술적 감각이 돋보이는 장면들을 여럿 만나볼 수 있었다. 미셸 공드리가 소품과 아이디어를 통해 창의적인 영상을 만들어내는 스타일이라면, 타셈 싱은 자연과 지형지물, 건축물 등을 활용하고 재배치하여 묘한 이질감과 더불어 영상미를 만들어내는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신들의 전쟁'에서도 이런 묘한 이질감이 영상미적 측면에서 쾌감을 주는 장면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얼핏 보면 슬로우 비디오 액션과 이런 과하다 싶은 영상미가 영화 '300'을 연상케 할 수도 있지만, 추구하고자 하는 의도와 방향에서 따져보다면 분명 잭 스나이더의 그것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확실히 타셈 싱의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한 장면 장면을 한 장의 그림으로 여기고 구성한 것이라는 인상을 깊게 받을 수 있는데,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서있는 배치나 이를 훑어가는 카메라 워킹 그리고 슬로우 비디오를 활용한 액션 장면에 있어서도 영상의 '멋'보다는 오히려 그림(장면)의 인상적 구도 측면에서 접근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액션들은 과하다기 보다는 아름다웠고, 불필요 하다기보다는 효과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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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인상적이었던 또 다른 이유라면 역시 배우들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차세대 슈퍼맨으로 주목 받고 있는 헨리 카빌은 주인공 테세우스 역할을 맡아 열연하였는데, 확실히 그의 마스크에서는 누구나 먼저 눈이 가게 되는 상반신의 근육을 뛰어 넘을 정도의 '드라마'가 느껴졌다. 다시 말해 별로 깊지 못했던 내러티브였음에도 그럭저럭 따라갈 수 있었던 데에는 헨리 카빌이 준 인상이 크게 작용했다는 얘기다. 아마도 이런 인상은 이후 개봉한 '맨 오브 스틸'에서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악역이라 할 수 있는 하이페리온 역할을 맡은 미키 루크는 그 무게감과 발성 만으로도 악역의 포스와 영화 전체의 어두운 분위기를 선사하고 있는데, 그 요상한 마스크를 벗더라도 떨림이 유지될 수 있었던 건 오로지 미키 루크의 공이라고 해야겠다. 페드라 역할을 맡은 프리다 핀토는 이 작품에서 역시 그 자체로 발광하고 있는데, 이 역할 자체가 이미지로 빛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캐릭터였기에 이 정도면 매우 효과적인 캐스팅과 연기가 아니었나 싶다 (참고로 개인적으로 프리다 핀토의 미모가 절정으로 표현된 작품은 이 작품보다도 우디 엘런의 '환상의 그대'를 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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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명 꼽고 싶은 배우라면 제우스 역할을 맡은 루크 에반스인데, 그는 앞서 언급했던 작품인 '타이탄'에서 아폴로 역할로 출연한 적이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흥미로운 캐스팅이었다. 젊은 모습을 하고 있어 딸인 아테나와 연인관계라고 해도 믿을 정도이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제우스의 위엄을 잃지 않는 연기와 모습으로 그나마 국내개봉 제목인 '신들의 전쟁'을 조금이나마 만족시키는데에 도움을 주었다고 할 수 있겠다.




('타이탄'에서 아폴로 역할로 출연했던 루크 에반스의 모습. 이번 영화에서는 제우스로 등장해 한층 높은 위엄과 포스를 뿜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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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타셈 싱의 '신들의 전쟁'은 보고나면 감정적으로나 이야기 측면에서 깊은 무언가가 남는 작품은 아니지만 묘하게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그 묘하게 라는 것이 말그대로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거라서 한 번쯤 직접 보기를 권할 수 밖에는.


1. 만약 내러티브나 설정 측면에서 따지고 들자면 역시나 말이 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에요. 하지만 분명 볼거리가 이를 보완합니다. 상쇄가 아니라 보완이 더 맞는 표현 같아요.

2. 여기저기, 이것저것 소품이나 풍광 등에서 타셈 싱이 좋아하는 것들을 자주 만나볼 수 있어 반가웠어요. 확실히 요상한 디자인과 구조의 장소들이 많았죠.

3. 전 그냥 2D 디지털로 봤는데 3D로까지 볼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은 들더군요. 오히려 나중에 블루레이가 나오면 사야겠다라는 생각은 바로 했습니다 ㅋ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Relativity Media 에 있습니다.





10월의 마지막 그리고 11월의 기대 개봉작!


개인적으로 9월부터 10월까지, 그 이전보다는 극장을 찾는 횟수가 엄청나게 줄어들었었는데, 물론 영화 외적으로 피곤하고 바쁘고 등등의 핑계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별로 확 보고 싶은 작품들이 다른 달에 비해 상당히 적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 동안은 근근히 '북촌방향' 같은 작품으로 연명하면서 집에서 그간 못본 블루레이나 스타워즈 컴플리트 세트를 감상하는 등 (아직 에피소드 3 감상전;;)으로 아쉬움을 달랬었는데, 오는 10월 마지막 주 부터는 다시 예전처럼 극장을 찾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미리 앞으로 보게 될 10월의 마지막 주와 11월의 국내 개봉작들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평소에는 오리지널 포스터를 좋아하지만 이번 포스팅은 주제가 '국내 개봉작'인 만큼 모두 국내용 포스터를 특별히 골라보았습니다. 순서는 개봉일순)






1. 트리 오브 라이프 (The Tree of Life)

개봉일 - 2011.10.27

감독 - 테렌스 맬릭

출연 - 브래드 피트, 숀 펜, 제시카 차스테인, 피오나 쇼, 조아나 고잉 외



굳이 개봉일 순서로 꼽지 않았더라도 단연 가장 기대하는 작품으로 첫 번째로 꼽으려고 했던 것이 바로 테렌스 맬릭의 신작 '트리 오브 라이프'라 하겠다. 이미 북미에서는 지난 5월 개봉하여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한 작품인데, 국내에는 개봉 소식이 들리지 않아 '설마, 이 작품도 바로 DVD/BD로 직행하나?'라는 우려를 갖기도 했던 작품이기도 했다. 테렌스 맬릭이야 개인적으로 그의 영화 '씬 레드 라인'을 가장 인상깊은 전쟁영화로 꼽고 있기 때문에 그의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기대가 되는 작품이었는데, 여기에 브래드 피트와 숀 펜이 함께 출연한다니 영화 팬으로서는 절대 외면하기 어려운 작품이 아닐까 싶다. 테렌스 맬릭은 과연 과연 이 영화를 통해 삶에 대한 어떤 이야기와 성찰을 들려주고 담아냈을까. 이제 다음주면 만나볼 수 있다니 카운트다운 시작이다!








2. 워리어 (Warrior)

개봉일 - 2011.11.03

감독 - 개빈 오코너

출연 - 톰 하디, 조엘 에거튼, 제니퍼 모리슨, 닉 놀테, 케빈 던 외


'워리어'는 사실상 순전히 주연을 맡은 톰 하디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된 영화라고 할 수 있을텐데, '인셉션' 이후 다시 한번 크리스토퍼 놀란과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베인'역할로 등장할 그이기에, 그의 또 다른 작품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화제 속에 있는 톰 하디를 제외한다면 닉 놀테 외에 이 작품을 기대할 만한 요소가 조금 부족했던 것도 사실인데, 북미의 평가가 그리 나쁘지 않고 권투영화의 정수를 잘 살린 드라마라는 이야기에 조금씩 더욱 관심을 갖게 된 작품이기도 하다. '워리어'가 선택한 방식이 '록키'에 가까울지 아니면 '더 파이터'에 가까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만족시켜주길 기대해본다.









3. 신들의 전쟁 (Immortals)

개봉일 - 2011.11.10

감독 - 타셈 싱

출연 - 헨리 카빌, 미키 루크, 프리다 핀토, 레이문도 반데라스, 이사벨 루카스 외



'워리어'가 주연 배우인 톰 하디 만으로 선택하게 된 작품이라면, 이 작품 '신들의 전쟁'은 연출을 맡은 타셈 싱 만으로 일단 감상을 결정해버린 작품이다. 사실 타셈 싱 연출작은 이 작품을 포함해 3작품 밖에는 되지 않는터라 '더 셀'과 '더 폴'만 가지고 평가한 과감한 선택이 아닐까 의심할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더 폴'이 준 감동과 인상이 워낙 깊었기에 그 이후 타셈 싱은 항상 주목하는 감독이었고, 이 작품과 내년에 개봉예정인 '그림형제 : 백설공주'까지 모두 다 기대작에 손쉽게 등극할 수 있었다. '신들의 전쟁'은 자칫 잭 스나이더의 그것처럼 될 확률이 매우 높아보이는 작품이기는 한데, 일단 보고나서 평가해야.








4. 백사대전 (白蛇傳説,White Snake)

개봉일 - 2011.11.17

감독 - 정소동

출연 - 이연걸, 황성의, 임봉, 채탁연 외



정소동 연출에 이연걸 주연의 무협 영화라니, '동방불패' '소오강호' 등을 보며 자란 세대에게 이 이름을 보고 이 작품을 외면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다. 한 때 더 이상 액션 영화는 찍지 않겠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던 이연걸이지만 어쨋든 그의 복귀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으며, 더군다나 예전 황금기를 함께 했던 정소동 감독과의 재회가 반갑고 기대되기만 한다. 개인적으로 성룡 영화를 비롯해 홍콩 영화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아니 다른 영화들과는 조금 다른 감상태도가 절로 생기는 듯 한데, '백사대전'도 이미 본 분들 사이에서는 호평보다는 혹평이 더 많은 편이기는 하지만, 이것도 어쨋든 기대!








5. 머니볼 (Moneyball)

개봉일 - 2011.11.17

감독 - 베넷 밀러

출연 - 브래드 피트, 요나 힐, 로빈 라이트,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크리스 프랫 외



브래드 피트의 '머니볼'은 사실 '트리 오브 라이프'처럼 늦게 개봉하는거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에 잠시 여유를 갖고 있던 작품이었는데, 비교적 늦지 않게 개봉한 터라 조금 급해진 작품이랄까. 그냥 시놉만 보면 단순히 야구와 관련된 감동실화 일 것 같지만 (사실 '감동실화'라는 표현이 너무 빈번해서 그렇지, 진정한 의미로 생각해본다면 드라마에서 이것보다 더 좋은 결과물이 있을까 싶다),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과 함께한 베넷 밀러 감독의 전작 '카포티'를 떠올려 봤을 때, 그 과정과 짜임새에 있어서 높은 완성도와 깊은 인상을 전해주리라 기대되는 작품이다. 과연 브래드 피트는 '트리 오브 라이프'와 '머니볼'을 통해 2011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 수 있을 것인가.








6. 고양이 춤 (Dancing Cat)

개봉일 - 2011.11.17

감독 - 윤기형

출연 - 이용한, 윤기형 (내레이션)



마지막으로 소개할 작품은 앞서 소개한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바로 국내 다큐멘터리 영화 '고양이 춤'이다. 이 작품의 배급/홍보를 맡고 있는 인디스토리를 통해 처음 접하게 된 작품인데, 뭐 워낙에 고양이를 좋아하고 관련된 것들에도 관심이 많은 1인이라 이 작품의 포스터를 보는 순간 바로 기대작으로 꼽게 되었으며, 원작이라고 할 수 있는 도서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역시 인상깊게 읽은터라 이건 무조건 봐야지 싶었다. 앞서 소개한 작품들에 비해 관객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적을 테지만, 그래도 더 많은 관객들에게 소개될 수 있었으면 하는 '강한' 바램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각 영화사 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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